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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뇌(懊惱)의 무도(舞蹈) (시집) ◈
◇ 베를렌의 시 ◇
해설   목차 (총 : 8권)   서문     처음◀ 1권 다음
1921년
김억
목   차
[숨기기]
1
아아 음조(音調)! 음조만이 맺어주리라!
2
꿈을 꿈에, 적(笛)을 종적(從笛)으로
 
3
―베를렌의 「작시법(作詩法)」에서
 
 
 

1. 고요히도, 애닯게

 
5
몸이 돌아가신
6
 내 아버님의 영전(靈前)에
7
 이 시(詩)를 모아서
8
 맘 고이 바치노라.
 
 
 

2. 가을의 노래

 
10
가을의 날
11
 바이올린의
12
 느린 오열(嗚咽)의
13
 단조로운
14
 애닯음에
15
 내 가슴 아파라.
 
16
우리 종소리에
17
 가슴은 막히며
18
 낯빛은 희멀금,
19
 지나간 옛날은
20
 눈앞에 떠돌아
21
 아아 나는 우노라.
 
22
설워라, 나의 영(靈)은
23
 모진 바람결에
24
 흩어져 떠도는
25
 여기에 저기에
26
 갈 길도 모르는
27
 낙엽(落葉)이어라.
 
 
 

3. 흰 달

 
29
은색(銀色)의 흰 달은
30
 수풀에 빛나며
31
 나뭇가지, 가지마다
32
 스미는 소곤거림은
33
 푸른 잎 아래서……
 
34
 ‘아아 나의 사람아’
 
35
반사(反射)의 거울인
36
 지면(池面)은 빛나며,
37
 윤곽(輪廓)만 보이는
38
 검은 버드나무엔
39
 바람이 울어라……
 
40
 ‘아아 이는 꿈 깰 때’
 
41
보드랍고
42
 넓은 고운 위안(慰安)은
43
 홍채(紅彩)로 빛나는
44
 밤의 별 하늘로
45
 내려와라……
 
46
 ‘아아 이는 고운 밤’
 
 
 

4. 피아노

 
48
부드러운 손에 다치어 울어나는 피아노,
49
어스레한 장밋빛 저녁에 번득이어라.
50
가벼운 나래로써 울리는 약(弱)하고 고운
51
 지나간 옛날의 오랜 그 노래의 한 절(節)은
52
 고요도 하게, 두려운 듯이 두려운 듯이,
53
방향(芳香) 가득한 미녀(美女)의 화장실(化粧室)에 떠돌아라.
 
54
불쌍한 내 몸을 한가로이 흔드는 잠의 노래,
55
이 고운 노래 곡조(曲調)는 무엇을 뜻하려는가.
56
곱하는 루프렌은 내게 무엇을 구(求)하여라.
57
들으려고 하여도 들을 길조차 바이없이
58
 그 노래는 방긋이 열어 놓은 문(門) 틈 속으로
59
 스미어서는 동산에서 스러지고 말아라.
 
 
 

5. 나무 그림자

 
61
나무그림자는 안개 어린 내 틈에
62
 연기(煙氣)인 듯이 스러지고 말아라.
63
이러한 때러라, 하늘을 덮은 가지에는
64
 들비둘기가 앉아 울고 있어라.
 
65
아아 길손[旅人]이여, 빛깔 없는 이 경치(景致)에
66
 얼마나 그대의 모양이 빛깔 없는가.
67
눈물은 끝도 없어라, 높은 잎 위에
68
 잠기어드는 그대의 희망(希望)이여!
 
 
 

6. 하늘은 지붕에

 
70
하늘은 지붕 위에
71
 이리도 곱고 이리도 푸르러라.
72
나무는 지붕 위에
73
 푸른 잎을 나부끼고 있어라.
 
74
사원(寺院)의 종(鐘)은 우러러 보는 높은 하늘에서
75
 보드랍게도, 한가롭게 울어라,
76
소조(小鳥)는 우러러 보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77
 애닯게도, 괴롭게도 울어라.
 
