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래요, 임금과 같이 새빨갛게 익은 그대의 맘.
10
그리고, 복숭아와 같이 새빨갛게 익은 나의 맘.
12
둘이 함께 잃어버린 사랑의 혼을 찾읍시다.
15
곱게도 오늘밤은 눈 위에 누워 잠자코 있습니다.
16
볼수록 캄캄한 밤은 볼수록 희여만 집니다.
17
안동현에 뽀얀 정(灯)불은 밤 깊도록 깜빡입니다.
18
쿨리[苦力]는 오늘밤도 눈 속에 쌓여 헤매고 있습니다.
19
볼수록 희미한 불은 볼수록 꺼질 듯만 합니다.
27
향내의 흰 분(粉)에 얼굴을 파묻고 섰는
40
맘하여라,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나니,
43
그리하여 눈 속에서 맘과 맘은 잠들었어라.
45
애인이여, 강으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46
애인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47
어두운 강 위에는 빛나는 별이 반득인다.
48
어두운 거리에는 빛나는 정(灯)불이 반득인다.
49
애인이여, 강으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50
애인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은 밤, 낚아질 때다.
51
애인이여, 강 위에서 고요히 별을 낚자.
53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54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55
낚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 낚을 별.
56
잡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 잡을 불.
57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58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61
애인이여, 너는 밤의 강 위에 빛나는 별.
62
애인이여, 너는 밤의 거리에 빛나는 불.
63
너의 맘은 낚을 것 같으면서도 못 낚을 별.
64
너의 맘은 잡을 것 같으면서도 못 잡을 불.
65
애인이여, 지금은 밤, 강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66
애인이여, 지금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67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숨을 줄을 모르는 별.
68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꺼질 줄을 모르는 불.
76
어둑한 설움[悔恨]은 어두워지는 밤과 함께,
77
안식(安息)을 기다리는 맘 위에 내려오며,
78
빛깔도 없이, 핼금한 달은 또다시 울지 않는가.
79
나의 영(靈)이여, 너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84
힘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한 일광(日光),
95
모든 것은 이리도 곱게, 이리도 평화롭게
110
고운 생각 가득한 나물광주리를 옆에 끼고
111
인생의 첫 이슬에 발을 적시는 봄철의 따님이여,
112
꽃을 피우려는 고운 바람에, 그대의 보드라운
113
가슴의 사랑의 꽃봉우리는 지금 떨고 있어라.
114
미칠 듯한 열락에 몸과 맘을 다 잊고 뛰노는
115
황혼의 때아닌 졸음을 그리워하는 여름의 맘이여,
116
행복의 명정(酩酊), 음울(陰鬱)의 생각은 지금 그대를 둘러싸고
117
끝없는 꿈으로 피곤한 ‘인생(人生)’을 곱게 하여라.
118
빛깔 없게도 고개를 숙이고, 묵상(黙想)에 고요한 가을이여,
119
냉락(冷落)을 소곤거리는 낙엽의 비 노랫가락은
120
들을 거쳐, 넓다란 맘의 세계에도 빗겨들어,
121
곳곳마다 ‘죽은 맘’의 장사(葬事)에 한갓 분주하여라.
122
흰 옷을 입고, 고요히 누웠는 겨울의 베니스 여신이여,
123
건독(乾毒)만 남고, 눈물 흔적조차 없는 너의 눈가에는
124
아무리 잃어버린 애인을 그립게 찾는 비를 띠었어도
125
쓸 데조차 없어라, 한때인 사랑은 올 길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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