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천지(天地) 조판(肇判)하매 일월성신 비치거다.
5
동지․하지․춘․추분은 일행(日行)을 추측하고
6
상현․하현․망․회․삭은 월륜(月輪)의 영휴(盈虧)로다.
10
매삭에 두 절후가 일망(一望)이 사이로다.
11
춘하추동 내왕하여 자연히 성세(成歲)하니
13
천시(天時)를 밝혀 내어 만민을 맡기시니
14
하우씨 오백년은 인월(寅月)로 세수(歲首)하고
15
주나라 팔백년은 자월(子月)로 신정(新定)이라.
17
한서온량(寒暑溫凉) 기후 차례 사시에 맞아 드니
20
정월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기로다.
23
어와 우리 성상 애민(愛民) 중농(重農) 하오시니
24
간측하신 권농 윤음 방곡(坊曲)에 반포하니
26
네몸 이해 고사(姑捨)하고 성의(聖儀)를 어길소냐
27
산전수답(山田水畓) 상반(相半)하여 힘대로 하오리라.
31
일년지계 재춘하니 범사(凡事)를 미리하라.
32
봄에 만일 실시하면 종년(終年) 일이 낭패되네.
33
농기(農器)를 다스리고 농우(農牛)를 살펴 먹여
39
실과 나무 보굿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40
정조(正朝)날 미명시(未明時)에 시험조로 하여 보자.
41
며느리 잊지 말고 소국주(小麴酒) 밑하여라.
42
삼촌 백화시에 화전 일취(花前 一醉) 하여 보자.
43
상원(上元)날 달을 보아 수한(水旱)을 안다하니
44
노농(老農)의 징혐(徵驗)이라 대강은 짐작느니.
46
새 의복 떨쳐 입고 친척 인리(隣里) 서로 찾아
48
와삭버석 울긋불긋 물색(物色)이 번화(繁華)하다.
51
사당(祠堂)에 세알(歲謁)하니 병탕에 주과로다.
53
보기에 신선하여 오신채(五辛菜)를 부러하랴.
55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肉味)와 바꿀소냐.
56
귀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60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64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萌動)한다.
67
보쟁기 차려 놓고 춘경(春耕)을 하오리라.
68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春麰)를 많이 갈고
71
원림(園林)을 장점(粧點)하니 생리(生利)를 겸하도다.
75
장원(牆垣)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76
안팎에 쌓인 검불 정쇄(情灑)히 쓸어 내어
78
육축(六畜)은 못다하나 우마계견(牛馬鷄犬) 기르리라
82
본초(本草)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84
창백출(蒼白朮) 당귀(當歸) 천궁(川芎) 시호(柴胡) 방풍(防風) 산약(山藥) 택사(澤瀉)
88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92
화간(花間)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93
미물도 득시(得時)하여 자락(自樂)함이 사랑홉다.
95
우로(雨露)에 감창(感愴)함을 주과로나 펴오리라.
97
점심밥 풍비(豊備)하여 때맞추어 배불리소.
98
일꾼의 처자권속(妻子眷屬) 따라와 같이 먹세.
99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斗穀)을 아낄소냐.
100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103
약한 싹 세워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104
백곡 중 논 농사가 범연(泛然)하고 못하리라.
105
포전(浦田)에 서속(黍粟)이요 산전에 두태(豆太)로다.
107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相換)하소.
109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治圃)를 아니할까.
111
담 근처에 동과(冬瓜) 심어 가자(架子)하여 올려 보세.
112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116
외 밭을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117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119
어와 부녀들아 잠농(蠶農)을 전심하소.
120
잠실을 쇄소(灑掃)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123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果木)을 접하나니
124
단행(丹杏) 인행(仁杏) 울릉도며 문배 찜배 능금 사과
125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자접이 잘 사나니
126
청다대 정릉매는 고사(古査)에 접을 붙여
127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 올려 들여 놓고
128
천한(天寒) 백옥(白屋) 설한 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133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134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랒 으아리를
137
산처(山妻)의 준비함이 가효(佳肴)가 이뿐이라.
139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140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142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144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147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을 적게 하고
148
갈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150
농량(農糧)이 부족하니 환자(還子) 타 보태리라.
156
이때를 승시(乘時)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157
도랑 쳐 물길 내고 우루처(雨漏處) 개와(蓋瓦)하여
158
음우(陰雨)를 방비하면 뒷근심 더 없나니
162
천만이 일심하여 봉왕(蜂王)을 옹위(擁衛)하니
163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분의(君臣分義) 깨닫도다.
