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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의 노래 (시집) ◈
◇ 9부. 북방의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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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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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부. 북방의 소녀
 
 

1. 북방(北邦)의 따님

3
맑은 물결 흘러드는 황포(黃浦)의
4
고요한 바닷가에 목숨을 받아,
5
푸른 언덕의 어린 풀잎 아래서
6
남모르게 나는 자라난 따님이노라.
 
7
떠도는 갈매기의 높게도 노래하는
8
높았다 낮았다 물결치는 벼랑가의
9
바람에 나부끼는 해당화의 향 꽃 아래서
10
어린 꿈을 혼자 깔고 누웠던 따님이었노라.
 
11
빛나던 새벽별이 이지러지며,
12
첫 봄철의 아침볕이 곱게 빛날 때,
13
돋아나는 잔 풀밭의 첫 이슬을 밟으며
14
어린 나물과 피어나는 꽃도 뜯었노라.
 
15
거칠은 곡조를 번갈아 바꾸어 부르며
16
양인 듯 무리지어 다니는 흰 돛의 배를
17
이른 아침 늦은 저녁에 혼자 보면서
18
즐거운 내 여름을 꿈으로 보내었노라.
 
19
아름다운 세상의 아름다운 가슴에는
20
아름다운 따님의 설움도 숨어 있어라.
21
고요한 늦은 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22
동무 찾는 내 노래야 섧지 않으랴.
 
23
애닯기도 하여라 북방의 겨울이여,
24
바다는 얼어붙어 물결이 끊기고
25
흰 눈은 내려 푸른 풀밭을 덮어서
26
한때 한철의 즐거움은 자취조차 없어라.
 
27
목숨은 짧으나 사랑은 길어라,
28
흰 옷에 검은 머리 드리운 나의 이 몸은
29
언제 벌써 이 세상의 아름다운 사랑에
30
얄밉게도 목숨과 맘을 바치고 말았어라.
 
31
사람아, 누가 고운 따님의 가슴을 알으랴,
32
살기도 사랑으로 죽기도 사랑으로,
33
처음과 끝을 한길 같은 사랑의 목숨에
34
매달리어 죽으려는 참맘을 누가 알으랴.
 
35
사람아, 누가 꿈에나마 알 수 있으랴,
36
하늘 눈을 울리어 눈물 짓는 사나이의
37
흐르는 맘은 때때마다 달라지지 않는가,
38
아아 믿지 말아라. 사랑을 말아라.
 
39
맑던 하늘은 갑자기도 흐리어,
40
뜻도 아닌 소낙비는 땅을 덮게 되어라,
 
41
아아 따님아, 웃으면서 우는 따님아,
42
맑은 하늘인 맘을 믿으려고 말아라.
 
43
넘어가는 저녁볕이 구름을 붉히는
44
가을의 소곤거리는 바람이 하소연할 때,
45
남녘 서울로 멀리 떠난 나의 벗에게
46
얼마나 고요케도 나의 꿈을 보냈노.
 
47
어디나 한길같이 쌓인 같은 흰 눈에
48
영구히 깊이 잠든 맘의 그믐밤,
49
생각은 있어 비록 날아간다 하여도
50
아아 북방의 외로운 따님의 가슴이야 어찌하랴.
 
51
생각에서 생각으로 빗기어 나는
52
뜨겁고도 곱다란 곡조는 있으나
53
그것을 그려낼 말과 글은 없어,
54
내 가슴의 곡조에 울어줄 반향(反響)은 바이없어라.
 
55
맑은 물결 흘러드는 황포(黃浦)의
56
고요한 바닷가에 목숨을 받아,
57
푸른 언덕의 어린 풀잎 아래서
58
남모르게 나는 자라난 따님이노라.
 
 

2. 유랑(流浪)의 노래

60
흐름에 따라 돈다 땅 끝에서 땅 끝에
61
구름길 자취 없다 떠도는 외손,
62
갈바람 살살 불어 벌레 소리 애닯다,
63
생각은 끝이 없다 오늘과 내일.
 
