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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언사 (萬言詞) ◈

해설본문 
1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보소
2 인생 천지간에 그 아니 느껴온가
3 평생을 다 살아도 다만지 백년이라
4 하물며 백년이 반듯기 어려우니
5 백구지과극이요 창해지일속이라
6 역려 건곤에 지나가는 손이로다
7 빌어온 인생이 꿈의 몸 가지고서
8 남아의 하올 일을 역력히 다 하여도
9 풀 끝에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10 어와 내 일이야 광음을 헤어보니
11 반생이 채 못되어 六六에 둘이 없네
12 이왕 일 생각하고 즉금 일 헤아리니
13 번복도 측량없다 승침도 하도할사
14 남대되 그러한가 내 홀로 이러한가
15 아무리 내 일이라 내 역시 내 몰라라
16 장우단탄 절로 나니 도중상감 뿐이로다
 
17 부모생아 하오실 제 제 죽은 나를 나으시니
18 부귀공명 하려던지 절도고생 하려던지
19 천명이 기압던지 선방으로 서험한지
20 일주야 죽은 아해 홀연히 살아나네
21 평생길흉 점복할 제 수부강녕 가졌으니
22 귀양 갈 적 있었으며 이별순들 있었으랴
23 빛난 채의 몸이러니 노래자를 효측하여
24 부모앞에 어린 체로 시름 없이 자라더니
25 어와 기박하다 나의 명도 기박하다
26 십일세에 자모상에 호곡애통 혼절하니
27 그때나 죽었더면 이때 고생 아니 보리
28 한번 세상 두번 살아 인간행락 하려던지
29 종천지통 슬픈 눈물 매봉가절 몇 번인고
30 십년양육 외가은공 호의호식 그렸으랴
31 잊은 일도 많다마는 봉공무하 함이로다
32 어진 자당 들어오셔 임사지덕 가지시니
33 맹모의 삼천지교 일마다 법이로다
 
34 증모의 투저함은 날 믿어 아니시리
35 설리에 읍죽함은 지성이 감천이요
36 백이의 부마함은 효자의 할 바로다
37 입신하여 양명함은 문호의 광채로다
38 행세의 으뜸 일이 글 밖에 또 있난가
39 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40 세세히 숙독하고 자자이 외웠으니
41 읽기도 하려니와 짓긴들 아니하랴
42 삼월춘풍 화류시와 구추황국 단풍절에
43 소인묵객 벗이되어 음풍영월 일삼을 제
44 당시의 조격이요 송명시의 재치로다
45 문여필이 한가지라 어느 것이 다를손가
46 짓기도 하려니와 쓰긴들 아니하랴
47 번화감제 부벽서와 사치공자 병풍서를
48 왕우군의 보체런가 조맹부의 축체런가
 
49 여러가지 잘하기로 일시재동 일컫더니
50 오매구지 요조숙녀 전전반측 생각하니
51 동방화촉 늦어간다 이십년에 유실이라
52 유폐정정 법을 받아 삼종지의 알았으니
53 내조에 어진 처는 성가할 징조로다
54 유인유덕 우리 백부 구세동거 효측하여
55 일가지내 한데 있어 감고우락 같이 하니
56 의식분별 뉘 아던가 세간구처 내 몰래라
57 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귀댁 어디어디
58 장군문하 막빈인가 승상부중 기실인가
59 천금준마 환소첩은 소년 놀이 더욱 좋다
60 자극맥상 번화성은 나도 잠간 하오리다
61 이전 마음 전혀 잊고 호심광홍 절로 난다
62 백마왕손 귀한 벗과 유협경박 다 따른다
63 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라 알려지다
 
64 삼청운대 광통굔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65 화조월석 빈 날 없이 주사청루 거닐 적에
66 만준향료 진취하고 절대가인 침닉하여
67 취대라군 고운 태도 청가묘무 회롱할 제
68 풍류호사 괴 뉘신고 주중선군 부러하랴
69 만사무심 잊었더니 일조홀연 양심 나네
70 소년놀이 그만하자 부모근심 깊으시다
71 맥상번화 자랑마라 구리화도 늦어간다
72 옛마음 다시 나서 하던 공부 고쳐하여
73 밤을 새워 낮을 이어 일시불철 하난고야
74 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75 수삼년을 각고하니 무식지인 면하거다
 