167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170
촉고(數 )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172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174
오월이라 중하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175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니
177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打麥場) 하오리라.
180
불고 쓴 듯하던 집안 졸연(卒然)히 흥성하다.
181
담석(擔石)에 남은 곡식 하마 거의 진하리니
182
중간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新舊相繼) 하겠구나.
185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190
잠농(蠶農)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193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曝陽)에 말리니
195
색색이 분별하여 일이분(一二分) 씨로 두고
198
사랑홉다 자애 소리 금슬(琴瑟)을 고루는 듯.
199
부녀들 적공(積功)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200
오월 오일 단옷날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하다.
202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203
목맺힌 영계 소리 익힘벌로 자로 운다.
204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鞦韆)을 말려니와
205
청홍상(靑紅裳) 창포비녀 가절을 허송마라.
206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207
상천이 지인(至仁)하사 유연히 작운(作雲)하니
214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 내가 함세.
215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217
맨드라미 봉선화는 네 사전(私錢) 너무 마라.
221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224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225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227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 소리 난다.
229
늦은 콩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 들여
230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233
그 중에 면화밭은 인공(人功)이 더 드나니
235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236
날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237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239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坐次)를 정한 후에
240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먹저 먹세.
241
반찬이야 있고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242
청풍에 취포(醉飽)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243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244
오조 이삭 청태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245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246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250
이슬 아침 외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251
그늘 곁에 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꼬기라
253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 적 백성이라.
259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261
가묘(家廟)에 천신(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 보세.
263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국(流頭 )을 켜느니라.
265
옥수수 새맛으로 일없는 이 먹여 보소.
267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268
비오면 덮어 두고 독 전을 정히 하소.
271
고운 삼 길삼하고 굵은 삼 바 드리소.
273
산전(山田)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275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276
화성(火星)은 서류(西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277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279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281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루(離別淚)가 비가 되어
283
아미(蛾眉)같은 초생달은 서천(西天)에 걸리거다.
288
낫 벼려 두렁 깎기 선산(先山)에 벌초(伐草)하기
291
밭가에 길도 닦고 복사(覆砂)도 쳐 올리소.
294
가시울 진작 막아 허술함이 없게 하소.
299
곡식(穀食)도 거풍(擧風)하고 의복(衣服)도 폭쇄(曝 )하소.
300
명주 오리 어서 뭉쳐 생량전(生凉前) 짜아내소.
301
늙으신네 기쇠(氣衰)하매 환절때를 근심하여
302
추량(秋?)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하소.
305
실가(室家)의 골몰(汨沒)함이 일변은 재미로다.
307
박 호박 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308
겨울에 먹어 보소 귀물(貴物)이 아니 될까.
312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313
북두성 자조 돌아 서천(西天)을 가리키니
314
선선한 조석(朝夕) 기운 추의(秋意)가 완연(宛然)하다.
315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317
백곡을 성실(成實)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318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功生)한다.
320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黃雲)이 일어난다.
321
백설 같은 목호송이 산호 같은 고추 다래
323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구 장만하소.
324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325
나무꾼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330
부모님 연만(年晩)하니 수의(隧衣)도 유의하고
331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婚需)하세.
332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器皿)이라.
334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打作)하고
335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作錢)하라.
336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337
북어(北魚)쾌 젓조기로 추석 명일 쇠어 보세.
338
신도주(新稻酒)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339
선산(先山)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341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342
초록 장웃 반물 치마 장속(裝束)하고 다시보니
343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蘇復)이 되었느냐.
344
중추야(仲秋夜) 밝은 달에 지기(志氣) 펴고 놀고 오소.
345
금년 할일 못다하니 명년(明年) 계교(計較) 하오리라.
346
밀대 베어 더운갈이 모맥(牟麥)을 추경(秋耕)하세.
347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348
인공(人功)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349
반각(半刻)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351
구월이라 계추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355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秋光)을 자랑한다.
356
구월구일 가절이라 화전(花煎) 천신(薦新)하세.
357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追遠報本) 잊지 마소.
358
물색(物色)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359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床)에 탯돌이라.
363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366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를 따로 두소.
370
뒷목추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371
일변(一邊)으로 면화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372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375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376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黃鷄) 백주(白酒) 부족할까.
377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上饌)으로 차려 놓고
380
한가을 흔한 적에 과객(過客)도 청하나니
384
아무리 다사(多事)하나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385
조핏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387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388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389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農功)을 필하여도
390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392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 淡)을 맞게 하소.
