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불한불열(不寒不熱) 삼춘(三春)이라 심류청사(深柳靑絲) 드린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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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앵(黃鶯)이 편편(片片)하고 천붕수장(天崩繡帳) 베푼 곳에
14
봉접(蜂蝶)이 분분(紛紛)하다 우리 황앵(黃鶯) 아니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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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같이 얻었으니 우리 비록 여자(女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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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평세(太平世)에 아니 놀고 무엇하리.
17
백만년(百萬年) 다 버리고 하루놀음 하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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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日字)를 정(定)차하니 길일양사(吉日良事) 언제런고.
19
이월(二月)이라 이십오일은 청명시절(淸明時節) 제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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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消息)하고 가사이다 노소(老少)없이 다 모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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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次次)로 달아나니 응장성식(應粧盛飾) 찬란하다.
24
원산(遠山) 같은 눈썹을랑 아미(蛾眉)로 다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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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운(橫雲) 같은 귀밑을랑 선빈(鮮빈)으로 꾸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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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고운 명주(明紬) 잔줄지어 누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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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양(秋陽)에 바랜 베를 연반물 들여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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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鮮明)하게 나와 서서 좋은 풍경(風景) 보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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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강산(佳麗江山) 찾았으되 용산(龍山)을 가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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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으로 가려느냐 산명수려(山明秀麗) 좋은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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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산(蘇鶴山)이 제일(第一)이라 어서 가자 바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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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서고 뒤에 서고 태산(泰산) 같은 고봉준령(高峰峻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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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허위 올라가서 승지(勝地)에 다닫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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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左右) 풍경 둘러보니 수양(首陽) 같은 금오산(金鰲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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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忠臣)이 멀었거늘 어찌 저리 푸르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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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黃河) 같은 낙동강(落東江)은 성인(聖人)이 나시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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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求景)을 그만하고 화전(花煎)터로 나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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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기름과 흰 가루로 화전(花煎)을 지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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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고 어서 오소 집에 앉아 수륙진미(水陸珍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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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는 하려니와 우리 가족 동환(同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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