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과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 3시간의 작별상봉 - "소식이라도 전하며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길"
금강산에서의 2박 3일, 마지막 날입니다. 남측 상봉가족은 아침식사를 한 후 짐을 모두 챙겨 버스에 싣고 금강산 호텔로 향했습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마지막 만남인 작별 상봉을 나눴습니다. 원래 작별상봉은 점심식사를 포함해 두 시간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전날 세 시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시간을 늘렸지만, 긴 이별을 앞두고 여전히 짧기만 한 시간입니다.
짧은 만남 후, 긴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앞에서 안타까움과 애틋함은 더해집니다. 마지막 '작별 상봉'시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서로를 보듬습니다.
"갸는 열 일곱 살, 학생이에요" 많은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즉석 사진을 찍어 나눠 갖고, 가족과 친지의 이름과 나이를 한 명 한 명 확인하며 메모지에 적어 나눕니다. 연락이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번호와 주소도 적어 나눕니다. 옛 흑백 사진을 가지고 와 이번에 만나지 못한 남은 가족들의 얼굴을 서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손수건을 다섯 장이나 준비해왔지만, 기쁜 일에 울지 않았다던 황우석 어르신은 '작별'이라는 말 앞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세 살 때 헤어진 딸을 이제 다시 만났는데, 또 언제 다시 보게 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이따 보자”, “내일 봅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족끼리 건네던 인사를 오늘 작별 앞에서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건강하세요" "꼭 살아있으라" "또 만나자"
가족들은 마지막 식사를 함께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금강산에서 만난 이산가족 분들은 하나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소식이라도 전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만, 우리 자식들끼리라도 왕래하고 지낼 수 있길 소망합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이제 육십 여 년 동안 품고 있던 빛바랜 추억이 아닌 가족의 목소리를, 온기를, 새로운 추억을 품고 돌아옵니다. 하루 빨리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잇는 세상이 오길 꿈꿔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