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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항사 (陋巷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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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년 (광해 3)
박인로
1
누항사 (陋巷詞)
 
 
2
어리고 우활(迂闊)할사 이 내 위에 더니 없다
3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하늘께 맡겨두고
4
누항(陋巷) 깊은 곳에 초가집을 지어놓고
5
바람부는 아침과 비내리는 저녁에 썩은 짚이 땔감이 되어
6
서 홉 밥과 닷 홉 죽에 연기가 많구나
7
설 데운 숭늉으로 빈 배를 속일 뿐이로다
8
내 생이 이러하다 하여 장부 뜻을 바꿀런가
9
안빈일념 적게나마 지니고서
10
옳게 살고자 하나 날이 갈수록 어긋나는구나
11
가을에도 부족한데 봄이라고 여유가 있겠으며
12
주머니가 비었는데 술병인들 담겼으랴?
13
빈곤한 인생이 이 세상에 나뿐이라
 
14
굶주리고 헐벗음이 내 몸을 괴롭힌들 일편단심을 잊을는가
15
의에 분발하여 내 몸을 잊고, 죽어야 말겠노라고 마음 먹어
16
전대와 망태에 한줌 한줌 모아 넣고
17
전쟁 오년에 감히 죽고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18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 몇 백 전을 치루었던가?
19
내 한 몸이 겨를이 있어 집안을 돌보겠는가?
20
늙은 종은 하인과 주인의 분수를 잊었는데
21
내게 봄이 왔다고 일러줄 걸 어떻게 기대하겠나?
22
농사 일은 마땅히 머슴에게 물어야 하는데, 누구에게 물을 건가?
23
몸소 농사 짓는 것이 네 분수인 줄을 알겠노라
 
24
잡초가 난 들에서 밭을 갈던 늙은이와, 밭둑 위에서 밭 갈던 늙은이를
25
천하다 할 사람은 없지만 아무리 갈고자 한들 어느 소로 갈 것인가?
26
가뭄이 심하여 농사철이 다 늦은 때에
27
서쪽 언덕 높은 논에 잠깐 지나가는 비에
28
길 위에 흘러내리는 근원없는 물을 반쯤만 대어두고
29
소 한번 빌려주마하고 탐탁찮게 하는 말씀
30
친절하다 여긴 집에 달도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 가서
31
굳게 닫은 문 밖에 멀리 혼자 서서
32
큰 기침 '에헴' 소리를 오래도록 한 뒤에
33
"어와 그 뉘신고?" 묻는 말에, "염치없는 저올시다." 대답하니
34
"초경도 거의 지났는데 그 어찌 와 계신고?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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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구차한 줄 알건마는
36
소 없은 가난한 집에 걱정이 많아 왔습니다." 하니
37
"거저로나 값을 치거나 빌려줄 만도 하지만
38
다만 어젯밤에 건넛집 저 사람이
39
목 붉은 수꿩을 구슬같은 기름에 구어내고
40
갓 익은 삼해주(三亥酒)를 취하도록 권하거든
41
이러한 은혜를 어이 아니 갚을런고?
42
내일로 빌려주마 하고 큰 언약을 하였거든
43
약속을 어겨 미안하니 말씀드리기 어렵구려." 라 한다.
44
사실이 그렇다면 설마 어이할가?
45
헌 갓을 눌러 쓰고 축 없는 짚신에, 맥없이 물러나니
46
풍채(風採) 적은 모습에 개만 짖을 뿐이로다
 
47
작고 누추한 집에 들어간들 잠이 와서 누었으랴
48
북창에 기대고 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49
무정한 오디새는 이 내 한을 돋구누나
50
아침이 마칠 때가지 슬퍼하며 먼 들을 바라보니
51
즐기는 농부의 노래소리도 흥이 없어 들려오누나
52
세상 인심 모르는 한숨은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53
아까운 저 쟁기는 볏의 빔도 좋을시고
54
가시 엉긴 묵은 밭도 쉽게 갈 듯 싶은데
55
텅빈 집의 벽에 쓸 데 없이 걸렸구나
56
봄갈이도 거의 끝나간다. 팽개쳐 던져두자.
 
57
자연을 벗삼아 살겠다는 꿈을 꾼 지도 오래더니
58
먹고 사는 일이 거리낌이 되어, 슬프게도 잊었도다
59
저 냇가를 보건대 푸은 대나무가 많기도 하구나.
60
교양있는 선비들아 낚싯대 하나 빌려라.
61
갈대꽃 깊은 곳에 명월청풍(明月淸風) 벗이 되어
62
임자 없은 풍월강산(風月江山)에서 절로절로 늙으리라.
63
무심한 백구야 오라하며 말라하랴
64
다툴 이 없는 것은 다만 이 뿐인가 하노라
 
65
무상(無狀)한 이 몸에 무슨 갸륵한 뜻 있으랴마는
66
두 세 이랑 밭논을 다 묵혀 던져두고
67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 망정
68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 않겠노라
69
내 빈천(貧賤) 슬퍼 여겨 손을 저어 쫗은들 물러갈 리 있겠으며,
70
남의 부귀(富貴) 부럽게 여겨 손을 쳐서 부른 들 나올건가?
71
인간 어느 일이 목숨 밖에서 생겨났는가?
72
가난하여도 원망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 하건마는
73
내 생애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노라
74
한 도시락 밥과 한 표주박의 물도 만족하게히 여기노라
75
평생 한 뜻이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는 없노라.
76
태평천하(太平天下)에 충효(忠孝)를 일삼아
77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있음을 그르다 할 사람 누가 있으랴?
78
그 밖에 나머지 일이야 타고난 대로 살아가려 하노라
【원문】누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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