76 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77 어악원에 들어가서 금문옥계 문을 열어
78 디미니 천하온 몸이 천문근처 바랐으리
79 금의를 몸에 감고 옥식을 베고 있어
80 부귀에 싸였으며 번화에 잠겼세라
81 일진 겸대 삼사처는 궁임뿐이 아니로다
82 복과재생이라 소심봉공 잘못하여
83 삭관퇴거 하온 후에 칠일옥중 지내오니
84 곱던 의복 무색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85 망극천은 가이 없어 희극환비 눈물 난다
86 어와 과분하다 천은도 과분하다
87 궁임겸대 망극천은 생각사록 과분하다
88 번화부귀 고쳐하고 금의 옥식 다시하여
89 장안 도상 넓은 길로 비마경구 다닐 적에
90 소비친척 강위친은 예로부터 일렀나니
91 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92 입신도 되다하고 양명도 하다하리
93 만사여의 하였으니 막비천은 모를소냐
94 충칙진명 알았으니 쇄신보국 하려던지
95 졸부귀가 불상이라 곤마복중 되겠고야
96 극성즉필패하고 흥진즉비래니라
97 다 오르면 나려오고 가들하면 넘치나니
98 호사가 다마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99 인간작죄 많이 하여 화전중화 되었는지
100 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성벽력 급히치니
101 삼혼칠백 날아나서 천지인사 아올소냐
102 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근 칼을 쓰고
103 수쇄족쇄 하온 후에 사옥 중에 드단말가
104 나의 죄를 헤아리니 여산여해 하겠고야
105 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106 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겸전 하잤더니
107 한 번 일을 그릇하고 불충불효 다 되겠다
108 회서자이 막급이라 뉘우친들 무상하리
109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110 어디서 식록지신이 죄 짓자 하랴마는
111 대액이 당전하니 눈조차 어둡고나
112 마른 섶을 등에 지고 열화에 듐이로다
113 재가 된들 뉘 탓이리 살 가망 없다마는
114 일명을 꾸이오셔 해도에 보내시니
115 어와 성은이야 가지록 망극하다
 
116 강두에 배를 대어 부모친척 이별할 제
117 슬픈 눈물 한숨소리 막막수운 머무는 듯
118 손잡고 이른 말씀 좋이 가라 당부하니
119 가슴이 막히거든 대답이 나올소냐
120 여취여광하여 눈물도 하직이라
121 강상에 배 떠나니 이별 시가 이 때로다
122 산천이 근심하니 부자 이별 함이로다
123 요도일성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124 일대장강이 어느덧 가로 서라
125 풍편에 우는 소리 긴 강을 건너 오네
126 행인도 낙루하니 내 가슴 미어진다
127 호부일성 엎더지니 애고 소리 뿐이로다
128 규천고지 아모련들 아니 갈길 되올소냐
129 범 같은 관차들은 수이 가자 재촉하니
130 할 일 없어 말게올라 앞 길을 바라보니
131 청산은 몇 겹이며 녹수는 몇 구빈고
132 넘도록 뫼이거늘 건너도록 물이로다
133 석양은 재를 넘고 공산이 적막한데
134 녹음은 우거지고 두견이 제혈하니
135 슬프다 저 새소리 불여귀는 무삼일고
136 네 일을 이름이냐 내 일을 이름이냐
137 가뜩이 헛튼 근심 눈물에 젖었어라
138 만수에 연쇄하니 내 근심 먹음은 듯
139 천림에 노결하니 내 눈물 뿌리는 듯
140 뜨던 말 재게 하니 앞 참은 어디메고
141 높은 재 반겨 올리 고향을 바라보니
142 창망한 구름 속에 백구비거 뿐이로다
 
143 경기땅 다 지나고 충청도 다다르니
144 계룡산 높은 뫼를 눈결에 지나쳤다
145 열읍의 관문 받고 골골이 점고하여
146 은진을 넘어 드니 여산은 전라도라
147 익살 지나 전주 들어 성시산림 들어보니
148 반갑다 남문 길이 장안도 의연하다
149 백각전 벌어지니 종각도 지내는 듯
150 한벽당 소쇄한데 조일이 높았세라
151 금구 태인 정읍 지나 정성 역마 갈아 타고
152 나주 지나 영암 들어 월출산을 돌아드니
153 만이천봉이 반공에 솟았는 듯
154 일국지명산이라 경치도 좋다마는
155 내 마음 아득하니 어느 겨를 살펴오리
156 천관산을 가리키고 달마산을 지나가니
157 불분주야 몇 날만에 해변으로 오단말가
 
158 바다를 바라보니 파도도 흉용하다
159 가이 없은 바다이요 한 없은 파도로다
160 태극조판 하온 후에 천지광대 하다거늘
161 하늘 아래 없사옴이 땅이런가 알았더니
162 즉금으로 볼 양이면 천하이 다 물이로다
163 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멈쳐 가네
164 나는 새도 못 넘을 데 제를 어이 가잔말고
165 때마침 서북풍이 내 길을 재촉난 듯
166 선두에 있는 백기 동남을 가리키니
167 천석 싣는 대중선에 쌍돛을 높이 달고
168 건장한 도사공이 배머리에 높게 서서
169 지곡총 한 곡조를 어사와로 화답하니
170 마디마다 처량하다 적객심회 어떠할고
171 회수장안 돌아보니 부운폐일 아니 뵌다
172 나가는 길 어인 길로 무심 일로 가는 길고
173 불로초 구하려고 삼신산을 찾아가니
174 동남동녀 아이어든 방사 서시 따라가랴
175 동정호 밝은 달에 악양루 오르랴나
176 소상강 궂은 비에 조상군 하랴는가
177 전원이 장무하니 귀거래 하옵는가
178 노어회 살쪘으니 강동거 하옵는가
179 오호주 흘리저어 명철보신 하랴는가
180 긴 고래 잠간 만나 백일승천 하랴는가
181 부모처자 다 버리고 어드러로 혼자 가노
182 우는 눈물 소이 되어 대해수를 보태인다
183 어디서 일편흑운 홀연광풍 무삼일고
184 산악 같은 높은 물결 배머리를 둘러치네
185 크나큰 배 조리 젓듯 오장육부 다 나온다
186 천은 입어 남은 목숨 마자 진케 되겠구나
187 초한건곤 한 영중에 장군기신 되려니와
188 서풍낙일 멱라수에 굴삼려는 불원이라
189 차역천명 할일 없다 일생일사 어찌하니
 
