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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靑春) ◈
◇ 6 ◇
해설   목차 (총 : 17권)     이전 6권 다음
1926년
나도향
 

6

 
2
대구은행 안동지점 지배인의 집 대문 소리가 열 두 시나 거의 지나 닭이 홰를 치며 울 때 고요한 밤의 한적을 깨뜨리고 나더니 지배인의 딸 정희(貞姬)가 혼자 몸으로 어디인지 지향하여 간다.
 
3
밤이 점점 고요하고 달은 밝아 흐르는 빛이 허리 감겨 땅에 끌리는 듯한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달빛같이 창백한 빛이 얼굴에 돌며 걸음을 천천히 걷는 중에도 주저하는 꼴이다. 그는 혼잣말로,
 
4
'나는 왜 이다지도 불행한고?'
 
5
하더니 수건으로 눈물을 짓는지 콧물 마시는 소리가 난다.
 
6
정희가 일복의 집 문간에 와서 문을 열어 달랄까 말까? 그러나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이나 아닐까? 아무리 정혼(定婚)한 남자일지라도 밤중에 남몰래 찾아오는 것이 여자의 일은 아니지, 하며 주저주저하고 서 있다가 문틈으로 집안 동정을 살펴보니 일복의 방에는 여태까지 불이 켜 있다.
 
7
"여태까지 주무시지를 않는 모양일세!"
 
8
"어떻게 할까? 문을 열어 달랠까 말까! 이왕 왔으니 할 말이나 다 하고 가지."
 
9
정희는 대문을 밀어 보았다. 단단히 닫혀 있을 줄 알았던 대문이 힘없이 삐꺽하고 날 때 정희의 온몸엔 맥이 풀리는 듯하였다. 주저하던 생각은 어디로 가고 인제는 아니 들어갈 수 없구나 하여지며 공연히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10
정희는 마당으로 들어서며,
 
11
"일복 씨"
 
12
하고 가늘은 가운데에도 애연한 어조로 일복을 불렀다. 한 번 부르나 말소리가 없고 두 번 부르나 대답이 없다.
 
13
정희는 이렇게 정성껏 부르는데 대답이나마 하여 주지 하고 야속한 생각이 나며 공연히 눈물이 핑 돈다. 그리고서 저 방 안에는 그이가 누워 있으렷다. 누워서 잠이 고단히 들었으렷다. 내가 여기 와서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자렷다. 아니다. 온 줄을 알려고도 하지 않으렷다.
 
14
아니다! 그렇지 않지! 그이는 지금 자지를 않는다. 눈을 뜨고서 영호루를 생각한다. 내가 온 줄 알면서도 일부러 못 들은 척하는 것인 게지? 아 ── 무정한 이여.
 
15
정희는 다시 허리를 구부리고 일복의 방문 틈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번에 한 번만 다시 불러 보아서 대답이 없거든 그대로 가 버리리라 하였다.
 
16
" 일복 씨!"
 
17
하면서 문틈을 들여다보니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 언뜻 마루끝을 보니까 미처 생각지도 못하였던 구두가 없다.
 
18
정희의 마음은 냉수로 씻은 듯이 말짱하여지고 또는 깨끗하여졌다. 그리고 웬일인지 또다시 조그마한 나머지 믿음이 있는 듯하였다.
 
19
'어디를 가셨을까?'
 
20
'주인에게 물어나 볼까?'
 
21
그러나 고단히 자는 주인에게 물어 보기는 싫었거니와 또한 젊은 여자가 밤중에 남자를 찾아온 것도 남에게 알리기 싫어서,
 
22
'내일 또 오지'하고서 문 밖으로 그대로 내려갔다.
 
23
그가 큰길에 나섰을 때였다. 저쪽에서 일복이가 이쪽을 향하여 온다. 그는 몸을 감출까 하고 주춤하였다. 그러다가는 이왕 보려던 이를 보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가 자기 곁으로 가까이 오기만 기다리고 서 있었다.
 
24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오는 일복이 정희 앞에 탁 당도하였을 때에 정희는 한 걸음 나서면서,
 
25
"일복 씨!"
 
26
하였다. 의외의 여자의 목소리가 자기를 부르므로 일복은 깜짝 놀라 발을 멈칫하고 서서,
 
27
"누구요?"
 
28
하였다. 정희는 원망스러운 중에도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가까스로,
 
29
"저예요"하였다.
 
30
"이게 웬일이십니까?"
 
31
"댁에까지 갔다 오는 길예요."
 
32
"집에요?"
 
33
"네."
 
34
"무엇 하러요, 낮도 아니고 밤에."
 
35
"…………"
 
36
기막힌 듯이 한참 서 있던 일복은,
 
37
"어떻든 댁에까지 바래다 드리지요."
 
