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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류(濁流) ◈
◇ 8 외나무다리에서 ◇
해설   목차 (총 : 19권)     이전 8권 다음
1937.10
채만식
1
탁류(濁流)
 
2
8. 외나무다리에서
 
 
3
계봉이는 형 초봉이가 승재를 떼쳐 놓고 달리 결혼을 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4
더구나 형과 결혼을 하게 된 그 사람 고태수한테는 웬일인지 좋게 생각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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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그는 승재가 저 혼자 외따로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6
그러나 그렇기는 하면서도 일변 그것과는 따로 승재가 불쌍하기도 했다. 제 애인이 시집을 가게 되어 약혼까지 다 해놓고, 그래서 안에서는 시방 혼인 바느질을 하느라고 생 법석인데, 이건 그런 줄도 모르고 여전히 아랫방 구석에 그대로 끄먹끄먹 앉아 있다니……!
 
7
계봉이는 승재가 불쌍하기도 하거니와, 제일 딱해 볼 수 없었다. 그런 깐으로는 어디론지 없어지고 혼인준비의 꼴을 보이지 않았으면 싶었다.
 
8
저녁 후에 계봉이는 책을 빌리러 나온 체하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우선 정말 모르고 있나, 혹시 알고도 위인이 의뭉꾸러기라 짐짓 모른 체하고 있나, 그 눈치를 떠보았다. 했으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속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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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계봉이는 슬끔 이렇게 말을 비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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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우리 언니가 이번 스무사흗날 ××은행에 다니는 고태수라는 사람과 공회당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는데, 그날은 병원을 하루 빠지고라도 꼬옥 참례를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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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승재는 대번 알아보게 흠칫 놀라더니, 그러나 그것은 일순간이요, 이어 곧 시침해 가지고 대답이, 아 그러냐고, 그날 형편 보아서 그렇게 해도 좋지야고 하는 것이 아주 조금도 무엇한 내색이 없이 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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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봉이는 승재가 좀더 놀라기도 하고, 당황해하기도 하고, 실망 낙담도 하고 이랬으면 동정하는 마음도 더할 뿐더러, 저도 같이서 긴장도 되고 해서 좋았을 텐데, 저편이 뎁다 그렇게 밍밍하고 보니 이건 도무지 싱겁기란 다시 없었다.
 
13
계봉이는 그래서, 마치 솜뭉치로 사람을 때려 주는 것처럼 해먹고, 인제는 불쌍하다는 생각은 열두째요 밉살스러운 생각이 더럭 나서, 그래 마구 닭 쫒던 개는 지붕이나 치어다보라고, 지천에 잡도리를 하고 있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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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어쩌믄 조렇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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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봉이는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혀를 끌끌 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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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애인이 딴 데루 시집을 가는 줄두 모르구서 저렇게 소처럼 끄먹끄먹 앉었기만 허구…… 그리구 일껀 아르켜 줘두…… 아이유! 흘개 빠진…… 정말이지 번죽이 아깝지!”
 
17
들이 몰아세워도 승재는 종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히죽이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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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웃쟀어?…… 꼴에 연애? 옜수, 연애?…… 애인이 시집가는 줄두 모르는 연애?…… 조 모양이니 애인이 딴 데루 시집을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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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할 수 없지!”
 
20
승재는 시치미를 떼던 것을 잊고서 계봉이 설레에 무심코 변명을 하는 것이다.
 
21
“……몰라두 할 수 없구, 알아두 할 수 없구, 다아…… 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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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승재는 모르고 알고 간에, 그 일을 가지고 무얼 어떻게 할 내력도 없으며 주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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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봉이와 둘이서 터놓고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요, 결혼을 하자는 약속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 가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저편이 변심이 되었다거나, 혹은 달리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리하는 것일 터인즉, 승재로 앉아서야 별수가 없을 것이거늘, 하물며 조금 얼쩍지근했다면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면 역시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둘이의 사이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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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승재도 우렁잇속 같은 속은 있어서 비록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할망정 지금 여러 가지로 감정이 착잡하게 엉클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25
애초에 방을 세 얻어서 오니까, 나이 찬 안집 딸이, 즉 초봉이가 첩경 눈에 띄었고, 그 뒤로 차차 두고 보노라니, 눈 한번 거듭 뜨는 것이며, 얼굴 한번 돌이키는 거랄지, 또 어찌어찌하다 지나가는 것처럼 한두 마디씩 하는 말이라든지 그 밖에 무엇이고 유상무상간에 범연한 게 없이 특별한 관심과 호의를 보이는 것 같았고, 그것이 초봉이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승재 자신도 초봉이한테 그래지는 것을 그는 이윽고 알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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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금년 이월부터는 초봉이가 제중당에 가서 있게 되고, 마침 제중당은 금호의원에 약품을 대는 집이라, 약을 주문하는 간단한 전활망정 하루에 한두 번쯤은 초봉이와 이야기를 하곤 하는 것이 승재 저도 모르게 즐거운 일과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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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며칠 전에는 웬 사람이 찾아와서 제중당을 제가 맡아 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전대로 많이 거래를 시켜 달라고 인사를 하고, 그래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초봉이는 통히 나오지를 않고 해서 그러면 주인이 갈리는 바람에 가게를 그만두었나 보다고 짐작은 했으나, 섭섭하기란 이를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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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변, 그렇다면 다시 어떻게 취직을 해야 하지 않나…… 혹 우리 병원에 간호부 자리라도 한 자리 나면…… 제 딴에는 이런 걱정까지 하던 참인데, 천만뜻밖에 계봉이가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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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승재는 제 스스로도 의외로워할 만큼 가슴의 격동이 대단했고, 그것이 자연 얼굴에까지 나타나지 않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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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격동을 받아 놀라다가, 그는 이다지도 놀랄까 싶어, 그것이 또한 놀랍기도 했거니와 퍼뜩 다른 생각이 들면서 그만 계봉이를 보기에도 점직해, 얼른 기색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시치미를 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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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러나, 그가 별안간에 의지력이 굳센 초인(超人)이나 어진 성자(聖者)가 된 때문도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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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봉이가 흘개가 빠졌다고 지천을 하는 꼭 그대로, 주변성도 없고 저를 떳떳이 주장하지도 못하고 일에 겁(怯 : 내성)부터 내는 솜씨라, 가령 오늘 밤만 하더라도 선뜻, 아뿔싸! 내가 남의(초봉이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서…… 괜히 속없는 요량을…… 이런 망신이라니! ……이 생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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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봉이는 나한테 아무 뜻도 있었던 게 아니요, 단지 그저 사람됨이 착하고 상냥해서 보이기를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실상 말이지, 무엇을 가지고 초봉이가 나한테 향의가 있었다는 것을 주장을 할 테냐? 요전날 밤에 계봉이가 자리끼 숭늉을 가지고 나와서 쐐알거리던 말도, 짐짓 나를 놀려먹느라고 한 소리가 아니면, 저도 잘못 짐작을 하고서 그런 것일 게다. 글쎄 그런 것을 나 혼자서만 건성 김칫국을 마시듯이 물색없이 좋아하다니! 그러고서 그가 결혼을 한다니까 후닥닥 놀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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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큼직한 보자기가 있었으면 좋겠는 이 무렴을 끄느라고, 그는 계봉이가 보는 데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체, 그다지 능란하지도 못한 연극을 하느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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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봉이는 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더 구박을 하다가 들어갔고 책상에 팔을 얹어 턱을 괴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승재는 마음이 세 갈래 네 갈래로 흐트러져, 시간이 가고 밤이 깊고, 다시 날이 밝는 것도 몰랐다. 제 몸뚱어리를 송두리째 어디다가 잃어버린 것 같은 헛헛함, 비로소 느껴지는 고독, 드세게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는 초봉이에의 애착, 그러한 초봉이를 장차 차지할 고태수라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맹렬한 질투…… 승재로는 일찍이 겪어 보지도 못한 번뇌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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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뜬눈으로 앉아서 밤을 새웠고, 훤하니 밝은 마당으로 내려섰을 때는 이 집이 감개도 깊거니와 일변 등뒤에서 누가 손가락질이나 하는 것만 같아서, 도망하듯 문간 바깥으로 나왔다. 다시는 얼굴을 쳐들고 이 집에는 들어서지 못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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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승재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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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어디 딴 데로 방을 구해서 옮아 가는 게 좋겠다. 물론 갑자기 이사를 한다면 계봉이는 물론 온 집안 식구가 속을 몰랐던 사람까지 되레 눈치를 채기 십상이요, 그래서 용렬한 사내자식이라고 삐쭉거릴 것, 그러니 그도 난처는 하다. 그렇지만 그게 난처하다고 그냥 눌러 있자니 그건 더 못 할 노릇이다. 누가 아무려거나 역시 옮아 버리는 게 상책이겠다…….
 