78
아아 애닯아라, 단순(單純)한 목숨은
79
 저곳에 있으며,
80
저 평화(平和)로운 빗김의 소리는
81
 거리로서 오아라.
 
82
끊임없는 눈물에 잠겼는 그대여,
83
 아아 그대는 무엇을 하였는가,
84
말을 하여라, 젊었을 적에
85
 무엇을 하고 지내었는가.
 
 
 

7. 검고 끝없는 잠은

 
87
검고 끝없는 잠은
88
 나의 목숨 위에 오아라
89
 아아 자거라, 모든 희망(希望)아!
90
아아 자거라, 모든 원탄(怨歎)아!
 
91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니 보이어,
92
모든 기억(記憶)은 가고 말았어라,
93
악(惡)이나 또는 선(善)이나……
94
아아 애달픈 변천(變遷)이여!
 
95
나는 무덤 어귀에서
96
 두 손으로 흔들리는
97
 다만 한 요람(搖籃)이노라,
98
아아 고요하여라, 소리 없어라.
 
 
 

8. 작시론(作詩論) (Art poetique)

 
100
무엇보다도 먼저론 음악(音樂)을,
101
그를 위하여 다르지도 두지도 못할
102
 썩 희미한 알 듯 말 듯한
103
 나눠라도 나눌 수 없는 것을 잡으라.
 
104
좋은 말을 얻으려 애를 쓰지 말아라,
105
말을 차라리 경시(輕視)하여라,
106
밝음과 어두움의 서로 짜내는
107
 흐릿한 시(詩)밖에는 고움이 없나니 ,
 
108
이는 뽀알[面紗]의 뒤에 숨은 고운 눈이며,
109
태양(太陽)빛에 떨고 있는 정오와도 같으며,
110
설더운 가을날의 저녁 또는
111
 별빛 가득한 밤하늘과도 같아라.
 
112
우리의 바라는 바는 색채(色彩)가 아니고,
113
음조(音調)뿐이러라, 다만 음조(音調)밖에야!
114
아아 음조(音調)! 음조(音調)만이 맺어주어라!
115
꿈을 꿈에, 적(笛)을 종적(從笛)으로.
 
116
멀리 하여라, 하늘빛 눈을 울리는
117
 더러운 비웃음, 또는 몹슬은 생각,
118
칼로 떨어내는 듯한 말과, 온갖의
119
 더러운 부엌의 야채(野菜) 내와 같은 것들을.
 
120
웅변(雄辯)을 잡아서 목을 빼어버려라!
121
힘써 나아가, 라임[韻律]을 곱게 하렬 때
122
 옳은 길이 오리라, 만일에 그 이(理)를 모르면
123
 라임은 어디까지 이르랴?
 
124
아아 뉘가 ‘라임’의 잘못을 말하나?
125
어떠한 귀머거리, 어떠한 흑노(黑奴)가
126
 카즐로 이리도 거짓 가득한
127
 염가(廉價)의 보석(寶石)을 위조(僞造)하였나?
 
128
그저 음악(音樂)을 예나 이제나, 이 뒤에나,
129
너의 시(詩)로 하여금 날게 하여라.
130
영(靈)을 천계(天界)로, 또는 이 세상(世上)엔 없는 다른 사랑으로
131
 쓰러져 없어질 듯이 느끼게 하여라.
 
132
너의 시(詩)로써 미래(未來)의 음악(音樂)을 지으라
133
 박하(薄荷)와 사향(麝香)꽃의 향기(香氣)를 품은
134
 보드랍게 부는 아침 바람과 같이……
135
그리하고 그밖에는 문자(文字)밖에 될 것 없어라.
 
 
 

9. 도시(都市)에 내리는 비

 
137
도시에 내리는 비와도 같이
138
 내 가슴엔 눈물의 비가 오아라.
139
어찌하면 이러한 설움이
140
 내 가슴속에 숨어 있으랴.
 
