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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옹전 (閔翁傳) ◈

해설본문 
1 민 영감은 남양 사람이다. 무신년(영조4년, 1728) 민란에 관군을 따라 토벌에 끼여서, 그 공으로 첨사(僉使) 벼슬을 얻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끝내 벼슬하지 않았다.
 
2 민 영감은 어릴 때부터 매우 영리하고 총명하며, 말을 잘하였다. 특히 옛 사람의 기인한 절개나 거룩한 발자취를 흠모하여 이따금 의기에 북받치면 흥분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한숨 쉬며 눈물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3 그는 일곱 살이 되자,
 
4 "향탁은 이 나이에 남의 스승이 되었다."
 
5 고 벽에다 크게 썼다. 열두 살 때에는
 
6 "감라는 이 나이에 장군이 되었다."
 
7 고 썼으며, 열세 살 때에는
 
8 "외항아는 이 나이에 유세(遊說)하였다."
 
9 고 썼다. 열여덟 살 때에는
 
10 "곽거병은 이 나이에 기련에 싸우러 나갔다."
 
11 고 썼으며, 스물네 살 때에는
 
12 "항적은 이 나이에 오강을 건넜다."
 
13 고 썼다. 그러다가 마흔이 되었지만, 아무런 이름도 이루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또
 
14 "맹자는 이 나이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15 고 크게 썼다. 그 뒤에도 해가 바뀔 때마다 이런 글들을 쓰기에 지치지 않았다. 그의 집 벽은 모두 검정투성이가 되었다. 일흔 살이 되자 그의 아내가
 
16 "영감, 올해에는 까마귀를 그리지 않으시려오?"
 
17 하고 놀렸다. 그러자 민영감이 기뻐하면서
 
18 "그렇지. 당신은 빨리 먹이나 갈아주구려."
 
19 하고 말하더니 곧
 
20 "범증은 이 나이에 기이한 꾀를 좋아하였다."
 
21 고 커다랗게 썼다. 그의 아내가 발칵 화를 내며
 
22 "꾀가 아무리 기이하더라도, 장차 언제나 쓰시려오?"
 
23 하고 따졌다. 민영감이 웃으면서 말했다.
 
24 "옛날 여상은 여든 살에 장수가 되었지만, 새매처럼 드날렸다우. 이제 나를 여상에게 비한다면, 오히려 어린 아우뻘 밖에 안된다우."
 
25 지난 계유(1753), 갑술년(1754)사이에 내 나이는 열일여덟이었다. 병으로 오랫동안 시달리면서 노래, 글씨, 그림, 옛칼, 거문고, 골동품 등의 여러 잡물들을 제법 좋아하였다. 게다가 지나는 손님들을 모아놓고 익살스럽거나 우스운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었지만, 깊숙이 스며든 우울증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26 "민영감은 기이한 사람이지요. 노래도 잘 부르지만, 말도 잘한답니다. 그의 이야기는 신나고도 괴이하고, 능청스럽고도 걸직하지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치고 마음이 상쾌하게 열리지 않는 이가 없답니다."
 
27 나는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서 그에게 '함께 놀러오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민 영감이 나를 찾아 왔는데, 나는 마침 벗들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민영감은 서로 인사도 나누기 전에 퉁소 부는 자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그의 뺨을 치며 크게 꾸짖었다.
 
28 "주인은 즐겁게 놀자는데, 너는 어째서 성난 꼴로 있느냐?"
 
29 나는 깜짝 놀라서 그에게 까닭을 물었다. 민 영감이 말하였다.
 
30 "저 놈의 눈알이 잔뜩 튀어나오도록 사나운 기운을 품었거든요. 저게 골낸 게 아니고 무엇이겠소?"
 
31 내가 크게 웃었더니, 민영감이 또 말하였다.
 
32 "꼭 퉁소 부는 놈만 성난 게 아니라오. 피리 부는 놈은 얼굴을 돌리고 우는 듯하고, 장구를 치는 놈은 이마를 찌푸린 채 시름겨운 듯하다우.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마치 무서운 일이라도 난 듯, 아이와 종놈들까지도 웃지 못하고 말도 못하게 되었으니, 이런 음악으로 어찌 기쁠 수 있겠소?"
 
33 나는 곧 그들을 돌려보내고 민영감을 맞아들여 앉혔다. 그는 비록 몸집이 작았지만, 흰 눈썹이 눈을 덮었다. 그가
 
34 "내 이름은 유신이고, 나이는 일흔세 살이라우."
 
35 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36 "당신은 무슨 병이 들었수? 머리가 아픈거유?"
 
37 하고 물었다. 내가
 
38 "아니오."
 
39 대답했더니, 그는 또
 
40 "배가 아픈 거유?"
 