39
승재는 이렇게 작정을 하고서 병원에 당도하던 길로 아범(인력거꾼)을 시켜, 병원 근처로 몇 집을 우선 돌아다녀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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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병원에서 정거장 쪽으로 얼마 안 가노라면 ‘스래(京浦里)’로부터 들어오는 큰길과 네거리가 된 바른편 모퉁이에, 영감네 내외가 벌여놓고 앉은 고무신가게가 있고, 그 안으로 삼조짜리 다다미방 하나가 빈 게 있어서 그놈을 두말 않고 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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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뒤로 구석지게 붙었고 따로 쪽대문이 있어서, 주인네와는 상관없이 출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밤에 조용히 앉아 공부를 한다든지, 불려다닌다든지 하기에 십상인 품이, 되레 초봉이네 아랫방보다도 방만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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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가 좀 지나서 승재는 새로 얻은 방을 닦달을 하려고 나서다가 마침 환자가 왔기 때문에 그대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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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처음 온 환자인데 처음 오는 환자는 주인 달식이가 초진을 하는 시늉을 하지만, 왕진을 나갔든지 해서 없으면 승재가 그냥 진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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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간호부의 지휘로 벌써 진찰실 한옆에 차려 놓은 진찰탁(診察卓) 옆의 둥근 걸상에 가 단정히 걸터앉았고, 승재는 벗었던 가운을 도로 꿰면서, 직업적으로 환자를 한번 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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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떠한 환자나 일반으로,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요, 그러나 양복과 신수가 멀쩡하니 이건 갈데없이 화류병(花柳病) 환자요, 하는 외에는 더 특별한 인상도 주의도 안 했고 또 그게 의사로서 보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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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함이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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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환자와 무릎이 서로 닿을 만큼 바싹 놓여진 진찰탁 앞의 회전의자에 걸터앉아 카르테를 펴놓고 잉크 찍은 철필 끝을 들여다보면서, 종시 직업적으로 무심히 묻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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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천만의외지, 환자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대답이,
 
49
“네, 고태수라고 합니다.”
 
50
승재는 하릴없이, 별안간 누가 면상에다가 물이라도 쫙 끼얹은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쳐든 얼굴로 뚫어져라고 태수의 얼굴을 건너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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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
 
52
승재는 이윽고 두근거리던 가슴을 진정하고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실상은 저도 모를 소리를 속으로 뇌느라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는 것이다.
 
53
사실 그는 생각도 안 했다가, 별안간 고태수라는 그 사람과 섬뻑 만나 놓고 보니, 미처 무엇이 어떻다고 할 수가 없고, 어안이벙벙할 따름이었다.
 
54
그는 제 직업도 잊어버리고, 그대로 태수의 얼굴을 건너다보고 있다.
 
55
해맑은 얼굴이 갸름하되 홀쭉하지 않고, 볼때기가 도독한 것이며, 이목구비가 모두 골라서 미남자로 생긴 태수의 모습사리가 승재는 단박 판에 새긴 부각(浮刻)처럼 똑똑하게 머릿속으로 들어박히고, 그것이 백 년을 가도 잊혀질 것 같지 않았다.
 
56
‘흐응, 네가 고태수라아!’
 
57
일단 더 정리가 된 적의(敵意)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속의 세리프다.
 
58
승재는 시방 이 사나이를 이렇게 만난 것이 어쩐 일인지 반가운 것 같은, 재미있는 것 같은, 그러면서 한옆으로는 해사하니 이쁘게 생긴 그의 얼굴을 무얼로다가 들이 으깨 주고 싶은 충동도 일어났다.
 
59
무례하다 하리만큼 얼굴을 똑바로 건너다보면서 기색이 심상치 않은 의사란 자의 태도에 태수는 마침내 이마를 찡그리고 낯꽃이 좋잖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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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아시나요?”
 
61
누가 태수라도 따지자고 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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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아니오!”
 
63
승재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얼른 고개를 수그리고 펜을 놀린다.
 
64
태수는 이 괴한(怪漢)이 여간만 불쾌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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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며칠 전부터 ××이 도졌고, 그래서 그새 줄곧 병원에 다녔는데, 그게 한번 도지면 좀처럼 낫지를 않는 줄은 번연히 알면서도 첫째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고, 또 혼인날도 며칠 남지 않았고 해서 혹시나 무슨 별 도리가 없을까 싶어, 마침 병원이 지금까지 다니던 그의 단골 병원보다 낫다는 소문이 있고 하니까 오늘은 시험삼아 이 금호의원으로 와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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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와서 본즉, 병을 보아 주겠다고 처억 나서는 위인이 우선 정나미가 떨어졌다. 태수가 보기에는 의사라고 하기보다는 기껏해야 제약사요, 그러잖으면 병원 ‘고쓰가이’ 푼수밖에는 못 될 성싶었다. 더구나 체격이며 얼굴 생김새는 몸에다가 돈을 지니고 호젓한 데서 만날까 무서울 지경이다. 태수가 승재를 본 첫인상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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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태수는 속이 찜찜한 판인데, 이건 성명을 대주니까 대체 무엇이 어쨌다구 남의 얼굴을 마구 뚫어지게 치어다보면서 뚱딴지같이 구는 데는, 의사고 무엇이고 한바탕 들이대고 싶게 심정이 상했다.
 
68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69
승재는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연령과 주소와 직업을 물어, 일일이 제자리에 쓰고 나서 비로소 철필을 놓고 회전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태수와 마주앉는다.
 
70
그는 이 말을 묻기가 무서웠다. 보나 안 보나 화류병이기 십상인데, 제발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람이 착실하여 결혼 전에 건강진단을 하자는 것이었으면 하는 원념으로 다뿍 긴장이 되기까지 했다.
 
71
“××인데요……?”
 
72
태수는 불쾌하던 끝이나 울며 겨자먹기로 오히려 점직해하면서 대답을 한다. 처음도 아니요, 또 의사 앞에서라지만 젊은 간호부까지 대령하고 섰는데서 부끄럼을 타는 불결한 병을 말하기란 누구나 마찬가지로 거북하고 창피할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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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4
승재는 짐작은 한 바이지만, 의사답지 않게 소리를 지른다.
 
75
―---바로 며칠 아니면 초봉이와 결혼을 할, 소중한 그 초봉이와 결혼을 할 네가 천하에 고약하고 더러운 ××을 앓다니!
 
76
승재는 사뭇 치가 떨리는 것 같았다.
 
77
태수는 그러잖아도 점직한 판에 승재가 또 소리를 꽥 지르고 놀라고 해놓으니 더욱 무렴하기도 하거니와, 대관절 이게 의사가 아니고 미친놈이나 아닌가 싶었다.
 
78
“언제부터 편찮으셨나요?”
 
79
승재는 이윽고 다시 의사가 되어 가지고 손을 내밀면서 묻는다.
 
80
“병이 생기기는 벌써 작년 가을인데, 치료해서 낫긴 나았어요, 그랬는데 자꾸만 도지구 해서…….”
 
81
“근치가 되지를 않았던 게지요, 그런 것을 조심을 안 하시니까…… 그러시면 안 됩니다! 조심을 하셔야지.”
 
82
승재는 제 요량만 여겨, 시방 초봉이의 남편 될 사람더러 충고하는 것이다. 태수는 그따위 참견은 다 아니꼬웠지만 절에 간 색시라,
 
83
“글쎄요, 그런 줄이야 다아 알지만, 자연…….”
 
84
하면서 어물어물거리다가,
 
85
“……그런데 좀 급한 사정이 있는데요?…… 인제 한 사오 일 동안에 치료가 안 될까요?”
 
86
승재는 속으로,
 
87
‘네가 이 녀석 단단히 급했구나!’
 
88
이런 생각을 하니 원수를 잡아다가 발밑에 꿇려 앉힌 것처럼 기광이 나는 것 같았다.
 
89
“거 안 될 겝니다!”
 
90
승재는 커다랗게 고개를 흔들다가,
 
91
“……아무튼 진찰을 해봐야 알겠지만, 아주 초기라두 어려울 텐테 만성이면 더구나…….”
 
92
“그래두 사정이 절박해서 그리는데요? 그래 상의를 해볼 겸, 또…….”
 
93
“무슨 일이십니까? 여행을 하십니까?…… 여행 같으면 그 병엔 더구나 해롭습니다!”
 
94
승재는 짐짓 이렇게, 제 딴에는 태수를 구슬린다는 요량이다.
 
95
“아닙니다. 여행이 아니라…….”
 
96
“그럼?”
 
