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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 【 이일걸의 지식창고
경상일보 태화강     【이일걸의 지식창고】 2018.06.29. 14:00 (2018.06.29. 14:00)

장래가 걱정되는 우리말과 문자 표기 정책

 
우리 생활 깊숙이 넘쳐나는 외래어는 민족 전통과 언어 주체성 해치는 행태 / 외래어표기법 고쳐 망국적 현상 시정을
신문을 보거나 서울 시내를 다니면 불편한 마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네 어귀의 커피 집 간판부터 영어투성이다. 스타벅스 체인점은 아예 ‘Starbucks’로 간판을 내걸었다. 고층 주거지역엔 ‘Hillstate’ ‘Xi’ ‘Castle’ 등의 영문자로 표기한 아파트뿐이다. 한글 병용도 없다. 대기업인 현대건설, GS, 롯데건설 등이 건설한 아파트다. 왜 이렇게 외래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 우리 고유말보다 외래어 명칭을 표기하면 고급아파트라는 인식과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사대주의 근성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국가의 품격이나 문화의 정체성을 뒷전에 두고, 오직 자본축적에만 몰두한다.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중국과 일본인의 이름을 현지 음으로 표기하고 있다. 더구나 전문적인 학술기사를 보자. 2007년 홍산 유적을 답사하고 쓴 이모 교수와 이모 기자의 기사 내용이다. ‘동이와 한족의 격전지 청쯔산·싼줘덴 유적’이란 제목 하에 “시랴오허 상류, 싼줘덴 유적, 라오허, 랴오둥반도, 네이멍구, 우한치 다덴즈 유적”이라는 기사였다. 이 중 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랴오둥반도와 네이멍구 정도다. 우리의 말과 문자 표현이 이렇게 혼란을 자초한 근거는 1986년 1월 문교부가 고시한 ‘외래어표기법’(고시 제85호-11호) 때문이다. “중국 인명·지명은 과거인과 역사지명으로 쓰이지 않은 것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현대인·현지 지명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며, 일본의 인명·지명은 구분없이 일본어 표기에 따르며, 필요한 경우에 한자를 병기한다”는 규정에 의거해 모든 언론들이 종전의 편리한 관행을 무시하고 ‘모택동(毛澤東)을 마오쩌둥, 주은래(周恩來)를 저우언라이, 습근평(習近平)을 시진평,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이토 히로부미’로 표기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1986년 당시 문교부장관은 손재석씨이고, 차관은 김찬재씨였다. 외래어표기법의 최종 결정자들로, 손씨는 서울대에서 수학 후 모교 교수, 하버드대 교환교수, 유엔총회 한국대표를 역임했다. 김씨는 서울대 영문학사 출신이고 문교부정책실장을 거쳤다. 이들이 왜 종전의 편리한 표기법을 무시하고 이 악법에 도장을 찍었을까. 다만 당시의 상황을 추정해보면 첫째, 한글전용자들의 영향으로 우리의 문자인 한자(漢字)는 남의 나라 문자이고, 한글만이 우리말이라는 편견이다. 둘째, 1939년 조선총독부가 당시 경성방송국에 내린 일본한자음 사용령(己卯妄發令) 처럼 동경(東京)을 도쿄로 발음하라는 일본어상용령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셋째, 1990년대 초반까지는 강택민(江澤民)을 강택민이라 방송하였으나 1995년 11월14일 저녁 뉴스에서 KBS는 강택민을 ‘장쩌민’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이와 같이 아파트 명칭과 상점의 외래어 남용과 악법이 된 ‘외래어표기법’의 폐해는 우리 민족의 전통을 파괴하고 언어 주체성을 망각한 정책이다. 이런 현상이 오래가면 우리 문화와 학문체제가 미·중·일의 종속화를 가져온다. 즉 잊혔던 식민지근성과 사대주의 현상이 사방에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의 시정을 위해 ‘외래어표기법’의 개정이 시급하며, 아파트나 상점의 상호에 외래어를 그대로 표기할 경우 별도의 사용료를 내는 법안을 국회가 발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국립국어연구원은 이와 같은 망국적인 현상에 대한 시정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작성】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 활동 지역 : 관악구(冠岳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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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