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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충렬전 (劉忠烈傳) ◈
◇ 권지하 ◇
해설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1
유충렬전(劉忠烈傳) 권지하
 
 
2
각설 이 때 유충렬이 금산성 하에서 망기하다가 형세 위급함을 보고 일광주 용인갑에 장성검을 높이 들고 천사마를 채질하여 바삐 중군소에 들어가 조정만을 보고 설명을 올려 싸우기를 청하되, 중군이 바삐 나와 손을 잡고 울며 왈,
 
3
"그대 충성은 지극하나 지금 황상이 항복하려 하시고 또한 적진 형세 저러하니 그대 청춘이 전장 백골 될 것이니 원통하고 망극하다."
 
4
충렬이 불승분기 하여 전문 밖에 나서면서 벽력같이 소리하여 적장을 불러 왈,
 
5
"이 봐, 역적 정한담아! 남경 동성문 내에 사는 유충렬을 아는다 모르는다. 바삐 나와 목을 드리라."
 
6
하는 소리 양진이 뛰놀며 천지 강산이 진동하니, 문걸이 대경하여 돌아보니 일광투구에 안채 쏘이고 용인갑은 혼신을 감추고 천사마는 비룡 되어 운무 중에 싸여, 공중에 소리만 나고 제 눈에는 보이지 아니하니 창검만 높이 들고 주저주저 하던 차에 벽력같은 소리 끝에 장성검이 번듯하며 정문걸의 머리 공중에 베어들고 중군으로 달려드니, 조정만이 엎어지며 문밖에 급히 나와 손을 잡고 들어갈 제, 이 때 천자는 옥새를 목에 걸고 항서를 손에 들고 진문 밖에 나오다가 뜻밖에 호통 소리 나며 일원대장이 문걸의 머리를 베어 들고 중군으로 들어가거늘, 대경 대희 하여 중군을 급히 부러 왈,
 
7
"적장 베던 장수 성명이 뉘냐. 바삐 입시하라."
 
8
충렬이 말에서 내려 천자 전에 복지하되, 천자 급히 문왈,
 
9
"그대는 뉘신지 죽을 사람을 살리는가?"
 
10
충렬이 저의 부친과 강희주 죽음을 절분히 여겨 통곡하며 여쭈오되,
 
11
"소장은 동성문 내 거하던 정언 주부 유심의 아들 충렬이옵더니 주류개걸 하여 만리 밖에 있삽다가 아비 원수 갚으려고 여기 잠깐 왔삽거니와 폐하 정한담에게 곤핍하심은 몽중(꿈속)이로소이다. 전일에 정한담을 충신이라 하시더니 충신도 역적 되나이까? 그 놈의 말을 듣고 충신을 원찬하여 다 죽이고 이런 환을 만나시니 천지 아득하고 일월이 무광하옵니다."
 
12
슬피 통곡하며 머리를 땅에 두드리니 산천초목도 슬퍼하며 만진중에 낙루 아니할 이 없더라.
 
13
천자 이 말을 들으시고 후회막급 할 말 없어 우두커니 앉았더니, 태자 적진에 잡혀 갔다가 본진에서 문걸 베임을 보고 탈신 도주 급히 와서 충렬의 손을 붙잡고 왈,
 
14
"경이 이게 웬말인가. 옛날 주성왕도 관채의 말을 듣고 주공을 의심터니 회과자책 하여 성군이 되었으니 충신이 다 죽기는 막비천운이라. 그런 말을 하지 말고 진충갈력하여 황상을 도우시면 태산같은 그 공로는 천하를 반분하고 하해같은 그 은혜는 풀을 맺어 갚으리라."
 
15
충렬이 울음을 그치고 태자 상을 보니 천자 기상 적실하고 일대성군 될듯하여 투구 벗어 땅에 놓고 천자 전에 사죄 왈,
 
16
"소장이 아비 죽음을 한탄하여 분심이 있는고로 격절한 말씀을 폐하 전에 아뢰었으니 죄사무석이라. 소장이 죽사온들 폐하를 돕지 아니하오리까?"
 
17
천자 충렬의 말을 듣고 친히 계하에 내려와서 투구를 씌면서 손을 잡고 하는 말이,
 
18
"과인은 보지 말고 그대 선조 창건하던 일을 생각하여 나라를 도와주면 태자 하던 말대로 그대 공을 갚으리라."
 
19
충렬이 청명하고 물러 나와 장대에 높이 앉아 군사를 총독하니 피병장졸이 불과 일이백 명이라. 천자 삼층 단에 높이 앉아 하늘에게 제사하고 인검을 끌러내어 충렬을 주신 후에 대장 사명기에 친필로 쓰시기를 '대명국 대사마 도원수 유충렬'이라 뚜렷이 써 내주니 원수 사은하고 진법을 시험할 제, 장사일자진을 쳐 두미를 상합케 하고 군중에 호령하되,
 
20
"남북적병이 비록 억만 병이라도 내 혼자 당하려니와 너희 등은 행오를 잃지 마라."
 
21
약속할 제, 이적에 적진중에 문걸 죽음을 보고 일진이 진동하여 서로 나와 싸우려 할새 삼군대장 최일귀 분기를 이기지 못하여 녹포운갑에 백금투구를 쓰고 장창대검을 좌우에 갈라 들고 적제마를 채질하여 나는 듯이 달려들며 외어왈,
 
22
"적장 유충렬아! 네 아직 미거하여 남북강병 억만군을 능멸히 생각하니 바삐 나와 죽어 보라."
 
23
원수 장대에 있다가 최일귀란 말을 듣고 바삐 나와 응성하되,
 
24
"정한담은 어디 가고 너만 어찌 나왔느냐. 너희 두 놈의 간을 내어 우리 부모 영위전에 재배하고 드리리라."
 
25
함성하고 달려들어 장성검이 번듯하며 일귀 가진 장창대검이 편편파쇄 부서지니, 최일귀 대경하여 철퇴로 치자한들 원수 일신이 보이지 아니하니 치자 한들 어이하리, 적진중에서 옥관도사 싸움을 구경타가 대경하여 급히 쟁(군사를 물리치는 꽹과리)을 쳐 거두오니, 일귀 겨우 본전에 돌아와 정신을 잃었는지라.
 
26
이 때 북적 선봉 마룡은 천하에 명장이라. 충렬을 잡지 못하고 돌아옴을 분히 여겨 진문을 헤쳐 왈,
 
27
"대장은 어찌 조그마한 아이를 살려두고 오니이까? 소장이 잡아 오리이다."
 
28
하면 나는 듯이 들어올 제, 북적 진중에서 또한 도사 진진이 나와 마룡의 말머리를 잡고 왈,
 
29
"대장은 가지 마옵소서, 적장의 갑주창검을 보니 용궁의 조화라. 수년 전에 대장성이 남경에 떨어지더니, 이제 검술을 보니 북두성 대장성 이 칼 빛을 응하며, 일광주 용인갑은 일신을 가리었으니 사람은 천신이요, 말은 비룡이라 뉘 능히 당하리오."
 
30
마룡이 분노하여 도사를 꾸짖어 왈,
 
31
"대장부 앞에 요망한 도사놈이 무슨 잔말을 하느냐, 바삐 물러서라."
 
32
진진이 생각하되 미구에 대환이 있을지라 진중에 들지않고 소로로 도망하여 싸움을 구경터라.
 
33
이때에 마룡이 좌수에 삼 천근 철퇴를 들고 우수에 창검을 들고 호통을 지르며 나와 원수를 맞아 싸우더니, 일광주에 쏘여 두 눈이 컴컴하여 정신이 없는지라. 운무 중에 소리나며 검광이 빛나며 원수를 치려하니 장성검이 번듯하며 마룡의 손을 치니, 철퇴 든 팔이 마저 땅에 떨어지니 마룡이 대경하여 우수에 잡은 칼로 공중에 솟아 번개를 냅다 치니 구척장검 길고 긴칼이 낱낱이 파쇄하여 빈 자루만 남은지라. 제아무리 명자인들 적수로 당할쏘냐. 본진으로 도망코자 할 즈음에 벽력같은 소리 진동하며 장성검이 번듯하며 마룡의 머리 안개 속에 내려지니 목은 잘라 본진에 던지고 몸은 적진에 던지며 왈,
 
34
"이봐 정한담아 바삐 나와 죽기를 재촉하라. 네놈도 이같이 죽이리라."
 
35
하며 좌우로 횡행하되 공중에 소리만 나고 일신은 아니 보이니 적진이 대경하여 혼불부신 하더라.
 
36
한담이 대노하여 용상을 치며 왈,
 
37
"억만 군중에 충렬이 잡을 자 없느냐?"
 
38
형사마 비껴 타고 십 척 장검 빼어 들며 진문 밖에 썩 나서며 최일귀 응성하고 나와 왈,
 
39
"대장은 아직 참으소서. 소장이 당하리다."
 
40
하며 나는 듯이 들어가며 외어 왈,
 
41
"적장 유충렬은 어제 미결한 싸움을 결단하자."
 
42
원수 응성하고 천사마상 번 듯 올라 좌수의 신화경은 신장을 호령하고 우수의 장성검은 일원을 희롱하는지라. 적진을 바라보고 나는 듯이 들어가 혼신이 일광되어 가는 줄을 모를러라. 일귀를 맞아 싸워 반합이 못하여서 장성검이 번듯하며 일귀의 머리를 베어 칼끝에 꿰어들고 본진으로 돌아와서 천자 전에 바쳐 왈,
 
43
"이것이 최일귀 머리 적실하오니까?"
 
44
천자 일귀의 목을 보고 대분하사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점점이 오면서 원수를 치사 왈,
 
45
"짐이 불명하여 이놈의 말을 듣고 경의 부친을 문외출송하였더니 이놈이 나를 속여 만 리 연경에 보냈으니 이제는 설치하고 경의 은혜 논지컨대 할부봉양(살을 베어 봉양함) 부족이라 백골이 진토되어도 그 은혜를 다 갚으리. 황태후는 어디 가고 이놈 고기 맛볼 줄을 모르는가."
 
46
원수의 손을 잡고 백 번이나 치사하니 원수 더욱 감축하여 고두사례하고 군중으로 물러나오니 중군 조정만이 즐거움을 측량치 못하여 대하에 내려 백배치사하며 즐기더라.
 
47
이 때 한담이 일귀 죽음을 보고 분심이 충장하여 벽력같은 소리를 천둥같이 지르고 장창대검 다잡아 쥐고 전장 오백 보를 솟아 뛰어서며 육정육갑을 베풀어 좌우 신장 옹위하고 둔갑장신하여 변화를 부쳐두고 호통을 크게 질러 원수를 불러 왈,
 
48
"충렬아 가지 말고 네 목을 바삐 납상하라."
 
49
원수 한담이 나옴을 보고 대희하여 응성하고 나올 제 천자 원수를 당부 왈,
 
50
"한담은 일귀 마룡의 유아니라 천선의 법을 배워 만부부당지력이 있고 변화불측하니 각별히 조심하라."
 
51
원수 크게 웃고 진전에 나서 한담을 망견하니, 신장이 십여척이요 면목이 웅장하여, 황금투구의 녹포운갑에 조화를 붙였는데 천상 익성정신을 흉중에 갈무었으니 일대명장이요 역적 될만한지라, 원수 기운을 가다듬고 신화경을 잠깐 펴 익성정신을 쇠진케하고 장성검을 다시 닦아 성채 찬란케 하고 변화의 은신하고 호통을 크게 하며 한담을 불러 왈,
 
52
"네놈은 명나라 정종옥의 자식 정한담이 아니냐. 세대로 명나라 녹을 먹고 그 인군을 섬기다가 무엇이 부족하여 충신을 다 죽이고 부모국을 치려하니 비단 천하 사람 뿐 아니라 치하 귀신들도 너를 잡아 황제전에 드리고자 할 것이니 너 같은 만고역적이 살기를 바랄소냐. 네놈을 생금하여 전후 죄목을 물은 후에 너의 살은 포육을 떠서 종묘에 제사하고 그 남은 고기는 받아다가 우리 부친 충혼당에 석전제를 지내리라, 바삐 나와 나를 보라."
 
53
한담이 분노하여 응성출마 나오거늘 원수 한담을 맞아 싸울 제 칼로 치게 되면 반합에 죽을 것이로되 살리고 잡고자 하여 장성검 높이 들어 한담을 치려더니 한담은 간 데 없고 편편채운이 일어나며 원수의 장성검의 검광이 없어지고 펴있던 칼이 도로 사리거늘 원수 대경하여 급히 물러와 신화경을 바삐 펴 일편을 왼 후에 장성검을 세 번 치며 풍백을 바삐 불러 채운을 쓸어버리고 안순풍이 지조화를 부쳐 적진을 살펴보니 한담이 변신하여 채운에 싸이여 십여척 장검 번뜩이며 원수를 따르거늘, 원수 그제야 깨닫고 왈,
 
54
"한담은 천신이라 산채로 잡으려 하다가는 도리어 환을 당하리라."
 