41 하고 물었다. 내가 또
 
42 "아니오."
 
43 대답했더니, 그가 말했다.
 
44 "그렇다면 당신은 병이 아니라오."
 
45 그는 곧 지게를 열고, 들창을 걷어 괴었다.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오자 내 마음이 차츰 시원해져서,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그래서 민영감에게 말하였다.
 
46 "나는 특히 음식 먹기를 싫어하고, 밤에는 잠을 못 잔다오. 이게 바로 병이지요."
 
47 민영감이 몸을 일으켜 나에게 치하하였다. 내가 놀라면서
 
48 "영감님, 무엇을 치하하신단 말이오?"
 
49 하고 물었다. 그가 말하였다.
 
50 "당신은 집이 가난한데 다행히 음식 먹기를 싫어한다니,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겠소? 게다가 잠까지 없다니, 낮밤을 아울러서 나이를 갑절이나 사는 게 아니겠소? 살림살이가 늘어나고 나이를 갑절으로 산다면, 그야말로 수(壽)와 부(富)를 함께 누리는구려."
 
51 얼마 뒤에 밥상이 들어왔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이것저것 골라서 냄새만 맡을 뿐이었다. 민영감이 갑자기 크게 성내며 일어나 가려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52 "영감님, 왜 노해서 가시렵니까?"
 
53 물었다. 민영감이 말했다.
 
54 "당신은 손님을 불렀으니 손님에게 먼저 음식을 권해야지. 어째서 혼자 먹으려고 하오? 이건 나를 대접하는 도리가 아니라오."
 
55 나는 사과하면서 민영감을 붙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빨리 밥상을 올리게 하였다. 민영감은 사양하지 않고, 팔뚝을 걷어붙였다. 숟가락과 젓가락에 음식을 가득 올렸다. 나는 저절로 입안에 침이 흘렀다. 마음이 시원해지고, 코밑이 트였다. 그제야 옛날처럼 밥이 먹혔다.
 
56 밤이 되자, 민영감은 눈을 감고 단정하게 앉았다. 내가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걸었지만, 그는 더욱 입을 다물었다. 나는 몹시 무료하였다. 한참 뒤에 민영감이 별안간 일어나서 촛불 똥을 긁어 버리며 말하였다.
 
57 "내 나이가 젊을 때엔 눈에 스치는 글마다 곧 외웠지만, 이젠 늙었다오. 그래서 당신과 내기 약속을 해 보리다. 평생 보지 못한 책을 뽑아 내어 각기 두세 번 눈으로 훑어본 뒤에 외워 보려오. 만약 한글자라도 잘못되면 벌을 받기로 약속하는 게 어떻겠소?"
 
58 나는 그가 늙었음을 기화로 하여
 
59 "그러지요."
 
60 대답하고는 곧 시렁 위에서 {주례}를 뽑았다. 그 책에서 민영감은 [고공]편을 골랐고, 나에게는 [춘관]편이 돌아왔다. 잠깐 뒤에 민옹이
 
61 "나는 벌써 다 외웠다우."
 
62 하고 나를 일깨웠다. 나는 아직 한차례도 훑어보지 못한지라, 깜짝 놀라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청하였다. 영감은 자꾸만 재촉하여, 나를 곤경에 빠뜨렸다. 나는 그럴수록 외울 수가 없었다. 졸리운 듯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하늘이 밝은 뒤에야 민영감에게
 
63 "어제 외운 글을 기억하시오?"
 
64 물었다. 민영감이 웃으면서 말했다.
 
65 "나는 처음부터 외우지 않았다오."
 
66 하루는 밤늦도록 민영감과 이야기하였다. 민영감이 같이 앉은 손님들에게 농담도 하고 꾸짖기도 했는데, 민영감을 막아내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한 손님이 민영감을 궁색하게 하려고 물었다.
 
67 "영감님은 귀신을 보았소?"
 
68 "보았지."
 
69 "귀신은 어디에 있소?"
 
70 민영감이 눈을 부릅뜨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 손님이 등잔 뒤에 앉아 있었는데, 그를 향하여 소리쳤다.
 
71 "귀신이 저기 있다."
 
72 그 손님이 성내면서 민영감에게 따졌다. 민영감이 말하였다.
 
73 "밝으면 사람이 되고, 어두우면 귀신이 되는 법이라오. 지금 당신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서 밝은 곳을 살피고, 얼굴을 숨긴 채로 사람을 엿보았으니, 어찌 귀신이 아니겠소?"
 
74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손님이 또 물었다.
 
75 "영감님은 신선도 보았소?"
 
76 "보았지."
 
77 "신선은 어디에 있소?"
 