141
아아 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142
 내려 퍼붓는 고운 빗소리여!
143
이는 애달픈 맘의 괴로움이라고,
144
 오오 내려붓는 비의 노래여!
 
145
이 뜨거운 내 가슴의 속에
146
 까닭 없는 눈물의 비가 오아라,
147
조금이나 거역(拒逆)함도 없건만
148
 이 설움은 까닭조차 바이 없어라.
 
149
사랑도 미움도 아닌
150
 가장 아픈 이 설움은
151
 묻기조차 바이 없어라,
152
어쩌면 내 가슴은 이리도 아프랴.
 
 
 

10. 바람

 
154
이는 권태(倦怠)의 끝없는 기쁨이러라,
155
이는 사랑의 하염없는 피뇌(疲惱)러라,
156
이는 가벼운 바람에 싸이어
157
 나부끼는 수풀의 미음(微音)이어라,
158
이는 연약한 소지(小枝)를 싸고 도는
159
 적은 노래의 속삭거림이어라.
 
160
아아 힘없는 신선(新鮮)한 바람소리여, 미음(微音)이여,
161
이는 새와 같이 울며, 벌레와 같이도 오열(嗚咽)하여라
162
 이는 바람에 스치어 춤추는 야초(野草)의
163
 소곤거리는 고운 노래와도 같아라,
164
흐르는 물빛에 있는 모래알의
165
 무거운 울림이라고 그대는 말하는가?
 
166
조는 듯한 설움에
167
 이리도 애달픈 영(靈)은
168
 우리들의 이 영(靈)이 아닌가,
169
이 고요한 황혼(黃昏)에, 적은 소리로
170
 삼가는 기도(祈禱)같이 소곤거리는 소리는
171
 내 영(靈)도 되며, 그대의 영(靈)도 되지 않는가.
 
 
 

11. 끝없는 권태의

 
173
끝없는 권태(倦怠)의
174
 넓은 들 위에는
175
 녹기 쉬운 흰 눈이
176
 모래같이 빛을 놓아라.
 
177
동색(銅色)의 하늘에는
178
 빛이란 조금도 없어라,
179
아아 우러르면 달빛은
180
 죽은 듯도 하고 산 듯도 하여라.
 
181
가까운 떡갈나무 수풀은
182
 떠도는 엿검은 구름같이,
183
어리운 안개의 속에
184
 은색(銀色)을 띠여 희미하여라.
 
185
동색(銅色)의 하늘에는
186
 빛이란 조금도 없어라,
187
아아 우러르면 달빛은
188
 죽은 듯하고 산 듯도 하여라.
 
189
숨이 막혀가는 까마귀여,
190
너의 파리한 이리[狼]여,
191
혹독(酷毒)한 북풍(北風)과 함께
192
 네게로 옴은 무엇이런가.
 
193
끝없는 권태(倦怠)의
194
 넓은 들 위에는
195
 녹기 쉬운 흰 눈이
196
 모래같이 빛을 놓아라.
 
 
 

12. 늘 꾸는 꿈

 
198
이상(異常)하게도 자주 못 잊을 꿈을 꾸게 되어라,
199
본적도 없는 아낙네가 꿈속에 보이며,
200
사랑도 하고 사랑받게도 되어 꿈 꿀 때마다
201
 자태(姿態)는 다르나, 역시(亦是) 살뜰한 그 사람이어라.
 
202
살뜰한 사람이어라, 내 가슴을 알아주어라,
203
이리하여 맘은 언제든지 떠날 줄을 몰라라.
204
눈물을 가지고, 나의 빛깔 없는 이마의 땀을
205
 씻어주는 듯 내 맘을 시원히 위로(慰勞)해 주어라.
 
206
적색(赤色), 금색(金色), 적갈색(赤褐色), 머리빛을 모르며,
207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세상(世上)엔 다시없는 그리운
208
 아리따운 이름으로만 나는 알고 있노라.
 
209
그 목모(目眸)는 조상(彫像)의 고운 눈과 같아라,
210
먼 곳에서 듣는 온화(穩和)한 맑은 그 목소리는
211
 몸이 죽은 그리운 사람의 소리같이 들리어라.
 