393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395
양지에 가가(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396
박이무우 아람 마름도 얼잖게 간수하소.
398
창호(窓戶)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400
깍짓동 묶어 세고 과동시(過冬柴) 쌓아 두소.
402
술빚고 떡 하여라 강신(降神)날 가까웠다.
403
꿀 꺾어 단자(團子)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404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豊備)하다.
405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鋪陳)
406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하소.
408
북치고 피리부니 여민락(與民樂)이 제법이라.
409
이풍헌(風憲) 김첨지(僉知)는 잔말 끝에 취도(醉倒)하고
410
최권농(勸農) 강약정(約正)은 체골(體滑)이춤을 춘다.
411
잔진지(盞進之)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412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413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덕인고.
415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飢寒)을 면하도다.
416
향약(鄕藥)은 못하여도 동헌(洞憲)이야 없을소냐.
417
효제충신(孝悌忠信)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418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420
천신만고(萬苦) 길러내어 남혼 여가 필하오.
421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432
남남끼리 모인 동서(同參) 틈나서 하는 말을
433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歸順)하리.
434
행신(行身)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435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437
하물며 상하분의(上下分義) 존비(尊卑)가 현격(懸隔)하다.
440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441
일년의 환자(患者) 신역(身役) 그 무엇 많다 할꼬.
442
한전(限前)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443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分等)하니
444
소출(所出)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445
그러나 못 먹으면 재(災) 줄여 탕감(蕩減)하리.
446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王稅)를 거납(拒納)하랴.
447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各姓)이 거생(居生)하여
449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喪葬) 우환(憂患) 보살피며
450
수화(水火)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有無相貸) 서로 하여
451
남보다 요부(饒富)한 이 용심(用心) 내어 시비(是非) 말고
452
그 중에 환과고독(鰥寡孤獨) 자별(自別)히 구휼(救恤)하소.
453
제각각 정한 분복(分福) 억지로 못하나니
456
주색잡기(酒色雜技) 하는 사람 초두(初頭)부터 그리할까.
457
우연히 그릇 들어 한 번하고 두 번하면
459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
461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462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464
몇 섬은 환(換)하고 몇 섬은 왕세(王稅)하고
465
얼마는 제반미(祭飯米)요 얼마는 씨앗이며
466
도지(賭地)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467
시곗(市契)돈 장릿(長利)벼를 낱낱이 수쇄(收刷)하니
469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農糧)이나 여투리라.
470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朝飯夕粥) 다행하다.
471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472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474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475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476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477
공채(公債) 사채(私債) 궁당(弓當)하니 관사(官使) 면임(面任) 아니 온다.
479
단귀(短晷)에 조석(朝夕)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481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482
자란 아이 글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483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室家)의 재미로다.
484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486
갓 주어 받은 거름 자조 쳐야 모이나니.
488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489
설중(雪中)의 봉만(峰巒)들은 해저문 빛이로다.
491
집안의 여인들은 세시의복(歲時衣服) 장만할 제
492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무색 들여 내니
493
자주 보라 송화색(松花色)에 청화(靑華) 갈매 옥색(玉色)이라.
496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499
세육(歲肉)은 계를 믿고 북어를 장에 사서
500
납평(臘平)날 창애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502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生栗)이라.
503
주준(酒樽)에 술 들으니 돌틈에 샘물 소리
504
앞 뒷집 타병성(打餠聲)은 예도 나고 제도 난다.
505
새등잔 세발심지 장등(長燈)하여 새울 적에
509
종년근고(終年勤苦) 한다 하나 그 중에 낙이 있네.
510
위로는 국가(國家) 봉용(奉用) 사계(私系)로 제선(祭先) 봉친(奉親)
511
형제 처자 혼상(婚喪) 대사 먹고 입고 쓰는 것이
512
토지 소출(所出) 아니라면 돈지당을 어이할꼬.
514
배 부려 선업(船業)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515
전당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계(遞計)놓기
518
파락호(破落戶) 빚꾸러기 살던 곳 터도 없다.
521
수한풍박(水旱風雹)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
522
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家率)이 일심하면
523
아무리 살년(殺年)에도 아사는 면하느니
524
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騷動)할 뜻 두지 마소.
525
황천(皇天)이 지인(至仁)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
526
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假令)하면
529
하소정(夏小正) 빈풍시( 風詩)를 성인이 지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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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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