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제22대 왕인 정조의 실록. 54권 56책, 활자본이다. 조선 시대 다른 왕들의 실록과 함께 국보 제151호로 지정되었고, 규장각 도서이다.

'실록'은 한 임금이 왕위에 있었을 때의 사실을 적은 책을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왕이 죽으면, 그 왕이 다스리던 때의 일을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실록을 펴냈다. 왕이 죽으면 그 뒤를 이은 새로운 왕은 역사책을 펴내는 기관인 춘추관 에 명하여 실록을 펴내도록 하였다. 그러면 춘추관은 실록청으로 바뀌어 운영되었다. 그리고 왕의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적던 사관들은 자기들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사초를 실록청에 냈다. 실록청의 사관들은 공정하게 기록 된 사초만을 뽑아 정리하여 실록을 만들었다. 조선 시대에는 이런 방법으로 1,866권 887책의 실록을 펴냈다. 이를 《조선왕조실록》이라 한다.

《정조실록》은 정조가 왕위에 있던 1776년부터 1800년까지 24년 동안의 역사를 쓴 책이다. 1800년 6월 정조가 죽자, 같은 해 12월 정조의 뒤를 이은 순조는 이병모를 실록 책임자로 임명하여 정조의 실록을 펴내게 하였다. 이병모는 12월부터 편찬에 들어가 1805년 8월에 《정조실록》을 완성하였다.

《정조실록》은 완성된 후 서울의 춘추관과 충주·전주·성주의 사고에 보내져서 보관되었다. 그 후 1920년대 이후에 《조선왕조실록》이 몇 차례 영인될 때 이 실록도 영인본으로 간행되었다. 이 실록은 정조가 1776년 3월 10일 왕위에 올라 1880년 6월 28일 죽을 때까지 24년 4개월 동안 있었던 정치·외교·국방·경제·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역사적 사실을 시간 순서에 따라 쓴 것이다.

정조는 사도 세자와 혜경궁 홍씨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사도 세자가 죽고 영조의 정치를 도와 주다가 1777년 영조가 죽자 왕위에 올랐다. 그는 영조가 실시한 탕평책 을 이어받아 실시하였다.

탕평책은 당쟁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인재를 등용할 때 소론과 노론에 관계 없이 고루 등용하여 정치의 혼란을 막자는 것이었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 세자를 죽게 만든 당쟁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의 제도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탕평책을 이어받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붕당 사이의 대립은 비교적 잠잠해졌다. 이에 따라 왕권이 강화되어 정치적인 안정기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사회 질서를 바로 잡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정치·사회가 안정되자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상공업도 눈에 띠게 발전하였다.

정조는 학문하기를 좋아하여 왕위에 오른 뒤에도 학문 연마에 힘썼다. 그는 실학자들의 사상에 관심을 가져 진보적인 젊은 실학자들을 등용하여 그들의 학문을 지원하고 그들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중인 이하의 문화를 적극 지원하여 문화의 중흥기를 이룩하였다. 또, 규장각을 정비하여 많은 책을 펴냈다.

《정조실록》의 원래 이름은 '정종대왕실록'으로, 정조의 원래 묘호인 정종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1899년 고종 때 정종의 묘호 를 정조로 올렸으므로, 그 후부터는 '정조실록'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실록은 정조 때의 역사적 사실과 조선 후기 사회·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