97
승재는 심술궂게 추궁을 하고, 태수는 주저주저하다가,
 
98
“결혼을 하게 됐답니다, 헤.”
 
99
하면서 빙깃 웃는다.
 
100
“겨얼혼?”
 
101
승재는 허겁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설레설레 고개를 흔든다.
 
102
“……결혼을 하시다니! 건 안 됩니다. 차라리 혼인날을 넌즈시 물리십시오.”
 
103
이 말은 의사로서 당연한 권고다. 그러나 승재는 결코 태수를 위해서 권고하자는 뜻이 아니다. 차라리 태수를 끕끕수를 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요, 그보다 더, 그래저래하다가 이 혼인이 파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심술로다가 하는 말이다.
 
104
그러나 태수는 또 태수라, 저도 고개를 쌀쌀 흔든다. 그는 혼인을 물리라다니 천만에 당찮은 수작이었던 것이다.
 
105
“그럴 수는 없어요! 절대루…….”
 
106
“그래두 그래선 안 됩니다. 첫째 환자 당자한테두 해롭구, 또 부인한테두…….”
 
107
승재는 여기까지 말을 하느라니까, 어느덧 그만 가슴이 뭉클하면서 사뭇,
 
108
‘아이구우!’
 
109
하고 소리쳐 부르짖기라도 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다.
 
110
그는 초봉이가 이자에게 짓밟혀 더러운 ××까지 전염받을 일을 생각하면, 방금 신성(神性)이나 모독되는 것 같아서 사뭇 열이 치달아 올랐다. 그는 열이 나는 깐으로 하면, 그저 주먹을 들어 이자를 대가리에서부터 짓바수어 놓고 싶었다.
 
111
눈치를 먹는 줄도 모르고 태수는 앉아서 조른다.
 
112
“그러니깐 그걸 상의하는 게 아닙니까? 근치되는 거야 어렵다구 하더라두 위선 임시루 아프지나 않구, 또 전염이나 안 되게시리…… 가령 농이 멎게 한다던지…….”
 
113
“물론 그렇게만이라두 해드렸으면야 생색두 날 것이구 해서 두루 좋겠지만…….”
 
114
승재는 입맛을 다신다. 그는 태수가 미운 것으로만 하면 이 녀석아 잔말 말라고 따귀라도 한대 때려서 쫓기라도 하겠지만, 뒤미쳐 생각 할진대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제 힘과 재주를 다하여 태수가 청한 말대로 응급방편이라도 써보는 게 초봉이를 위한 도리일 성싶었다.
 
115
일변 태수는 도로 심정이 상해서 눈살이 장히 아니꼽다. 대체 의사라는 위인이 처음부터 보기 싫게 굴어 비위를 거슬리더니 내내 비쌔는 꼴이 뇌꼴스럽고 해서, 그만두어 버리고 벌떡 일어설 생각이 났다.
 
116
그는 지금 이 칼날 위에 올라선 판에 ××쯤 앓는다고, 또 초봉이한테 전염이 되는 게 안되었다고 그걸 치료하려고 아둥바둥 애를 쓰는 제 자신이 생각하면 우스웠다.
 
117
‘세상살이 마주막 날을 날 받아 놓다시피 했으면서!…… 초봉이두 그렇구…….’
 
118
이렇게 속으로 두런거리면서 이 작자가 인제 한 번만 더 같잖게 굴면, 두말 않고 일어서서 나가 버리려니 했다.
 
119
“좌우간…….”
 
120
이윽고 승재는 과단 있게 말을 하면서 일어선다.
 
121
“……해볼 대루는 힘껏 다아 해봐 디리지요. 그리구 나서 원…….”
 
122
승재가 일어서니까 간호부는 벌써 알아차리고서 오십 시시(cc)짜리 주사기를 핀셋으로 집어 들고 주사준비를 시작한다.
 
123
“주사를 먼점? 균을 검사할 텐데?…… 머, 주사를 먼점 놓아두 좋겠지…….”
 
124
승재는 혼자서 괜히 갈팡질팡하다가 현미경의 초자판(硝子板)을 꺼내 가지고 태수한테로 도로 온다.
 
125
간호부는 노랗게 마노빛으로 맑은 트리파플라빈 주사액을 솜씨 있게 주사기로 켜올리고 있다.
 
126
승재는 마치 최면술의 암시에나 걸린 듯이 끄윽 서서 그것을 노려본다.
 
127
보는 동안에 양미간이 이상스럽게 찌푸려진다. 발부리 앞에 가서 사지를 뒤틀고 나가동그라져 민사(悶死)하는 태수의 환영이 역력히 보이던 것이다.
 
128
하다가, 다시 주사에서 암시를 받아, 저기다가 ××××를 몇 그램만 섞었으면? 이 생각을 하던 참이다.
 
129
세상에도 유순한 그의 눈이 난데없는 살기를 띠고 힐끔 태수를 돌려다보는 것이나, 태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눈만 팔고 앉았다.
 
130
간호부가 준비된 주사기를 손에 들려 줄 때에야 승재는 제정신이 들어 부질없이 흠칫 놀란다.
 
131
주사기를 받아 들고 서서 승재는 태수의 걷어 올린 팔을 내려다본다. 파아란 정맥이 여물게 톡톡 비어진 통통한 팔이다. 살결이 유난스럽게 희다.
 
132
이 팔이 가서 초봉이의 그 어여쁜 어깨를 쌍스럽게 휘감으려니 생각하매, 태수의 팔은 팔이 아니고 별안간 굵다란 구렁이로 보인다. 그만 징그러워서 온 전신의 소름이 쪽 끼치고, 차마 더 볼 수 없어 눈을 스르르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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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니까, 감은 길이니 주사침을 아무렇게나 (아파서 깡총 뛰게시리) 푹 찔렀으면 고소할 것 같아 손이 옴질옴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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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솜으로 자리를 닦아 놓고서 기다리다 못해 간호부가 찔벅거리는 바람에 승재는 눈을 도로 뜨고 가까스로 주사 한 대를 마쳤다.
 
135
농(膿)을 초자판에다가 받았다. 실상 현미경 검사야 해보나마나 빠안한 것이지만, 그러니까 그것은 환자를 위해서 그런다느니보다, 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만큼 면밀하고 친절하오, 하고 내세우는 병원 간판인 것이다.
 
136
승재는 농을 받은 유리 조각을 알콜불에 구워서 메틸렌 브라운으로 착색을 해가지고 현미경을 구백 배(倍)로 맞추어 들여다본다.
 
137
초점을 맞추어 가는 대로 파스르름하게 나타나는 신장형(腎臟型)의 반점은 갈데없이 ×균(菌)이다.
 
138
승재는 오도카니 앉았는 태수를 손짓해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게 하고 옆으로 비켜 선다.
 
139
“보입니까? 콩팥같이 생기구, 파르스름한 거…….”
 
140
“안 보이는데요?…… 아니 무엇이 보이는 것 같은데…….”
 
141
“이러면?”
 
142
승재는 초점을 다시 조절해 준다.
 
143
“응응, 네네, 보입니다. 똑똑하게 보입니다. 하하! 그러니깐 이게 빠꾸데리얀가요?”
 
144
태수는 신기해하면서 박테리아냐고 묻는 것이나, 승재는 실소하려다 말고,
 
145
“그렇지요, 박테리안 박테리아죠. 그게 ××균입니다.”
 
146
“하하! 이게가 그렇군요!”
 
147
태수는 한참이나 더 현미경을 들여다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든다. 그는 이렇게 현미경을 들여다보기는 고사하고, 현미경을 구경도 못 한 사람이라 두루 희한했던 것이다.
 
148
“하하! 그렇구만요!”
 
149
태수는 현미경 옆에 가 붙어 서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밑천이 드러나는 줄을 모르고 한다는 소리가,
 
150
“……그럼 이게 한 십 배나 되나요? 빠꾸데리얀 퍽 작은 건데…….”
 
151
“그게 구백 배랍니다!”
 
152
“구백 배?…… 아이구! 구백 배…… 하하, 네네…… 아 원, 고게…….”
 
153
태수는 연신 신기해하다가 도로 현미경을 들여다본다.
 
154
승재는 태수가 밉기는 하면서도 그의 하는 양이 어쩌면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고 명랑한 것이 일변 귀염성스럽기도 했다.
 
155
그러나 이 귀엽다는 생각은 시방 불시로 우러난 것이 아니요, 태수가 초봉이를 뺏어 가는 사람이어서 미운 생각이 와락 치달을 때 그때에 벌써 그 미운 생각과 같은 순간에 배태가 되었던 것이다. 초봉이를 빼앗아 가는 사람이니까 밉지만, 그러나 초봉이의 배필이 될 사람이니까 일변 귀엽던 것이다.
 
