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가벼운 나래로써 울리는 약(弱)하고 고운
51
지나간 옛날의 오랜 그 노래의 한 절(節)은
52
고요도 하게, 두려운 듯이 두려운 듯이,
53
방향(芳香) 가득한 미녀(美女)의 화장실(化粧室)에 떠돌아라.
54
불쌍한 내 몸을 한가로이 흔드는 잠의 노래,
55
이 고운 노래 곡조(曲調)는 무엇을 뜻하려는가.
56
곱하는 루프렌은 내게 무엇을 구(求)하여라.
58
그 노래는 방긋이 열어 놓은 문(門) 틈 속으로
65
아아 길손[旅人]이여, 빛깔 없는 이 경치(景致)에
74
사원(寺院)의 종(鐘)은 우러러 보는 높은 하늘에서
76
소조(小鳥)는 우러러 보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8. 작시론(作詩論) (Art poetique)
107
흐릿한 시(詩)밖에는 고움이 없나니 ,
108
이는 뽀알[面紗]의 뒤에 숨은 고운 눈이며,
109
태양(太陽)빛에 떨고 있는 정오와도 같으며,
112
우리의 바라는 바는 색채(色彩)가 아니고,
113
음조(音調)뿐이러라, 다만 음조(音調)밖에야!
114
아아 음조(音調)! 음조(音調)만이 맺어주어라!
115
꿈을 꿈에, 적(笛)을 종적(從笛)으로.
119
더러운 부엌의 야채(野菜) 내와 같은 것들을.
120
웅변(雄辯)을 잡아서 목을 빼어버려라!
121
힘써 나아가, 라임[韻律]을 곱게 하렬 때
122
옳은 길이 오리라, 만일에 그 이(理)를 모르면
125
어떠한 귀머거리, 어떠한 흑노(黑奴)가
127
염가(廉價)의 보석(寶石)을 위조(僞造)하였나?
128
그저 음악(音樂)을 예나 이제나, 이 뒤에나,
130
영(靈)을 천계(天界)로, 또는 이 세상(世上)엔 없는 다른 사랑으로
132
너의 시(詩)로써 미래(未來)의 음악(音樂)을 지으라
133
박하(薄荷)와 사향(麝香)꽃의 향기(香氣)를 품은
135
그리하고 그밖에는 문자(文字)밖에 될 것 없어라.
154
이는 권태(倦怠)의 끝없는 기쁨이러라,
155
이는 사랑의 하염없는 피뇌(疲惱)러라,
160
아아 힘없는 신선(新鮮)한 바람소리여, 미음(微音)이여,
161
이는 새와 같이 울며, 벌레와 같이도 오열(嗚咽)하여라
162
이는 바람에 스치어 춤추는 야초(野草)의
169
이 고요한 황혼(黃昏)에, 적은 소리로
170
삼가는 기도(祈禱)같이 소곤거리는 소리는
171
내 영(靈)도 되며, 그대의 영(靈)도 되지 않는가.
198
이상(異常)하게도 자주 못 잊을 꿈을 꾸게 되어라,
200
사랑도 하고 사랑받게도 되어 꿈 꿀 때마다
201
자태(姿態)는 다르나, 역시(亦是) 살뜰한 그 사람이어라.
202
살뜰한 사람이어라, 내 가슴을 알아주어라,
203
이리하여 맘은 언제든지 떠날 줄을 몰라라.
204
눈물을 가지고, 나의 빛깔 없는 이마의 땀을
205
씻어주는 듯 내 맘을 시원히 위로(慰勞)해 주어라.
206
적색(赤色), 금색(金色), 적갈색(赤褐色), 머리빛을 모르며,
207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세상(世上)엔 다시없는 그리운
208
아리따운 이름으로만 나는 알고 있노라.
209
그 목모(目眸)는 조상(彫像)의 고운 눈과 같아라,
210
먼 곳에서 듣는 온화(穩和)한 맑은 그 목소리는
211
몸이 죽은 그리운 사람의 소리같이 들리어라.
213
고아(孤兒)의 설움같이, 수풀에 빗기는
215
낮은 수풀 밭을 감도는 바람에 쫓기여,
217
이리[狼] 같은 맘은 그 소리 속에 흐득이며,
219
곤비(困憊)한 애달픔은 내 몸을 붙잡고
220
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224
아아 설어라, 하늘에는 가을의 차탄(嗟嘆)이 가득하여라.
