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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鬼(귀)의 聲(성) ◈
◇ 제 10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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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이인직
1
장안 한복판 종로 종각에서 오정 열두시 치는 소리가 땡땡 나면서 장안 성중에 쇠푼이나 있고, 자명종깨나 걸어 놓은 큼직한 집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오정 소리를 듣고, 일시에 눈이 자명종으로 간다.
 
2
"이것이 웬일인구. 벌써 오정이 되었는데, 영감이 왜 이때까지 안 오시누."
 
3
하면서 점순이를 부르는 사람은 전동 김승지 집 부인이라.
 
4
"얘 점순아, 영감께서 작은돌이를 데리고 어데로 가신지 아느냐?"
 
5
"쇤네가 알 수 있습니까."
 
6
"그것 참 이상한 일이로구나. 오늘 식전 일곱시 사십분에 떠나는 기차에 임공사가 일본 간다고, 영감께서 작별인사인지 무엇인지 하러 가신다더니, 벌써 열두시가 되도록 아니 오시니, 나를 속이고 다른 데로 가셨나 보다. 얘 점순아, 네가 침모의 집에 갔을 때에 정녕 춘천집이 없더냐. 그년이 계동으로 갔다는데 침모 집에도 없고, 또 박참봉 집에도 없으면 어데로 갔단 말이냐. 요년, 너도 아마 나를 속이지……."
 
7
"에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무러기로 쇤네가 마님을 속이겠습니까."
 
8
"오오, 그렇지. 네가 만일 나를 속였다가는 너를 쳐죽여 없앨 터이라. 내가 다른 년을 심부름시키지 아니하고 너를 시키는 것은 믿고 시키는데, 너조차 거짓말을 하면 쓰겠느냐."
 
9
"마님께 말씀이지, 작은돌이는 마마님 계신 곳을 아는 모양 같으나 말을 안 하니 쇤네도 그 뒤만 살피고 있습니다."
 
10
"얘, 그렇단 말이냐. 그러면 네가 어떻게 하든지 작은돌의 속만 뽑아서 내게 말만 하여라. 그것만 알아 주면 네 치마도 하여 주고 저고리도 하여 주마. 치마 저고리뿐이겠느냐. 내 옷가지를 다라도 너를 주마."
 
11
요악한 점순이가 옷 하여 준다 하는 말에 욕심이 불같이 나서 거짓말일지라도 안다 하고 싶으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고, 일심전력이 작은돌의 속 뽑을 경영뿐이라.
 
12
점순이가 마님을 부르면서 무슨 말을 하려 하는데, 안 중문간에서 김승지의 기침 소리가 나더니 안방에로 들어오는데, 점순이는 하던 말을 뚝 그치더니 방문 밖으로 나가 버린다.
 
13
부인이 김승지의 얼굴을 어찌 몹시 쳐다보던지 김승지가 제풀에 당황한 기색이 있어서, 누가 묻지도 아니하는 말을 횡설수설한다.
 
14
"오늘은 불의출행이야. 공연히 남에게 끌려서 이리저리 한참을 쏘다녔거든…… 여럿이 모인 곳에 가면 그런 일 성가셔서…… 여보 마누라, 나는 이때까지 아침도 안 먹었소. 이애 점순아, 네 어데 가지 말고 내 밥상 이리 가져오너라. 어이 추워…… 이 방 뜨뜻한가."
 
15
하더니 어깨를 으쓱으쓱하면서 아랫목으로 들어오는데, 썩 몹시 추운 모양이라.
 
16
"왜 그렇게 추우시단 말이오. 그런고로 첩이 아내만 못하다는 것이지요. 춘천집 방에 가서 몸을 얼려 가지고 오시더니, 내 방에 와서 몸을 녹이시는구려. 어서 이 아랫목으로 들어오시오."
 
17
하면서 성도 안 내고 기색이 천연한지라.
 
