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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몹시 마음이 착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 안 씨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착하고 인정이 많은 그만큼 복이 많아서 어떻게 큰 부자였는지, 그 가진 보물이라든지, 날마다 흔히 쓰는 돈이든지, 크고 훌륭한 집이든지, 그 무엇이든지 그 나라 임금님보다도 더 굉장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한 백성에 지나지 못하는 사람이 임금님보다도 덕이 많고 복이 많아서, 잘 차리고 산다는 것이 임금님 마음에 괘씸스럽고 밉게 생각되어서, 어떻게 하면 그 놈을 없애 버리고 그 많은 재산을 모두 빼앗아 버릴까 하고 여러 가지 꾀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어코 한 꾀를 내어가지고, 하루는 벼슬하는 사람들을 보내서 그 마음 착한 안 씨를 잡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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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나쁜 일 한 것도 없고, 꿈에도 죄를 진 일이 없이, 별안간에 영문 모르고 붙잡혀 온 안 씨는 정신 잃고 엎드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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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호령을 하므로 아무 죄도 없습니다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대답하면 더 야단맞을까 겁나서 그저 죽은 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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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정성으로 빌었습니다. 그러니까 비는 소리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죽일 놈 살릴 놈’하고 야단 야단하더니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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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네 집에는 천냥이 많아서 이 세상에 없는 것이 없다 하니, 내가 가져오라는 선물 한 가지를 가져와야지 네 목숨을 살려 주지, 그렇지 못하면 네 목을 베어 바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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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안 씨는 선물 한 가지만 가져오면 살려준다는 말만 다행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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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무엇이든지 그저 가져오라시는 대로 가져올 터이니 살려만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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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오늘부터 사흘 안으로, 낮도 밤도 아닌 때, 옷 아닌 옷을 입고, 말 아닌 말을 타고, 선물 아닌 선물을 가지고 오너라. 만일 사흘 안으로 그대로 시행하지 못하면 네 목을 베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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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라도 하지 못할 일이라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안 씨는 얼굴이 파래져서 악을 쓰는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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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나를 지금 당장 죽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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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때는 벌써 임금님은 궁전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거기 있지 아니하였습니다 . 안 씨는 그만 다 죽은 사람처럼 기절하여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을 여러 사람들이 간신히 메어다가 자기 집에다 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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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사흘만 지나면 주인의 목이 베어지겠으니 그 큰 집안이 초상난 집처럼 곡성이 진동하고, 또 그 소문을 듣는 사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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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임금님이 억지의 일이지, 낮도 밤도 아닌 때가 어디 있으며, 옷이 아닌 옷은 어디 있고, 말 아닌 말이 무어고, 선물 아닌 선물은 어디 있단 말이오. 하느님더러 가져오라면 가져올 듯싶단 말이오. 그렇게 죽이고 싶거든 차라리 그냥 죽여 버리는 것이 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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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들 모두 안 될 일이라 생각하고, 안 씨가 죽게 된 것을 슬퍼하였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울며불며 난리난 집 같은데, 안 씨는 이틀 지난 뒤에 그냥 들어가서 목을 베어 달라고 하기로 결심하고 음식도 자시지 않고 죽은 듯이 누워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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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지나고, 그 이튿날이 또 지나고, 다음 다음 날 아침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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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날만 지나면 안 씨는 죽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아침에, 안 씨의 외딸 열세 살 된 소녀가 자기 방에서 튀어나와서 아버님 방으로 뛰어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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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제가 이틀 동안 그 생각을 하다가 이제 좋은 꾀를 생각하였사오니, 아버지께서는 인제 염려 마시고 일어나셔서 기운을 차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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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귀신도 행하지 못할 어려운 문제를 열세 살 먹은 소녀가 어떻게 해결하였겠습니까? 이 이야기의 끝을 듣기 전에(책장을 덮고) 생각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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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그 날 저녁때 대궐 임금님 앞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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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대신에 소녀가 온 것을 용서하신다면 가지고 온 것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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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마. 제일 첫째, 너는 낮도 밤도 아닌 때, 옷 아닌 옷을 입고, 말 아닌 말을 타고 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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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금 해가 막 졌으니 낮은 아니요, 아직 어둡지 아니한 황혼시이오니 낮도 밤도 아닌 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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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것은 맞았다. 옷 아닌 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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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그물을 휘감고 왔으니, 그물이 옷은 아니로되 몸을 가렸으니 옷 아닌 옷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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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것도 맞았다. 또 그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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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제가 타고 온 것을 보십시오. 노마(당나귀)를 타고 왔으니, 말은 아니로되 역시 말의 한 종류니 말 아닌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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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것 참 신통하게 생각했구나! 그래 이젠 정작 선물 아닌 선물을 가지고 왔느냐? 선물 아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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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생각에는 다른 것은 다 잘 했어도, 선물 아닌 선물이야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것은 못 가져왔으리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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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임금님의 앞으로 바짝 나서서, 무언지 손아귀에 쥔 것을 임금님 손에 꼭 쥐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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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꼭 받으셔요. 자아, 이젠 분명히 받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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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은 무언지 조그만 것을 손 속에 받아 들고 속으로, ‘이것이 무엇일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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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받긴 받았다. 그러나 선물 아닌 선물인지 이제 보아야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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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그 손에 받아든 것을 펴 보았습니다. 손을 펴니까 손 속에 있던 것이 별안간에 후루룩 하늘로 날아 달아나므로 깜짝 놀라 쳐다보니까 조그마한 새새끼였습니다. 임금님이 하도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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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선물 아닌 선물이지요. 갖다 드렸으니, 선물은 선물이오, 달아나고 말았으니 선물이 아닌즉, 그것이 선물 아닌 선물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이젠 우리 아버지는 살려 주실 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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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그거 신통하다! 살려 주고말고, 너같이 신통한 사람의 아버지를 안 살려 주겠니? 허 참, 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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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기뻐서 좋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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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안 씨를 곧 청하여 자기가 잘못하였노라 사과하고 그 소녀와 자기의 아들 왕자와 혼인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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