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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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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11:29 (2018.06.13. 11:26)

이사부 항로탐사 범선 승선과 독도 첫 항해(1)

 
나는 아무래도 바다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가야겠다.
커다란 범선 한 척과 길잡이 별 하나,
그리고 타륜과 바람 노래에 펄럭이는 하얀 돛만 있으면 그만이다.
여린 안개 깔린 바다에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소리와 흐르는 물결이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날리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흩날리는 물보라와 솟구치는 물거품, 갈매기의 울음소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떠도는 집시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갈매기가 가는 길, 고래가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뱃놈들의 신나는 이야기,
긴 항해가 끝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있으면 그만이다.
 
 
8월의 태양 아래 펼쳐진 큰 바다는 짙은 잉크 빛으로 심연의 색깔이다.
섬 근처 하얀 물거품으로 시작하여 연한 초록 물빛으로, 차츰 짙은 푸르름으로 깊어가는 바다는 언제나 내게 그리움이었다.
이쯤에서 영국 시인 'John Masefield'의 詩 '바다에의 열병(Sea Fever)'을 아니 그려볼 수 없었다.
 
 
Sea Fever written by John Masefield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a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ay dawn breaking.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for the call of the running tide
Is a wild call and a clear call that may not be denied;
And all I ask is a windy day with the white clouds flying,
And the flung spray and the blown spume, and the sea-gulls crying.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vagrant gypsy life,
To the gull's way and the whale's way, where the wind's like a whetted knife;
And all I ask is a merry yarn from a laughing fellow-rover,
And quiet sleep and a sweet dream when the long trick's over.
 
 
프롤로그
 
독도도 처음이고 범선 항해도 처음이었다.
올해 초에 삼척에 사는 산악 후배들과 술 한잔할 때 크루저 요트 항해로 독도와 울릉도 탐방하는 얘기를 얼핏 들었었다.
삼척시 이사부 기념사업회에서 추진하는 연례행사로 참가 대원을 공개 모집하며,
대원 신청에 별다른 제약과 요구하는 능력과 범위가 없단다.
 
(이사부 : 신라 지증왕 13년에-512년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병합하여 신라 영토에 편입시킨 장수로,
울릉도, 독도와 관련하여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가 항해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던 삼척 후배들이 5월 초에 있었던 참가자 모집 공고를 알려와서 선착순으로 등록했다.
다행히 나이 제한이 없었고 운이 좋아서인지 대원으로 선발되었다.
 
해양인 가족으로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뱃사람 되는 것이 꿈이었다.
소년 때 알피니스트의 길을 걸으며 뱃사람의 꿈을 접었으나 바다는 내게 또 다른 동경이었다.
더욱이 요트 항해는 무척 매력적인 모험이었는데 crew는 아니지만, passenger로 뜻밖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원래 7월 초 일정으로 계획한 것이 장마로 일정을 한 달 늦추는 바람에 참가 대원의 변동이 있었고
덕분에 절친한 친구인 고교동창 전계능 님께 권유하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며칠 동안 독도, 울릉도 탐방에 관한 예전 항해일지를 찾아보며 꿈을 키웠다.
요트에 대한 지식, 항해 용어, 내가 타고 갈 범선의 history까지 구석구석을 뒤졌다.
 

 
8월 3일, 첫날
 
출항을 앞두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행사가 삼척 이사부 공원에서 있었다. "항로탐사 안전기원제 및 출항식"이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친구 전계능 님을 만나 아침 첫차를(06:30) 탔다. 다행히 행사 시작 시각에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기원제에 먼저 와있던 동해 산악인 김진수 아우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식전에 흥을 돋우는 사물놀이와 민요 공연이 있는 다음 무사 항해를 기도하는 기원제를 지냈다.
좀 더 청중과 가깝게 소통하는 기원제였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사부 항로탐사 안전기원제 기사 【연결】http://www.netong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901)
 
오후에는 시범 항해가 있었다.
우리가 승선하여 항해할 배는 기범선 '코리아나' 호다.
돛대 넷에 길이 41m, 폭 6m, 136톤의 '코리아나'는(복원력 납추 275톤)
선장과 선원 12명, 여기에 승객 60명까지 승선하여 먼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저다.
 
