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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계월전(洪桂月傳) ◈

해설본문 
1
각설. 대명(大明) 성화(成化)년간에 형주(荊州) 구계촌(九桂村)에 한 사람이 있으되, 성은 홍(洪)이요 명은 무(武)라. 세대 명문 거족으로 소년 급제하야 벼슬이 이부시랑(吏部侍郞)에 있어 충효 강직하니, 천자 사랑하사 국사를 의논하시니, 만조백관이 다 시기하야 모함하매, 무죄이 삭탈관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농업을 힘쓰니, 가세는 요부하나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매일 설워하더니, 일일은 부인 양씨(楊氏)로 더불어 추연 탄왈,
 
2
“연장사십(年將四十)에 남녀간 자식이 없으니, 무리 죽은 후에 후사를 뉘게 전하며 지하에 돌아가 조상을 어찌 뵈오리오.”
 
3
부인이 피석(避席) 대왈,
 
4
“불효삼천(不孝三天)에 무후위대(無後爲大)라 하오니, 첩이 존문(尊門)에 의탁하온 지 이십년이라. 한낱 자식이 없사오니, 하목(何目)으로 상공을 뵈오리까. 복원(伏願) 상공은 다른 가문의 어진 숙녀를 취하여 후손을 보올진대 첩도 칠거지악을 면할까 하나이다.”
 
5
시랑이 위로 왈,
 
6
“이는 다 내 팔자라. 어찌 부인의 죄라 하리오. 차후는 그런 말씀 마르소서.” 하더라.
 
7
이때는 추구월 망간(望間)이라. 부인이 시비(侍婢)를 데리고 망월루에 올라 월색을 구경하더니 홀연 몸이 곤하여 난간에 의지하매 비몽간(非夢間)에 선녀 내려와 부인께 재배하고 왈,
 
8
“소녀는 상제(上帝) 시녀옵더니, 상제께 득죄하고 인간에 내치시매 갈 바를 모르더니 세존(世尊)이 부인댁으로 지시하옵기로 왔나이다.”
 
9
하고 품에 들거늘 놀라 깨다르니 평생 대통이라. 부인이 대희(大喜)하여 시랑을 청하여 몽사를 이르고 귀자(貴子) 보기를 바라더니, 과연 그달부터 태기 있어 십삭이 차매 일일은 집안에 향취 진동하며 부인이 몸이 곤하여 침석에 누웠더니 아이를 탄생하매 여자라. 선녀 하늘로 내려와 옥병을 기울여 아기를 씻겨 누이고 왈,
 
10
“부인은 이 아기를 잘 길러 후복(厚福)을 받으소서.”
 
11
하고 인하여 나가며 왈,
 
12
“오래지 아니하여서 뵈올 날이 있사오리다.”
 
13
하고 문득 가옵거늘 부인이 시랑을 청하여 아이를 보인대 얼굴이 도화(桃花) 같고 향내 진동하니 진실로 월궁항아더라. 기쁨이 측량 없으나 남자 아님을 한탄하더라. 이름을 계월(桂月)이라 하고 장중보옥(掌中寶玉)같이 사랑하더라.
 
14
계월이 점점 자라나매 얼굴이 화려하고 또한 영민한지라 시랑이 계월이 행여 단수(短數)할까 하여 강호 땅에 곽도사라 하는 사람을 청하여 계월의 상(相)을 보인대, 도사 이윽히 보다가 왈,
 
15
“이 아이 상을 보니 오세에 부모를 이별하고 십팔세에 부모를 다시 만나 공후작록(公侯爵祿)을 올릴 것이오, 명망이 천하에 가득할 것이니 가장 길하도다.”
 
16
시랑이 그 말을 듣고 놀라 왈,
 
17
“명백히 가르치소서.”
 
18
도사 왈,
 
19
“그 밖에는 아는 일이 없고 천기를 누설치 못하기로 대강 설화하나이다.”
 
20
하고 하직하고 가는지라. 시랑이 도사의 말을 듣고 도리어 아니 보임만 같지 못하여 부인을 대하여 이 말을 이르고 염려 무궁하여 계월을 남복(男服)으로 입혀 초당에 두고 글을 가르치니 일람첩지라. 시랑이 자탄 왈,
 
21
“네가 만일 남자 되었던들 우리 문호에 더욱 빛낼 것을 애닯도다.” 하더라.
 
22
세월이 여류하여 계월의 나이 오세가 당한지라. 이때 시랑이 친구 정사도를 보려 하고 찾어갈새, 원래 정사도는 황성(皇城)에서 한가지로 벼슬할 제 극진한 벗이라. 소인 참소를 만나 벼슬 하직하고 고향 호계촌에 내려온 지 이십 년이라. 시랑이 이 날 떠나 양주로 향하여 호계촌에 찾아갈새 삼백 오십 리라. 여러 날 만에 다다르니 정사도 시랑을 보고 당에 내려 손을 잡고 대희하여 좌(座)를 정한 후에 적연 회포를 위로하며,
 
23
“이 몸이 벼슬 하직하고 이곳에 와 초목을 의지하여 세월을 보내되 다른 벗이 없어 적막하더니 천만 의외에 시랑이 불원천리하고 이렇듯 버린 몸을 찾아와 위로하니 감격하여이다.”
 
24
하며 즐거워하더니 시랑이 삼일 후에 하직하고 떠날새 섭섭한 정을 어찌 측량하리오. 시랑이 이날 여람 북촌에 와 자고 이튿날 계명(鷄鳴)에 떠나려 하더니 멀리서 쟁북 소리 들리거늘, 시랑이 나서 바라보니 여러 백성이 쫓겨오거늘 급히 물은즉 답왈,
 
25
“북방절도사(北方節度使) 장사랑(張士郞)이 양주목사 주도와 합력하여 군사 십만을 거느리고 지금 황성을 범하여 작난이 자심하여 백성을 무수히 죽이고 가산을 노략하매 살기를 도모하여 피난하나이다.”
 
26
하거늘 시랑이 그 말을 듣고 천지 아득하여 산중으로 들어가며 부인과 계월을 생각하여 슬피 우니 사세(事勢) 가련하더라.
 
27
이때 부인은 시랑 돌아오심을 기다리더니 이 날 밤에 문득 들리는 소리 요란하거늘, 잠결에 놀라 깨달으니 시비 양윤이 급고(急告) 왈
 
28
“북방 도적이 천명만마(千兵萬馬)를 몰아 달려오며 백성을 무수히 죽이고 노략하니 피난하느라고 요란하오니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29
부인이 대경(大驚)하여 계월을 안고 통곡 왈,
 
30
“이제는 시랑이 중도에서 도적의 모진 칼에 죽었도다.”
 
31
하며 자결코자 하니 양윤이 위로 왈
 
32
“아직 시랑의 존망(存亡)을 모르옵고 이렇듯 하시나이까?”
 
33
부인이 그러이 여겨 진정하여 울며 계월을 양윤의 등에 업히고 남방을 향하여 가더니 십리를 다 못 가서 태산이 있거늘, 그 산중에 들어가 의지코자 하여 바비 가서 돌아보니 도적이 벌써 즉쳐오거늘 양윤이 아기를 업고 한 손으로 부인의 손을 잡고 진심갈력(盡心竭力)하여 겨우 삼십리를 가매, 대강(大江)이 막히거늘 부인 망극하여 앙천(仰天) 통곡 왈,
 
34
“이제 도적이 급하니 차라리 이 강수에 빠져 죽으리라.”
 
35
하고 계월을 안고 물에 뛰어들려 하니 양윤이 붙들고 통곡하더니 문득 북해상으로서 처량한 제사례를 드리거늘 바라보니 한 선녀 일엽주(一葉舟)를 타고 오며 왈,
 
36
“부인은 잠깐 진정하소서.”
 
37
하며 순식간에 배를 대고 오르기를 청하거늘, 부인이 황감하여 양윤과 계월을 데리고 바삐 오르니 선녀 배를 저으며 왈,
 
38
“부인은 소녀를 알아보시나이까. 소녀는 부인 해복하실 때에 구원하던 선녀로소이다.”
 
39
부인이 정신을 수습하여 자세히 보니 그제야 깨달아 왈
 
40
“우리는 인간 미물이라 눈이 어두워 몰라보았도다.”
 
41
하며 치사(致謝) 왈,
 
42
“그때 누지(陋地)에 왔다가 총총 이별한 후로 생각이 간절하여 잊을 날이 없더니 오늘날 의외에 만나오니 만행이오며 또한 수중고혼(水中孤魂)을 구하시니 감사무지하와 은혜를 어찌 갚으리오.”
 
43
선녀 왈
 
44
“소녀는 동빈선생을 모시러 가옵더니 만일 늦게 왔던들 구하지 못할 뻔하였소이다.”
 
45
동파곡을 부르며 저어가니 배 빠르기 살같은지라. 순식간에 언덕을 대이고 내리기를 재촉하니 배에 내려 치사 무궁하매 선녀 왈
 
46
“부인은 삼가하와 천만 보중하옵소서.”
 
47
하고 배를 저어 가는 방향을 알지 못할러라.
 
48
부인이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사례하고 갈밭 속으로 들어가며 살펴보니 초수는 만곡이요 오산은 천봉이라. 부인과 양윤이 계월을 시냇가에 앉히고 두루 다니며 갈근도 캐여먹으며 벼들개야지도 훑어먹고 겨우 사인을 차려 점점 들어가더니 한 정자각(亭子閣)이 있거늘 나가 보니 현판에 엄자릉의 잔대라 하였더라. 그 정각에 올라 잠깐 쉴새 양윤은 밥 빌러 보내고 계월을 안고 홀로 앉았더니 문득 바라보매 강상에 한 범선이 정자를 향하여 오거늘 부인이 놀래여 계월을 안고 대수풀로 들어가 숨었더니 그 배 가까이 와 정자 앞에 대이고 한 놈이 이르되,
 
49
“아까 강상에서 바라보니 여인 하나 앉았더니 우리를 보고 저 수풀로 들어갔으니 급히 찾으리라.”
 
50
하고 모든 사람이 일시에 내다라 수풀로 달려들어 부인을 잡아갈새 부인이 천지 아득하여 양윤을 부르며 통곡한들 밥 빌러 간 양윤이 어찌 알리오.
 
51
도적이 부인의 등을 밀어 잡아다가 배머리에 쫒이고 부수히 힐난을 하는지라. 원래 이 배는 수적(水賊)의 무리라. 수상으로 다니며 재물을 탈취하고 부인도 겁칙하더니 마침 이곳에 지나다가 부인을 만난지라. 수적 장맹길이라 하는 놈이 부인의 화용월태(花容月態)를 보고 마음에 흠모하여 왈,
 
52
“내 평생 천하일색을 얻고자 하였더니 하늘의 지시하심이라.”
 
53
하고 기뻐하거늘 부인이 앙천 탄왈,
 
54
“이제 시랑의 존망(存亡)을 알지 못하고 목숨을 보전하여 오다가 이곳에 와 이런 변을 만날 줄을 알았으리오.”
 
55
하며 통곡하니 초목 금수도 다 서러워하는 듯하더라. 맹길이 부인의 서러워함을 보고 제인(諸人)에게 분부 왈,
 
56
“저 부인을 수족(手足) 놀리지 못하게 비단으로 동여매고 그 아이는 자리에 싸서 강물에 넣어라.”
 
57
하니 제졸(諸卒)이 영을 듣고 부인의 수족을 동여매고 계월을 자리에 싸서 물에 넣으려 하니, 부인이 손을 놀리지 못하매 몸을 기울여 입으로 계월의 옷을 물고 놓지 아니하고 통곡하니 맹길이 달려들어 계월을 옷깃을 칼로 베고 계월을 물에 던지니 그 망칙한 말이야 어찌 다 측량하리오.
 
58
계월이 물에 떠가며 울어 왈,
 
59
“어머님, 이것이 어찌한 일이요. 어머님 나는 죽네. 바삐 살려주소서. 물에 떠가는 자식은 만경창파(萬頃蒼波)에 고기밥이 되라 하나이까. 어머님 어머님, 얼굴이나 다시 보옵시다.”
 
60
하며 울음소리 점점 멀어가니 부인이 장중보옥(掌中寶玉)같이 사랑하던 자식을 목전에 물에 죽는 양을 보니 정신이 어찌 온전하리오.
 
61
“계월아, 계월아. 날과 함께 죽자.”
 
62
하며 앙천통곡 기절하니 주중 사람이 비록 도적이나 낙루(落淚) 아니할 이 없더라.
 
63
슬프다. 양윤은 밥 빌어가지고 오다가 바라보니 정자각에 사람이 무수하되 부인의 곡성이 들리거늘 바삐 달려와 보니 부인을 동여매고 분주하거늘 양윤이 이 거동을 보고 얻은 밥을 그릇째 내던지고 부인을 붙들고 대성통곡 왈,
 
64
“이것이 어인 일이요. 차라리 올 때에 그 물에서나 빠져죽었던들 이런 환(患)을 아니 당할 것을 이 일을 어찌할까. 아기는 어데 있는 것가?”
 
65
부인 왈,
 
66
“아기는 물에 죽었다.”
 
67
하니 양윤이 이 말을 듣고 가슴을 두드리며 물에 뛰어들려 하니 맹길이 또한 적을 호령하여 저 계집을 마저 동여매라 하니 적졸이 달려들어 양윤을 동여매니 죽지도 못하고 앙천 통곡할 뿐이더라.
 
68
맹길이 적졸을 재촉하여 부인과 양윤을 배에 싣고 급히 제 집으로 돌아와 부인과 양윤을 침방(寢房)에 가두고 제 계집 춘낭(春娘)을 불러 왈,
 
69
“내 이 부인을 다려왔으니 네 좋은 말로 달래어 부인의 마음을 순종케 하라.”
 
70
하니 춘낭이 부인께 들어와 문왈,
 
71
“무슨 일로 이곳에 왔나이까?”
 
72
부인이 대왈
 
73
“주인은 죽게 된 인생을 살리소서.”
 
74
하며 전후수말(前後首末)을 다 이르거늘 춘낭이 왈,
 
75
“부인의 정상(情狀)을 보니 참혹하여이다.”
 
76
하고 왈,
 
77
“주인놈이 본디 수적으로서 사람을 많이 죽이고 또한 용맹이 있어 일행 천리를 보니 도망하기도 어렵삽고 죽자하여도 죽지 못할 것이니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불쌍하여이다. 첩도 본디 이 도적의 계집이 아니라 대국 심양( 陽) 땅 양각로(楊閣老)의 여식으로 일찍 상부(喪夫)하고 홀로 있삽더니 이놈에게 잡혀와서 목숨을 도모하여 이놈의 계집이 되었사오나 모진 목숨 죽지 못하고 고향을 생각하니, 한 묘책이 있으되 천행으로 그 계교대로 되오면 첩도 부인과 한가지로 도망하여 평생고락을 한가지로 하려 하오니 의심치 마옵소서.”
 
