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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자전 (丁侍者傳) ◈

해설본문 
1
입동날 새벽, 식영암은 암자 안에서 벽에 기대앉은 채 졸고 있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뜰에 대고 절을 하며 말했다.
 
2
“새로 온 정시자가 문안드립니다."
 
3
식영암은 이상히 여기고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에 사람이 서 있는데, 몸은 가늘고 키는 크며, 색이 검고 빛났다. 붉은 뿔은 우뚝하고 뾰죽하며 마치 싸우는 소의 뿔과 같았다. 새까만 눈망울은 툭 튀어 나와서, 마치 부릅뜬 눈과 같았다. 그 사람은 기우뚱거리며 걸어오더니 우뚝 섰다.
 
4
식영암은 처음엔 놀랐으나 천천히 그를 불러 말했다.
 
5
“이리 가까이 오게. 물어 볼 것이 있네. 자네는 왜 이름을 정(丁)이라 하는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하러 왔는가? 나는 평소 자네 얼굴도 모르는데, 스스로 시자(侍者)라고 하니, 그건 또 어찌된 연유인가?"
 
6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은 깡충깡충 뛰어 앞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공손한 태도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7
“옛날 성인에 소의 머리를 한 분을 포희씨(包犧氏: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황(三皇) 중 한 사람인 복희씨를 이름)라 하는데 그가 바로 저의 아버지입니다. 또 뱀의 몸을 한 분을 여와(女瓦, 중국 천지 창조 신화에 나오는 여신)라고 하는데, 그가 곧 저의 어머니입니다. 저를 낳아서 숲 속에 버리고 기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리와 우박을 맞을 때 마치 말라서 죽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비바람을 만나면 다시 살아나는 듯하였습니다. 이처럼 한서(寒暑)를 천백 번 겪은 뒤 자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여러 대를 지나 진(晉)나라 세상에 이르러 범씨의 가신(家臣)이 되었습니다. 이때, 비로소 칠신지술(漆身之術, 전국 시대 진나라 지씨의 신하 예양이, 자기 주인이 남에게 망한 것을 보고 그 원수를 갚으려고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 행세를 한 고사)을 배웠습니다. 당나라 시대에 와서는 조노의 문인이 되어 거기에서 ‘철취'(鐵嘴, 철로 된 입부리. 화술이 능한 사람)라는 호를 받았습니다. 그 뒤 저는 정도 땅에서 놀았습니다. 이때 정삼랑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저를 한참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 생김새를 보니 위로는 가로 그어져 있고, 아래로는 내리 그어져 있으니, 내 성 정(丁)자와 꼭 같이 생겼네. 내 성을 자네에게 주겠네.' 저는 이말을 듣고 성을 정이라 했는데, 앞으로도 고치지 않으려 합니다. 저의 직책은 남을 모시고 도와 주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를 부리기만 해서 항상 천하고 고달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감히 저를 부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진심으로 붙들어 모시는 분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제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이제는 돌아가 의지할 곳도 없게 되었습니다. 나라 안을 돌아다니면서 토우인(土偶人, 흙으로 만든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제, 하느님께서 저의 기구함을 불쌍히 여기고 저에게 명하시되, ‘너를 화산의 시자로 삼을 것이니, 그곳에 가서 직책을 받들고 스승을 오직 공손히 섬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명을 받들고 기뻐서 외다리로 뛰어 온 것입니다. 원컨대 장로(長老, 나이가 지긋하고 덕이 높은 사람)께서는 용납해 주십시오."
 
8
이 말을 듣고 식영암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9
“아! 후덕스런 일이로구나. 정 상좌(上座)는 옛 성인이 남겨 준 사람이로구나. 몸의 뿔이 험루어지지 않은 것은 씩씩함이요, 눈이 없어지지 않은 것은 용맹스러움이로다. 몸에 옻칠을 하고 은혜와 원수를 생각한 것은 믿음과 의리가 있는 것이로다. 쇠주둥이를 가지고 재치 있게 묻고 답하는 것은 지혜가 있는 것이요, 변론을 잘하는 것이로다. 사람을 붙들어 모시는 것을 직책으로 삼는 것은 어질고 예의가 있는 것이며, 돌아가서 바름을 의지할 곳을 택하는 것은 바르고 밝은 것이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아름다운 덕을 보아서 길이 오래 살고, 조금도 늙거나 또 죽지도 않으니, 이것은 성인(聖人)이 아니면 신이로다. 그러니 너를 내가 어찌 부릴 수 있단 말이냐. 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일 중에 나는 하나도 가진 것이 없다. 그러니 너의 친구가 될 수도 없는데 하물며 네 스승이 될 수가 있겠느냐. 화도(華陶)에 화(花)라는 산이 하나 있다. 이 산 속에 각암이라는 늙은 화상(和尙, 수행을 많이 한 승려 또는 승려의 경칭)이 지금 2년 동안 머물고 있다. 산 이름은 비록 같지만 사람의 덕은 같지 않으니 하늘이 그대에게 명하여 가라고 한 곳은 여기가 아니고 바로 그 곳일 것이다. 그대는 그 곳으로 가도록 하라."
 
10
말을 마치고 식영암은 노래를 부르면서 그를 보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11
정(丁)이여! 어서 빨리 각암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라. 나는 여기서 박과 외(오이)처럼 매여 사는 몸이니 그대만 못한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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