190 출몰사생 삼주야에 노 지우고 닻을 지니
191 수로 천리 다 지내어 추자섬이 여기로다
192 도중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태심이라
193 사면으로 돌아보니 날 알 이 뉘 있으리
194 보이나니 바다이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195 벽해상전 갈린 후에 모래 모여 섬이 되니
196 추자섬 생길 제는 천작지옥이로다
197 해수로 성을 싸고 운산으로 문을 지어
198 세상이 끊쳤으니 인간은 아니로다
199 풍도섬이 어디메뇨 지옥이 여기로다
200 어디로 가잔 말고 뉘집으로 가잔말고
201 눈물이 가리우니 걸음마다 엎더진다
202 이 집에가 의지하자 가난하다 핑게하고
203 저 집에가 의지하자 연고 있다 칭탈하네
204 이집 저집 아모덴들 적객주인 뉘 좋다고
205 관력으로 핍박하고 세부득이 맡았으니
206 관차 더러 못한 말을 만만할손 내가 듣네
207 세간 그릇 흩던지며 역정내어 하는 말이
208 저 나그네 헤어보소 주인 아니 불상한가
209 이집 저집 잘사는 집 한두 집이 아니어든
210 관인네는 인정 받고 손님네는 혹언들어
211 구태어 내 집으로 연분있어 와 계신가
212 내 살이 담박한 줄 보시다야 아니 알가
213 앞뒤에 전답 없고 물 속으로 생애하여
214 앞 언덕에 고기 낚아 웃녘에 장사 가니
215 삼망 얻어 보리섬이 믿을 것도 아니로세
216 신겸처자 세 식구의 호구하기 어렵거든
217 양식없는 나그네는 무엇 먹고 살려는고
218 집이라고 서 불손가 기어들고 기어나며
219 방 한 간에 주인들고 나그네는 잘 데 없네
220 뛰자리 한 잎 주어 첨하게 거처하니
221 냉지에 누습하고 즘생도 하도할사
222 발남은 구렁배암 뼘남은 청진의라
223 좌우로 둘렀으니 무섭고도 증그럽다
224 서산에 일락하고 그믐밤 어두운데
225 남북촌 두세집에 솔불이 흐미하다
226 어디서 슬픈 소리 내 근심 더하는고
227 별표에 배 떠나니 노 젓는 소리로다
 
228 눈물로 밤을 새와 아침에 조반드니
229 덜 쓰른 보리밥에 무장떵이 한 종자라
230 한 술 떠서 보고 큰 덩이 내어놓고
231 그도 저도 아조 없어 굶을 적이 간간이라
232 여름날 긴긴 날에 배고파 어려웨라
233 의복을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234 남방염천 찌는 날에 빨지 못한 누비바지
235 땀이 배고 땀이 올라 굴둑 막은 덕석인가
236 덥고 검기 다 바리고 내암새를 어이하리
237 어와 내 일이야 가련히도 되었고나
238 손 잡고 반가는 집 내 아니 가옵더니
239 등밀어 내치는 집 구차히 빌어 있어
240 옥식진찬 어데 가고 맥반염장 대하오며
241 금의화복 어데 가고 현순백결 하였는고
242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243 말하니 살았으나 모양은 귀신일다
244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한숨이라
245 도로혀 생각하니 어이 없어 웃음 난다
246 이 모양이 무슨 일고 미친 사람 되었고나
 
247 어와 보리 가을 되었는가 전산후산에
248 황금 빛이로다
249 남풍은 때때 불어 보리 물결 치는고나
250 지게를 벗어 놓고 전간에 굼일면서
251 한가히 뵈는 농부 묻노라 저 농부야
252 밥 위에 보리 술을 몇 그릇 먹었느냐
253 청풍에 취한 얼굴 깨연들 무엇하리
254 연년이 풍년드니 해마다 보리 베어
255 마당에 뚜드려서 방아에 쓸어내어
256 일분은 밥쌀하고 일분은 술쌀하여
257 밥먹어 배부르고 술먹어 취한 후에
258 함포고복하여 격앙가를 부르나니
259 농부의 저런 흥미 이런 줄 알았더면
260 공명을 탐치말고 농사를 힘쓸 것을
261 백운이 즐거온 줄 청운이 알았으면
262 탐화봉접이 그물에 걸렸으랴
263 어제는 옳던 일이 오늘이야 왼 줄 아니
264 뉘우쳐 하는 마음 없다야 하랴마는
265 범 물릴 줄 알았으면 깊은 뫼에 올라가며
266 떨어질 줄 알았으면 높은 나무에 올랐으랴
267 천동할 줄 알았으면 잠간 루에 올랐으랴
268 파선할 줄 알았으면 전세대동 실었으랴
269 실수할 줄 알았으면 내가 장기 벌였으랴
270 죄 지을 줄 알았으면 공명 탐차 하였으랴
271 산진메 수진메와 해동청 보라매가
272 심수총림 숙여 들어 산계야앙 차고 날제
273 아깝다 걸리었다 두 날개 걸리었다
274 먹기에 탐심나서 형극에 걸리었다
 
