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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靑春) ◈
◇ 13 ◇
해설   목차 (총 : 17권)     이전 13권 다음
1926년
나도향
 

13

 
2
일복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이동진을 만났다.
 
3
"아, 그런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4
일복은 인사도 없이 댓바람에 물어 보았다. 동진도 그 말을 알아들은 듯이,
 
5
"허, 참 일이 우습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 뵙고 그 말씀이나 여쭈려고 지금 댁에를 다녀오는 길입니다."
 
6
일복은 주춤하고 서서,
 
7
"글쎄 그런 일이 어디 있읍니까? 돈 백 원에 일직(一直) 사는 장돌뱅이에게 팔아먹었다니, 그런 비인도의 짓이 글쎄 어디 있읍니까?"
 
8
하고서 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내돌린다.
 
9
"글쎄요. 저도 그 말을 오늘야 듣고서 퍽 분개하였읍니다. 그런 죄악의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니 짐승이 아니고 무엇에요"
 
10
하고서 동진은 손에 들었던 사냥총을 다시 어깨에 메고서,
 
11
"이번 일은 제가 퍽 미안하게 되었읍니다. 그 내용인즉 이렇습니다그려.
12
"엄영록은 자기 어머니가 자기 딸을 팔아먹은 줄 알지 못하고서 나에게 그와 같이 승낙을 하였다가 그날 자기 집에 가서 어미와 의논을 하여 보니까 어미 말이 그와 같은 일이 있으므로 할 수 없다고 하드랍니다. 그 어미 말이 그 돈 백 원이라는 것도 그 어미가 그 장돌뱅이 놈에게 거진 이백 원 돈의 빚이 있는 것을 얼마간은 탕감해 주고 그 딸을 백 원에 쳐서 데려 가는 것이랍니다그려. 어떻든 언어도단이지요. 말할 것도 없지마는 그 어미가 나쁩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미도 알고 또는 어미도 내 말이라면 웬만한 것은 듣는 터인 고로 오늘 일복 씨하고 같이 가서 직접 말이라도 해 보고 만일 돈이라도 달라면 좀 안 되기는 하였읍니다마는 돈이라도 주시지요."
 
13
일복도,
 
14
"그러지요. 돈야 주려면 주겠지요마는 어떻든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읍니다. 동진 씨가 많이 진력하여 주실 줄만 믿습니다."
 
15
"힘은 써 보지요마는. 무얼 그런 것들은 돈만 주면 고만이지요. 그저 돈예요. 돈"
 
16
하며 동진은 손가락을 동그렇게 만들어 내흔든다. 일복의 마음에도, 그렇지, 돈만 많이 주어 보아라. 저의 입들이 딱 벌어질 터이니. 그놈이 백 원 주면 나는 이백 원 주지. 그래도 싫달라구? 그러나 돈으로 애인을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 걸! 그러나 아냐. 결함 많은 세상에서 살려는 우리의 임시 권도지!
 
17
"그러면 이따 저녁 잡순 후에 우리 같이 가십시다. 아니. 우리 집 가서 저녁을 같이 잡숫고 그리고 같이 가십시다"
 
18
하며 동진의 팔을 끌어당기었다.
 
19
"아녜요. 집에 가서 먹지요."
 
20
"같이 가세요. 우리 집에도 밥 있읍니다. 밥 없을까 보아서 그러세요? 하하."
 
21
두 사람은 일복의 집으로 가기로 정하였다.
 
22
얼마 가다 동진은 어깨에 메었던 사냥총을 보이며.
 
23
"이것 좋지요? 어저께 허가가 나왔어요. 그래서 내일은 사냥을 좀 해 볼까 합니다."
 
24
"그것 참 좋습니다그려. 얼마 주셨어요?"
 
25
"○○원 주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에게 총 놓는 법을 한일 년간 배운 일이 있지요."
 
26
"그러면 퍽 잘 놓으시겠읍니다."
 
27
"무얼요. 잘 놓지는 못하여도 대강 짐작은 합니다."
 
28
"이것으로 사람을 놓으면 죽지요?"
 
29
"죽고말고요. 바로 맞으면 죽습니다."
 
30
"그러나 몇 방이나 나갑니까?"
 
31
"오연발예요."
 
