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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류(濁流) ◈
◇ 7 천냥만냥 ◇
해설   목차 (총 : 19권)     이전 7권 다음
1937.10
채만식
1
탁류(濁流)
 
2
7. 천냥만냥
 
 
3
“내가 네깐놈의 데를 다시는 발걸음인들 하나 보아라.”
 
4
정주사가 제 무렴에 삐쳐, 미두장께로 대고 눈을 흘기면서 이런 배찬 소리를 한 것도 실상은 그 당장뿐이요, 바로 그 이튿날도 갔었고, 그 뒤에도 매일 가서 하바도 하고, 어칠비칠하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도 역시 미두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시방 탑삭부리 한참봉네 싸전가게에 들른 참이다.
 
5
탑삭부리 한참봉네 싸전가게야 쌀 외상을 달라고 혀 짧은 소리나 하려면 몰라도, 묵은 셈을 졸릴까 무서워 길을 돌아서까지 다니지만 오늘은 우정 마음먹고 들렀던 것이다.
 
6
초봉이는 내일 모레면 서울로 간다고 모녀가 들어서 옷을 새로 하네, 어쩌네 들이 서둘고 있다. 그거야 가장이요 부친 된 사람의 위엄으로 가지 못하게 막자면야 못 할 것은 없다(……고 정주사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고저러고 하느니보다 혼처나 어디 좋은 자리가 선뜻 나서서 말이 오락가락하면, 그것을 핑계삼아 서울도 가지 못하게 하려니와 무엇보다도 어서어서 혼인을 했으면 일이 두루 십상일 판이라, 요전에 탑삭부리 한참봉네 아낙이 그다지도 발을 벗고 중매를 서겠다고 서둘렀으니, 무슨 기미가 있어도 있겠지 싶어, 어디 오늘은 눈치나 좀 보아야지 이렇게 염량을 하고 쓱 들러 보았던 것인데, 아니나다를까…….
 
7
김씨는 마침 가게에 나와서 있다가 반겨하면서, 낮에 전위해 정주사네 집에까지 가서 유씨만 만나 우선 대강 이야기는 했다고, 그래도 미흡한 것 같아 이렇게 정주사가 지나가기를 지키고 있었노라고 선뜻 혼담을 내놓던 것이다.
 
8
정주사는 처음 ××은행 군산지점의 고태수라는 말을 듣고, 며칠 전 미두장 앞에서 봉변을 할 때에 그 사람이 내달아 말려 주던 일이 생각나서 혼자 얼굴이 붉으려고 했다. 그러나 한편,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러한 것이로구나 하는 신기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9
“글쎄 그이가요!”
 
10
김씨가 연달아 참새같이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11
“……근 일년짝이나 우리집에서 기식을 허구 있지만, 두구 본다 치면 볼수록 얌전하겠지요! 요새 젊은이허군 그런 이가 있기두 쉽지 않을 거예요!”
 
12
“네에, 내가 보기에두 과히 사람이 상스럽지는 않을 것 같드군요.”
 
13
정주사는 태수의 차악 눈에 안기는 모습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미상불 그럴듯하다고 했다.
 
14
“그이 말두 그래요…… 정아무개 씨라구 그리니깐, 아 그러냐구, 그 어른 같으면 인사는 못 이쭸어두 가끔 뵈어서 안면은 익혀 안다구…….”
 
15
“그러나저러나 거, 근지(根地)가 어떤지?”
 
16
“원이 서울이래요. 과부댁 외아들인데, 양반이구. 그래서 지끔두 자기네 본댁에서는 솟을대문을 달구, 안팎으루 종을 부리믄서 이 애 여봐라 허구 그런대나요, 재산두 벼 천이나 허구…… 그래서 그이가 월급 받는 건 담뱃값이나 허지, 다달이 자기네 본댁에서 돈을 타다 쓰군 해요. 그건 나도 가끔 각지편지〔爲替書留〕가 오는 걸 보니깐요, 그리구 은행에 다니는 것두, 인제 크게 무얼 시작할 양으루 일 배울 겸 소일삼아서 그러는 거래요…… 이런 이야기야 그이가 어디 자기 입으루 하나요? 그이 친구헌테 들엄들엄 들은 소문이지.”
 
17
“나이는 몇이라지요? 스물육칠 세 되었지?”
 
18
“스물여섯…… 그러니깐 갑진 을사, 을사생(乙巳生)이지요. 재작년 봄에 경성서 전문대학교를 졸업허구, 그 은행에 들어갔다가 작년에 일러루 전근이 돼서 내려왔대요.”
 
19
“네에!”
 
20
정주사는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고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21
대체 그만큼 기구가 좋은 집안의 자제로 외양도 반반하겠다, 한데 어째 스물여섯이나 먹도록 장가를 가지 아니했나? 혹시 요새 젊은 아이들이 항용 그러듯이 제 집에 구식 본처를 두어 두고, 또는 이혼을 하고 다시 신식결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22
이러한 미심스러운 생각이 들고, 그래서 어떻게 그것을 좀 파고 물어 보았으면 싶었다.
 
23
그러나 그는 얼핏 그만두었다. 그는 혹시라도 그것이 사실이기를 저어하여 물어 보기가 겁이 나던 것이다.
 
24
‘아무런들 그럴 리야 없겠지…… 그렇기야 할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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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짐짓 이렇게 씻어 덮어 버렸다. 그래도 마음 한 귀퉁이에서 찜찜해하니까, 그는 다시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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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허물없는 중매에미한테기로니, 그런 말을 까집어 놓고 묻는 법이야 있나?…… 차차 달리 알아볼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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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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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침내 김씨더러 자기 의견을 대답하되, 고태수라는 사람이 외양이 그만큼 똑똑하고, 또 지금 듣자하니 학식이며 문벌이며 다 상당하니까 그 말을 믿기는 믿겠다, 따라서 나도 가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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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시다시피 내 집 형편이 너무 구차해서 그런 좋은 혼처가 있어두 섬뻑 엄두가 나지를 않습니다그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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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일이 묘하게 척 들어맞는 성싶어, 슬쩍 한번 넘겨짚느라고 해본 소린데, 아니나다를까! 김씨는 기다리고 있던 듯이, 사뭇 속이 후련하게시리…….
 
31
“네에 내, 그리잖어두 그 말씀을 지금 하려던 참이에요…… 그건 아무 염려 마세요. 벌써 내가 정주사 댁 형편 이야길 대강 했더니 그러냐구, 그러면 어려운 댁에 괴롬 끼칠 게 없이 자기가 말끔 다아 대서 하겠다구, 그리는군요!…… 그런 걸 보아두 사람이 영리하구 속이 티이구 헌 게 아녜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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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렇지만 어디 그럴 법이야 있나요! 아녈 말루 내가 몇 끼 밥을 굶구서 혼수를 마련할 값에…….”
 
33
정주사는 시방 속으로는 희한하고도 굴져서 입 저절로 흐물흐물 못 견딜 지경이다.
 
34
“온! 정주사도 별 체면을 다 채리시려 드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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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반색을 하면서, 그런 걱정은 조금치도 하지 말라고 다시금 설명을 주욱 늘어놓는다.
 
36
결혼식은 예배당이나 공회당에 가서 신식으로 할 테니까, 또 혼인잔치도 요릿집에 가서 할 테니까, 집에서는 국수장국 한 그릇 말지 않아도 된다. 그런 뿐 아니라 태수의 말이, 저의 모친은 규수고 결혼식이고 전부 다 네 맘대로 정한 뒤에 성례날이나 기별하면 그날 보러 내려오겠다고 한다고 한다. 부잣집 과부의 외아들인만큼 어려서부터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했고, 그래서 혼인까지도 상관을 않고 제가 하는 대로 내맡겨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 말이, 인제 혼인을 하게 되면 아저씨(탑삭부리 한참봉)와 아주머니(김씨)한테 범백을 미룰 테니 잘 알아서 해달라고 부탁을 해오던 참이다. 그러니 혼인을 하게 되면, 범절은 우리 두 집안이 상의껏 치르게 될 것이다, 한즉 퍽 순편할 모양이다.
 
37
“그리구…….”
 
38
김씨는 이야기하던 음성을 일단 낮추어, 더욱 의논성 있게 소곤거리는 것이다.
 
39
“……이것은 내가 지금 말씀을 않더래두 차차 아시겠지만, 기왕이니 들어나 두세요. 그이가요…… 그 말두 혼수 비용을 자기가 말끔 대서 하겠다는 그 말끝에 한 말인데…… 아 그 댁이 지내시기가 그렇게 어렵다니 참 안됐다구, 더구나 정주사 어른이 별반 생화두 없으시다니 거 그래서 쓰겠나구 걱정을 해요. 하던 끝에, 그러면 자기가 인제 혼인이나 치르구 나서 형편을 보아서 장사나 허시라구 얼마간 밑천을 둘러 디려야 허겠다구 그리겠지요!…… 글쎄 젊은이가 으쩌믄 그렇게 맘 쓰는 게 요밀조밀합니까! 온…….”
 