78
하고 즉시 당류(黨類) 모인 곳에 가보니 촛불도 밝히고 적당이 좌우에 갈라앉아 잔치를 배설하고 주육(酒肉)으로 즐길새 각각 잔을 들어 맹길에게 치하 왈,
 
79
“오늘날 장군이 미인을 얻었사오니 한 잔 술로 위로하노이다.”
 
80
하고 각각 한 잔씩 권하니 맹길이 대취(大醉)하여 쓰러지고 모든 당류도 다 자는지라. 춘낭이 바삐 들어와 부인다려 왈,
 
81
“지금 도적이 잠을 깊이 들었으니 바삐 서문(西門)을 열고 도망하사이다.”
 
82
하는 즉시 수건에 밥을 싸가지고 부인과 양윤을 데리고 이날 밤에 도망하여 서(西)로 향하여 갈새, 정신이 아득하여 촌보(寸步)를 가기가 어려운지라. 동방이 벌써 밝았는데 강천에 외기러기 우는 소리는 슬픈 마음을 돕는지라. 문득 바라보니 한편은 태산이요 한편은 대강이라. 바닷가의 갈밭 속으로 들어가며 부인은 기운이 쇠진하여 춘낭을 돌아보아 왈,
 
83
“날은 이미 밝고 기운이 진(盡)하여 갈 길이 없으니 어찌하잔 말고?”
 
84
하며 앙천통곡하더니 문득 갈밭 속으로서 한 여승이 나와 부인께 절하고 여쭈어 왈,
 
85
“어이한 부인이관대 이런 험지(險地)에 왔나이까?”
 
86
부인이 왈,
 
87
“존사는 어디 계신지 자명을 구하소서.”
 
88
하며 전후수말을 이르고 간청하니 그 여승이 왈,
 
89
“부인의 정상을 보니 가긍(可矜)하여이다. 소승은 고소대 일용암에 있삽더니 양식을 싣고 오는 길에 처량한 곡성이 들리기로 묻고자 하와 배를 강변에 대고 찾아왔사오니 소승을 따라가 급히 환(患)을 면하소서.”
 
90
하고 배에 오르기를 재촉하니 부인이 감사하여 춘낭과 양윤을 데리고 그 배에 오르니라.
 
91
이때 맹길이 잠을 깨어 침방에 들어가니 부인과 춘낭 양윤이 간데없거늘 분을 이기지 못하여 제졸을 거느리고 두루 찾다가 강상을 바라보니 여승과 여인 삼인이 배에 앉았거늘 맹길이 소리를 크게 질러 장졸을 재촉하여 달려오거늘 여승이 배를 바삐 저어가니 빠르기 살같은지라. 맹길이 바라보다가 할일없어서 탄식만 하다가 돌아가니라.
 
92
이때 여승이 배를 승경문 밖에 대고 내리라 하니 부인이 배에 내려 여승을 따라 고소대를 올라갈새 산명수려(山明秀麗)하여 화초는 만발한데 각색 짐승의 소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근근히 행하여 승당(僧堂)에 올라갈제 승께 절하고 앉으니 그 중에 한 노승이 문왈,
 
93
“부인은 어디 계시며 무삼 일로 이 산중에 들어오시니까?”
 
94
부인이 대왈
 
95
“형주땅에 사옵더니 병란(兵亂)에 피신하여 정향(定向) 없이 가옵다가 천행으로 존승(尊僧)을 만나 이곳에 왔사오니 존사에게 의탁하와 삭발위승(削髮爲僧)하옵고 후생 길이나 닦고자 하나이다.”
 
96
노승이 그 말을 듣고 왈
 
97
“소승에게 상좌 없사오니, 부인의 소원이 그러하시면 원대로 하사이다.”
 
98
하고 즉시 목욕재계하고 삭발하여 부인은 노승 상좌 되고 춘낭과 양윤은 부인의 상좌 되야 이날부터 불전(佛前)에 축수하되,
 
99
“시랑과 계월을 보옵게 하옵소서.”
 
100
하며 세월을 보내더라.
 
101
각설. 이때 계월은 물에 떠가며 우는 말이,
 
102
“나는 이미 속절없이 죽거니와 어머님은 아무쪼록 목숨을 보존하와 천행으로 아버님을 만나옵거든 계월이 죽은 줄이나 알게 하옵소서.”
 
103
하며 슬피 울고 떠가더니 이때 무릉포에 사는 여공(呂公)이라 하는 사람이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강상을 바라보니 어떤 아이 자리에 싸여 떠가며 우는 소리 들리거늘, 그곳에 이르러 배를 머무르고 자리를 건져보매 어린아이라. 그 아이 모양을 보니 인물이 준수하고 아름다우나 인사를 차리지 못하여 하거늘, 여공이 약으로 구하니 이윽하여 깨어나며 어미를 부르는 소리 차마 듣지 못할러라.
 
104
여공이 그 아이를 싣고 집에 돌아와 물어 왈,
 
105
“어떠한 아이관대 만경창파 중에 이런 액(厄)을 당하였느냐?”
 
106
계월이 울며 왈
 
107
“나는 어머님과 한가지로 가옵더니 어떤 사람이 어머님을 동여매고 나는 자리에 싸서 물에 던지기로 예 왔나이다.”
 
108
여공이 그 말을 듣고 필경 수적을 만났도다 하고 다시 문왈,
 
109
“네 나이 몇이며 이름은 무엇인다?”
 
110
“나이는 오세옵고 이름은 계월이로소이다.”
 
111
또 문왈,
 
112
“네 부친 이름은 무엇이며 살던 지명은 무엇인지 아는다?”
 
113
계월이 대왈,
 
114
“아버님 이름은 모르옵거니와 남들이 부르기를 홍시랑이라 하옵고 살던 지명은 모르나이다.”
 
115
여공이 혜오되,
 
116
'홍시랑이라 하니 분명 양반의 자식이로다.' 하고, “이 아이 나이 내 아들과 동갑이요 또한 얼굴이 비범하니 길러 영화를 보리라.”
 
117
하고 친자식 같이 여기더라.
 
118
그 아들 이름은 보국(輔國)이라. 용모 또한 비범하고 활달한 기남자라. 계월을 보고 친동생같이 여기더라.
 
119
세월이 여류하여 두 아이 나이 칠세에 이르매 하는 일이 비범하니 뉘 아니 칭찬하리오. 여공이 두 아이를 가르치고자 하여 강동땅 월호산 명현동에 곽도사 있단 말을 듣고 두 아이를 데리고 명현동을 찾아가니 도사 초당에 앉았거늘 들어가 예필 후에 여쭈어 왈,
 
120
“생은 무릉포에 사는 여공이업더니 늦게야 아들을 두었사온바 영민하기로 도사의 덕택으로 사람이 될까 하와 왔나이다.”
 
121
하고 두 아이를 불러 보인대 도사 이윽히 보다가 왈,
 
122
“이 아이 상을 보니 한 동생은 아니니 그러할시 분명한데 숨기지 말라.”
 
123
여공이 그 말을 듣고
 
124
“선생의 지인지감(知人知鑑)은 귀신같소이다.”
 
125
도사 왈
 
126
“이 아이 잘 가르쳐 이름을 죽백(竹帛)에 빛내게 하리라.”
 
127
하니 여공이 하직하고 돌아오니라.
 
128
각설. 이때 홍시랑은 산중에 몸을 감추고 있더니 도적이 그 산중에 들어와 백성의 재물을 노략하고 사람을 붙들어 군사를 삼더니 마침 홍시랑을 얻은지라. 위인(爲人)이 비범하매 차마 죽이지 못하고 제적(諸賊)과 의논하되,
 
129
“이 사람을 군중에 둠이 어떠하뇨?”
 
130
제적이 “낙(諾)다” 하니 장사랑이 즉시 홍시랑을 불러 왈,
 
131
“우리와 한가지 동심 모의하여 황경(皇京)을 치자.”
 
132
하니 홍시랑이 생각한즉 만일 듣지 아니하면 죽기를 면치 못하리라 하고 마지못하여 거짓 항복하고 황경으로 행하니라.
 
133
이때 천자 유경으로 대원수를 삼고 군사를 거느려 임지땅에서 도적을 파하고 장사랑을 잡아 앞에 세우고 황경으로 갈새 홍시랑도 진중에 있다가 잡혀간지라. 천자 자장원에 전좌하시고 반적(反賊)을 다 수죄(受罪)하시고 버힐새, 홍시랑도 또한 죽게 되었는지라. 홍시랑이 크게 소리를 질러 왈,
 
134
“소인은 피난하여 산중에 있삽다가 도적에게 잡혔노라.”
 
135
하며 전후수말을 다 아뢴대 양주자사 하였던 정덕기 이 말을 듣고 복지 주왈(伏地奏曰),
 
136
“저 죄인은 시랑 벼슬 하였던 홍무로소이다.”
 
137
상이 그 말을 들으시고 자세히 보시다가 왈,
 
138
“너는 일찍 벼슬을 하였으니 차라리 죽을지언정 도적의 무리에 들리오. 죄를 의논하면 죽을 것이로되, 옛일을 생각하여 찬(竄)하노라.”
 
139
하시고 율관을 명하여 즉시 홍무를 벽파도(碧波島)로 정배(定配)하노라 하시니, 벽파도로 행할새 일만 팔천 리라. 시랑이
 
140
“고향에 돌아가 부인과 계월을 보지 못하고 만리 타국으로 정배가니 이런 팔자 어디 있으리오.”
 
141
하며 슬피 통곡하니 보는 사람이 낙루 아니할 이 없더라.
 
142
떠난 지 팔삭 만에 벽파도에 다다르니 그 땅은 오초지간(吳楚之間)이라. 원래 벽파도는 인적(人跡)이 부도처(不到處)라. 이곳에 보내기는 홍무를 주려 죽게 함이러라. 율관이 시랑을 그곳에 두고 돌아가니 시랑이 천지 아득하여 주야로 우닐며 기갈을 견디지 못하여 물가에 다니며 죽은 고기와 바위 위에 붙은 굴만을 주어먹고 세월을 보내니 의복은 남루하여 형용이 괴이하고 일신에 털이 났으매 짐승의 모양 같더라.
 
143
각설. 이적에 양부인은 춘낭과 양윤을 다리고 산중에 있어 눈물로 세월을 보내더니 일일은 부인이 한 꿈을 보더니 한 중이 육환장을 짚고 앞에 서 절하고 왈,
 
144
“부인은 무정한 산중의 풍경만 대하고 시랑과 계월을 찾지 아니하시나이까. 지금 곧 떠나 벽파도를 찾아가 그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 고향 소식을 물으면 자연 시랑을 만나리라.”
 
145
하고 간곳 없거늘, 부인 꿈을 개고 대경하여 양윤과 춘낭을 불러 몽사를 이르고 왈,
 
146
“가다가 노중고혼(路中孤魂)이 될지라도 가리라.”
 
147
하고 곧 행장을 차려 노승께 하직하여 왈,
 
148
“첩이 만리타국에 와 존사의 은혜를 입어 잔명(殘命)을 보존하였사오니 부처님의 인도하심이라. 하직을 고하나이다.”
 
149
하며 낙루하니 노승이 또한 체읍(涕泣) 왈
 
150
“나도 부인 만난 후로는 백사를 부인에게 부탁하였더니, 금일 이별하니 슬픈 심사를 장차 어찌하리오.”
 
151
하고 은봉지 하나를 주며 왈
 
152
“이로 정을 표하오니 구차한 때 쓰옵소서.”
 
153
부인이 감사하야 받아 양윤을 주고 하직하고 사문에 떠날새 노승과 제승이 나와 서로 낙루하며 떠나는 정을 못내 애연(哀然)하더라.
 
154
부인이 춘낭 양윤을 데리고 동녘을 향하여 내려올새, 천봉(千峰)은 눈앞에 벌려 있고 초목은 울울한데 무심한 두견은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눈물을 금치 못하고 어디로 갈 줄을 몰라 촌촌 전진하여 나가더니, 한 곳을 바라보니 북편에 작은 길이 있거늘 그 길로 가며 보니 앞에 대강(大江)이 있고 위에 누각이 있거늘 나가 보니 현판에 썼으되 액양루라 하였더라. 사방을 살펴보니 동정호 칠백리는 눈앞에 둘러있고 무산 십이봉 구름 속에 솟아 있다. 각색 풍경은 이루 측량치 못할러라.
 
155
부인이 수심을 이기지 못하여 한숨짓고 또 한 곳 다다르니 큰 다리가 있는지라. 그곳 사람더러 물으니 장판교라 하니 또 문왈,
 
156
“이곳에서 황경이 얼마나 되느뇨?”
 
157
하니 대왈,
 
158
“일만 팔천 리라. 하오나 저 다리를 건너가 백리만 가면 옥문관이 있으니 그곳에 가 물으면 자세히 알리라.”
 
159
하니 또 문왈,
 
160
“벽파도란 섬이 이 근처에 있나이까?”
 
161
“그는 자세히 모르나이다.”
 
162
하거날 하릴없어 옥문관을 찾아가 한 사람을 만나 물으니 그 사람이 벽파도를 가르치거늘 그 섬을 찾아가며 살펴보니 수로로는 멀지 아니하나 건너갈 길이 없어 막연한지라. 물가에 앉아 바라보니 바위 위에 한 사람이 앉아 고기를 낚거늘 양윤이 가서 절하고 문왈,
 
163
“저 섬은 무슨 섬이라 하나이까?”
 
164
어옹(漁翁)이 왈
 
165
“그 섬이 벽파도라.”
 
166
하거늘 또 문왈
 
167
“그곳에 인가 있나이까?”
 
168
어옹 왈
 
169
“자고로 인적이 없더니 수삼년 전에 형주땅에서 정배 온 사람이 있어 초목으로 울을 삼고 짐승을 벗을 삼아 있어 그 형용이 참혹하여이다.”
 
170
하거늘 양윤이 돌아와 부인께 고하니 부인이 왈,
 
171
“정배왔단 사람이 형주사람이라 하니 반드시 시랑이다.”
 
172
하며 그 섬을 바라보고 앉았더니 홀연 강상에 일엽 소선(小船)이 오거늘 양윤이 그 배를 향하여 왈
 
173
“우리는 고소대 일봉암에 있는 중이옵더니 벽파도를 건너가고자 하되 건너지 못하고 이곳에 앉았삽더니 천행으로 선인(仙人)을 만났사오니 바라옵건대 일시 수고를 생각지 마옵소서.”
 
174
하며 애걸하니 선인이 배를 젓고 오르라 하거늘 양윤과 춘낭이 부인을 모시고 배에 오르니 순식간에 대이고 내리라 하니 백배 하례하고 배에 내려 벽파도로 가며 살펴보니 수목이 창천하고 인적이 없는지라. 강가로 다니며 두루 살피더니 문득 한 곳에 의복이 남루하고 일신에 털이 돋아 보기 참혹한 사람이 강변에 다니며 고기를 주워먹다가 한 굴로 들어가거늘 양윤이 소리를 크게 하여 왈,
 
175
“상공은 조금도 놀라지 말으소서.”
 