32
일복은 그 총을 빼앗아 들고서 한 번 노려보더니,
 
33
"저도 대구 있을 때 일본 사냥군의 총을 두어 번 놔 본 일은 있지요. 그러나 겁이 나요. 하지만 총이란 위태한 것인 까닭에 가까이하는 것이 좋지는 못하지요. 어떻든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 되어서 웬만큼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무슨 짓이든지 하니까요."
 
34
"그래요. 그러기에 조선에도 성미가 급한 사람이 주머니칼을 아니 가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35
"그러므로 저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거의 다 그 자제력 없는 데서 나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감정을 누를 만한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읍니까? 감정은 피도 생명인데 더구나 사랑으로 인하여 사람을 죽였다 하면, 즉 자기의 사랑 원수를 죽였다 하면 그것은 얼마간 동정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6
하다가,
 
37
"고만두십시다. 그까짓 이야기는, 우리 관에 가서 쇠고기나 한 근 사고 술집에 가서 술이나 몇 잔 받어 가지고 가십시다.…그러나 그 돈을 준비하실 수가 있읍니까?"
 
38
일복은 속에 예산하기를 의성 고운사에 있는 김우일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하지 않고라도 자기가 급히 쓸 데가 있으니 얼마간 보내라 하면 그만한 것은 즉시 보내 줄 줄을 믿는 터이므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서,
 
39
"그거야 되지요. 어떻든 하면 그거야 못 되겠읍니까."
 
40
"만일 없으시면 저라도 변통하여 드리지요."
 
41
두 사람은 밥을 먹었다. 일복은 먹을 줄을 모르는 술을 동진의 강권에 못 이기 어 석 잔이나 먹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숨소리가 잦았다. 그리고 온 세상이 팽팽 내돌리고 어질어질하면서도 그의 감정이 흥분되어 앞에 무서운 것이 별로 없고, 유쾌함이 한이 없다. 그래서,
 
42
"여보, 동진 씨!"
 
43
아무리 똑똑히 한 말이라도 자꾸 헛나간다.
 
44
"그까짓 년을 그래 그대로 둔단 말이요?"
 
45
동진은 껄껄 웃으며,
 
46
"여보, 술 취했소. 정신차리시우."
 
47
"술이 취해요? 예 여보시우. 그까짓 술에 취해요"
 
48
하고서는 머리를 짚으며,
 
49
"어, 머리 아퍼"
 
50
한다.
 
51
"큰소리는 고만하시우, 당장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그러십니까? 자, 어서 갈 곳이나 가 봅시다."
 
52
"가지요! 자, 이번 일은 꼭 동진 씨에게 있읍니다. 만일 듣지를 않으면 그런 짐승 같은 것은 죽여 버리지."
 
53
"사람을 죽여요? 그것은 죄 아닌가요?"
 
54
"그것이 어디 사람인가요? 짐승이지요. 짐승을 죽이는 것이 죄예요?"
 
55
"그럼 죄가 아녜요? 요새 사냥 규칙을 좀 보십시오. 팔자가 사람보다도 좋은 짐승이 어떻게 많은데 그러십니까?"
 
56
"녜, 보호받는 짐승들 말씀이지요. 그래요. 짐승도 마음이 곱고 모양이 어여쁘면 대접을 받어요. 그러니까 사람은 동물 아닌가요. 그저 짐승만 못한 것은 일찍 죽여 버리는 것이 도리어 양순 씨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57
이렇게 실없은 말 섞어서 무엇이라 떠들더니 구두를 신으려고 마루 끝에 내려서려 하다가 다리가 헛놓여서 고만 주저앉았다. 이것을 본 동진이가,
 
58
"글쎄 이게 무슨 짓이요. 그렇게 취하셨소?"
 
59
"아녜요. 취하기는 취했어도 정신은 까딱 없어요."
 
60
동진은 짚어 세워 놓았던 사냥총을 집으며,
 
61
"이것을 어떻게 할까? 가지고 가자니 안 되었고."
 
62
일복은,
 
63
"이리 주세요. 내 방에 두세요. 내일이나 이따가 찾어 가시지요."
 
64
"그렇지만 위험합니다."
 
65
"위험하기는 누가 어쩌나요?"
 
66
"그러나 탄환을 아까 장난하느라고 다섯 개를 넣었다가 한 개를 쓰고 네 개가 남었는데요."
 
67
"괜찮어요. 나도 그만한 주의는 하는 사람이랍니다. 염려 말고, 자, 내 방에 두세요"
 
68
하고, 일복은 총을 방에 들여다 세우고 나왔다.
【원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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