40
이 말까지 듣고 난 정주사는 혼자 속으로 참고 천연덕스럽게 있기가 어려울 만큼 흐흐흐흐 한바탕 웃어 젖히든지, 춤을 덩실덩실 추든지 하고 싶게 몸이 근지러워났다.
 
41
저편 짝에서 한동안 쌀을 파느라고 분주히 서둘던 탑삭부리 한참봉이 가게가 너끔하니까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이편으로 가까이 온다.
 
42
“정주사, 그 혼인 꼬옥 허시우. 내가 보기에두 사람은 쓸 만합디다…… 술잔 먹기는 허나 봅디다마는…….”
 
43
탑삭부리 한참봉은 태수가 장가를 가는 것이, 마치 며느리를 보게 되는 것같이 좋아서 하는 말은 말이나 고정한 치가 돼서 사실대로 털어놓고 권을 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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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무슨 술을 먹는다구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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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기를 쓰고 나서서 남편을 지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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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왜 저러꼬?”
 
47
“귀성없는 소릴 하니깐 그리지요!”
 
48
“먹는 건 먹는다구 해야 하는 법이야! 또오, 젊은 사람이 술을 좀 먹기루서니 그게 대순가? 정주산 그런 건 가리잖는 분네야, 그렇잖수? 정주사…….”
 
49
“허허, 뭐…….”
 
50
“아녜요, 정주사…… 그인 술 별루 먹잖어요. 난 먹는 걸 못 봤어요.”
 
51
“뭐, 그거야 먹으나 안 먹으나…….”
 
52
“그래두 안 먹는걸요!”
 
53
“난 보니깐 먹던데?”
 
54
“언제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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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날 밤에두 장재동 골목에서 취한 걸 본걸?”
 
56
정주사는 실로(진실로 그렇다) 태수가 술은 백 동아리를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탑삭부리 한참봉네 싸전가게를 나섰다.
 
57
그는 김씨더러 집에 돌아가서 잘 상의도 하고, 또 아무려나 당자인 초봉이 제 의견도 물어 보고, 그런 뒤에 다 가합하다고 하면 곧 기별을 해주마고 대답은 해두었다.
 
58
그러나 그런 건 인사삼아 한 말이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59
그 당장에서 정혼을 해도 좋았을 것이었었다.
 
60
미상불 그는 선 자리에서, 여보 일 잘되었소, 자 그 혼인 합시다. 사주단자에 택일(擇日)까지 아주 합시다. 책력 이리 가져오시오, 이렇게 쾌히 요정을 지어 버리고 싶기까지 했었다.
 
61
아무것도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었다. 김씨의 말이, 자기 부인 유씨도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가합한 양으로 말을 하더라니까, 그러면 되었고, 당자 되는 초봉이가 혹시 어떨는지 모르지만, 가령 제가 약간 싫은 일이라도 그 애가 부모가 시키는 노릇이라면 다 그대로 좇는 아인즉슨, 또한 성가실 일이 없을 터였었다.
 
62
그러나마 사람 변변치 못한 것을 제 배필로 골랐을새 말이지, 고태수 그 사람이 오죽 도저한가! 도리어 과한 편이지.
 
63
처음 김씨가 혼담을 내놓았을 때에 정주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태수의 정체는, 시방처럼 선명한 자격은 보이지 않았고, 매우 막연한 것이었었다.
 
64
그렇던 것이 김씨가 이야기를 한 가지씩 한 가지씩 해가는 대로 차차 선명하게 미화(美化)되어 가기 시작했었다.
 
65
그것은 마치 캔버스 위에서 화필(畵筆)이 노는 대로 그림의 선과 색채가 한 군데씩 두 군데씩 차차로 뚜렷해지다가, 마침내 훤하게 인물이 나타나는 것과 같았다.
 
66
정주사의 머릿속에서 조화를 부리기 시작한 태수의 영상은, 그가 ‘전문대학’을 졸업했다는 데 이르러서 비로소 선명해졌고, 다시 정주사한테 장사 밑천을 대준다는 데서 완전히 미화되어 버렸었다.
 
67
골고루 골고루, 대체 요렇게 마침감으로 똑 떨어진 신랑감이 어디 가서 다른 집 몰래 파묻혔다가 대령하듯이 펄쩍 뛰어나왔는가고 생각하면, 자꾸만 꿈인가 싶어진다.
 
68
그는 이 혼인을 하기로 마음에 작정을 하고 나서는 한번 돌이켜, 마치 시관(試官)이 주필을 들고 글을 꼲듯이 사윗감인 태수를 꼲는다.
 
69
자자에 관주다.
 
70
태수의 눈찌가 좀 불량해 보이는 것이랄지, 사람이 반지빠르고 건방져 보이는 것이랄지, 더욱 무엇보다도 마음 찜찜한 구석은 그가 조건 붙은 새장가를 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미심다운 것, 이런 것들은 다 모른 체하고 슬슬 넘겨 버린다.
 
71
죄다 관주를 주어 놓고서, 정주사는 어떻게 해서 누가 준 관주라는 것은 상관 않고, 사윗감이 관주인 것만을 기뻐한다.
 
72
아들놈이 여느때에 공부를 잘 못 하는 줄을 알면서도, 통신부의 성적이 좋으면 기뻐하는 게 부모다. 이거야 선량한 어리석음이구나 하겠지만, 정주사는 그러한 인정이라 하기도 어렵다.
 
73
아무튼 그래서 정주사는 시방 크게 만족하여 가지고 콩나물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74
그는 바로 며칠 전에 이 콩나물고개를 이렇게 넘어가면서 초봉이의 혼인과 및 그 결과에 대해서 공상을 했었고, 하던 그대로 모든 일이 맞아떨어진 기쁨을 안고서 오늘은 이 고개를 넘느니라 생각하면, 이놈 콩나물고개란 놈이 신통한 놈이로구나 싶어 새삼스럽게 좌우가 둘러보여지는 것이다.
 
75
“자아, 그래서 돈이 생기면…….”
 
76
느긋하게 궁리를 하면서 정주사는 천천히 집을 향하고 걸어간다.
 
77
대체 얼마나 둘러 주려는고? 한 오륙백 원?…… 오륙백 원 가지고야 넘고 처져서 할 게 마땅찮고…… 아마 돈 천 원은 둘러 주겠지. 혹시 몇천 원 척 내놓을지도 모르고.
 
78
한데, 무슨 장사를 시작한다?…… 싸전? 포목전? 잡화전?…… 그런 것은 이문이 박해서 할 것이 못 되고…….
 
79
가만히 미두를 몇 번 해보아? 그래서 쉽게 한밑천 잡아?
 
80
에잉! 그건 못쓰지. 그랬다가 만약 실수나 하고 보면, 체면도 아니려니와 모처럼 잡은 들거린데 방정을 떨어서야…….
 
81
그러면 무얼 해야만 하기도 수나롭고 이문도 박하잖고 두루 괜찮을꼬?
 
 
82
초봉이는 가게 일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계봉이와 형주는 건넌방으로 쫓고, 병주는 저녁 숟갈을 놓던 길로 떨어져 자고, 시방 정주사 내외가 단둘이 앉아 초봉이의 혼담 상의에 고부라졌다.
 
83
“나두 한참봉네 집에서 두어 번이나 보기는 했수마는…….”
 
84
유씨는 삯바느질로 하는 생수 깨끼적삼을 동정을 달아 가지고 마침 인두를 뽑아 들면서, 문득 이런 말을 비집어 낸다.
 
85
“……외양두 다 똑똑허구 허긴 헌데, 어찌 눈찌가 좀 독해 뵙디다아?”
 
86
“아냐, 거 그 사람의 눈이 독한 눈이 아니야…… 그러구저러구 간에, 여보! 그렇게까지 흠을 잡아 낼래서야 사웃감을 깎아 맞춰야 하지, 어디…….”
 
87
정주사는 발을 따악 개키고 몸뚱이를 좌우로 흔들흔들, 양말 벗어던진 발샅을 오비작오비작 후비고 앉아서, 누구와 구누나 하는 듯이 연신 눈을 깜작깜작, 자못 유유한 태도다.
 
88
“글쎄, 나두 그것이 무슨 대단한 흠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단 말이지요, 머…… 아무튼지 사람은 그만하면 괜찮겠습디다.”
 
89
“괜찮구말구! 그만하면…… 그런데 거, 그 사람이 술을 좀 먹는 모양이지?”
 
90
이번에는 정주사가 탈을 잡는 체한다. 한즉은 유씨가 이번에는 차례 돌림이나 하듯이 부리나케 그것을 발명하기를,
 
91
“당신두 원 별소리를 다아 하시우!…… 시체 젊은 애들치구 술잔 안 먹는 사람이 백에 하나나 있답디까? 젊은 기운이구 허니 술 좀 먹는 것두 괜찮아요! 많이 먹어야 낭패지.”
 
92
“것두 미상불 그렇기는 그래!…… 사내자식이 너무 괴타분한 것보담은 술잔 먹구 다아 그러는 데서 세상 조화두 부리구 하는 법이니깐.”
 
93
“거 보시우…….”
 