176
시랑이 그 말을 듣고 초막 밖에 서며,
 
177
“이 섬 중에 날 찾아올 리 없거늘 존사는 무슨 일로 말을 묻고자 하나이까?”
 
178
양윤이 왈,
 
179
“소승은 고소대 일봉암에 있삽더니 이곳에 찾아오옵기는 묻자올 일이 있삽기로 상공을 찾아왔나이다.”
 
180
하니 시랑이 왈,
 
181
“무삼 말씀을 묻고자 하느뇨?”
 
182
양윤이 복지 대왈,
 
183
“소승의 고향이 형주 구계촌이온바 장사랑의 난을 만나 피난하였삽더니 전언을 듣자온즉 상공이 형주 땅에서 이 섬으로 정배왔다 하기로 고향 소식을 묻고자 하와 왔나이다.”
 
184
시랑이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왈
 
185
“형주 구계촌에 산다 하니 뉘 집에 있더뇨?”
 
186
양윤 대왈,
 
187
“소승이 홍시랑댁 양윤이온바 부인을 모시고 왔나이다.”
 
188
하니 시랑이 이 말을 듣고 여광여취(如狂如醉)하여 바삐 달려들어 양윤의 손을 잡고 대성통곡 왈,
 
189
“양윤아, 너는 나를 모르느냐? 내가 홍시랑이로다.”
 
190
하니 양윤이 홍시랑이란 말을 듣고 이윽히 기절하였다가 겨우 인사를 차려 울며 왈,
 
191
“지금 강변에 부인이 앉았나이다.”
 
192
시랑이 그 말을 듣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앙천통곡하며 강가에 바삐 나가니 이적에 부인이 울음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 보니 털이 무성하여 곰 같은 사람이 가슴을 두드리며 부인을 향하여 오거늘 부인이 보고 미친사람인가 하여 도망가니 시랑이 왈,
 
193
“부인은 놀라지 마소서. 나는 홍시랑이로소이다.”
 
194
부인은 모르고 황겁하여 고깔을 벗겨들고 닫더니 양윤이 외쳐 왈,
 
195
“부인은 닫지 말으소서. 홍시랑이로소이다.”
 
196
부인이 양윤의 소리를 듣고 황망히 앉으니 시랑이 울며 달려와 가로되,
 
197
“부인은 그다지 의심하나이까. 나는 계월의 아비 홍시랑이로소이다.”
 
198
부인이 듣고 인사를 차리지 못하며 서로 붙들고 통곡하다가 기절하거늘, 양윤이 또한 통곡하며 위로하니 그 정상은 차마 보지 못할러라. 춘랑은 외로운 사람이라 혼자 돌아앉아 슬피 우니 그 정상이 또한 가련하더라.
 
199
시랑이 부인을 붙들고 초막으로 돌아와 정신을 진정하여 물어 왈
 
200
“저 부인은 어떠한 부인이오이까?”
 
201
부인이 탄왈 피난하여 가옵다가 수적 맹길을 만나 계월은 물에 죽고 도적에게 잡혀갔더니, 저 춘낭의 구함을 입어 그날 밤에 도망하여 고소대에 가 중 된 말이며 부처님이 현몽하여 벽파도로 가란 말이며 전후수말을 다 고하니 시랑이 계월이 죽었단 말을 듣고 기절하였다가 겨우 인사를 차려 왈, 나도 그때에 정사도 집에 떠나오다가 도적 장사랑에게 잡혀 진중에 있다가 천자 도적을 잡았으나 나도 도적과 같이 잡혔더니 동심모의하였다 하고 이곳에 정배 온 말을 다 이르고 인하여 춘낭 앞에 나가 절하고 치사 왈,
 
202
“부인의 구하신 은혜는 죽어도 갚을 길이 없나이다.”
 
203
하며 치하를 무수히 하더라.
 
204
이적에 부인이 노승이 주던 은자를 선인에게 팔아 약식을 이으며 계월을 생각하고 아니 우는 날이 없더라.
 
205
각설. 이적에 계월은 보국과 한가지로 글월 배울새 한 자를 가르치면 열 자를 알고 하는 거동이 비상하니 도사 칭찬 왈,
 
206
“하날이 너를 내신 바는 명제(명제)를 위함이라. 어찌 천하를 근심하리오.”
 
207
용병지계(用兵之計)와 각종 술법을 다 가르치니 검술과 지략이 당세에 당할 이 없을지라. 계월의 이름을 곧 평국(平國)이라. 세월이 여류하여 두 아이 나이 십삼세에 당하였는지라. 도사 두 아이를 불러 왈,
 
208
“용병지계는 다 배웠으니 풍운조화지술을 배우라.”
 
209
하고 책 한 권을 주거늘, 보니 이는 전후에 없는 술법이라. 평국과 보국이 주야 불철하고 배운대 평국은 삼삭 안에 배워내고 보국을 일년을 배워도 통치 못하니 도사 왈,
 
210
“평국 재주는 당세에 제일이라.” 하더라.
 
211
이적에 두 아이 나이 십오세였는지라. 이때 국가 태평하여 백성이 격양가를 일삼더라. 천자 어진 신하를 얻고자 하여 천하에 횡란하여 만과를 보일새 도사 이 소문을 듣고 즉시 평국과 보국을 불러 왈,
 
212
“지금 황경에서 과거를 보인다 하니, 부디 이름을 빛내라.”
 
213
하시고 여공을 청하여 왈
 
214
“두 아이 과행(科行)을 차려주라.”
 
215
하니 여공이 즉시 행장을 차려주되 총준 두 필과 하인을 정하여 주거늘 두 아이 하직하고 길을 떠나 황경에 다다르니 천하 선비 구름 모이듯 하였더라.
 
216
과거날이 당하매 평국과 보국이 대명전 들어가니 천자 전좌하시고 글제를 높이 그리거늘, 경각에 글을 지어 일필휘지하니 용사 비등한지라. 선장에 바치고 보국이 은천에 바치고 주인 집에 돌아와 쉬더니 이때 천자 이 글을 보시고 좌우를 돌아보아 왈,
 
217
“이 글을 보니 그 재주를 가히 알리로다.”
 
218
하시고 비봉을 기탁하시니 평국과 보국이라. 장원으로 하이실새 보국은 부장원으로 하시고 황경문에 방을 붙여 호명하거늘 노복(奴僕)이 문 밖에 대방하다가 급히 돌아와 여짜오되,
 
219
“도령님 두 분이 지금 참방하여 바삐 부르시니 급히 들어가사이다.”
 
220
평국이 대희하여 급히 황경문에 들어가서 옥계(玉階) 하에 복지한대, 천자 두 신원을 인견하시고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칭찬 왈,
 
221
“너희를 보니 충심이 있고 미간에 천지조화를 가졌으며 말소리 옥을 깨치는 듯 하니 천하 영준(英俊)이라. 짐이 이제는 천하를 근심치 아니하리로다. 진심갈력(盡心竭力)하여 짐을 도와라.”
 
222
하시고 평국을 한림학사를 하이시고 보국을 부제후를 하이시고 유지와 어사화를 주시며 천리총준 한 필씩 상급하시니 한림과 부제후사는 숙배하고 나오니 하인들이 문밖에 대후하였다가 시위하여 나올새, 청포옥대에 청홍지를 바쳐 일광을 가리고 앞에는 어전풍류에 쌍옥저를 불리며 뒤에는 태학관중 풍류에 금의화동이 꽃밭이 되어 장안대도 상으로 뚜렷이 나오니 보는 사람이 칭찬하여 왈,
 
223
“천상 선관(天上仙官)이 하강하였다.”
 
224
하더라
 
225
삼일 유과한 연유에 한림원에 들어가 명현동 선생께와 무릉포 연공댁에 기별을 전하고 한림이 눈물을 흘려 왈,
 
226
“그대는 부모 양친이 계시니 영화를 뵈려니와, 나는 부모 없는 인생이라 영화를 어찌 뵈이리오.”
 
227
하며 슬퍼 체읍하더라. 이적에 한림과 부제후 탐전에 들어 부모전에 영화 뵈일 말을 주달하니 천자 왈,
 
228
“경등은 짐의 수족이라. 즉시 돌아와 짐을 도와라.”
 
229
하신대, 한림과 부제후 하직숙배하고 집으로 돌아올새 각 읍에 지경 나와 전송하더라. 여러날만에 무릉포에 득달하여 여공 양위께 뵈온대 그 즐거움을 측량치 못하여 보는 사람이 뉘 아니 칭찬하리오. 본국은 희색이 만안(滿顔)하나 평국은 희색이 없고 얼굴에 눈물 흔적이 마르지 아니하거늘 여공이 위로 왈,
 
230
“막비천수라. 전사를 너무 설워 말라. 하날이 도우사 일후에 다시 부모를 만나 영화를 뵈일 것이니 어찌 설워하리오.”
 
231
한대, 평국이 부복 체읍 왈,
 
232
“해상 고혼을 거두어 이같이 귀히 되오니 은혜 백골난망이라. 갚을 바를 아지 못하나이다.”
 
233
여공과 모든 사람이 칭찬불이하더라.
 
234
이튿날, 명현동에 가 도사께 뵈올제 도사 희하여 평국을 앞에 앉히고 원로에 영화로 돌아옴을 칭찬하시고 고금역대와 나라 섬길 말을 경계하더라.
 
235
일일은 도사 천지를 살펴보니 북방도적이 강경하여 주성과 모든 익성이 자의성을 둘르거늘 놀래여 평국과 보국을 불러 천문말씀을 이르며 급히 올라가 천자에 급함을 물구하라 하고 봉서 한 장을 평국을 주며 왈,
 
236
“전장에 나가 만일 죽을 곳을 당하거든 이 봉서를 떼여보라.”
 
237
하며 바삐 가기를 재촉하니 평국이 체읍 왈
 
238
“선생의 애휼하신 은혜 백골난망이오나 잃은 부모를 어느 곳에 가 찾으리까. 복원(伏願)선생은 명백히 가르쳐 주소서”
 
239
도사 왈,
 
240
“천기를 누설치 못하니 다시는 묻지 말라.”
 
241
하시니 평국이 다시 묻지 못하고, 두 사람이 하직하고 필마로 주야 행하여 황성으로 올라가니라. 이 때 옥문관 지키는 김경담이 장계를 올리거늘, 천자 즉시 개탁하여 보시니 하였으되
 
 
 
242
서관 겨달이 비사장관 악대와 비용장군 철통골 두 장수로 선봉을 삼고 군사 십만과 장수 천여원을 거느리고 북주 칠십 여성을 항복 받고자 사양 거덕을 버히고 황경을 범고자 하오니 소장의 힘으로는 당치 못하오매 복원, 황상은 어진 명장(名將)을 보내사 도적을 막으소서
 
 
 
243
하였거늘, 천자 보시고 대경하사 제신(諸臣)을 돌아보아 왈,
 
244
“경(卿)들은 바삐 대원수 할 사람을 정하여 방적(防賊)할 모색을 의논하라.”
 
245
하시니 제신이 주왈,
 
246
“평국이 비론 년소하나 천지조화를 훌륭이 품은 듯 하오니 이 사람으로 도원수를 정하와 도적을 방비할가 하나이다.”
 
247
천자 대희하사 즉시 사람을 보내랴 할 지음에 황성문 수문장이 급고 왈,
 
248
“한림과 부제후 문밖에 대령하였나이다.”
 
249
천자 들으시고 하교하사 즉시 입시하라 하시니 평국, 보국이 빨리 옥계하에 복지한대 천자 인견하시고 왈,
 
250
“짐이 어질지 못하여 도적이 강성하여 북주 칠십 여성을 치고 황경을 범코자 하니 놀라온지라. 제신과 의논한즉 경등을 천거하매 사관을 보내여 부르자 하였더니 명천이 도우사 경등이 이외에 임하였으니 사직을 안보할지라. 충성을 극진히 하여 짐의 근심을 덜고 도탄 중의 백성을 건지라.”
 
251
하시니 평국과 보국이 복지 주왈,
 
252
“소신등이 재조 천단하오나 한번 북적도적을 파하와 폐하 성은을 만분지 일이라도 갚고자 하오니 복원, 폐하는 근심치 마옵소서.”
 
253
천자 대희하사 평국으로 대원수를 봉하시고 보국으로 대사마중군대장으로 봉하시고 장수 천여원과 군사 팔십만을 주시며 왈,
 
254
“제장군졸을 어찌 지휘하랴 하느뇨?”
 
255
도원수 평국이 주 왈,
 
256
“심중에 다 정하였사오니, 행군시에 각각 사임을 정하랴 하나이다.”
 
257
하고 즉시 장수 천여원과 군사 팔십만을 취군하여 계축(癸丑) 갑자(甲子) 일에 행군할새, 원수 순금투구에 백운전포를 입고 허리에 보궁과 비룡살을 차고 좌수에 산호편과 우수에 수거를 드려 군중에 호령하여 제장군졸을 지휘하니 위풍이 엄숙하더라.
 
258
천자 대희 왈,
 
259
“원수의 용병지재 이러하니 어찌 도적을 근심하리오.”
 
260
하시고 대장기에 어필(御筆)로 한림학사 겸 대원수 홍평국이라 쓰시고 칭찬불이하시더라.
 
261
원수 행군할새 그 치장금은 일월을 희롱하고 고각 함성은 천지진동하여 위엄이 백리 밖에 벌렸더라. 장수를 재촉하여 옥문관으로 행할새 천자 원수 향군을 구경코자 하여 제신을 거느리고 거동하사 진 밖에 이르시니 수문장이 진문을 굳이 닫거늘 전두관이 웨어 왈,
 
262
“천자 이곳에 거동하였으니 진문을 바삐 열라.”
 
263
수문장이 왈,
 
264
“군중의 문장국 명이요 불문 천자로라 하니 장영읍시문을 열리오.”
 
265
한 대, 천자 격서를 전하시니 원수 천자 오신 줄 알고 진문에서 명하여 진문을 크게 열고 천자를 마질새, 수문장이 아뢰이되,
 
266
“진중에는 말을 달리지 못하나이다.”
 
267
하니 천자 단기로 장대 아래 이르니, 원수 급히 장대에 내려 기립을 하고 왈,
 
268
“갑옷 입은 장사는 절을 못하나이다.”
 
269
하고 복지한대 상이 칭찬하시고 좌우를 돌아보아 왈,
 
270
“원수의 진법이 옛날 주아부를 본받았으니 무삼 염려 있으리오.”
 
271
하시고 백모황월과 검을 주시니 군중이 더욱 엄숙하더라. 천자 원로에 공을 이루고 돌아옴을 당부히사고 환궁하니라.
 
272
이 때 원수 행군할제 삼삭만에 옥문에 이르니 관수 석탐이 황경대병 온 줄 알고 대희하여 성문을 열고 원수를 마자 장대에 모시고 제장을 군례로 받들새 군중이 엄숙하더라. 원수 관수를 불러 조적의 형세를 무르니, 석탐이 대 왈,
 
273
“도적의 형세 철통 같소이다.”
 