 
 

13. 각성(角聲)

 
213
고아(孤兒)의 설움같이, 수풀에 빗기는
214
 애달픈 각성(角聲)은
215
 낮은 수풀 밭을 감도는 바람에 쫓기여,
216
적은 산(山)기슭에서 스러지어라.
 
217
이리[狼] 같은 맘은 그 소리 속에 흐득이며,
218
넘어가는 볕에 따라 떠돌아라
219
 곤비(困憊)한 애달픔은 내 몸을 붙잡고
220
 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221
이 애탄(哀嘆)을 진정하라고
222
 솜[綿] 같이도 퍼붓는 흰 눈은
223
 피 빛인 낙일(落日)을 둘러 덮어라.
 
224
아아 설어라, 하늘에는 가을의 차탄(嗟嘆)이 가득하여라.
225
애달픈 이 저녁에 이름도 모를 보드라움은
226
 고요한 이 경색(景色)에 자는 듯하여라.
 
 
 

14. L'heure de Berger

 
228
어스레한 지평(地平)의 위에는 붉은 달이 빛나며,
229
잠깐 동안에 목장(牧場)에는 안개가 가득하여라,
230
모든 것은 신비(神祕)의 꿈에 잠잠한 그때
231
 머구리 우는 갈밭 속엔 전율(戰慄)이 돌아라.
 
232
수초(水草)는 화판(花瓣)을 덥고 잠을 이루며,
233
썩 멀리인 저편에 섰는 백양(白楊)나무는
234
 희미하여 가지런도 하고 치밀(緻密)도 한 그때,
235
수풀 밭 속엔 헤매는 달빛이 빛나라.
 
236
올빼미는 잠을 깨여, 소리도 없이 밀유(密柔)한
237
 그 나래를 치며, 검은 하늘로 날아갈 그때
238
 우러러 보아라, 천심(天心)에는 번개같이 빛나는
239
 흰 옷 입은 베니스의 여신(女神), 이리하여 밤이어라.
 
 
 

15. Gaspard hauser Sings

 
241
나는 왔노라, 유순(柔順)한 고아(孤兒)인 나는
242
 가진 것이란 유숙(柔肅)한 눈뿐이로다,
243
큰 도시(都市)의 사람 많은 틈에 섞여도
244
 사람들은 나를 악(惡)타 아니하여라.
 
245
스무 살 되는 해에 정화(情火)란 열병(熱病)에
246
 몸이 잡히어 이 세상(世上)의 모든 아낙네를
247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노라,
248
아아 그들은 조금도 나를 곱다 않건만.
 
249
나라도 없고 임금님도 없으며,
250
용감(勇敢)한 맘조차 비록 없으나
251
 전장(戰場)에서 나는 죽으려 했노라,
252
그러나 죽음은 내 몸을 원(願)치 않았어라.
 
253
나의 출생(出生)이 너무 늦은가, 너무 이른가,
254
나는 이 세상(世上)에서 무엇을 할 것이런가,
255
아아 내 설움은 끝없이 깊어라,
256
그대여, 불쌍한 가스파르를 빌어 주어라.
 
 
 

16. 아아 설어라

 
258
아아 설어라, 아아 설어라, 나의 맘이여,
259
이리도 설움은 다만 한 여인(女人) 때문이어라.
 
260
맘을 비록 다른 곳에 둔다 하여도
261
 나는 위로를 얻을 길이 바이 없어라.
 
262
비록 나의 영(靈), 나의 맘,
263
그 여인(女人)과 떠난다 하여도.
 
264
맘을 비록 다른 곳에 둔다 하여도
265
 나는 위로(慰勞)를 얻을 길이 바이 없어라.
 
266
나의 맘, 너무도 약(弱)한 나의 맘은
267
 내 영(靈)에게 이르되 “버릴 수 있으랴”
 
268
 “버릴 수 있으랴?” 아아 어려워라,
269
애달픈 이별(離別), 몸이 섧지 않은가.
 
