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오뇌(懊惱)의 무도(舞蹈) (시집) ◈
◇ 오뇌의 무도 ◇
해설   목차 (총 : 8권)   서문     이전 7권 다음
1921년
김억
목   차
[숨기기]
1
차고 적막(寂寞)한 수면(水面)에 스러져 가는
2
내 그림자와 핼금한 해 그늘을 들여다 보려노라.
3
―모레쓰
 
 
4
곱고도 설운 이 시(詩)를 모아서는
5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6
여러 젊은 가슴에게 드리노라.
 
 
 

1. 그나마 있는가 없는가

8
께란
 
9
비록 빗기여 나는 반향(反響)은 없다 하여도
10
 물건(物件)마다 따르는 그림자야 없으랴.
11
밤하늘의 별빛은 샘물에서 빛나며,
12
가난한 이도 남의 덕을 입지 않는가.
13
애달픈 적성(笛聲)엔 토장(土墻)의 반향(反響)이 있고,
14
소조(小鳥)의 노래엔 소조(小鳥)가 따라 울으며,
15
갈잎은 갈잎과 마주쳐 흔들리건만,
16
우수(憂愁) 가득한 내 가슴의 부르짖음엔,
17
빗기여 울어줄 반향(反響)의 맘이나마,
18
아아 그것이나마 있는가 없는가.
 
 
 

2. 길가에서

20
께란
 
21
길가에
22
 해는 넘어라,
23
손을 잡고서
24
 키스하게 하여라.
25
회의(懷疑)의 맘과 같이,
26
이 샘물은 흘리었어라.
27
그대여, 목마른 나에게,
28
그대의 눈물을 마시게 하여라.
29
해는 넘어가고
30
 저녁 종(鍾)이 울어라,
31
그대여 그대의 가슴에서 떠는 사랑을
32
 나에게 주어라.
33
길은 길고 흰 리본같이
34
 이었다가, 끝에는
35
 푸른 작은 산(山)의
36
 경사(傾斜) 길이 되어라.
37
서서 앞에 있는
38
 수목(樹木)을 바라보아라,
39
지붕에는 연기(煙氣)가 끼고
40
 촌락(村落)은 꿈을 맺어라.
41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42
 그대의 검은 머리털에 싸여서
43
 저곳인 문(門)가에서
44
 나는 자라노라.
 
 
 

3. 해탈(解脫)

46
끄레끄흐
 
47
물거품 위에 남긴 발자취같이 내 설움은 없어졌어라,
48
오오 하느님이여, 너는 묘(妙)하게도 또한 고운 것에게 인생(人生)을 주었어라.
49
일찍 나는 설워했노라, 일찍 나는 울었노라,
50
그러나 지금(只今) 내게는 사랑하던 추억(追憶)만 남아있어라.
51
이리도 춥고 고독한 방(房)안에 밤이 깊도록
52
 혼자 있는 가엾음이여, 수심(愁心)이여, 살뜰함이여!
53
그림자는 누이 같은 손을 내 이마에 놓으며,
54
시계(時計)는 쓸데없이 소리를 내여라 오오, 잠잠치 못할 말이여!
55
일찍 나는 사랑했노라, 일찍 나는 괴로웠노라, 일찍 나는 울었노라,
56
그러나 지금(只今) 내게는 사랑하던 추억(追憶)만 남아있어라.
57
지나간 날의 정열(情熱)은 날마다 나뭇잎같이 흩어져가며,
58
나의 맘은 지금(只今) 애달픈 청춘(靑春)의 다음 되는 가을이어라.
59
그리도 많은 고뇌(苦惱)에 나는 세상(世上)을 미워했노라,
60
그러나 지금(只今) 내게는 관서(寬恕)와 사랑밖에 없어라.
61
물거품 위에 남긴 발자취같이 내 설움은 없어졌어라,
62
나는 내 절망(絶望)의 부르짖음과 내 사랑의 이름을 침묵(沈默)에 넷노라.
63
나는 아직도 사노라! 죽으려던 것이! 나는 아직도 사노라,
64
아아 이것이야 영겁(永劫)의 기적(奇蹟), 끝없는 신비(神祕)가 아니랴.
65
나는 고요히 지금(只今) 적막(寂寞)한 야반(夜半)에 혼자 비노라,
66
이 세상(世上)은 내와는 멀리 떨어져, 평온(平穩)도 하며, 아름다워라.
67
아아 하느님이여, 너는 묘(妙)하게도 또한 고운 것에게 인생(人生)을 주었어라.
68
물거품 위에 남긴 발자취같이 내 설움은 없어졌어라.
69
일찍 나는 설워했노라, 일찍 나는 울었노라,
70
그러나 지금(只今) 내게는 사랑하던 추억(追憶)만 남아있어라.
 