156
이 귀여운 생각은, 그런데 미운 생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그만 꺼눌려 버렸던 것이, 그랬다가 대수롭지 않은 일에 기회를 얻어 의식 위에 떠오른 것이다.
 
157
그러기 때문에 귀엽다는 생각은 순간만에 사라지지를 않고, 도리어 무럭무럭 자라났다. 승재는 이 모순된 두 개의 감정에 휘달려 속으로 몸부림을 쳐도 그것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158
망연히 서서 있던 승재는 태수가 다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동안, 진찰실 한옆에 들여세운 책상에서 금자박이 술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다가 활활 넘겨 이편 진찰탁 위에 펴놓는다. ×균이 현미경의 원색대로 삽화(揷畵)가 있는 대목이다.
 
159
이윽고 태수가 이편으로 오기를 기다려 승재는 펴놓았던 책의 삽화를 짚어 가면서, ×균의 형상부터 시작하여 그 성장이며 전염 경로, 잠복, 활동, 번식, 그리고 병리와 ××이 전신과 부부생활과 제이세랄지 일반 사회에 미치는 해독이며, 마지막 치료와 섭생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자상하게 들려준다.
 
160
태수는 승재를 다시 한번 치어다보았다.
 
161
태수는 승재의 설명을 듣고 나서 본즉 모두가 그럴듯했다. 그새까지 다니던 먼저 병원에서는 처음 가던 길로 펌프질(沃度銀注入)이나 해주고 주사나 꾹꾹 찔러 주고 했을 뿐 현미경 같은 것은 보여 주지도 않았는데, 자 이 병원에 오니까는 의사가 생기기는 고쓰가이나 도둑놈 같고 불쾌하게는 굴었어도 척 현미경을 보여 준다, 여러 가지로 자상 분명하게 설명을 해준다, 하는 게 썩 그럴듯했고, 불쾌하던 의사란 작자도 그러는 동안에 차차 인간이 차차 양순해 뵈고 해서 태수가 또한 뒤가 없는 사람이라, ‘박사’나 되는 것같이, 그리고 오랜 친구와 같이 신뢰하는 마음이 들었다.
 
162
승재는 처방을 쓰고 있다.
 
163
가루약을 쓰고 그 다음에 물약을 쓰노라니까, 그놈에다가 ××가리를 한 그램만(아니 반 그램만도 족하다) 넣고 싶었다. 그랬으면 오늘 저녁에 식후 두 시간이 지나 물약을 먹을 테요, 먹으면 대번 경련이 일어나고 숨쉬기가 힘이 들어 허얼헐 하고 시큼한 냄새가 나고 두 눈이 퀭해지고 맥이 추욱 처졌다가 삼 분이 다 못해서 숨이 딸꾹…….
 
164
승재는 그러한 장면을 연상하느라고 잠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어깨를 흠칫하면서 도로 철필을 놀린다.
 
165
마지막에,
 
166
‘물 백 그램.’
 
167
이라고 쓰고 나니까, 그 위에 조금 빈 데다가 자꾸만,
 
168
‘××가리 한 그람.’
 
169
이라고 쓰고만 싶어 철필 끝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170
‘제약사가 보구서 무어랄까?’
 
171
‘미쳤다구, 야단이 나겠지!’
 
172
‘제약사가 마침 없었으면 좋겠는데…….’
 
173
‘가만있자, 내일 어디…….’
 
174
승재는 속으로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면서 내일 보자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늘 제약사가 없었으면 좋았을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제약사가 있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175
처방을 다 쓰고 나서 승재는 태수한테 여러 가지로 주의를 시킨다. 혼인 전날까지 매일 다니면서 주사를 맞고, 약을 정성 들여서 먹고, 찜질을 하고, 주색이나 그런 것은 일체로 끊고, 자극되는 음식이며 과한 운동도 하지 말고, 그렇게 치료와 조섭을 잘하면 혹시 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은 멎더라도 ×사(絲)는 그대로 나오는 법인즉 전염이 된다. 그러니 그것은 맨 마지막 날 보아서 무슨 변법이라두 구처 해 줄 텐즉 우선 그리 알고 있거라, 결혼하는 여자한테 전염을 시켜서는 단연 안 된다. 그것은 죄 없는 여자한테 적악일 뿐 아니라, 생겨나는 자손에게까지도 죄를 짓는 것이니라…….
 
176
이렇게 순순히 타이르고 있노라니까 승재는 어쩌면 친동생을 훈계나 하는 듯이 다정스런 것 같았다. 사실 태수가 나이는 한 살 맏이라도 앳되고, 승재가 훨씬 노숙해서 그냥 보기에도 승재는 침착한 게 손윗사람 같고, 태수는 어린 수하사람 같았다.
 
177
승재는 태수를 돌려보내고 나서, 오늘 새로 얻은 방을 닦달하려고, 비와 털이개와 걸레 등속을 찾아 가지고 그 집으로 갔다.
 
178
그는 인제는 태수까지 알았는데, 태수를 저만 알고 시치미를 뚝 떼었으니, 만일 내일이라도 태수가 약혼까지 했다니까 혹시 초봉이네 집에를 온다든지 해서 섬뻑 만나고 보면 그런 무색할 도리가 없을 것이요, 그런즉 기왕 방까지 구해 둔 바에 오늘 저녁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 옳겠다고 했다.
 
179
승재는 숱한 먼지를 뒤집어써 가면서 다다미야, 오시레야, 방 안을 말끔하게 털어 내고 한 뒤에, 다시 병원에 들러 아범더러 끌구루마꾼을 하나 얻어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해놓고서 둔뱀일 넘어갔다.
 
180
새삼스럽게 반가운 것 같은, 또 슬픈 것 같은 초봉이네 집 문간 안으로 문득 들어서려니까는 어쩐지 등갈이 나가지고 오랫동안 발을 끊었던 집에를 찾아오는 것처럼 서먹서먹했다.
 
181
그러려니 하고 보아서 그런지, 집 안은 안팎이 모두 어디라 없이 두선거리고 들뜬 것 같았다.
 
182
부엌에서 계봉이가 웬 낯모를 아낙네와 밥을 하느라고 수선을 피우다가 승재를 보더니 해뜩 웃는다.
 
183
조금만 웃는 웃음이라도 시원하니 사심이 없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 웃음이,
 
184
‘어제 저녁에 그렇게 몰아 세우기는 했어도 다아 공중 그런 것이고, 자아나는 이렇게 반가워하잖우?’
 
185
하면서 맞일 해주는 것이거니 싶었다.
 
186
승재는 계봉이가 웃고 반가워하는 것이 살에 배도록 기쁘고 고마웠다. 그러나 (그것이 기쁘고 고맙기 때문에 자연)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요, 꼬옥 동기간의 누이동생인 양 귀애도 하고 응석도 받아 주고 하던 것이 또한 그만이구나 하면, 차마 이 집을 떠나는 회포가 한량없이 애달파 방금 내려 덮이는 황혼과 함께 마음 둘 곳을 모르게 슬펐다.
 
187
마당 가운데로 지나면서도 초봉이와 얼굴이라도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제 마음과는 정반대로, 마지막 얼굴이라도 한번 마주쳤으면 싶어 무심결에 안방께로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나 이 구석 저 구석 안팎으로 보기 싫게 생긴 아낙네들만 움덕움덕 들끓지, 초봉이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188
승재가 짐을 꾸리느라고 책을 죄다 책장에서 꺼내서 한 덩이씩 한 덩이씩 따로 동여매고 있는데, 계봉이가 가만가만 나왔다.
 
189
“아이유머니나!…… 이게 대천 웬 야단이우?”
 
190
계봉이는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다.
 
191
“……왜 책을 죄다 끄내 놓구 그리우?”
 
192
“응, 저어…….”
 
193
승재가 책 동여매던 손을 멈추고 히죽 웃으면서 더듬는 것을, 계봉이는 그제야 알아채고서 얼른,
 
194
“이사허우?”
 
195
“응.”
 
196
“이? 사……?”
 
197
계봉이는 얼굴을 찡그릴 듯하다가 별안간 웃음을 가득 흩트리면서,
 
198
“하하!…… 오오라잇! 우리 남서방, 부라보…….”
 
199
승재는 어째서 하는 말인지 몰라 뻐언하고 있고, 계봉이는 상관 않고 고개를 깝신깝신하며서 들이 좋아서,
 
200
“……응? 남서방…… 나두 남서방이 어디루 가기나 허구 없으면 좋겠다 그랬는데…… 보기에 하두 딱해서 말이우, 괜히 잘못 알아듣구서 삐칠까 무섭다!…… 그랬는데 아무튼지 잘 생각했수!…… 소〔牛〕는 면했어, 하하하…….”
 