18
김승지가 그 첩의 집에 간 것을 그 부인이 소문을 듣고 그렇게 말하는 줄로 알고, 역적 모의하다가 발각된 놈의 마음과 같이, 깜짝 놀라던 차에, 그 부인이 천연히 말하는 것을 듣고 일변 안심도 되고 의심도 난다.
 
19
벙긋벙긋 웃으면서 마누라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무슨 말이 나올 듯 나올 듯하고 아니 나온다.
 
20
"여보 영감, 내가 영감 소원을 풀어 드릴 터이니, 내 말대로 하시겠소?"
 
21
"응, 무슨 말…… 내가 무엇을 마누라 말대로 안 하는 것이 있소."
 
22
"그러하실 터이면 춘천집을 불러들여다가 저 건넌방에 둡시다. 두 집 배치를 하면 돈만 더 들고 영감이 다니시기도 비편하니 오늘부터 한집에 있게 합시다. 기왕 둔 첩을 어찌할 수 있소. 제가 마다고 가면 붙들 것은 없지만 안 가고 있으면 억지로 내쫓을 수야 있소? 그러나 춘천집을 불러 오더라도 영감께서 너무 혹하셔서 몸을 과히 상하시면 딱한 일이야…… 설마 영감도 생각이 있으실 터이지…… 그러실 리는 없겠지요."
 
23
김승지가 솔깃한 마음에 가장 말솜씨나 있는 듯이, 도리어 그 부인의 속을 뽑으려 든다.
 
24
"좀 어려울걸…… 한집안에서 견딜 사람이 따로 있지, 마누라 성품에 될 수가 있나?"
 
25
"춘천집이 춘천서 올라오던 날 내가 야단을 좀 쳤더니, 그것을 보고 하시는 말씀인가 보구려. 첩을 두시려거든, 나더러 둔다는 말씀을 하고 두셨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할 리가 있소. 남자가 첩 두기가 예사이지. 영감은 내게 의논도 없이 첩을 두시고, 춘천집을 불러올 때도 날더러 그런 말이나 하셨소. 부지불각에 그런 일을 보면 누가 좋다 할 사람이 있겠소."
 
26
"그것은 그러하여. 그것은 내가 잘못하였지. 마누라가 열이 날 만한걸…… 여보, 지나간 일이야 말하여 쓸데 있소. 앞일이나 의논합시다. 춘천집을 불러들이면 한집안에서 아무 소리 없이 살겠소."
 
27
부인이 생시치미 떼고 말을 하다가 원래 화산에 불 일어나듯 하는 성품이라 기가 버썩 나서 낯이 벌개지며 왜가리 소리 같은 목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28
"여보, 다시 첩 두면 무엇이라고 맹서하셨소. 남부끄럽지 아니하시오. 얘 점순아, 저 건넌방 치우고 불 덥게 때어라. 오늘부터 마마님이 오신단다. 에그, 망측하여라. 계집이 다 무엇인고. 계집을 감추어 두고 맹세를 그렇게 해…… 병문에 있는 막벌이꾼도 할 만한 맹세를 하지, 영절스럽게 그런 맹세를 지어…… 내가 잠자코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벌써부터 다 알고 있어. 작은돌이란 놈 그놈 쳐죽여 놓을 놈. 그놈이 내 눈앞에 다시 보였다가는……."
 
29
하면서 분명한 토죄도 아니하고 작은돌이를 벼르니, 김승지가 어찌 당황하던지 그 부인을 쳐다보며,
 
30
"아니야…… 무엇을…… 남의 말을 자세히 듣지도 아니하고 그리해서 쓰나. 아아, 글쎄 내 말 좀 자세히 듣고 말을 하여야지. 춘천집을 누가 참 불러온다나. 또 춘천집이 어데 가 있는지 내가 알기나 아나."
 
31
하면서 얼었던 몸에 땀이 나도록 애를 쓰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라.
【원문】제 10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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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의 성(鬼--聲) [제목]
 
  이인직(李人稙) [저자]
 
  1906년 [발표]
 
  신소설(新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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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