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해파리의 노래 (시집) ◈
◇ 2부. 해파리의 노래 ◇
해설   목차 (총 : 9권)   서문     이전 2권 다음
1925년
김억
목   차
[숨기기]
1
2부. 해파리의 노래
 
 

1. 임금과 복숭아

3
임금(林檎)은 그 빛이 새빨갛지요,
4
그리고 복숭아도 그 빛이 새빨갛지요.
5
임금은 속 과육이 희지요,
6
그리고 복숭아는 속 과육이 붉지요.
 
7
여기 임금과, 그리고 복숭아가
8
다같이 새빨갛게 익은 것이 있습니다.
9
그래요, 임금과 같이 새빨갛게 익은 그대의 맘.
10
그리고, 복숭아와 같이 새빨갛게 익은 나의 맘.
 
11
그대는 임금, 그리고 나는 복숭아,
12
둘이 함께 잃어버린 사랑의 혼을 찾읍시다.
 
 

2. 안동현의 밤

14
안동현에 하얀 눈이 밤새도록 내립니다.
15
곱게도 오늘밤은 눈 위에 누워 잠자코 있습니다.
16
볼수록 캄캄한 밤은 볼수록 희여만 집니다.
 
17
안동현에 뽀얀 정(灯)불은 밤 깊도록 깜빡입니다.
18
쿨리[苦力]는 오늘밤도 눈 속에 쌓여 헤매고 있습니다.
19
볼수록 희미한 불은 볼수록 꺼질 듯만 합니다.
 
20
안동현에 소리 없이 내려붓는 눈,
21
안동현에 속도 없이 반득이는 불,
22
안동현에 볼수록 까매지는 밤,
23
내 맘에는 하염없이 눈물집니다.
 
 

3. 눈(2)

25
무겁게도 흐리진 머리털 아래의,
26
회색 구름이 차게도 하늘을 덮은 듯한,
27
향내의 흰 분(粉)에 얼굴을 파묻고 섰는
28
겨울의 아낙네여, 그리고 애인이여.
 
29
떠오르며 흩어지는 연기의
30
쓰러져가는 한때의 옛사랑을
31
무심스럽게도 바라보고 있는
32
담배를 피우는 애인이여, 아낙네여.
 
33
옅은 웃음을 띠우며
34
맘의 찬 입술을 깨물고 있는 애인이여,
35
날은 흐린 어둑한 십일월의
36
고요한 저녁의 아낙네여.
 
37
애인을 버리고 가려는 애인이여,
38
두꺼운 목도리를 둘러 맨 아낙네여.
39
지금은 겨울, 겨울에도 눈 오는 때,
40
맘하여라,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나니,
 
41
하염없이도 땅 위에 내리는 눈,
42
사방과 사방을 둘러싸는 눈,
43
그리하여 눈 속에서 맘과 맘은 잠들었어라.
 
 

4. 별 낚기

45
애인이여, 강으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46
애인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47
어두운 강 위에는 빛나는 별이 반득인다.
48
어두운 거리에는 빛나는 정(灯)불이 반득인다.
 
49
애인이여, 강으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50
애인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51
애인이여, 강 위에서 고요히 별을 낚자.
52
애인이여, 거리에서 고요히 불을 낚자.
 
53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54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55
낚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 낚을 별.
56
잡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 잡을 불.
 
57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58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59
낮이 되면 별은 숨고 만다.
60
낮이 되면 불은 꺼지고 만다.
 
61
애인이여, 너는 밤의 강 위에 빛나는 별.
62
애인이여, 너는 밤의 거리에 빛나는 불.
63
너의 맘은 낚을 것 같으면서도 못 낚을 별.
64
너의 맘은 잡을 것 같으면서도 못 잡을 불.
 
65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66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67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숨을 줄을 모르는 별.
68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꺼질 줄을 모르는 불.
 
 

5. 십일월의 저녁

70
바람에 불리우는
71
옷 벗은 나무 수풀로
72
적은 새가 날아갈 때,
73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떠돌며
74
저녁 해는 고요히도 넘어라.
 