201
계봉이는 기어코 한마디 조롱을 하고서는 웃어 대다가 다시, 구누나 하는 것처럼 소곤소곤,
 
202
“……그리구우, 어디루 가는지 집만 아르켜 주믄 내가 인제 찾아갈게, 응?…… 꼬옥 레포할 재료두 있구…….”
 
203
승재는 종이쪽에다가 이사해 가는 집 번지를 쓰고, 길목이며 드나드는 문간까지 알기 쉽게 대주면서, 앞으로 밤에 급한 병자가 있는 집에서 부르러 오든지 하거든 그대로 잘 가리켜 주라는 부탁을 얼러서 당부한다.
 
204
“내일이라두 봐서 가께? 여섯시쯤…….”
 
205
계봉이는 승재가 주소 적어 주는 종이쪽을 받아 들고 훑어보다가 허리춤에 건사를 한다.
 
206
“……우리 남서방 우―라― 하하하하…… 내일 기대리우?”
 
207
계봉이는 승재가 저희 집에 그대로 끄먹끄먹 앉아 있지 않게 된 것이 좋기도 했거니와, 그보다도 승재가 딴 데 가서 있으면 놀러 다니기가 임의로울 테니까, 그래서 더 좋아했다.
 
208
이튿날 아침 승재는 병원에 가던 길로 독약 ××××를 조그마한 병에 다가 갈라 넣어 포켓 속에 건사해 두고 태수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더라도 저녁때나 올 줄 알면서도 그는 아침부터 그 저녁때를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열한점쯤 해서는 독약병을 치워 버렸다. 그러나 또, 한시에는 다시 준비를 했고, 세시에는 또 치워 버리고서 짜증이 나서 안절부절 못 하다가 네시 치는 소리가 들리자 또 장만을 해두었다. 이번에는 포켓 속에다가 건사하지를 않고, 진찰실 안의 약병들 틈에다가 끼워 두었다.
 
209
네시 반쯤 되어서 태수가, 윗입술을 한편만 벌려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진찰실로 들어왔다.
 
210
승재는 반가워서 웃고 맞이했다. 그는 어째서 반가운지는 몰라도 또 그걸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으나, 아무튼 태수가 반가웠다.
 
211
“그래, 밤새 좀 어떠십니까?”
 
212
승재는 태수가 앞에 와서 앉기를 기다려, 의사 된 도리와 습관이 아니라 진정한 관심으로 인사를 한다.
 
213
“네, 뭐…… 별로 모르겠어요!”
 
214
“그럴 겝니다, 아직…… 그렇지만 더하지만 않으면 차차 나어 갈 테니까요.”
 
215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간호부가 주사를 준비하려고 한다. 승재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주사액을 주문하라고, 만일 제중당에 없다거든 다른 데라도 물어 보아서 가져오게 하라고 간호부를 저편 전화 있는 낭하로 쫓아 보낸다.
 
216
그것은 ××에 놓는 주사라도 피하주사(皮下注射)요, 효력도 신통찮아 근자에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구하기가 어려운 약이요, 승재는 그것을 알고 시킨 것이다.
 
217
간호부를 쫓아냈으니 이 방에는 승재 저와, 그래서 꼭 필요한 인간 태수와 단 두 사람뿐이다. 이 분이나 삼 분이면 넉넉히 조처를 댈 판이다. 승재는 마침내 일어섰다.
 
218
그는 이 제웅이 아무 속도 모르고, 속을 모를 뿐 아니라 오히려 탁 믿고서 무심히 앉아 있는 것이 다시금 귀여웠다.
 
219
승재는 간호부가 꺼내 놓고 나간 주사기를 집어 바른손에 들고 트리파플라빈의 이쁘장스럽게 생긴 유리단지를 줄로 꼭대기를 쓸어 따낸 뒤에 주사액을 주사기에다가 쪽 켜올린다. 노오란 주사액이 이십 시시까지 올라왔다.
 
220
그 다음에는 아까 약병들 틈에다가 숨겨 두었던 독약 ××××를 집어 왼손에 쥔 채 병마개를 뽑는다.
 
221
뽕! 나는 둥 마는 둥 작은 소리건만 승재는 움칫 놀란다. 사실 방 안은 그다지도 교교했었다.
 
222
승재는 독약병을 기울여 바른손에 든 주사기의 침끝을 담그고 속대를 천천히 잡아당긴다.
 
223
독약은 병 속에서 조금씩 준다. 주사기에는 한 시시, 두 시시, 셋, 넷 차차로 독약이 불어 오른다.
 
224
마침내 이십오 시시를 가리킬 때 주사침을 독약병에서 꺼내 든다.
 
225
침 끝에서는 가느다란 물방울이 신경적으로 바르르 떨면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226
승재는 준비가 다 된 주사기를 멀찍이 쳐들고 서서 한참이나 바라본다.
 
227
태수는 승재가 돌아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의 커다란 웃도리가 가리어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도시에 거기에는 주의도 하지를 않고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
 
228
승재는 고개를 돌려, 인해 오도카니 앉아 있는 태수를 바라보다가 주사기를 치어다보고 또 태수를 돌려다보곤 한다.
 
229
‘이놈을 고 새파란 정맥에다가 쪼옥 들이밀면…….’
 
230
‘일 분, 이 분, 삼 분이면 안색이 질리면서 가슴을 우디고 몸을 비틀다가 고만 나가동그라져, 그리고 눈을 뒤쓰고 단말마의 고민을 하다가 이어 딸꼭!’
 
231
‘응!’
 
232
사람을 굳히겠다는 순간이면서, 승재는 긴장보다도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떠오른다.
 
233
승재가 선뜻 돌아서서 제 옆으로 오는 것을 보고 태수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팔을 내놓는다.
 
234
승재는 왼손에 쥐고 온 알콜 솜으로 주사 자리를 싹싹 씻는다.
 
235
“주먹을 꼬옥 쥐십시오.”
 
236
주의를 시키면서 주사기를 뉘어, 침끝을 볼록 솟은 정맥 위에다 누르는 듯 갖다 댄다. 침끝에서 약물이 배어 나와 살에 번진다.
 
237
인제는 침끝을 푹 찔렀다가 속대를 뒤로 뽑는 듯하면 검붉은 핏기가 주사기 안으로 배어 든다. 그럴 때에 속대를 진득이 밀기 시작하면 그만이다.
 
238
승재는 바늘끝으로 핏대를 누른 채 그대로 잠시 멈추고 있다.
 
239
태수는 주사침이 살을 뚫을 바로 직전임을 알고 눈을 스르르 감는다. 언제고 그러하듯이 따끔 아픈 것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간지러워서 못 하던 것이다.
 
240
눈을 감은 태수는 인제 시방 바늘끝이 따끔 살을 뚫고 들어오려니 기다린다.
 
241
그러나 암만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242
넉넉 삼십 초는 되었을 것이다. 태수는 기다리다 못해 감았던 눈을 뜨고, 승재는 갖다 댄 바늘끝으로 핏대를 푹 찌르는 것이 아니라, 주사기를 도로 쳐들고 싱겁게 피쓱 웃으면서 허리를 펴고 돌아선다.
 
243
태수는 웬일인고 싶어 뻐언히 앉아 승재의 등뒤를 바라다본다.
 
244
승재는 주사기의 뒷대를 눌러 약을 내뿜는다. 은침 같은 물줄기가 이쁘게 뻗쳐 나와 리놀륨 바닥에 의미 없는 곡선을 그려 놓는다.
 
245
승재는 미상불 태수를 죽이고도 싶었고, 그래서 죽여 보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
 
246
그러나 단지 그는 ‘죽여 보려’고 했을 뿐이지 죽일 ‘작정’을 한 것은 아니다.
 
247
신경(神經)의 게임(遊戱)이라고나 할는지, 의사쯤 앉아서 사람 한개 죽이고 살리고 하는 최후의 경계선 그것은 오블라토 한 겹보다도 더 얇게 가를 수 있는 것이다.
 
248
이 얇은 한 겹의 이편 쪽까지만을 애초부터 목표로 정하고서 승재는 독약을 준비하고, 그놈을 주사기에다가 켜올리고, 해가지고서 찬찬히 쳐들고 서서 제웅의 얼굴과 번갈아 빗대 보고 마침내는 혈관에다 갖다 대고 푹 찌를 듯이 숨을 들이마시고, 이렇게 살인행위의 계단을 천연덕스럽게 밟아 올라왔었다.
 
249
그리고 거기까지가 절대의 목적지였었다.
 
250
그렇게 살인의 한 계단 두 계단을 밟아 올라오고, 오다가 마침내 그 오블라토 한 겹을 남겨 놓고 우뚝 멈춰 서는 신경의 스포츠, 그것은 적실히 유쾌한 긴장일 수가 있었다.
 