275 어와 민망하다 주인박대 민망하다
276 아니 먹은 헛 주정에 욕설조차 비경하다
277 혼자 말로 군말하듯 나 들으라 하는 말이
278 건너집 나그네는 정승의 아들이요
279 판서의 아우로서 나라에 득죄하고
280 절도에 들어와서 이전 말은 하도 말고
281 여기 사람 일을 배와 고기 낚기 나무 베기
282 자리치기 신삼기와 보리 동냥 하여다가
283 주인양식 보태는데 한 군데는 무슨 일로
284 하로 이틀 몇 날 되되 공한 밥만 먹으려노
285 쓰자하는 열 손가락 꼼작이도 아니하고
286 걷자하는 두 다리는 움작이도 아니하네
287 썩은 남게 박은 끌가 전당 잡은 촛대런가
288 종 찾으면 양반인가 빚 받으면 책주런가
289 동이성의 권당인가 풋낯의 친구런가
290 양반인가 상인인가 병인인가 반편인가
291 화초라고 두려 보며 괴석이라 놓고 볼까
292 은혜 끼친 일이 있어 특명으로 먹으려나
293 저 지은 죄 내 아던가 저의 서름 뉘 아던가
294 밤낮으로 우는 소리 한숨 지고 슬픈 소리
295 듣기에 즈즐하고 보기에 귀찮하다
296 한번 듣고 두번 듣고 통분키도 하다마는
297 풍속을 보아하니 해연이 막심하다
 
298 인륜이 없었으니 부자의 싸움이요
299 남녀를 불문하니 계집의 등짐이라
300 방언이 괴이하니 존갠인들 아올소냐
301 마만지 아는 ㄷ것이 손꼽아 주인 헴에
302 두 다섯 흩 다섯 뭇 다섯 꼽기로다
303 포박과 탐욕이 예의염치 되었음에
304 분전승합으로 효제충신 삼아있고
305 한둘 공덕으로 지효로 알았으니
306 혼정신성은 보리 담은 대독이요
307 출필고반필면은 돈 모으는 벙어리라
308 왕화가 불급하니 견융의 행사로다
309 인심이 아니어든 인사를 책망하랴
310 내 귀향 아니러면 이런 모양 보았으랴
311 조고마한 실개천에 발을 빠진 소경놈도
312 눈 먼 줄만 한탄하고 개천 원망 안하나니
313 임자 아녀 짖는 개를 꾸짖어 무엇하리
 
314 아마도 할 일 없이 생애를 생각하고
315 고기 낚기 하자하니 물머리를 어찌하고
316 나무 베기 하자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317 자리치기 신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318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319 탈 망건 갓 숙이고 홑 중치막 띠 끄르고
320 총만 남은 헌 짚신에 세살 부채 차면하고
321 남초 없는 빈 담뱃대 소일 조로 가지고서
322 비슥비슥 걷는 걸음 걸음마다 눈물 난다
323 세상인사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324 엊그제는 부귀자요 오늘 아침 빈천자라
325 부귀자 꿈이런가 빈천자 꿈이런가
326 장주호접 황홀하니 어느 것이 정 꿈인고
327 한단치보 꿈인가 남양초려 큰 꿈인가
328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329 몽중흉사 이러하니 새벽 대길 하오리다
330 가난한 집 지내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고
331 사립문을 드자할가 마당에 섰자하랴
332 철없는 어린 아해 소 같은 젊은 계집
333 손가락질 가라치며 귀향다리 온다하니
334 어와 고이하다 다리 지칭 고이하다
335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토다리라
336 춘정일 십오야 상원야 밝은 달에
337 장안시상 열 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338 옥호금준은 다리다리 배반이요
339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340 웃다리 아래다리 석은다리 헛다리
341 철물다리 판자다리 두다리 돌아 들어
342 중촌을 올라 광통다리 굽은다리 수표다리
343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 겻다리라
344 도로 올라 중학다리 다리 나려 향다리요
345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346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347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향다리
348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349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350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351 손과 다리 머다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352 한 층을 조금 높여 손이라나 하여주렴
353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말이 나오더냐
354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355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356 내 허리 가이 없어 비부에게 절이로다
357 내 인사 차서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358 혼자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359 그 집사람 눈치알고 보리 한 말 떠서주며
360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 동냥 예사오니
361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362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니
363 어느 노비 수운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364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 중치막 어찌할고
365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366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367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368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369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370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371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372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오니
373 존전의 출입인가 한출첨배 하는고야
374 저 주인 거동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375 양반도 할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376 귀빈도 속절 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377 밥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 밥 많이 먹소
378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379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하랴
380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381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382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삼기나 하자하고
383 짚 한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384 조희 노도 모르거든 샛기꼬기 어이하리
385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가락이 부르트니
386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내어
387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이 내 마음
388 부칠 데 전혀 없어 노꼬기에 부치었다
 