274
하니 이튿날 떠나 벽원에 다달아 유진하고 적진을 바라보니 평원광야에 살기 충전하고 기치 창검이 일광을 희롱하더라. 원수 적진을 대하여 장대에 높이 앉아 군중에 호령 왈,
 
275
“장령을 어기는 자면 군법을 시행하리라.”
 
276
하니 만진 장졸이 황겁하여 하니라. 이튿날 병영에 원수 순금투구에 백은갑을 입고 삼척장검을 들고 준총마를 달려 진문 밖에 나서며 대호 왈,
 
277
“적장은 들으라. 천자의 성덕이 어지사 천하 백성이 격양가를 부르며 만세를 칭호하거늘 너희놈이 반심을 두어 황성을 범코자 하니 천자 백성을 건지랴 하시고 나를 명찬하여 보내시니 너희들은 목을 느리며 내 칼을 받으라. 두렵거든 빨리 나와 항복하라.”
 
278
하는 소래 태산을 움직이는 듯하니 비사장군 악대 이 말을 듣고 대노하여 필마잔창으로 진문 밖에 나서며 웨어 왈,
 
279
“너는 구상유취(口尙乳臭)라. 어린 강아지 맹호(猛虎)를 모르니라. 네 어찌 나를 당하리오.”
 
280
하고 달려들거늘, 원수 웃고 장검을 높이 들고 발을 채쳐 달려들어 십여합에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서달이 장대에서 보다가 악대 칼빛이 점점 쇠진하고 평국의 검광은 노경 속에 번개같이 더욱 씩씩한지라 급히 쟁을 쳐 군사를 거두거늘 원수 분함을 머금고 본진에 돌아오니 제장군들이 원수를 칭찬 왈,
 
281
“원수의 변화지술과 좌충우돌하는 법은 춘삼월 양유지가 바람 앞에 노니는 듯, 추구월 초생달이 흑운을 헤치는 듯 하더라.”
 
282
하다. 이적에 중군장(中軍將) 보국이 아뢰되,
 
283
“명일은 소장이 나가 악대의 머리를 베혀 휘하에 올리리다.”
 
284
원수 만류하여 왈,
 
285
“악대는 범상치 아니 한 자오니 중군은 물러 있으라.”
 
286
하니 종시 듣지 아니 하고 간청하거늘 원수 왈,
 
287
“중군이 자청하여 공을 세우고자 하거니와 만일 여의치 못하면 군법을 시행하리라.”
 
288
하니 중군이 왈
 
289
“그리하옵소서.”
 
290
원수 왈,
 
291
“군중은 사정이 없나니 군률로 다짐을 두라.”
 
292
하니 중군이 투구를 벗고 다짐을 써 올리니라. 이튿날 평명에 보국이 갑주를 갖추고 용총 마상에 올라 원수는 친히 북채를 들고
 
293
“만일 위태하거든 쟁을 쳐 퇴군하옵소서.”
 
294
하고 진문 밖에 나가며 대호 왈,
 
295
“어제날은 우리 원수 너희를 용서하고 그저 돌아왔으나 금일은 나로 하여금 너히를 베히라 하시매 빨리 나와 내칼을 받으라.”
 
296
하니 문길이 영을 듣고 정창 출마하여 합전하더니 수합이 못하여 보국의 칼이 빛나며 문길이 머리 마하에 내려지는 지라 창 끝에 꾀어 들고 대호 왈,
 
297
“적장은 애매한 장수만 죽이지 말고 빨리 나와 항복하라.”
 
298
하니 총서장군 충관이 문길이 죽음을 보고 급히 내달아 싸울새, 삽십여합에 이르러 충관이 거짓 패하여 본진으로 달아나거늘, 보국이 승세하여 따르더니, 적진이 일시에 고함을 지르고 둘러 싸이니, 보국이 천여적에 싸였는지라 할 일 없이 죽게 되었거늘, 수기를 높이 들고 원수를 향하여 탄식하더니 이 때 원수 중군의 급함을 보고 북채를 던지고 준총마를 급히 몰아 크게 웨여 왈,
 
299
“적장은 나의 중군을 해치 말라.”
 
300
하고 수다한 중군에 좌충우돌하며 고함을 지르고 헤쳐 들어가니 적진 장졸이 물결 헤여지듯 하는지라 원수 보국을 옆에 세고 적장 오십여명을 한 칼로 베히고 만군중에 횡횡하며 서달이 악대를 돌아보아 왈,
 
301
“평국이 하나인줄 알았더니, 금일 보건대 수십도 넘는가 하노라.”
 
302
악대 대 왈,
 
303
“대왕은 근심치 마옵소서.”
 
304
서달이 왈,
 
305
“뉘 등히 당하리오 죽은 수를 이로 측량치 못하리로다.”
 
306
이적에 원수 본진으로 돌아와서 장대에 높이 앉아 보국을 잡아들이라 호령이 추상 같거늘, 무사 넋을 잃고 중군을 잡아 장대 앞에 꿀리니 원수 대질 왈,
 
307
“중군은 들어라 내 만류하되, 자원하여 다짐두고 출전하더니 적장의 꾀에 빠져 대국에 수치함을 끼치니, 내 구(救)치 아니 하랴다가 더러운 도적의 손에 아니 죽이고 법으로 내가 죽여 제장을 호칙코자 하여 구함이니 죽기를 설워 말라.”
 
308
하며 무사를 호령하여 원문 밖에 내여 베히라 하니 제장이 일시에 복지하여 왈,
 
309
“중군의 죄는 군법시행이 마땅하오나 용력을 다하여 적장 삼십여원을 버히고 의기양양하여 적진을 경히 여기다가 패를 보았아오니 한번 승패는 일시상사라, 복원 대원수는 용서하옵소서.”
 
310
하며, 일시에 고두 사죄하니 원수 이윽히 생각하다가 속으로 웃고 왈,
 
311
“그대를 베혀 제장을 제장을 본받게 하자 하였더니 제장의 낯을 보아 용서하거니와 차후는 그리 말라.”
 
312
하며 우시니 보국이 백배사례하고 물러나니라. 이튿날, 평명에 원수 갑주를 갖추고 말에 올라 칼을 들고 나서며 대호 왈,
 
313
“어제는 우리 중군이 패하였거니와 오늘은 내 친히 싸워 너희를 함몰하리라.”
 
314
하며 점점 나아가니 적진이 황겁하여 아모리 할 줄을 모르더니 이적에 악대 분을 이기지 못하여 내달아 싸울새, 십여합에 이르러 원수의 검광이 빛나며 악대의 머리 마하에 떨어지거늘, 칼 끝에 꾀여들고 또 중군장 아하영을 버히고 칼춤 추며 본진으로 돌아와 악대의 머리를 함에 봉하여 황송제를 올리니라. 이때 서달이 악대 죽음을 보고 앙천통곡 왈,
 
315
“이제 명장 죽였으니 평국을 뉘 잡으리오.”
 
316
하니 철통골이 엿자오되,
 
317
“평국을 잡을 계교 있아오니 근심치 마옵소서 제 아모리 용맹 있으나 이 계교에 빠질 것이니 보옵소서.”
 
318
하고 이날밤에 장졸을 영하여 군사 삼천씩 거느려 천문동 오구에 매복하였다가 평국을 유인하여 곧 어구에 들거든 사면으로 불을 지르라 하고 보내니라. 이튿날 평명에 철통골이 갑주를 갖추고 진 밖에 나서며 도전할새, 크게 웨여 왈,
 
319
“명장 평국은 빨리 나와 내 칼을 받으라.”
 
320
하니 원수 대분하여 달려들어 수십여합에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철통골이 거짓 패하와 투구를 벗어들고 창을 끌고 말머리 두루 여천문동으로 들어가거늘 원수 따라갈새, 날이 이미 저물었는지라, 원수 적장의 꾀에 빠진 줄을 알고 말을 돌리려 할지음에, 사면으로 난데없는 불이 일어나 화광이 충천하거늘, 원수 아모리 생각하되, 피할 길이 없어 앙천 탄 왈,
 
321
“나 하나 죽어지면 천하강산이 오랑캐놈의 세상이 되리로다. 하물며 잃은 부모를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니 어찌할 일이오.”
 
322
하다가 문득 생각하고 선생이 주시던 봉서를 내여 급히 떼어 보니 하였으되, 봉서속에 부작을 써 넣었으니 천문동 화재를 만나거든 이 부작을 각방에 날리고 용자를 세 번 부르라 하였거늘, 원수 대희하여 하날께 축수하고 부작을 사방에 날리고 용자를 세 번 부르니, 이윽고 서풍이 대작하더니 북방으로 흑운이 일어나며 뇌성병력이 진동하며 소나기 비가 내리니 화광이 일시에 스러지거늘, 원수 바라보니 비 그치고 월색이 동천에 걸렸는지라. 본진으로 돌아오며 살펴보니 서달의 십만병도 간데 없거늘, 원수 생각하되 나 죽은 줄 알고 진을 파하고 황경으로 갔도다. 하며 넓은 사장에 홀로 서서 갈 곳을 몰라 탄식하더니 이윽고 옥문관으로서 함성이 들리거늘, 원수 말을 재쳐 함성을 쫒아 가니 검고 소래 진동하며 철통골이 웨여 왈,
 
323
“명국 중군 보국은 닫지 말고 네 칼을 받으라. 너의 원수 평국은 천문동 화재에 죽었으니 네 어찌 나를 대적하리오.”
 
324
하거늘 원수 듣고 대분하여 웨여 왈,
 
325
“적장은 나의 중군을 해치 말라. 천문동 화재에 죽은 평국이 예 왔노라.”
 
326
하며 번개 같이 달려드니 서달이 철통골을 보아 왈,
 
327
“평국이 죽은가 하였더니 이 일을 어찌 하리오.”
 
328
철통골이 엿자 왈,
 
329
“이제 바삐 도망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기병함만 같지 못하여이다. 이제 아무리 싸우자 하여도 세궁역진하여 패할 것이니 바삐 군졸을 거느리고 벽파도로 가사이다.”
 
330
하고 제장 삼십여원을 거느리고 강변으로 나가 어부의 배를 뺏어 타고 벽파도로 가느니라. 이적에 원수 필마 단검을 직쳐들어 갈새, 칼빛이 번개같고 죽음이 구산같은지라. 원수 한 칼로 십만대병을 파하고 서달등을 찾으랴 하고 살펴보니 약간 남은 군사 각각 달아가며 우는 말이,
 
331
“서달아 이 몹쓸 놈아, 너는 도망하여 살랴하고, 우리는 의로운 고혼이 되라 하고 도망하느냐.”
 
332
하며 슬피 우니 들으매 도리여 처량하더라. 원수 서달등을 찾으랴 할제 문득 옥문관으로서 들리는 소래 나거늘 원수 생각하되 적장이 그리로 갔도다 하고 급히 말을 채쳐 가니라. 이 때 보국이 이런 줄은 모르고 가슴을 두다리며 희미한 달빛에 보고 적장 오는가 하여 달아나더니, 후군이 엿자오되
 
333
“뒤에 오는 이가 천문동 화재에 죽은 우리 원수의 혼백인가 보외다.”
 
334
하니 중군이 대경 왈,
 
335
“어찌 아는다?”
 
336
후군이 엿자오되,
 
337
“희미한 달빛에 보오니 타신 말이 준총마요 갑옷이며 거동이 원수의 행색인가 하나이다.”
 
338
보국이 그 말을 듣고 반겨하여 군사를 머무르고 서서 기다리니 원수의 음성이거늘, 보국이 대희하여 웨어 왈,
 
339
“소장이 중군 보국이오니 기운을 허비치 마옵소서.”
 
340
원수 듣고 의심하여 웨여 왈,
 
341
“분명 보국이면 군사로 하여금 칼을 보내라.”
 
342
하니 보국이 대희하여 칼과 수기를 보내니, 원수 보시고 달려와 말에서 내려 보국의 손을 잡고 장중에 들어가 희히낙낙하여 왈, 천문동 화재에 죽게 되었더니 선생의 봉서를 보고 이리이리하여 벗어난 말과 본진으로 오다가 적진을 파하고 서달등은 도망하여 잡지 못한 말이며 세세 설화하고 쉬더니 날이 밝으며 군사 보하되,
 
343
“서달등이 도망하여 벽파도로 갔다 하오니 급히 도적을 잡게 하옵소서.”
 
344
원수 이 말을 듣고 대희하여 즉시 군사를 거느리고 강변에 이르러 어선을 잡아 타고 건너갈 때, 배마다 기치 창검을 세우고 원수는 주중에 단을 높이 묻고 갑수를 갖추고 삼척장검을 높이 들고 중군에 호령하여 배를 바삐 저어 벽파도로 행할 때, 씩씩한 위풍과 늠늠한 거동이 당세 영웅일러라.
 
345
이 때 홍시랑은 부인으로 더부러 계월을 생각하고 매일 설워하더니 뜻밖에 들리는 소리 나거늘 놀라 급히 초막 밖에 나서 보니 무수한 도적이 들내거늘, 시랑이 부인을 다리고 천방지방 도망하여 산곡으로 들어가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통곡하더니 그 이튿날 평명에 또 강가엘 바라보니 배에 군사를 싣고 기치 창검이 서리같고 함정이 진동하여 벽파도로 행하거늘, 시랑이 더욱 놀래여 몸을 감추고 있더니라.
 
346
원수 벽파도에 다달아 배를 강변에 매고 진을 치며 호령 왈,
 
347
“서달등을 바삐 잡으라.”
 
348
하니 제장이 일시에 고함하고 벽파도를 둘러싸니 서달이 하릴없어 자결코자 하더니 원수 군사에게 잡혔는지라 원수 장대에 높이 앉어 서달등을 대하여 꿇리고 호령 왈,
 
349
“이 도적을 차례로 군문 밖에 내여 베히라.”
 
350
하니 무사 일시에 달려들어 철통을 먼저 잡아내여 버히고 그 남은 제장은 차례로 버히니라. 이 때 군졸이 원수께 엿자오대,
 
351
“어떤 사람이 여인 수인을 다리고 산중에 숨었기로 잡아 대령하였나이다.”
 
352
하거늘, 원수 잠간 머무르고 그 사람을 잡아드리라 하니 무사 내다 결박하여 대하에 꿇리고 죄목을 물을새, 이 사람이 넋을 잃었더라. 원수 서한을 치며 왈,
 
353
“너희를 보니 대국 복색이라 적병이 너희를 응하여 동심합력하였단다. 바로 아뢰라.”
 
354
시랑이 황급하여 정신을 진정하여 왈,
 
355
“소인은 전일 대국서 시랑 벼슬하옵다가 소인 참조에 고향에 돌아가 농업을 일삼다가 장사랑난에 잡혀 이리이리되아 이곳으로 정배 온 죄인이오니 죽어 마땅아여지다.”
 
