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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의 노래 (시집) ◈
◇ 6부. 반월도(半月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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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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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부. 반월도(半月島)
 
 

1. 밤의 대동강가에서

3
나의 발 가에서
4
작은 노래를 놓으며 흘러가는
5
대동강의 밤의 고요한 물은,
6
흘러가는 때와도 같이, 소리 없어라.
 
7
강 위에 떠도는 등불의
8
붉게도 희미도, 푸르게도 빛나는
9
놀잇배의 취한 손의 뒤설레는 소리는
10
피곤한 기녀(妓女)의 무심한 수심가(愁心歌)와 함께 빗겨 들려라.
 
11
쳐다보면 위에는 아득하게도 검은 하늘,
12
내려다보면 아래엔 희게도 번득이는 강물,
13
밤은 나의 위에도 있으며, 아래에도 있어,
14
온갖 세상의 갖가지 습속만이 멀어져라.
 
 

2. 강가에서

16
실버드나무 가지에 새눈이 돋아나오며,
17
해죽해죽 웃으며 흐르는 강(江)물에 씻기우는
18
강(江) 두던에는 새 봄의 기운(氣運)이 안개같이 어리울 때,
19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20
넘어가는 새빨간 핏빛의 저녁 노을이,
21
늦어가는 소녀(少女)의 나물 광주리에서 웃으며,
22
꿈을 잃은 늙은이의 가슴을 덮어 비추일 때,
23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24
악조(樂調)의 고운 꿈길이 두 번 보드라운 바람을 따라,
25
저멀리 먼 바다를 건너 새 방향(芳香)을 놓는 이 때,
26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27
밤이면 밤마다, 날이면 날마다 노래 부르며,
28
물결의 기억(記憶)이 흰 모래밭을 숨어드는 이 때,
29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3. 기억은 죽지도 않는가

31
얼을 뽑아내는 낙열(樂悅)의
32
썩 깊은 악곡(樂曲)에도 오히려 ‘외로움’은
33
쉬지 않고 삼가는 발소리로 머릿속을 오가나니,
34
아아 이는 그대를 잃은 옛 조기(調記)인가.
 
35
문득스럽게도 생겨난 사랑과 기쁨의
36
문득스럽게도 자취도 없이 쓰러져 없어진,
37
바람결에 좇아다니는, 그 기억의 곡조는
38
때의 봄철, 흐르는 강물과도 같게,
39
아양스럽게도, 애처롭게도 살뜰하게도
40
또다시 지나간 ‘맘’을 붙잡고 흐득이나니,
41
아아 이는 그대를 잃은 옛 곡조런가.
 
42
만일에 이 곡조를 설은 기억이라면
43
설은 기억의 곡조는 죽을 줄도 모르는가.
 
 

4. 내 세상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45
혼자서 능라도(綾羅島)의 물가 두던에 누웠노라면
46
흰 물결은 소리도 없이 구비구비 흘러내리며,
47
저 멀리 맑은 하늘, 끝없는 저 곳에는,
48
흰구름이 고요도 하게 무리무리 떠돌아라.
 
49
물결과 같이 자취도 없이 스러지는 맘,
50
구름과 같이 한가도 하게 떠도는 생각.
51
내 세상(世上)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52
어제도 오늘도 흘러서 끝남 없어라.
 
 

5. 삼월에도 삼짇날

54
잎 피고 꽃 열리려는 때가 되거든
55
꽃의 서울, 환락의 평양을 잊지 말아라,
56
잔잔한 대동강 위에는 떠노는 기러기,
57
능라도(綾羅島)에는 새움을 돋히는 실버드나무의.
 
58
보아라, 모란봉(牧丹峯) 가의 소나무 아래에는
59
삼가는 듯이 소근거리는 모란꽃 같은 말이
60
애인과 애인의 입술로 숨어 헤매지 않는가.
 
61
오늘은 삼월에도 첫 삼짇날,
62
강남의 제비도 옛길을 안 잊고 오는 날,
63
애인의 첫 삼짇날은 인세(人世)뿐만이 아니여.
64
(보아라, 공중에도 떠도는 애인의 첫 삼질!)
 
 

6. 기억(記憶)

66
그러하다, 인생은 기억, 기억은 잔회(殘灰)의
67
쓸 데도 없는 지나간 꿈은 지금 와서
68
나의 불서러운 이 몸을 붙잡고
69
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70
그러하나, 지금 나의 이 몸에 매달려,
71
그윽하게도 삼가는 듯하게도
72
저, 지나간 옛날의 한때의 꿈은
73
흐득여 울며, 나더러 돌아가라 하여라.
 
74
그러면 나는 이르노니,
75
인생은 꿈, 꿈은 망각의 바다에서
76
스러져 자취조차 없어질 그것이라고,
77
가을 지고, 겨울 와서 해조차 바뀌는 때의.
 
 

7. 별후(別後)

79
그대의 흐득여 우는 소리에 따라 나오는
80
무거운 그 말은 잊을 수가 바이없어,
81
서럽게도 외롭게 빗겨 울기는 하여라,
82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83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84
하룻날의 길거리에 핼금하여진 황혼의
85
빛깔도 없는 수풀 속에서 옛 깃을 찾으며,
86
아득이며 도는 소조(小鳥)와 같이 맘이 볶이기는 하여라,
87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88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89
지금 그대는 내 곁을 떠나 잊지 않으매,
90
그대의 무거운 말만이 가슴에 숨어들어
91
지나간 날의 옛 곡조가 노래하기는 하여라,
92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93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8. 가을(3)

95
그저 가을만은
96
돌아가신 옛 님의 생각처럼,
97
살뜰하게 가슴 속에 숨어들어라.
 
98
지금이야 야릇하게도 웃음을 띤 눈이나
99
핼금하게 파리한 가엾은 그 얼굴과,
100
하얗게도 병적(病的)의 연약한 손가락이나마,
101
그나마 다 잊혀지고, 남은 것이란
102
살뜰하게도 잊지 못할 달큼한 생각뿐.
 
103
살뜰하게도 못 잊을 그 생각만은
104
없어져 다한 옛 꿈을 쫓는 듯이도,
105
날카로운 ‘뉘우침’의 하얀 빛과
106
어둑하게도 모여드는 ‘외로움’을
107
하소연한 맘속에 부어 놓을 뿐.
 
108
그저 가을만은
109
가신 님의 옛 생각처럼,
110
못 잊게도 가슴 속에 숨어들어라.
【원문】6부. 반월도(半月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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