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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靑春) ◈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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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나도향
 

8

 
2
그날 새벽이 새어 아침이 되었다. 온 안동 전읍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었다.
 
3
"어젯밤에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네그려."
 
4
"어디서?"
 
5
"강물에서."
 
6
"누구인지 모르나?"
 
7
"모르기는 왜 몰라. 은행소(銀行所) 사장(社長)의 딸이라네."
 
8
"이 사람아, 사장의 딸이 아니라 지배인의 딸이란다."
 
9
"아냐 사장의 딸야. 자네는 알지도 못하고 공중 그러네그려."
 
10
"아따, 이 사람아. 대구은행 안동지점에 사장이 있든가? 지배인이 사장 대리를 보지."
 
11
"그런데 나이는 얼만데?"
 
12
"열 여덟 살야. 왜 자네 보지 못하였나? 작년에 대구여자학원을 제2호로 졸업한 그 여자 말일세."
 
13
"그것 참 안되었는 걸. 그런데 시체나 찾었나?"
 
14
"송장까지 못 찾었다네. 물은 그리 깊지도 않은데 어디든지 떠가다가 모래에 묻혔거나 어디 걸렸겠지."
 
15
"그런데 어떻게 물에 빠진 것을 알었어?"
 
16
"웅, 그것은 강가 모래톱에 구두를 나란히 벗어 놓았는데 바로 물가로 사람 걸어간 자국이 나란히 났네그려."
 
17
"자네 가 보았나?"
 
18
"그래, 가 보았어. 그런데 조화데 조화야. 빠진 곳은 물이 한 자도 못 되데 그려."
 
19
한참 있다가 또다시,
 
20
"그런데 그와 정혼한 사람이 있지?"
 
21
한 사람이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22
"말 말게. 이번 일도 다 그 사람 때문이라네."
 
23
"그 사람 때문이라니?"
 
24
"소박덕이야. 소박덕이. 새로운 문자로 말하면 실연자렷다."
 
25
"그걸 보면 사람이란 알 수 없는 것이야. 남들은 침들을 게게 흘리면서 따라다니는 놈도 있는데 또 싫다고 내대는 사람은 누구야. 그것을 보면 우리 사람이란 영원히 불구자들야. 장님이며 귀머거리들야."
 
26
이러한 소문이 난 줄을 알지 못하는 일복은 아침 일찌기 일어나서 은행으로 가려 하다가 시간이 아직 되지 못하였으므로 이동진을 찾아 그의 집까지 갔다.
 
27
"동진 씨"
 
28
하고 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주인은,
 
29
"네. 누구십니까? 에구, 이게 웬일이시오. 이렇게 일찌기⋯"
 
30
하면서 아직 대님도 풀은 채 문 밖으로 나와 일복을 맞아들인다. 일복은 방 안으로 들어가 앉으며, 네 하도 잠이 오지 " , 않기에 세 시에 일어나 앉어 밤이 새기를 기다려 여기까지 찾어왔읍니다. 일찍 일어나니까 참 좋은 걸요."
 
31
두 사람은 대좌하였다. 이 말 저 말 하다가 일복은 무슨 하기 어려운 말이나 꺼내려 하는 듯이 기침을 한 번 하고,
 
32
"그런데요, 한 가지 청할 것이 있어서요"
 
33
하니까, 동진은 이상히 여기는 눈으로 일복을 바라보며,
 
34
"무슨 말씀입니까?"
 
35
하였다. 일복은 다짐을 받으려는 것처럼,
 
36
"꼭 성공을 시켜 주셔야 합니다."
 
37
"글쎄 말씀을 하셔야지요. 성공할 만한 일이면 어디까지든지 일복 씨를 위하여 전력하여 드리지요. 대체 무슨 일인가요?"
 
38
일복은 한 번 빙긋 웃더니 부끄러워 얼굴이 잠깐 연분홍빛으로 변하였다가 사라지며,
 
39
"저 ⎯⎯ 엄영록을 아신다지요?"
 
40
하고서는 동진의 기색을 살피는 동시에 아첨하는 듯이 또 빙긋 웃었다.
 
41
"하하하하"
 
42
하고, 크게 웃는 동진의 웃음 속에는 일종의 조롱과 호기심이 잠재하였다.
 
43
이것을 알아챈 신경질의 일복은 달아나고 싶을 듯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꿀꺽 참고 자기도 거기에 공명하는 듯이,
 
44
"하하하"
 
45
하고, 웃었으나 그 웃음 소리는 자기의 폐부를 씻어 내는 듯한 시원한 웃음이 아니었다.
 