356
원수 이 말을 듣고 대질 왈
 
357
“네 천자의 성은을 배반하고 역적 장사랑에게 부탁하였다가 성상이 어지사 너를 죽이지 아니 하시고 이곳으로 정배하시니 그 은혜를 생각하면 백골난망이어늘 이제 또 적당에 내응이 되었다가 이렇 듯 잡혔으니 네 어찌 변명하리오.”
 
358
잡아내여 벼히라 하니 양부인이 앙천통곡 왈,
 
359
“에고 이것이 어인 일인가 계월아, 계월아 너와 한가지 강물에 빠져 그때나 죽었다면 이런 욕을 면할 것을 하늘이 미워 여기사 모진 목숨 살았다가 이 거동을 보는도다.”
 
360
하며 기절하거늘, 원수 이 말을 듣고 문득 선생의 이르던 말을 생각하고 대경하여 좌우를 다 치우고 앞에 가까이 앉히고 가만히 물어 왈,
 
361
“아까 들으니 계월과 한가지 죽지 못함을 한하니 계월은 뉘며 그대 성은 뉘라 하느뇨?”
 
362
부인이 왈,
 
363
“소녀는 대국 형주땅 구계촌에 사옵고 양처사의 여식이오며 가군은 홍시랑이옵고 저 계집은 시비 양윤이요, 계월은 소녀의 딸이로소이다.”
 
364
하며 전후말을 낱낱이 다 아뢰니 원수 이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하여 세상사가 꿈같은지라. 급히 뛰여내려 부인을 붙들고 통곡 왈,
 
365
“어마님 내가 물에 들던 계월이로소이다.”
 
366
하며 기절하니 부인과 시랑이 이 말을 듣고 서로 붙들고 통곡기절하니 천여명 제장과 팔십만 대병이 이 광경을 보고 어쩐 일인지 아지 못하고 서로 돌아보며 공동하여 혹 눈물을 흘리며 천고에 없는 일이라 하며 영 내리기를 기다리더라.
 
367
보국은 이왕, 평국이 부모 잃은 줄을 아는지라. 원수 정신을 진정하여 부모를 장대에 모시고 엿자오대,
 
368
“그 때 물에 떠가다가 무릉포 여공을 만나 건져 집으로 돌아가 친자식 같이 길러 그 아들 보국과 한가지 어진 선생을 갈흐에 동문수학하여 선생의 덕으로 황성에 올라가 둘이 다 동방급제하여 한림학사로 있삽다가 서달이 반하여 작란하매 소자는 대원수되고 보국은 중군이 되어 이번 싸움에 적진을 할새, 서달이 도망하여 이곳으로 오옵기에 잡으랴 왔삽다가 천행으로 부모를 만났나이다.”
 
369
하며 전후수말을 낱낱이 다 고하니, 시랑과 부인이 듣고 고생하던 말을 일일이 다 설화하며 슬피 통곡하니, 산천초목이 다 함루하는 듯하더라. 원수 정신을 진정하여 부인의 젖을 만지며 새로이 통곡하다가 양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왈,
 
370
“내가 네 등에 떠나지 아니하던 정곡과 물에 떠날제 애통던 일을 생각하면 칼로 베히는 듯 하도다. 너는 부인을 모시고 죽을 액을 여러번 지내다가 이렇 듯 만나니 어찌 즐겁지 아니 하리오.”
 
371
하며 춘낭 앞에 나가 절하고 공경 치사 왈,
 
372
“황천에 만날 모친을 이 생에서 만나 뵈옵기는 부인의 덕이라.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까.”
 
373
춘낭이 희소 왈,
 
374
“미천한 사람을 이다지 관대하시니, 황공하와 아뢸 말씀이 없나이다.”
 
375
원수 붙들어 대상에 앉히고 더욱 공경하더라. 이 때 중군장 보국이 장대앞에 들어와 문후하고 원수께 부모상봉함을 치하하니 원수 대하에 내려 보국의 손을 잡고 대상에 올라가 시랑께 뵈와 왈,
 
376
“이 사람이 소자와 동문수학하던 여공의 아들 보국이로소이다.”
 
377
하니 시랑이 듣고 급히 일어나 보국의 손을 잡고 읍체 왈,
 
378
“그대의 부친 덕택으로 죽었던 자식을 다시 보니, 이는 결초보은(結草報恩)하여도 못 갚을까 하니 무엇으로 갚으리오.”
 
379
한대, 보국이 칭사하고 물러나니, 만진장졸이 또한 원수께 부모상봉함을 치하 분분하더라.
 
380
이튿날 평명에 원수 군중에 좌기하고 군사를 호령하여 서달 등을 꿇리고 항서(降書)를 받은 후에 장대에 꿇어앉히고 도로혀 치사 왈,
 
381
“그대 만일 이곳에 오지 아니 하였던들 어찌 내의 부모를 만났으리오. 이후로부터는 도로혀 은인이 되었도다.”
 
382
하니 서달 등이 그 말을 듣고 감사하며 복지사은 왈,
 
383
“무도한 도적이 원수의 손에 죽을까 하였더니 도로혀 치사를 듣사오니 이제 죽사와도 원수의 덕택은 갚을 길이 없나이다.”
 
384
하더라. 원수, 서달 등을 본국에 돌려보내고 즉시 근엄 수령에게 전령하여 안마와 교자를 등대하니 부친과 모부인을 모시고 일천제장과 팔십만 군사를 거느려 고웅하여 옥문관으로 향할새, 거기치중이 천자에게 비길러라. 옥문관에 다달아 이 사연을 천자께 주문하니라. 이 때 천자 악대머리를 받아보신 후로는 원수의 소식을 몰라 주야 염려하시더니 황경 문밖에 장졸이 장계를 올리거늘 천자 지탁하여 보시니 하였으되,
 
 
 
385
한림학사겸 대원수 홍평국은 돈수백배하옵고 한 장 글월을 탑하에 올리나이다. 서달 등 쳐 파할 새 도적이 도망하여 벽파도로 가옵기로 쫒아들어가 적졸을 다 잡은 후에 이별하였던 부모를 만났아오니 하감하옵소서. 아비는 장사랑과 한가지 잡혀 벽파도로 정배하였던 홍무로소이다. 복원, 폐하는 신의 벼슬을 거두사 아비 죄를 속하와 후인이 본받게 하시면 신은 아비를 다리고 고향에 돌아가 여년을 맞고자 하노이다.
 
 
 
386
하였거늘 천자 보시고 대경대희하사 왈,
 
387
“평국이 한번 가 북방을 평정하고 잃은 부모를 만났다하니 이는 하날이 감동하심이라.”
 
388
하시고 또 가라사대,
 
389
“대원수를 나오면 승상이 되리니, 어찌 그 부의 벼슬이 없으리오.”
 
390
하시고 홍무를 배하여 위국공(魏國公)을 봉하시고 부인에 봉비직첩과 위공봉작을 사관께 명하여 하상하시고 왈,
 
391
“짐이 불명한 탓으로 원수의 부친을 정배 적년 고생하다가 천행으로 원수를 만나 영화로 돌아오니 어찌 그 영화를 빛내지 아니하리오.”
 
392
하시고 궁녀 삼백명을 택취하여 녹의홍삼을 입히고 부인 모실 금정과 쌍교를 보내사 시녀로 옹위하여 황성까지 오게 하시고 어전 풍류와 화동 천 여명을 거느려 옥문관으로 향하니라.
 
393
이때 사랑이 봉비직첩과 위공봉작을 원수께 드리니 시랑과 부인이 받아 북향 사배하고 지탁하니, 시랑을 위국공에 봉하시고 부인으로 정열부인(貞列夫人)을 봉하신 직첩일러라. 또 비답이 있거늘 보니 하였으되,
 
 
 
394
원수 한번 가매 북방을 평정하고 사직을 안보하니 그 공이 적지 아니하며 또 잃었던 부모를 만났으니 이런 일은 천고에 드믄지라. 또한 짐이 어지지 못하여 경의 부친을 원지에 정배하여 다년 고생하게 하였으니 짐이 도리혀 경을 볼 면목이 없도다. 그러나 바삐 올라와 집에 기다리옵게 하라.
 
 
 
395
하였거늘 위공부자 황은(皇恩)을 축수하고 이날 길을 떠나랴 하더니 또 부인 모실 금정과 각색 기계를 하시하여 옹위하며 금의화동을 좌우에 갈라 세우고 어전풍류를 올리며 꽃밭이 되어오는대 춘낭과 양윤은 쇄금교자를 태우고 원수는 위공을 모셔올새, 팔십만 대병과 제장 천여원을 중군장이 거느리고 선봉이 되어 승전북을 울리며 사십리에 벌려올새, 이적에 천자, 백관을 거느리고 맞거늘, 위공과 원수 말에 내려 복지 한 대 천자 반기사 왈,
 
396
“짐이 밝지 못하여 위공을 적년 고생하게 하였으니 짐이 도리혀 부끄럽도다.”
 
397
하시며, 일변 한 손으로 위공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원수의 손을 잡으시고 보국을 돌아보와 왈,
 
398
“짐이 어찌 수레를 타고 경등을 맞으리오.”
 
399
하고 삼십리를 천자 친히 걸어오시니 백관이 또한 걸어올새, 모든 백성이 옹위하여 대명전까지 들어노니 보는 사람이 뉘 아니 칭찬하리오. 천자 전좌하시고 원수로 좌승상 청주후를 봉하시고 보국으로 대사마 대장군 이부상서를 하이시고 그 남은 제장은 차례로 공을 쓰시고 원수더러 문 왈,
 
400
“경이 오세 부모를 잃었다 하니 뉘 집에 가 의탁하여 자랐으며 병서는 뉘게 배우며 경의 모든 십 삼년 고생을 어디가 지내다가 벽파도에서 위공을 만났느뇨? 실사를 듣고자 하노라.”
 
401
하시니 원수 전후곡절을 낱낱이 주달하니 천자 칭찬하시고 왈,
 
402
“이는 고금에 없는 일로리다.”
 
403
하시고 또 가라사대,
 
404
“경이 수중고혼이 된 것을 여공의 덕으로 살아 성공하여 짐을 돕게 함이니 여공의 공이 없으리오.”
 
405
하시고 여공으로 우북야기주후를 봉하시고 부인으로 공열부인을 봉하사 봉비직첩과 후공작을 사관으로 무릉포에 보내시니라. 이적에 여공 부부 그 직첩을 받자와 북향 사배 후에 즉시 행장을 차려 부인과 황성에 올라와 여공이 탑전에 들어가 사은숙배한대 천자 반기사 칭찬 왈,
 
406
“경이 평국을 길러내야 짐을 안보케 하니, 그 공이 적지 아니하도다.”
 
407
하시니 여공이 사은하고 물러나와 위공과 정열부인께 뵈온대 위공과 부인이 다시 기좌하여 치사 왈,
 
408
“어지신 덕택으로 계월을 구하시고 친자식같이 길러 입신 양명하시니 은혜 백골난망이로소이다.”
 
409
하며 비회를 금치 못하거늘 여공이 더욱 감사하여 공순응답하더라. 평국과 보국 또한 복지하여 원로에 평안히 행차함을 치하하니 위공과 정열부인이며 기주후와 공열 부인과 춘낭도 좌에 참례하고 양윤이 또한 기꺼함을 측량치 못하는지라. 이날 대연(大宴)을 배설하고 삼일 즐기니라. 이적 천자 제신을 돌아보와 왈,
 
410
“평국과 보국을 한 궁궐 안에 살게 하리라.”
 
411
하고 종남산하에 터를 닦어 집을 지을새, 천여간을 불일성지(不日成之)로 지으니, 그 장엄을 측량치 못하더라. 집을 다 지은 후에 노비 천명과 수성군 백여명씩 사급하시고 또 채단과 보화를 수천바리를 상사하시니, 평국과 보국이 황은을 축수하고 한 궁월안에 각각 침사를 정하고 거처하니 그 궁궐 안 장광이 십리가 남은지라. 위의 거동이 천자나 다름없더라.
 
412
이적에 평국이 전장에 다녀온 후로 자연 몸이 곤하여 병이 침중하니 가내 경등하여 주야 약으로 치료하더니 천자 이 말을 들으시고 대경하사 명의를 급히 보내여
 
413
“병세를 자세히 보고 오라. 만일 위중하면 짐이 가보리라.”
 
414
하시고 어맥하니 병세 위중치 아니한지라 속히 약을 가르쳐 쓰라하고 돌아와 천자께 아뢰되 병세를 보오니 위중치 아니 하옵기로 속한 약을 가르쳐 쓰라 하옵고 왔사오나 또한 괴이한 일이 있어 수상한 일이 있더이다. 천자 놀라 문 왈,
 
415
“무슨 연고 있더뇨?”
 
416
어의 복지 주 왈,
 
417
“평국의 맥을 짚어보오니 남자의 맥이 아니오매 이상하여이다.”
 
418
천자 그 말을 들으시고 왈,
 
419
“평국이 여자면 어찌 전장에 나가 적군을 사멸하고 왔으리오, 평국이 얼굴이 도화색이요. 체신이 잔약하니 혹 미심하거니와 아직 누설치 말라.”
 
420
하시고 환자로 하여금 자주 문병하시니라. 이적에 평국이 병세 차차 낳으매 생각하되
 
421
“어의가 내 의맥을 보았으니 본색이 탄로날지라. 이제 하릴 없으니 여복을 개칙하고 규중에 몸을 숨어 세월을 보냄이 옳다.”
 
422
하고, 즉시 남복을 벗고 여복을 입고 부모전에 뵈와 느끼며 양협에 쌍루 용출하거늘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더라. 계월 비감하여 우는 거동은 추(秋) 구월 연화꽃이 세우를 머금고 초생편월이 수운에 잠긴 듯하며 요요전전한 태도는 당세에 제일이라. 이적에 계월이 천자께 상소를 올렸거늘, 상이 보시니 하였으되,
 
 
 
423
한림학사겸 대원수 좌승상 청주후 평국은 돈수백배하옵고 아뢰옵니다. 신첩이 미만 오세에 장사랑난에 부모를 잃었삽고 도적 맹길을 만나 수중고혼이 되올 것을 여공의 은덕으로 살아났사오나 일념에 생각하온즉 여자의 행색을 하여서는 규중에 늙어 부모의 해골을 찾지 못함이 되옵기로 여자의 행실을 버리고 남자의 복색을 하와 황상을 쇠기옵고 조정에 들었사오니 신첩의 죄 만사무석이옵기로 감수 대죄하와 유지와 인신을 올리옵나이다. 기군망상지죄(欺君忘上之罪)를 사속히 처참하옵소서.
 
 
 
424
하였거늘 천자 글을 보시고 용상을 치며 좌우를 돌아보아 왈,
 
425
”평국이 누가 여자로 보았으리오. 고금에 없는 일이로다. 비록 처하당대하나 문무겸전하고 갈충보국하여 충효상산 지재는 남자라도 미치지 못하리로다. 비록 여자나 벼슬을 어찌 거두리오.“
 
426
하시고 환자를 명하여 유지와 인신을 도로 환송하시고 비답하였거늘 계월이 황궁감사하여 받아보니 하였으되,
 
 
 
427
경의 상소를 보니 놀랍고 일변 장하도다. 충효를 겸전하여 반적 소멸하고 사직을 안보하기는 다 경의 하해(河海)같은 덕이라. 짐이 어찌 여자라 허물하리오. 유지와 인신을 환송하니 추호도 과념치 말고 갈충보국하여 짐을 도우라.
 
