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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의 노래 (시집) ◈
◇ 8부. 황혼의 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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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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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부. 황혼의 장미
 
 

1. 실제(失題) (3)

3
내 귀가 님의 노랫가락에 잡혔을 때에
4
그대가 고운 노래를 내 귀에 보내었습니다,
5
만은 조금도 그 노래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6
내 눈이 님의 맘의 꽃밭에서 노닐 때에
7
그대가 그대의 맘의 꽃밭으로 오라고 하였습니다,
8
만은 조금도 그 맘의 꽃밭은 보이지 않습니다.
 
9
내 입이 님의 보드라운 입술과 마주칠 때에
10
그대가 그대의 보드라운 입술로 불렀습니다,
11
만은 조금도 그 입술은 닫혀지지 않았습니다.
 
12
내 코가 님의 스며나는 향내에 취하였을 때에
13
그대가 그대의 스며나는 향내를 보내었습니다,
14
만은 조금도 그 향내는 맡아지지 않았습니다.
 
15
내 꿈이 님의 무릎 위에서 고요하였을 때에
16
그대가 그대의 무릎 위로 내 꿈을 불렀습니다,
17
만은 조금도 그 꿈은 깨지를 못하였습니다.
 
18
지금 내 맘이 깨어 두 번 그대를 찾을 때에는
19
찾는 그대는 간 곳이 없고 님만 남아 있습니다,
20
아아 이렇게 나의 살림은 밤낮으로 이어졌습니다!
 
 

2. 사랑의 때

22
첫째.
23
어제는 자취도 없이 흘러갔습니다,
24
내일도 그저 왔다가 그저 갈 것입니다,
25
그러고, 다른 날도 그 모양으로 가겠지요,
26
그러면 내 사람아, 오늘만을 생각할까요.
 
27
즐거운 때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28
고운 웃음도 잠깐 동안의 꽃이지요.
 
29
때는 한동안 기쁨의 꽃을 피웠다가는
30
두르는 동안에 그 꽃을 가지고 갑니다,
31
곱고도 설건마는 때의 힘을 어찌합니까,
32
그러면, 내 사람아, 오늘만을 생각할까요.
 
33
즐거운 때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34
고운 웃음도 잠깐 동안의 꽃이지요.
 
35
둘째.
36
물은 밤낮으로 흘러내리고
37
산은 각각(刻刻)으로 무너집니다,
38
세상의 곱다는 온갖 것들은
39
나날이 달라지며 사라집니다.
40
그러면, 내 사람아, 우리는
41
사랑과 함께 춤을 출까요.
 
42
아름다운 이 세상의 사랑에
43
몹쓸 때가 설움의 종자를 뿌립니다,
44
이 종자의 움을 따서 노래 부르면
45
도리어 사랑을 모르던 옛날이 그립습니다.
 
46
그러면, 내 사람아, 우리는
47
사랑도 그만두고 말까요.
 
 

3. 때

49
때의 흐름으로 하여금
50
흐르는 그대로 흐르게 하여라,
51
격동(激動)도 시키지 말며,
52
또한 항거(抗拒)도 말고
53
그저 느리게, 제 맘에 맡겨
54
사람의 일 되는
55
설움의 골짜기로 숨어 흘러
56
기쁨의 산기슭을 여돌아,
57
넓다란 허무(虛無)의 바다 속으로
58
소리도 없이 고요히 흐르게 하여라.
59
그리하고 언제나
60
제 맘대로 흘러가는 ‘때’ 그 자신으로 하여금
61
너의 앞을 지나게 하여라.
 
 

4. 죽은 기억(記憶)

63
언제나 어두운 그늘 속에서
64
쪼그리고 앉아선 머리를 숙이고
65
고요도 하게 하염없는 생각에 잠겼는
66
옛날의 서러운 기억.
 
67
좀도적놈처럼 삼가는 발걸음으로
68
살짝 와서는 잠잠한 맘 위에
69
지나간 그날의 먼지와 바람을
70
일으켜 놓고는 살짝 없어지는 기억.
 
