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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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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12:03 (2018.06.13. 11:59)

이사부 항로탐사 범선 승선과 독도 첫 항해(2)

 
<야간항해, 은빛 밤 바다>
 
어둠이 짙어지며 하늘엔 하나둘 별빛 등불이 켜진다.
울릉도를 왼편으로 바라보면서 야간 항해를 계속한다. 내일 새벽에 독도 접안이다.
보름 가까운 달이 우현에 떠 있다. 달빛에 비친 은빛 바다가 곱고 수평선의 윤곽이 뚜렷하다.
 
(코리아나 호 선임 crew인 궁인창 님 facebook에서 빌려옴)
 
 
자정…, 선장의 배려로 별빛을 가리는 돛대 등을 모두 껐다. 하지만 달님이 너무 찬란하여 별빛은 아직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래도 초롱초롱한 별빛, 북쪽 하늘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보인다. 그 사이에 북극성…
 
선실 환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지 대원 대부분은 갑판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잠을 청하고 있다.
선실 에어컨도 잘 작동하지만, 선박의 선실이란 것이 좁은 공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고 교대 근무가 원활하고 잘 지켜져야 베드를 차지할 수 있는데 항해 경험이 없는 참가 대원이 그런 것을 헤아려 편안함을 찾기에는 너무 무리다.
 
자정부터 또 네 시간 당직 근무다. 조타석으로 가서 선장 곁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섞었다.
내게 야간항해 경험이 있었는지를 물어본다. 69년 고교생 때 포항-울릉도를 여행하며 경험한 야간항해를 말씀드리자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해양인 가족인 내 집안 이야기, 요트 이야기, 선장의 바다와 인생 항해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밤은 점점 깊어간다.
 
무전기에선 독도경비대와 대한민국 해군에서 선박들을 확인하는 교신이 분주하게 흘러나온다.
선장과 이사부 주최 팀 리더는 태풍 '노루'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기상도를 살피며 목표와 안전 항해를 저울질하느라 고심한다.
울릉도 상륙을 포기하고 빨리 삼척으로 회항했으면 하는 선장과 계획에 최대한 가깝게 일정을 소화했으면 싶은 주최 팀 리더의 의견이 엇갈린다.
 
선장님… 아주 심각하게 바다를 대할 땐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과연 어찌 될 것인가?
 
굳이 당직을 서지 않아도 될듯 싶어 선상 데크에 잠시 몸을 뉘었다.
친구 계능 님도 잠이 오질 않는지 뒤척거리며 일어난다.
 
낮은 소리로 우쿨렐레 반주하며 우리만의 노래로 밤바다를 음미했다.
밤배, 나뭇잎 배, 등대지기, 저 별과 달을, 은하수, 별, 두 개의 작은 별, 봉숭아, 랄랄라 송, 바닷가의 추억,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우리의 추억 노래가 끝없이 이어졌다.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싶다.
범선 항해에서 맞이하는 로망이 이런 걸까?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것 같은 느낌이다.
 
 
03:30 은하수
 
남쪽 하늘에 떠 있던 달이 저물자 이윽고 별빛이 활기를 찾았다.
와~ 검고 깊은 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이처럼 또렷한 은하수를 보는 것이 정말 얼마 만인가?
별똥별도 세 개씩이나 보고 마음속으로 소원도 빌었다.
 
항해사 이대일 님의 주도로 별자리 설명을 들었다.
배를 타고 들은 선상 교육 중 가장 흥미로운 강의다. 별자리를 가리키는 레이저빔도 멋진 교보재다.
아~ 그러나 옥에 티… 마이크로 설명하는 스피커 소리가 너무 크고 또렷하여 새벽잠에 빠진 분들이 고통 받았나 보다.
 
항해사 이대일 님, 지식은 많을지 몰라도 알려주는 방법이 그리 예뻐 보이지 않는다.
어린 골목 대장 같은 태도와 으스대는 모습에 벌써 승선한 몇 분과 다툼이 있었는지 안타까운 소문이 돈다.
 

 
8월 5일 셋째 날
04:00 독도 실루엣
 
삼척 출항 후 항해 열아홉 시간 째…
대략 250km의 거리를 항해했으니 평균 시속 7노트(13km/h)의 항해다. (1 kn = 1.852km/h)
 
독도 등대 불빛이 어느새 우리 배를 훑어가는 거리로 다가와 있었다.
여명에 섬의 실루엣이 어렴풋하다. 독도 머리 위에 샛별만 왕관에 박혀있는 보석처럼 또렷하게 빛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며 서도와 동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해돋이가 기대된다.
 
 
05:20 해돋이
 
해가 떴다. 갑자기 승선한 모두가 분주하게 사진가로 변신한다.
베테랑 선장은 해돋이 사진 구도가 좋은 자리를 잡아주느라 이리저리 배를 돌려준다. 독도 그림이 환상적이다.
모두 아름다운 그림을 충분히 가슴에 안은 듯하자 한 바퀴 섬을 돌아 경관을 감상하게 하곤 선착장에 배를 붙인다.
 
 
 
 
 
 
 
 
 
06:00 한국 땅, 독도!
 
접안, 드디어 독도를 밟는다.
갈매기 배설물 때문에 선착장이 무척 미끄럽다. 경망스럽게 뛰어내리다간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
대원 모두가 상륙하여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독도 주권 선포식을 하였다.
 