94
유씨는 돋보기 너머로 남편을 흘끗 넘겨다보면서 한바탕 구박이 나온다.
 
95
“……당신두 인제야 그런 줄 아시우?…… 세상에 당신같이 괴탑지근한 이가 어디 있습디까?…… 담보 있게 술 한잔 먹어 볼 생각 못 해보구, 그래 고렇게 늘 잔망스럽게 살아왔으니 어떻수? 말래가 요지경이 아니우?”
 
96
정주사는 할말이 없으니까 한바탕 꺼얼껄 웃더니, 여태 발샅 후비던 손가락을 올려다가 못생긴 코밑 수염을 양편으로 싸악싹 꼬아 올린다. 암만 그래도 그놈이 ‘카이젤’ 수염은 되지 못하고 죽지가 처지는 것이고.
 
97
“아, 그런데 말야!…… 그 애가…….”
 
98
정주사는 무렴 끝에 서시렁주웅하고 이야기를 내놓는 모양인데, 그는 벌써 태수를 ‘그 애’라고 애칭(愛稱)을 한다.
 
99
“……글쎄 우리 초봉이를 벌써 지난 초봄부터 알았다는구려?…… 그래 가지굴랑은 저 혼자만 애가 달아서, 머 여간 아니었다더군그래! 허허.”
 
100
“시체 사람들은 다아 그렇게 연앨 해야만 장가를 온다우. 우리 애가, 너무 내차기만 허구, 그래서 남의 집 젊은 사람이라면 눈두 거듭떠보질 않지만…… 그러나저러나 간에 나는 그 사람 자기네 집에서 어쩌면 그렇게 통히 당자한테 내맽기구 맘대루 하게 한다니 그 속 모르겠습디다! 신식이요 개명한 집안이면 다아 그렇기는 하답디다마는…….”
 
101
“아 여보, 그럴 게 아니오?…… 과부의 외아들이겠다, 제 집안이 넉넉하겠다, 허니 자연 조동으루 자랐을 것이요, 그래서 입때까지 장가두 들지 않구 있었던 게 아니오? 그러니깐 장가를 가더라두 제 맘대루 골라서 제 맘대루 갈려구 할 것이고, 저의 집에서두 기왕 그래 오던 것이니, 쯧! 모르겠다, 다아 네 마음대로 해라, 맘대루 해서 하루바삐 장가나 가거라, 이럴 게 아니오? 사리가 그러잖소?”
 
102
두 내외의 태수의 위인이랄지, 또 혼인하기에 꺼림칙한 점이랄지는 짐짓 말 내기를 꺼려했고, 혹시 말이 나오더라도 서로 그것을 싸고 돌고 안고 돌아가고 하느라고 애를 썼다. 마치 자리잡은 부스럼이나 동티나는 터줏대감 건드리기를 무서워하듯.
 
103
그들은 진실로 이러하다. 그들은 딸자식 하나를 희생을 시켜서 나머지 권솔이 목구멍을 도모하겠다는 계책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행하고 할 담보는 없다. 가령 돈 있는 사람을 물색해 내서 첩으로 준다든지, 심하면 기생으로 내앉히거나 청루(靑樓)에다가 팔거나 한다든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104
비록 낡은 것이나마 교양이라는 것이 있어서 타성적으로 그놈한테 압제를 받기 때문이다.
 
105
교양이 압제를 주니 동물적으로 솔직하지 못하고 인간답게 교활하다.
 
106
해서, 정주사네는 시방 태수와 이 혼인을 함으로써 집안이 셈평을 펴게 된 이 끔찍한 행운을 당하여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이 혼인이 장차에 딸자식을 불행하게 하지나 않을 것인가 하는 의구를 일으켜 가지고 그 의구가 완전히 풀리기까지 두루 천착을 해보기를 짐짓 그들은 피하려 든다. ‘사실’이 무섭고 무서운 소치는 너무도 ‘사실’이 뚜렷하고 보면 차마 혼인을 못 할 것이므로다.
 
107
그리하여 그들은 이미 악취가 나는 것도 그것을 번연히 코로 맡고 있으면서 실끔 외면을 하고는, 하나가 혹시,
 
108
“어찌 좀 퀴퀴하우?”
 
109
할라치면, 하나가 얼른 내달아,
 
110
“아냐, 구수한 냄새를 가지고 그리는구려.”
 
111
하고 달래고, 그리다가 또 하나가,
 
112
“그런데, 어쩐지 좀 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군!”
 
113
할라치면, 하나가 서슬이 시퍼래서,
 
114
“향깃허구면 그리시우!”
 
115
하고 세수빠진 소리를 하는 것을 지천을 하던 것이다.
 
116
이렇듯 사리고 조심하여 눈을 가리고 아웅한 덕에, 내외의 의견은 더 볼 것도 없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117
정주사는 아랫동네의 약국으로 마을을 내려가려고 벗었던 양말을 도로 집어 신으면서 유씨더러, 초봉이가 오거든 우선 서울은 절대로 보내지 않을 테니 그리 알고, 겸하여 이러저러한 곳에 혼처가 났으니 네 의향이 어떠냐고 물어 보라는 말을 이른다.
 
118
“성현두 다아 세속을 쫓는다는데, 그렇게 제 의향을 물어 보는 게 신식이라면서?”
 
119
정주사는 마지막 이런 소리를 하면서 대님을 다 매고 일어선다.
 
120
“그럼 절더러 물어 보아서 제가 싫다면 이 혼인을 작파하실려우?”
 
121
유씨는 그저 지날 말같이 웃음엣말같이 한 말이지만, 은연중에 남편을 꼬집는 속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변 유씨가 자기 자신한테도 일반으로 마음 결리는 데가 없지 못해서 말이다.
 
122
“제가 무얼 알아서 싫구 말구 할 게 있나?…… 에미 애비가 조옴 알아서 다아 제 배필을 골랐으리라구.”
 
123
“그린 걸, 제 뜻을 물어 보랄 건 무엇 있소?”
 
124
“대체 여편네하구는, 잔소리라니!…… 글쎄 물어 보아서 저두 좋아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만약에 언짢아하거들랑 알아듣두룩 깨우쳐 일르지?”
 
125
“그걸 글쎄 낸들 어련히 할까 봐사 그리시우?…… 잔소린 먼점 해놓구설랑…… 어여 갈 데나 가시우.”
 
126
정주사는 핀잔을 먹구서야 그만 해두고 마루로 나간다.
 
127
마침 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유씨는 초봉이가 들어오나 하고 귀를 기울였으나 마당에서 정주사와 인사를 하는 승재의 음성이다.
 
128
‘오오, 승재가!’
 
129
유씨는 새삼스럽게 승재한테 주의가 가던 것이다. 그럴 내력이 있었다.
 
130
유씨는 실상인즉 진작부터 초봉이가 승재한테 범연치 않은 기색을 눈치채고 있었다.
 
131
그래서, 꼭이 그래서뿐만 아니지만 그첨저첨해서 그는 승재를 맏사윗감으로 꼽고서 두루 유념을 해왔던 것이다.
 
132
말이 많지 않고, 보매는 무뚝뚝한 것 같아도 맘이 끔찍이 유순하고 인정이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유씨의 마음에 들었다.
 
133
한번 그렇게 마음에 들고 나니 그 담엣것은 다 제풀로 좋게만 보여졌다.
 
134
그의 듬직한 성미는 사람이 무게가 있는 것같이 미더운 구석이 있어 보였다.
 
135
그가 지금은 다 그렇게 궁하게 지내지만, 듣잔즉 늘잡아서 내년 가을이면 옹근 의사가 된다고 하니, 의사가 되기만 되는 날이면 돈도 벌고 해서 거드럭거리고 지낼 거야 묻지 않아도 빤히 알 일이요, 그러니 그때 가서는 마음 턱 놓고 딸을 줄 수가 있을 것이었었다.
 
136
하기야 한 가지 마음 걸리는 데가 없지도 않았다.
 
137
승재는 부모도 없고 친척도 없이 무대가리같이 굴러다니는 사람인 걸, 도대체 근지가 어떠한지 알 수가 없었다.
 
138
옥에 티라고나 할까, 이것 한 가지가 유씨의 승재에게 대한 불안이었다.
 
139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는 묘리대로, 그것 또한 변법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140
‘지금 세상에 근지가 무슨 아랑곳 있나?’
 
141
‘양반은 어디 있으며, 상놈이 어디 있어?’
 
142
‘저 하나 잘나고 돈만 있으면, 그게 양반이지.’
 
143
이렇게 유씨는 이녁의 편리를 위하여 승재의 근지 분명치 못한 것을 관대하게 처분을 내렸었다.
 
144
그러나 그렇다고, 명년 가을에 승재가 의사가 되기를 기다려 그를 사위를 삼겠다고 정녕코 작정을 한 것은 아니었었다. 역시 사윗감으로 좋게 보고서 눈여겨두었을 따름이지.
 
145
유씨는 그러했지만 정주사는 결단코 그렇지 않았었다. 그는 승재 따위는 애당초 마음도 먹어 본 일이 없었다.
 
