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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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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4. 09:53 (2018.06.14. 09:53)

전두성의 5차 항해 이야기 (2017년 마무리)

 
2017년 마무리 항해 12월 9~10일
 
올해 마지막 남은 항해!
열흘 전 4차 항해와 하나의 프로젝트로 연결된 행사인데 시간 배정 때문에 뒤로 늦춰진 프로그램이다.
역시 4차 항해 때 프로그램 진행했던 곡성 대안학교(심청골짝나라) 강채구 대표가 행사 진행 책임자이다.
 
금요일, 토요일에 서울에서 산악 친구들 송년 모임이 있었으나 올해 마무리 항해를 놓치기 싫었다.
금요일 오전 11시 고속버스로 여수를 향한다.
 
16:30 여수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소호 마리나까지 이동하였다.
몇 차례 여수를 들르다 보니 조금씩 환경에 익숙해져 간다.
 
마침 기관장님이 아직 퇴근하지 않고 범선을 지키고 있다.
반갑게 인사하면서 소주부터 한 잔 나눈다. 일주일 못 뵈었던 동안 범선에서 했던 일을 자랑한다. ㅎㅎㅎ
 
저녁에 잠깐 마리나 사무실 들러 선장님이 작성하던 승선 명부, 선실배정표의 편집과 출력하는 일 도와드렸다.
워드프로세서 자료를 살피며 슬쩍 선장님 컴퓨팅 파워를 확인한다.
그 연세에 저런 정도로 컴퓨터 활용하는 게 쉽지 않은데…
 

 
12월 9일 첫날
 
선장 외 선원으로는 기관장, 조리장, 나!
오마이 뉴스의 오문수 기자와 '코리아나' 인연이 나보다 앞서지만 이번에 처음 뵙는 박병환 님이 도우미로 승선했다.
조리장은 지난번 항해와 같이 선장 부인 오정순 님, 이렇게 승객이 많을 땐 늘 조리장으로 승선하여 승객의 식사를 책임진다.
그리고 승객은 여수 도원 초등학교 학생 35명, 선생님 9명, 진행팀 2명, 총 52명 승선…
계획 항로는 오전에 사도 접안, 저녁에 안도 서고지 항 기항!
 
출항에 따른 작업은 언제나 비슷한 일의 반복이다.
내용과 진행을 알고 이미 익숙해졌기에 일이 수월하고 시간을 단축한다.
 
10:00 출항
12월, 겨울을 시작하는 계절이라 추위와 풍랑을 걱정했으나 오늘 바다는 기온도 바람도 평화로웠다.
바람 때문에 사도 접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여 곧장 금오도 향한다고 했는데 선장님이 다시 마음을 바꿨다.
 
10:25 제노아 세일 범장과 해장
출항하고 겨우 선내 정리를 마쳤는가 했더니 가막만을 벗어나기도 전에 제노아 세일을 펼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선수 갑판으로 갔더니 승선한 아이들이 기관장 도움으로 윈치를 돌리고 sheet를 끌면서 돛을 펼치고 있다.
오늘은 세일을 꽤 일찍 펼치는구나 싶었는데 백야도를 지나자 이내 서풍으로 풍향이 바뀐다.
아이들에게 타고 있는 배가 범선이라는 느낌만 전해주고 돛을 접었다.
 
우현으로 백야대교가 보인다. 여수반도와 인접한 백야도를 이은 연륙교다.
'코리아나' 호의 오전 항로는 백야도와 제도 사이 바닷길을 통과하여 낭도 외해에 자리 잡은 사도까지이고…
 
백야도를 돌아서면 고흥반도에서 여수까지 바닷길을 육로로 잇는 연륙교 공사 전경이 펼쳐진다.
여수반도의 화양면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거쳐 고흥 영남면을 연결하는 대공사다.
모두 다섯 개의 교량으로 연결하는데 그중 일부는 이미 개통되었다.
 
 
여수 쪽에서는 다시 백야도와 제도, 개도, 월호도, 화태도를 잇는 연륙교를 건설하여 돌산도와 이어지도록 한단다.
2020년이 지나면 고흥에서 여수를 거쳐 돌산까지 건너가는 해상도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섬을 잇는 예쁘고 멋진 다리가 여자만과 가막만을 호수로 만들 날이 머지않았다.
 
12:00 사도 입항
사도 선착장까지 즐겁게 항해했는데 그만 사고가 터졌다.
입항 때 포트 쪽 선수 부분이 선착장으로 쓰는 바지(barge) 모서리에 부딪혀 선체 외판이 파손된 것이다.
 