38
이 말을 들은 정희는,
 
39
"아녜요. 오늘 일복 씨에게 꼭 한 마디 말씀을 할 것이 있어요."
 
40
"저에게요."
 
41
"네. 꼭 한 마디요."
 
42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만나 말씀하시지요."
 
43
"아녜요. 오늘 못 만나 뵈이면 또다시 만나 뵈일 날이 없어요"
 
44
"그것은 어째서요"
 
45
정희는 무엇을 결심한 듯이,
 
46
"어떻든 댁까지 같이 가세요."
 
47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일복의 집까지 걸어갔다.
 
48
서산으로 넘는 달이 원한을 머금은 계집의 혼령같이 눈 흘겨 서창(西窓)을 들여다보며, 흐드러지게 비웃음 웃는 앞뜰의 나뭇가지가 선들선들한 바람을 풍지 틈으로 들여보낼 때, 정희는 두 다리를 쪼그리고 일복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더니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49
"일복 씨!"
 
50
하고 불렀다. 안개같이 뽑아 나오는 목소리를 애원의 구슬로 매디매디 장신한 듯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방 안에 이상하게 긴장한 정조(情調)를 바느질하는 듯하다.
 
51
등불만 바라보고 있던 일복은,
 
52
"네"
 
53
하고 고개를 돌려 정희를 보매 정희는 두 눈을 아래로 깔고 앉아,
 
54
"일복 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55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요?"
 
56
"저는 일복 씨의 아내인 것을 알어 주세요?"
 
57
일복은 한참 있다가,
 
58
"아내요? 저는 아직 아내가 없는 사람입니다."
 
59
정희는 당신의 대답이 의례히 그러시리라는 듯이,
 
60
"일복 씨는 저를 아내로 생각지 않으신다 하드래도 부모가 장차 아내가 되게 정하셨으니까 저는 일복 씨의 아내지요."
 
61
일복은 이 소리를 듣고서 코웃음 웃는 듯이 반쯤 입을 삐죽하더니,
 
62
"사랑 없는 아내는 아내가 아니지요."
 
63
"그러시면 저를 사랑치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64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렇지요."
 
65
치마폭을 다시 휩싸고 앉는 정희는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눈물 섞인 목소리로,
 
66
"일복 씨!"
 
67
를 부르며,
 
68
"알었읍니다. 저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일복 씨의 사랑을 얻지 못하게 태어난 저만 불행하지요. 그러나 저는 부모의 작정대로 그것을 억지로 이행하려고 아내로 생각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요. 사랑이 없는 아내는 없으니까요 법률상의 . 아내나 인습에 젖은 그 형식의 아내를 저는 원하는 것이 아녜요. 저에게는 온 우주가 없을지라도 일복 씨 하나는 잃을 수 없어요. 만유(萬有)가 있음도 자아(自我)가 있은 연후의 일입니다. 저는 일복 씨가 없으면 자아까지 잃을 것입니다."
 
69
"일복 씨!"
 
70
다시 부르나 대답이 없다.
 
71
"여보세요."
 
72
또 아무 말도 없다.
 
73
"일복 씨, 저는 일복 씨를 사랑합니다. 저의 진정을 일복 씨는 알어 주지 못하시겠어요?"
 
74
"저는 마음 약한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어요. 저는 제가 마음 약한 자인 것 압니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마음이 굳은 자가 되기를 노력합니다. 저의 마음 여자의 애원을 들을 때마다 불쌍함을 깨달었을지라도 사랑을 깨달은 일은 없었어요. 연민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정희 씨가 참으로 나를 사랑하여 주신다 하드래도 나에게는 아무 행복과 불행이 간섭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어떤 경우에는 나의 마음을 귀찮게 할 때가 있읍니다."
 
75
정희는 그 자리에 엎드러지며,
 
76
"일복 씨!"
 
77
하고 느끼어 울면서,
 
78
"그러시면 한 가지 원이나 들어 주세요."
 
79
새벽 닭의 우는 소리가 먼 동리 닭의 홰에서 꿈속같이 들려온다. 달은 떨어져 방 안은 어둠침침한데 두 사람의 숨소리에 섞인 정희의 느껴 우는 소리가 온 방 안을 채울 뿐이다.
 
80
"저에게 원하실 것이 무엇일까요?"
 
81
일복은 보기 싫고 귀찮은 듯이 말을 던지었다.
 
82
"네, 꼭 한 가지 원할 것이 있어요."
 
83
"말씀하세요."
 
84
"저를 다만 한 마디 말씀으로라도 아내라고 인정만 해주세요. 그러면 저는 다른 원은 아무것도 없어요."
 