 
 

4. 십일월(十一月)의 전율(戰慄)

72
끄레끄흐
 
73
전율(戰慄)의 시절(時節)이여, 나는 이런 때를 좋아하노라,
74
하늘은 화판(花瓣) 위에 찬 빗방울을 내려 부어라.
75
태양(太陽)은 작은 산(山) 위와, 안개 안에,
76
부금(敷金)한 철괴(鐵塊)와 같이 붉은 빛을 놓아라.
77
이따금 둔(鈍)한 빛만 지내가며 번득이어라,
78
그러나 황혼(黃昏)은 와서 바람은 불어 풀은 붉어라.
79
이러한 때, 가까운 밤에 모든 것은 고요한데,
80
저녁볕에 따라옴은 겨울의 그림자러라.
 
 
 

5. 오후(午後)의 달

82
끄레끄흐
 
83
차차 흰빛을 띄고
84
 가지 틈으로 오르는 달,
85
한 조각의 구름인 듯 가볍게도
86
 아직도 푸른 하늘로 오르며 떠돌아라.
 
 
 

6. 가을은 또다시 와서

88
모레스
 
89
가을은 또다시 와서 다 썩어진
90
 물방아의 옛 못을 낙엽(落葉)으로 덮을 때,
91
바람은 또다시 와서 깨어진 창(窓)틀과
92
 일찍 방아가 돌던 빈 소사(小舍)를 채울 때,
93
나는 또다시 물가에 가서 쉬려노라,
94
해가 오래, 붉은 댕댕이 넉줄이 얽힌 담 벽(壁)을
95
 혼자 기대고, 차고 적막(寂寞)한 수면(水面)에 스러져 가는
96
 내 그림자와 핼금한 해 그늘을 들여다 보려노라.
 
 
 

7. 내 몸을 비(比)하려노라

98
모레스
 
99
죽은 사람에게, 맑은 새암에, 어두운 지평(地平)에,
100
떨어진 꽃에, 빛 변(變)한 잔디에, 썩어 가는 목엽(木葉)에,
101
너울을 만들려고, 푸른빛조차 없는 임중(林中)에 초부(樵夫)가 찍어 놓은 나무에,
102
겨울 안개에, 적막(寂寞)케도 애달픈 많은 자연(自然)에 내 몸을 비(比)기려노라.
103
그러나, 내 몸은 바다와 같아라, 언제나 피어 방향(芳香)을 놓으며
104
 지나가는 때를 아끼지 않고, 모래 위에 흐득여 울면서 거품을 남기고
105
 지나가는 바다와 차라리 내 몸은 같지 않으랴.
 
 
 

8. 가을

107
레니에
 
108
쨍쨍한 여름과, 어스러한 날에,
109
가지에서 가지로 떠도는 바람은
110
 검은 부엉이와 흰 비둘기가 우는
111
 늙은 나무의 가지를 흔들고 있어라.
112
나뭇잎에 방울 돋치는 빗소리의,
113
아름답고도 애달픈 노래는
114
 표박(飄泊)의 몸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115
‘설움’의 흐득이는 울음소리와 같아라.
116
녹색(綠色)에서 황색(黃色), 황색(黃色)에서 홍색(紅色)으로,
117
또는 황금색(黃金色)에서 황금색(黃金色)으로
118
 나뭇가지의 잎들이 늙어갈 때, 나는 느끼노라,
119
가을에서 가을로 흩어져 가는 ‘내 과거(過去)’를.
120
솟아있는 산봉(山峰)에서 산봉(山峰)으로, 수풀의
121
 새빨간 떡갈나무와 새파란 소나무를 흔들며,
122
‘괴로움’과 같이도, ‘바다’와 같이도
123
 부는 바람에는 엄숙한 소리가 숨어 있어라.
 