46
"알었읍니다. 그러면 날더러 중매가 되라시는 말씀이지요. 예, 진력해 보죠. 그러나⋯"
 
47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더니,
 
48
"그러면 그이는 어떻게 하시나요?"
 
49
하며 일복의 얼굴을 중대 문제나 들으려는 듯이 물어 본다.
 
50
"그이라뇨?"
 
51
"정희 씨 말씀에요."
 
52
"네, 정희요. 정희가 나에게 무슨 관계가 있읍니까?"
 
53
"그게 무슨 말씀에요? 그 정희 씨는 일복 씨의 아내가 되시지 않습니까?"
 
54
"아내요? 저는 아내가 없거니와 될 사람도 없어요. 있었다 하드래도 그것은 벌써 옛날이지요."
 
55
동진은 일복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였는 듯이,
 
56
"나는 이런 문제를 당할 때마다 한가지 큰 걱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요사이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이혼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모양이올시다.
57
그런데 그것은 당사자 된 그 사람들이 깊이깊이 생각하지 않고서 경솔히 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기네들은 자기의 만족만 채우기 위하여 일개 잔약한 여자의 불행을 생각지 못한다 하는 것예요."
 
58
"그거야 사랑이 없는 까닭이지요. 또한 그 아내 되는 이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만 습관의 노예가 되는 까닭이지요."
 
59
"흥, 사랑이 없어요? 사랑만 없다 하면 차라리 모르겠읍니다만은 그것을 지나쳐 자기의 정식 아내를 아내라는 미명하에 유린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무엇이라 할까요? 아내와 사랑이 없다는 핑계로써 다른 여자를 소위 애인이라고 사랑을 하면서 또 한옆으로 자기 아내에게 자식을 낳게 하는 것은 그것이 자기 아내에게 대하여서 부정(不貞)일 뿐만 아니라 그 소위 애인이라 하는 사람에게 간음이 아니고 무엇예요? 정식 아내는 신성합니다. 부모가 정하여 주었다거나 또는 법률상으로 인정한다 하여 신성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자기는 누구의 아내라는 굳은 신념과 책임을 갖게 한 곳에 있어 신성하지요. 보십시오. 비록 그의 남편을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그 남편을 위하여 자아를 희생하는 곳에 있어 아마 자기네들이 싫어하는 아내 같은 이가 별로 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요사이 새로운 청년간에 애인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많이 듣습니다. 애인, 진정한 애인이 있기를 나도 바라마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은 자기네들도 죄악으로 덮어놓고 인정하는 첩(妾)이라는 말과 애인이라는 명사의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 알 수가 없는 일이 있어요."
 
60
이 말을 들은 일복은,
 
61
"그렇지요. 거기 들어서는 나도 공명하는 의견을 가졌읍니다. 아내가 즉 애인이요 애인이 즉 아내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지요. 〈아내=애인 애인= 아내〉 여기에 비로소 완전한 애인 원만한 가정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동진씨나 나나 입으로 말하는 곳에 그럴 듯한 생리, 일리, 혹은 진리가 없지 않겠지만은 우리의 모든 행동에 모순이 있을는지 없을는지 나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감정이 미친 장님처럼 날뛸 때에 과연 생각의 일절(一節) 사이에라도 죄악의 마음이 발동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저의 입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이 약한 동시에 강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른 만물과 다른 점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약한 데서 일어나 강한 데로 나가는 곳에 자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성품(未인 자아를 성품 成品) (成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 노력 여하에 그 인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오늘의 제가 약자가 되어 일개 여성의 눈물을 보고서 저의 입을 한 번 잘못 벌리었드면 저는 영원히 죄짓는 사람이 되었을 터이지요."
 
62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63
"네, 차차 아시겠지요. 그러나 동진 씨는 나를 독신자로 물론 인정하시는 동시에 어떠한 이성의 사랑을 구하는 데 완전한 권리와 자격이 있는 것을 의심치 않으시겠지요?"
 
64
동진은 빙긋 웃어 그것을 긍정하는 뜻을 표하더니,
 
65
"그거야 그렇지요. 그러나 정희 씨와 그렇게 되셨다 하는 말씀을 들으니까 어째 좋은 마음은 들지 않는 걸요."
 
66
"그러하시겠지요. 그런 일이 없으니만은 같지 않으니까요. 저도 좋은 감정이 일지는 않어도, 그러나 적은 것은 큰 것을 위하여 용단 있게 버릴 것이지요. 그러면 아까 말씀한 것은 꼭 그렇게⋯"
 
67
"그거야 염려 맙쇼. 말씀을 해보지요."
【원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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