146
물론, 승재가 생김새와는 달라 인정이 있고, 행동거지가 조신한 것은 정주사 자신도 두고 겪어 보는 터라 모르는 바는 아니었었다.
 
147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초라한 승재, 그가 의사가 되어 가지고 돈도 많이 벌고 의표도 훤치르르하고, 이렇게 환골탈태해서 척 정주사의 눈앞에 현신을 한다면 그때 가서야 정주사의 생각도 달라지겠지만 시방의 승재로는 간에도 차지를 않았다. 그는 유씨처럼 승재가 일후 잘되게 되는 날을 미리 생각해 보려고를 않던 것이다.
 
148
그러므로 만약 초봉이가 승재한테 무슨 다른 기색이 있는 눈치를 안다거나, 또 유씨라도 승재를 가지고, 자, 약시 이만저만하고 이만저만해서 나는 이 사람을 초봉이의 배필로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렇게 상의를 한다면 정주사는 마구 훌훌 뛸 것이었었다.
 
149
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뉘 집 뼈다귄지도 모르는 천민(賤民)을 가지고 어엿한 내 집 자식과 혼인을 하다니 그런 해괴망측한 소리가 있더란 말이냐고, 그 노랑수염을 연신 꼬아 추키면서 냅다 냉갈령을 놓았을 것이었었다. 그 끝에 유씨한테 듭신 지천을 먹기도 하겠지만.
 
150
아무튼 그래서 유씨는, 남편의 그러한 솔성을 잘 아는 터라 아예 말눈치도 보이지 않고 그저 그쯤 혼자 속치부만 해두고 오늘날까지 지내 왔었다.
 
151
그러자 오늘 별안간, 고태수라는 신랑감이 우선 외양도 눈에 차악 고일 뿐만 아니라 천하에도 끔찍한 이바지를 가지고서 선뜻 눈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152
유씨는 태수가 나타나자 그의 외양과 들이미는 소담스런 이바지에 그만 흠탁해서 여태까지 유념해 두고 지내던 승재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태수 하나만 가지고 여부없이 작정을 해버렸던 것이다. 태수는 혼자 가서 첫째를 한 셈이다.
 
153
유씨는 그렇게 작정을 하고 나서 그러고도 종시 승재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는데, 마침 승재의 음성이 들리니까 비로소 주의가 갔던 것이다.
 
154
유씨는 그제야 승재를 태수와 대놓고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쌍으로 선 무지개처럼, 빛이 곱고 선명하니 가깝게 있는 며느리 무지개는 태수요, 뒤로 넌지시 있어 희미한 시어머니 무지개는 승재인 양, 도시 이러니저러니 할 것도 없을 성싶었다.
 
155
태수가 그처럼 솟아 보이는 것이 흡족해서 유씨는 무심코 빙그레 웃기까지 한다.
 
156
그러나 그 끝에 문득, 그만큼이나 무던하다고 본 승재를 그대로 놓치게 되는가 하면 일변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157
이 아깝다는 생각에는, 그보다 앞서서 욕심 하나가 돋쳐 나왔었다. 그는 승재를 그냥 놓아 버릴 게 아니라 작은딸 계봉이의 배필로 붙잡아 두고 싶던 것이다.
 
158
지금 스물다섯 살이라니까 계봉이와는 나이 좀 층이 지기는 해도, 여덟 해쯤 대사가 아니었었다. 그러니 아무려나 승재는 그 요량으로 유념해 두고서 후기를 보기로 작정했다. 하고 본즉 유씨는 하룻밤에 한 자리에 앉아서 큰사위 작은사위를 다 골라 세운 셈이 되고 말았다.
 
159
아홉시나 되었음직해서 초봉이가 돌아왔다.
 
160
유씨는 들어오는 초봉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란다.
 
161
“너 어디 아프냐?”
 
162
눈이 폭 갈리고 해쓱한 얼굴이며 더구나 핏기 없는 입술이, 결코 심상치가 않았던 것이다.
 
163
“아니.”
 
164
초봉이는 대답은 해도 말소리에 신명이 하나도 없고, 방으로 들어서자 접질리듯 주저앉는 몸짓에도 완구히 맥이 없어 보인다.
 
165
유씨는 바느질하던 것도 내려놓고 성화스럽게 딸을 바라본다.
 
166
“아니라께? 응?…… 저녁은 아까 형주가 날라 갔지? 먹었니?”
 
167
“네에.”
 
168
“그럼 늦게 일을 해서, 시장해서 그리나 보구나?”
 
169
“아니.”
 
170
“그럼 왜 신색이 저러냐?…… 어디가 아픈 게루구먼? 분명히 아픈게야!”
 
171
“아이, 어머니두!”
 
172
초봉이는 강잉해서 웃으려고 하는 모양이나, 웃는다는 게 웃는 것 같지도 않다.
 
173
“……내가 어쨌다구 그리시우? 난 아무렇지두 않은데.”
 
174
“아무렇지도 않은 게 다아 무어냐? 사람이 꼬옥 중병 치르구 난 것처럼 신색이 틀렸는걸…… 어디가 아파서 그러거던 아프다고 말을 해라! 약이라두…….”
 
175
“아프긴 어디가 아프우? 아무렇지두 않다니깐.”
 
176
초봉이는 성가신 듯이 이마를 가늘게 찌푸린다.
 
177
초봉이는 아까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넘치게 명랑했었다.
 
178
오늘은 저녁때부터 새 주인한테 가게를 아주 넘겨 주고 내일 하루는 집에서 쉬고 모레는 밤차로 서울로 가고 한다고, 사람이 본시 진중하니까 사뭇 쌔왈거리거나 하지는 않았어도, 혼자 속으로 좋아서 못 견디어하는 눈치는 완연했었다.
 
179
그는 그새도 늘 어머니만 믿으며 어쨌든지 아버지가 못 가게 막지 못하도록 가로맡아 주어야 한다고 모녀가 마주앉기만 하면 뒤를 누를 겸 신신당부를 했고, 오늘 아침에 나갈 적에도 모친을 가만히 부엌으로 불러내어 그 말을 하면서 모친이 염려 말라고 해주니까 그저 입이 벙싯벙싯하는 것을 손등으로 가리고 나가기까지 했었다.
 
180
그랬었는데 지금 저녁에는 갑자기 신색이 말이 아니게 틀려 가지고 맥이 없이 들어오니까, 유씨는 처음에는 필경 몸이 아파서 그러는 줄로만 애가 쓰여서 그다지 성화를 한 것이다.
 
181
그러나 차차 보니, 제 말대로 역시 몸이 아픈 것은 아니고 무엇을 걱정하는 것 같은, 낙담한 것 같은 그런 기색이 엿보였다.
 
182
그러면 혹시 가려던 서울을 못 가게 되어서 그런 것이나 아닌가. 물론 집안엣일을 제가 그새 벌써 알았을 이치는 없고, 그렇다면 달리 무슨 곡절이 생긴 모양인데…… 대체 어찌 된 까닭인고?…… 유씨는 이렇게 두루 생각을 해보느라고 잠잠히 손끝의 바늘만 놀리고 있다.
 
183
초봉이는 잠자코 한동안 말이 없이 앉았다가 문득,
 
184
“어머니, 난 서울 못 가게 됐다우!”
 
185
하는 게 마치 성가신 남의 말을 겨우 전갈하듯 한다.
 
186
“으응? 왜?”
 
187
유씨는 속으로는 그런 것 같더라니 하고서도 짐짓 놀란다. 그는 짐짓 놀라는 체했지, 속으로는 그거 일은 실없이 잘되었다고 마음에 썩 다행스러웠다.
 
188
유씨는 방금 오늘 아침까지도 딸더러 부친이 막는 것은 가로맡을 테니 염려 말라고 장담을 하면서 서울로 가라고 해왔었다.
 
189
그러던 것을 그날 하루가 다 못 가서 같은 그 입을 가지고, 이 애 너 서울 못 간다, 이 말을 하기는 아무리 모녀지간이요, 또 갑자기 좋은 혼처가 나선 때문이지만, 그래도 낯간지러운 노릇이었다.
 
190
그런데 계제에 제가 먼저 서울을 가지 못하게 되었단 말을 하고 보니 유씨는 이런 순편할 도리가 없던 것이다.
 
191
초봉이는 제가 한 말이고 모친이 묻는 말이고를 다 잊어버린 듯이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겨우 내키지 않게,
 
192
“아저씨가 오지 말래요.”
 
193
“아저씨? 제호 말이지?”
 
194
“네에.”
 
195
“왜? 어째서?”
 
196
물어도 초봉이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다.
 
197
“아니, 글쎄…….”
 
198
유씨는 서슬을 내어 성구려 든다.
 
199
“……제가 자청을 해서 가자구 해놓구는 인제는 또 오지 말란다니, 그건 무슨 놈의 변덕인구?…… 그런 실없은 일이 어딨다더냐?”
 
200
물론 이편은 버젓한 혼인을 하게 된 고로 그렇지 않아도 일을 파의시켜야 할 판이었고, 그러니 절로 파의가 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것이지, 생각하면 괘씸하고 도무지 경우가 그른 짓이다.
 