 
 

9. 황색(黃色)의 월광(月光)

125
레니에
 
126
달빛에 그윽한 방향(芳香)을 놓는 저녁 공기(空氣) 안에,
127
젖은 갈밭에 자는 물의 향기(香氣)가 퍼질 때,
128
한가하게도 포플라 잎 사이로 떠오르는
129
 황색(黃色)의 일광(日光)에 비치어, 긴 하룻날도 넘고 말아라.
130
지지는 듯한 태양(太陽) 아래서 둘이 함께 붉은 땅과
131
 굳은 뿌리를 파면서 우리가 생각하였던가,
132
뜨거운 모래 위에 우리의 걸음이 핏빛의 자취로
133
 남기던 그때에 우리가 생각하였던가.
134
사랑은 희망(希望) 없는 고통(苦痛)에 넘어진 우리의 맘에
135
 그 높은 화염(火焰)을 피웠을 때, 우리가 생각하였던가,
136
우리를 타치던 불이 꺼지고, 재[灰]가 우리의 저녁을
137
 이리도 보드랍게 이리도 살뜰스럽게,
138
젖은 갈밭에 생각 깊은 물의 향기(香氣)에 따라
139
 넘어가는 곱은 오늘 하루가 포플라 잎 사이로
140
 둥글게 떠오르는 황색(黃色)의 월광(月光)에 비치어,
141
한가하게 넘어가리라고, 우리가 생각하였던가.
 
 
 

10. 소송가(小頌歌)

143
레니에
 
144
만일 내가 나의 사랑을
145
 말한다하면
146
 그것은 내가 그 위에 머리를 숙일 때
147
 내 말을 들어주는
148
 저 고요한 물 때문입니다.
149
만일 내가 나의 사랑을
150
 말한다 하면
151
 그것은 나무 사이에서 웃으며 소곤거리는
152
 저 바람 때문입니다.
153
만일 내가 나의 사랑을
154
 말한다 하면
155
 그것은 바람과 함께
156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157
 저 적은 새 때문입니다.
158
만일 내가 나의 사랑을
159
 말한다 하면
160
 그것은 반향(反響) 때문입니다.
161
고적(孤寂)하고도 즐거운 맘으로
162
 만일 내가 무심(無心)의 사랑을 하였다 하면
163
 그것은 그대의 눈 때문입니다.
164
만일 내가 무심(無心)으로 사랑을 하였다 하면
165
 그것은 그대의 보드라움과 진실(眞實) 때문입니다.
166
하고 그것은 그대의 입 때문입니다
167
 만일 내가 진심(眞心)으로 사랑을 하였다 하면
168
 그것은 따스한 그대의 살과 찬 손 때문입니다
169
 마는 지금(只今) 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찾아 돌 뿐입니다.
 
 
 

11. 앓는 장미(薔薇)꽃

171
블레이크
 
172
오오 장미여, 그대는 병(病) 들었어라
173
 몹살스럽게 내리는 폭풍우(暴風雨)의
174
 어두운 밤에 날아다니는
175
 보려도 볼 수 없는 적은 벌레가
176
 깊은 홍색(紅色)의 열락(悅樂) 가득한
177
 그대의 침대(寢臺)를 찾아냈나니
178
 그의 어둡고도 그윽한 사랑 때문에
179
 그대의 목숨은 병(病) 들어 죽게 되었어라.
 
 
 

12. 파리의 노래

181
블레이크
 
182
이리도 적은 파리여
183
 나의 무심(無心)스러운 이 손이
184
 한여름의 그대의 놀음을
185
 휩쓸어 버리게 하나니
186
 그러면 나는 그대와 같은
187
 다만 한 파리가 아니런가
188
 그리고 그대는 나와 같은
189
 다만 한 사람이 아니런가?
190
그러하다 어떤 모를 맹목(盲目)의 손이
191
 나의 나래를 휩쓸어가기까지
192
 나는 춤도 추고
193
 마시기도 하며, 노래도 하노라.
194
만일에 사변(思辨)이라는 것이
195
 목숨도 되고 원기(元氣)도 되며
196
 호흡(呼吸)도 된다면 사변(思辨)이 없음은
197
 죽음밖에는 될 것이 없나니,
198
그러면 나의 이 몸은
199
 삶에서는 죽음에서나
200
 아아 나의 이 몸은
201
 행복(幸福) 가득한 파리러라.
 