270
내 영(靈)은 내 맘에게 대답(對答)하여 가로되
271
“한갓된 원망(願望)일지는 모르겠으나,
 
272
둘이 비록 떠나서는 있어도
273
 맘은 언제든지 하나인 것을”
 
 
 

17. 쇠퇴(衰頹)

 
275
나는 데카당스의 말기(末期)의 왕(王),
276
스러지는 햇볕에 춤추는 황금곡조(黃金曲調)의
277
 조각 조각의 두운(頭韻)을 짜내서는
278
 불문법(不文法)의 장구(章句)를 만드는 사람이로다.
 
279
깊은 권태(倦怠)의 맘 안에는 다만 악(惡)한 영(靈)이 있어,
280
그곳에는 피를 흘리는 오랜 싸움이 있어라.
281
그곳에는 구(求)치 말아라, 그저 느리고 약(弱)하여라,
282
조금이라도 이 생(生)은 꿈이라고 말아라.
 
283
아아 그곳에 구(求)치 말아라, 또는 죽음을 원(願)치 말아라,
284
아아 맘껏 마시어라, 파틸이여. 웃음감도 끊기었는가,
285
아아 맘껏 마시어라, 다 먹었어라, 말꺼리도 다 하였어라.
 
286
다만 사람에겐 불에 던질 이상(異常)한 시(詩)가 있을 뿐,
287
다만 그대를 두고 가는 좀더 앞선 선구자(先驅者)가 있는데,
288
다만 그대를 괴롭게 하는 권태(倦怠)가 있을 따름이어라.
 
 
 

18. 지나간 옛날

 
290
기억(記憶)이여, 언제면 나를 깨우려는가?
291
 지금(只今) 가을의 공포(恐怖)는 양적(凉寂)한 하늘로 메추라기를 날리며
292
 해는 설운 우음(憂陰)의 빛을 북풍(北風)이 설레는
293
 황엽(黃葉) 가득한 수풀 위에 놓고 있어라.
 
294
생각을 머리털과 함께 바람에 불리우며
295
 우리 두 사람 가지런히 걸을 때,
296
 문득 그 사람 고운 눈을 내게 돌리며,
297
 천사(天使)의 고운 목소리 같은 그 사람의 말,
 
298
“그대의 생애(生涯) 위에 아름다운 날은 언제였었나?”
299
 신중(愼重)한 미소로써 이 말에 대답(對答)을 하며,
300
 곱고 보드라운 그 흰 손에 키스했노라.
 
301
그리운 님의 입술로 흐르는 “네” 하는 첫마디!
302
 오오 어떻게 처음 핀 꽃이 향기로웠으며,
303
 아아 어떻게 내 귀를 곱게 하였나!
 
 
 

19. 아낙네에게

 
305
이 시(詩)를 드리노라 고운 꿈에 울며 웃는
306
 그대의 큰 눈의 다사로운 위안(慰安)에,
307
 그대의 맘이 맑고, 아름다움에, 애달픈
308
 나의 울우(鬱憂) 가득한 이 시(詩)를 드리노라.
 
309
잔혹(殘酷)도 하여라, 쉬지 않고 이 몸을 시달리는
310
 악몽(惡夢)은 미친 듯 휩싸들며, 밉살스럽게도,
311
 이리[狼]의 무리 같이 모여선 피투성이의
312
 나의 운명(運命)을 목을 매어 끌어라.
 
313
아아 나는 아파라, 쥐여 짜고 싶어라,
314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무리의 설움조차
315
 내 설움에 비(比)하면 목가(牧歌)에 지내지 않아라.
 
316
그러나, 내 몸을 생각하는 그대의 말만은
317
 시원하게도 맑은 구월(九月)의 오후(午后)의 하늘을
318
 날아가는 제비같이 살뜰하여라―아아 내 사람이여.
 