201
일껏 제 입으로 가자고 가자고 해서 다 말짜듯이 짜놓고는, 인제 슬며시 오지 말라고 한다니, 그래서 남의 집 어린 자식을 저렇게 신명이 떨어져서 죽을 상 되게 하다니.
 
202
요행 보내지 않기로 조금 전에 작정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유씨는 단박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쫓아가서 속이라도 시원하게 시비를 가리자고 들 그의 승벽이다.
 
203
사실 그는 당장에 초봉이가 가엾은 깐으로는 그대로 부르르 달려가서 제호의 턱밑에다 주먹을 들이대고, 자, 무슨 일로 그랬습나? 그런 경우가 어딨습나? 그만두소, 그까짓놈의 서울 안 보내도 좋습네, 보아란 듯이 버젓한 신랑감을 골라서 혼인을 하겠습네, 이렇게 콧구멍이 뻐언하도록 몰아세워 주고 싶기도 했다.
 
204
“글쎄 우릴 만만히 보구서 그러는 게 아니냐? 대체 어째서 가자구 했다가 이제는 오지 말란다더냐?…… 답답하다. 속이나 좀 알자꾸나?”
 
205
“나도 몰르겠어요…… 그냥 오지 말라구 그리니깐…….”
 
206
초봉이는 곧은 대답을 않고 있다가 종시 모른다고 하고 만다.
 
207
그는 아까 저녁때 당하던 그 일을 모친한테고, 남한테고, 제 낯이 오히려 따가워서 말하기조차 창피했다.
 
208
저녁때 다섯시가 얼마 지나서다.
 
209
바쁜 일이 없어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제호지만, 요새 며칠은 정말 바빠서, 오늘도 아침부터 몇 번째 그 긴 얼굴을 쳐들고 분주히 드나들던 끝에 잠깐 앉아 쉬려니까 그나마 안에서 윤희가 채어들여 갔다.
 
210
제호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금 있더니 큰소리가 들려 나오기 시작했다.
 
211
이틀에 한 번쯤은 내외간에 싸움을 하는 터라, 초봉이는 그저 또 싸움을 하나 보다 했지, 별반 귀여겨 듣지도 않고 있었다.
 
212
“그래, 기어코 그 계집애를 데리구 갈 테란 말이야?”
 
213
윤희의 쟁그럽게 악을 쓰는 목소리가, 마치 초봉이더러도 들으라는 듯이 역력히 들려 왔다. 초봉이는 귀가 번쩍 띄었다.
 
214
“글쎄, 데리구 가면 어째서 그리는 거야?”
 
215
이것은 약간 거칠게 나오는 제호의 음성이다.
 
216
“어째서라니? 내가 그 속 모를까 봐서?”
 
217
“속은 무슨 속이란 말이야?”
 
218
“말은 못 하나?…… 계집애가 밴조고름하게 생겼으니깐 음충맞게 딴 배짱이 있어 가지구설랑…….”
 
219
이렇게 들려 나오는 윤희의 발악 소리에, 초봉이는 얼굴이 화틋 달아올랐다. 그는 마침 배달하는 아이도 없이 혼자 가게에 앉아 있으면서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220
그는 깨끗한 처녀의 마음자리에 진흙을 끼얹은 것 같아 일변 분하기도 했다.
 
221
“나잇값이나 좀 해요!”
 
222
제호가 나무라듯 비웃듯 씹어 뱉는다.
 
223
“……인전 그만하면 철두 들 때두 됐는데, 왜 점점 갈수록 고 모양이야?…… 원 내가 아무리 계집에 걸신이 들렸기루서니, 그래, 나이 자식 연갑이구, 더구나 믿거라 허구서 갖다 맽기는 친구의 자식한테 손을 댈까 봐서?…… 원 히스테리두 분수가 있구, 강짜두 택이 있어야지!”
 
224
“아이구! 저 꽝우리구멍 같은 아가리루다가 말은 이기죽이기죽 잘두 하네!…… 아무튼지 말루만 이러네 저러네 해야 소용 없구, 자아, 데리구 갈 테야? 안 데리구 갈 테야? 응?”
 
225
“데리구 갈 테야!”
 
226
“정말?”
 
227
“그래.”
 
228
“그럼 나두 나 하구 싶은 대루 할 테야…….”
 
229
윤희의 한결 더 독살스러운 소리가 잠깐 그치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230
“……자아 이거 알지? 이건 빙초산이구, 이건 ××가리(加里)…… 빙초산은 위선 그 계집애 낯바닥에다가 끼얹어 주구, 그리구 나서 ××가릴랑은 내가 먹구…… 어때? 그랬으면 시언상쾌하겠지?”
 
231
빙초산을 그 계집애 얼굴에다가 끼얹는다는 소리가 들릴 때, 초봉이는 오싹 소름이 끼치고 수족이 떨렸다.
 
232
안에서는 연달아 쾅당거리는 소리,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가게께로 가까워질 때에는 초봉이는 벌써 길로 뛰어나왔었다.
 
233
그러자, 길로 뛰어나오기는 했어도, 어마지두 어떻게 할지 분간이 선뜻 나지 않아서 주춤주춤하는데, 제호가 양편 손에 약병 하나씩을 갈라 들고 씨근버근 가게로 나오는 것이다.
 
234
안에서는 윤희가 아이고 대고 목을 놓고 울음을 울고, 제호는 두리번거리다가 길 가운데 가 서서 있는 초봉이더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기다란 얼굴을 끄덕거린다.
 
235
초봉이는 서먹서먹하기는 해도 가게로 들어갔다.
 
236
“이런 제기할 것!”
 
237
제호는 들고 나왔다가 테이블 위에 놓았던 빙초산과 ××가리 병을 도로 집어 들고 들여다보면서 두덜거린다.
 
238
“……글쎄, 그놈의 원수가 이건 어느결에 도독질을 해다 두었드람? 거 참…… 하마트면 큰일날 뻔했지! 제기할 것…… 이거 아무래두 내가 ××가리래두 들이 마시구 죽어 버려야 할까 봐!…… 건데 초봉이?”
 
239
불러 놓고도 그는 난처해 차마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을 잇는다.
 
240
“……이거 참 미안하게 됐는데 말이야, 응?…… 저어 이번에 말이야, 서울 같이 못 가게 될까 봐?……그러니 집에 있으라구, 집에 있으면, 내 인제 올라오라구 기별하께시니, 응? 초봉인 다아 내 사정 알아 줄 테니깐 하는 말이니…… 제기할 것, 이놈의 세상!”
 
241
제호는 초봉이의 대답을 차마 듣기가 미안한 듯이, 제 할 말만 다 해놓고는 이내 약병을 집어 들고서 ‘극약?독약’이라고 쓴 약장 앞으로 가고 만다.
 
242
사맥이 이렇게 된 사맥이고, 했고 보매 초봉이는 그렇듯 창피스런 곡절을 비록 모친한텔 값에 이야기를 하기가 낯이 뜨꺼웠던 것이다.
 
 
243
“그리구저리구 간에…….”
 
244
유씨는 굳이 더 캐어물으려고 하지 않고 그쯤서 짐짓 모르쇠를 해버리면서 비로소 혼인말의 허두를 꺼내 놓되,
 
245
“……잘되었다, 그까짓 서울은 간들 실상 말이지 무슨 그리 우난수가 있다더냐? 밤낮 그 턱이 제 턱이지…… 아주 잊어버려라, 그리구 시집이나 가거라.”
 
246
초봉이는 그러나 이 끝엣말은 심상하게 귀넘겨 들었다.
 
247
전에도 양친이 늘 마주앉기만 하면, 초봉이가 듣는 데고 안 듣는 데고 어서 시집을 보내야겠다거니 너무 늦어 가서 걱정이라거니,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도 그저 지날 말인 줄만 알았던 것이다.
 
248
한편 유씨는 오늘 저녁에 그 말을 죄다 할까, 또 운만 따고서 그만둘까 망설이던 참이다.
 
249
가자던 서울은 못 가고, 저렇게 풀이 죽어 만사에 경황이 없어하는데 혼인 이야기란 어찌 생각하면 새수빠진 듯하기도 했다.
 
250
그러나 일변 생각하면, 그 애가 그럴수록 혼인이 어울린 이야기를 해주어서 거기에다가나 마음을 돌리고 다른 것은 잊어버리도록 하는 것도 계제에 좋을 성싶었다.
 
251
그래 우선 그렇게 허두만 내놓고는, 어떻게 할까 하고 다시 한번 궁리를 하는데 건넌방에 있던 계봉이가 마침 건너와서 살며시 들어앉는다.
 
252
그는 오늘 초저녁부터 눈치들이 이상하고 하니까, 필경 형의 혼인 이야기려니 기수를 채고서 궁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253
“나두 바느질 좀 배워예지, 헤.”
 
254
계봉이는 도로 쫓겨갈까 봐 아주 이런 소리를 하면서 말긋말긋 눈치를 살핀다.
 
255
“여우 같은 년 같으니라구!”
 