389 날이 가고 밤이 새니 어느 시절 되었는고
390 오동이 낙엽하고 금풍이 소슬하니
391 하목은 제비하고 추언은 일색일 제
392 황국 단풍이 금수장이 되었으며
393 만산초목이 잎잎마다 추성이라
394 새벽 서리 치는 날에 외기러기 슬피우니
395 고객이 먼저 듣고 임 생각이 새로와라
396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 보고지고
397 나래 돋힌 학이 되어 날아가서 보고지고
398 만리장천 구름되어 떠나가서 보고지고
399 낙락장송 바람되어 불어가서 보고지고
400 오동추야 달이 되어 비취어나 보고지고
401 북벽사창 세우되어 뿌려서나 보고지고
402 추월춘풍 몇몇 해를 주야불리 하옵다가
403 전신만수 머다 머되 소식조차 둔절하니
404 철석간장 아니어든 그리움을 견딜소냐
405 어와 못 잊을다 임을 그려 못 잊을다
406 용문검 태아검에 비수검을 손에 쥐고
407 청산리 벽계수를 힘까지 버히어도
408 끊어지지 아니하고 한 데 이어 흐르나니
409 물 버히는 칼도 없고 정 버히는 칼도 없네
410 물 끊기도 어려우니 마음 끊기 어이하리
411 용문지적 가비업고 옥정지수 흐리오며
412 임 그리는 마음이야 변할 길이 있을소냐
413 내 이리 그리운 줄 임이 혈마 잊었으랴
414 풍운이 흩어져도 모도힐 때 있었으니
415 엄상이 차다한들 우로가 아니오라
416 울음 울어 떠난 임을 웃음 웃어 만나고저
417 이리저리 생각하니 가삼 속에 불이 난다
418 간장이 다 타오니 무엇으로 끄잔 말고
419 끄기가 어려울 손 오장의 불이로다
420 천상수 얻어오면 끌 법도 있건마는
421 알고도 못 얻으니 셔가 바타 말이 없네
422 차라리 쾌히 죽어 이 설움을 잊자하고
423 포구사변 혼자 앉아 종일토록 통곡하며
424 망해투사 하려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425 적적중문 굳이 닫고 천사만상 다 바리고
426 불식아사 하랴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427 일각삼추 더디 가니 이 고생을 어찌할꼬
428 시비에 개 짖으니 나를 놓을 관문인가
429 반겨서 바라보니 황어파는 장사로다
430 바다에 배가 오니 사문 갖은 관선인가
431 일어서서 바라보니 고기 낚은 어선이라
432 하로도 열두 시에 몇 번을 기다린가
433 설움 모여 병이 되니 백 가지 병 한데 난다
434 배고파 허기증과 몸추워 냉증이요
435 잠 못들어 현기나고 조갈증은 예증이라
436 술로 드온 병이오면 술을 먹어 고치오며
437 임으로 든 병이오면 임을 만나 고치나니
438 공명으로 든 병에는 공명하여 고치잔들
439 활을 맞고 놀란 새가 살바지에 앉자하랴
440 신농씨 꿈에 만나 병 고친 약을 물어
441 청심환 회심단에 강심탕을 먹었은들
442 천금준마 잃은 후에 외양집을 고침이랴
443 갖은 성냥 다 배호자 눈 어두운 모양일다
 
