17일 다섯째 날
오전에 요트대회 해상개막식과 참가정 퍼레이드가 있었다. 거북선을 선두로 우리 범선이 그다음, 그리고 수십여 척의 참가 요트가 열을 지어 뒤따른다.
대회본부에서는 관람정으로 대형 여객선까지 빌린 모양이다. 관람정 앞을 지나는 요트의 행렬이 장관이다. 게다가 요트 별로 각종 퍼포먼스까지 연출한다.
(범선 '코리아나' 이대일 항해사의 퍼포먼스)
(승선 체험과 참가정 퍼레이드 관람 마치고 하선하는 승객)
퍼레이드를 마치고 회항한 뒤 오후에는 승선 체험 신청이 없어 출항하지 않았다.
여수에서 출발 전에 식수를 충분히 채우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착장 앞 요트학교 수도관에 호스를 연결해 세 시 반부터 두 시간이 넘도록 물을 채웠다.
여섯 시부터 개막행사로 세계요트포럼과 만찬이 있었다. 늦지 않게 참석하고 식사도 해결했다. 여덟 시쯤 배로 돌아와 다시 급수 호스를 연결한다. 선장과 함께 두 시간가량 물을 채웠다.
이효웅 님, 요트대회 촬영팀 멤버로 픽업되어 범선을 떠났고, 이대일 님은 피곤했던지 개막식에서 돌아오자 곧 선실에서 잠이 들었다. 오늘도 열 시나 되어 일을 마무리한다. 선장의 배려로 요트대회 주최 측에서 선장 몫으로 배정한 호텔에 기관장과 함께 투숙하였다.
18일 여섯째 날
기온이 꽤 떨어지고 바람도 무척 심하다. 요트대회는 계속 진행했지만, 우리 범선은 추운 날씨와 심한 바람으로 출항하지 않았다. 범선의 원래 활용은 통영 시민과 요트협회 초청 손님의 승선 체험 및 요트 경기관람과 지원이지만 이렇게 바람이 심하고 추운 날은 승선 체험하겠다는 신청이 없기에 출항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산악회 경남지부 회장인 최재일 님과 연락이 닿았다. 마침 일이 있어 사천에 와있던 모양이다.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후 다섯 시쯤 통영 요트마리나에 들렀다.
오늘 저녁 우리 범선엔 특별한 일이 없다. 함께 마산으로 가서 경남지부 부회장 두 분과(손용효, 유영주 님) 마산 명물 통술집에서 즐겁게 한 잔 나눈다. 최재일 님이 사보이호텔에 방을 잡아주어 푸근하게 쉴 수 있었다.
(왼쪽부터 경남지부 손용호, 최재일 님- 사진촬영 유영주 님)
(통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이병욱 님 외 세 분 : 이 분들은 경남지부의 고참 회원 이광조 님의 마산 상고 동창들이었다.)
19일 일곱째 날
새벽 첫차로 통영에 돌아와 승선하였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차례씩, 두 차례 출항이 있었다.
10:00 출항 12:00 회항 14:00 출항 15:00 회항 제11회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 그림들(이효웅 촬영) http://cafe.naver.com/frcamp/3958
대회 진행 임원으로 우리 범선의 승선 체험 관리를 맡은 엄정필 님이 해병 420기였다. 이틀 전 참가정 퍼레이드 때 범선에 올라 인사를 나누었는데 오늘 또 어울렸다.
오전에는 요트 고장으로 시합을 포기한 러시아 요트팀 대원과 함께… 오후에는 내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젊은 여인들 세 분을 모시고… 결국 오전과 오후 항해가 끝난 뒤 나는 계속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주는 주크박스가 되어야 했다.
오전 항해 뒤에는 뜻밖에 연대치대 산악부 80학번 송영복 님을 만날 수 있었다. 산에서 어울린 후배는 아니지만, 얘길 들어보니 산악부 출신으로 열심히 등반했던 분이다. 오래전부터 요트 활동에 입문하여 요트 분야에서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전문가로 활동했던 모양이다. 이번 대회에 진행 도우미로 참가하였는데 오늘은 러시아 요트인들의 가이드로 우연히 범선에 탑승하여 나와 어울림이 있었다. 우리들 노래인 설악가로 화음을 만들고 산 친구의 교감을 나누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오후 여섯 시에 대회 폐막과 시상식을 하였다. 개회식과 같은 장소인 금호 통영 마리나 리조트 스포츠센터, 마리나를 빙 둘러가는 곳이다.
시상식 마치고 배로 돌아와 선장과 바둑 한판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오늘도 백을 쥐고 불계승이다.
20일 여덟째 날
09:00 출항 돌아오는 항해는 선장, 기관장, 이대일 항해사와 나, 이렇게 네 명이다. 대회에 참가하였다 여수로 돌아가는 요트가 멀리 보인다.
일곱 시간의 항해로 소호에 입항한다. 포트 접안인데 포트 쪽 풍향이 꽤 세어 접안이 어렵다. 선수에서 유도 신호하며 히빙라인을(heaving line) 잡은 이대일 님이 히빙라인을 짧게 던져 바다에 빠트리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두 번이나 접안에 실패했다.
점잖았던 선장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ㅎㅎㅎ 후진하여 다시 방향을 잡고 세 번째에 간신히 성공했다.
마침 삼십 분 후에 여천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KTX가 있다. 두 시간 후에 또 열차가 있었지만 오늘은 빨리 배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선장과 기관장에게 다급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급히 상륙한다. 이대일 님이 소호 마리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SUV로 여천역까지 배웅하였다.
여드레간의 항해를 마쳤다. (Fin)
히빙라인 (heaving line) 선박 고정 로프를 선창 또는 해양구조물 등의 접안 시설에 건너보낼 때 사용하는 보조 줄을 말한다. 한 쪽 끝은 무게 추(Sand back)가 달려있고 여분을 많이 둔 다른 쪽 끝은 선박 고정 로프를 연결한다. 이용하는 방법은, 선박이 항만에 접안할 때 먼저 무게 추 원심력을 이용하여 히빙라인을 멀리 떨어진 선창에 던지고 선창에서는 히빙라인을 당겨서 연결한 선박 고정 로프를(홋줄 mooring rope) 접안 설비에 묶는다. 선박은 고정 로프가 하나라도 선창에 연결되어야 접안 작업을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