256
유씨가, 누가 네 속 모를 줄 아느냐는 듯이 돋보기 너머로 눈을 흘기면서,
 
257
“……네년이 무척 바느질이 배우구 싶겠다?…… 그리다가 짜장 사람 되게?”
 
258
“어이구 어머니두…… 바느질 못 한다구 시집갔다가 쫓겨오믄 어머닌 속이 시원하겠수?”
 
259
“말이나 못 하나?…… 저년이 주둥아리만 알루 까놨어!”
 
260
“해해해…… 그래두 어머니 딸은 어머니 딸이지이?”
 
261
“내 속에서 네년 같은 왜장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나두 모르겠다!”
 
262
“그렇지만 어머니, 나는 나 같은 훌륭한 딸이 어떻게 우리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는고? 그게 이상한걸?”
 
263
“저년이 얄래져서 한참 까불구 있구만!…… 그렇게 까불구 분주하게 굴려거든 저 방으루 건너가아!”
 
264
“네에, 그저 다소굿하구 앉아서 어머니 바느질하시는 것만 보겠습니다!”
 
265
유씨는 계봉이를 지천은 해도, 그 애가 건너와서 분배를 놓고 나니까 초봉이와 단둘이서 앉아 있을 때보다는 어쩐지 빡빡하던 것이 적이 풀리고, 그래서 이야기를 하기도 훨씬 수나로워지는 듯싶다.
 
266
“이 애야 초봉아?”
 
267
유씨는 음성에 정이 간곡하게 부르면서 잠깐 고개를 쳐들고 본다.
 
268
초봉이는 모친이 무슨 긴한 이야기가 있길래 음성까지 가다듬어 가지고 그러는고 해서 마주 고개를 쳐든다.
 
269
“……너두 벌써 나이가 스물한 살이니…….”
 
270
유씨는 이윽고 이렇게 허두를 내놓고는, 그러고는 또 한참이나 잠잠하다가 비로소,
 
271
“……흰말이 아니라, 우리가 고향에서 그래두 조석 걱정은 않구서 살던 그때 같은 처지라면야 너를 나이 스물한 살이나 먹두룩 두어 두었을 것이며, 또오 너를 내놔서 그 푸달진 돈벌이를 시키느라고 오늘처럼 박제호 따위가 우리를 호락호락허게 보구서 그런 경우 빠진 짓을 하게 하긴들 했겠느냐?…… 그것이 다아 집안이 치패해서 궁하게 살자니까 범사가 모두 그 지경이로구나! ”
 
272
유씨는 이렇게 시초를 잡아 가지고, 넉넉 아마 삼십 분 동안은 별별 잔사설을 늘어놓더니, 급기야, 그러하니 네 나이 한 나이라도 더 들기 전에 마땅한 혼처가 있으면 하루바삐 혼인을 해야겠다, 너의 부친과 앉으면 그 걱정을 하는 참이다고, 겨우 장황스런 서론을 끝마친다.
 
273
마치고 나서는 또 한번 음성을, 이번에는 썩 의논성 있게 가다듬어,
 
274
“너 혹시 저 너머, 한참봉네 싸전집 말이다. 그 집에 기식하구 있는 고태수라는 사람, 저 아따, 저 ××은행소 다닌다는 사람 말이다. 그 사람 더러 본 일 있느냐?”
 
275
유씨는 고개를 쳐들면서 말을 멈춘다.
 
276
초봉이는 고태수라는 이름을 듣자, 앗! 기어코 여기까지 바싹 들이대고 육박을 했구나! 하고 몸을 떨었다.
 
277
그 동안 초봉이는 고태수라는 사람의 독하고 세찬 정기가 미묘하게도 심장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으며 밀리며 실로 악전고투를 해왔었다.
 
278
고태수라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내고, 동시에 그가 이러저러한 속이 있다는 것을 알던 그날부터 초봉이의 가슴에는 저도 모르게 동요가 시작되었었다.
 
279
초봉이가 맨처음 그날, 태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다가 승재와 비교해서 승재가 그만 못하니까, 그것을 시기하여 태수한테 반감이 생긴 것 그것이 벌써 일 심상치 않을 시초였던 것이다.
 
280
그 뒤로 늘 태수는 초봉이의 머릿속에 가서 승재의 옆에 가 차악 붙어서는 초봉이가 아무리 눈치를 해도 찰거머리같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281
초봉이는 승재를 자꾸만 추켜 앉히고 싸고 돌고 해도 그럴수록 태수는 자꾸만 더 드세게 파고들었다.
 
282
태수는 마치 색채 강렬한 꽃이나 진한 향수처럼 초봉이의 신경을 자극시켰다. 초봉이는 눈이 아프고 콧속이 아려서 그 꽃을 안 보려고, 그 향내를 안 맡으려고 눈을 감고 고개를 두르고 했어도 끝끝내, 큰 운명인 것처럼 그것이 피해지질 않았다.
 
283
피하려도 피해지지도 않고, 그게 안타깝다 못해 필경 제 마음이 울고 싶게 짜증만 났었다.
 
284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인제 오래잖아 서울로 가는 날이면, 그것도 활활 털어지고 마음 가뜬하겠지, 이렇게 믿고 일변 안심을 했었다.
 
285
이렇듯 초봉이로서는 이 판이 말하자면 아슬아슬한 땅재주를 넘는 살판인데, 별안간 서울 가자던 것이 와해가 돼 단지 서울을 가지 못하는 것 그것만 해도 큰 실망인데, 우황 고태수라니!
 
286
마침내 승재를 갖다가 한편 구석으로 밀어 젖히고서, 제가 어엿하게 모친 유씨의 옹위까지 받아 가면서 이마 앞으로 바로 다가선 그 고태수!
 
287
초봉이는 모친이 말을 묻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 혼자서, 시방 태수라는 사람이 던지는 그물에 옭혀 매어 옴나위하지도 못하면서, 그러면서도 어느덧 방그레니 웃으면서 그한테 손을 내미는 제 자신을 바라보다가, 깜박 정신이 들어 다시금 몸을 바르르 떤다.
 
288
유씨는 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잠깐 만에 다시,
 
289
“그 사람 말이, 너를 안다구 그리구, 너두 자기를 알 것이라구 그리더란다.”
 
290
하면서 이야기를 또 내놓는데, 계봉이가 말허리를 꺾고 나서서 한마디 참견을 하느라고,
 
291
“으응, 그 사람?…… 나두 더러 보았지……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너무 말쑥한 것 같더라!”
 
292
“네깐년이 무얼 안다구, 잠자쿠 있던 않구서, 오루루 나서? 주제넘게!”
 
293
유씨는 계봉이를 무섭게 잡도리를 해놓고서 다시 초봉이더러,
 
294
“……그래, 느이 아버지두 그리시구, 또 내가 보기두 사람이 퍽 깨끗허구 똑똑해 뵈더라…… 나이는 올해 스물여섯이구, 서울서 아따 뭣이냐, 전문대학교를 졸업했다구……?”
 
295
“어이구 어머니두!”
 
296
욕을 먹을 값에, 계봉이는 제 낯이 따가워서 그대로 듣고 있을 수가 없던 것이다.
 
297
“……전문대학교가 어디 있다우? 전문학교믄 전문학교구 대학이믄 대학이지.”
 
298
“이년아 그럼, 더 높은 학굔 게로구나!”
 
299
“어이구 참, 볼 수 없네! 혼인허기두 전에 지레들 반해 가지굴랑…… 난 고런 사내 얄밉더라! 뻔질뻔질한 거…….”
 
300
“아, 저년이!”
 
301
유씨는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당장 무슨 거조를 낼 듯이, 돋보기 너머로 계봉이를 흘겨본다. 행여 건드릴세라 사리고 조심하는 아픈 자리를, 마치 들여다보는 듯 공짱나게 칼끝으로 쑤셔 낸다고야, 이 당장 같아서는 자식이 아니라 원수요, 쳐죽이고 싶게 밉던 것이다.
 
302
초봉이는 종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고, 유씨는 계봉이한테 흘기던 눈을 고쳐서 초봉이게로 돌려 한번 힐끗 기색을 살핀 뒤에, 죽 설명을 늘어놓는다.
 
303
“태수는 고향이 서울이요, 양반의 집 과부의 외아들이요, 재산은 천 석 추수나 하고, 지금 은행에 다니는 것은 장차 무슨 큰 경륜이 있어 일을 배울 겸 그리하는 것이요, 결혼식은 인제 예배당에나 공회당에 가서 신식으로 할 테고 잔치는 돈을 많이 들여 요릿집에 가서 할 테고 우리집이 가난해서 마음은 있어두 혼인할 엄두를 못 낸다니까, 그러잖아도 혼인 비용을 전부 제네가 대줄 요량을 하고 있단다고 하고, 그러니 털어놓고 말이지, 시방 이 지경이 된 우리한테 당자가 그만큼 잘나고 집안이 좋고, 그 밖에 여러 가지로 구격이 맞은 그런 혼처가 좀처럼 생기기가 어려운 노릇인데 그게 다아 연분이라는 것이니라. 그래서 느이 아버지와 내가 잘 상의를 해보고 나서 이 혼인을 하기로 아주 작정을 했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알고 있거라. 느이 아버지는 너의 의향을 물어 보라고 하시지만 너도 노상이 그 사람을 모르는 배 아니니 물어 보나마나 네 맘에도 들 것이다…….”
 