 
 
 
정라항 방파제 안쪽에 정박한 코리아나는 항구를 배경으로 떠 있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시범 항해였기에 항로 탐사 대원이 아닌 누구라도 승선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사부 기념사업회 가족과 아이들도 함께 배에 타서 범선 항해와 해류병 띄우기에 동참했다.
 
승선하여 항해하는 동안 한 시간 이상 김문길 교수님의 선상 강의가 있었는데 내용을 흘려들어서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이어서 해양탐험가 이효웅 님의 해류병 설명이 있었고 왕복 네 시간가량 항해하며 근해에 100여 개의 해류병을 던졌다.
 
(김문길 : 부산외대 명예교수, 일본 역사를 전공, 이번 행사에 독도 역사 강의를 위해 초빙하였다.
독도의 진실 http://star.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349912#cb )
 
(해류병 : 해류의 속도와 방향을 조사하기 위해 투하지점의 경도, 위도와 날짜를 적은 종이를 넣고 밀봉한 병.
바다에 띄운 다음 발견한 사람이 습득한 장소의 위치와 시간을 적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해류의 방향과 속도를 추정하게 된다.
이사부 기념사업회 이효웅 이사가 동해의 해류 연구를 위해 매년 항해 때 해류병 띄우는 행사를 주도한다)
 
 
 
저녁엔 삼척에 사는 산악 동지들과 기쁜 만남주 한 잔 나누며 우리들의 음악회로 항해 전야를 즐겼다.
내일 출항 시간이 일러 자정 전에 술자리를 파한다.
 
(마신 술 : 발렌타인 30년, 중국 백주, 소주 대여섯… 로열 샬럿은 따로 보관
참석 : 삼척에서 홍금표, 김승민, 김진수, 최승국, 이재민 님, 서울에서 전계능 님과 나)
 

 
8월 4일, 둘째 날
 
아침 8시까지 집결.
선장, 기관장을 제외한 승선 인원 총 52명을 확인하고 3개 조로 편성한 항해 당직 조를 알려주었다.
기념촬영과 이사부 기념사업회 회장님 격려 말씀을 듣고 출항한다.
 
 
 
08:45 출항
 
맑은 날씨다.
이십여 일 전 발생한 태풍 '노루'가 일본 남쪽 바다에서(오키나와 동북동 650km 해상) 소란을 피우는데 다행히 여기까지 북상하진 않았다.
돌아올 때까지 계속 좋은 일기가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범선을 정박한 곳이 선박 주유소 옆이다.
어선 한 척이 연료를 채워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범선 때문에 주유소 계류장 접안이 어렵다는 불평이다.
조업 출항에 마음 급한 어선 덕분에 바쁘게 출항한다.
 
포구를 빠져나오자 곧 선장 님이 항해 일정, 선실 사용, 안전과 선내 행동 수칙 등을 알려준다.
이어 이사부 주최팀 이효웅 이사의 항해 목적과 의의, 선상 이벤트(해류병 투하), 독도 돌아볼 곳 등을 설명했다.
범선 코리아나에 여러 차례 승선하여 항해에 익숙하고 이사부 기념사업회 항해 행사에도 몇 차례 동행했던 궁인창 선임 crew가 사회를 맡으며 매끄럽게 진행을 끌어간다.
'동해 왕 이사부' 영화 제작팀과 국립 해양문화재 연구소 등의 단체 참가 팀 소개가 있었고 그 외 참가 대원 소개를 하였다.
 
 
 
선장은 정채호 님, 올해 69세의 멋진 바다 사나이로 '코리아나' 호 선주이기도 하다.
총인원은 배를 움직이는 선장, 기관장(정학의), 항해사(이대일)와 crew 3명,
행사 관계자 6명, 선발 대원 30명, '동해 왕 이사부' 영화 제작진 8명,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연구원 4명 등 모두 54명이다.
 