55
하고 싸우러 나갈 제, 진전에 안개 자욱하며 장성검 번개되어 공중에 빛나며 한담을 치려 하되 한담의 몸에는 종시 칼이 가까이 가질 못하거늘 적진을 향하여 뒤로 들어 진중을 해칠 듯 하니 한담이 원수를 따라 잡으려 하고 급히 회마차의 번개 언뜻 하며 한담의 탄 말이 땅에 거꾸러지거늘 급히 칼을 들어 한담의 목을 치니 목은 맞지 아니하고 투구만 깨어지니 적진에서 한담의 투구 깨어짐을 보고 대경하여 급히 징을 쳐 거둠에 한담의 기운이 쇠진하여 거의 죽게 되었더니 쟁을 쳐 거둠에 본진에 돌아와 정신을 놓고 기운을 수습하지 못하거늘 좌우 구하니 겨우 정신을 차려 앉으며 왈,
 
56
"선생은 어찌 알고 소장을 불렀나이까?"
 
57
도사 왈,
 
58
"적장의 칼 끝에 장군의 투구 깨어지기로 만분 위태하여 불렀노라."
 
59
한담이 대경하여 머리를 만져보니 투구 없는지라 더욱 놀라 왈,
 
60
"적장은 일정 천신이요, 사람은 아니로다. 십년을 공부하여 사람은 커니와 귀신도 측량치 못하는 법이 많았더니 마룡과 최일귀 죽음을 조심하여 십 년 배운 법을 오늘날 모두 다 베풀어 적장을 잡으려 하더니 잡기는 새로이 기운이 쇠진하여 거의 죽게 되었더니 천행으로 선생의 힘을 입어 목숨이 살았으나 천만 가지로 생각하되 힘으로는 잡을 수 없으니 선생은 깊이 생각하옵소서."
 
61
도사 이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여 이윽히 생각하다가 군중에 전령하여 진문을 굳이 닫고 한담을 불러 왈,
 
62
"적장을 잡으려 할진대 인력으로는 잡지 못할 것이니 군장기계를 모아 여차여차하였다가 적장을 유인하여 진중에 들게 되면 제 비록 천신이라도 피할 길이 없으리라."
 
63
한담이 대희하여 도사의 말대로 약속을 정제하고 수일을 지낸 후에 갑주를 갖추고 진문에 나서며 원수를 불러 왈,
 
64
"네 한갓 혈기만 믿고 우리를 대적하니 후생이 가외로다. 빨리 나와 자웅을 결단하라."
 
65
이 때에 원수 의기양양하여 진전에 횡행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웅성출마하여 일합이 못하여 거의 잡게 되었더니 적진이 또한 쟁을 쳐 거두거늘 승승축부(勝勝逐赴 : 이긴 김에 계속 쫓아감)하여 바로 적진 선봉을 헤쳐 달려들 제 장대에서 북소리 나며 난데없는 안개 사면에 가득 하고 적장이 간데 없고 음풍이 소소하며, 한설이 분분한데 지척을 모를레라. 가련하다 유충렬이 적장 꾀에 빠져 함정에 들었으니 명재경각이라. 원수 대경하여 신화경을 펴 놓고 둔갑장신하여 일신을 감추고 안순법을 베풀어 진중을 살펴보니 토굴을 깊이 파고 그 가운데 장창검극은 삼대같이 벌였으며 사해신장이 나열하여 독한 안개, 모진 사석 사면으로 뿌리면서 함성소리 크게 질러 "항복하라!"하는 소리 천지진동 하는지라. 원수 그제야 간계에 빠진 줄 알고 신화경을 다시 펼쳐 육정육갑을 베풀어 신장을 호령하며 풍백을 바삐 불러 운무를 쓸어 버리니, 명랑한 청천백일 일광주를 희롱하고 장성검은 번개되어 적진중이 요란할 제, 적진을 살펴보니 무수한 군졸이며 진중에 모든 복병 둘러싸서 백만겹을 에웠는데, 장대에서 북을 치며, 군사를 재촉커늘, 원수 분노하여 일광주를 다시 만져 용인갑을 다스리고 천사마를 채질하여 좌우진중 호통하며 좌충우돌 횡행할 제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번갯불이 일어나며 번갯불 일어나는 곳에 뇌성벽력이 진동하니 군사 장수 넋을 잃고 모든 장수 귀가 먹고 눈이 어두워 제 군사를 제 모른다. 서로 밝혀 분주할 제, 변화좋다 장성검은 동천에 번듯하며 호적이 쓰러지고 서천에 번듯하여 전후 군사 다 죽으니 추풍낙엽 볼 만하며, 무릉도원 홍류수는 흐르나니 핏물이라. 선봉 중군 다 헤치고 적진 장대 달려드니 정한담이 칼을 들고 대상에 섰거늘 호통소리 크게 하고 장성검을 높이 들어 대칼에 베어 들고 후군에 달려드니, 이 때 황후 태후 적진에 잡혔다가 토굴 속에서 소리하여 하는 말이,
 
66
"저기 가는 저 장수는 행여 명나라 장수거든 우리 고부 살려주소."
 
67
원수 분기 등등하여 적진에 횡행타가 슬픈 소리나며, 천사마 그 곳을 행하거늘, 급히 가 보고 말에서 내려 왈,
 
68
"소장은 동성문 내 거하던 유주부 아들 충렬이옵더니 아비 원수 갚으려고 불원천리 달려와서 정문걸을 한 칼에 베이고 이곳에 왔사오니 소장과 함께 본진으로 가사이다."
 
69
황후 태후 이 말을 듣고 토굴 밖에 나와 원수의 손을 잡고 치사하여 왈,
 
70
"그대 일정 유주부의 아들인가, 어디가 장성하여 저런 명장 되었는가? 그대 부친은 어디 있느뇨? 장군의 힘을 입어 우리 고부 살려내어 소소백발 이내 몸이 천자 아들 다시 보고, 연연홍안(姸姸紅顔 : 곱고 고운 젊은 얼굴)내 며느리 황제 낭군 다시 보게 하니 그 공로 그 은혜는 태산이 무너져서 평지가 되어도 잊을 수 없고 천지가 변하여 벽해가 될 지라도 잊을 가망 전혀 없네. 머리를 베어 신을 삼고 혀를 빼어 창을 받아 백년 삼만 육천 일에 날마다 이고서도 그 공로를 다 갚을까. 본진에 돌아가서 내 아들 어서 보세."
 
71
원수 배사하고 황태후를 바삐 모셔 본진에 돌아와 정한담의 목을 내어 천자 전에 바치려고 칼 끝에 빼어보니 참놈은 간 데 없고 허수아비 목을 베어 왔는지라. 원수 분노하여 다시 싸움을 도도더라.
 
72
이 때 천자 양진 싸움을 구경터니 원수 적진에 달려들며 사면에 안개 가득하고 적진 복병이 벌 일 듯 하여 빈틈없이 둘러싸고 고각함성은 천지 진동하고 원수의 검광이 뵈이지 아니하거늘 천자 대경실색하여 발을 구르며 땅에 엎어져 통곡 왈,
 
73
"이제는 죽었구나. 천행으로 충렬을 얻었더니 이제는 죽었으니 불칙한 이 내 팔자 살아 무엇하리, 신령하신 황천후토는 이런 경상을 살피사 유충렬을 살려주소서."
 
74
이렇듯이 슬피 울더니 뜻밖에 적진 중에 안개 없어지며 벽력같은 소리나며 장성검 번개되어 적진 억만 병을 순식간에 쓰러 쳐 무인지경 되었는데 일원대장이 진문 밖에 나서며 황후 태후를 모시고 본진으로 돌아오거늘, 천자와 태자 버선발로 달려들어 천자는 원수 손을 잡고, 태자는 태후의 손을 잡고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마음 측량 없어, 울음 절반, 웃음 절반 두 가지 섞이어서, 천자는 옥새를 목에 걸고 항서는 손에 들고 항복하려 나오다가 뜻밖에 충렬을 얻어 살아난 말씀을 하고 황태후는 적진에 잡혀가 토굴 속에 갇히었다가 뜻밖에 원수 만나 살아 온 말씀을 하고 군사들도 즐거워 치하 분분하더라.
 
75
이 때 정한담이 도사의 꾀를 듣고 적장을 유인하여 함정에 넣었더니 죽기는 고사하고 삼군 억만 병을 한 칼에 무찌르고 장대에 달려들어 한담의 혼백 붙인 위인을 베이고 후군을 지치다가 황태후를 데려가는 양을 보고 넋을 잃어 도사에게 들어가 여쭈오되,
 
76
"충렬은 일정 천신이라 이제는 백계무책이오니 선생은 어찌 하오리까?"
 
77
도사 대경망극하여 아무리 할 줄을 모르다가 한 꾀를 생각하고 한담을 불러 왈,
 
78
"적장 유충렬은 거거년전에 연경으로 귀양간 유심의 아들이라 하니 이제 군사를 급히 재촉하여 유심을 잡아다가 진중에 가두고 죽이려 하면 제 아무리 충신이나 인군만 생각하고 제 아비를 생각지 아니하랴."
 
79
한담이 이 말을 듣고 대희하여 군중에 전령하되 날랜 군사 십여 명을 조발하여 유주부를 빨리 나입하라. 분부하니라.
 
80
각설 이 때 유주부가 북방 극한지지에 누년 고생함에 위인이 보잘 것이 없고, 남경에 난리 났단 말을 듣고 주야 근심하며, 행여 천자 죽을까 염려하여 동지장야 길고 긴 밤에 촛불만 도도켜고 축수 왈,
 
81
"명천이 감동하사 우리 천자 살릴진대, 내 아들 충렬이 살았거든 남경을 구원하고 제 아비 원수를 갚게 하소서."
 
82
이렇듯 정성을 드리더니 뜻밖에 한떼 군사 달려들어 유주부를 잡아 내어 수레 위에 높이 싣고 불원천리 재촉커늘 유주부 정신 없이 인사를 놓았다가 겨우 인사를 차려 생각하되,
 
83
"이제는 하릴없이 죽는도다. 우리 천자 승전하였으면 날 잡아오라기 만무하다. 일정 정한담이 역적 되어 천자를 죽이고 나도 또한 죽이려고 이 지경이 되었구나. 청천 일월도 무심하고 형산 신령도 못 믿겠다. 내 아들 충렬이도 정녕 죽었구나. 살았으면 어디 가서 아비 원수 못 갚는가."
 
84
이렇듯이 슬피 울 제 군사들도 낙루하더라.
 
85
여러 날만에 적진중에 득달하니 이 때 정한담이 용상에 높이 앉아 곤룡포를 정히 입고 백관이 시위하여 유심을 잡아다가 계하에 엎지르고 달래어 하는 말이,
 
86
"그대 마음이 하 고집하기로 만 리 연경에 수년을 고생하니 내 마음이 불안한지라, 이제는 짐이 천자되어 백관을 거느렸더니 그대 아들이 아직 미거하여 천위를 모르고 죽은 명제를 살리려고 우리 군사를 침노하니 죄상을 논지컨대 진작 죽일 것이로되 그대를 생각하여 아직 살려 두었더니 종시 항복지 아니하기로 그대를 데려다가 자식에게 편지나 하여 부자 함께 만나, 나를 도우면 고관대작은 원대로 할 것이니 부디 사양치 말라."
 
87
유주부 이 말을 듣고 분심이 탱천하여 눈을 부릅뜨고 쪽골쳐(쪼그려) 앉으며 왈,
 
88
"네 이놈 정한담아. 천지도 무섭잖고 일월도 두렵지 아니하냐. 나는 자식도 없고, 자식이 설혹 있은들 우리 천자를 모시고 너같은 역적 놈을 죽이려 하는데 그 아비 무슨 일로 성군을 저 버리고 역적을 도우라 하며, 내 자식은 새로이 광대한 천지간이 삼 척 동자도 네 고기를 먹고자 하느니, 하물며 내 아들이 옥황이 점지하사 남경을 도우라 하였으니 만고역적 너같은 놈을 섬길 듯 하냐."
 
 
89
(중략)
 
 
90
천자 원수를 붙들고 대성통곡 왈,
 
91
"이 몸이 하늘께 득죄하여 나라가 망케되었다가 충신 그대를 얻어 회복되게 되었으나 부모 처자를 되놈에게 보내고 나 혼자 살아 무엇하리.  천하를 그대에게 전하나니 그리 알라.  과인은 이제 죽어 혼백이나 호국에 들어가 모친을 만나보면 구천에 들어가도 여한이 없으리라."  
 
92
하고 궐내 백화담에 빠져 죽고자 하거늘 원수 붙들어 용상에 앉히고 여쭈오되,
 
93
"소신이 충성이 부족하여 이 지경이 되었으나 이때를 당하여 신자 도리에 호국을 그저 두오리까.  소신이 재주 없사오나 호국에 들어가 호종을 함몰하고 황태후를 편히 모셔 돌아오리이다."
 