444 어와 이 사이에 해 벌써 저물었다
445 청추가 다 지나고 엄동이 되단말가
446 강촌에 눈 날리고 북풍이 호로하여
447 산하 산상에 백옥경이 되었으니
448 십이루 오경을 일실로 통하도다
449 저 건너 높은 뫼에 홀로 섰는 저 소나무
450 오상고절은 내 이미 알았나니
451 광풍이 아무련들 겁할 것이 없거니와
452 도채 멘 저 초부야 행여나 찍으리라
453 동백화 피온 꽃은 눈 속에 붉었으니
454 설만장안에 학정홍과 의연하다
455 엊그제 그런 바람 간밤의 이런 눈에
456 높은 절 고운 빛이 고침이 없었으니
457 춘풍에 도리화는 도로혀 부끄럽다
458 어와 외박하니 설풍에 어찌하리
459 보선 신발 다 없으니 발이 시려 어이하리
460 하물며 찬 데 누워 얼어 죽기 편시로다
461 주인의 근력 빌어 방반간 의지하니
462 흙바람 발랐은들 종이 맛 아올손가
463 벽마다 틈이 벌어 틈마다 버레로다
464 구렁 지네 섞여있어 약간 버레 저허하랴
465 굵은 버레 죽어내고 적은 버레 던저주네
466 대을 얽어 문을 하고 헌 자리로 가리오니
467 적은 바람 가리온들 큰 바람 어찌하리
468 도중의 나무 모와 조석밥 겨우 짓네
469 간난한 손의 방에 불김이 쉬울소냐
470 섬거적 뜯어 펴니 선단 요히 되었거늘
471 개가죽 추켜 덮고 비단이불 삼았세라
472 적무인 빈 방안에 게발 물어 던지드시
473 새우잠 곱송거려 긴긴밤 새와 날제
474 우흐로 한기들고 아래로 냉기올라
475 일홈도 온돌이나 한데만도 못하고야
476 육신이 빙상되어 한전이 절로 날제
477 송신하는 솟대런가 과녁 맞은 살대런가
478 사풍세우 물풍진가 칠보광의 금나빈가
479 사랑 만나 안고 떠나 겁난 끝에 놀라 떠나
480 양생법을 모르거든 고치조차 무삼일고
481 눈물 흘려 베개 젖어 얼음조각 비석인가
482 새벽닭 홰홰우니 반갑다 닭의 소리
483 단봉문 대루원에 대개문 하던 때라
484 새로이 눈물지고 장탄식 하던 때에
485 동창이 이명하고 태양이 높았으니
486 게을리 일어 앉아 굽은 다리 펴올 적에
487 삭다리를 조기는 듯 마디마디 소리 난다
488 돌담뱃대 잎난초를 쇠똥불에 부쳐 물고
489 양지를 따라 앉아 웃에 이 주어낼 제
490 아니 벗은 험은 머리 두 귀 밑을 덮어 있네
491 내 형상 가련하다 그려내어 보내고저
492 이 정의 깊은 정을 만에 하나 옮기시면
493 오늘날 이 고생은 몽중사 되련마는
494 기러기 지난 후에 척서도 못 전하니
495 초수오산 천만첩에 내 그림을 뉘 전하리
496 사랑옵다 이 볕이야 얼었던 몸 녹는고나
497 백년골 쪼이온들 싫다야 하랴마는
498 어이한 쪼각구름 이따금 그늘지니
499 찬바람 지나칠 제 볕을 가려 아처롭다
500 오늘도 해가 지니 이 밤을 어찌 샐고
501 이 밤을 지내온 후 오는 밤을 어찌하리
502 잠이라 없거들랑 밤이나 짜르거나
503 하고 한 밤이 오고 밤마다 잠 못 들어
504 그리온 이 생각하고 살뜰히 애석일 제
505 목숨이 부지하여 밥 먹고 살았으니
506 인간만물 생긴 중에 낱낱이 헤어 보니
507 모질고 단단한 이 날 밖에 또 있는가
508 심산중 백악호가 모질기 날 같으며
509 독 깨치는 철몽둥이 단단하기 날 같으랴
510 가슴이 터지오니 터지거든 <굼 ㄱ>을 뚫어
511 고모 창자 세살 창자 완자창을 갖초 내어
512 이같이 답답할 제 여닫혀나 보고지고
513 어와 어찌하리 혈마한들 어찌하리
514 세상귀향 나뿐이며 인간이별 나 혼자랴
515 소무의 북해고생 돌아올 때 잊었으니
516 내홀로 이 고생을 귀불귀 혈마하랴
 
517 무삼 일로 마음 붙여 이 설움 잊자하리
518 자른 낫 손에 쥐고 뒷동산 올라가서
519 풍상이 섞여친데 만목이 소슬하고
520 천고절 푸른 대는 봄빛이 혼자로다
521 곧은 대 베어 내어 가리쳐 다듬오니
522 발 가옷 낚싯대라 좋은 품이 되리로다
523 청올치 꼬은 줄이 낚시 메어 둘러메고
524 이웃집 아희들아 오늘이 날이 좋다
525 새바람 아니 불고 물결이 고요하여
526 고기가 물 때로다 낚시질 함께가자
527 파립을 잣게 쓰고 망혜를 조여 쓰고
528 조대로 나가가니 내 놀이 한가롭다
529 원근산천이 홍일을 띄었으니
530 만경창파에 오로지 금빛이라
531 낚시를 들이치고 무심히 앉았으니
532 은린옥척이 절로 와 무는구나
533 구타야 취어하랴 자취를 취함이라
534 낚시대를 떨떠리니 잠든 백구 다 놀란다
535 백구야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닐다
536 네 본대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
537 평생에 괴던 임을 천리에 이별하니
538 사랑함도 좋거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니
539 수심이 첩첩하여 마음을 둘 데 없어
540 흥없은 일간죽을 실없이 던졌으니
541 고기도 물잖거든 하물며 너 잡으랴
542 그려도 모르거든 네게 있는 긴 부리로
543 내 가슴 쪼아 헤쳐 붉은 마음 내어 놓고
544 자세히 살펴보면 하마 거의 알리로다
545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546 성세에 한민되어 너 좇아 예 왔노라
547 날보고 나지마라 네 벗이 되오리라
548 백구와 수작하니 낙일은 창창하다
549 낚대의 줄 거두어 낚은 고기 뀌어 들고
550 강촌으로 돌아 들어 주인집 찾아오니
551 문앞에 짖던 개는 날보고 꼬리친다
552 난감한 내 고생이 오랜 줄 가지로다
553 짖던 개 아니 짖고 임자도 되는고나
554 반일을 잊은 시름 자연히 고쳐나니
555 아마도 이 내 시름 잊을 길 어려워라
 