225
애달픈 이 저녁에 이름도 모를 보드라움은
226
고요한 이 경색(景色)에 자는 듯하여라.
228
어스레한 지평(地平)의 위에는 붉은 달이 빛나며,
229
잠깐 동안에 목장(牧場)에는 안개가 가득하여라,
230
모든 것은 신비(神祕)의 꿈에 잠잠한 그때
231
머구리 우는 갈밭 속엔 전율(戰慄)이 돌아라.
232
수초(水草)는 화판(花瓣)을 덥고 잠을 이루며,
233
썩 멀리인 저편에 섰는 백양(白楊)나무는
234
희미하여 가지런도 하고 치밀(緻密)도 한 그때,
236
올빼미는 잠을 깨여, 소리도 없이 밀유(密柔)한
237
그 나래를 치며, 검은 하늘로 날아갈 그때
238
우러러 보아라, 천심(天心)에는 번개같이 빛나는
239
흰 옷 입은 베니스의 여신(女神), 이리하여 밤이어라.
241
나는 왔노라, 유순(柔順)한 고아(孤兒)인 나는
242
가진 것이란 유숙(柔肅)한 눈뿐이로다,
243
큰 도시(都市)의 사람 많은 틈에 섞여도
245
스무 살 되는 해에 정화(情火)란 열병(熱病)에
246
몸이 잡히어 이 세상(世上)의 모든 아낙네를
248
아아 그들은 조금도 나를 곱다 않건만.
252
그러나 죽음은 내 몸을 원(願)치 않았어라.
253
나의 출생(出生)이 너무 늦은가, 너무 이른가,
254
나는 이 세상(世上)에서 무엇을 할 것이런가,
256
그대여, 불쌍한 가스파르를 빌어 주어라.
258
아아 설어라, 아아 설어라, 나의 맘이여,
259
이리도 설움은 다만 한 여인(女人) 때문이어라.
265
나는 위로(慰勞)를 얻을 길이 바이 없어라.
266
나의 맘, 너무도 약(弱)한 나의 맘은
267
내 영(靈)에게 이르되 “버릴 수 있으랴”
269
애달픈 이별(離別), 몸이 섧지 않은가.
270
내 영(靈)은 내 맘에게 대답(對答)하여 가로되
271
“한갓된 원망(願望)일지는 모르겠으나,
275
나는 데카당스의 말기(末期)의 왕(王),
276
스러지는 햇볕에 춤추는 황금곡조(黃金曲調)의
278
불문법(不文法)의 장구(章句)를 만드는 사람이로다.
279
깊은 권태(倦怠)의 맘 안에는 다만 악(惡)한 영(靈)이 있어,
280
그곳에는 피를 흘리는 오랜 싸움이 있어라.
281
그곳에는 구(求)치 말아라, 그저 느리고 약(弱)하여라,
282
조금이라도 이 생(生)은 꿈이라고 말아라.
283
아아 그곳에 구(求)치 말아라, 또는 죽음을 원(願)치 말아라,
284
아아 맘껏 마시어라, 파틸이여. 웃음감도 끊기었는가,
285
아아 맘껏 마시어라, 다 먹었어라, 말꺼리도 다 하였어라.
286
다만 사람에겐 불에 던질 이상(異常)한 시(詩)가 있을 뿐,
287
다만 그대를 두고 가는 좀더 앞선 선구자(先驅者)가 있는데,
288
다만 그대를 괴롭게 하는 권태(倦怠)가 있을 따름이어라.
290
기억(記憶)이여, 언제면 나를 깨우려는가?
291
지금(只今) 가을의 공포(恐怖)는 양적(凉寂)한 하늘로 메추라기를 날리며
292
해는 설운 우음(憂陰)의 빛을 북풍(北風)이 설레는
293
황엽(黃葉) 가득한 수풀 위에 놓고 있어라.
296
문득 그 사람 고운 눈을 내게 돌리며,
297
천사(天使)의 고운 목소리 같은 그 사람의 말,
298
“그대의 생애(生涯) 위에 아름다운 날은 언제였었나?”
299
신중(愼重)한 미소로써 이 말에 대답(對答)을 하며,
300
곱고 보드라운 그 흰 손에 키스했노라.
301
그리운 님의 입술로 흐르는 “네” 하는 첫마디!