78 "집이 가난한 자가 바로 신선이라오. 부자들은 늘 속세를 그리워하는데, 가난한 자는 언제나 속세를 싫어하니, 속세를 싫어하는 게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79 "영감님은 나이 많은 사람도 보았겠구려?"
 
80 "보았지. 내가 오늘 아침 숲 속에 들어갔더니, 두꺼비와 토끼가 제각기 나이가 많아도 다투더군. 토끼가 두꺼비더러
 
81 '내가 팽조와 동갑이니까, 너 같은 자야 말로 후생이다.'
 
82 하고 말하니까, 두꺼비가 머리를 숙이고 훌쩍훌쩍 웁디다. 토끼가 깜짝 놀라서
 
83 '왜 그리 슬퍼하냐?'
 
84 물었더니, 두꺼비가 이렇게 말합디다.
 
85 '나는 저 동쪽 이웃집 어린아이와 동갑이었는데, 그 아이는 다섯 살 때에 벌써 글을 읽을 줄 알았단다. 그는 아득한 옛날 천황씨(天皇氏) 때에 태어나서 인년(寅年) 역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왕과 제(帝)를 거쳤으며, 주(周)나라에 이르러 왕통이 끊어지자 책력 하나를 이루었지. 진(秦)나라 때에 윤달이 들었고, 한(漢) 당(唐)을 거쳐 아침엔 송(宋)나라가 되었다가 저녁엔 명(明)나라가 되었지. 모든 사변을 겪으면서 기쁜 일, 놀라운 일, 죽은 이를 슬퍼하는 일, 가는 이를 보내는 일 등으로 지루한 세월을 보내다가 오늘에 이른 것이야. 그런데도 오히려 귀와 눈이 밝아지고, 이와 털이 나날이 자란단 말이야. 저 아이처럼 나이 많게 살았던 자는 없을 거야. 그런데 팽조는 겨우 팔백 살을 살다가 일찍 사라졌다니, 그는 세상을 겪은 것도 많지 못하고, 일을 경험한 것도 오래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내가 그를 슬퍼하는 거지.'
 
86 결국 토끼가 두 번 절하고 뒷걸음질치면서
 
87 '네가 내 할아버지뻘이다.'
 
88 합디다. 이로써 본다면 글 많이 읽은 자가 가장 목숨이 긴 거라우."
 
89 "그럼 영감님은 가장 훌륭한 맛도 보았겠구려?"
 
90 "보았지. 하현달이 되어서 썰물이 물러나면, 바닷가의 흙을 갈아서 염전을 만들거든. 그 갯벌을 구워서 성긴 것으로는 수정염을 만들고, 고운 것으로는 소금을 만들지. 온갖 맛을 조화시키면서, 소금 없이 어찌 맛을 내겠소?'
 
91 그러자 모두들 말하였다.
 
92 "좋소. 그러나 불사약은 영감님도 결코 못 보았겠죠?"
 
93 민영감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94 "이거야말로 내가 아침저녁으로 늘 먹는 것인데, 어찌 모르겠소? 큰 골짜기 굽은 소나무에 달콤한 이슬이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든 지 천 년만에 복령(茯笭)이 되지. 인삼 가운데는 신라의 토산품이 으뜸인데, 단정한 모양 붉은 빛에 사지가 갖추어진 데다, 쌍갈래로 땋은 머리는 아이처럼 생겼지. 구기자가 천년 되면 사람을 보고 짖는다우. 내가 일찍이 이 세 가지 약을 먹고는 백 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숨결이 가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 이웃집 할미가 와서 보고는 이렇게 탄식합디다.
 
95 '자네 병은 굶주렸기 때문에 생겼지. 옛날에 신농씨(神農氏)가 온갖 풀을 다 맛보고 비로소 오곡(五穀)을 뿌렸으니, 병을 다스리려면 약을 쓰고 굶주림을 고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네. 이 병은 오곡이 아니면 고치기 어렵겠네.'
 
96 나는 그제야 쌀로 밥을 지어먹고는 죽기를 면했다우. 불사약치고 밥보다 나은 게 없는 셈이지.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한 그릇, 저녁에 또 한 그릇 먹고, 이제 벌써 일흔이 넘었다우."
 
97 민영감은 언제나 말을 지루하게 늘어놓았지만, 끝에 가서는 모두 이치에 맞았다. 게다가 속속들이 풍자를 머금었으니, 변사(辯士)라고 할 만하였다. 그 손님도 물을 말이 막혀서 다시금 따지지 못하게 되자, 벌컥 화를 내면서
 
98 "그럼 영감님도 역시 두려운 게 있소?"
 
99 하고 물었다. 민영감이 잠자코 있다가 별안간 목소리를 높여서 말하였다.
 