556 강천에 월락하고 은하수 기우도록
557 방등은 어데 가고 눈을 감고 앉았는고
558 참선하는 노승인가 통경하는 맹인인가
559 팔도강산 어느 절에 중 소경 누가 본가
560 누은들 잠이 오며 기다린들 임이 오랴
561 내 헴이 무삼 헴고 이다지 많삽더고
562 남경장사 남경 가니 반전장사 밋졌는가
563 이 헴 저 헴 아무 헴도 그만 헤면 다 헤려니
564 헤다가 다 못 헤니 무한한 헴이로다
565 갓없은 미친 설움 눌 찾아 한잔말고
566 남초가 벗이 되니 내 설움 위로하니
567 먹고 떨고 담아 부쳐 한 무릎에 사오대라
568 현기나고 두통하니 설움 잠간 잊히온들
569 오래기야 오랠손가 홀연 다시 생각하니
570 이 일이 무삼 일고 내 몸 어이 여기 온고
571 번화고향 어데 두고 적막절도 들어온고
572 오량각 어데 두고 두옥반간 의지한고
573 안팎 장원 어데 가고 죽창문 달았으며
574 서화도벽 어찌하고 흙바람벽 되었으며
575 산수병풍 어데 가고 갈 밭 한 떼 둘렀으며
576 각장장판 어데 가고 갈자리를 깔았으며
577 경주탕건 어데 가고 봉두난발 되었으며
578 안팎보선 어데 가고 다목발이 별거하며
579 녹피당혜 어데 가고 육총짚신 신었으며
580 조반점심 어데 가고 일중하기 어려우며
581 사환노비 어데 가고 고공이가 되단말고
582 아침이면 마당쓸기 저녁이면 불때히기
583 볕이 나면 쇠똥치기 비가 오면 도랑치기
584 들어가면 집지키기 보리멍석 새날리기
585 거처번화 의복사치 나도 전에 하였더니
586 좋은 음식 맛난 맛은 아마 거의 잊었세라
 
587 설움에 쌓였으니 날 가는 줄 모르더니
588 헤엄없는 아해들은 묻지도 않은 말을
589 한 밤 자면 제덕 오니 떡국 먹고 ㅇ노자네
590 아해 말을 신청하랴 여풍다이 들었더니
591 남녁 이웃 북녁 집에 나병소래 들리거늘
592 손을 꼽아 헤어보니 오늘 밤이 게석일다
593 타향의 봉가절이 이 뿐이 아니로다
594 상빈명조에 또 한 해 되는고나
595 송구영신이 이 한 밤뿐이로다
596 어와 상품 그렇던가 저녁 밥상 그렇던가
597 예 못 보던 네모반에 수저 갖춰 장 김치에
598 나락밥이 돈독하고 생선 토막 풍성하다
599 그려도 설이로다 배부르니 설이로다
600 고향을 떠나온 지 어제로 알았더니
601 내 이별 내 고생이 격년사 되었구나
602 어와 섭섭하다 정초문안 섭섭하다
603 북당쌍친이 백발이 더 하시고
604 공규화조는 얼마나 늦었는고
605 오세에 떠난 자식 육세아 되었고나
606 내 아녀 임이라도 내 설움은 설다하리
607 천리일별에 해 벌써 바뀌도록
608 일자가신을 꿈에나 들었을까
609 운산이 막혔는 듯 하해가 가렸는 듯
610 의창전 한매소식 물어볼 길 전혀 없네
611 바닷길 일천리가 머다도 하려니와
612 약수 삼천리에 청조가 전신하고
613 은하수 구만리에 오작이 다리 놓고
614 북해상 기러기는 상림원에 날아나니
615 내 가신 어이 하여 이다지 막혔는고
616 꿈에나 혼자 가서 고향을 보련마는
617 원수의 잠이 올 제 꿈인들 아니 꾸랴
618 흐르나니 눈물이요 지으나니 한숨이라
619 눈물인들 한이 있고 한숨인들 끝이 있지
620 내 눈물이 모였으면 추자섬이 생겼으며
621 이 한숨이 쌓였으면 한라산을 덮었으니
622 해안에 낙조하고 어촌에 연기 날 제
623 사공은 어데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624 산상구적 소리는 소 모는 아해로다
625 자는 새는 투림하여 옛집으로 날아드니
626 금수도 집이 있어 돌아갈 줄 알았는가
627 사람은 무삼일로 돌아갈 줄 모르는고
628 뵈는 것이 다 설으고 듣는 것이 다 슬프니
629 귀먹고 눈 어두워 듣고 보지 말고라지
630 이 설음 오랠 줄을 분명히 알 양이면
631 할 일은 결단하여 만사를 잊으리니
632 나 죽은 무덤 위에 논을 갈지 밭을 갈지
633 일도혼백이야 있을런지 없을런지
634 시비분별이야 없을런지 있을런지
635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 불어 서리 칠지
636 의의천의를 알기가 어려워라
637 촌촌간장이 구비구비 썩는구나
 