 
 
428
하였거늘 계월이 사양치 못하여 여복을 입고 그 위에 조복을 입고 부리던 제장 백여명과 군사 천 여명을 갑주를 갖추어 승상부 문밖에 진을 치고 있게 하니 그 위의 엄숙하더라.
 
429
일일은 천자 위국공을 엄시하여 가로되,
 
430
“짐이 원수의 상소를 본 후로 사념이 많은지라. 평국이 규중에 홀로 늙으면 홍무의 혼백이 의지할 곳이 없을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또한 평국이 규중에 늙기에 불쌍하니, 평국의 혼인을 짐이 중매되고자 하니 뜻이 어떠하뇨?”
 
431
위공이 복지 주 왈,
 
432
“신의 뜻도 그러하오니 소신이 나가 의논하오려니와, 평국의 배필을 뉘라 정하랴 하시나이까?”
 
433
천자 왈,
 
434
“평국이 동학하던 보국으로 정코자 하니 경의 마음이 어떠하뇨?”
 
435
위공이 주 왈,
 
436
“하교(下敎) 마땅하여이다. 평국이 죽을 목숨을 여공의 덕으로 살았삽고 친자식같이 길러 영화복록을 누리고, 이별하였던 부모를 만나게 하고 또한 보국과 동학하와 동방급제하여 폐하의 성덕으로 작록(爵錄)을 받아 만리전 장에 사생 고락을 한가지로 하옵고 돌아와 한 집에 거처하오니 천생연분인가 하나이다.”
 
437
하고 물러나와 계월을 불러 앉히고 천자 하시던 말씀을 낱낱이 전하니 계월이 엿자오되,
 
438
“소녀의 마음은 평생을 홀로 늙어 부모 슬하에 있삽다가 죽은 후에 다시 남자되어 공맹(孔孟)의 행실 배우고자 하였삽더니 근본이 탄로하와 천자 하교 이러하옵시니 부모님도 슬하에 다른 자식 없어 비회를 품고 선영봉사를 전할 곳이 없겠사오니 자식이 되어 부모의 영을 어찌 거역하며 천자 하교를 배반하오리까. 하교대로 보국을 섬겨 여공의 은혜를 만분지 일이나 갚사올까 하오니 부친은 이 사연을 천자전에 상달하옵소서.”
 
439
하며 낙루하고 남자 못됨을 한탄하더라.
 
440
이때 위공이 즉시 궐내에 들어가 계월이 하던 말을 주달하니 천자 기꺼하사 즉시 여공을 불러 하교하사,
 
441
“평국과 보국을 부부로 정코자 하니 경의 뜻이 어떠하뇨.”
 
442
복지 주 왈,
 
443
“폐하의 덕택으로 현부(賢婦)를 결친하오니 감사하와 아뢸 말씀 없나이다.”
 
444
하고 물러나와 보국을 불러 천자 하교를 전하니, 보국이 부복 칭사하고 부인이며 가내상하(家內上下) 기꺼하더라.
 
445
이 때 천자 태사관을 불러 택일할새, 마침 삼월 망일이라. 택일 관자와 예단 할 비단 수천필을 봉하여 위공의 집으로 사송하시니라.
 
446
위공이 택일 관자를 가지고 계월의 침소에 들어가 전하니 계월이 왈,
 
447
“보국이 전일 중군으로서 소녀의 부리던 사람이라. 내가 그 사람의 아내될 줄을 알었으리오. 다시는 군례를 못할가 하오니 이제 망종 군례나 차리고자 하오니 이 뜻을 천자께 상달하소서.”
 
448
위공이 즉시 천자께 주달하니 천자 즉시 군사 오천과 장수 수백 여원을 갑주와 기치, 창검을 갖초아 원수께 보내니 계월이 여복을 벗고 갑주를 갖추고 용봉황월과 수기를 잡어 행군하여 별궁에 좌기하고 군사로 하여금 보국에게 전령하니 보국이 전령 보고 분함을 측량할 길 없으나 전일 평국의 위풍을 보았는지라 군령을 거역지 못하여 갑주를 갖추고 군문대령하니라.
 
449
이적에 원수 좌우를 돌아보아 왈,
 
450
“중군이 어찌 이다지 거만하뇨? 바삐 현신하라.”
 
451
호령이 추상(秋霜) 같거늘 군졸의 대답소래 장안이 끓는 지라, 중군이 그 위엄을 황겁하여 갑주를 끌고 국궁하여 들어가니 얼골에 땀이 흘렀는지라, 바삐 나가 장대앞에 복지한대, 원수 정색하고 꾸짖어 왈,
 
452
“군법이 지중(至重)커늘, 중군이 되었거든 즉시 대령하였다가 명 내림을 기다릴 것이어늘, 장령을 중히 예거치 않고 태만한 마음을 두어 군령을 만홀히 아니 중군의 죄는 만만 무엄한지라 즉시 군법을 시행할 것이로되, 십분 짐작하거니와 그저는 두지 못하리라.”
 
453
하고 군사를 호령하여 중군을 빨리 잡아내라 하는 소래 추상같은지라, 무사 일시에 고함하고 달려들어 장대앞에 끓리니 중군이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진정하여 아뢰되,
 
454
“소장은 신병이 있어 치료하옵다가 미처 당이 못하였사오니 태만한 죄는 만만무석이오나 병든 몸이 중장을 당하오면 명을 보전치 못하겠삽고 만일 죽사오면 부모에게 불효를 면치 못하오니 복원, 원수는 하해같은 은덕을 내리사 전일 정곡을 생각하와 소장을 살려주시면 불효를 면할가 하나이다.”
 
455
하며 무수이 애걸하니, 원수 내심(內心)은 우수(憂愁)나 겉으로는 호령하여 왈,
 
456
“중군이 신병이 있으면 어찌 영춘각의 애첩(愛妻) 영춘(永春)으로 더불어 주야 풍류로 질서하느뇨? 그러나 사정이 없지 못하여 칭서하거니와 차후는 그리 말라.”
 
457
분부하니 보국이 백배사례하고 물러나니라.
 
458
원수 이렇듯 즐기다가 군을 물리치고 본궁에 돌아올새, 보국이 원수께 하직하고 돌아와 부모전에 욕본 사연을 낱낱이 고하니 여공이 그 말을 듣고 대소하여 칭찬 왈,
 
459
“내 며나리는 천고의 여중군자로다.”
 
460
하고 보국더러 일러 왈,
 
461
“계월이 너를 욕뵘이 다름 아니라 어명으로 너와 배필을 정하매 전일 중군으로 부리던 연고라 마음이 다시는 못부릴가 하여 희롱함이니, 너는 추호도 혐의(嫌疑)치 말라.”
 
462
하더라.
 
463
천자, 계월이 보국을 욕뵈였단 말을 듣고 대소하시고 상사를 많이 하시니라.
 
464
이 때 길일(吉日)을 당하매 행례할새, 계월이 녹의홍상으로 단장하고 시비들이 좌우에 부액하여 나오는 거동이 엄숙하고 아름다운 태도와 요요정정한 형용은 당세 제일일러라. 또한 장막 밖에 제장군들이 갑주를 갖추고 기치검녹을 좌우에 갈라 세우고 옹위하였으니 그위에 엄숙함을 측량치 못할러라. 보국이 또한 위의를 갖추고 금안준마 위에 뚜렷이 앉어 봉미선으로 차면하고 계월이 궁에 들어와 교배하는 거동은 태선관이 옥황께 반도 친송하는 거동일러라. 교배를 파하고 그날밤에 동침하니 원앙비취 지락이 극진하더라.
 
465
이튿날, 평명에 두 사람이 위공과 정열부인께 뵈온대 위공부부 희락을 이기지 못하며 또 기주후와 공열부인께 뵈일새, 기주후 대희하여 왈,
 
466
“세상사를 가히 측량치 못하리로다. 너를 내 며나리 삼을 줄을 뜻하였으리오.”
 
467
한대, 계월이 다시 절하고 왈,
 
468
“소부의 죽을 명을 구하신 은혜와 십 삼년 기르시되 근본을 아뢰지 아니 하온 죄를 만사무석이옵고 또한 하날이 도우사 구고(舅姑)로 섬기게 하옵시니, 이는 첩의 원이로소이다.”
 
469
종일 말씀하다가 하직하고 본궁으로 돌아올새, 금정을 타고 시녀로 옹위하여 중문에 나오다가 눈을 들어 영춘각을 바라보니 보국의 애첩 영춘이 난간에 걸터앉아 계월의 행차를 구경하며 몸을 꼼짝 안커늘 계월이 대노하여 정을 머므르고 무사를 호령하여 영춘을 잡아내려 정앞에 꿇리고 꾸짖어 왈,
 
470
“네 중군의 세(勢)로 교만하여 내의 행차를 보고 감히 난간에 걸터앉어 요동치 아니하고 교만이 태심하니, 네같은 년을 어찌 살려두리오. 군법을 세우리라.”
 
471
하고 무사를 호령하여 베히라 하니 무사 영을 듣고 달려들어 영춘을 잡아내어 베히니 군졸과 시비 등이 황급하여 바로 보지 못하더라.
 
472
이적에 영춘이 죽었단 말을 듣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부모께 엿자오되,
 
473
“계월이 전일은 대원수 되어 소자를 중군으로 부리오매 장막지간(將幕之間)이라, 능별이 여기지 못하려니와 지금은 소자의 아내오매, 어째 소자의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 심사를 불평케 하오리까.”
 
474
하대, 여공이 이 말을 듣고 만류하여 왈,
 
475
“계월이 비록 네 아내는 되었으나 벼슬 놓지 아니하고 의기당당하여 족히 너를 부릴 사람이로되, 예로써 너를 섬기니 어찌 심사를 그르다 하리오. 영춘은 비첩(卑妻)이라 제 거만하다가 죽었으니 뉘를 한하며, 또한 게월이 그릇 궁녀비를 죽인다 하여도 뉘라서 그르다 책망하리오. 너는 조금도 과념치 말고 마음을 변치 말라. 만일 영춘을 죽였다고 하고 혐의를 두면 부부지의도 변할 것이요 또한 천자 주장하신 바라, 네게 해롬이 있을 것이니 부디 조심하라.”
 
476
하신대, 보국이 엿자 왈,
 
477
“부친님 분부지하오나, 세상 대장부되어 계집에게 괄시를 당하오리까.”
 
478
하고 그 후로부터는 계월의 방에 드지 아니하니, 계월이 생각하되 '영춘의 혐의로 아니 오는도다'하고 왈,
 
479
“뉘라서 보국을 남자라 하리오. 여자에도 비(比)치 못하리로다.”
 
480
하고 남자 못됨을 분하여 눈물을 흘리며 세월을 보내더라.
 
481
각설, 이적에 남관장이 장계를 올리거늘 천자 즉시 개탁하니 하였으되, '오왕(吳王)과 초왕(楚王)이 반하여 지금 황성을 범코자 하옵는대 오왕은 구덕지를 얻어 대원수를 삼고 초왕은 장맹길을 얻어 선봉을 삼어 제장 천여원과 군사 십만을 거느려 호주 북지 칠십여 성을 항복받고 형주 자사 이완태를 베히고 직쳐오매 소장의 힘으로는 방비할 길이 없사와 감달하오니 복원, 황상은 어진 명장을 보내옵서 방적호옵소서'하였거늘, 천자 보시고 대경하사 만존을 모아 의논한대 우승상 명연태 주 왈,
 
482
“이 도적은 좌승상 평국을 보내야 막사올 것이니, 급히 영초하옵소서.”
 
483
천자 들으시고 양구에 왈,
 
484
“평국이 전일은 출세하였기로 불렀거니와 지금은 규중처자라 어찌 명차하여 전장에 보내리오.”
 
485
하신대, 제신이 주 왈,
 
486
“평국이 지금 규중에 처하오나 이름이 조야에 있삽고 또한 작록을 갈지 아니하였사오니 어찌 규중을 혐의하오리까?”
 
487
천자 마지못하여 급히 평국을 명차하시니라.
 
488
이 때 평국이 규중에 홀로 있어 매일 시비를 다리고 장기와 바둑으로 세월을 보내더니 사람이 나와 명차하시는 영을 전하거늘, 평국이 대경하여 급히 여복을 벗고 조복으로 사관을 따라 탑하에 복지한대 천자 대희 왈,
 
489
“경이 규중에 처한 후로 오래 보지 못하여 주야 사모하더니 이제 경을 보매 기쁘기 측량 없거니와 짐이 덕이 없어 지금 오초 양왕(兩王)이 반하여 호주 복지를 쳐 항복받고 남관을 험쳐 황성을 범코자 한다 하니 경은 자당 처사하와 사직을 안보케하라.”
 
490
하신대 평국이 부복 주왈,
 
491
“신첩 외람하와 폐하를 소기옵고 공후작록이 높아 영화로 지내옵기 황공하오되 죄를 사하옵시고 이대도록 사랑 하옵시니 신첩이 비록 우매하오나 힘을 다하여 폐하의 성은을 만분지 일이나 갚고자 하오니 근심치 마옵소서.”
 
492
한대, 천자대희하사 천병만마를 즉시 초발하여 상님원에 진을 치고 원수 친히 붓을 잡어 보국에게 전령하되, '지금 적병이 급하매 중군은 바삐 대령하여 군령을 어기지 말라'하였거늘, 보국이 군령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부모께 엿자오대,
 
493
“계월이 또 소자를 중군으로 부리랴 하오니, 이런 일이 어대 잇사오리까?”
 
494
여공이 왈,
 
495
“내 전일에 너더러 무엇이라 이르더냐, 계월을 괄시하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어찌 그르다 하리오. 국사지중(國事至重)하니 무가내하라.”
 
496
하고 바삐 감을 재촉하니 보국이 하릴없어 갑주를 갖추고 진문에 나아가 원수앞에 복지하니, 원수 분부 왈,
 
497
“만일 영을 거역하는 자면 군법을 시행하리라.”
 
498
하니, 보국이 황겁하여 중군처소로 돌아와 영내리기를 기다리는지라, 원수 제장의 소임을 각각 정하고 추 구월일 유진하고 즉시 오일에 천축산(天竺山)을 지내어 연경루에 다다르니, 적병이 평원광야에 진을 쳤는데 굳기가 철통같은지라 원수 적진을 대하여 진을 치고 하령(下令) 왈,
 
499
“장령을 어기는 자면 세의 두고 베히리라.”
 
500
호령이 추상같거늘 제장 군졸이 황겁하와 아모리 할 줄을 모르고, 보국이도 조심이 무궁하더라.
 
501
이튿날, 원수 중군에게 분부하되,
 
502
“수일은 중군이 나가 싸워라.”
 