94
천자 원수 손을 잡고 낙루하며 부탁하되,
 
95
"경이 충성을 다하고 호국을 쳐 멸하고 과인의 노모와 처자를 다시 보게 하면 살을 베어도 아깝지 아니하리오."
 
96
원수 배사하고 나와 정한담을 끌러 계하에 엎지르고 좌우 나졸 호령하여 온갖 형벌 갖추고 전후죄목을 낱낱이 물어 왈,
 
97
"이놈 들으라.  네 자칭 신황제라 하고 날더러 천의를 모른다 하더니 어찌 두 팔이 없어 내게 잡혀 왔느냐?"
 
98
한담이 참괴무언이라.
 
99
"네 자칭 십년 공부하여 천자를 도모한다 하더니 어떠한 놈에게 공부하여 역적이 역적이되었느냐?"
 
100
한담이 여쭈오되,
 
101
"소인이 불행하여 도사놈의 말을 듣고 이 지경이 되었으니 아뢸 말씀없나이다."
 
102
"도사놈이 어디 갔는고?"
 
103
"소인이 변수가에 갔을 때에 호국에 들어갔을 듯 하나이다."
 
104
원수 왈,
 
105
"네놈은 날과 불공대천지수(함께 하늘 밑에 살수 없는 원수)라 진작 죽일 것일 것이로되, 내 부친의 존망을 알고자 하느니 바른대로 아뢰라."
 
106
한담이 다시 여쭈오되,
 
107
"소인의 죄 중하여 도사의 말을 듣고 정언 주부를 무함(거짓사실을 꾸며 남을 곤경에 빠뜨림)하여 연경에 귀양 갔삽더니 수일 전에 다시 잡아다가 항복을 받고자 하되 종시 듣지 아니하는 고로 다시 호국 포판이라 하는 데로 귀양 갔사오니 그간 생사는 모르나이다."
 
108
원수 이 말을 듣고 통곡 왈,
 
109
"강희주는 죽었느냐 살았느냐?"
 
110
한담이 여쭈오되,
 
111
"강승상도 무함하여 옥문관으로 귀양하고, 그 집 가솔을 다 잡아 오더니 중로에 야간도주하여 영릉땅 청수에 빠져 죽었다 하나이다."
 
112
원수 모친이 회수의 봉변한 일이 한담의 소위인 줄 모르고 강낭자 죽은 일만 절분하여 한담을 대칼에 베고자 하되 부친을 만난 후에 죽이리라하고 삼목을 갖추어 결박하여 전옥에 가두고 갑주장검을 갖추어 천자께 하직하고 나오려 하니 천자 계하에 내려 손을 잡고 낙루왈,
 
113
"짐의 수족을 만리 타국에 보내고 마음이 어떠할꼬.  부디 충성을 다하여 모친과 자식을 살려 수히 돌아오소,  만일 그간에 환이 있으면 뉘로하여 살아날까."
 
114
십리 밖에 전송하며 만 번 당부하니 원수 총명하고 필마단창으로 만리 타국에 들어갈 제,  이때 호왕이 들어가며 후환이 있을까하여 각도각관에 행관(동등한 관아 사이에 공문을 보냄)하여 호국 들어오는 길에 인가를 없애고 물마다 배를 없애 인적을 통치 못하게 하였는지라.  원수 전장에 고생하며 음식을 전폐한 날이 많은 중에 부친의 소식을 알고자 하여 침식이 불안하던 차에 호국 수 만리를 주점 없이 지나오니 가운이 반감하였는지라.  행역이 노곤하여 유주에 득달하여 자사를 잡아내어 문죄 왈,
 
115
"네 이놈 세대로 국녹지신으로 국가 불안하되 네 몸만 생각하고 국사를 돌보지 아니하며, 또한 정한담의 말을 듣고 유주부를 네 고을로 귀향하였다 하더니 어디 계시뇨?"
 
116
자사 황겁하여 사죄 왈,
 
117
"소인도 국녹지신으로 어찌 무심하리까마는 호병이 남경에 가는 길에 소인 고을에 달려들어 군사와 양식을 탈취하고 소인을 죽이려 하기로 소인이 도망하여 목숨만 살아났으나 본디 재주없고 적수단신이라 할 바를 몰라 다만 국가 어찌 된 줄을 모르더니 수일 전에 소식을 들어본즉 호병이 승전하여 황후 태후 태자를 사로잡아 가노라 하기 황황망극 하던 차에 장군이 와 계시니 황송하오나 성명은 뉘시며 무슨 일로 유주부를 찾나이까?"
 
118
원수 비감하여 왈,
 
119
"나는 이 고을에 적거하신 유주부의 아들일러니 부모 원수 갚으려고 적진에 들어가 천자를 구완하고 정한담 최일귀를 한 칼에 베고 오국정병을 일시에 무찌르고 천자를 모셔 환궁하였더니 뜻밖에 오국왕이 들어와 나를 속여 도성을 엄살하고 황후를 사로잡아 갔는 고로 북적을 함몰하고 황후를 모셔 오려고 가는 길에 들렸노라."
 
120
자사 이 말을 듣고 계하에 내려 백배 치사하고 주육을 많이 내어 대접하고 십 리 밖에 전송하니라.
 
121
원수 유주를 떠나 호국에 다다르니 풍설은 분분하고 도로는 험악하여 인적이 없는지라.
 
122
각설 이때 호왕이 십만병을 거느려 남경에 갔다가 한담이 사로잡혔단 말을 듣고 도성에 들어가 황후 태후 태자를 사로잡고, 성중 보화와 일등미색을 탈취하여 본국으로 돌아와 승전곡을 울리며 잔치를 배설하고 수일 즐긴 후에 황후 태후 태자를 잡아내어 계하에 엎지르고 나졸이 좌우에 늘어서서 검극을 벌렸는데 호왕이 인검으로 난간을 치며 태자를 호령하여 왈,
 
123
"네 이놈 전일은 네 아비 힘을 믿고 범람히 동궁이라 하였거니와 이제는 과인이 하늘께 명을 받아 천자를 항복받고 네 조모를 사로잡아 왔으니 만승천자가 나밖에 또 있느냐.  네 바삐 항복하여 나를 도우면 죽이지 아니하려니와 그렇지 아니하면 너희 모자를 북해상에 던지리라."
 
124
이렇듯 호령하니 국사의 엄장함은 염왕국이 가까운 듯, 호왕의 엄한 위풍 단산맹호 장을 치는 듯, 황후 태후 정신이 아득하여 삼인이 서로 목을 안고 계하에 엎어져서 어찌 할 줄 모르더니, 이 때 태자의 년이 십삼 세라 호왕을 호령하여 하는 말이,
 
125
"네 이놈 역적 놈아.  한갓 강포만 믿고 외람히 남경을 침노하여 이 지경이 되었으나 언감생심에 황제를 질욕하며 나를 항복 받아 네 신하를 삼을쏘냐.  군신지분의를 논지컨대 황제는 만민지부요,  황후는 만민지모라.  너는 만고 역적 놈이라."
 
126
하니 호왕이 분노하여 나졸을 재촉하니,  일시에 달려들어 황후 태후 태자를 잡아내어 온갖 형벌 다 갖추고 수레 위에 높이 싣고 동문 대로상에 나올 적에 기치검극을 삼대같이 세웠는데, 총융대장 높이 앉아 자객을 상급하고 검술을 희롱할 제,  황후 태후 태자 수레에서 내려 황후는 태후의 목을 안고 태자는 황후의 목을 안고 삼 인이 한 몸 되어 백사장 넓은 들에 없어져 땅을 치며 방성통곡하는 말이,
 
127
"전생에 무슨 죄로 백발노구 홍안소부 어린 손자 앞세우고 되놈에게 잡혀와서 한 칼 끝에 다 죽으니 북방천리 멀고 먼길에 무주고혼 되단 말인가.  피골상연 이내 몸은 되놈에게 자식 잃고 청춘소부 내 며느리 되놈에게 낭군 잃고 혈혈단신 내 손자 되놈에게 아비 잃어 만리호국 험한 땅에 뉘 보려고 예 왔다가 세 몸이 한 몸 되어 자객 손에 죽게 되니 천만년이 지나간들 이런 변을 다시 볼까.  광대한 천지간에 흉악하고 불칙한 게 우리 셋의 팔자로세. 도적에게 황성 잃고 우리 아들, 정한담을 피하여 북문으로 도망 터니 죽었는가 살았는가 혼백이나 떠서 둥둥 떠서 늙은 어미 죽는 줄을 귀신이나 알련마는 창망한 구름 속에 사람 소리뿐이로다. 유충렬은 어디 가고 날 살릴 줄 모르는가. 한심하다 형산 신령 인선한 내 아들을 남경에 점지하여 용상 위에 앉힐 것에 그 어미는 무슨 죄로 이지경이 되게 하며, 만고영웅 유충렬을 대명국에 점지할 제 어떤 인군 섬기려고 나의 손자 죽는 줄을 모르느냐.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산 신령은 대명국 황성에 급히 가 우리 유원수을 찾아 내 말을 전하되 대명국 황태후 불쌍한 며느리와 어린 손자 목 안고 기치창검 나열하며 백포장(白布帳) 장막 안에 자객이 벌렸는데 세 몸을 한데 놓고 금일 오시만 지나면 무죄한 세 목숨이 창검 끝에 달렸으니 한때 속히 전해 주오. 이렇듯이 통곡하니 피같은 저 눈물은 소상강 저문 비가 반죽에 뿌리는 듯, 가련하다 만승황후 시년이 이십팔 세라 옥빈(玉 )홍안(紅顔) 고운 얼굴 월태화용(月態花容) 귀한 몸이 여러 날 잠 못 자고 굶었으니 형용이 초췌한 중에 호왕이 잡아낼 제 흉악한 군사 놈이 억지로 끌어내니 유혈이 만면하고 의상이 남루하니 청천에 밝은 달이 흑운 속에 잠겼는 듯, 녹수의 홍연화가 흑비를 머금은 듯 가련하고 슬픈 형상 차마 보지 못할러라.
 
128
이 때에 총융대장 군사를 재촉하여 죄인을 잡아다가 깃대밑에 엎지르고 자객을 호령하여,
 
129
"일시에 처참하라!"
 
130
하니 자객들이 청명하고 홍포 남대 허리에 띠고 비수검을 번뜩이며 좌우에 갈라서서,
 
131
"행형한다!"
 
132
고함소리 청천에 진동하니 천지 어찌 무심할까.
 
133
이 때 유원수 호국지경에 득달하여 상남 뜰에 바삐 가니 호국 선우대가 구름 속에 보이거늘 창강 백설갈대 밑에 천사마를 물먹이고 강수 쥐어 낯 씻더니 사고무인 적막한데 난데없는 일엽표주 강상에 떠오더니 일원선녀 선창 밖에 나와서 원수에게 예하고 금낭을 끌러 과실 두개를 주며 왈,
 
134
"행역이 곤고하오니 이 과실 한 개를 자시고 한 개는 두었다가 일후에 쓰려니와 지금 황후태후 태자 호국에 잡혀가서 동문 대도상에 온갖 형벌 갖추 오고 자객을 재촉하여 검술을 희롱하니 황후의 귀한 명이 경각에 있는지라, 어찌 급함을 모르고 바삐 가지 아니하나이까?"
 
135
두어 말 이르더니 범범중유 가는지라, 원수 대경하여 그 과실 한 개 먹고 천기를 살펴보니 태자의 장성이 떨어질듯 하고 자미성이 칼 끝에 달렸거늘 대경하여 황용수를 거스리고 봉의눈을 부릅뜨고 일광주 용인갑을 단단히 졸라매고 장성검을 펴 들고 천사마를 채질하여 나는 듯이 들어가니 동문밖 십 리 사장에 군사 가득하였거늘 말 다리를 급히 열어 조총을 잠깐 내어 대한고를 한번 놓으니 우레 같은 함성소리 청천 백일 진동한 듯, 호왕을 불러 외는 말이,
 
136
"여봐라 호왕 놈아 황후 태후 해치지 말라!"
 
137
이 때 자객이 비수를 번뜩이며 태자 목을 치려할 제 난데없는 벽력소리 청천에 떨어지며 일원대장이 제비같이 들어오니 일진이 황겁하여 주저주저 하던 차에 천사마 눈 한번 깜짝이며 동문 대로상에 장성검이 불빛 되어 십 리 사장 넓은 들에 오마대로 사인 군사 씨없이 다 베고 성중에 달려들어 궐문을 깨치고 문안에 만조백관 대칼에 무찌르고 용상을 쳐부수며 화왕의 머리 풀어 손에 감아쥐고 동문 대로에 급히 오니 이 때 황후 태후 태자 자객의 검광 끝에 혼백이 흩어져서 기절하여 업어졌는지라 원수 급히 달려들어 태자를 붙들어 앉히고 황후 태후를 흔들어 앉히니 한식경(한차례 음식을 먹을만한 동안)이 지난 후에 겨우 인사를 차리거늘 원수 복지 하여 여쭈오되,
 
138
"정신을 차리옵소서. 대명국 도원수 유충렬이 호왕을 사로잡고 자객과 군사를 한 칼에 다 죽이고 이 곳에 왔나이다."
 
