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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靑春) ◈
◇ 청춘 3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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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나도향
 

3

 
2
그가 법상동 예배당에 들어갈 때에는 그 전에 한 번도 당해 보지 못하던 갑갑함을 당하였으며 지루함을 당하였다.
 
3
휘황찬란하여 보이는 커다란 남폿불이나 웅얼거리는 신남신녀(信男信女)의 소리가 어쩐 일인지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이 뻣뻣하고 거북하였으며 목구멍이 알싸한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하였다.
 
4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찬송가를 시작하였을 때 아무 선율도 맞지 않고 조화도 되지 않는 그 얼룩진 노래소리일지라도 영호루 옆 그 주막집에 조그마한 처녀와 자기의 얼크러지는 행복을 찬양하는 것 같았으며 또한 저쪽 중공(中空)에 계신 듯한 하나님이 엄연한 얼굴에 인자한 웃음으로 그것을 재롱삼아 들어 주시는 듯할 때 그는 기뻤다. 그리고 찬송가를 그치는 것이 섭섭하였다.
 
5
성경을 보고 연금을 하는 것도 그 조그마한 처녀와 자기 사이를 몽환적으로 얽어 놓는 사이에서 습관적으로 하였다.
 
6
목사는 사십 전후의 장년이었으나 몸은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데 머리에는 벌써 흰 머리털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7
그가 연단에 올라서 목사들의 약속 있는 듯한 구조(口調)로 자기의 정력을 다하고 지략을 다하여 여러 교도에게 최상의 위치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그의 말 중에 한 귀절이라도 일복의 귀를 끄는 것은 없었다.
 
8
목사는,
 
9
'여러분, 여러분이 사랑이 없으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올시다. 여러분은 하나님을 사랑할 것이올시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목숨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 같이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하여야 할 것이올시다'
 
10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또다시,
 
11
'여러분은 또다시 여러 형제를 사랑하고 동포를 사랑하여야 할 것이올시다. 요한 1서 제3장 14절을 보면, 우리가 형제를 사랑함으로써 이미 죽음을 벗어나 삶으로 들어감을 벌써 알았도다. 형제를 사랑치 않는 자는 죽음 가운데 있는 자로다 라고 , 써 있읍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을 모르는 자와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은 사람이올시다'
 
12
할 때 일복은 목사를 향하여 눈을 크게 떴다.
 
13
"사랑을 모르는 자와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은 사람이올시다."
 
14
이것을 속으로 한 번 짚어 외어 볼 때 자기 속 혼잣말로,
 
15
'그러면 나는 지금 살려 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렇다.
16
무한한 생의 광휘(光輝)가 나의 눈앞에서 번쩍인다. 나는 죽음에서 일어나 삶에서 눈뜨려 한다.'
 
17
그리고는 또 목사가,
 
18
'하나님은 사랑이요'
 
19
할 때 일복은 또다시,
 
20
'그렇다. 나는 사랑을 사랑하여야 할 것이다. 사랑을 사랑하는 자가 즉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니까'
 
21
하고 또다시,
 
22
'나는 사랑을 사랑하련다. 나는 사랑을 사랑하련다'
 
23
하고서는,
 
24
'그렇다. 나는 그 찰나를 얻었다. 그 순간을 얻었다. 그 순간에 죽음에서 삶으로 사랑을 사랑하려 잠 깨인 자이다'
 
25
하였다.
 
26
그가 기도를 할 때에는 사랑은 하나님께 하였다 함보다도 그 처녀의 환상(幻想) 앞에 고개 숙였었다. 별들이 찬란한 꽃잎을 뿌린 듯하게 반짝이는 푸른 하늘을 눈 감은 속에서 바라보며 절대의 제일위(第一位)에 올려 놓은 것도 그 처녀이었으며, 구름 가고 달 밝은 그 청공(靑空)에 여신(女神)과 같이 우러러보기도 그 처녀뿐이었을 것이다. 도리어 자기 마음속에 그려 놓은 로맨틱한 환상을 목사의 기도 올리는 소리가 흠 없는 옥돌에 군데군데 흠지게 하는 종의 소리같이 울렸을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27
그가 기도를 그치고 예배당 문 밖을 나섰을 때에는 또다시,
 