503
하니 중군이 칭령하고 말에 올라 삼척장검을 들고 적진 가르쳐 웨여 왈,
 
504
“나는 평국 중군 보국이라, 대원수의 영을 받아 너희 머리를 베히랴 하니 바삐 나와 내 칼을 받으라.” 하니 적장 운평이 초탕을 듣고 대통하여 말을 몰아 싸우더니 수합이 못하여 보국이 칼이 빛나며 머리 마하에 떨어지니 적장 운경이 운평 죽음을 보고 대분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거늘, 보국이 승기 등등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서로 싸우더니 수합이 못하여 보국이 칼을 날려 운경의 칼든 팔을 치니 운경이 미처 손을 올리지 못하고 칼든 채 마하에 나려지거늘, 보국이 운경의 머리를 베어들고 본직으로 돌아오던 중, 적장 구덕지 대노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말을 몰아 크게 고함하며 달려올새, 난데없는 적병이 또 사방으로 달려들거늘, 보국이 황겁하여 대하고자 하더니 경각에 적장이 함성을 지르고 보국을 천여겹 에워싸는지라 사세 위급하매 보국이 앙천탄식하더니, 이 때 원수 장대에서 북을 치다가 보국의 급함을 보고 급히 말을 몰아 장검을 높이 들고 죄충우돌하며 적진을 헤치고 구덕지 머리를 베어 들고 보국을 구하여 몸을 날려 적진을 충돌할새, 동에 번 듯 서장을 버히고 남으로 가는 듯 북장을 버히고 좌충우돌하여 적장 오십여원을 한 칼로 소멸하고 본진으로 돌아올새, 보국이 원수보기를 부끄러워 하거늘, 원수 보국을 꾸짖어 왈,
 
505
“저러하고 평일에 남자라 칭하고 나를 업신여기더니, 언제도 그리할까.”
 
506
하며 무수히 조롱하더라.
 
507
이적에 원수 장대에 좌기하고 구덕지 머리를 함에 봉하여 황경으로 보내니라.
 
508
이적에 오초 양왕이 상의하여 왈,
 
509
“평국의 용맹을 보니 옛날 조자룡이라도 당치 못할지니 어찌 대적하며, 명장 구덕지를 죽였으니 이제 뉘로 더불어 대사를 도모하리오. 이제는 우리 양국이 평국의 손에 망하리로다.”
 
510
하며 낙루하니, 맹길이 엿자 왈,
 
511
“대왕은 근심치 마옵소서. 소장이 한 묘책이 있사오니, 평국이 아모리 영웅이라도 이 계교는 아지 못할 것이오, 또한 명제(明帝)를 사로잡을 것이니 염려 마옵소서. 지금 황경에 시신(侍臣)만 있을 것이니 평국을 모르게 군사를 거느려 오초동을 넘어 양자강을 지내어 황성을 엄습하면, 천자 필연 황경을 버리고 도망하여 살기를 바라고 항서를 올릴 것이니, 그리하사이다.”
 
512
하고 즉시 관평을 불러 왈,
 
513
“그대는 본진을 지키고 평국이 아모리 싸우자 하여도 나지말고 나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514
하고 이날밤 삼경에 제장 백여원과 군사 일천명을 거느리고 황성으로 가니라.
 
515
이적에 천자 구덕지 머리를 받아보시고 대희하사 제신을 모아 평국의 부부를 칭찬하시고 탕평으로 지내러니 오초동수 장계를 올렸으되, '양자강 광야 사장에 천병만마 들어오며 황성을 범코자 하나이다' 하였거늘, 천자 대경하사 만장을 모아 의논하시더니 적장 맹길이 동문을 깨치고 들어오며 백성을 무수히 죽이고 대궐에 불을 질러 화광이 충천하며 장안만민이 물끓 듯 하며 도망하는지라, 천자 대경하사 용상을 두다리며 기절하시거늘, 우승상 정인태 천자를 등에업고 북문을 열고 도망하니, 시신 백여명이 따라 천태평을 넘어갈새, 적장 맹길이 천자 도망함을 보고 크게 웨여 왈,
 
516
“명황은 닫지말고 항복하라.”
 
517
하며 쫓거늘, 시신도 넋을 잃고 죽기로서 닫더니, 앞에 대강이 막혔거늘, 천자 탄 왈,
 
518
“이제는 죽으리로다. 앞에는 대강이요, 뒤에는 적병이 급하니 이 일을 어찌 하리오.”
 
519
하며 자결코자 하시더니, 맹길이 벌써 달려들어 창으로 겨누며,
 
520
“죽기를 아끼거든 항서를 바삐 올리라.”
 
521
하니 시신등이 애걸 왈,
 
522
“지필이 없으니 성중에 들어가 항서를 쓸 것이니 장군은 우리 황상을 살려주소서.”
 
523
하니 맹길이 눈을 부릅뜨고 꾸짖어 왈,
 
524
“네 왕이 목숨을 아끼거든 손가락을 깨물어 옷자락에 써올리라.”
 
525
하니 천자 혼비백산(魂飛百散)하여 용포 소매를 떼여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앙천 통곡 왈,
 
526
“수 백년 사직이 내게 와 망할 줄을 어찌 알었으리오.”
 
527
하시며 대성통곡하시니 백일이 무광하더라.
 
 
 
 
 
 
 
528
(중략 - 외적이 침탈하매 평국과 보국이 출전하는 내용)
 
 
 
 
 
529
이 때, 원수 진중에 있어 적진 파할 모책을 생각하더니, 자연 마음이 산란하여 장막밖에 나서 천기를 살펴보니, 자미성이 신지를 떠나고 모든 별이 살기 등등하며 한수에 비치거늘, 원수 대경하며 중군장을 불러 왈,
 
530
“내 천기를 보니 천자의 위태함이 경각에 있는지라, 내 필마로 갈랴하니 장군은 제장군졸을 거느려 진문을 굳이 닫고 나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531
하고 필마 단검으로 황성을 향할새, 동방이 밝아오거늘, 바라보니 장안이 비었고 궁궐이 소화하여 빈터만 남았는지라 원수 통국하며 두루 다니되, 한 사람도 보지 못하여 천자 가신 곳을 아지 못하고 망극하여 하더니 문득 수채궁기로서 한 노인이 나오다가 원수를 보고 대경하여 급히 들어가거늘, 원수 바삐 쫓아가며,
 
532
“나는 도적이 아니라 대국 대원수 평국이니 놀래지 말고 나와 천자거처를 일으라.”
 
533
하니, 그 노인이 그제야 도로 나와 대성통곡 하거늘, 원수 자세히 보니 이는 기주후 여공이라, 급히 말에서 내려 복지 통곡 왈,
 
534
“시부님은 무삼 연고로 이 수채궁기에 몸을 감추고 있사오며 소부의 부모와 시모님은 어데로 피난하였는지 알으시나이까.”
 
535
여공이 원수 손을 잡고 울며 왈,
 
536
“이곳에 도적이 들어와 대궐을 불지르고 노략하매 장안 만인이 도망하여 가니 나는 갈 길을 몰라 이 궁기에 들어와 피난하였으니 흔장님 양위와 네 시모 간 곳을 아지 못하노라.”
 
537
하고 통곡하거늘,
 
538
원수 위로 왈,
 
539
“설마 만나뵐 날이 없사오이까.”
 
540
하고 또 문 왈,
 
541
“황상은 어데 계시니까?”
 
542
답 왈,
 
543
“내 여기 숨어 보니 한 신하가 천자를 업고 북문으로 도망하여 천태령 넘어가더니, 그 뒤에 도적이 따러갔으며 필연 위급할지라.”
 
544
하거늘, 원수 대경하여 왈,
 
545
“천자를 구하러 가오니 소부 돌아오기를 기다리소서.”
 
546
하고 말에 올라 천태령을 넘어갈새, 순시간에 한수 북편에 다달어 보니 십리 사장에 적병이 가득하고 항복하라하는 소래 상천이 진동하거늘, 원수 이 말을 듣고 투구를 다시 쓰고 우뢰같이 소래하며 말을 채쳐 달려가며 대호 왈,
 
547
“적장은 나의 황상을 해치 말라, 평국이 예 왔노라.”
 
548
하니, 맹길이 황겁하여 말을 돌려 도망 하거늘, 원수대호 왈,
 
549
“네가 가면 어데로 가리오. 닫지 말고 내 칼을 받으라.”
 
550
철통같이 달려갈새, 원수의 준총마가 주흥같은 님을 버리고 순시간에 맹길이 말꼬리를 물고 느리지거늘, 맹길이 대경하여 몸을 도두어 장창을 높이 들고 원수게 범코자 하니, 원수 대노하여 칼을 들어 맹길을 치니 두 팔이 내려지는지라. 또 좌충우돌하여 적졸을 진멸하니 피흘려 성천(成川)하고 주검이 구산(九山)같더라.
 
551
이 때 천자와 제신이 넋을 잃고 아모 할 줄을 모르고 천자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깨물랴 하거늘, 원수 급히 말게 내려 복지 통곡하며 엿자 왈,
 
552
“폐하는 옥체 안보하옵소서. 평국이 왔나이다.”
 
553
천자 혼비(魂飛)중에 평국이란 말을 듣고 일변 반기며 일변 비감(悲感)하사, 원수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을 못하시거늘, 원수 옥체를 보호하니 이윽고 정신을 진정하여 원수에게 치사 왈,
 
554
“짐이 방종고혼이 될 것을 원수의 덕으로 사직을 안보케 되었으니 원수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555
하시며
 
556
“원수는 만리 변방에서 어찌 알고 와 짐을 구하였느뇨?”
 
557
하니 원수 복주 왈, 천기를 보옵고 군사를 중군에게 부탁하옵고 즉시 황성에 득달하온즉, 장안이 비었사오며 폐하거처를 모르고 주저하옵더니 시부 여공이 수채궁기로 나오거늘, 묻잡고 급히 와 적장 맹길을 사로잡은 말씀을 대강 아뢰고, 나와, 적진 여졸을 낱낱히 결박하여 앞세우고 황성으로 행할새, 원수의 말은 천자를 모시고 맹길이 탔던 말을 원수가 타고 행군북을 맹길이 등에 지우고 시신으로 북을 울리며 환궁(還宮)하실새, 천자 마상에서 용포 소매를 들어 춤을 너울너울 추며 즐겨하시니 제신과 원수도 일시에 팔을 들어 춤을 추며 즐겨 천태령을 넘어오니 장안이 소조하고 대궐이 터만 남았으니 어찌 한심치 아니 하리오. 천자 좌우를 돌아보아 왈,
 
558
“짐이 덕이 없어 무죄한 백성과 황후, 태자 환중고혼이 되었으니 하 면목으로 천위를 차지하리오.”
 
559
하시며 통곡하시니, 원수 엿자오되,
 
560
“폐하는 너무 염려치 마옵소서. 하날이 성상(聖上)을 내실새, 저 무도한 도적으로 하여금 곤액을 당하게 함이요, 둘째 은신을 내야 환을 평정케 함이오니, 하날이 정하신 바라 어찌 천수를 면하리까. 슬픔을 참으시고 천위를 정신후에 황후와 태자 거처를 탐지하사이다.”
 
561
하니 천자 왈,
 
562
“대궐이 없었으니 어데가 안정하리오.”
 
563
하시더니, 이 때 여공이 수채궁기로 나와 복지 통곡 왈,
 
564
“소신이 살기만 도모하여 폐하를 모시지 못하였아오니, 소신을 속히 처참하와 후인을 증계하옵소서.”
 
565
천자 왈,
 
566
“짐이 경으로 하여금 변을 당함이 아니라, 어찌 경의 죄라 하리오. 추호도 과념치 말라.”
 
567
여공이 또 아뢰되,
 
568
“폐하 아직 안정하실 곳이 없사오니 원수 있던 집으로 가사이다.”
 
569
천자 즉시 종남산하로 와보시니 외로운 집만 남았는지라 위공이 있던 황화정에 전좌하시다.
 
570
이튿날, 평명에 원수 아뢰되,
 
571
“ 이 도적은 소신이 나가 베히랴 하오니 폐하는 보옵소서.”
 
572
하고 도적을 차례로 앉히고 원수 삼척 장검을 들어 적졸을 다 버힌 후에 맹길을 빗기들고 천자 전에 주 왈,
 
573
“저 도적은 소신의 원수라, 죄목을 문목커든 보옵소서.”
 
574
하고 원수 높이 좌기하고 맹길을 가까이 꿇리고 대질왈,
 
575
“네가 초 따위에 있다 하니 그 지명을 자세히 이르라.”
 
576
맹길이 아뢰되,
 
577
“소인이 아옵기는 소상강 근처에 있나이다.”
 
578
원수 왈,
 
579
“네가 수적되어 강상으로 다니며 장사배를 탈취하여 먹었느냐?”
 
580
맹길이 주 왈,
 
581
“흉년을 당하와 기갈을 견디지 못하여 적당을 다리고 수적되어 사람을 살해하였나이다.”
 
582
원수 또 문 왈,
 
583
“아모 연분에 엄자릉 조대에서 홍시랑 부인을 비단으로 동여매고 그 품에 안은 유아를 자리로 싸서 강물에 넣은 일이 있느냐? 바로 알리라.”
 
584
맹길이 그 말을 듣고 끓어앉으며 왈,
 
585
“이제는 죽게 되었사오니 어찌 기망하오리까. 과연 그러하였나이다.”
 
586
원수 대질 왈,
 
587
“나는 그 때 자리에 싸여 물에 넣은 계월이로다.”
 
588
하니 맹길이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아득한지라, 원수 친히 내려 맹길이 상투를 잡고 모가지를 동여 배나무에 매여 달고,
 
589
“너 같은 놈은 점점이 깎아 죽이리라.”
 
590
하고, 칼을 들어 점점이 외려놓고 배를 갈라 간을 내여 하날께 표백하고 천자께 아뢰되,
 
591
“폐하의 넓으신 덕택으로 평생 소원을 다 풀었사오니 이제 죽어도 한이 없나이다.”
 
592
천자 칭찬 왈,
 
593
“이는 경의 충효를 하날이 감동하심이라.”
 
594
하고 즐겨하시더라.
 
595
이 때 천자 보국의 소식 몰라 염려하시거늘 원수 주 왈,
 
596
“신이 보국을 다려오리다.”
 
597
하고 이날 떠나랴 하더니 문득 중군이 장계를 올렸거늘, 하였으되,
 
598
'원수황성 구하러 간 사이에 소신이 한 변북 쳐 오, 초양왕을 항복받었나이다'
 
599
천자, 원수를 보시고 왈,
 
600
“이제는 오, 초 양왕을 사로잡았다 하니 이런 기별을 듣고 어찌 앉아서 맞으리오.”
 
601
하시고 천자 제신을 거느리고 거동하사, 평국은 선봉이 되고 천자는 스사로 중군이 되어 좌우에 옹위하여 보국의 진으로 갈새, 선봉장 평국이 갑주를 갖추고 백총마를 타고 수기를 잡아 앞에 나가니라.
 
