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군 남면 황방리에 있는 신라 고비. 문자가 없는 비로서 '빗돌 대왕비' 또는 ' 설인귀 사적비'라고도 한다. 경기도 양주군과 파주시 적성면, 연천군 금곡면의 세 군 행정 구역에 걸쳐 있는 높이 675m의 감악산 정상에 세워져 있다.

1982년 6월 5일 동국 대학교 학술 조사단에 의해 발견되었다. 학계에서는 비의 양식이나 건립 추정 연대·지형적 조건 등으로 보아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로 추정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로는 비의 형식이 북한산 정상에 있던 진흥왕 순수비 와 외형이 흡사하고, 특히 기단의 경우, 자연 암반에 축을 형성하여 건립한 양식이 똑같으며, 크기는 감악산 신라 고비가 높이 170㎝, 두께 19㎝, 나비 78㎝인데 비해 북한산 비는 높이 155㎝, 두께 20㎝, 나비 71㎝로 거의 비슷한 크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시대부터 고성의 상악·설악·북한산주의 부아악과 더불어 이 감악산이 매년 국가에서 작은 제사를 지냈던 유명한 산으로 적혀 있는데, 여기에 세워진 비이기 때문이다. 또 비가 세워진 그 일대에서 삼국 시대의 기와 조각이 출토되고 있는 것도 그 증거가 된다. 한편, 감악산 신라 고비로부터 북동으로 약 4.5km 지점에 있는 칠중성은 삼국 시대부터 한반도의 지배권을 다투던 삼국 간의 혈투장이었을 뿐 아니라, 그 뒤 거란 침입과 6·25 전쟁 때 고랑포 싸움의 주된 격전지였다. 이 칠중성의 안산이 되는 감악산에 고려 시대부터 군신을 제사 지내는 사당이 세워진 것은 군사적인 요지이기 때문이며, 이 고비를 당나라의 명장 설인귀의 사적에 억지로 꾸민 속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감악산이 한반도 전체에서 지니고 있는 전략적인 위치와 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역사상의 여러 사건, 여기에 세워진 고비의 양식이나 크기가 북한산 에 세워졌던 신라 진흥왕 순수비와 거의 같은 것이므로, 학계 일부에서는 이 비를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로 추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분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 는 《대동지지》 《적성조》에서 감악산단을 기술하면서 '상유고비(上有古碑)'라 기록하였으며, 조선 시대에 발간된 《적성군읍지》에도 그 소재를 밝히면서 비석에 새겨져 있는 글을 알아볼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문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없어졌으므로 고증할 수 없는 몰자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