 
 
 
12:00
 
소개를 마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땡땡땡… 학교 종이 아닌 식사 알림 종이 울리고 곧 배식이다. 항해 시작하고 첫 식사다.
약간 울렁증이 느껴졌지만, 멀미 수준은 아니다. 밥을 먹으니 오히려 속이 편안해진다. 아무래도 엊저녁 음주가 좀 과했나 보다.
바람이 잔잔하여서 인지 파고가 작고 pitching (앞뒤, 위아래로 오르내림), rolling이 (좌우로 기울어짐)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12시부터 당직 근무를 시작한다.
조장 외 10여 명으로 편성한 3개 조가 주·야간 4시간씩 교대하는 당직은 배식과 설거지, 그리고 항해 견시와 조타를 보조하는데…
말이 당직이지 배식과 설거지 돕는 일 외엔 아무 간섭이 없어 명목뿐인 당직이다.
 
육지가 사라졌다. 여기부터는 망망대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고 그사이 공간은 내가 중심점이 되었다. 눈길 끝에는 둥그런 수평선이 그려진다.
먼바다에 나와도 바람과 파랑이 적다. 덕분에 파고도 높지 않고 바다는 잔잔하다.
가벼운 너울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의 흔들림이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든다.
그래도 몇몇 대원은 멀미가 느껴지는지 데크에 누워버렸다.
 
 
이쯤에서 세일을 펼쳐 바람의 동력을 이용하리라고 기대했는데 앞바람이라 배는 계속 기관 항해다.
어제 시범 항해에선 그래도 jib sail 하나라도 펼쳤는데… 좀 아쉽다.
항해 내내 엔진 동력으로만 이동하고 한 번도 세일을 펼치질 않았다. ㅎㅎㅎ
 
식사 후 선장이 주도하여 바다 노래 한 곡을 따라부르기로 알려주고 곧 선상 노래자랑을 시작한다.
항해 전 출항 준비가 바쁠 뿐 항해를 시작하면 여유 시간이 많다. 특히 패신저는 무료함을 많이 느낀다.
그것을 잘 아는 선장님인지라 출발하자마자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즐거움을 주고자 애쓰고 있다.
게다가 이번 참가 대원 중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아 노래와 함께 좋은 말씀을 많이 한다.
얘기하는 것을 즐기는 분이 뜻밖에 많다.
 
 
기어이 내 차례가 왔다.
바다에 나왔으니 이왕이면 해양 노래를 소개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선장이 먼저 노래하며 싱어롱으로 알려준 '바다로 가자' 군가의 작사, 작곡자와 만들어진 때, 노래의 가치 등을 이야기하고
이어 '해군가', '브라보 해군', '앵커 송' 등의 군가를 시대별로 나누어 발표된 때과 작곡가, 에피소드 등을 전하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시간을 좀 많이 썼지만 뜻밖에 호응이 좋았다. 특히 선장은 깜짝 놀라며 노래를 반긴다.
 
오후엔 주방을 맡은 삼척 후배들이 멋진 안주를 만들어 권주하기에 가볍게 한잔하였다.
바다 그림과 파도 어울림을 술잔에 녹여 해풍과 함께 들이킨다.
 
 
 
바람이 체온을 빼앗아 재킷을 꺼내 입었다. 저녁 식사 전에 멀리 울릉도가 보인다.
식사 뒤에 석양이 다가들었다. 노을이 곱다. 수평선이 잠깐 붉게 물드는가 했더니 해는 빠르게 stern 쪽 바다로 빠져들었다.
잠깐 끓어오르는 듯했던 바다는 이내 해를 품은 채 잠잠해진다.
 
 
 
 
저녁 선상 강의가 있었다.
무언가 열심히 얘기해 주는데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다.
강사 노력을 생각해서 애써 들어주는 척은 하였지만, 머릿속에 팽팽히 차오른 바다의 로망 때문인지 강의는 머리 밖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 활동 지역 : 강북구(江北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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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