64
바람에 따라 돈다 가람에도 뭍으로
65
빈 들은 쓸쓸하다 홀몸의 외손,
66
먼 앞길 해는 넘어 종소리가 들린다,
67
생각은 끝이 없다 아침과 저녁.
 
68
흐름에 따라 돈다 땅 끝에서 땅 끝에
69
하늘에 별 빛난다 떠도는 외손,
70
풀밭에 꿈을 펴매 이 세상은 쓸쓸타
71
생각은 끝이 없다 긴 밤과 대낮.
 
72
바람에 따라 돈다 가람에서 뭍으로
73
몸 하나 바람 없다 홀몸의 외손,
74
죽으면 남음 없어 때바퀴는 빠르다,
75
생각은 끝이 없다 죽음과 삶.
 
 

3. 난홈의 노래 (나눔의 노래)

77
이 위엔 제 운명의 지배를 따라
78
없어진 과거 꿈을 좇으려 말고
79
맘 한 바 새 생애(生涯)에 새 길 잡으라,
80
한없는 먼 앞길에 난홈은 섧다.
 
81
이 위엔 제 운명의 지배를 따라
82
애닯은 눈물만을 흘리려 말고
83
가슴과 가슴 맺자 앞길 걸으라,
84
한없는 먼 앞길에 난홈은 섧다.
 
85
이 위엔 제 운명의 지배를 따라
86
아끼는 소 매노라 때는 흐르매
87
난홈아 저녁볕에 옛날 어디랴,
88
한없는 먼 앞길에 난홈은 섧다.
 
89
이 위엔 제 운명의 지배를 따라
90
라인은 프름하라 때는 흐르매
91
만남아 어느 편인가 다시 잊으랴,
92
한없는 먼 앞길에 난홈은 섧다.
 
 

4. 망우(亡友)

94
― S.W 군(君)의 영(靈)에게
 
95
그대는 암만해도 올 길 없어라,
96
그대는 암만해도 돌아가셨다,
97
그대는 몸이 죽어 올 길 없어라,
98
그대는 고요하게 돌아가셨다.
 
99
그대의 덥게 타던 가슴의 생각,
100
그대의 희멀금한 병색(病色)의 얼굴,
101
지금은 사라지어 듣기 어렵고,
102
지금은 깊이 묻혀 볼 길 없었다.
 
103
흘려도 닿지 않는 두 눈의 눈물,
104
돌아봐도 닿지 않는 옛날의 생각
105
그대는 그러나마 잊지 않으매,
106
그대는 그러나마 알지 못하매.
 
107
물같이 때바퀴는 흘러가는데,
108
물같이 세상 맘은 잊어 가는데,
109
그대여, 깊은 잠에 고요하여라,
110
하늘아, 그의 영(靈)에 은혜 하여라.
 
 

5. 삼 년의 옛날

112
봄철의 아지랑이 끼여 오를 때
113
옅푸른 어린 풀을 함께 밟으며
114
달콤한 첫사랑에 몸을 잊음도
115
어느덧 해를 모아 삼년이러라.
 
116
아카시아 아래의 그대 무릎에
117
누워선 끝없는 꿈 길이 맺으며
118
내 세상의 웃음을 서로 바꿈도
119
어느덧 해를 모아 삼년이러라.
 
120
햇볕에 낯을 붉힌 내리는 낙엽
121
함께 앉아 옛 기억을 속에 그리며
122
사랑의 가을날을 서러워한 것도
123
어느덧 해를 모아 삼년이더라.
 
124
때 아닌 가을바람 멍에 하여서
125
애닯게도 이별을 맘 아파하며
126
뜬 기약의 만남을 속삭인 것도
127
어느덧 해를 모아 삼년이러라.
 
128
파리한 그대 얼굴 꿈에 보고는
129
이향(異鄕)의 겨울밤을 앉아 새우며
130
유리(流離)의 쓰린 몸을 탄식한 것도
131
어느덧 해를 모아 삼년이러라.
 