139
태자 이 말을 듣고 급히 일어나 황후의 목을 안고
 
140
"남경 유충렬이 왔네. 정신을 진정하여 충렬을 다시 보소."
 
141
이렇듯이 부르짖으니 황후 태후 기절하였다가 유충렬이 왔단 말을 듣고, 가슴을 두드리며 벌떡 일어나 앉아 사면을 바라보니 군사는 하나도 없고 일원대장이 앞에 복지하였거늘, 다시 여쭈오되,
 
142
"소장은 남경 유충렬이옵더니 호왕을 사로잡아 이곳에 왔나이다."
 
143
황후 이 말을 듣고 칵 달려들어 손을 잡고 하는 말이,
 
144
"그대 일정 유원수냐, 종천강하며 종지출한가? 북방 호지 수만 리를 어찌 알고 왔는가? 그대 은덕 갚을진대 백골난망이 라 어찌 다 갚으리오,"
 
145
태자도 만단 치사하고 천자 존위를 바삐 묻는데 원수 여쭈오되,
 
146
"소장이 도적에게 속아 금산성에 들어가온즉 적장 천극한이 십만 병을 거느려 왔거늘 한 칼에 다 베고 급히 돌아오다가 천기를 본즉 황상이 변수에 죽게 되었거늘 급히 달려가니 황상은 백사장에 엎어지고 정한담은 칼을 들어 황상은 편히 모셔 환궁하신 후에 소장은 대비 대군을 모신 후에 아비를 찾으려 하고 왔나이다."
 
147
삼인이 백배치사 왈,
 
148
"북망산에 있는 부모 희생하여 다시 본들 에에 더 반가우며 강동에 떠 난 형제 야중(나중에)에 만나본들 이도곤(이보다) 더할쏘냐. 이제 돌아가 우리 천자와 원수로 더불어 결의형제(結義兄弟)하여 만세 유전토록 떠나 살지 아니하며 천하를 반분하여 동락태평할까 하노라."
 
149
태자 호왕 잡아옴을 보고 원수의 칼을 갖고 호왕을 엎지르고 왈,
 
150
"네 이놈아 황후를 질욕하며 나를 황복받아 네 신하를 삼고자 하더니 청천 일월이 밝았거든 언감생심인들 하늘을 욕할쏘냐."
 
151
분심을 참지 못하여 장성검을 높이 들어 호왕의 머리를 베어 칼끝에 꿰어들고 호왕의 간을 내어 낱낱이 씹은 후에 성중에 들어가 약간 남은 군사 다 죽이고 그 중에 군사 오명을 잡아내어 준마 세 필을 구하고 교자를 갖추어 황후 태자를 모시고 호국 옥새와 지도서(땅모양을 그린 책)을 가지고 행군할새, 도로장을 불러 왈 포판을 묻고 길을 재촉하며 부친을 생각하여 눈물이 비 오듯이 하니 슬픈 마음 억제치 못하여 방성통곡 우는 말이,
 
152
"천자는 나 같은 신하를 두었다가 만리 호국에 죽게 된 부모처자 다시 만나 조거니와 나는 포판에 있는 부친 죽었는가 살았는가 회수정에 모친 잃고 만리 북방에 부친 잃고 영릉 천수에 아내 잃었느니 살아서 무엇하며 죽어도 아깝잖고 도리어 악귀가 될지라 포판을 어서 가면 우리 부친의 생사를 알아볼까."
 
153
하며 슬피 우니, 태후와 태자 원수의 손을 잡고 만단 위로하여 길을 재촉 터니 여러 날만에 포판을 득달 하되, 이 땅을 북해상 무언지지라 사무인적하고 다만 들리느니 해상 풍랑 소리 사람의 간장을 격동하고, 소슬한풍 원숭이는 슬피 울어 객의 수심을 돕는구나, 귀신이 난잡한데 유주부의 혈혈단신 살 가망이 전혀 없다. 이 때 유주부 도적에게 잡혀갔다가 항복치 아니한다 하고 피골상연 약한 몸에 형장을 많이 맞고 북해상 무언지에 음식이 없었으니 기갈(배고프고 목마름)을 어이하리. 미구에 운명하게 되였더니, 이 때 원수 순식간에 달려들어 보니 토굴을 깊이 파고 험한 수목으로 사면을 둘러싸고 짚자리 한 닢 위에 문밖에 수직한 군사 한 명만 두어 삼순구식(三旬九食 : 30일에 아홉번 먹이는 밥)으로 구먹밥(구멍으로 들이밀어 주는 밥)을 주는지라. 이 거동을 보고 엎어지며, 투구 벗어 땅에 놓고 사면 수목을 헤치고 토굴문 밖에 복지하여 여쭈오되.  
 
154
"대명국 남경 동성문 내 사는 충렬은 도적을 잡아 평난하고 황후 태후 태자를 모셔 이리 왔나이다."
 
155
이 때 유주부 기운이 쇠진하여 인사를 버리고 잠이 깊이 들었더니 몽중에 얼핏이 들으니 충렬이란 말을 들음에 천리 밖에서 나는 듯하여 꿈을 깨어 앉으며 왈,
 
156
"네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157
"충렬이 살아 왔나이다."
 
158
주부 귀신인가 의심하여 충렬이 찾아오기는 천만 의사 밖이라 진언을 외우며 왈,
 
159
"내 아들 충렬은 회수에 죽었으니 네가 일정 혼신이냐, 혼백이라도 반갑고 반갑다."
 
160
충렬이 울며 왈,
 
161
"소자 회수에 죽게 되었더니 천행으로 살아나서 도적을 함몰하고 천자를 모셔 황궁하옵고, 지금 호국에 가 황후 태후 태자를 모셔 문밖에 왔나이다."
 
162
유주부 이 말을 듣고,
 
163
"이게 웬말이냐."
 
164
토굴을 두드리며,
 
165
"네가 일정 충렬이냐. 충렬이 적실커든 십년 전에 연경을 귀양 올 적에 주던 죽장도 어디 보자."
 
166
원수 옷을 급히 벗고 한삼에 차인 죽도를 끌러내어,
 
167
"두 손에 받들어 올리나이다."
 
168
주부 이 말을 듣고 토굴문에 엎드려서 손을 내어  받아보니 소상반죽 다섯 마디 황강죽루를 화침(불에 달군 쇠고장이)으로 새겼으니 권에 돌아간들 부자 시표(서로 표가 되기 위하여 주고 받은 물건) 모를쏘냐. 벌떡 일어나 앉아 왈,
 
169
"이게 웬말이냐, 충렬이 왔구나! 죽도는 보았으나 내 아들 충렬은 가슴에 대장성이 박히고, 등에는 삼태성이 있느니라."
 
170
원수 옷을 벗어 땅에 놓고 주부 곁에 앉으니, 주부 가슴과 등을 살펴보니 샛별 같은 삼태성과 대장성이 뚜렷이 박혔는데 금자로 '대명국 도원수'라 번듯하게 새겼거늘 왈칵 뛰어 달려들어 충렬의 목을 안고 왈,
 
171
"어디 갔다 이제 오냐? 하늘로 떨어졌느냐? 땅으로 솟았느냐? 우리 천자 살아 계시며, 너의 모친 어떠하며 만고역적 정한담이 우리 집에 불을 놓아 너의 모자 죽이려 한다더니 어찌 살아나서 저다지 장성하였느냐. 네가 일정 충렬이냐, 네가 일정 성학이냐, 죽도 보고 표적 보니 충렬일시 분명하되 정한담의 화환(禍患) 만나 회수중에 죽었거든 만경창해 너른 물에 칠세동(七歲童)이 어찌 살아 부자상봉 한단 말인가."
 
172
이렇듯이 상곡(슬피 통곡함)하다가 기절하니 원수 대경하여 행장을 급히 끌러 선녀 주던 실과를 내어 주부를 먹인 후에, 수족을 만져 정신을 회생케 하니 식경이 지나 일어나 앉으며 정신을 수습하니 난데없는 맑은 기운이 청천일월 같은지라. 충렬의 손을 잡고 왈,
 
173
"네 무슨 약을 얻어 이렇듯 나를 구하느냐?"
 
174
이 때 황후 태후, 주부 회생함을 보고 급히 들어가 주부의 손을 잡고 왈,
 
175
"어찌 저리 귀한 아들을 두어 만리 타국에 그대와 우리를 살려내어 이곳에 서로 만나 보게 하는고."
 
176
주부 복지 주왈(奏曰),
 
177
"이게 다 황상의 덕택이로소이다."
 
178
이 때, 원수 황후 태후 태자를 모시고 호국을 떠나 양자강을 건너갈 제, 남경이 장차 사만 오천육백 리라 황주에 달려들어 요기(療飢)하고 나올 제 멱라수 회사정에 붙인 글을 떼버리고 황성에 들어올 제, 이때, 천자 원수를 만리 타국에 보내고 주야 한탄하며 천행으로 황후 태후 태자를 찾아올까 하여 축수하더니 뜻밖에 유원수 장계를 올렸거늘 급히 개탁하여 보니,
 
179
"도원수 유충렬은 호국에 들어가 호적을 함몰하고 황후 태후 태자를 모시고 오는 길에 포판에 가 주부를 살려내어 함께 본국에 들어오나이다."
 
180
하였거늘 천자 대희하사 십 리 밖에 나와 영접할 제 황후 태후 달려들어 일변 반기며 일변 슬피우니 그 정상은 차마 보지 못할레라.
 
181
태자 복지하여 여쭈오되, 호국에 들어가 호왕에게 견패(見敗)하고 동문 대도상에 거의 죽게 되었더니 천행으로 원수를 만나 살아난 말을 아뢰며, 포판에 들어가 주부 살려온 말씀을 낱낱이 주달하니, 천자 이 말을 듣고 충렬의 등을 만지며 왈,
 
182
"옛날 삼국시절에 유·관·장(劉關張) 삼인의 도원결의(桃園結義)하였더니 과인도 경으로 더불어 결의형제 하리라."
 
183
하고 백 번 치사하시니, 이때 주부 복지 주왈,
 
184
"소신은 연경에 귀양갔던 유심이옵더니, 자식의 힘을 입어 잔명을 살아나서 폐하를 다시 뵈오니 만행이오나 폐하 이렇듯 국사에 곤고하시되 소신의 충성이 부족하여 호국에 갇히었삽기로 고도(돌보아 줌)치 못하오니 죄사무석이로소이다."
 
185
천자 유주부란 말을 듣고 버선발로 뛰어내려 주부의 손을 잡고 왈,
 
186
"이게 웬말인가! 회사정에 죽은 줄만 알았더니 어찌하여 살아온가? 과인이 불명하여 역적놈의 말을 듣고 무죄한 우리 주부를 만리 연경에 보내었으니 뉘를 원망할까. 모두다 과인이 불명한 탓이로세, 그대의 얼굴을 보니 죄 중한 이내 몸이 무슨 면목으로 사죄할까 그대에게 한 공덕을 갚을진대 살을 베어 봉양하고 천하를 반분한들 어찌 다 갚을까."
 
187
이렇듯이 치사하고 도성에 들어오니 이 때 장안 만민이며, 중국 조정만이며 군사 일시에 들어와 원수전에 낱낱이 배사하고 남녀노소 없이 원수의 말을 잡고 뉘 아니 송덕하며 뉘 아니 축수할손가
 
188
또 한 백발 노인이 죽장을 잡고 떨어진 감투를 쓰고 어린 아이 앞세우고 동편 골목에 나오면서 술 한 잔 받아 들고 안주는 낙엽에 싸서 손자에게 들리고 기염기염 기어나와 원수전에 백 배 치사하며 만만세를 불러 왈,
 
189
"소인이 동성문 내 사옵더니 삼대 독신으로 소인에게 미쳐 삼자일녀(三子一女)를 낳아 귀히 길러 제 몸이 장성터니 만고역적 정한담이 도성을 파하고 용상에 높이 앉아 자칭 천자하고 생민을 도탄할 제, 소인의 자식 둘을 군사에 충수하여 전장에 싸우다가 자식 하나를 죽였더니, 옥황이 남경을 도우사 장군님을 남경에 점지하여 도적을 치려하고 진중에 달려들어 적장 정문걸을 반합에 베어 들고 처자를 구완하시거늘, 소인의 끝에 자식을 성중에 두었다가는 정한담에게 죽일 듯 하여 중군 조정만에게 야간 도망하여 장군님 진중에 보내고 북두치성 전에 이년 삼백 육십 일에 밤마다 축수하며, '우리나라 장수님이 승전(勝戰)하게 하옵소서.' 이렇듯이 축수하옵더니 장군님의 힘을 입어 명진 군사는 하나도 상치 않고 왔기로 소인의 끝에 자식이 살아나서 이 손자를 두었으니 이놈은 장군님 자식과 다름이 없는지라, 이제는 소인이 죽어도 백골 엄토할 자식이 있고 선영향화(先塋香火) 받들 손자 있사오니 이는 모두다 장군님의 덕이옴에 소인이 죽을 날이 머지 아니하온지라 다만 술 한 잔을 장군님 전에 올리나니 만세무량 하옵소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까 하여 손자를 이끌고 왔나이다."
 
