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오늘 안산 합동분향소에서는 최초로 민관 합동영결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합동영결식은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정부 관계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2014년에 미처 영결식을 하지 못 한 11명을 기리는 의식으로 엄수되었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인양 후 목포신항을 찾았던 청와대 전속 사진작가의 사진과 희생자에 바치는 시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다짐합니다.
비 올 바람이 숲을 훑고 지나가자 마른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 내렸다 오후에는 먼저 온 빗줄기가 노랑붓꽃 꽃잎 위에 후두둑 떨어지고 검은 등 뻐꾸기는 진종일 울었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도종환 시 <화인> 중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함민복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중
현관문 열어두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네 방 창문도 열어두마 한밤중 넘어올지 모르니 수도꼭지 흐르는 물속에서도 쏟아진다 엄마 엄마 소리
김해자 시 <아기단풍> 중
사월 십육일 이전과 사월 십육일 이후로 내 인생은 갈라졌다
도종환 시 <깊은 슬픔> 중
사월 십육일 이전과 사월 십육일 이후로 내 인생은 갈라졌다
도종환 시 <깊은 슬픔> 중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박찬서 시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중
4월이면 흐드러지는 민들레씀바귀제비꽃들도 한 때는 방주타고 돌아온 꽃이다 그 꽃잎 속에 숨어 피었다가 모든 부끄럼 다 사라진 후에 심청처럼 또 다른 방주타고 되살아오시라!
정원도 시 <또 다른 방주타고 오시라> 중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염원은 못난 부모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서 너희들이 꿈꾸었던 곳에 가거라. 귓가에 바람이 스칠 때 그때 너희가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할게. 사랑한다. (2018년 4월 16일, 세월호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 추도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