75
고요히 서서, 귀 기울이며 보아라,
76
어둑한 설움[悔恨]은 어두워지는 밤과 함께,
77
안식(安息)을 기다리는 맘 위에 내려오며,
78
빛깔도 없이, 핼금한 달은 또다시 울지 않는가.
 
79
나의 영(靈)이여, 너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80
혼자 머리를 숙이고 쪼그리고 있어라.
 
 

6. 가을(2)

82
쌔듯하고도 적막한 가을,
83
맑고도 어뜩스러운 하늘,
84
힘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한 일광(日光),
85
거울을 씻어놓은 듯한 수면.
 
86
바람결에 사랑과 미움을 노래하는
87
나무와 나무, 그리하고 낙엽과 낙엽.
 
88
혼자 고적하게 남긴 내 맘은
89
참말로 의지할 곳도 없어지누나,
 
90
저것 보아, 태양조차 혼자 떨어져
91
구름 뒤에 숨어서 흐득여 울고 있다.
 
 

7. 실제(失題) (1)

93
즐거운 아침볕은 사람의 위에 빛나며,
94
기쁨의 웃음은 사람의 얼굴에 있어라,
95
모든 것은 이리도 곱게, 이리도 평화롭게
96
하느님의 주신 길을 밟으며 지내가건만,
 
97
아 서러워라, 쥐어뜯고 싶어라,
98
나의 사람이여, 아아 그대여,
99
내 맘에는 한도 없이 눈물 짓나니.
 
 

8. 고적

101
바다에는 얼음이 덮히고
102
대지(大地)는 눈속에 잠들어,
103
가이없는 나의 이 `고적(孤寂)'은
104
의지(依支)할 곳도 없어지고 말아라.
 
105
보라, 서(西)녘 하늘에는
106
눈썹같은 새빨간 반(半)달이
107
스러져들며, 새까만 밤이
108
헤매며 내리지 않는가.
 
 

9. 사계의 노래

110
고운 생각 가득한 나물광주리를 옆에 끼고
111
인생의 첫 이슬에 발을 적시는 봄철의 따님이여,
112
꽃을 피우려는 고운 바람에, 그대의 보드라운
113
가슴의 사랑의 꽃봉우리는 지금 떨고 있어라.
 
114
미칠 듯한 열락에 몸과 맘을 다 잊고 뛰노는
115
황혼의 때아닌 졸음을 그리워하는 여름의 맘이여,
116
행복의 명정(酩酊), 음울(陰鬱)의 생각은 지금 그대를 둘러싸고
117
끝없는 꿈으로 피곤한 ‘인생(人生)’을 곱게 하여라.
 
118
빛깔 없게도 고개를 숙이고, 묵상(黙想)에 고요한 가을이여,
119
냉락(冷落)을 소곤거리는 낙엽의 비 노랫가락은
120
들을 거쳐, 넓다란 맘의 세계에도 빗겨들어,
121
곳곳마다 ‘죽은 맘’의 장사(葬事)에 한갓 분주하여라.
 
122
흰 옷을 입고, 고요히 누웠는 겨울의 베니스 여신이여,
123
건독(乾毒)만 남고, 눈물 흔적조차 없는 너의 눈가에는
124
아무리 잃어버린 애인을 그립게 찾는 비를 띠었어도
125
쓸 데조차 없어라, 한때인 사랑은 올 길이 없어라.
【원문】2부. 해파리의 노래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시집〕
▪ 분류 : 근/현대 시
▪ 최근 3개월 조회수 : 74
- 전체 순위 : 78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39 위 / 1853 작품
지식지도 보기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자료 세분화
 
 
  3. 눈 2
 
  4. 별 낚기
 
 
  6. 가을 2
 
  7. 실제 1
 
  8. 고적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해파리의 노래 [제목]
 
  김억(金億) [저자]
 
  1925년 [발표]
 
◈ 참조
  # 시집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한국 문학 (시집)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시 해설   목차 (총 : 9권)   서문     이전 2권 다음 한글 
◈ 해파리의 노래 (시집)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