190
이 때 원수며 주부와 황후 태후 태자며 제장이 말을 듣고 일심이 비감하여 낙루(落淚)하며 왈,  
 
191
"이는 모두다 노인의 축수한 공이요, 천자의 은덕이라 나같은 사람이야 무슨 공이라 하리오, 돌아가 편히 살라."
 
192
노인이 드리는 술을 받아 천자에게 드리고 행군을 재촉하니, 천자노인의 말을 듣고 조정만을 바삐 불러,
 
193
"그 노인의 아들 이름을 알아 입시하라."
 
194
하시니 이 때 한 군사 떨어지니 전립(군인들이 쓰던 벙거지)쓰고 환도하나 손에 들고 원수 앞에 복지 하였거늘, 성명을 물은 후에 칭찬하고 천국문 호위장을 삼아 백종록을 부쳐 늙은 아비를 섬기라 하고, 말을 재촉하여 도성에 들어 궐내에 들어가니 약간 있는 충신들이 고두백배 치사하고 물러나니 삼군이 원수를 송덕하더라.
 
195
이 때 천자와 원수며 황후 태후 일석에 앉아 달야(밤이 다 가도록)토록 전후 고생하던 말을 설화하고 이튿날 전옥관을 불러 한담을 잡아다가 구정뜰에 엎지르고 유주부 천자 곁에 앉아 나졸을 호령하여 온갖 형벌 갖추고 수죄왈,
 
196
“네 이놈 정한담아! 전상을 쳐다보라. 나를 아느냐 모르느냐. 네 자칭 천자라 하더니 만승천자도 두 팔이 없느냐, 조그마한 유심의 아래 복지하기는 무슨 일인고. 네 죄를 아느냐?”
 
197
한담이 복지 주왈,
 
198
“소신의 털을 빼어 죄를 논지하여도 털이 모자라오니 죽여주옵소서.”
 
199
주부 대로 왈,
 
200
“죄목이 열 가지니 자세히 들어라. 네 놈이 천상에 익성으로 명국에 적강하여 용맹이 절인함에 도사를 데려다가 놓고 항상 천자를 도모코자 하니 만고에 큰 죄 하나요, 조정에 직신을 꺼려 무죄한 신하를 무함하여 나를 연경에 귀양 보내니 죄 둘이요, 도사놈의 말을 듣고 신기한 영웅이 황성에 있다 함에 내 자식을 죽이려고 내 집에 불을 놓았다가, 살아 회수에 당함에 군사를 보내어 나의 자식을 결박하여 물 속에 던져 죽이려 한 것이 죄 셋이요, 퇴계상 강희주를 역적으로 몰아 옥문관에 보내었으니 죄 넷이요, 강승상의 가솔을 잡아다가 중로에 죽은 것이 죄 다섯이요, 충신을 다 죽이고 천자를 속여 도적을 막으려 하다가 도적에게 항복함이 죄 일곱이요, 자칭 천자라 하여 생민을 도탄하고 충신을 잡아 항복하고자 함이 죄 여덟이요, 호국에 청병하여 황후 태후 태자를 호왕에게 보내고 장안 미색 보화를 모두다 탈취하여 남적에게 보낸 것이 죄 아홉이요, 천자를 번수가에 죽이려 함이 죄 열 가지라. 세상에 인신이 되어 만고에 없는 열 죄목을 가졌으니 이러하고 살기를 바랄쏘냐. 우리 황상께옵서 이렇듯이 상한 일과 대비 대군께옵서 여러 번 죽을 뻔한 일과 만성 인민이며 육군 군사 죽은 일과 강승상 유주부 타국에 죽게된 일과 천하 진동하여 종묘 사직이 위태하고 백성들이 황겁하여 산지사방에 도망하니 이게 도시 네 놈이 소위 아니냐?”
 
201
한담이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부답이라. 나졸을 재촉하여,
 
202
“한담의 목을 장안시에 베이라!”
 
203
하니 나졸이 달려들어 한담의 목을 매어 수레 위에 높이 싣고 장안 대로상에 재촉하여 나오며 외여 왈,
 
204
“이봐 백성들아 만고역적 정한담을 오늘날로 베이려 가니 백성들도 구경하라.”
 
205
하며 소리하고 나올 적에 성중 성외 백성들이 한담 죽이러 간단 말을 듣고 남녀노소 상하없이 그 놈의 간을 내어 먹고자 하여 동편 사람은 서편을 부르고 남촌 사람은 북촌사람을 불러 서로 찾아 골목을 골목이 빈틈없이 나오며,
 
206
“이봐 벗님네야 가세 어서 가세 만고 역적 정한담을 우리 원수 장군님이 사로잡아 두 팔 끊고 전후 죄목물은 후에 백성들을 뵈이려고 장안시에 베인다니 바삐 바삐 어서 가서 그 놈의 살을 베어 부모 잃은 사람은 부모 원수 갚아주고 자식 잃은 사람은 자식원수 갚아주세.”
 
207
백발노구 손자 엎고 홍안소부 자식 품고 전후좌우 나열하여 어떤 사람은 달려들어 한담을 호령하고 어떠한 여인들은 한담의 상투를 잡고 신짝을 벗어 양귀 밑을 찰딱찰딱 치며,
 
208
“네 이놈 정한담아! 너 아니면 내 가장이 죽었으며, 내 자식이 죽을 소냐, 덕택이 하해 같은 우리 원수네 놈 목을 진중에서 베었더면 네 놈 고기를 맛보지 못할 것을, 백성들은 뵈이려고 산채로 잡아내어 오늘날 베힌고로 네 고기를 나누어다가 우리 가장 혼백이나 여한없이 갚으리라.”
 
209
수레소를 재촉하여 사지를 나눠 놓으니, 장안 만민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점점이 오려 놓고 간도 내어 씹어 보고 살도 베어먹어 보며, 유원수의 높은 덕을 뉘 아니 칭송하리.
 
210
각도 각판에 회시하고 최일귀 정한담의 삼족을 가 멸하고, 천자 삼층단에 올라 천제하고 주부 유심의 직첩을 돋우어 금자광녹태부 대승상 연국공에 연왕을 봉하시고, 옥새, 용포에 통천관을 상급하시고 만종녹을 접지하시고 도원결의하여 충무후를 봉하시고, 그 남은 장수와 군사를 차례로 벼슬을 주어 상사하시니 모두 즐기는 소리 태평천지 요지일월 순지건곤에 강구동요 즐기는 듯, 천자를 축수하며 원수를 송덕하는 소리 천지 진동하더라.
 
211
연왕 부자 천자 은덕을 축사하니 천자 위로 왈,
 
212
“그대의 숙소를 우선 정하여 약간의 공을 쓰거니와 그 은혜를 갚을 진대 살을 깎아 봉양하고 천만 번이라도 승상의 공은 갚을 길이 없다.
 
213
“ 천은이 망극하와 부자는 만났거니와 모친은 어디 가고 이런 줄을 모르는가. 옥문관에 적거한 강승상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련하다 강낭자는 청수풍에 주었으니 어디 가서 만나볼까. 낭자의 부탁대로 옥문관을 찾아가서 강승상의 뼈나 거두어다가 묻어주고 회수에 모친을 제시하고 청수에 지내오며 강남자의 혼백이나 위로하고 다른데 취저하여 부친에게 영화를 뵈일까 하나이다.”
 
214
하되, 상이 이 말씀을 들으시고 비감하여 태후 전에 그 말씀을 고하니 태후는 강승상의 고모라 이 말을 듣고 슬퍼 낙루하시며 원수를 입시하여 손을 잡고 울며 왈,
 
215
“강승상은 나의 조카라 지금까지 살았는지, 그대의 힘을 입어 내 몸은 살아있으나 친정 일가는 구 하나뿐이라 살았거든 데려오고 죽었거든 백골이나 주워 오소.”
 
216
원수 주왈,
 
217
“그 사위 되었나이다.”
 
218
태후 듣고 대희하여,
 
219
“이게 웬말인가 만고영웅 유충렬이 충신인 줄만 알았더니 나의 송녀서가 되었구나. 어서가서 생사를 알고 그대의 모친과 나의 손녀를 위로하여 제사고 급히 돌아오게 하소.”
 
220
원수 천자와 부왕께 하직하고 대군을 거느려 바로 서번국을 행하여 양관을 넘어서 평관을 득달하여 격서를 바삐 써서 서번국에 보내고 행군을 재촉하여 들어가니, 서천 삼십 육도 군장들이 충렬의 재주를 알고 황겁하여 금은보화를 많이 싣고 옥새와 지도서를 손에 들고 항서를 써 원수 전에 바치고 인끈을 목에 걸고 낱낱이 항복하거늘, 원수장대에 높이 앉아 군왕을 잡아내어 일일이 수죄하고 항서 삼십육장을 연폭하여 장계를 급히 써서 남경으로 보낸 후에, 번왕을 불러 옥문관 소식을 묻고 즉시 행군하여 옥문관을 찾아갈 제, 슬픈 마음 진정하고 성중에 달려들어 수문장을 불러 천자의 공문을 뵈이며,
 
221
“적거한 강승성이 어디 있느냐?”
 
222
수문장이 여쭈오되,
 
223
“강승상이 성중에 있삽더니 십여일 전에 남적이 달려들어 강승상을 잡아내어 호국으로 갔나이다.”
 
224
원수 이 말을 듣고 분심이 새로 나서 노기 등등하여 군사를 옥문관에 두고 수문장에게 신칙(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함)하여,
 
225
“군사를 착실히 호군 하여 나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226
하고 필마단검으로 남천은 바라보고 구름을 헤쳐 나가듯이 달려들어갈 제, 호국지경에 다다르니 분기 더욱 탱천(분함을 참지 못함)하여 격서를 보내니라.                 
 
227
이 때 가달왕이 남경에서 데려간 일등미색 좌우에 앉히고 갖은 풍악으로 날마다 즐기더니 데려간 도사 마음이 산란하여 천기를 살펴보니 남경 도원수 지경에 들어오거늘 대경하여 왕께 고하되,
 
228
"남경 도원수 지경에 들면 어찌하리오."
 
229
문무 제신을 모아 방적을 의논할 새, 장하에 삼원대장이 백금투구에 흑운포를 입고 삼천근 철퇴를 들고 구척장검을 좌우에 들고 계하에 복지 주왈,
 
230
"소장 삼형제는 번양 석장동 사는 마철 등이옵더니 남경 유충렬이 들어온단 말을 듣고 불원천리 왔사오니, 소장을 선봉을 주시면 충렬의 목을 베어 오리이다."
 
231
모두 보니 신장이 십척이요, 기골이 엄장한지라. 가달왕이 대희하여 마철로 선봉을 삼고, 마응으로 중군을 삼고, 마학으로 후군을 삼아 정병 팔십 만을 조발하여 석대산하에 유진하고 도사와 문부백관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 구경하더라.
 
232
이 때 강승상이 되놈에게 잡혀가서 험악이 극심하되, 종시 항복지 아니하고 질욕을 무수히 하니 호왕이 대노하여 미구에 죽이려 하더니 뜻밖에 유원수 들어옴에 죽이지 못하고 전옥에 가두고 주려 죽게 하는지라.
 
233
호왕이 남경에서 데려간 계집 하나가 되놈에게 종시 훼절치 아니하고, 일생 강승상을 붙들고 떠나지 아니하고 불피풍우하고 밤마다 축원하여 왈,
 
234
"우리나라 유원수 어서 와서 남적을 함몰하고 본국 사람을 살려내어 부모 얼굴을 다시 보게 하옵소서."
 
235
이렇듯이 축수하더니 뜻밖에 강승상을 옥중에 가두니 한 가지로 따라가서 주야 한탄하는지라.
 
236
이 때 원수 필마단창으로 호국에 달려드니 석대산하에 천병만마 유진하였으며 검술을 회롱하고 의기양양하거늘 원수 순식간에 달려들어 적진을 바라보며 벽력같은 소리를 천둥같이 지르며,
 
237
"네 이놈 가달왕아 강승상을 해치지 말라!"
 