602
이적에 보국이 오, 초 양왕을 앞에 세우고 황성으로 향하여 올새, 바라보니 한 장수 사장에 들어오거늘, 살펴보니 수기와 칼빛은 원수의 칼과 수기로되 말은 준총마가 아니어늘, 보국이 의심하여 일변 진을 치며 생각하되 적장 맹길이 복병(伏兵)하고 원수의 모양을 본받아 나를 유인함이라하고 크게 의심하거늘, 천자 그 거동을 보시고 평국을 불러 왈,
 
603
“보국이 원수를 보고 적장인가 하여 의심하는 듯하니 원수는 적장인 체하고 중군을 속여 오늘 재주를 시험하여 짐을 구경시키라.”
 
604
하시니, 원수 주 왈,
 
605
“폐하 하교 신의 뜻과 같사오니 그리하사이다.”
 
606
하고 갑옷 위에 검은 군복을 입고 사장에 나가서 수기를 높이 들고 보국의 진으로 향하니 보국이 적장인줄 알고 달려 들거늘 평국이 곽도사에게 배운 술법을 베푸니, 경각에 태풍이 일어나며 흑운 안개 자욱하며 지척(咫尺)을 분별치 못할러라. 보국이 아오리 할 줄 모르고 황겁하여 하더니 평국이 고함하고 달려들어 보국의 창검을 앗어 손에 들고 삭멱을 잡어 공중에 들고 천자 계신 곳으로 갈새, 이때 보국이 평국의 손에 달려오며 소래를 크게 하여 원수를 불러 왈,
 
607
“평국은 어데 가서 보국이 죽는 줄을 모르는고?”
 
608
하며 우는 소래 진중이 요란하니, 원수 이 말을 듣고 웃으며 왈,
 
609
“네 어찌 평국에게 달려오며 평국은 무삼 일로 부르느뇨?”
 
610
하며 박장대소하니, 보국이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과연 평국이어늘, 슬픔은 간데 없고 도리어 부끄러워 눈물을 거두더라.
 
611
천자 대소하시고 보국의 손을 잡으시고 위로 왈,
 
612
“중군은 원수에게 욕봄을 추호도 과념치 말라. 원수 자의로 함이 아니라 짐이 경 등의 재조를 보랴하고 시킨 바라. 지금은 전장으로 하여금 욕을 보았으나 평정 후 돌아가면 예로써 정군을 섬길 것이니 불상한지라.”
 
613
하시고 재조를 칭찬하시고 보국을 위로하시니 보국이 그제야 웃고 엿자 왈,
 
614
“하교 지당하여이다.”
 
615
하고 행군하여 황성으로 향할새, 오, 초 양왕에게 행군복을 지우고 무사로 하여금 울리며 평원광야에 덮여 별사곡을 지나 황성에 다달아 종남산하에 들어가, 천자 황화정에 전좌하시고 무사를 대령하여 오, 초 양왕을 결박하여 계하에 꿇리고 꾸짖어 왈,
 
616
“너희 등이 반심을 두어 황성을 침범하다가 천도 무심치 아니 하사 너희를 잡았으니 너희를 다 죽여 일국에 빛내리라.”
 
617
하시고 무사를 명하여 문밖에 내여 효시하고 처참하니라.
 
618
천자 인하여 황후와 태자를 위하여 제문지여 제하시고 군사를 호군한 후에 제장을 차례로 공을 쓰시고 새로 국호를 고쳐 즉위하시고 조서를 내려 만관을 뵈여 조정위를 정하시고 보국으로 좌승상을 봉하시고 평국으로 대사마대도독위왕 직첩을 주시고 못내 기꺼하시더라.
 
619
평국이 주왈,
 
620
“신첩이 외람하와 폐하의 넓으신 덕택으로 봉작을 입삽고 천하를 평정하였음에는 폐하의 하해같은 덕이옵거늘 어찌 신첩의 공이라 하오리까, 하물며 친부모와 시모를 잃었사오니 신첩이 팔자 기박하와 이러하오니 이제는 여자의 도리를 차려 부모 영위를 지키옵고자 하옵나이다.”
 
621
하고 병부 열둘과 원수의 인신이며 수기를 바치고 체읍하거늘, 천자가 비감하사 왈,
 
622
“이는 다 짐의 박덕한 탓이오매 경을 보기 부끄럽도다. 그러나 위공부부며 공열부인이 어느 곳에 피난을 하였는지 소식이 있을 것이니 경은 안심하라.”
 
623
하시고 또 가로되,
 
624
“경이 규중(閨中)에 처하기를 칭하고, 병부 인신을 다 바치니 다시는 물리지 못할지로다. 그러나 군신지의(君臣之儀)를 잊지 말고 일삭에 일차씩 조회하여 짐의 울요지경을 덜라.”
 
625
하시고 인신과 병부를 도로 내여 주시니 평국이 돈수(豚首) 복지하여 여러번 사양하다가 마지 못하여 인신을 가지고 보국과 한가지 나오니 뉘 아니 칭찬하리오.
 
626
평국이 돌아와 여복을 입고 그 위에 조복을 입고 여공께 뵈오니 여공이 대희하여 일어나 피석 대좌하니 원수 마음에 미얀하여 하더라.
 
627
평국이 여공을 모시고 제신을 다 정한 후에 부모 양위와 시모 신위를 배설하고 승상 보국으로 더불어 발상통곡하니 보는 사람이 뉘 아니 낙루하리오. 이후부터는 예로써 승상을 섬기니 일변 기쁘고 일변 두려워 하더라.
 
628
이때, 위공은 피난하여 부인과 여공의 부인이며 춘낭, 양윤을 다리고 동을 향하여 가다가 한 물가에 다다르니 시녀가 황후와 태자를 모시고 강가에 앉아 건너지 못하고 서로 붙들고 통곡하거늘, 위공이 급히 나가 복지한대 황후와 태자 보시고 못내 기꺼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더니, 문득 남대로서 사람의 소래 나는 듯하거늘, 놀래어 살펴보니 태산이 있어 하날에 닿은 듯한지라, 위공이 황후와 태자를 모시고 그 산중으로 들어가니 천봉만학(千峰萬壑)은 눈앞에 둘렀는데 발섭 도도하여 들어가며 눈을 들어보니 한 초당이 뵈이거늘, 위공이 들어가 주인을 청하니 도사 초당에 앉었다가 위공을 보고 급히 나와 손을 잡고,
 
629
“무삼 일로 이 산중에 오시잇가?”
 
630
위공 왈,
 
631
“국운이 불행하여 이외에 난시(難時)를 당하오매 황후와 태자를 모시고 왔나이다.”
 
632
하니 도사 경문 왈,
 
633
“어데 계시닛가?”
 
634
“문밖에 계시니다.”
 
635
도사 왈,
 
636
“황후와 모든 부인은 안으로 모시고, 위공과 태자는 초당에 계시다가 평정 후에 황성으로 가시게 하옵소서.”
 
637
하니, 위공이 나와 황후와 모든 부인은 안으로 모시고 태자와 위공은 외당에 계서 주야 비감하시더니, 일일은 도사산상에 올라가 천지를 보고 내려와 위공더러 왈,
 
638
“이제 평국과 보국이 도적을 소멸하고 돌아와 여공을 섬기며 상공과 부인 위령을 배설하고 주야 애통으로 지내며 황상(皇上)께옵서 황후와 태자의 존망을 아지 못하여 눈물로 지내오니 급히 나가옵소서.”
 
639
위공이 놀래 왈,
 
640
“복이 평국의 아비되는 줄을 어찌 아나이까.”
 
641
도사 왈,
 
642
“자연 알만 하여이다.”
 
643
하고 한 장 봉서를 주며 왈,
 
644
“이 봉서를 평국과 보국을 주소서.”
 
645
하고 길을 재촉하니, 위공 대희 왈,
 
646
“존공의 덕택으로 수다 목숨을 보존하여 돌아가오니, 은혜 난망(難忘)이어니와 이 따 지명은 무엇이라 하나이까.”
 
647
도사 왈,
 
648
“이 따 지명은 익주이옵고 산명은 천명산이라 하옵거니와 생은 정처없이 다니는 사람이라 산수를 구경하로 다니옵다가 황후와 태자와 위공을 구하려고 이 산중에 왔삽더니, 이제는 생도 떠나 촉중 명산으로 가랴하오니 차후는 다시 뵈올 날이 없사오매 부대 조심하여 평안히 행차하옵소서.”
 
649
하며 길을 재촉하니, 위공이 하직하고 황후, 태자와 여러 부인을 모시고 절벽 사이로 내려와 백운동 어구에 나오니 전에 보던 황하강이 있거늘, 강가로 오며 전일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백사장을 내지 소봉재를 넘어 보춘동을 지나, 오경루에 와 일야를 머무르고 이튿날 발행하여 파주 성문밖에 다다르니 수문장이 문 왈,
 
650
“너희는 행색이괴이하니 어떤 사람이뇨? 바로 일러 실정을 귀이지 말라.”
 
651
하고 문을 열지 아니하니 시녀와 위공이 크게 웨여 왈,
 
652
“우리는 이번 난에 황후와 태자를 모시고 피난하였다가 지금 황성으로 가는 길이니 너희는 의심치 말고 성문을 바삐 열라.”
 
653
하니 군사 이 말을 듣고 관수께 고하니 관수 놀래 급히 나와 성문을 열고 복지하여 엿자오되,
 
654
“과연 모르옵고 문을 더디 열었아오니, 죄를 당하여지이다.”
 
655
태자와 위공이 왈,
 
656
“사세 그러할 듯하니 과념치 말라.”
 
657
하고 관으로 들어갈새, 관수 일행을 다 모시고 관대하여 일번 황성 장문하니라.
 
658
이적에 천자는 황후와 태자 죽은 줄을 알고 궐내에 신위를 배설하고 제하시며 체읍하시더니, 이때 남관장이 장문을 올렸거늘, 떼어보니 '위공 흥무, 황후와 태자를 모시고 남관에 와 유하나이다'하였거늘, 천자 보시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사 즉시 계월을 알게 하니 계월이 이 말을 듣고 대희하여 즉시 조복을 입고 궐내에들어가 복지 사은한대, 천자 반기사 왈,
 
659
“경의 부와 경은 하날이 짐을 위하여 내셨도다. 이번도 위국공이 황후와 태자를 보호하여 목숨 보존케 하였으니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660
하시니, 계월이 돈수 주 왈,
 
661
“이는 다 폐하의 넓으신 덕으로 하날이 감동하심이니 어찌 신의 아비 공이라 하오리까.”
 
662
하고 즉시 위의를 갖추어 승상 보국으로 하여금 보내니라. 천자 제신을 거느리고 오지원에 거대하시고 계월은 대원수 위의를 차려 낙성관까지 연접하랴 하고 나가니라.
 
663
이 때 보국이 남관에 다달아 위공 양위와 모부인을 모시고 복지 통곡한대 위공이 승상의 손을 잡고 체읍 왈,
 
664
“하마트면 너를 보지 못할번 하였도다.”
 
665
하고 비창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666
이튿날 황후와 태자를 옥전에 모시고 부인은 금정을 타시고 춘낭, 양윤이며 모든 시녀는 교자를 태와 좌우에 시위하고, 위공은 금안준마에 뚜렷이 앉았으며 삼천궁녀 녹의 홍상하여 촉불을 드려 연과정으로 옹위하고, 좌우에 풍류를 세우고 승상은 뒤에 군사를 거느려 오니 그 찬란함이 측량없더라.
 
667
떠난 지 삼일만에 낙성관에 다다르니 이 때 계월이 낙성관에 와 대후하였다가 황후 행차 오심을 보고 급히 나가 연접하여 모시고 평안이 행차하심을 문후하고 물러나와 시모전에 복지 통곡하니, 위공과 두 부인 계월의 손을 잡고 체읍하여 왈,
 
668
“하마트면 상면치 못할번 하였도다.”
 
669
하며 일희일비 하더라.
 
670
밤새 설좌하고 이튿날 길을 떠나 청운관에 다다르니 천자 대상에 좌기하시고 황후를 맞을새, 상하 일행이 대하에 이르러 복지한대 천자 눈물을 흘러 피난하던 사연 물으시니, 황후와 태자 전후 고생하던 사연을 낱낱이 고갈하며 위공을 만나던 일을 다 고하니, 천자 들으시고 위공께 치사왈,
 
671
“경 곧 아니던들 황후와 태자를 어찌 다시 보리오.”
 
672
하시며 무수히 사례하시니 위공 부부 칭사하고 물러나오더라. 이날 떠나 천자 선봉이 되어 환궁(還宮)하시고 궁궐을 다시 지어 예와 같이 번화하며 무수히 즐겨하시더라.
 
673
일일은 위공이 계월과 보국을 불러 도사의 봉서를 주거늘, 떼어보니 선생의 필적이라. 그 글에 하였으되,
 
 
 
674
일편 봉서를 평국과 보국에게 부치나니 슬프다 영혁동에서 한가지로 공부하던 정이 백운같이 중하도다. 한번 이별한 후로 정처없이 바린 몸이 산야 적막한데 처하여 다니면서 너희를 생각하는 정이야 어찌 다 측량하랴마는 오인의 갈 길이 만대에 막혔으니 슬프다 눈물이 학창에 젖었도다. 이후는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니 우희로 천자를 섬겨 충성을 다하고 아래로 부모를 섬겨 효성을 다하여 그리던 유한을 풀고 부디 무량히 지내라.'
 
 
 
675
하였거늘, 평국과 보국이 보기를 다하매 체읍하며 그 은혜를 생각하여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치하하더라.
 
676
이때 천자 위공에 벼슬을 승품하실새, 홍무로 초왕을 봉하시고 여공으로 오왕을 봉하시고 채단을 많이 상사하시며 가라사대,
 
677
“오, 초 양국이 정사(政事)폐한지 오래매 급히 행하여 국사를 다스리라.”
 
678
하시고 길을 재촉하시니 황은(皇恩)을 축수하고 물러나와 치행을 차려 떠날새, 부사 불러 서로 이별하는 정이 비할데 없더라.
 
679
이적에 승상 보국이 나이 사십오세라. 삼남 일녀를 두었으니 영민총혜한지라 장자로 오국 태자를 봉하여 보내고 차차 은성을 홍이라 하여 초국 태자를 봉하여 보내고, 삼자는 공문 거족에 성취하여 벼슬할새, 충성으로 인군(仁君)을 섬기고 백성을 인의로 다스리는 지라, 이 때 천자 성덕하사 시화 년풍하고 백성이 격양가를 부르고 함포고복(含哺鼓腹)하니 산무도적(山無盜賊)하고 도불습유(道不拾遺)하여 요지월일이요 순지 건곤이라, 계월이 자손이 대대로 공후작록을 누리고 지우만세 하여 전지 무궁하니 이런 장하고 기이한 일이 또 있으리오. 대강 기록하여 세상 사람을 뵈이게 함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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