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 ~ 1936] 독립 운동가. 호는 구파(鷗波)이다.

전라 북도 정읍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한문을 공부하였다. 19세 때에는 큰 뜻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러다 1919년에 3·1 운동을 직접 본 후 독립 선언문과 전단을 가지고 급히 고향으로 돌아와 만세 운동을 펼쳤다. 그 이후에는 동지들을 모아 일본에 대항하여 함께 무장 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해 8월에 인천에 있는 일본군의 시설을 파괴하려다 미리 정보를 입수한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 때 그는 본적지와 이제까지의 자신의 행적을 속여 쉽게 풀려 나올 수 있었는데,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펑톈[奉天]으로 달아나 홍범도 장군의 부대로 들어갔다.

그는 독립 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내에 숨어 들어 활동하였다. 그러다 1920년에 중부 경찰서에 체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때 역시 광부로 위장하여 위기를 넘기고, 1922년에 베이징으로 탈출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이회영과 신채호의 영향으로 1923년에 중국 후난 성〔湖南省〕 둥팅호〔洞庭湖〕 근처에 이상적인 농촌을 건설하는 ' 무정부주의 운동'에 참가하였다.

1924년에는 일본 도쿄로 숨어 들어 수력 공사장과 주요 건물 등을 파괴하려 하였으나 여러 가지로 조건이 좋지 않아 실패하고,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그 해 9월에는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정화암과 함께 상하이로 가서 영국인이 경영하는 철 공장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 그는 폭탄을 만드는 기술을 익히면서 노동 문제에 깊이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 때 그는 신채호 등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세운 '재중국 조선 무정부주의자 연맹'에 참가하였는데,

1925년 5월 30일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일어나자 이들과 함께 노동 운동을 펼쳐 나갔다. 또한, 10만 명 단위로 '대노동자 조합'을 만들어 독립 운동과 연결시킬 계획도 세웠다. 1927년에는 푸젠성〔福建省〕 취안저우〔泉州〕에서 '민단 편련처(民團編練處)'라는 농촌의 자치 조직을 만들어 무정부주의 운동의 이상을 이루고자 노력하였으며, 1928년 5월에는 일본 상품을 쓰지 말도록 하는 계몽 운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아시아 각 나라의 무정부주의자들이 만든 '동방 무정부주의자 연맹'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였다.

1930년에는 북만주로 가서 ' 자유 혁명자 연맹'이라는 비밀 단체를 조직하여 국민들을 지도하였다. 또한, 1931년에는 일본군의 주요 기관과 수송 기관을 파괴하고, 중요한 인물을 암살하며, 친일파를 숙청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는 '비티피(BTP)'라는 흑색 공포단을 조직하였다. 이 시기에 상하이에는 각 지역 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이 모여 들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그는 이회영, 정화암과 함께 이들을 모아 '남화 한인 청년 연맹'을 결성하였다.

백정기는 1933년에 중국에 주재하는 일본 대사인 아리요시를 습격하려다 체포되었다. 당시 아리요시는 상하이 홍커우〔虹口〕에 있는 일본 요정인 육삼정에서 일본 정치인과 참모 요원, 친일 중국 정치인, 군인 등 1백여 명과 함께 연회를 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백정기가 그 소식을 듣고 이강훈, 원심창과 함께 습격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미리 눈치챈 일본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여 일본 나가사키로 압송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34년에 옥사하였다. 그 후 1963년에 건국 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