238
하며 적진 선봉을 헤쳐 가니 대장 마철이 응성출마하여 원수를 맞아 싸워 반합이 못하여 철퇴 맞아 부셔지며 창검 맞아떨어지는 지라. 마응마학이 제 형이 당치 못할 줄 알고 일시에 달려들어 좌우로 쫓아오며 달려드나 일광주 용인갑은 천신의 수적이요, 용궁의 조화라, 살 한 개 범하며 철환 하나 맞을 손가. 장성검 번개 되어 동천에 번듯하며 마철의 머리를 베이고 남천에 번듯하며 마응을 베이고 중앙에 번듯하며 마학의 머리를 베어 들고 적진 백만대병을 순식간에 함몰하고 천사마를 재촉하여 석대산하에 다다르니 호왕과 도사 대경하여 도망하되, 천사마 닫는 앞에 나는 제비도 가지 못하거든 하물며 사람이야 어찌 가리오. 경각에 달려들어 호왕을 치니 통천관이 깨어지고 상투마저 없는지라 호왕이 여쭈오되.
 
239
"이는 내 죄 아니라 모두다 옥관도사의 죄로소이다. "
 
240
원수 분한 중에 옥관도사란 말을 듣고 왈,
 
241
"도사는 어디 있느냐?"
 
242
호왕이 일어나 앉아 가르치거늘 도사를 잡아내어 전후 죄목을 물은 후에,
 
243
"너를 이곳에 죽여 분을 풀 것이로되, 남경으로 잡아다가 천자와 우리 부친 전에 바쳐 죽이리라."
 
244
하며 두 손목을 끊고 두 발을 끊어 수레에 싣고 성중에 들어가 호왕을 수죄하고 강승상을 물은즉,
 
245
"옥중에 가두었다."
 
246
하거늘 옥문을 깨치고 승상을 부르니 승상과 조낭자 호왕이 죽이려고 찾는가 대경하여 기절하는지라. 원수 바삐 들어가 승상 전에 여쭈오되,
 
247
"정신을 진정하옵소서. 소자는 회사정에 만나던 유충렬이옵더니 대명국 동원수 되어 남적을 함몰하고 호왕을 잡고 도사를 사로잡아 이곳에 왔나이다."
 
248
승상이 혼몽 중에 충렬이란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앉아보니 과연 충렬이 분명하다. 왈칵 달려들어 손을 잡고 통곡하며 하는 말이야 어찌다 측량할까. 조낭자 곁에 앉았다가 원수란 말을 듣고 앞에 달려들어 왈,
 
249
"장군님이 어찌 알고 와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어 고국 산천 다시 보고 부모 동생 다시 보게 하니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천자님도 살아 계십니까?"
 
250
원수 대답하고 승상 전에 여쭈오되, 집을 떠나 백용사 부처중을 만나 전장기계 얻은 후에 남적을 함몰하고 오는 말씀을 낱낱이 고하니 승상이 대희하여 칭찬불이하더라.
 
251
원수 조낭자 전후수말을 물은 후에 치사하고 함께 궐문에 들어가 격서를 써서 토번국에 보내니 번왕이 원수 온단 말을 듣고 황겁하여 항서쓰고 채단을 갖추어 사신을 부려 가달로 보내거늘 사신을 수죄하여 달왕의 항서와 번왕의 항서와 도사를 사로잡아 보내는 연유를 천자께 장계하고 전일 가달왕이 남경에서 데려간 미색을 낱낱이 찾아,
 
252
"본국으로 가자."
 
253
하니 이때 미색들이 고국을 생각하고 부모를 생각하여 주야 한탄하더니 원수를 만남에 전지도지하여 나오며 전후 좌우 나열하여 원수전에 백배치사하고 승상을 모시고 원수를 따라올 제, 준마 삼백 필에 낱낱이 다 태우고 조낭자는 옥교를 타고 강승상 곁에 앉아 행군을 재촉하여 돌아올 제, 여러 날만에 회수에 다다르니 소연 한심 절로 난다. 전에 듣던 풍랑소리 사람의 간장 다 녹이고 전에 보던 좌우청산 장부 한심 도두운다.
 
254
원수 모친을 생각하여 백사장에 내려앉아 가슴을 두드리며 세세원정 기록하여 제물을 장만하여 제사하려 하고 번양 회수 들어갈 제, 남만 오국에서 받은 금은 채단이며, 옥문관에 두고 갔던 군사며, 데려오는 미색들이며, 강승상은 멀리 모셔 조낭자는 옥교 타고 오마대로 행군하여 번양성중 들어오니 그 영화 그 거동은 옛날 소진이 육군 정승인을 차고 거기치중 나열하여 낙양성중 들어가는 듯, 각도의 백성들은 전후에 옹위하고 열읍 수령들은 좌우에 나열하여 권마성하는 소리 반공에 높이 뜨고, 좌기초하는 소리 원근에 진동한다.
 
255
객사에 좌기(관청의 우두머리가 사진하여 일을 봄)하고 번양 태수 바삐 불러 천금을 내어주며 제물을 장만할 제, 온갖 어육 갖추고 온갖 채소 등대하여 각읍 관장 시위하고 갖은 제물 봉진할 제, 백사장 십리 뜰에 백포청장 둘러치고 원수는 백의 입고 백건 백대에 흰갓 쓰고 축문 일장 슬피 지어 회수가에 나오니, 이 때 조낭자는 목욕재계 정히 하고 소복으로 단장하여 향로 들고 원수를 배행하여 물가에 나올 제, 고금이 다를쏘냐. 남경 도원수 회수에 빠져 죽은 모친을 위하여 제사한단 말을 듣고 남녀노소 없이 원수 공덕을 치사하며 그 얼굴을 보려 하고 쌍쌍작반하여 회수가 십 리 뜰에 빈틈없이 둘러서서 구경할 제, 원수 제소에 들어와 삼층단 높이 무어(만들어)단상에 제물을 진설하고 조낭자는 향로 들어 단상에 올려 놓고 낭자가 집사(절차를 맡아 진행시키는 사람)되여 분향하고 나오니 원수 통곡하고 궤좌하여 독축하니,
 
256
그 축문에 하였으되,
 
257
"유세차 부경 십칠 년 갑자 이월 갑인삭 이십팔일 산사에 남경 동성문 내서 사는 불효자 유충렬은 모친 장씨 전에 예를 갖추어 지전으로 해상고혼을 위로하오니 혼백이나 받으소서. 오호라! 우리 부모 연광이 반이 넘어 일점 혈육이 없었기로 복중에 서룬 마음 남악산에 정성드려 천행으로 충렬을 낳아 놓고 애지중지 키워 내어 영화를 보렸더니 간신의 해를 보아 부친이 만 리 연경에 간 후에 모친만 모시고 있다가 피화하여 달아날 제 이 물가에 다달으니 난데없는 해상수적 사면으로 달려들어 우리 모친 결박하여 풍랑중에 내쳐놓으니, 모친님은 간데없고 천행으로 모진 목숨 충렬이만 살아나서 모친 주시던 옥함을 얻어 전장기계 갖추어서 도적을 함몰하고 정한담과 최일귀를 베인 후에 천자를 구완하고 만 리 연경에 적거하신 부친님을 모셔다가 천은을 입어 연왕이 되어 만종녹을 받게 하고 남적을 소멸한 후에 강승상을 살려내어 이 길로 오옵더니 모친을 생각하여 이 곳에 왔사오나 모친은 어디 가고 충렬을 모르는가, 호국에 잡혀갔던 고국 사람들도 살아오고 호아후 태후 중한 옥체 번국에 잡혀갔다 충렬이가 살려왔네, 모친은 어디 가고 살아올 줄 모르는가. 이번에 부친님이 소자를 보내실 제 부탁하시기를 번양땅에 가 네 어머님을 찾아오라 하시더니 만경창과 깊은 물에 백골인들 찾으리까. 모친님이 옥함을 주실제 수건에 쓴 글씨를 가져 왔으니 혼백이나 와서 충렬을 만져 보시오. 충렬은 명나라 대사마 도원수 겸 승상 위국공이 되고 부친님은 금자광녹대부 겸 대승상 연국공의 연왕이 되었으니 이같은 영화를 어디가고 모르는가. 우리 집에 불을 놓은 정한담을 사로잡아 전옥에 가두었다가 부친을 모신 후에 부친 앞에 엎지르고 전후 죄목을 물은 후에 그놈의 간을 내어 모친님 전에 제세하였더니 그런 줄을 알았는가. 충렬이 귀히 된 줄 혼령은 알련마는 언제 다시 만나볼까. 세상에 귀한 영화 나같은 이 없건마는 피 같은 이 내 눈물 어찌하여 솟아난가. 모친님을 편히 모셔 연만하여 돌아가면 이다지 통박할까. 만 리 연경에 가장 잃고 무변대해에 자식 잃고 도적에게 결박하여 수중고혼이 되었으니 천만세를 지나간들 모친같이 통박할까. 혼령이 나오셨거든 이렇듯이 만반진수를 흠향하고 돌아가서 후생에 다시 만나 세세상봉 모자되어 다하지 못한 자모지정을 자시 풀까 바라나이다. 하올 말씀 무궁하오나 눈물이 흘러 옷이 젖고 흉증이 답답하여 그만 그치나이다. 상향."
 
258
하며 우는 소리 용궁에 사무치고 산천이 함루(含淚 : 눈물을 머금음)하니, 용신도 낙루하고 산신령도 비감한다. 이 때 백포장 내외간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원수의 축문 외우며 우는 소리를 들으니 철석간장 아니거든 누가 아니 낙루하며 초목금수 아니거든 어느 누가 아니 울리오. 좌우 방백 수령들은 뿌리느니 눈물이요, 각읍 군수 현령들은 서로 보고 슬피 우니 그중에 환과도록(鰥寡孤獨 : 늙은 홀아비, 늙은 홀어미, 부모없는 아이, 자식없는 늙은이) 설운 사람은 방성통곡 하는 소리 강천이 창망하여 일월이 무광하고 운무 자욱하여 천지 나직하다.
 
259
제를 파한 후에 온갖 음식을 많이 싸서 해상에 들이치고 성중에 들어와 군사를 호군하고 길을 떠나갈 새 각읍에 선문(先文 : 소문을 미리내는 것) 놓고 금룡성중에 득달하여 숙소하고 군사를 쉬는지라.
 
260
각설 이때 장부인이 활인동 이처사집에 있어 세월을 보내다가 일일은 남경에 난리났던 말을 듣고 탄식 왈.
 
261
"세상에 기이하고 의심난 일이 있는다. 마침 오늘날 번양에 갔삽다가 오압더니 남대로서 천병만마 들어오며 회숫가에 둔취(여러사람이 한곳에 모임)하였거늘 물은즉 남경 도원수 유충렬이 모친을 위하여 회수에 제사한다 하기로 백성과 함께 구경하더니 원수 소의소관으로 제물을 진설하고 독축하며 통곡하는 소리를 들은 즉 적실히 부인의 아들이라 부인이 항상 하시던 말씀을 낱낱이 하더이다."
 
262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하부며 땅을 두드리며 왈,
 
263
"이게 웬말이냐, 원수의 하던 말을 다시 하라."
 
264
이처사 대왈.
 
265
"전후수말이 약차약차(若此若此 : 이러저러 하다)하더이다."
 
266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왈칵 냅다 서며 왈,
 
267
"어서 가세. 내 아들 충렬이 살아왔네, 옥함을 받았단 말이 웬말인가."
 
268
통곡하며 가고자 하거늘 처사 만류 왈,
 
269
"적실히 그러할진대 내게 먼저 그 진위를 알고 오리이다."
 
270
하고 나서거늘, 대왈,
 
271
"나이는 이십이요, 외가는 이부상서 장윤이라 하더이다."
 
272
부인 왈,
 
273
"적실히 그러하구나 내 아들 아니면 어찌 나의 부친 존휘(어른의 이름)를 알랴. 바삐 가서 알아오소."
 
274
이처사 전지도지 바삐 가서 금릉성중 달려들어 군사를 불러 통자(通字 : 이름을 통하는 것)하되,
 
275
"만수산 활인동 사는 이처사 원수전에 뵙고자 하나이다."
 
276
원수,
 
277
"들랴"
 
278
하니 이처사 들어가 배사하고 앉은 후에 공덕을 칭송하니 원수 사양하되,
 
279
"막비 천자의 덕이라 무슨 공이 있사오며, 무슨 허물이 있어 누지에 욕임하시니까?"
 
280
처사 왈,
 
281
"적실히 알고자 하는 일이 있어 왔사오니, 어제날 회숫가에 사공 독촉하는 말씀이 정녕 그러하오니까?"
 
282
원수 이 말을 들음에 마음이 자연 비감하여 슬피 낙루 대왈
 
283
"귀인은 어찌 묻나이까 적실히 그러하오이다."
 
284
"적실히 그러할진대 만고의 드문 일이라, 유주부를 모셔왔다 하니, 유주부는 나의 처숙이라 전일에 그런 말씀하더니까?"
 
285
원수 대경 왈,
 
286
"선인의 존호를 부르기 미안하나 전일 한림학사 이인학과 어찌 되나이까?"
 