304
이렇게 유씨는 이야기를 마치고 잠긴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들어 딸의 기색을 엿본다.
 
305
모친의 여러 가지 설명으로 해서 초봉이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태수의 영상은, 인제는 더할 나위도 없이 찬란해 가지고, 승재의 그러잖아도 뒤로 밀려간 희미한 영상을 더욱 압박했다. 초봉이는 그것이 안타까워 몸부림을 치면서,
 
306
‘나두 몰라요!’
 
307
고함쳐 포악이라도 하고 싶었다.
 
308
세 모녀가 잠시 말이 없이 잠잠하고 있다가 유씨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계봉이가 얼른 내달아, 초봉이한테 의미 있는 눈을 찌긋째긋,
 
309
“언니 참 잘됐구려? 그만하믄 오케이지, 무얼 생각하구 있어? 하하하…… 우리 언니가 인전 다네노코시를 타게 됐단 말이지! 하하하.”
 
310
웃어 대면서 언중유언의 말로 짓궂게 놀려 주고 있다.
 
311
초봉이는 눈을 흘기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312
“언니, 내일 아침버텀은 밥 내가 하께, 응? 해해…… 척 이렇게 서비슬 해야 한단 말이야…… 그 대신 인제 언니 결혼하구 나서 혹시 서울루 가게 되거들랑 나 공부 좀 시켜 주어야 해? 응?”
 
313
“……”
 
314
“아이, 왜 대답을 안 해?…… 난 많이두 바라지 않구, 자그만치 의학전문이나 약학전문 하나만 마쳐 주믄 그만이야.”
 
315
계봉이는 이 자리에서는 형을 놀리느라고 장난삼아 하는 말이지만, 그가 의학전문이나 약학전문을 다녀, 한 개 버젓한 기술을 캐치하고 싶어하는 것은 노상 두고 하던 말이요 진정이었다.
 
316
“온…… 같잖은 년이!”
 
317
유씨가 계봉이를 타박을 하는 것이다.
 
318
“……이년아, 네 따위가 공분 더 해서 무얼 하니?…… 사람 으젓잖은 것 공부시키기 공력만 아깝지!”
 
319
“어이구 어머니두…… 그래두 나두 언니 덕 좀 볼걸…… 어머니 아버지두 인제 부자 사위한테 단단히 덕 볼려믄서…….”
 
320
“저년을, 주둥아리를…….”
 
321
유씨는 그만 펄쩍 뛰면서 계봉이를 때릴 듯이 벼른다.
 
322
“안 그러께요 어머니! 다신 안 그러께요…… 그렇지만 어머니?…… 저 거시키 조사나 잘 좀 해보았수?”
 
323
“아 이년아, 조사가 무슨 조사야?”
 
324
“그 사람이 부자요, 다아 양반이요, 그리구 어머니 말대루 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그리구 또…….”
 
325
“그년이 곤달걀 지구 성 밑엔 못 가겠네.”
 
326
“하하하하…… 그럼 언니가 곤달걀 푼수밖에 안 되나?”
 
327
“저년을 거저!…… 아 이 계집애년아, 느이 아버지하면 내면 다아 오죽 알아서 할라구, 네년이 나서서 건방지게 쏘옥쏙 참견을 하려 들어?”
 
328
“네에, 다아 그러시다면야…… 나두 다아 언닐 생각해서 그런 거랍니다.”
 
329
“이년아, 고양이 쥐 생각이라구나 해라!”
 
330
“네에, 언니가 아까는 곤달걀이라더니, 인전 또 쥐라!…… 오늘 저녁에 울 언니가 둔갑을 많이 하는군!”
 
331
“저년을! 네 요년…….”
 
332
유씨는 을러메면서 옆에 놓았던 침척을 집어 들고, 계봉이는 얼른 날쌔게 마루로 해서 건넌방으로 달아난다.
 
333
“……이년 인제 보아라. 등줄기에서 노린내가 나게시리 늑신 두들겨 줄 테니…… 사람 못된 년 같으니라구!”
 
334
유씨는 부아는 났어도 일변, 계봉이가 건넌방으로 가고 없는 것이 다행했다. 그는 인제 마지막으로 초봉이한테 하려는 그 말은 ‘여우 같은 그년’ 계봉이가 있는 데서는 내놓기가 겁이 났었다. 보나 안 보나, 그 주둥아리에 또 무어라고 말참견을 해서 속을 상해 줄 테니까(……가 아니라 실상은 계봉이가 무서워서).
 
335
유씨는 부아를 삭이느라고 한동안 잠자코 바느질만 하다가 이윽고 목소리를 훨씬 보드랍게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336
“그리구 이런 말이야 아직 네한테까지 할 건 없지만, 기왕 말이 난 길이니…… 그 사람이 이렇게 하기로 한다더라…… 혼수 비용을 자기가 말끔 대서 하기두 하려니와, 또 우리가 이렇게 간구하게 지낸다니까, 원 그래서야 어디 쓰겠냐구, 그럼 인제 혼사나 치르구 나서 자기가 돈을 몇천 원이구(유씨는 몇천 원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대디리께시니, 느이 아버지더러 무어 점잖은 장사나 해보시란다구 그런다드구나!…… 그렇다구 너라두 혹시 에미 애비가 사우 덕에 호강을 할려구 딸자식을 부둥부둥 우겨서 부잣집으로 떠실어 보낼려구 하지나 않는고 싶어, 어찌 생각이 들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어디 설마한들 백만금을 준다기루서니, 당자 되는 사람이 흠이 있다든지, 또 깨렴직한 구석이 있다면야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내릴 일이지, 어쩌면 너를 그런 데루다가 이 에미 애비가 보낼 생각인들 하겠느냐? 그저 첫째루는 너를 위해서 하는 혼인이요, 그래 네가 가서 고생이나 않구 호강으루 살기두 하려니와, 또 그 사람이 밑천이라두 대주어서 장사라두 하면, 그게 그대지 나쁠 일이야 없지 않느냐?”
 
337
유씨는 바늘귀를 꿰는 체하고 잠깐 말을 멈추고 딸의 기색을 살핀다.
 
338
“글쎄 이 애야!”
 
339
유씨는 다시 바늘을 놀리면서 음성은 별안간 처량하다.
 
340
“……너두 노상 그런 걱정을 하지만, 느이 아버지 말이다…… 그게 허구 다니는 꼬락서니가 그게 사람 꼴이더냐? 요전날 저녁에두 글쎄 두루매기 고름이 뜯어진 걸 다시 달아 달라구 내놓더구나! 아마 누구한테 멱살잽일 당한 눈치더라, 말은 안 해두…… 아이구 그 빈차리같이 배싹 야웨 가지군 소 갈 데 말 갈 데 안 가는 데 없이 다니면서 할 짓 못 할 짓 다아 하구, 그런 봉역이나 당하구, 그리면서두 한푼이라두 물어다가 어린 자식들 먹여 살리겠다구…… 휘유! 생각하면 애차럽구 눈물이 절루 난다!”
 
341
눈물이 난다는 유씨는 그냥 맹숭맹숭하고, 초봉이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이 좌르르 쏟아진다. 그것은 부친을 가엾어하는 눈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노상 그것만도 아니다.
 
342
그는 모친에게서 결혼을 하고 나면 태수가 장사 밑천으로 돈을 몇천 원 대주어서 부친이 장사 같은 것을 하게 한다는 그 말을 듣고는 다시는 더 여부없이 태수한테로 뜻이 기울어져 버렸다.
 
343
그거야 태수가 미리서 마음을 동요시킨 것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조건이고 보면 필연코 응낙을 않던 못 할 초봉이다.
 
344
그러나 시방 초봉이는 제 마음의 한편 눈을 감고서라도 태수한테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그 유리한 조건 그것 한 가지 때문이라고 해서나마, 안타까운 제 심정의 분열을 짐짓 위로하고 싶으리만큼 일변으로는 승재한테 대하여 커다란 미련과 민망스러움이 간절했다.
 
345
그러나 가령 그렇듯 박절하게 옹색스런 회포를 짜내지 않더라도 아무려나 아직까지는 그게 첫사랑의 싹이었던 걸로 해서 태수한테보다는 승재한테로 정은 기울어 있었던 게 사실이매, 그만한 미련의 상심(傷心)은 아무튼지 없지 못했을 것인데, 마침 겹쳐서 모친 유씨의 그 눈물만 못 흘리지 비극배우 여대치게 능청스런 ‘세리프’가 있어 놓으니, 또한 비감(悲感)의 거리가 족했던 것이요, 게다가 또다시 한 가지는, 그러한 부친과 이러한 집안을 돕기 위하여 나는 나를 희생을 한다는 처녀다운 감격…… 이렇게나 모두 무엇인지 분간을 못 하여 뒤엉켜 가지고 눈물이라는 게 흘러내린 것이다.
 
