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2~1898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안동이고, 아버지는 판서 응근(應根)이다. 1855년 문과에 급제하여 훈국금위 종사관·선전관· 성균관 전적· 정언· 병조 정랑을 거쳐, 1860년 홍문관 교리, 1863년에는 이조 참의에 올랐다. 이어 1865년 병조 참의, 1869년 예조 참판·의금부사, 1870년에는 충청도 관찰사가 되었다. 1874년 도승지에 이어 1875년 형조 판서· 예조 판서·우참찬이 되었다. 1876년에는 도총관· 병조 판서가 되었으며, 1877년 우포도 대장· 선혜청 당상·도통사가 되었다. 1878년에는 총융사·어영 대장·이조 판서 등 몇 년 동안에 문·무 여러 직책을 두루 지냈다. 1882년 임오군란으로 호조 판서를 물러났으나, 흥선 대원군이 중국 톈진〔天津〕으로 납치된 후, 다시 호조 판서가 되었으며, 삼군부 지사가 되었다. 1883년 진주사로 베이징〔北京〕을 다녀왔으며, 예조 판서·이조 판서 등을 지냈다. 1884년 김옥균 등의 개화당 인사들이 갑신정변 을 일으켰을 때는 사대 당원으로서 그들과 대결, 청나라의 세력을 끌어들여 개화당을 몰아 냈다. 그리고는 사대당 중심의 내각을 조직하여 참여하였다. 그는 심순택 내각 의 외무 아문 독판에 취임하여, 전권 대신으로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와 수호 통상 조약을 체결하였다. 우의정 · 좌의정을 거쳐, 1894년 동학 농민 운동 때에는 청·일 양군의 개입을 극력 반대하였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동학 농민 전쟁이 격렬해지자, 그는 농민군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폐정 개혁을 위한 교정청 설치를 주장하였다. 청일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청·일 간의 갈등이 극도로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을 때, 그는 영의정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군이 조선 정부의 폐정을 개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힘으로 왕궁을 점령하고 흥선 대원군을 옹립하여 김홍집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4일 만에 영의정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폐정 개혁을 명분으로 개화파 내각을 세운 일본 은, 실제로는 친청 세력인 민씨 정권을 해체하여 청나라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 새 내각 에 참여하였던 김홍집 등 개화파는 입법권을 갖는 초정부적 기관 국군 기무처를 설치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후 김홍집 내각에 의한 갑오개혁이 진행되었으며, 그는 개혁을 위하여 새로 조직된 군국 기무처 독판에 취임하였다. 군국 기무처 가 중추원으로 개편됨에 따라 그 의장이 되었다. 1895년 일본 무뢰배들이 경복궁을 침입하여 명성 황후를 살해한 명성 황후 시해 사건, 곧 을미사변이 있었다. 그리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던 김홍집 내각은 머리를 짧게 자르도록 하는 단발령을 내리고 이를 강제로 실시하였다. 그러자 명성 황후 시해에 분노하고, 단발령에 반대하는 의병이 전국에 걸쳐 일어났다. 사대당 보수파로서 개국을 반대하던 그는, 궁내부 특진관으로 단발령에 반대하는 상소를 하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 1896년 고종이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 파천이 일어났으며, 그 직후 친로파 중심의 내각이 조직되어, 그는 내각 총리 대신에 임명되었다. 1897년 대한 제국이라는 국호 아래 새 관제로 태어난 광무 정부 가 출발한 뒤 그는 의정부 의정에 임명되었다. 그는 문호 개방·갑오 농민 운동·청일 전쟁· 갑오개혁· 을미사변 등 우리 나라 근세의 굴곡 많던 역사 속에서 정부의 중요한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일생을 조선 봉건 왕조 체제를 수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보수주의자였다. 문집에 《용암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