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에 있는 석굴로 된 문. 높이는 3m이고, 길이는 10m이다. 설천면과 무풍면에 걸쳐 있는 산줄기에서 두 면의 경계 지점에 암벽을 뚫어서 문을 만들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며, 위쪽으로 라제통문 (羅濟通門)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다.

삼국 시대에는 삼국을 통일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신라의 장군 김유신(595~673)이 이 곳으로 드나들었다고 하여 '통일문'이라고도 한다. 나제통문은 무주 구천동의 입구에 있으며, 덕유산 국립 공원에 속한다.

삼국 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나누는 관문이었다. 즉, 나제통문을 중심으로 동쪽은 신라의 땅이고 서쪽은 백제의 땅이었다. 조선 시대에 동쪽의 무풍현과 서쪽의 주계현을 합쳐서 무주현이라 하였다.

무풍현은 신라의 무산현이 신라의 제35대 임금인 경덕왕(재위 742~765) 때 무풍현으로 고쳐져 개령군(지금의 경상 북도 김천)에 속해 있었고, 주계현은 백제 때 적천현이었던 것이 통일 신라 시대에 단천현으로 바뀌었다가 고려 시대에 주계현이 된 것이다.

지금도 나제통문을 중심으로 이남과 새말이라는 두 마을이 1㎞ 정도 떨어져 있는데, 행정 구역상 모두 소천리에 속하지만 언어와 풍습이 서로 다르고, 두 마을의 집안 간에는 혼인도 맺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나제통문을 경계로 하여 동과 서로 나누어지는 두 지역은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에 이르기까지 풍속과 문물이 전혀 달라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나제통문 근처의 무산 성지 부근에는 크고 평평하게 생긴 사선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곳에서 김유신을 비롯하여 4명의 화랑이 바둑 을 두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 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나제통문 부근에 있는 '파리소'라고 하는 연못은, 신라와 백제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에 시체가 산처럼 쌓여 파리떼가 모여들었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또 부근에 300여 개 정도의 옛무덤이 흩어져 있는 것은 신라와 백제 사이에 일어난 전투에서 전사한 전사들의 무덤이다.

위치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3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