엔진을 정지하고 타력에 의한 극미속 좌현 접안이었다.
우현 쪽 바람이 심하여 배가 생각보다 선착장 쪽으로 많이 밀리긴 했다.
그러나 선수가 이미 바지 우현에 들어섰는데 정선을 위한 엔진 후진이 좀 늦었나 보다.
충돌을 의식하여 키를 우현으로 틀었는데 kick 영향으로 선미가 좌회두 했다.
결국, forecastle 아래 선창(船窓) 라인 부분이 바지 모서리와 부딪친 것이다.
 
타각을 좌현으로 주었으면 차라리 선수 옆면이 barge를 밀면서 더 안전하게 댈 수 있었는데 안타까웠다.
(사고 후 선장의 판단)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선체 외판이10cm가량 찢어졌다.
내가 선수에서 신호수 역할을 했는데 결과가 이러해지고 보니 무척 난감하다.
 
차라리 선장님은 초연하다.
파손된 부위를 살피더니 남은 항해에 장애가 없다며 접착테이프로 응급 처치할 것을 기관장에게 지시한다.
선박 조종이라는 것이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kick 효과 : 선박의 방향을 바꿀 때 선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선미가 밀리는 효과
타각 : 舵角 선박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 방향타 각도
타력 : 他力 동력 없이 관성에 의해 움직임
forecastle : 선박의 선수 부분
 
 
14:15 사도 출항
금어도를 좌현에 두고 두 시간가량 항해한다.
바다가 조금 익숙해진 아이들은 이제 갑판과 선실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닌다.
 
 
 
 
16:10 서고지 입항
도원초등학교 어린 승객들은 저녁 행사로 동고지 마을 안도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독서 토론캠프를 계획하였다.
접안하지 말자 모두 범선을 떠나 저녁 늦게야 행사 마치고 돌아왔다.
 
범선 항해 체험하며 독서 토론캠프 가진 도원초등학교 http://omn.kr/ouot
 
 
그새 범선에는 서고지 마을 촌장 진광하 님이 맛깔스러운 안줏감 문어 숙회를 만들어 방문했다.
범선에 남은 선장 부부, 기관장, 마을 촌장 부부와 어울려 한 잔 술 곁들며 우리만의 조촐한 선상음악회를 즐긴다.
선박 충돌과 파손에 따라 오후 내내 울적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바다 품으로 녹아들었다.
 
토론캠프 마치고 돌아온 행사 책임자 강채구 대표가 인솔 교사들과 뒤풀이 모임을 하는 바람에 또 게스트로 초청 되었다.
어울리는 분들을 위해 선상 싱어롱으로 바다와 항해 추억을 각인한다.
범선 당직사관 자격으로 자정에 싱어롱을 마치고 불을 껐다.
 

 
12월 10일 둘째 날
 
기상이 점차 나빠져 오후에는 풍랑이 심해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안도에서 계획한 오전 일정을 접고 일찍 서고지 항을 떠난다.
 
08:00 출항
출항 후 한 30여 분가량 빗방울이 흩뿌렸지만 바람은 아직 거세지 않았다.
무심한 선장이 내게 조타를 맡기고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대신 기관장이 옆에 지키고 앉아 이것저것 항해 지혜를 알려준다.
금오도 해안을 지나 월호도 좁은 수역에 다가갈 때까지 내가 조타 당직이었다.
 
월호도를 지나면 여수 앞바다인 가막만이다.
자봉도까지 통과하면 외해의 풍랑이 어떠하던 여수까지 회항 항해에 지장이 없다.
 
11:00 소호 입항
일요일이라 소호 마리나 사무실은 문을 닫았다. 선착장에서 홋줄 잡아달라고 불러낼 만한 도우미가 없다.
내가 선수에서 신호하며 접안 유도하고 선착장 바지선에 근접했을 때 뛰어내려 재빨리 홋줄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무리 없이 선수 뒷줄(fore spring line)을 걸고 뒤쪽에 와서 다시 선미 앞줄(after spring line)을 볼라드(bollard)에 돌려 건다.
이곳 소호 선착장 바지선은 범선 전장의 절반 길이 밖에 되지 않아 bow line이나 stern line을 잡아맬 수가 없다.
옆줄을 당겨 묶어 선착장에 좌현을 바짝 붙인 다음 선수와 선미 쪽에 보강 로프를 추가로 묶는다.
 