251
승재는 주사액이 상한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는 것을, 태수는 그대로 속았을 따름이고…….
 
252
승재가 새 주사기를 꺼내다가 새 주사액을 따서 주사를 놓아 주니까, 태수는 이런 것도 다 이 병원이 세밀하고 친절해서 그런 거니 생각하고 무척 좋아한다.
 
253
태수는 주사를 다 마치고 나가다가 돌아서더니, 문득 그날 바쁘지 않거든 와달라고 제 혼인날 손님으로 승재를 청을 한다.
 
254
승재는 속으로 뜨윽해서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어림어림하고 섰다.
 
255
“바쁘시기도 하시겠지만, 잠깐 거저…… 허기야 뭐, 결혼식이라구 숭내만 낼 테면서 오시래기두 부끄럽습니다. 아무튼지 인제 청첩두 보내 드리겠지만 부디 구경이나 와주세요. 퍽 영광이겠습니다.”
 
256
“네, 되두룩 가서…… 그날 바쁘지만 않으면…….”
 
257
승재는 조르는 양이 졸연찮을 눈치 같아서 대답만 그만큼 해두는 것이다.
 
258
승재는 여섯시가 되기를 까맣게 기다려 병원을 나와서 어젯밤 새로 든 집으로 가다가, 집 모퉁이 가게 앞에서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는 계봉이를 만났다.
 
259
“남서방!”
 
260
“계봉이!”
 
261
둘이는 서로 이렇게 부르면서 마주 웃는다. 그들은 오래오랜만에 만나는 것같이 반가웠다.
 
262
그러나 겨우 어젯밤에 갈리고 났으니 무슨 짙은 인사야 할 말이 없다.
 
263
“그래…….”
 
264
“응…….”
 
265
둘이는 웃으면서 이런 아무 뜻은 없어도 마음은 통하는 말을 서로 한마디씩 한다.
 
266
“잘 왔군!”
 
267
“해애.”
 
268
“들어가자구.”
 
269
“응.”
 
270
둘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쳐 둔 쪽대문을 열고 좁은 처마 밑을 한참 지나 승재의 방 앞에 당도했다.
 
271
“일러루 오니까 이렇게 성가시어서…….”
 
272
승재는 계봉이를 돌려다보고 웃으면서 방문에 채운 자물쇠를 연다.
 
273
계봉이는 방으로 들어와서 앉을 생각도 미처 못 하고 방 안을 휘휘 둘러본다. 책은 벌써 전대로 책장 속에다 챙겨 넣었고, 또 몇 가지 안 되는 홀아비 세간이지만, 책상 외에는 구접지근한 것들을 다 오시이레 속에다가 몰아 넣었기 때문에 계봉이 저의 집에 있을 때보다 방 안이 한결 조촐하게 보였다.
 
274
방 안이 그렇게 침착할 뿐 아니라, 그새까지 어른들이 있고 해서 부지중 조심이 되던 저의 집이 아니고, 이렇게 단출하게 승재와 만날 수 있는 것이 기쁘기야 하지만 그러나 어쩐지 조심이 되던 저의 집에서처럼은 도리어 임의롭지가 않고, 무엇인지 모를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장히 거북스러웠다.
 
275
왜 그럴까 하고 그는 생각해 보았으나 아무 그럴 일이 없는 것 같고, 없는데 그래지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276
“왜 이렇게 섰어?…… 좀 앉질랑 않구서…….”
 
277
승재가 재촉하는 말을 듣고서야 계봉이는 겨우 배시시 웃으면서 섰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278
승재는 계봉이가 이렇게 온 것이 반가웠고, 다 기쁘기는 해도 별반 할 이야기는 없다.
 
279
그야말로 시사를 말한다든지, 학문을 논한다든지야 말도 안 될 처지요, 그렇다면 집안 이야기를 묻는 것밖에 없는데, 집안 이야기도 할 거리라고는 초봉이의 혼인에 대한 것뿐인 걸, 이편이 불쑥 꺼낼 수는 없는 것이다.
 
280
그러나마 계봉이가 그새처럼 농담을 한다든지, 원 까불어 댄다든지 그랬으면 자연 무엇이고 간에 말거리도 생기고 이 서먹서먹한 기분도 스러질 텐데, 그 애 역시 가끔 무료하게 미소나 할 뿐, 얌전을 빼고 있어서 여간 거북스런 게 아니다.
 
281
“무어 과실이나 좀 사다가 둘 것을…….”
 
282
한참 만에 승재는 혼자말을 중얼거리고 일어선다. 겸사겸사해서 무엇 입놀릴 것을 사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283
“……나 잠깐 다녀올게? 곧…….”
 
284
“무어? 무얼 사올려구?…… 아냐, 난 먹구 싶잖어요!”
 
285
계봉이는 부여잡을 듯이 일어선다.
 
286
“먹구 싶지 않어두 내가 사주는 거니, 먹어야 하는 법야!…… 그래야 착하지.”
 
287
승재가 없는 구변으로 먼저 농을 건네니까, 계봉이도 그제야 어색스럽던 것이 얼마쯤 풀어져서,
 
288
“누굴 마구 위협하려 드나!”
 
289
“흐응, 그럼 잘못됐네?…… 그런데 계봉이가 밤새루 갑자기 얌전해진 것 같으니, 거 웬일일꾸?”
 
290
“하하하, 남서방 보게두 그런 것 같수?”
 
291
“응.”
 
292
“아이 어쩌나!…… 글쎄 내가 생각해두 웬일인지 그런 것 같아서 지금…….”
 
293
“허어! 정말 그렇다면 야단났게?”
 
294
“심청 허군!…… 남이 얌전해져서 야단이 나요?”
 
295
“응.”
 
296
“어째서?”
 
297
“난 얌전한 계봉이보다두, 까불구…… 아니 까불구가 아니라 장난하구 응석 부리구 그리는 계봉이가 좋아서.”
 
298
“그럼 난 머, 밤낮 어린애기구 말괄량이구 그러라구?”
 
299
계봉이는 승재가 생각하기에는 속을 알 수 없게 뾰롱한다.
 
300
“애기가 좋잖어?”
 
301
“좋긴 무에 좋아? 어른들 축에도 못 끼는걸.”
 
302
“어른이 좋은 게 아냐…… 그리지 말구 이거 봐요, 계봉이?”
 
303
“응?”
 
304
“저어, 계봉이 말야…… 내 누이동생이나 내자쿠?”
 
305
“누이동생? 오빠 누이 그거?”
 
306
계봉이는 말끄러미 승재를 올려다보다가 별안간,
 
307
“……싫다누!”
 
308
하면서 아주 얀정없이 잡아뗀다.
 
309
생각잖은 무렴을 보고서 승재는 얼굴이 벌개진다.
 
310
“싫여?”
 
311
“응, 해애.”
 
312
계봉이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좋을 것을 너무 매몰스럽게 쏘아 준 것이 미안했던지, 제라서 배시시 웃는다.
 
313
“왜 싫으꼬?”
 
314
“왜?…… 응, 거저.”
 
315
“거저두 있나? 이유가 있어야지.”
 
316
“이유? 이윤…… 응!…… 없어 없어.”
 
317
“없는 게 아니라, 아마 계봉인 남서방이 싫은 게지? 그리니깐 누이동생 내기두 싫대지?”
 
318
“누가 남서방이 싫여서 그리나, 머.”
 
319
“뭘!…… 싫으니깐 그리지.”
 
320
“아냐!”
 
321
“아닌, 뭘!”
 
322
“아니래두, 자꾸만!…… 남 속두 모르구서, 괜히…….”
 
323
계봉이는 필경 암상이 나서, 대고 지청구를 한다.
 
324
승재는 다시는 꿈쩍도 못 하고 슬며시 밖으로 나간다.
 
325
거리로 걸어가면서 승재는, 계봉이가 소갈찌를 포르르 내면서, 남의 속도 모르고 그런다고 쏘아붙이던 말을 두루 생각을 해본다.
 
326
결코 까부느라고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니요, 영감같이 속이 엉뚱한 소리던 것이다.
 
327
철없이 함부로 굴고 응석을 부리고 하는 계봉이를 동기의 친누이동생인 양 승재는 단순하게 그리고 마음놓고 사랑했고, 그것을 그대로 길이길이 가꾸고 싶었었다.
 
328
그러나 그것은 시방 보고 나온 계봉이로 해서 한낱 전설같이 아득한 것이 되고 말았다.
 
