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지식놀이터 :: 【 이일걸의 지식창고
경상일보 태화강     【이일걸의 지식창고】 2018.06.29. 11:17 (2018.06.29. 11:16)

영축사지(靈鷲寺址) 발굴 유감

 
신라 고승들의 이야기 가득한 대가람 / 발굴 중 확장한 도로가 절터 가로질러 / 옛 길 되살려 영축사 제대로 복원해야
울산을 상징하는 문수산 아래 영축사 발굴이 2012년부터 1·2차 후, 3차 발굴이 진행 중이다. 이미 금당지와 중문지 및 무너진 동·서탑지를 확인했다. 어릴 때인 1960년 대 초에 문수암에 오른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영축사의 두 탑이 온전했다. 냇가를 따라 올랐는데 흰 화강암의 큰 괴석이 무수히 많아 경치가 일품이었다. 그 후 바위를 깨어 축대 돌로 사용하는 바람에 바위가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통일신라의 위용을 뽐내던 영축사의 두 탑도 1970년 대 초에 도굴을 당해 기울기 시작하더니 기단석을 빼내 논의 축대로 사용하는 등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두 탑의 보호에 힘썼더라면 청송사지 석탑처럼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을 텐데….
 
영축사는 신라 신문왕 3년인 683년에 재상 충원공이 이곳에 있던 현청을 옮기고 창건했다는 설화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또한 법흥왕 14년(527년)에 낭지법사가 이곳 영취산에서 설법을 했으며, 문무왕 원년(661년)에 사미 지통이 낭지법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낭지가 영축산에 온지 135년이 되는 해였다. 영축사기에는 “낭지법사가 이 절터를 가섭부처 때의 절터”라고 했으며, 원효와 지통이 낭지법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특히 원효는 영축사 서북쪽에 있는 반고사에 머물 때 낭지법사를 자주 찾아뵈었다. 낭지법사는 일찍이 구름을 타고 중국 불교의 영산인 청량산(오대산)을 오가곤 했는데, 영축산 역시 보살이 사는 제10법운지였다.
 
원성왕 시기(785~799년)에 고승 연회가 영취산에 숨어 살면서 법화경을 읽고 보현관행을 닦았으며, 낭지법사의 전기를 지었다. 원성왕이 연회를 국사로 삼고자하니 연회가 암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 때 아니점에서 변재천녀를 만나고, 문수점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마음을 돌리어 국사의 봉함을 받았다고 했다. 이미 변재천녀 이야기는 낭지법사 때부터 나타나고 있다. 당시 낭지법사를 기리기를 “생각컨대 바위 사이에 백 년 동안 숨어살며 높은 이름 일찍이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산새의 한가로운 지절거림을 금할 수가 없으니 구름을 타고 오고가던 일이 알려 졌다네.” 헌강왕(875~886년) 때는 처용을 위해 문수산 동쪽에 망해사를 지었다.
 
이와 같이 삼국유사에 전하는 영축산을 둘러싼 신라 고승들의 이야기는 경주 남산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외국 사신이 오면 서라벌에 가기 전에 반드시 영축사에 들렀다는 기록으로 볼 때, 영축사의 위치가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영축사지의 크기도 보통 절의 수준이 아닌 대가람의 크기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실망스러운 점은 영축사지 발굴 후 확장한 도로가 영축사지를 절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굴한 중문지의 위치로 보아도 본래의 문수산 오르는 길은 영축사의 청룡에 해당하는 동편 산줄기가 아닌 하천 따라 오르는 길이 분명해진다. 신라시기부터 위용을 자랑하던 영축사의 쇠락도, 안영축마을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도 동쪽 산줄기인 청룡맥을 일제가 끊은 탓이 아닐까. 이미 일제는 비행장을 만든다는 구실로 뛰어난 인재의 출현을 상징하는 고향의 삼산 바위산을 뭉개 버렸다.
 
바깥 영축에 지었던 아파트 공사 때 문수암에 오르는 길을 연장하여 하천 따라 길을 확장하고,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영축사 가는 길’을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동쪽 산줄기인 청룡맥을 막고 복원하여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영축사를 복원하는 것이 후손인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 여하튼 태화루 복원에 이어 울산의 명물을 또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대해본다.
【작성】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 활동 지역 : 관악구(冠岳區)
▣ 지식창고
(A) 내 지식자료
Ο 다큐먼트작업
about 이일걸의 지식창고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