 
 

13. 여승(女僧)과 같이 희멀금하여

203
타이랏드
 
204
애달픔에 맘은 흐리어,
205
여승(女僧)과 같이 희멀금하여
206
 달은 그 적막(寂寞)한
207
 흰 생각을 떨어뜨려라.
208
희멀금하여 꿈꾸는 달이여,
209
흔들리는 듯한 저녁하늘에 백합(百合)과 같아라,
210
푸른 오팔[단백석(蛋白石)]의 너의 광휘(光輝)에는
211
 청아(淸雅)로운 수도녀(修道女)의 고움이 있어라.
212
오오 황금색(黃金色)의 달이여, 망각(忘却)을 내리어라!
213
그리고 이 깊은 밤에
214
 볶이는 맘을 위로(慰勞)하여라.
215
다만 하나 하늘에 걸린 백합(百合)의 꽃이여! 아욱꽃이여!
216
너의 화심(花心)에서 금색(金色)의
217
 빛 화분(花粉)을 뿌리어라.
 
 
 

14. 월하(月下)의 표박(漂泊)

219
라오르
 
220
이는 보헤미아의 옛말이어라,
221
깊은 야반(夜半)의 달빛 아래서
222
 얼굴빛은 푸른 표박(漂泊)의 손이
223
 호궁(胡弓)의 줄을 고요히 뜯고 있어라.
224
이때까지도 들린다더라,
225
썩 아름다운 그의 악곡(樂曲)은
226
 조용한 수풀의 그윽한 안에서
227
 소곤거리는 님뿐이어라.
228
나의 사람아, 검은 수풀엔
229
 달빛이 밝아, 때가 왔어라,
230
가서 듣세나, 오늘밤 월하(月下)의
231
 호궁(胡弓)의 곡조(曲調)는 어떠할까나.
 
 
 

15. 오늘 밤도

233
베르날
 
234
오늘밤에도 떠오르는 그대
235
 아아 달이여, 살뜰도 하여라.
236
기쁨 가득한 이 동산 안으로
237
 지금(只今) 왔어라, 내 꿈을 치려고.
238
멀지 않아서 같은 이 동산에
239
 그대 오히려 몇 밤을 새우며
240
 여명(黎明)의 빛이 올라올 때까지
241
 나의 모양을 찾기는 하리라
242
 아아 달이여 그러나 어쩌랴…….
 
 
 

16. 가을의 애달픈 적성(笛聲)

244
에로르
 
245
가을의 애닯은 적(笛)소리가 울어나는
246
 불온(不穩)스러운 황혼(黃昏)의 때,
247
하늘은 눈물을 거두며,
248
젖었던 나무는 떨고 있어라.
249
꽃은 혼자 말라 시들고
250
 저 편(便) 들가로 작은 새들은 날아라,
251
아아 저곳에는 사월(四月)의 꽃도 있어
252
 즐거운 노래가 들리어라.
253
추위를 저어하는 그대는 설어라,
254
희멀금한 얼굴로 떠도는 그대는
255
 소리부터 흐리운 노래를 찾는가.
256
아아 둘이 함께 즐겨듣던 그 노래는
257
 때의 가을, 올 길조차 바이없어라,
258
오늘 이때엔 눈물 가득한 그대의 눈을
259
 어느 날이나 또 한 번 웃으며 바라보랴.
 
 
 

17. 그저롭지 아니한 설움

261
포우손
 
262
그저롭지 아니한 설움은
263
 나의 설은 가슴을 녹여라!
264
아아 명일(明日)만 되면은
265
 우리는 서로 떠나게 되어라,
266
그저롭지 아니한 설음이야
267
 지금(只今) 우리의 온갖이어라.
268
그대여, 거문고를 내어 던지고
269
 타지를 말아라,
270
다만 그대의 머리를 나에게 누이여라,
271
나는 비노니, 곡조(曲調)의 설움이나 기쁨을
272
 타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273
한마디라도 말을 말며,
274
울지도 말아라, 희멀금한 침묵(沈默),
275
그리하고 끊지 아니하는 침묵(沈默),
276
이것으로 하여금 우리를 지배(支配)케 하여라,
277
나는 비노니, 말을 말아라,
278
아아 나는 참을 수가 없어라.
279
오려는 명일(明日)을 잊어버려라!
280
울지를 말아라, 침묵(沈默)의
281
 다만 한 침묵(沈默)의 설움에,
282
그대의 머리를 나에게 눕이어라,
283
오려는 명일(明日)은 잊어버리고
284
 그저 오늘 하루를 보내게 하여라.
 