85
일복은 허리를 펴고 팔짱을 끼고 고쳐 앉더니,
 
86
"에 ⎯⎯"
 
87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한참 있다가,
 
88
"녜, 알겠읍니다. 그러나 어떠한 이성(異性)이 어떠한 이성을 혼자 사랑하는 것은, 그것은 누구에게든지 자유겠지요마는 남편 없는 아내나 아내 없는 남편은 없겠지요. 비록 있다 하면 그것은 진리에서 벗어났거나 결함 있는 것이겠지요. 또는 형식이나 허위겠지요. 나는 거기에 대답할 수 없읍니다."
 
89
정희의 다만 터럭만한 것이나마 희망은 칼날 같은 일복의 혀끝으로 떨어지는 말 한 마디에 다 끊어졌다.
 
90
때가 이미 늦었는지라 정희라는 여성은 자기가 결심한 맨 마지막 길을 아니 밟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서며,
 
91
"안녕히 계세요. 저는 갑니다. 저는 또다시 일복 씨를 뵈올 때가 아마 없겠지요"
 
92
하고서 마루끝을 내려서 신을 신고서 문 밖으로 나왔다.
 
93
나어린 정희의 갈 곳이 어디메냐? 달 같은 정희의 마음은 월식(月蝕)하는 그 밤처럼 무엇이 삼킨 듯이 있는지 없는지 어둠 침울하고 작열하는 백금선(白金線)과 같이 뜨거운 혈조(血潮)는 다만 그의 가슴을 중심하여 전신을 태울 뿐이다. 정희의 전신을 꿀꺽 집어삼키는 듯이 아찔 아슬한 비분이 때없이 온몸으로 쌀쌀 흐를 때 그는 몸서리를 치며 그대로 땅에 거꾸러지고 싶었다.
 
94
그것이 실연(失戀)이란다. 조소하는 듯이 땅 틈에서 우는 벌레 소리가 똑똑하게 정희의 귀에 들려올 때 정희에게는 구두 신은 발로써 그놈의 벌레를 짓밟아 죽이고 싶도록 깍정이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서투른 길을 급한 보조로 걸어나오다가 발끝에 돌멩이가 채고 높은 줄 알았던 땅이 정신없이 쑥 들어갈 때 에쿠 하고 넘어질 듯하다가도 그 돌멩이 그 허방에 분풀이를 하고 싶어서 못견딜 지경이었다.
 
95
정희에게는 만개한 꽃이 다 여윈 듯하고 둥근 달이 이지러진 듯하다. 밤빛에 흔들리는 웃는 꽃들도 때아닌 서리를 맞아 애처롭게 여위어 땅에 떨어져 짓밟힌 듯하고 구만 리나 멀고 먼 하늘에 진주를 뿌린 듯한 작고 큰 별들도 죽어 가는 요귀(妖鬼)의 독살스러운 눈동자 같이 보일 뿐이다.
 
96
그는 발이 이끄는 대로 정처없이 걸어간다. 화분(花粉) 실은 봄바람이 그의 두 뺨을 선들선들하게 스치고 적적한 밤기운은 쓰리고 아픈 가슴을 채울 뿐이다.
 
97
원산(遠山)의 검은 윤곽은 세상의 광막(廣漠)을 심수(心髓)에 전하여 주는 듯하고 어두움 속에 멀리 통한 백사지(白沙地) 길은 일종(一種) 낭만적 경지로 자기를 인도하는 듯하였다. ⎯⎯ 그 낭만적 경지라 함은 물론 모든 행복의 이상경(理想境)이 아니라 그와 반대되는 곳이었을 것이다.
 
98
정희는 가슴에서 쓰린 감정이 한 번 치밀어 올라오며 주먹을 쥐고 전신을 바르르 떨고,
 
99
'죽을까?'
 
100
할 때 굵다란 눈물 방울이 두 뺨을 스치었다.
 
101
'죽지, 살어 무엇하나!'
 
102
그 옆에 누가 서 있어 그에게 의견을 묻는 듯하다.
 
103
'죽어도 좋지요.'
 
104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혼자 부르짖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두 입술이 떨리며 눈물이 식어 그의 옷깃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
 
105
'하나님, 모든 것을 만드신 하나님! 저도 하나님이 만드셨지요. 인간의 모든 행복이 하나님의 뜻으로 되는 것이라 하면 또한 불행도 그러하겠지요.
 
106
사람이 만물을 자유로 할 수 있을 만치 총명한 것 같이 하나님은 또한 우리를 자유로 하실 수 있을 만치 전능하시지요. 아아 하나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마음 약한 사람의 하나로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하나님, 저는 다만 하나님이 시키시는 대로 그대로 모든 것을 행할 뿐입니다.'
 
107
그는 걸음을 낙동강 연안으로 향하여 갔다. 두 팔을 가만히 치마 앞에 모으고 걸음을 반 걸음 반 걸음 내놓을 때마다 그의 고통과 초민(焦悶)은 그 도를 더하여 갈 뿐이다.
 
