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대를 내 모르랴 무산(巫山)의 신녀(神女)로다.
3
속세를 제 것이라 생각하고 누굴 위하여 내려왔나
4
얼굴 모습은 배꽃 한 가지에 달빛이 절로 흘러드는 듯
5
백사 장강(白沙長江)의 해당 춘백(海棠春栢)이 흩어져 피어 있는 듯
6
눈썹은 청계학(靑溪鶴)을 탄 도사(道士)가 청학동(靑鶴洞)으로 날아드는 듯
7
씩씩한 해동청(海東靑)이 벽해(碧海)를 지나가는 듯
8
머리는 조양 태수(潮陽太守)가 남천(南遷)할 때 형산(衡山) 구름을 헤치며 내닫는 듯
9
붉은 입술과 눈처럼 흰 이로 반(半)쯤 웃는 모습은
10
선궁 삼색 도화(仙宮三色桃花)가 하룻밤 빗 기운에 절로 피어 가는 듯
11
은색 병풍 속에 앉은 모양은 월중 항아(月中姮娥)가 계수(桂樹)나무에 기대 있는 듯
12
한(漢)나라 조비연(趙飛燕)이 피풍대(避風臺) 속에 옷을 여미고 앉아 있는 듯
13
꿈 깨어 잠결을 못 이겨 화관(花冠)이 단정(旦正)하니
14
명기(明妓)가 변방 오랑캐 땅에서 한나라 궁궐을 그리는 듯
15
일곡(一曲) 청상(淸商)으로 가는 길을 잊은 듯
17
이궁(離宮) 소식을 묻지 못해 허튼 시름을 품은 듯
18
녹의황상(綠衣黃裳)을 반(半)쯤 헤친 모양은
19
도연명(陶淵明)의 율리(栗里) 삼경(三逕)에 송국(松菊)이 흐트러져 있는 듯
20
기양(岐陽) 사동(絲桐) 속에 노래 소리는
21
두습유(杜拾遺)가 곡강모춘(曲江暮春)에 난일평무(暖日平蕪)에 완완행(緩緩行) 하는 듯
22
천태산(天台山) 녹라월(緣蘿月)의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우는 소리가 구름 속에 흐르는 듯
23
춤추는 모양은 미앙궁(末央宮) 늘어진 버드나무가 자다가 굽이치는 듯
24
서시(西施)가 고소대(姑蘇臺) 위에 흥겨워 노니는 듯
25
향산거사(香山居士)가 옥란(玉蘭)에 붙들려 약한 모습 보이는 모습은
26
임처사(林處士)가 서호의 눈 오는 밤에 매화 가지를 잡고 노니는 듯
27
교태를 못 이겨 백사각(白紗閣) 주위를 오며가며 하는 모습은
28
요대(瑤臺)에 잔치 끝나 양왕과 궁녀(梁王宮女)가 내려오는 듯
29
칠월 칠일 날 오작교에 주저주저하며 직녀가 이르는 듯
30
사안석(謝安石)이 기생의 손을 잡고 동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듯하구나.
31
* 조비연(趙飛燕) : 한나라 성제의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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