 
346
닷새가 지나, 오늘은 양편이 탑삭부리 한참봉네 안방에 모여서 초봉이와 태수가 경사로운 약혼을 하는 날이다.
 
347
태수 편에서는 다 그럴 내력이 있어서 혼인을 급히 몰아친 것이요, 정주사 편에서도 역시 하루바삐 ‘장사’를 할 밑천이 시각이 급해, 그저 하자는 대로 응 응 하고 따라갔던 것이다.
 
348
신부 편에서는 규수 초봉이와 정주사와 형주가 오고, 신랑 편에서는 태수가 가장 친하다는 친구 형보를 청했고, 탑삭부리 한참봉네 내외는 주인 겸 신랑 편이다.
 
349
다섯시에 모이자고 했는데 여섯시에야 수효가 정한대로 겨우 들어섰다.
 
350
형보는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보는 초봉이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351
그는 절절히 탄복하면서
 
352
‘아, 요놈이!’
 
353
하고 샘을 더럭 내어 태수를 쳐다보았다.
 
354
형보의 눈에 보인 대로 말하면, 초봉이는 청초하기 초생의 반달 같고 연연하기 동풍에 세류 같았다. 시방 형보가 초봉이를 탐내는 품은 태수가 초봉이한테 반한 것보다 훨씬 더했다.
 
355
‘고걸, 고걸 거저, 손아구에다가 꼭 훑으려 쥐고서 아드득 비어 물었으면, 사뭇 비린내두 안 나겠다!’
 
356
형보는 정말로 침이 꿀꺽 삼켜졌다.
 
357
‘고것 오래잖아 콩밥 먹을 놈 주긴 아깝다! 아까워, 참으로 아까워!’
 
358
형보는 꽹하니 뚫려 가지고는 요기(妖氣)조차 뻗치는 눈망울을 굴려 초봉이와 태수를 번갈아 본다.
 
359
그는 지금부터라도 제가 슬그머니 뒤로 나서서 태수의 뒤밑을 들추어 내어 이 혼인이 파의가 되게시리 훼방을 놀아 볼까 하는 생각을 두루두루 해보기까지 했다.
 
360
마침 음식 분별이 다 되었던지, 그새 안방과 부엌으로 팔락거리고 드나들던 김씨가 행주치마에 가뜬한 맵시로 앞 쌍창을 크게 열더니, 방 안을 한번 휘휘 둘러본다. 음식상을 어떻게 들여놓을까 하는 참이다.
 
361
태수는 약혼반지 곽을 꺼내서 주먹에 숨겨 쥐고 김씨한테 흔들어 보인다.
 
362
약혼을 한다고 모여 앉기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약혼인지 알 사람도 없거니와, 분별을 할 사람도 없어, 음식상이 들어오도록 약혼반지는 태수의 포켓 속에 가서 들어 있었다.
 
363
그도 그럴 것이, 가령 결혼식이라면 명망가라는 사람을 청해 오든지 목사님을 모셔 오든지 했겠지만, 그럼 약혼식이니 명망가의 다음가는 사람이나 부목사를 불러올 것이냐 하면, 그건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364
그래서 일은 좀 싱거웠고, 일이 싱거운지라 자리가 또한 싱거워 놔서, 전원이 모여 앉은 지는 한 시간이로되, 초봉이는 너무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았기 때문에 충혈이 되어서 얼굴이 아프고, 형주는 장난을 못 해서 좀이 쑤시고, 태수는 장인영감이 될 정주사의 앞이라서 담배를 못 피워 입 안이 텁텁하고, 정주사는 인제 혀가 갈라진 줄도 모르고 귀한 해태표를 연신 갈아 피우면서 탑삭부리 한참봉더러, 옛날 우리 조선 사신이 상국(上國 : 송?명)에 갔다가 글재주와 꾀로써 거기 사람을 혼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되, 자리가 자리인만큼 탑삭부리 한참봉이 거 묵은 셈조간을…… 이런 소리를 하지 못하는 그 속이 고소했고, 탑삭부리 한참봉은 이렇게 심심하게 앉아 있으니 아이놈한테 맡겨 놓고 들어온 가게나 나가 보든지, 정주사와 장기를 한판 두든지 하고 싶었고, 김씨는 아랫목에 태수와 나란히 앉아 있는 초봉이를 보니 일찍이 내가 태수와 누렸던 자리에 인제는 네가 앉아 있구나 하는 시새움과 감개가 없지 못했으나, 일변 안팍으로 드나들기에 정신이 없었고, 그리고 형보는…….
 
365
형보는 처음에는 와락 이 혼인을 훼방을 놀아 볼까 하는 궁리도 해보았지만, 훼방을 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게 자는 호랑이를 불침 놓는 일이겠어서 생각을 돌려먹었다.
 
366
만일 태수와 파혼이 되고 보면, ‘이 계집애’는 도로 처녀로 제 부모한테 매여 있을 테요, 장차 어느 딴 놈의 것이 될지언정 형보 제가 손을 대기는 제 처지로든지 연줄로든지 어느 모로든지 지난한 일이나, 그러나 태수와 그대로 결혼을 하고 보면 얼마든지 기회도 있고 조화도 부릴 수가 있으리라 했던 것이다.
 
367
‘“오냐, 우선 너이끼리 시집가고, 장가들고 해라. 해놓고 나서 서서히 보자꾸나.’
 
368
형보는 아주 이렇게 늘어진 배포를 부리기로 했다. 그는 꼭 이 처녀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었었다.
 
369
하고 나서, 그는 시치미를 뚜욱 떼고 앉아, 들은 풍월로 강 건너 장항(長項)이 축항까지 되면 크게 발전이 될 테고, 그러는 날이면 이쪽 군산이 망하게 된다고 태수한테 그런 이야기를 씨부렁거리고 있고…….
 
370
모두 이렇게 갑갑하기 아니면 심심한 참이었었다.
 
371
그런 중 김씨 하나가, 아무려나 처음부터 나서서 좌석도 분별하고, 이야기도 붙이고, 말하자면 서두리꾼 노릇을 하느라고 했는데, 반지 조건은 총망중에 깜박 잊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놈 반지가,
 
372
‘여보, 나도 한몫 봅시다!’
 
373
하는 듯이 출반주를 하던 것이다.
 
374
김씨는 섬뻑 어찌할 바를 몰라 어릿어릿한다. 그러나 그건 잠깐이요, 그는 혼자말을 여럿이 알아듣게,
 
375
“아따, 아무려믄 어떨라구!”
 
376
하면서 척척 걸어들어와 태수의 손에서 반짓곽을 툭 채어 가지고 (참말 아무래도 괜찮은 듯이) 처억 반지를 꺼내더니, 마치 요술 부리는 사람처럼 좌중에게 한번 높이 쳐들어 보이면서,
 
377
“자아, 이게 약혼반지예요…….”
 
378
이렇게 통고를 한 후에 다시,
 
379
“……자아, 내가 끼워 주어요!”
 
380
선언을 하고는 초봉이의 왼손을 잡아당겨 무명지 손가락에다가 쏘옥 반지를 끼워 준다. 빨간 루비를 박은, 몸 가느다란 십팔금 반지가 초봉이의 희고 조그마한 손에 예쁘게 어울린다.
 
381
초봉이의 손은, 일제히 그리로 쏠려 가지고 제각기 감회가 다르게 바라보는 열두 개의 눈앞에서 바르르 가늘게 떨린다.
 
382
김씨는 반지를 끼워 주고 나니, 그래도 원 약혼이라는 게 이렇게 싱거울 법이 있으랴 싶었던지 잡았던 초봉이의 손목을 그대로 한번 더 번쩍 치들고,
 
383
“자아 인전 약혼이 다 됐어요!”
 
384
하면서 좌중을 둘러본다. 권투장에서 심판이 이긴 선수한테 하는 맵시꼴이다.
 
385
이렇게 해서 약혼이 되고, 이튿날인 오늘 아침에 정주사네 집에서는 태수의 기별이라면서, 탑삭부리 한참봉네가 보내는 돈 이백 원에다가 간단한 옷감이 들어 있는 혼시함(婚時函)을 받았다.
 
386
오늘부터 이 집은 그래서 단박 더운 김이 치닫게 우꾼우꾼한다. 식구들은 초봉이만 빼놓고, 누구 하나 싱글벙글 웃기 아니면 빙긋이라도 안 웃는 사람은 없다.
 
387
바느질이 바쁘게 되었다. 혼인날은 단 엿새가 남았는데, 옷은 신부 것을 말고라도 집안식구가 말끔 한 벌씩 새로 해입어야겠으니 여간이 아니다.
 
388
그래서 저녁부터는, 그새까지는 남의 삯바느질을 하던 이 집에서, 되레 삯바느질꾼을 불러온다, 재봉틀을 새를 얻어 온다, 광목을 찢어라, 솜을 두어라, 모시를 다뤄라, 마구게 야단법석으로 바느질을 몰아친다.
 
389
그리고 계봉이는 아랫방 문 앞에 서서 승재더러 닭 쫓던 개는 지붕이나 치어다보라고 지천을 하고 있고…….
【원문】7 천냥만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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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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