mooring line : 홋줄, 계류삭(繫留索), 선박을 항만이나 부표에 묶어주기 위한 줄
 
bow line/head line : 선박의 방향을 바꿀 때 선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선미가 밀리는 효과
stern line : 선미 뒷줄, 선박이 앞으로 이동하지 않게 선미에서 뒤쪽을 묶어두는 줄
breast line : 옆줄, 선박이 항만에 붙도록 옆을 묶어두는 줄(forward breast line, after breast line)
spring line : 배가 앞, 뒤로 이동하지 않도록 묶어두는 보조 줄 (fore spring line/선수 뒷줄, after spring line/선미 앞줄)
 
bollard : 선박의 계선 줄을 항만에 묶어두기 위한 철주
 
범선은 오늘부터 여기서 겨울을 나고 내년 봄까지 항해가 없다.
심한 풍랑에도 떠밀리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닥의 로프로 장력을 분산하면서 단단히 붙들어 매어야 한다.
 
올해의 마지막 승객들은 인사와 함께 모두 하선하여 상륙하였다.
 

 
12:00 범선 수리를 위한 앞 작업
입항을 마쳤지만, 선박 수리를 도와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귀가하기로 했다.
일요일 휴일이었으나 다행히 수리를 도울 용접 엔지니어와 연락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범선과 인연이 있었던 분이다.
오늘 중으로 수리 마칠 수 있도록 오후 방문을 약속했다.
 
 
범선 수리를 위해 앞 작업을 시작한다.
선착장 우현에 매어두었던 바지(barge)를 풀어서 범선 선미 쪽 통과하여 반 바퀴를 돌아 선수 좌현으로 끌고 왔다,
선수 좌현과 선착장 사이에 고정하여 파손 부위 수리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발판을 확보한다.
 
 
 
그다음 범선 수리를 위해 선수 포트 쪽 창고 적재함을 정리한다. 적재물은 대부분 예비 돛이다.
기관장께서 숨겨두었던 일회용 작업복을 꺼내 내게 권한다. 값이야 작지만, 누구에게도 주지 않던 것을 내게 배려한 것이다.
 
기관장과 함께 갑판의 해치를 열어 선창 환기를 하며 창고 작업을 했다.
우선 적재함에 쌓아둔 예비 돛 등을 끌어 내려 공간을 확보하고 충돌 파손 부분 안쪽의 목재 내벽을 핸드 그라인더로 자른다.
충돌 부위의 외판 절단 때 작업이 쉽고 용접 때 불꽃이 옮겨붙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선수 갑판에 전력선 케이블을 연결하고 밤일을 대비해 작업등을 설치한다.
서너 시간 일하여 선박 수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16:30 범선 외판 용접
본격적 수리를 맡을 용접 엔지니어가 왔다.
문상일 님이라고 전에 범선의 육상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범선 비즈니스를 도왔던 분이다.
 
엔지니어가 가져온 도구는 용접 마스크 하나!
가만히 보니 모든 수선 도구는 이미 범선과 선착장으로 이용하는 바지선 선실에 있었다.
스파크 용접기와 용접봉, 공구 등은 선용품으로 늘 선박에 보관하였고 파손된 곳 외판에 용접할 철판은 바지선에 있었다.
 
 
 
 
 
 
 
 
선체의 파손된 곳을 절단하고, 절단면을 막을 철판을 재단하고, 외판 철판과 절단면의 거친 부분을 깎고 갈아낸다.
드디어 용접을 시작한다. 어둠이 덮이면서 아크 용접기의 섬광은 더욱 강렬해진다.
용접이 끝난 뒤 다시 거친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고 다듬어 마지막 방청 페인트칠까지…
20:30에야 범선 수리를 마무리하였다.
 
 
늦은 저녁과 소주 한 잔, 꽤 피곤하지만, 범선 파손된 곳 수리를 마쳐서인지 뿌듯하다.
오늘 밤은 선장께서도 범선에 머무르겠단다. 나와 함께 사우나 들러 샤워 마치고 자정쯤 범선으로 돌아왔다.
 

 
12월 11일 셋째 날
 
평소보다 약간 느지막이 일어났지만,
식전 일로 어제부터 말썽을 일으켰던 육상 전력 연결 커넥터를 분해하여 문제점을 확인하고 깨끗이 고쳤다.
 
아침 뒤에 여천 공용버스 정류장까지 선장님이 배웅해 준다.
드디어 올해 항해가 끝났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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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1월 2일, '코리아나' 호 선장님이 전화를 주었다.
 
부부께서 연말에 베트남 여행 다녀왔다고 근황을 전하며,
올해 항해계획을 이야기하던 중에 기관장 안부를 알려주었다.
작년 말로 그동안 노고를 접고 '코리아나' 호의 기관장을 그만두셨다고…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 활동 지역 : 강북구(江北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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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