 

6. 무덤

133
꽂은 꽃이야 곱건 말건
134
붓는 눈물이야 덥건 말건
135
깊이도 자는 이의 가슴에야
136
느낄 줄이나마 있으랴.
 
137
하늘빛이야 밝건 말건
138
돋는 해야 따스하건 말건
139
곱게도 잠든 이의 가슴에야
140
이런 생각이나마 있으랴.
 
141
가신 이가 잠자게 누웠고
142
가려는 이 또한 모르거니,
143
무덤에서 스며 흐르는
144
곱다란 설움만 예나 이제나.
 
145
있다는, 산다는 모든 것들은
146
한결같이 그대의 팔에 안기어
147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철마다
148
분노(憤怒)와 즐거움도 없이 잠잠하리.
 
149
벗이여, 젊음에 뛰노는 벗이여,
150
울다 남은 눈물이 아직도 남았는가,
151
지금 때는 때를 따라 어두워지어,
152
늙음의 저녁은 차차 가까워 오나니.
 
 

7. 봄의 선녀(仙女)

154
꺾일 줄 모르는 회색의
155
깊은 안개에 잠겼는,
156
또는 볕도 없는 흐림의
157
그윽한 음울(陰鬱)의 날에,
 
158
내를 피우며 먼 미지(未知)의 나라로
159
오는 꽃수레의 구르는 소리에
160
하늘은 울며 땅은 흔들리어
161
가만히 푸른 길이 지어질 때,
 
162
아름다운 볕과 고운 꿈은
163
흐득이는 분수(噴水)의 맑은 곁에,
164
님프는 꽃밭에서 헤매이며
165
어린 양(羊)은 판신(神)과 함께 놀아라.
 
166
때소리의 긴 빗기움에
167
따스한 맘을 다같이 모아,
168
발 가에 엎드려 소곤거리나니,―
169
봄의 선녀(仙女), 평화의 님이여.
 
 

8. 악성(樂聲)

171
울려 나오는 악성(樂聲)의
172
느리고도 짧은
173
애닯은 곡조에
174
나의 사라진 옛 꿈은
175
그윽하게 살아
176
내 가슴 아파라.
 
177
설움 가득한 악성(樂聲)의
178
빠르고도 더딘
179
애닯은 곡조에
180
뒤숭숭한 그 생각은
181
고요하게 와서
182
내 눈물 흘러라.
 
183
가슴 울리는 악성(樂聲)의
184
넓다랗고 좁은
185
애닯은 곡조에
186
스러져가는 내 영(靈)은
187
새롭게 눈뜨며
188
그윽히 웃어라.
 
189
스며 흐르는 악성(樂聲)의
190
높다랗고도 낮은
191
애닯은 곡조에
192
푸른 위안(慰安)의 바람이
193
한가롭게 불며
194
거리를 돌아라
 
 

9. 나의 이상(理想)

196
그대는 먼 곳에서 반득거리는
197
내 길을 밝혀주는 외로운 빛,
198
한줄기의 적은 빛을 그저 따르며
199
미욱스럽게도 나는 걸어가노라.
 
200
그대가 있기에 쉼도 없고
201
그대가 있기에 바람도 있나니,
202
아아 나는 그대에게 매달리어
203
티끌 가득한 내 세상에서 허덕이노라.
 
204
나는 아노라, 그대의 꽃에는
205
목숨의 흐름이 무늬 고운 물결을 짓는
206
아름다운 봄날의 꽃밭 속에서
207
화평(和平)의 꿈이 웃음으로 맺어짐을.
 
208
나의 발은 피곤에 거듭된 피곤,
209
나의 가슴에는 가득한 새까만 어두움!
210
아아 그대 꽃 없다면, 나의 몸이야
211
어떻게 걸으며 어떻게 살으랴.
 
212
아아 애닯아라, 그대의 꽃은
213
한 끝도 없는 머나먼 지평선 끝!
214
그러나, 나는 그저 걸으려노라,
215
눈 먼 새 외동무를 따라가듯이.
【원문】9부. 북방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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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무덤
 
 
  8. 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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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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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억(金億) [저자]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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