 
 

18. 적막(寂寞)

286
쉘레
 
287
거칠은 겨울의 마른 가지 끝에는
288
 홀몸의 새, 지아비를 도곡(悼哭)하여라,
289
위에는 몹쓸 바람이 휩싸돌며,
290
 아래엔 엄한(嚴寒)의 천류(川流)가 흘러내려라.
291
옷 벗은 수풀에는 잎이 나 있으며,
292
 얼은 땅 위엔 한 송이 꽃이 나 있으랴,
293
다만 물방아의 소리밖에는
294
 고요하여 들리는 소리 없어라.
 
 
 

19. 새

296
왓손
 
297
새가 나뭇가지에서 노래하지 않을 때,
298
내가 네 노래를 들었고,
299
이 세상(世上)이 겨울이었을 때,
300
너의 몸은 봄철이었다.
301
지금(只今) 이 때, 세상(世上)의 맘은 새롭게
302
 새파란 빛이 생기려 한다,
303
그런데 고요히 소나무 아래에
304
 너의 맘만은 추운 겨울이다.
 
 
 

20. 가을 저녁의 여명(黎明)

306
마리앤
 
307
석양(夕陽)의 광휘(光輝), 아아 태양(太陽)의 이별(離別)이러라
308
 스러져가는 광휘(光輝) 속에 소리가 있어 말하나니
309
“생명(生命) 그대의 생명(生命)의 꽃을 피우려고
310
 암흑(暗黑) 속에 검고 큰 장미꽃을 피우려는
311
 그대의 노래
312
 아아 동경(憧憬)키 쉬운 희멀금한 그대의 노래,
313
이는 분명(分明)한 저녁이러라
314
 그러나 이는 아직 열정(熱情)의 여명(黎明)이러라.
315
석양(夕陽)은 고운 빛을 가진 그대의 눈 안에
316
 고요히 있어라
317
 황혼(黃昏)은 그대의 눈 속에 있어라
318
 그리하다, 그대의 맘속에도 있어라.”
 
 
 

21. 심원(心願)

320
늬유마티
 
321
아아 변(變)키 쉬운 사월(四月) 하늘에 떠도는 빛이여,
322
그 회색(灰色)의 변(變)키 쉬운 눈[眼]을 생각게 말아라.
323
오오 소낙비가 땅에 내릴 때, 빛나는 빗방울이여,
324
나의 흐르기 쉬운 뜨거운 눈물을 생각게 말아라.
325
오오 인적(人跡) 없는 거칠은 땅을 떠도는 바람아,
326
뜻밖에 듣게 되는 설운 말을 생각게 말아라.
327
아아 쓸데없이 차고 흰 바위에 밀어오는 바다여,
328
괴로움만 많은 과거(過去)를 생각게 말아라.
329
오오 봄비에 다사하게 젖은 대지(大地)여,
330
나에게 망각(忘却)의 꽃을 얻게 하여라
 
 
 

22. 가을의 노래

332
프란첼
 
333
몹살스러운 황량(荒凉)과 짝하여
334
 어느덧 내 가을은 찾아왔어라,
335
애달프다, 돋는 해야 빛이나 있으랴,
336
아아 보아라, 남천(南天)은 눈물하나니.
337
끊임도 없이 위혁(威嚇)과 짝하여
338
 회색(灰色)의 구름장은 떠서 돌아라,
339
애달프다, 나는 사뇌(思惱)에 곤비(困憊)했노라,
340
아아 보아라, 의혹(疑惑)은 내 영(靈)을 뚫고드나니.
 