329
누이동생을 내자고 하니까, 말끄러미 올려다보던 그 눈, 남의 속도 모르고서 그런다고 암상을 떨던 그 눈, 본시 타고난 것이라 한껏 이지적이기는 하면서도 가릴 수 없는 정열을 흠뻑 머금어, 사뭇 위태위태해 보이던 그 눈을 생각하면 승재는 다시는 계봉이와 똑바로 마주 보지를 못할 듯싶게 그 눈이 무서웠다.
 
330
“그렇게도 조달을 하나!”
 
331
승재는 혼자서 탄식하듯 중얼거린다.
 
332
승재가 과실과 과자를 조금씩 사가지고 들어왔을 때에는 계봉이는 아까 일은 죄다 잊어버린 듯이 그런 눈치도 안 보였었다. 승재는 그것이 다행하고 안심이 되었다.
 
333
“안 먹으면 또 협박을 할 테니깐…….”
 
334
계봉이는 과자봉지를 풀어 놓고 승재와 둘이서 마악 먹기 시작하려다가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말이다.
 
335
“……남서방, 그새 퍽 궁금했지요?”
 
336
“궁금?”
 
337
“응…… 언니 결혼하는 거 말이우.”
 
338
“으응, 난 무슨 소리라구!…… 머 거저…….”
 
339
“뭘 그래요! 퍽 궁금했으믄서…….”
 
340
“모르면 어떤가? 다아…….”
 
341
“글쎄 몰라두 괜찮다믄 그만이지만…… 그런데 말이우, 내 꼬옥 한가지만 이야기해 주께, 응?”
 
342
“……”
 
343
“언니가아, 응? 언니가 말이우, 남서방을 잊지 못하나 봐!”
 
344
“괜헌 소릴!”
 
345
승재는 말과는 딴판으로 얼굴이 붉어진다. 그는 울고 싶은 반가움을 미처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346
“아냐, 정말이라우!”
 
347
계봉이는 우선 그날 밤 초봉이와 같이 앉아 모친한테 듣던 이야기를 그대로 다 되풀이해서 옮겨 놓는다.
 
348
승재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태수가 그렇듯 집안이 양반 집안에 재산이 있고, 얌전하고, 전문학교까지 졸업을 했고 한 버젓한 신랑이란다니, 정주사네 내외며 당자인 초봉이며, 다 그러한 문벌이랄지 학식이랄지 그런 것에 끌려서 혼인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싶었다.
 
349
그러나 동시에 한편 구석에서는,
 
350
‘그렇지만 어디 원!’
 
351
하는 반발이 생기고, 자격이 모자라 떠밀렸구나, 뺏겼구나 하매, 저를 잊지 못한단 소리가, 슬프게 반갑던 것은 어디로 가고 마음이 앙앙하여 좋지 않았다.
 
352
『장한몽(長恨夢)』의 수일(洙一)이만큼은 아니라도 승재는 아무려나 초봉이가 야속하고 노여웠다.
 
353
그것은 그러하고, 일변 미심이 더럭 나는 것이 고태수라는 인물의 정체다.
 
354
무엇보다도 그가 전문학교니 대학이니를 졸업했다는 것이, 오늘 본 걸로 하면 종작없는 소리 같았다.
 
355
오늘 아까 병원에서는 그의 소위 이력이라는 것을 몰랐고 겸하여 딴 데 정신이 팔려 그냥 귀넘겨 들었었지만, 어떤 놈의 전문학굔지 대학인지 졸업을 했다는 사람이 (사실 중등학교만 옳게 다녔어도 그럴 리가 없는데) 데데하게시리 현미경을 요술주머니처럼 신기해하고, 게다가 현미경 검사를 하는 세균을 십 배냐고 묻다니!
 
356
정녕 무슨 협잡이 붙었기 쉽고…….
 
357
또, 얌전한 사람이요 처신이 조신하거든 ×× 같은 추한 병이 걸렸을 이치도 없거니와, 우연한 불행이나 한때 실수로 그렇다손 치더라도 치료와 조섭을 게을리 않고 조심을 하여 이내 완치를 했을 것이지, 결코 도로 도지고 도지고 하도록 몸가짐을 난하게 할 리가 없는 게 아니냔 말이다.
 
358
필경 주색에 침혹하는 게 분명하고…….
 
359
그러고 보니, 다른 것, 가령 문벌이 좋으네 재산이 있네 하는 것도 역시 꼭 같은 야바위 속이요, 자칫하면 그 녀석이 계집을 두어 두고서 생판 시방 초봉이를……?
 
360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난 승재는, 이거 큰일났다고, 당장 쫓아가서 정주사더러든지, 제가 보고 짐작한 대로 사실과 의견을 토파하여 혼인을 파의하도록 해야만 할 것 같았다.
 
361
그래 마음은 잔뜩 초조한데,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를 선뜻 해댈 강단은 또한 나지를 않고 물씬물씬 뒤가 사려진다.
 
362
가령 그 짐작이 옳게 들어맞았다고 하더라도 혼인이 파혼이 될는지가 의문인 걸, 항차 정주사네가 뒷줄로 다시 알아본 결과 (혹은 이미 알아본 걸로) 고태수의 그러한 제반 자격이 적실한 것이고 볼 양이면, 승재 저는 남들한테 저놈이 초봉이를 뺏기고서 오기에 괜히 고태수를 중상하여 혼인을 훼방을 놀려던 불측한 놈이라고 얼굴에다 침 뱉음을 당하게 될 테니 그런 창피, 그런 망신이 있으며 고태수를 죽이려던 약으로 승재가 죽어야 할 판이다.
 
363
더욱이 제 양심을 향하여, 내가 진실로 초봉이의 불행만을 여겨서 그렇듯 서둘고 나서자는 것이지, 은연중일 값에 그 혼인을 방해하고 싶은 욕심은 조금도 없는 것이냐고 물어 볼 때에 그는 제 사심이 부끄러워 (결과의 여하는 그만두고) 차마 기운이 나지를 않았다.
 
364
그러니, 그렇다고 끄먹끄먹 앉아서 보고만 있을 것이냐?
 
365
안타까워 못 할 노릇이다.
 
366
그러면 들고 나서서 간섭을 해?
 
367
그것은 안팎으로 사리는 게 많아 못 할 일이다.
 
368
대체 이 일을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369
해도, 대답은 나오지 않고 사뭇 조바심만 나서 승재는 마치 무엇 마려운 무엇에다 빗댈 형용이다.
 
370
“아, 그래서 난 그만 건넌방으로 쫓겨왔는데…… 그런데 글쎄…….”
 
371
계봉이는 승재가 하도 저 혼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무엇을 생각을 하느라 입맛을 다시느라 심상치 않으니까, 저도 한동안 앉아 과실만 벗기면서 눈치를 보다가, 이윽고 그 다음 이야기를 계속하던 것이다.
 
372
“……그 댐버텀 언니가 시추움하니 풀이 죽어 가지굴랑 혼자서 한숨을 딜이쉬고 내쉬고 그리겠지!…… 난 글쎄 그날 저녁에 언니가 그 자리에 앉아서 어머니한테 바루 승낙을 한 줄은 몰랐구려!…… 머, 어머니 아버지가 당신네끼리 다아 작정을 해놓구설랑 언니더러 이러구저러구 해서 다아 그렇게 된 거니 그리 알라구 일른 거니깐, 언니 성미에 싫더래두 싫다구 하지두 못했을 거야…… 언니가 글쎄 그렇게 맘이 약허다우…….”
 
373
계봉이는 과실을 한쪽 집어 주는 길에 승재의 동의를 묻는 듯이 말을 잠깐 멈춘다. 승재는 주는 과실을 받아 가진 채 그대로 묵묵히 말이 없고, 계봉이는 그 다음을 계속하여,
 
374
“……그래 내가 하루는, 그리니깐 그게 바로 약혼을 하던 그 전날 저녁인가 봐…… 언니더러 가만히, 아 그렇게 맘에 없는 것을 아무리 어머니 아버지가 시키는 노릇이라두 싫다구서 내뻗으면 고만이지 왜 억지루 당하믄서 그리느냐구 그잖었겠수? 그랬더니 언니 말이, 너는 속도 모르구서 무얼 그리느냐구, 내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하믄, 인제 그 사람이 돈을 수천 원 장사 밑천으로 아버지한테 대준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이 혼인을 마다구 하겠느냐구 그리겠지! 글쎄 그 말을 들으니깐 어떻게 결이 나구 모두 밉살머리스럽던지 마구 그냥 몰아셌지…… 그래 이건 케케묵은 ??심청전??을 읽구 있나?『장한몽』같은 잠꼬대를 하구 있나…… 그게 어디 당한 소리냐구…… 그리구 일부러 안방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두 들으시라구, 그럴 테믄 애당초에 뭣 하려 자식을 길러야구, 저 거시키 돼지 새끼나 병아리 새끼를 인제 자라믄 팔아먹을려구 길르는 거나 일반이 아니구 무어냐구…… 마구 왜장을 쳤더니, 아 언니가 손으루다가 내 입을 틀어막구 꼬집구 그리겠지!…… 그래두 안방에서 다아들 듣긴 들었을 거야…… 속이 뜨끔했지 뭐…… 해해해.”
 