71
오늘도 해는 넘어, 가까워오는 어둠의
72
넓다란 하늘에 별 눈이 하나 둘 열릴 때,
73
어둑스러운 흐릿한 맘의 구석에서
74
혼자서 살짝살짝 걸어오는 그 기억.
 
75
갔다가는 오고, 왔다가는 가는,
76
(이렇게 해를 몇 번이나 거듭했노!)
77
머나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옛 꿈의
78
서러운 기억의 기억!
 
 

5. 낙엽(落葉)

80
산산한 게, 몸이 오싹 떨리지.
81
지금 추억만은 우리의 동산은
82
달빛에 비치어 은색에 싸였다
83
자, 내 사람아, 동산으로 가자.
 
84
갈바람은 솔솔 스며들지.
85
나뭇잎에 비가 내려붓는다,
86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87
어린 꿈의 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88
옷을 새빨갛게 벗기운 포플러는
89
바람결이 휙 하고 지날 때마다
90
검은 구름이 덮인 하늘을 향하고
91
아직도 오히려 새봄을 빌고 있다.
 
92
오오, 내 사람아, 가까이 오렴,
93
지금은 가을, 흩어지는 때
94
흩어지는 낙엽의 우리의 소리를 듣자,
95
명일(明日)이면 눈도 와서 덮이겠다.
 
96
가을을 만난 우리의 사랑,
97
겨울을 맞을 우리의 꿈,
98
열정이나 식기 전에 더운 키스로
99
오늘의 이 밤을 새워보자.
 
 

6. 전원(田園)의 황혼(黃昏)

101
집이면 집마다 떠오르는 연기,
102
서녘 하늘에는 곱게도 물들인 붉은 구름,
103
공중으로 올라서는 헤매며 사라질 때,
104
나뭇가지에서는 비둘기가 울고 있어라.
 
105
안개는 숲속에서 생기는 듯이 스며서는
106
조는 듯 고요한 넓은 들을 덮으며,
107
어두워가는 밤 속에서 새 꿈을 맺으려는
108
촌락에는 들벌레 소리가 어지러워라.
 
109
이러하여 핼금한 둥근 달이
110
하염없는 곤피(困疲)의 걸음을 이을 때,
111
나무 아래에는 시비(是非)도 없는 농인(農人)의 간담(間談),
112
저 산기슭의 교회당에서는 찬송의 노래,
 
113
깊어만 가는 밤에는 이것밖에
114
아무 것도 들림 없이 고요하여라.
 
 

7. 상실(喪失)

116
가을의
117
샛말간 하늘에
118
한 조각의 검은 구름이
119
무슨 일이나 생긴 듯이,
120
떠가다가는 사라지고
121
스러졌다가는 뜨고는 한다.
 
122
고요한 나의 밤바다의
123
고요한 한복판에는
124
이름 모를 무엇이
125
무슨 일이나 생긴 듯이,
126
구슬프게도 다만 혼자서
127
잔 물살을 내이고 있다.
 
 

8. 봄은 와서

129
봄은 와서,
130
창 앞에 뜰에는 속살거리는 병아리 소리,
131
문 앞에 밖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
132
집 뒤의 산에는 벙벙하는 후투티 소리,
133
먼 산에는 아지랑이가 보이 하여라
 
134
봄은 와서,
135
돌돌 흐르는 냇물의 소리,
136
철석거리는 빨래의 마치 소리,
137
살살 부는 보드라운 바람 소리,
138
하늘에는 따사한 해가 떴어라.
 
 

9. 유월의 낮잠

140
유월의 뜨거운 낮볕은
141
남김없이 밝을 때,
142
감겨 오는 눈에는
143
푸른 하늘이 오락가락하여라.
 
144
수풀 밖의 벌레소리는
145
희미하게도 들리며
146
말 없는 때는 가기만 하여
147
낮잠은 끝없이 깊어져라.
【원문】8부. 황혼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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