 
 

23. 유랑(流浪) 미녀(美女)의 예언(豫言)

342
에로쉔코
 
343
여보세요 내 사랑의 님이여
344
 들으세요 내 고귀(高貴)의 님이여
345
 유랑(流浪) 소녀(小女)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346
 그리고 그대를 결(決)코 속이지 않지요.
347
소녀(小女)다운 몽상(夢想)과 그리하고
348
 밤의 비밀(祕密)을 나는 잘 알아요
349
 인생(人生)의 행복(幸福)이 어떤지도 알아요
350
 또 사랑의 고통(苦痛)이 어떤지도 알지요.
351
아마 그대는 행복(幸福)이 그대의
352
 진정(眞正)한 운명(運命)인 줄로 알으시고
353
 그리고 미(美)와 사랑이 죽을 때까지
354
 그대와 함께 하여 떠나지 않을 줄로 믿으시지요.
355
그대의 사나이의 사랑이 태양(太陽) 볕 아래서
356
 영구(永久)하게 변(變)치 않을 줄로 믿으시지요
357
 또 영구(永久)의 맘이 달빛 아래서
358
 영구(永久)하게 변절(變節)되지 않을 줄로 믿으시지요.
359
그대는 꼭 그렇게 믿겠지요마는
360
 내 사랑의 그리고 내 고귀(高貴)의 님이여
361
 진정(眞正)한 말을 말하는 나를 믿어주세요
362
 유랑(流浪) 소녀(小女)는 결(決)코 그대를 속이지 않아요.
363
영구(永久)한 사랑과 영구(永久)한 즐거움은
364
 공허(空虛)로운 아름다운 희망(希望)밖에 아니되지요
365
 세상(世上)에는 온갖 것이 달라져요, 하고
366
 세상(世上)에는 모든 것이 지나가지 않아요?
367
사랑하는 사람과 지기(知己)의 벗을 위하여는
368
 가장 설운 때가 오게 됩니다
369
 하여 끊치 않고 애모(哀慕)하는 생각만
370
 젊은 가슴속에 남아 있게 되지요.
371
내 사랑의, 내 고귀(高貴)의 내 님이여
372
 동정(同情)을 받을 만한 내 사람이여
373
 유랑(流浪) 소녀(小女)는 그대를 동정(同情)하기는 합니다,
374
 마는 그대를 도와드릴 수는 없습니다.
375
숙명(宿命)인 죽음을 대항(對抗)할 만한
376
 마술법(魔術法)은 아직까지는 없어요
377
 그리고요, 저주(咀呪) 받은 운명(運命)을 대항(對抗)할 만한
378
 수호법(守護法)은 지금(只今)까지 존재(存在)치 못해요.
379
그래도 잊지 말으시고 기억(記憶)하세요
380
 내 사랑의, 내 고귀(高貴)의 살뜰한 님이여
381
 이 세상(世上)에는 다만 하나 무엇이 있습니다.
382
 그 무엇은 결(決)코 그대를 속이지 않습니다.
383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단도(短刀)지요
384
 그리고 그 다음은 독약(毒藥)이지요
385
 모든 것이 그대를 지워버릴 때에
386
 그것들은 진정(眞正)한 축복(祝福)이 되지요.
387
여보세요, 잊지 말으시고 기억(記憶)하세요
388
 내 사랑의, 내 고귀의 아름다운 님이여
389
 단도(短刀)가 그대의 원수를 갚아드리며
390
 독약(毒藥)이 그대를 거짓하지 아니하지요.
391
내 사랑의, 내 고귀(高貴)의 내 님이여
392
 여보세요 들으셔요 살뜰한 님이여
393
 유랑(流浪) 소녀(小女)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394
 그리고 그대를 결(決)코 속이지 않아요.
395
소녀(小女)다운 몽상(夢想)과 그리하고
396
 맘의 비밀(祕密)도 나는 잘 알아요
397
 인생(人生)의 행복(幸福)이 어떤지도 알지요
398
 또 사랑의 고통(苦痛)이 어떤지도 알지요
 
399
(에스페란토 잡지에서)
【원문】오뇌의 무도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시집〕
▪ 분류 : 근/현대 시
▪ 최근 3개월 조회수 : 50
- 전체 순위 : 109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70 위 / 1857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김억(金億) [저자]
 
  1921년 [발표]
 
◈ 참조
  # 시집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한국 문학 (시집)
목록 참조
 
외부 참조
 
백과사전 으로 가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시 해설   목차 (총 : 8권)   서문     이전 7권 다음 한글 
◈ 오뇌(懊惱)의 무도(舞蹈) (시집)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