287
처사 왈,
 
288
"나의 부친이로소이다."
 
289
원수 이 말을 듣고 처사의 손을 잡고 왈,
 
290
"존형을 이곳에 와서 만나볼 줄 몽중이나 생각하오리까?"
 
291
처사도 그제야 단무타의라 원수를 붙들고 비감하여 왈,
 
292
"모친을 지척에 두고 어찌 찾을 줄을 모르는가?"
 
293
원수 이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하여 겨우 진정하며 처사를 붙들고 왈,
 
294
"이게 웬말인가. 나의 모친 장부인이 근처에 있단 말이 어인 말인가."
 
295
처사 원수를 위로하여 정신을 차린 후에 왈,
 
296
"이런 일이 천만고에 또 있을까. 나를 따라 가면 모친을 만나리라."
 
297
원수 마음이 건공에 떠서 처사를 따라갈 제 전지도지하여 순식간에 처사 집을 당도하니, 처사 급히 들어가며 장부인을 불러 왈,
 
298
"처숙모는 어디 가 계신가. 충렬이 데려 왔나이다."
 
299
이 때 부인이 처사를 보내고 소식을 알아 올까 만심고대하던 차에 뜻밖에 충렬이 데려 왔단 말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기절하는지라. 충렬이 달려들어 문 앞에 복지하니 처사 구완하여 정신을 차린 후에 부인이 여광여취하여 하는 말이,
 
300
"네가 귀신이냐 내 아들 충렬이냐. 내아들 충렬은 회수에 일정 죽었거든 어찌 살아 육신 오는가. 내 아들 충렬은 등에 삼태성이 표적으로 박혔느니라."
 
301
원수 급히 옷을 벗고 곁에 앉으니 과연 삼태성이 뚜렷이 박혀 있고 금자로 새긴 것이 어제 본 듯 완연하니 서로 붙들고 방성통곡 하는 정이 만리 호국에 부친 만날 때와 배나 더한지라. 뜻밖에 모자상봉하였으니 인지상정이라 고금이 다를소냐. 죽은 부모 다시 만나 영화 보게 되었으니 반갑고 슬픈 정은 일구난설이라 부인이 말하면 충렬이 옳고 부인이 우니 청천일월이 무광하고 산천초목도 슬퍼하는 듯,
 
302
이때 강승상이 조낭자 이 말을 듣고 옥교를 갖추어 활인동에 들어 올 제, 언비천리(言飛千里: 말이 천리에 퍼짐)라. 회수에 제사하던 유충렬이 활인동 이처사집에서 모친을 만났다 하니 각읍 관장과 구경하는 사람 긍릉성중에 들어 서로 보고 칭찬하는 말이.
 
303
"이런 말은 만고에 처음이라 어떤 부인은 팔자가 좋아 저런 아들 두었는고."
 
304
하며 구경하더라.
 
305
이때 강승상이 옥교(옥으로 꾸민 가마)를 가지고 활인동에 들어가 부인 전에 예하고 부인을 모셔 성중에 들어 올 제 구경하는 여인들이 옥교를 잡고 부인전에 백 배 치하하고 송덕하는 소리 산신령도 춤을 추고 강산도 우즐기니(춤추듯 즐거워함) 하물며 사람이야 무엇할까. 부인이 낱낱이 위로하고 성중에 들어와 수일 즐기더니 길을 떠남에 이처사 가권을 모두 거느리고 황성에 올라갈 제, 활인동 어구에 삼장 석비를 세워 전후수말을 기록하고 서천 삼십육도 사신이며 남만 오국 금은 채단 만여필을 앞세우고 남경 인물이며 군사 좌우에 나열하고 각도 간고나 방백 수령 전후에 옹위한데 구경하는 사람조차 백 리에 연속하니 낭자한 거동은 천고에 처음이라.
 
306
원수 모친과 승상을 모시고 길을 떠나 영릉을 바라보고 행군하여 올라갈 제 일희일비 슬픈 마음 소연한 심 절로 난다. 수중에 죽은 부모 다시 만나 강낭자를 어디 가서 만나볼까. 모친 보고 승상 보니 남궁가북궁수(남쪽 집에서는 노래하고 북쪽 집에서는 근심함)라 모친은 옥교 중에 희색이 만면하여 천만 근심 때를 벗어 있고 승상은 수레 위에 일희일비 슬픈 마음 처자를 생각하며 수심이 면면하더라.
 
307
영릉으로 들어올 제 이때는 춘삼월이라 천지기운이 배합하여 만산의 홍록들은 일년일도 다시 만나 백초춘경 다툴 제, 연자는 남남(제비가 지저귀는 소리) 인가를 찾아들고 호접(호랑나비)은 편편화간에 날아들 제 나무 나무 성림하고 가지가지 봄빛이라. 태평성대 만난 백성 청춘 소년 홍안미색 쌍쌍이 작반하고 삼삼오오 답청(봄에 교외를 산책하며 봄을 즐기는 사람들)네는 이화 도화 꺾어들고 행산곡 돌아들어 화전하며 즐겨할 제 춘심을 못 이기어 쌍쌍 대무하며 노래하며 유원수를 송덕하니 그 노래 즐겁도다.
 
308
"천운이 순환하여 대명이 밝았으니 만고에 어진 영웅 뉘집에 났단말가. 동성문 다리 안에 유상공의 집이로다. 역적이 때 모르고 뽕나무 활(남자가 큰 뜻을 품고 성공하려는 것)을 매니 원수의 가진 칼이 사해에 밝았도다. 승전곡 한 소리에 함몰 도적하여 천하가 태평하니 호국에 죽은 군친 고향에 살아오고 여염에 있는 처자 보모 함께 동락하니, 우리 인군 덕이 높아 일도춘광호시절에 백화만발 피었으니 화전하는 백성들이 뉘 아니 송덕하리. 우리 유원수 부모 만나 다남(多男)다녀하옵소서."
 
309
이렇듯이 즐겨하니 원수는 강낭자를 생각하여 영릉성중에 들어오니 이 땅은 승상의 고토라 슬픈 마음을 어찌 다 측량하리오. 객사에 숙소하고 월계촌 소식을 알고자 하여 사오일을 유련(계속해서 머무름)하는 지라.
 
310
각설 이때 강낭자 목숨을 도망하여 청숫가에 오다가 모친은 청수에 빠져 죽고, 영릉 고을 관비에게 잡혀와 머무나 천비는 행사가 고금에 다를쏘냐. 낭자를 만단 개유하여 태수의 수청을 드리고자 하여 수양딸을 삼은 후에 무수히 훼절코자 한들 빙설 같은 맑은 절개 일시를 변하며 일월같이 밝은 마음 궁곤타고 변할쏘냐. 이 꾀로 모피하고 저 꾀로 모피하니 관장에게 욕도 보고 관비에게 매도 많이 맞으니 가련한 그 정상은 참아 보지 못할레라.
 
311
이때에 관비 딸 하나가 있으되 제몸은 미천하나 마음은 어질어 매일 강낭자를 불쌍히 여겨 그 절개를 칭찬하여 제 모를 만류하고 낭자를 구완하며 매양 몸을 바꾸어 제가 수청하고 낭자는 구완하여 살리는지라.
 
312
이때, 유원수 동헌에 좌기하고 사오일 유련할 제 관비 생각하되,
 
313
'원수는 호걸이요, 낭자는 미색이라 이런 때를 당하여 수청을 드렸으면 원수의 혹한 마음 천 만냥을 아낄쏘냐.'
 
314
급히 들어가 행수(여러 사람들의 우두머리) 현신(높은 분들에게 들어가 뵘)하고 이날 밤에 낭자를 보내고자 하더니 그의 딸 연심이 또 이 기미를 알고 낭자더러 왈,
 
315
"이제는 염려말고 나가라, 원수의 수청이야 사양을 어찌하리오."
 
316
관비 대희하여 왈,
 
317
"네 몸이 과히 높으도다. 이 고을 관장은 무수히 지나되 종시 허락지 아니하더니 남경 대사마 도원수겸 승상 위국공의 수청은 사양치 아니하니 인물이 잘 나고 볼 것이다. 마음도 높으고 소원도 높도다. 우리 삼 백 여명 중에 나 혼자 수청들어 금은보화를 많이 받았더니 세월이 원수로다."
 
318
하며 이렇듯이 비양(빈정거림)하고 나가는지라.
 
319
이때 연심이 제 어미 나감을 보고 낭자를 내 보내고 제가 들어가니 원수 등촉을 밝히고 낭자를 생각하여 금낭을 끌러 낭자의 글을 볼 제 일자일체(한 글자에 한번씩 눈물을 흘리다) 하니 슬픈 한심 절로 난다. 삼경야월은 꽃가지에 비추는 듯, 공산 두견 울지 말라. 너는 뉘를 생각하여 장부 간장 다 녹이냐, 낭자는 어디 가고 속절없는 글 두 구만 금낭 속에 들었느냐. 여고나한등독불면하니 객심하사로 전처연은 날로 두고 이름이라, 일락장사추색원하니 부지하처조상군은 낭자 볼 길 없음이라, 옛날 사마장경은 초년에 곤궁타가 문장 부귀 겸전하여 고향에 돌아오니 그 아내 탁문군이 문밖에 바삐 나와 손을 잡고 들어가고 낙양땅에 소진이는 현순배결 몸이 되어 곤곤히 지내더니 육국정승인을 차고 고향에 돌아오니 그 아내 전지도지 나와 인도하여 들어가되, 대명국 유충렬은 초년에 부모 잃고 십생구사 살아나서 도원수 대승상에 만리 타국에 승전하고 죽은 부모 살려내어 고향에 돌아온들 청수에 죽은 낭자 어찌 와서 맞아가며 소소백발 강승상을 무엇이라 위로할까.
 
320
이렇듯이 한탄하고 그 밤을 지내더니
 
321
이때 낭자 연심을 대로 보내고 침실에 돌아와 원수를 생각하여 자탄하고 잠 못들어 생각하되.
 
322
"원수의 성명을 들으니 나의 낭군과 동성동명이라. 낭군이 적실하게 되면 응당 월계촌에 들어가 우리 집 소식을 물으련만 월계촌을 아니 가니 답답하고 원통하다. 연심이 어서 나오면 진위를 알아보리라."
 
323
하고 낭군이 주던 글을 보며 자자이 낙루하며,
 
324
"구천에 만나자고 말씀이 있었더니 모진 목숨 살아나고 낭군은 죽었도다. 살기 곧 살았으면 대명국 도원수를 나의 낭군 밖에 할 이 없건마는 몰라보니 답답하다."
 
325
이튿날 연심이 나오다가 제 어미를 만나 관비 그 기미를 알고 대노하여 원수 전에 아뢰고 낭자와 연심을 죽이고자 하여 급히 돌아가 문양하고 여쭈오되,
 
326
" 소인의 딸이 얼굴이 절색이요, 태도 있는 고로 상공 전에 수청을 보냈더니 제 몸은 피하고 다른 년이 대로 들어갔사오니 두 년을 치죄하옵소서."
 
327
원수 대노하여,
 
328
"대로 온 년을 나입하라!"
 
329
연심이 잡혀들어 계하에 복지하니 원수 문왈,
 
330
"너는 무슨 욕심으로 대신을 잘 다니느냐? 죽을 제도 대로 갈까?"
 
331
연심이 여쭈오되,
 
332
"소녀 비록 천하오나 일생에 수절하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옵더니 수 년 전에 어미 외촌에 갔다가 어떠한 여자를 데려다가 수양딸을 삼아 동네마다 수청을 드리고자 하되, 그 여자 굳은 절개 청천에 일월같고 삼동에 촛불같이 변할 길이 없는고로 소녀 매양 구제하옵더니 마침내 상공이 행차하옵심에 그 여자를 구완하여 대로 왔사오니 죄를 주옵소서."
 
333
원수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절로 비감하여 의심이 나는지라, 다시 왈,
 
334
"그 여자의 성명이 무엇이며 절개있다 하니 뉘 집 여자냐 ?"
 
335
연심이 대왈,
 
336
"그 여자 소녀와 사오 년을 동거하되 종시 성명을 모른다. 하고 뉘집이란 말을 아니하더이다."
 
337
원수 괴이여겨 왈,
 
338
"적실하게 그러할진대 바삐 입시하라."
 
339
이 때 낭자 연심이 잡혀갔단 말을 듣고 신세를 자탄하더니 뜻밖의 관비 십여명이 나와 잡아다가 계하에 복지하니, 원수 창문을 열고 낭자의 상을 보니 숙면인 듯하고 심신이 비감하여 자세히 보니 의상은 남루하나 기생되기 생심 밖이요, 천인 자식 아깝도다. 원수 소리를 나직이 하여 낭자더러 왈,
 
340
"거동을 보니 천인 자식이 아니요, 여자의 말을 들었거니와 수절을 한다 하니 뉘집 자손이며 낭자는 누구건대 청춘 소년의 수절을 하며 무슨 일로 저리 되어 관비 양여자가 되었는지 진정을 은휘(숨기어 꺼림)치 말고 날더러 이르면 알 일이 있으리라. 말을 자상히 하라."
 