100 "나 자신보다 더 두려운 건 없다우. 내 오른쪽 눈은 용이고, 왼쪽 눈은 범이거든. 혀 밑에는 도끼를 간직했고, 굽은 팔은 활처럼 생겼지요. 내 마음을 잘 가지면 어린아이처럼 착해지지만, 까딱 잘못하면 오랑캐도 될 수 있다우. 삼가지 못하면 장차 제 스스로 물고 뜯고, 끊고 망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래서 옛 성인의 말씀 가운데도 '자신의 사욕을 극복하여 예법으로 돌아간다"고 하였고, "사심을 막고 참된 마음을 지닌다."하였지요. 성인께서도 스스로를 두려워하신 거라우."
 
101 민 영감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 메아리처럼 빨랐다. 끝내 아무도 그를 골탕 먹이지 못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자랑하기도 하고, 기리기도 했으며, 곁에 앉은 사람을 놀리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허리를 잡고 웃어도, 민영감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102 "해서 지방에 황충(蝗蟲)이 생겨서, 관청에서 백성들더러 잡으라고 감독한답디다."
 
103 하고 말하자, 민영감이 물었다.
 
104 "황충을 잡아서 무엇한다우?"
 
105 "이 벌레는 누에보다도 작은데, 알록달록한 빛에 털이 돋혔지요. 이놈이 날면 명(螟)이 되고, 붙으면 모( )가 되어서 우리 곡식을 해치는데 거의 전멸시키지요. 그래서 잡아다가 땅속에 묻는답니다."
 
106 민영감이 말했다.
 
107 "이 따위 조그만 벌레를 가지고 걱정할 게 무어람. 내 보기엔 종로 네거리에 한길 가득히 오가는 것들이 모두 황충일뿐입니다. 키는 모두 일곱 자가 넘고, 머리는 검은 데다 눈은 빛나지요. 입은 주먹이 드나들 만큼 큰 데다 무슨 소린지 지껄여 대고, 구부정한 허리에 발굽이 서로 닿고 궁둥이가 잇달아 있습니다. 이놈들보다 더 농사를 해치고 곡식을 짓밟는 놈들이 없다우. 내가 그놈들을 잡고 싶은데, 큰 바가지가 없는 게 한스럽구려."
 
108 마치 이런 벌레가 참으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두려워했다.
 
109 어느 날 민영감이 찾아왔다. 내가 그를 바라보고 은어(隱語)로
 
110 "춘첩자(春帖子) 방제( 啼)"
 
111 라고 말했다. 민영감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112 "'춘첩자는 문(門)에다 붙이는 문(文)인, 바로 나의 성인 민(閔)일 게고, 방( )은 늙은 개니까 나를 욕하는 말일 테지. 제(啼)는 내 이빨이 빠져서 말소리가 웅얼대는 게 듣기 싫다는 뜻일 테지. 당신이 만약 '방'이 두렵다면, 견(犬)을 버려야 할거요. 또 제가 듣기 싫다면 그 구(口)를 막아 버려야 하겠지. 그러면 그 너머지 글자인 제(帝)는 조화(造化)를 뜻하고, '방'은 큰 물건을 뜻하지요. 그렇게 해서 '제'자에다 '방'자를 덧붙이면, '크다'는 뜻이 되는 동시에 그 글자 모양은 방(帝尨)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모욕한 게 아니라, 도리어 나를 칭찬한 게 된다우."
 
113 그 이듬해에 민영감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 사람들은
 
114 "민영감이 비록 지나치네 넓고 기이하며, 얽매이지 않고 호탕하지만, 그의 성격은 깨끗하고 곧으며, 즐겁고도 밝다. {주역}에 밝고, 노자(老子)의 글을 좋아했으며, 그가 대체로 엿보지 못한 글이 없다."
 
115 고 말했다.
 
116 그의 두 아들이 모두 무과(武科)에 올랐지만, 아직 벼슬하지 못하였다. 올해 가을에 내 병이 더친 데다, 민영감도 다시는 만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와 더불어 나누었던 은어(隱語), 해학(諧謔), 풍자(諷刺) 등을 모아서 이 {민옹전}을 지었다. 때는 정축년(1757) 가을이다. 이에 시를 지어서 민영감의 죽음을 슬퍼한다.
 
117 아아, 민영감이시여
118 괴상하고도 기이하며, 놀랍고도 깜찍스럽구려
119 기쁘고도 노여우며, 또한 얄밉구려
120 저 바람벽의 까마귀가 끝내 새매로 화하지 못했구려
121 영감께선 뜻을 지닌 선비였건만
122 마지막 늙어 죽을 때까지 쓰이지 못했구려
123 내 그대를 위해 전을 지으니
124 아아, 그대는 오히려 죽지 않을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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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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