108
틀어 얹은 머리털이 풀어지고 흩어져 섬사한 살쩍이 촉촉히 솟은 땀에 젖었다. 그에게는 있다 하면 가나안 복지요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면 모세의 영감(靈感) 있는 지팡막대기가 아니라 죽음의 깊은 물로 그를 집어던지려 하는 낙망에서 일어나는 일종 반동적 세력이었다.
 
109
어두컴컴한 저쪽에 출렁거리는 물소리를 정희는 들었다. 그리고 푸른 물이 암흑 속에서 울멍줄멍 자기의 몸을 얼싸안으려는 것이 보일 때 그는,
 
110
'아!'
 
111
하고 그대로 땅에 엎드려져,
 
112
'너무 속하구나!'하고서,
 
113
'나는 원망도 없고 질투도 없고 다만 순결한 일생을 만들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을 구하여 여기까지 왔읍니다. 세계는 순결한 곳에 비로소 영(靈)의 나라를 세울 수 있겠지요.'
 
114
사박사박하는 가루 모래가 바람에 불려 사박사박할 때 동으로 왕태산(王汰山) 저쪽의 새벽빛이 서편 암흑과 어우러져서 밝아 온다.
 
115
정희는 구두를 벗었다. 이것이 그의 죽음으로 가는 첫째 번 해탈(解脫)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욱 천천히 걸음걸이를 하여 물 흐르는 곳으로 가까이 갔다. 비단 양말 밑에 처음으로 가루 모래가 닿을 때 그는 차디찬 송장의 배 위를 딛는 것 같이 몸서리치게 근지러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 발걸음 세 발걸음 점점 물 가까이 가서는 멈칫하고 서며 가슴이 무쇠로 때리는 듯이 선뜻하여졌다. 그리고 컴컴한 가운데서 시커먼 물이 넘실넘실할 때 그는 무서워 떨었다 그리고는 . 물 속의 졸던 고기 하나가 사람 그림자에 놀라 푸르락하고 뛸 때 그는 간이 좁쌀만하여지도록 놀랐다. 그리고는 '에그머니' 소리를 칠 만치 몸을 소스라쳤으나 달아날 만치 약하지 않았다.
 
116
그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오 분 이상을 꼼짝 아니하고 있었다.
 
117
그러다가 먼 동리에서 '죽어라'하고 신호를 하는 듯한 닭의 소리가 들릴 때 그는 비로소 동쪽이 밝은 것을 알았다. 그래 치마를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모든 용기를 다하여 물 속으로 달음질하였다.
 
118
그가 이제는 물 속에 들어왔지? 하였을 때, 인제는 죽었지 하였을 때, 모든 세상을 단념하고서 두 팔을 두 다리를 쭉 펴고 힘없이 누웠을 때, 그가 송장이 된 줄 알고 모든 세상의 괴로움 슬픔이 없어진 줄 알았을 때, 자기 몸은 둥실둥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줄 알았을 때, 그 찰나에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아직까지도 모래 위 자기가 섰던 그 자리에 나무에 붙잡아 매어 놓은 듯이 꼿꼿이 서 있었다. 그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푸른 물은 서색(曙色)을 받아 조금 얇게 푸르다. 그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그가 죽을 힘을 다하여 죽음으로 뛰어들어가려 하는 노력은 죽는 것보다도 더 어려웠을 것일는지!
 
119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물이 이 몸에 닿으리라고 예기하던 찰나에 그는 도리어 그 반대 방향 되는 그의 등 뒤쪽으로 자빠지고 등이 모래 위에 닿을 터인 그 찰나가 되기 전에 그의 등은 어떠한 사람의 가슴에 안겼다. 그리고 비로소 처음으로,
 
120
"이게 무슨 짓요?"
 
121
하는 소리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인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물 있는 곳으로 뛰어들려 할 뿐이었다. 그는 그때에는 자기가 죽으리라고 결심한 낙망을 동기로 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무슨 부끄러움, 또는 세상에 대한 자아의 불명예를 생각할 때 그는 거의 비스름하게 물로 뛰어들려 하였다. 그러나 그를 제지하는 그 사람은 그리 완강하지는 못하였으나 정희 하나를 붙잡기에는 넉넉한 힘이 있었다.
 
122
정희의 전신은 땀에 젖었다. 그리고 이제는 하는 수 없구나 하였을 때 그는 그 사람 팔에 그대로 안기며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얼굴 가린 치마는 벗으려 하지도 않고 소리가 들릴 만치 느껴 울었다. 그가 정신을 차릴 때에는 그의 머리가 어떠한 사람의 무릎에 놓여 있고, 그는 모래사장에 두루마기를 깔고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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