341
하니 이때 낭자 계하에 복지하여 원수의 말을 들음에 낭군과 이별할 때 하직하고 가던 말이 두 귀에 쟁쟁하여 일분도 다름이 없는지라. 안자 전일은 도망하여 왔기로 성명 거주를 속였더니 마음이 자연 비감하여 진정으로 여쭈오되,
 
342
" 소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골 월계촌 사는 강승상의 무남독녀옵더니 부친이 만리 연경에 귀양간 유주부를 위하여 상소하였더니 만고역적 정한담이 충신을 모함하여 승상을 옥문관에 귀양하고 소녀의 모녀를 잡아 궁비 속공하려 하고 금부조사 와 잡아갈 제, 청수에 야간도주하여 모친은 물에 빠져 죽고 소녀도 죽으려 하더니 영릉 관비 외촌에 갔다 오는 길에 데리고 제 집에 와 험악이 무수하되 연심의 힘을 입어 이 때까지 살았으나 하늘은 이 말을 원수 전에 고하고 하릴없이 자결코자 하나이다."
 
343
원수 이 말을 듣고 당에 뛰어 내여 서며,
 
344
"이게 웬말인가."
 
345
영릉 태수 바삐 불러 상승상을 오시라 하니라.
 
346
이 때 강승상이 처자를 생각하여 잠을 못자니, 몸이 곤하여 좁더니 뜻밖에 원수 오시란 말에 놀래어 들어오니, 원수 왈,
 
347
" 이게 강낭자 아니오니까, 강낭자 살아왔나니다, "
 
348
승상이 이 말을 듣더니 정신이 아득하여 천지가 캄캄한지라. 원수 이별할 때 내어 주던 표를 내어놓고 상고하니 일호도 의심이 없는지라. 승상이 낭자의 목을 안고 궁글며 왈,
 
349
" 내 딸 경화야, 청수에 죽었다더니 혼백이 살아왔냐 꿈이냐 생시냐 너의 낭군 유충렬이 왔으니 소식 듣고 찾아왔냐 우리집이 소가 되어 양유청청 푸른 가지 빈 터만 남았으니 슬픈 마음 어찌 다 진정하리."
 
350
이 때 장부인이 내동현에 있다가 이 기별을 듣고 급히 나와 보니 낭자 고부지례로 문안하고 살아난 말씀을 자상히 하니 장부인이 손을 잡고 왈,
 
351
" 세상 사람이 고생이 많다 하나 우리 고부 같을쏘냐, "
 
352
이 때 낭자 데려간 관비 혼백이 상천하고 간장이 녹는 듯, 원수 동헌에 높이 앉아 관비를 잡아들여 수죄 왈,
 
353
"너를 죽일 것이로되 너 같은 천기년이 사람을 알아볼쏘냐, 청수에 가 낭자 구한 일로 방송하나니 덕인 줄 알라."
 
354
연심을 불러 무수히 치사하고 보내려하니 낭자 곁에 앉았다가 왈,
 
355
"연심은 날과 백년 은인이니 일시 치사뿐 아니라 평생을 한 가지로 지내고자 하니 황성으로 데려가사이다."
 
356
원수 그 말을 옳게 여겨 연심을 불러,
 
357
" 부인 착실히 모시라."
 
358
연심이 황공하여 하더라.
 
359
원수 전후 사연을 낱낱이 기록하여 나라에 장계하고 길을 떠나올 새 장부인은 금덩을 타고 강낭자와 조낭자는 옥교를 타고 좌우로 모시고 강승상은 수레 타고 오국 사신이 오셨는데, 원수는 일광주 용인갑에 정성검을 높이 들고 대완마상 높이 앉아 오마대로 행군하여 완완이 나오니 그 거동과 그 영화는 천고에 처음이라.
 
360
게양역을 지나 청순가에 다다르니 소부인 죽던 곳이라. 원수 승상을 위하여 영릉 태수 바삐 불러 제물을 장만하여 승상을 주인 삼고 조낭자는 집사되어 원수는 축관되어 독축하며 통곡하는 말이 회수에 모친 제사할 때와 다름이 없더라.
 
361
제를 파한 후에 행군하여 나올 제 이때 천지와 황태후며 연왕과 조정에서 충렬을 가달국에 보내고 주야 생각하며 장부인을 찾아오는가 하여 일야 한탄하더니 뜻밖에 원수의 장계를 보고 즐거운 마음 측량 없으며 장안 백성들이 이 말을 듣고 각각 자식을 보려 하고 다투어 나오더라.
 
362
천자와 태후와 연왕이 백 리 밖에 나와 맞을 새 원수의 위엄을 보니 서천 삼십 육도며 남만 오국이며 금은 예단과 일등 미색들이 차례로 말을 타고 오국이며 사신이 선봉되어 낭자하게 들어오고 그 가운데 금정옥교 떠오는데 강낭자는 좌편이요, 조낭자는 우편이라 좌우 청정 고였는데 금수단 양산대는 반공에 솟았도다.
 
363
강승상이 수레 위에 높이 앉아오며 군사 전후에 나열하고 그 뒤에 따르는 이 십장홍모 사명기는 한가운데 세워 오고 용전(용의 그림을 그린 기) 대장기며 기치창검 삼천병마 천후에 작대하고 승전고와 행군고는 원근산천에 진동하며, 도원수는 일광주 용인갑에 장성검 높이 들고 천사마 비껴 타고 황용수를 거스리고 봉의눈을 반만 떠서 군사를 재촉하니 웅장한 거동은 일대 장관이요, 천추에 표문(나타나서 여러 사람에게 들려 알려짐)이라.
 
364
이 때 장안 만민이 남적에게 잡혀갔던 며느리며 딸이며 동생들이 본국에 돌아온단 말을 듣고 호산대 십리 뜰에 빈틈없이 마주 나와 각각 만나 옥수 나삼 부여잡고 그리던 그 정곡 못내 즐겨하여 울음소리 웃음소리 반공에 뒤섞이어 호산대가 떠나 갈 듯 원수를 치사하고 장부인을 치사하는 소리 낭자하여 요란하고, 금산성하 다다르니 천자와 황태후 옥연에 바삐 내려 장막 밖에 나서니 원수 갑주를 갖추고 군례로 현신하니 천자와 황태후 원수의 손을 잡고 못내 치사 왈,
 
365
"과인의 수족을 만리 타국에 보내고 주야 염려하더니 이렇듯이 무사히 돌아오니 즐거운 마음 어찌 다 칭찬하며 회수에 죽은 모친 데려온다하니 만고에 없는 일이며 옥문관에 강승상과 청수에 죽은 강낭자를 살려오니 천추에 드문 일이라, 그대의 은혜는 백골난망이라 그말이야 어찌 다하리오."
 
366
황태후 원수를 치사한 후에 강승상을 부르시니 승상이 바삐 들어와 복지하니, 천자 내려와 승상의 손을 잡고 위로 왈,
 
367
"과인이 불명하여 역적의 말을 듣고 충신을 원방에 보냈으니 무슨 면목으로 경을 대면하리오. 그러하나 왕사는 물론하오."
 
368
이때 황태후 승상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야 어찌 다 성언하리.
 
369
이때 연왕이 다른 사처에 있다가 장부인이 금덩을 타고 옴을 보고 마음이 건공에 떠서 충렬이 나오기를 고대하더니 원수 천자께 물러나와 부왕전에 복지 주왈,
 
370
"불효자 충렬이 남적을 소멸하고 오는 길에 회수에 와 제사하옵다가 천행으로 모친 만나 왔나이다. "
 
371
연왕이 반가움을 측량치 못하여 왈,
 
372
"너의 모친이 어디 오느냐?"
 
373
이 때 장부인이 모장(장막) 밖에 있다가 주부의 말소리를 듣고 반가운 마음 어떻다 할 수 없어 여광여취 들어가니 연왕이 부인을 붙들고 왈,
 
374
"그대 일정 장상서의 따님인가, 멀고 먼 황천길에 죽은 사람도 살아오는 법이 있는가, 회수 만경창파 중에 백골이 되었을 제 어떤 사람이 살려왔나, 뉘 집 자손이 모셔왔나, 충렬아 네가 일정 살려왔나."
 
375
북방 천리 만리 호국에 잡혀 죽게 된 유주부와 만경창파 회수 중에 십년 전에 잃은 장씨 다시 만나 즐길 줄 칠 세 자식 환란 중에 잃었더니 다시 만나 영화 볼 줄 몽중이나 생각할까.
 
376
장부인이 석장동 마철의 집에 잡혀 갔던 말이며 옥함을 가지고 야간 도망하여 노구 집에서 환 만났던 말이며 옥함을 물에 넣고 죽으려 하다가 활인동 이처사집에 살아난 말을 낱낱이 설화하며 즐기니 그 정곡은 측량치 못할러라.
 
377
원수 곁에 앉았다가 왈,
 
378
"소자 가달국에 갔을 제 적진 선봉이 마철의 삼형제라 한 칼에 베어 원수를 갚았나이다."
 
379
연왕과 부인이 못내 즐기더라.
 
380
천자를 모시고 성중에 들어올 새 자식 만나 치하하는 소리며, 만조제신 하례하는 말을 어찌 다 기록하리.
 
381
이때 황후 태후 강낭자를 입시하여 전후 왕사를 낱낱이 물을 제 부인의 고생한 말을 낱낱이 하고 서로 울며 장부인이 치하하기를 마지 아니하더라.
 
382
이때 원수가 천자와 부왕을 모셔 황극전에 전좌하시고 오국사신 예를 받아 문목수죄한 연후에 옥관도사를 잡아들여 계하에 엎지르고 수죄 왈,
 
383
"간사한 도사놈아 네 천지조화지술을 배워 정한담을 가르쳐 신기한 영웅이 황성 내에 있는 줄은 알고 광덕산에 살아나서 너 죽일 줄은 모르느냐. 네 전일에 정한담더러 하기를 천재일시라 급격물실하라더니 어찌 조그마한 유충렬을 못 잡아서 너희 놈들이 먼저 다 죽느냐?"
 
384
도사 여쭈오되,
 
385
"패군지장은 불가이어용이라 하니 차막비천명이라 무슨 말씀하오리까마는 소인이 신기한 술법을 배워 전장에 나올 제 사해신장이며, 대명국 강산신령과 천귀만신과 이매망량(도깨비의 정령들) 어두귀면지졸과 천지개벽 후에 신장 귀졸을 모두 다 불러내어지위간에 넣어두고 승천입지하며 성산성해하며 변화무궁터니 그중에 유독 서해 광덕산 백룡사에 있는 노승과 남해 형산 화선관이 소인 영을 쪼지 아니하기로 고일 알았삽더니 전일 원수 접전하시는 법을 보오니 갑주창검도 천신의 조화거니와 백룡사 노승은 원수 우편에 옹위하고 남악 형산 화선관은 좌편에 시위하였으나 소인인들 어찌하오리까. 주판지세로 이리 될 줄을 알았으나 죽사온들 무슨 한이 있사오리까."
 
386
원수 마음에 그놈의 재주를 탄복하고 군사를 재촉하여 장안시에 처참한 후에 오국사신을 각각 돌려 보내고 황성 동문 밖인가를 다 헐어 별궁을 지은 후에 직첩을 돋을 새, 산동육국에서 들어오는 결총은 모두다 연왕에게 부치고 원수로 남평 여원 양국 옥새를 주어 남만 오국을 차지하여 녹을 부쳤으되 대사마 대장군 겸 승상 인수를 주어 국중만사를 모두다 맡겨 슬하에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장부인으로 정열부인 겸 동궁야후(어머니의 존칭) 연국 왕후를 봉하여 경양궁에 거처하게 하고 강승상으로 달왕 직첩을 주어 빈사지위(손님으로 대접하는 지위)에 있게 하고 강부인으로 정숙부인 겸 동궁후 언성왕후를 봉하여 시녀 삼백에 강승상의 위장(호위하는 장수) 삼아 봉황궁에 거처하고 활인동 이처사로 간의 태부 도훈관에 이부상서를 겸하여 육조를 다스리게 하고 영릉 관비 연심으로 남평왕의 후궁을 봉하여 인성왕후 직첩을 주어 봉황궁에 강부인을 모시고 그 남은 제장은 차례로 벼슬을 돋우니라.
 
387
이때 남국에 잡혀가 강승상을 부모같이 섬기던 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술 한 잔 받아들고 원수전에 자례하던 노인의 딸이라 그 노인을 불러 상면한 후에 조낭자로 남평왕의 우부인을 봉하고 그 오라비로 총융대장을 삼아 그 아비를 봉양하게 하니 상하 만민이 송덕하는 소리 천지 진동하니 그 아니 태평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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