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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鬼(귀)의 聲(성) ◈
◇ 제 15 장 ◇
해설   목차 (총 : 20권)     이전 15권 다음
1906년
이인직
1
걱정 없고 근심 없고 자지도 아니하고 쉬지도 아니하고 밤낮 가는 것으로만 일삼는 것은 세월이라.
 
2
김승지의 부인과 점순이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느라고 하루가 삼추같이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좋은 기회를 못 얻어서 조증이 나서 못 견디는데 경륜한 지가 일 년이 되었더라.
 
3
춘천집의 어린애는 돌 잡힌 지 한 달 만에 어찌 그리 숙성하던지, 아장아장 걸으면서 엄마 엄마 부르는 것을 보면 부얼부얼하고 탐스럽게 생긴 모양은 아무가 보든지 귀애할 만하고, 원수의 자식이 그러하더라도 밉게 볼 수는 없겠더라.
 
4
그때는 김승지 집에서 삼청동으로 이사한 후이라 점순이가 그 애를 업고 김승지 집에 왔는데, 부인이 그 어린애를 보더니 소스라쳐 놀라면서,
 
5
"이애 점순아, 네 등에 업힌 애가 누구냐? 그것이 춘천집의 자식이냐? 에그, 그년의 자식을 생으로 부등부등 뜯어먹었으면 좋겠다. 네 그년의 자식을 이리 데리고 오너라. 모가지나 비틀어 죽여 버리자."
 
6
"에그머니, 큰일날 말씀을 하십니다. 그렇게 쉽게 죽이려면 쇤네가 벌써 죽였게요.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오래지 아니하여 좋은 도리가 있습니다."
 
7
"얘, 날마다 조금조금 하면 조금이 언제란 말이냐. 내가 늙어 죽은 후를 기다리느냐?"
 
8
"마님께서 답답하실 만한 일이올시다마는 참으시는 김에 눈 꿈쩍 며칠만 더 참으시오."
 
9
부인이 이를 악물고 모지름을 쓰며 어린애를 부른다.
 
10
"이 원수의 년의 자식 이리 오너라."
 
11
하며 손을 탁탁 치니, 어린애는 벙글벙글 웃으며 두 팔을 쑥 내미니, 부인이 어린애의 팔을 와락 잡아당기거늘, 점순이가 깜짝 놀라서,
 
12
"에그 마님, 그리 맙시오."
 
13
하면서 어린애를 두루쳐 업고 횐들횐들 흔들면서,
 
14
"이애, 오늘은 네가 내 덕에 살았지. 이후에 내 손에 죽더라도 원통할 것 없느니라. 너는 죽을 때에 너의 어머니와 한날 한시에 죽어라. 해해해……."
 
15
웃으면서 뾰족한 턱이 어깨에 닿도록 고개를 둘러서 어린애를 보는 눈동자가 한편으로 어찌 몰렸던지 본래 앙상스러운 눈이 더욱 사람을 궂힐 듯하다.
 
16
천진이 뚝뚝 듣는 어린애는 점순의 등에 업혀서 허덕허덕하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점순의 얼굴을 후비는데, 점순이가 소리를 바락 지르면서,
 
17
"아프다 요것 누구를 할퀴느냐. 하루바삐 뒤어지고 싶으냐."
 
18
하면서 철없는 애더러 포달스럽고 악독한 말을 하는데, 김승지가 안마당에 들어서도록 모르고 부인이 듣고 좋아할 소리만 한다. 김승지는 징 아니 박은 발막 신은 발이라 발자취가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그 중에 점순이가 부인의 앞에서 양양자득하여 하는 제 말소리에 김승지가 옆에 와 서도록 모르고 있더라. 부인이 민망하여 점순이에게 눈짓을 하면서,
 
19
"에그 요 방정맞은 년, 어린애더러 그것은 다 무슨 소리냐."
 
20
아무도 없으면 부인의 입에서 그러한 소리가 나올 리가 만무할 터이라, 영리하고 민첩한 점순이는 벌써 눈치를 채고 선뜻 하는 말이,
 
21
"어린애는 험한 소리를 들어야 잘 자란답니다. 저의 어머니가 듣지 아니하는 때는 쇤네는 날마다 업고 그러한 소리만 한답니다. 외밭 가지밭에도 더러운 거름을 주어야 잘 자라고 잘 열립니다. 아가, 네가 내게 그러한 험한 소리를 들었게 이렇게 숙성하게 잘 자랐지, 둥둥둥, 둥둥개라."
 
22
하면서 애 업은 뒷짐진 손으로 애를 들까불며 부라질을 하고 서서 김승지 선 것을 곁눈으로는 보아도 바로 쳐다보지 아니하고 천연하더라. 잔꾀 많은 점순이가 말 휘갑을 어떻게 잘 쳤던지 김승지는 아무 의심 없이 들을 뿐이라.
 
23
점순이가 어린애를 업고 도동으로 나가니 춘천집이 안방 지게문을 열고 나오며,
 
24
"거북아, 어데를 갔더냐. 어미도 보고 싶으지 아니하더냐. 나는 오늘 웬일인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마음이 좋지 못하여 네가 어데 가서 무슨 탈이 났는가 염려하였다. 이리 오너라. 좀 안아 보자."
 
25
하며 손을 툭툭 치니, 어린애가 벙글벙글 웃으면서 점순의 등에 업힌 채로 용솟음을 하여 뛰며 좋아한다.
 
26
점순이가 성이 나서 얼굴이 발개지면서,
 
27
"탈이 무슨 탈이오니까. 아기를 누가 어찌합니까?"
 
28
"아닐세. 자네가 업고 나간 것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행길에 사람은 물끓듯하는데 전차도 다니고 말 타고 달리는 사람도 있으니 어른도 위태하데."
 
29
"쇤네가 혼자 다닐 때는 아무 걱정 없이 다녀도 아기를 업고 나가면 어찌 조심을 하던지, 개미 한 마리만 보아도 피하야 다닌답니다. 서방 떼어 버리고 제 자식은 남에게 맡기고 댁에 와서 이렇게 있는 것이 무슨 까닭이오니까. 댁 아기 하나를 위하여 그리하지요."
 
30
하는 말이 공치사하는 눈치가 있으니, 춘천집이 점순에게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안으려고 손쳐 부르던 어린애를 다시 부르지도 아니하고,
 
31
"에그, 나는 무심히 한 말인데 그렇게 이상하게 들을 일이 아닌걸……."
 
32
하면서 우두커니 섰는 모양은 누가 보든지 성품 곱고 안존한 태도가 보이더라.
【원문】제 1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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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귀의 성(鬼--聲) [제목]
 
  이인직(李人稙) [저자]
 
  1906년 [발표]
 
  신소설(新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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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