375
계봉이는 그날 밤의 일이 다시금 통쾌하대서 마침내 까알깔 웃어젖힌다.
 
376
승재는 그러나 마디지게 한숨을 몰아 내쉬고 묵묵히 앞벽을 건너다본다. 그는 시방, 방금 아까 초봉이의 위태한 결혼을 막지 못해 안타깝게 초조하던 불안도, 또 바로 그전에 초봉이가 못내 야속하던 노염도 죄다 잊어버리고 얼굴은 아주 딴판으로 감격함과 엄숙한 빛이 가득하다.
 
377
초봉이는 불쌍한 부모와 동기간을 위하여 제 한몸이나 제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이라서, 그 혼이 거룩하고 그 심정이 감격했던 것이다.
 
378
승재는 개봉동 양서방네가 딸 명님이를 기생집에 수양딸로 팔아먹으려고 조금 더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을 (계봉이가 방금 저의 부모더러 들으라고 내쏘았다는 그 말대로) 승재 저도 일찍이 그것을, 돼지 새끼나 병아리를 치면서 그놈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379
그러나 명님이네의 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따지고 보면 더 야박하다고 할 수 있는) 이번의 초봉이의 혼인에 대해서는 그러한 반감 같은 것은 조금도 나지를 않았다. 않았다기보다도 실상은 계봉이가 짐승의 새끼를 팔아먹는다는 그 비유를 하는 대목에서는, 승재는 벌써 정신을 놓고 다른 생각을 아무것도 하게 될 겨를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380
종시 말이 없고 눈을 치떠 허공을 보는 승재의 얼굴은 차차로 황홀해 간다. 그는 시방 눈앞에 자비스런 초봉이가 한가운데 천사의 차림으로 우렷이 나타나 있고, 그 좌우와 등뒤로는 그의 가권들의 가엾은 얼굴들이 초봉이의 후광(後光)을 받아 겨우 희미하게 안식을 얻고 있는 그런 성화(聖畵)의 한 폭이 보이던 것이다.
 
381
“장한 노릇이군!”
 
382
더욱 감격하다 못해 필경 눈이 싸아 하고 눈물이 배는 것을, 그러거나 말거나 앉아서 중얼거리듯 탄식을 하던 것이다.
 
383
“으음…….”
 
384
다시 훨씬 만에, 이번에는 입술을 지그시 다물면서 연해 고개를 끄덕거린다.
 
385
그는 비로소 아까 초봉이를 야속해하던 생각이며, 그의 혼인을 훼방 놀지 못해 초조 불안하던 것이며, 더구나 태수한테 질투와 증오를 갖던 제 자신이, 초봉이의 그렇듯 깨끗하고 아름다운 맘씨에 비하여 얼마나 추하고 부끄러운 소인의 짓이던가 싶었다.
 
386
“거룩한 노릇이야!”
 
387
승재는 마침내 남의 그렇듯 거룩한 행위에 대한 감격이 적극적인 의욕으로 번져 나가면서, 그리하자면 우선 손쉽게 가령 태수한테라도 그에게 가지던 비열한 마음을 죄다 버리고 일변 그의 병을 정말 지성스런 마음으로 치료를 해주는 것도 바로 그것일 것이고, 하면은 더욱이 초봉이를 위하여 정성을 씀이 되는 것이니 두루 추앙할 일일 것 같았다.
 
388
결심을 가지고 나니 승재의 마음은 노곤했던 잠결같이 편안해졌다.
 
389
승재가 마치 몽유병자가 된 것처럼 별안간 감격 황홀해져서 있는 것을, 계봉이는 과실과 과자를 서로가람 집어다 먹어 가면서 우스워 못 보겠다는 듯이 해끗해끗, 재미있어만 하다가 승재의 거룩한 노릇이라는 두 번째 탄성에는 말끄러미 경멸하듯 올려다보고 있더니 필경,
 
390
“가관이네…… 아니, 쥐뿔은 어떻구?”
 
391
하면서 우선 한마디 쏘아다 부딪는다.
 
392
“왜?…… 아름답구 거룩한 거 좋잖아?”
 
393
승재는 아직도 꿈을 꾸는 듯 얼띤 얼굴에 허한 음성이다.
 
394
“오오라!…… 그럼 남서방두 인제 딸 나서 자라믄 장사 밑천 얻자구 아무한테나 내주겠구려?”
 
395
“허어! 난 그런 것보담두 위선 초봉이 언니의 아름다운 맘씨를 가지구 하는 말인데!”
 
396
“아름다운 맘인가? 아주 케케묵은 생각이지!”
 
397
“못써요!…… 아름다운 건 아름답게 보아 버릇해야 하는 법야…… 초봉이 언니 맘씨가 오죽 아름다워?”
 
398
“못나서 그래요!”
 
399
“저거! 하는 소리마다!”
 
400
“괜히 잠꼬대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혼내 줄 테니…….”
 
401
“계봉이 못쓰겠어!”
 
402
“흥! 그래두 두고 봐요!”
 
403
“두고 보아야 머 응석받이?”
 
404
“암만 응석받이라두 나두 눈치는 다아 있어요…… 이봐요 남서방…… 글쎄 이번에 우리 언니가 그 결혼을 해서 잘산다구 칩시다…… 그렇더래두 말이지, 맨 첨에 맘을 먹기를 장사 밑천 얻을 양으루다가 딸을 내놓는 그 맘자리가 그게 고약스럽잖우?…… 그러니깐 아무리 우리 부모라두 난 나쁘다고 할 말은 해요…… 말이야 다아 그럴듯하잖어?…… 사람이 잘나구, 머 똑똑하구, 전문대학교를…… 하하하하, 글쎄 우리 어머니가 전문대학교래요! 그래 내가 있다가, 대체 전문대학교가 어딨느냐구 핀잔을 주니깐, 하는 소리 좀 들어 봐요!…… 아 이년아, 더 높은 학굔 게로구나, 이러겠지? 하하하하, 내 온…….”
 
405
계봉이가 웃는 바람에 승재도 섭쓸려서 웃는다.
 
406
“……그래 글쎄, 그렇게 사람이 잘나구 어쩌구저쩌구 해서 너를 위해서 첫째는 이 혼인을 하는 것이라구, 그러구 장사 밑천이야 다아 여벌이 아니냐구 그리더라나?…… 아이구 거저, 내가 그대루 앉았다가 그런 소릴 들었더라믄 뾰죽하게 한바탕 몰아세는걸.”
 
407
“그러면 말이지…….”
 
408
승재는 계봉이가 어찌하나 본다고,
 
409
“……자식이 부모를 위하여 희생하는 게 나쁘기루 치면, 부모가 자식 때문에 자식을 모두 길러 내느라구 고생하구 하면서 역시 희생하는 것도 마찬가지루 나쁜가?”
 
410
“아니.”
 
411
“왜? 그건 어째서?”
 
412
“부모는 자식을 제가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두룩 길러 내구 교육시키구 그럴 의무가 있으니깐, 그러니깐 희생을 해서라두 의무 시행을 해야 옳지?…… 세납 못 바치믄 집달리가 솥단지나 숟갈 집어 가듯이…… 우리집에서두 전에 한번 그 일 당한걸, 하하하.”
 
413
승재는 인제 겨우 여학교 삼년급에 다니는 열일곱 살배기 계집아이가 대체 어느결에 어떻게 해서 그런 소리까지 할 줄 알게 되었나 싶어 아까 누이동생 정하기 싫다구 하던 때와는 의미가 다르나 역시 놀랍구 겁이 나는 것 같았다.
 
414
이튿날 승재는 태수의 ××을 혼인날까지 기어코 낫우어 줄 딴 도리가 없을까 하고 두루두루 궁리를 해보면서 혼자 애를 썼다. 그리고 앞으로는 태수를 결코 미워하지 않겠다고, 다시금 제 마음에 맹세를 했다.
 
415
그러나 막상 오후가 되어 태수가 척 들어설 때는 승재의 마음의 맹세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416
마음은 그래서 동요가 되었어도, 그는 그것을 억제하면서 밤 사이의 증세도 물어 보고, 술을 삼가고 음식을 자극성 없는 것으로 조심해서 가려 먹으라고 두루 신칙하기를 잊지 않았다.
【원문】8 외나무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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