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 전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성되고 발전돼 온 연극.

미국에서의 연극은 남부에서 집단 오락의 하나로 발생하였다. 식민 초기 북부에서는 엄격한 퓨리터니즘적 윤리관의 지배적인 영향으로 비속한 연극이나 쇼 등을 금하였기 때문에 연극 활동은 미미하였다.

1665년 버지니아에서 최초로 영어극이 상연되었고, 18세기 초에 이르러 극장이 세워져 왕정 복고기의 연극이 상연되었다. 1787년 미국인의 생활을 소재로 한 최초의 연극으로 R. 타일러의 《콘트라스트》가 무대에 올려졌다. 1798년 약 2,000석의 좌석을 갖춘 파크 극장이 뉴욕에 세워졌다. 이 극장은 석조로 된 대건축물이었는데 1820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좌석수 2,500에 특수 조명 램프를 갖춘 최신식 극장으로 재건되었다. 이 극장이 있던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미국 연극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1911년 아일랜드 극단의 미국 순회 공연이 있었는데 그들은 J. 싱·W.B. 예이츠 등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이를 계기로 당시까지 연극의 주종을 이루던 오락 본위의 연극에 자성의 소리가 높아졌고 젊은 연극인들은 크게 고무되었다. 이 무렵 하버드 대학의 G.P. 베이커 교수는 《47번 실험실》이라는 연극 강좌를 개설하여 극작· 연출 등의 실기와 유럽 근대극의 연구를 통해 많은 연극인을 지도하였다. 이로부터 각 대학 에 연극학과들이 설치되었고, 19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지에서 소극장 운동의 전개와 함께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극단들이 잇달아 창단되었다. 워싱턴스퀘어 극단·프로빈스타운 극단 등이 그것이다.

1920년대는 미국 연극의 개화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배출된 극작가로는 E. 오닐(1888~1953)·E. 라이스(1892~1967)·M. 앤더슨(1888~1959)·P. 그린(1894~)·S. 하워드(1891~1939)·R. 샤우트(1896~1955) 등이 있고, R.E. 존스(1887~1954)·케니스 맥거우언(1888~1963)·L. 시몬슨(1888~1967)·N. 벨게데스(1893~1958) 등은 뛰어난 무대 장치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오닐을 비롯한 젊은 극작가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기계 문명, 완고한 퓨리터니즘, 학대받는 흑인, 억압된 성(性) 등, 당시 팽배하고 있던 현실적 모순 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오닐은 《황제 존스》(1921) 《털보 원숭이》(1922) 《느릅나무 그늘 밑의 욕망》(1924)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1931) 등을 비롯해 수많은 문제작을 발표하였다.

경제 공황 직전의 1927~1928년에는 뉴욕에서만 어림잡아도 해마다 250편을 웃도는 연극이 70여 개의 극장 무대에 올려졌다는 기록으로 보아 당시의 연극에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1929년에 몰아닥친 경제 공황의 여파는 미국 연극에도 호된 시련을 안겨 주면서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심리적인 면에서 인간 의 갈등을 다루어 온 경향에서 벗어나 보다 절실한 인간 의 삶을 규명하는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계급 투쟁, 자본주의의 모순과 붕괴 등을 다룬 작가들이 나타났다. S. 킹슬리·C. 오데츠·L. 헬먼 등이 그들이다. 오데츠의 《레프티를 기다리며》(1935)는 노동 쟁의를 다뤘고, 킹슬리의 《데드 엔드》(1935)는 사회극이고, 어윈 쇼의 《죽은 자를 묻어라》(1936)는 반전극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성공한 작품들이다.

40년대부터 2차 대전 후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인 극작가로는 A. 밀러를 위시하여 T. 윌리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밀러는 개인이라는 존재를 사회 구조의 틀 속에서 확인하려고 하였다. 윌리엄스는 인간의 병적인 심리를 독창적으로 그렸다.

《세일즈맨의 죽음》(1949) 《도가니》(1953) 등은 밀러의 대표작들이고, 《유리 동물원》(1945)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1955) 등은 윌리엄스의 대표작들이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연극은 퇴조되어 아울러 브로드웨이도 침체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물가 앙등에 따른 비용의 급등, 레저 산업의 발달 등의 영향도 있지만, 1920·1930년대의 연극인들이 지녔던 열정과 창작 정신이 이 무렵의 연극인들에게서는 부족하였던 점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브로드웨이의 연극에 반발심을 느낀 젊은 연극인들이 브로드웨이 이외의 장소에서 새로운 연극 운동을 시작하였는데, 이를 오프브로드웨이 운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오프브로드웨이 운동 속에서 E.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1959) 《아메리카의 꿈》(1961), J. 리처드슨 의 《방탕아》, J. 겔버의 《커넥션》 등과 같은 작품이 상연되었다. 곧이어 정치적 암살 사건, 대학 분쟁, 반전 운동,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블랙 파워 운동, 여성 해방 운동, 동성애 문제, 마약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병리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되어 연극에서도 즉흥적인 촌극·가두 연극· 관객 참가· 인형극· 환경 연극·나체극 등, 새로운 시도아래 과감하게 반체체· 반전 운동을 전개하였다. 근래에 이르러 지방 도시의 연극계가 많이 활성화되어 젊은 활력이 도입되어 미국 연극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