 
 

20. 갈망(渴望)

 
320
아아 산영(山靈)의 님프여! 오랜 날의 내 사람이여!
321
 아아 금발(金髮), 푸른 눈! 그리하고 꽃의 피부(皮膚)여!
322
 그 자태(姿態)는 젊은 육체(肉體)의 가득한 방향(芳香) 안에
323
 사랑의 생각조차 부끄러워하여라.
 
324
이러한 즐거움, 이러한 온갖 진실(眞實)에서
325
 내 사람은 떠나갔어라, 애달파라, 모든 것은
326
 맘을 아피는 봄철같이 자취도 없이 가고,
327
 지금(只今) 내게는 피곤(疲困)과 단장(斷腸)의 검은 겨울이 왔어라.
 
328
지금(只今) 내 몸은 혼자 애달픔과 고적(孤寂)에 잠겼노라,
329
 늙은이보다도 오히려 냉락(冷落)한 외로운 절망(絶望)에
330
 뉘 님조차 없는 불쌍한 고아(孤兒)인 나의 이 몸은,
 
331
바랄 따름이노라 살뜰한 사람, 뜨겁고 보드라운 사람,
332
 머리는 적갈색(赤褐色)에, 얼굴은 침사(沈思)에 조경(嘲驚)의 눈으로,
333
 때 좇는 아이 같이 이마에 키스하는 사람을.
 
 
 

21. 권태(倦怠)

 
335
친애(親愛)하여라, 친애(親愛)하여라, 그저 친애(親愛)하여라,
336
 내 가슴은 이리 불러라, 아아 내 사람아!
337
 그대를 움직이는 더운 이 맘을 차[冷]게 하여라,
338
 일락(逸樂)의 생각은 비록 높아진다 하여도
339
 뉘 이 같은 평온(平穩)한 희생(犧牲)의 맘은 잃지 말아라.
 
340
쇠락(衰落)하여라, 자는 듯한 사랑의 맘에,
341
 너의 탄식(歎息)과 쓸데없는 눈동자(瞳子)는 헛것이어라
342
 가거라, 깊은 질투(嫉妬)와 끊지 않는 분격(奮激)과 거짓도,
343
 그것들은 긴 키스를 할 만한 값도 없어라.
 
344
그러나 너의 살뜰한 황금(黃金)의 흉중(胸中)의 말은
345
 ‘나의 아이야 어리석은 정욕(情慾)은 군적(軍笛)을 불려하나니
346
 맘대로 분노(憤怒)의 나팔(喇叭)을 불게 하여라, 우스운 사람아!’
 
347
네 이마를 내 이마에, 네 손을 내 손에 놓고
348
 명일(明日)이면 잊어버릴 달콤한 맹세를 하며,
349
 이렇게 눈을 흘리며 아침 벗을 맞게 하여라, 열병(熱病)에 걸린 어린 아이여!
 
 
 

22. 녹색(綠色)

 
351
여기, 과실(果實)과 꽃, 그리하고 잎사귀와 가지가 있습니다
352
 그리고, 당신만을 생각하는 내 가슴이 있습니다,
353
 여보세요, 제발 그 두 흰 손으로 흐트려 주시지 말고,
354
 아름다운 당신의 눈으로 이 불서러운 선물을 곱게 해 주세요.
 
355
아침바람이 내 이마를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356
 나는 아직도 이슬에 젖었어요,
357
 당신의 고요한 발 가에 내 피곤(疲困)을 쉬게 해 주세요,
358
 쉬는 적은 동안에, 사랑스러운 순간(瞬間)을 꿈이나 꾸게요.
 
359
당신의 젊어진 가슴 위에 내 머리를 눕혀주셔요,
360
 내 머리에는 당신의 마지막 키스 소리가 들립니다,
361
 행복(幸福)의 바람에서 벗어나서 나를 쉬게 해 주셔요,
362
 당신이 쉬시거든 나도 잠깐 동안 자겠어요.
【원문】베를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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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억(金億) [저자]
 
  192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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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시 해설   목차 (총 : 8권)   서문     처음◀ 1권 다음 한글 
◈ 오뇌(懊惱)의 무도(舞蹈) (시집)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