28
'나는 찰나를! 나는 얻었다. 그것을 연장할 터이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죽음에서 삶으로 나온 자이다'
 
29
하며 예배당 뜰을 지나 아까 저녁 때 약속한 이동진의 집으로 가려 할 때 누구인지,
 
30
"일복 씨! 어디 가세요"
 
31
하는 고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복은 고개를 돌렸다. 그 여자는 미소를 띠고 일복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섰다. 일복은 그 여자를 볼 때, 그 여자가 웃을 때,
 
32
"네, 어디 좀 가요"
 
33
하고서는 도리어 속으로 귀찮은 생각이 났으며 노하는 생각이 났다.
 
34
"저 좀 보세요."
 
35
"급한 일이 있어서 가야 하겠는데요."
 
36
"저의 말을 좀 듣고 가세요."
 
37
"아뇨, 바빠요."
 
38
"일복 씨는 저를 생각하여 주지 않으세요?"
 
39
"무엇을 생각하지 않어요?"
 
40
일복은 생각하였다. 그는 참으로 생각지 않았다. 또한 생각해지지 않는다.
 
41
생각할 수가 없었다.
 
42
"네, 저는 그 말씀을 모르겠읍니다"
 
43
하고 아무 말 없이 큰길로 나서면서 혼잣말로 우리 부모가 그를 보고 웃었으며 그의 부모가 나를 보고 좋아하였으나 나는 그 여자가 웃을 때 나 모르게 나는 웃지 못했다. 나는 그 찰나를 그 여자에게서 얻지 못하였다. 나는 도리어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웃을 때 나는 성내었었다. 나는 불안하였으며 살에 붙는 거머리같이 근지럽게 싫었었다. 그렇다. 나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즉 사랑을 사랑한다. 내가 그 여자의 말을 듣지 않은 것도 죄악은 아니지.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이니까!
 
44
이동진의 사랑 들창을 두드리기는 아홉 시나 되었을 때였다.
 
45
"어서 들어오쇼"
 
46
하는 주인의 말을 따라 방에 들어 앉은 일복의 입에서는 첫인사가 끝났다.
 
47
이동진은 담배를 권하니,
 
48
"어디 먹을 줄 압니까?"
 
49
하고 그것을 사퇴한 후 옆에 있는 책을 집어 보려 할 때,
 
50
"그 손은 왜 처매셨나요?"
 
51
하며 가엾은 듯이 들여다본다. 일복은 어린애처럼 웃으며,
 
52
"그런 게 아니라 장난을 하다가 베었어요."
 
53
"무슨 장난을요?"
 
54
"아까 영호루에 갔다가 피린가 무엇인가 좀 내느라고 하다가 다쳤어요."
 
55
"하하, 그것 참 취미 있는 상처입니다그려."
 
56
"그나 그뿐인가요. 어여쁜 여성이 그 상처를 매어 주었으니 더욱 시적(詩的)이지요."
 
57
"네에, 그래요."
 
58
"그나 또 그뿐인가요. 그 여성의 부드러운 웃음이 저의 마음까지 동여맸는걸요."
 
59
"하하, 그것 참 그럴 듯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란 누군가요?"
 
60
"왜 영호루 밑에 주막집 있지 않습니까?"
 
61
"네 있지요. 가만 있거라(한참 생각하다가) 옳지, 엄영록(嚴永錄)의 집 말씀입니다그려."
 
62
"그 집이 엄영록의 집인가요?"
 
63
"네, 그렇지요. 그의 누이동생 말입니다그려, 아주 유명합니다. 경북(慶北)의 제일가는 미인이라는 소문이 있는 여자지요. 그런데 그 여자가 그 손을 매어 드렸어요?"
 
64
"네."
 
65
이야기는 한참 중절되었다가,
 
66
"그런데 엄영록이를 아십니까?"
 
67
"알지요."
 
68
"친하세요?"
 
69
"그 전부터 집에를 다니니까 장날이면 꼭 들러 가지요."
 
70
"그러세요!"
【원문】청춘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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