302
오오 어떻게 처음 핀 꽃이 향기로웠으며,
305
이 시(詩)를 드리노라 고운 꿈에 울며 웃는
306
그대의 큰 눈의 다사로운 위안(慰安)에,
307
그대의 맘이 맑고, 아름다움에, 애달픈
308
나의 울우(鬱憂) 가득한 이 시(詩)를 드리노라.
309
잔혹(殘酷)도 하여라, 쉬지 않고 이 몸을 시달리는
310
악몽(惡夢)은 미친 듯 휩싸들며, 밉살스럽게도,
311
이리[狼]의 무리 같이 모여선 피투성이의
312
나의 운명(運命)을 목을 매어 끌어라.
313
아아 나는 아파라, 쥐여 짜고 싶어라,
315
내 설움에 비(比)하면 목가(牧歌)에 지내지 않아라.
316
그러나, 내 몸을 생각하는 그대의 말만은
317
시원하게도 맑은 구월(九月)의 오후(午后)의 하늘을
318
날아가는 제비같이 살뜰하여라―아아 내 사람이여.
320
아아 산영(山靈)의 님프여! 오랜 날의 내 사람이여!
321
아아 금발(金髮), 푸른 눈! 그리하고 꽃의 피부(皮膚)여!
322
그 자태(姿態)는 젊은 육체(肉體)의 가득한 방향(芳香) 안에
324
이러한 즐거움, 이러한 온갖 진실(眞實)에서
325
내 사람은 떠나갔어라, 애달파라, 모든 것은
326
맘을 아피는 봄철같이 자취도 없이 가고,
327
지금(只今) 내게는 피곤(疲困)과 단장(斷腸)의 검은 겨울이 왔어라.
328
지금(只今) 내 몸은 혼자 애달픔과 고적(孤寂)에 잠겼노라,
329
늙은이보다도 오히려 냉락(冷落)한 외로운 절망(絶望)에
330
뉘 님조차 없는 불쌍한 고아(孤兒)인 나의 이 몸은,
331
바랄 따름이노라 살뜰한 사람, 뜨겁고 보드라운 사람,
332
머리는 적갈색(赤褐色)에, 얼굴은 침사(沈思)에 조경(嘲驚)의 눈으로,
333
때 좇는 아이 같이 이마에 키스하는 사람을.
335
친애(親愛)하여라, 친애(親愛)하여라, 그저 친애(親愛)하여라,
336
내 가슴은 이리 불러라, 아아 내 사람아!
337
그대를 움직이는 더운 이 맘을 차[冷]게 하여라,
338
일락(逸樂)의 생각은 비록 높아진다 하여도
339
뉘 이 같은 평온(平穩)한 희생(犧牲)의 맘은 잃지 말아라.
340
쇠락(衰落)하여라, 자는 듯한 사랑의 맘에,
341
너의 탄식(歎息)과 쓸데없는 눈동자(瞳子)는 헛것이어라
342
가거라, 깊은 질투(嫉妬)와 끊지 않는 분격(奮激)과 거짓도,
343
그것들은 긴 키스를 할 만한 값도 없어라.
344
그러나 너의 살뜰한 황금(黃金)의 흉중(胸中)의 말은
345
‘나의 아이야 어리석은 정욕(情慾)은 군적(軍笛)을 불려하나니
346
맘대로 분노(憤怒)의 나팔(喇叭)을 불게 하여라, 우스운 사람아!’
347
네 이마를 내 이마에, 네 손을 내 손에 놓고
348
명일(明日)이면 잊어버릴 달콤한 맹세를 하며,
349
이렇게 눈을 흘리며 아침 벗을 맞게 하여라, 열병(熱病)에 걸린 어린 아이여!
351
여기, 과실(果實)과 꽃, 그리하고 잎사귀와 가지가 있습니다
352
그리고, 당신만을 생각하는 내 가슴이 있습니다,
353
여보세요, 제발 그 두 흰 손으로 흐트려 주시지 말고,
354
아름다운 당신의 눈으로 이 불서러운 선물을 곱게 해 주세요.
355
아침바람이 내 이마를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357
당신의 고요한 발 가에 내 피곤(疲困)을 쉬게 해 주세요,
358
쉬는 적은 동안에, 사랑스러운 순간(瞬間)을 꿈이나 꾸게요.
359
당신의 젊어진 가슴 위에 내 머리를 눕혀주셔요,
360
내 머리에는 당신의 마지막 키스 소리가 들립니다,
361
행복(幸福)의 바람에서 벗어나서 나를 쉬게 해 주셔요,
362
당신이 쉬시거든 나도 잠깐 동안 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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