 
 
 
 
카약을 준비한 몇몇 대원은 아침도 거른 채 카약을 내리고 항해를 준비한다.
벌써 몇 년째 패들링으로 독도 주변을 돌아보며 탐험과 촬영을 즐기는 분들이다.
관광 여객선 편으로도 독도에 상륙할 수 있지만, 체류 시간은 겨우 20분이다. 우린 세 시간가량을 독도에 머물렀다.
 
서도는 눈 맞춤으로만 바라보고 참가 대원과 함께 경찰경비대까지 올라 섬과 먼바다를 살폈다.
아~ 여기가 우리나라의 시작점이구나!
 
 
 
 
 
 
넓은 바다에 외롭게 솟은 두 쪽의 작은 섬이 어찌 그리 멋스럽게 어울렸는지…
작은 섬은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이름이 붙여진 각각의 바위들에 포스가 넘쳐흐른다.
동도와 서도 외에 모두 90여 개의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단다.
道마저 따르는 자연인데 탐욕에 빠진 어리석은 자가 제 것이라 고집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육사의 '청포도'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09:00 울릉도를 향하여…
 
독도를 떠난다. 이젠 울릉도를 향하여 출항이다.
우리 배가 선착장을 벗어나자 곧 울릉도에서 출발한 관광 쾌속선이 독도에 도착해 접안한다.
 
 
항해 일정이 바뀌었다.
태풍 '노루'의 준동이 아무래도 심상찮은 모양이다.
기상청에서는 내일쯤 대한해협을 지나 모레 독도 동쪽 해상을 지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오늘은 울릉도에 정박하지만, 내일 예정한 울릉도 문화 역사 탐방을 취소하고 아침에 삼척 회항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한단다.
귀항 일정이 하루 당겨졌다.
 
점심 전에 궁인창 님의 사회로 독도 방문 소감 발표 시간이 있었다. 물론 노래 한 곡도 함께 부르며…
고맙게도 내겐 대폭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껏 노래하도록 배려한다.
 
모처럼 섬과 배에 관련한 포크송 몇 곡의 유래를 이야기하며 우쿨렐레 반주로 원곡 소개와 번안곡 합창을 함께 어울렸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 (뉴질랜드 비공식 국가로 자리매김) 'Pokarekare Ana'와 번안곡 '연가',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여왕인 '릴리우오칼라니'가 작곡한 하와이 민요 'Aloha 'Oe',
그리고 미국의 록밴드 비치보이스의 연주로 세계에 알려진 바하마 군도의 구전 노래 'Sloop John B.'
 
엊그제 행사 때는 처음 본 사람이라 낯설고 쑥스러웠지만,
종일 항해를 하며 자주 스쳤던 분들이라 그래도 아주 익숙해 졌다. 함께 노래 부르며 친밀감이 더해진다.
 
 
 
 
 
 
뒤이어 '동해 왕 이사부' 영화 제작 대표의 영화 이야기,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팀의 해양문화재 이야기…, 범선 코리아나의 다음 항해 소개 등의 설명이 있었다.
모두 좋은 목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발표하는 방법이 청중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지루하고 갑갑한 진행이 되어버린다.
내겐 끔찍한 경험이었다.
 
 
15:30 상륙
 
여름 한낮의 햇볕이 폭염 수준이다.
울릉도에 상륙하면서 곧장 목욕탕부터 찾았다. 시원하게 찬물을 뒤집어쓰니 이런 행복함이 없다.
항해 동안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던 탓에 어깨 아래 팔뚝이 새빨갛다. 화상과 다름없다.
 
샤워를 마치고는 곧 택시를 이용하여 도동으로 넘어갔다.
도동 해안가 산책로에 있는 주점에서 미리 와있던 이번 항해의 동반자 삼척 후배들과 어울려 회와 고동, 전복 등으로 동해를 맛본다.
 
 
69년 고교 1학년 때 처음 울릉도를 밟은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찾는 울릉도다.
78년에 울릉도를 찾았을 때는 평생 반려가 되어준 아내를 만났던 곳이기도 하다.
가슴에 묻었던 추억을 꺼내 그때의 아름다움을 비교해 본다.
 
다시 배를 정박한 저동으로 돌아와 오징어 물회로 2차를 즐겼다.
전계능, 최승국 님은 배를 떠나 항구에 방을 정했다. 익숙지 않은 항해에 선상 생활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오징어 철이라 생각했는데 저동 포구는 뜻밖에 한산하고 사람이 안 보인다.
예전 이 맘 때쯤 울릉도에 왔을 때는 코끝을 감아 도는 포구의 비린내가 삶의 자락을 확인시켰는데~
아직 철이 아닌가?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인가?
 
배로 돌아오니 외출했던 대원들이 드문드문 돌아온다.
여인들이 모두 항구 호텔에서 주무시는 덕분에 오늘 밤 범선은 남정네들 세상이다.
영화 촬영과 해양문화제 관련 일로 항해에 참여한 분들도 다른 숙소를 찾아갔기에 배에는 crew와 순수 탐사 대원만 남았다.
행사 리더인 이사부 사무국장이 외출에서 돌아온 선장을 모셔와 또다시 어울림 자리를 만들고 음악회 열어줄 것을 청한다.
모처럼 남자들만의 항구 음악회를 연출한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와 어울려 대화 중에 또다시 해병대 후배를 만났다. (신효근 님 해병 487기)
게다가 crew 한 분은 내 산악 후배와 막역한 사이로 나와 인연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궁인창 님)
피곤한 분들이 한 분씩 잠에 빠져들면서 자정부터는 범선 옆 부두로 장소를 옮겨 오늘의 네 번째 술자리가 새롭게 이어졌다.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 활동 지역 : 강북구(江北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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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