638 간밤에 부던 바람 천산에 비 뿌리니
639 구심동군이 춘광을 자랑는 듯
640 미쁠손 천지마음 봄을 절로 알게하니
641 나무나무 잎이 피고 가지가지 꽃이로다
642 방초는 처처한 데 춘풍소리 들리거늘
643 눈 씻고 일어 앉아 객창을 열쳐 보니
644 창전에 수지화는 웃는 듯 하였고나
645 반갑다 저 꽃이여 예 보던 꽃이로다
646 낙양성중에 저 봄빛 한 가지요
647 고향원상에 이 꽃이 피었는가
648 간 해 오늘날에 웃음웃어 보던 꽃은
649 청준의 술을 부어 꽃꺽어 헴을 놓고
650 장진주 노래하여 무진무진 먹자할 제
651 네 번화 질김으로 저 꽃을 보았더니
652 올해 이 날에 눈물 뿌려 보는 꽃은
653 아침에 나쁜 밥이 낮 못되어 시장하니
654 박잔에 흐린 술이 값없이 쉬울손가
655 내 고생 슬픔으로 저 꽃을 다시 보니
656 전년 꽃 올해 꽃은 꽃빛은 한가지나
657 전년 사람 올해 사람 인사는 다르도다
658 인생고락이 수유잠의 꿈이로다
 
659 이렁저렁 허튼 근심 다 후리쳐 던져 두고
660 의복 그려 하는 설움 목전 설움 난감하다
661 한 벌 의복 입은 후에 춘하추동 다 진하니
662 아마도 이런 옷은 내 옷밖에 또 없으리
663 여름에 하 더울 제 겨울을 바랐더니
664 겨울이 하 치우니 도로 여름 생각하네
665 쓰오신 망건인가 입으신 철갑인가
666 사시에 하동없이 춘추만 되었고저
667 발굼치 드러나니 그는 족히 견디어도
668 바지 밑 터졌으니 이 아니 민망한가
669 내 손수 깁자하니 기울 것 바이 없네
670 애궂은 실이로다 이리 얽고 저리 얽고
671 고기 그물 걸어맨 듯 꿩의 눈 찍어낸 듯
672 침재도 그지없고 수품도 사치롭다
 
673 좀전에 적던 식량 크기는 어쩐 일고
674 한 그릇 담은 밥은 주린 범의 가재로다
675 조반석죽이면 부가옹 부러하랴
676 아침은 죽이더니 저녁은 그도 없네
677 못먹어 배고프니 허리띠 탓이런가
678 허기져 눈 깊으니 뒤꼭도 거의로다
679 정신이 아득하니 운무에 쌓였는가
680 한 되 밥 쾌히 지어 슬카지 먹고파져
681 이러한들 어찌하며 저러한들 어찌하리
682 천고만상을 아모련들 어찌하리
683 의복이 족한 후에 예절을 알 것이고
684 기한이 작심하면 염치를 모르나니
685 궁무소 불위함은 옛사람의 이른 바라
686 사불관면은 군자의 예절이요
687 기불탁속은 장부의 염치로다
688 질풍이 분 연후에 경초를 아옵나니
689 궁차익견하여는 청운에 뜻이 없어
690 삼순구식을 먹으나 못 먹으나
691 십년일관을 쓰거나 못 쓰거나
692 염치를 모를 것가 예절을 바랄 것가
693 내 생애 내 벌어서 구차를 면차하니
694 처음에 못 하던 일 나종은 다 배혼다
695 자리치기 먼저 하자 틀을 꽂아 나려놓고
696 바늘대를 뽐내면서 바디를 드놓을 제
697 두 어깨 문어지고 팔과 목이 부러진다
698 멍석 한 잎 들었으니 돈 오분이 값이로다
699 약한 근력 강작하여 부지런을 내자하니
700 손뿌리에 피가 나서 조희 골모 얼리로다
701 실 같은 이 잔명을 끊음즉도 하다마는
702 아마도 모진 목숨 내 목숨뿐이로다
703 인명이 지중함을 이제와 알리로다
704 누구서 이르기를 세월이 약이라도
705 내 설움 오랠사록 화약이나 아니 될가
 
706 날이 지나 달이 가고 해가 지나 돐이로다
707 상년에 비던 보리 올해 고쳐 비어 먹고
708 지난 여름 낚던 고기 이 여름에 또 낚으니
709 새 보리밥 담아 놓고 가삼 맥혀 못 먹으니
710 뛰든 고기 회를 친들 목이 메어 들어가랴
711 설워함도 남에 없고 못견딤도 별로하니
712 내 고생 한 해 함은 남의 고생 십년이라
713 흉즉길함 되올는가 고진감래 언제 할고
714 하나님께 비나이다 설은 원정 비나이다
715 책력도 해 묵으면 고쳐 쓰지 아니하고
716 노호염도 밤이 자면 풀어져서 버리나니
717 세사도 묵어지고 인사도 묵었으니
718 천사만사 탕척하고 그만 저만 서용하사
719 끊쳐진 옛 인연을 고쳐 잇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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