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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文壇) 30년의 자취 ◈
◇ 南宮壁(남궁벽)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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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3~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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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文壇) 30년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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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宮壁(남궁벽)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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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에서 1922년에 걸친 문학 동면기에 있어서 가장 슬픈 일은 남궁벽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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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벽은 《폐허》 동인에서 가장 빛나는 또한 특이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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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남긴 시와 문예 비평, 에세이는 모두 散逸(산일)되어 오늘날은 찾아 볼 바이 없지만 상섭, 수주 아직 출세하지 못한 당년의 《폐허》에서는 남궁이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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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은 《폐허》의 룸펜색을 싫어하여 단벌 옷이나마 늘 깨끗이 손질하고 다 림쳐 입고 날카로운 콧등에 안경을 쓰고 단장을 짚고 담배도 굶으면 굶었지 ‘해태’가 아니면 피지 않았고― 그런 사람이니만치 룸펜색 농후한 《폐허》당을 피하여 김찬영이나 나와 늘 짝지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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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이나 내나 모두 평양 명문집 자제로서, 옷도(남궁처럼) 늘 손질은 못하지만 모자에서 신발까지 모두 최고급품을 여러 벌씩 가지고 있는지라 늘 깨끗하였고, 이런 점이 남궁의 뜻에 맞는 듯하여 내나 찬영이 서울 와 있으면 남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의 정숙인 패밀리 호텔에 와서 세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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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말이 없는 남궁이요, 그다지 말이 없는 내가 종일 한 마디의 이야기도 없이 마주 있다가 저녁때 내가 먼저 내 단장을 짚고 외투를 입으며 일어서면 남궁도 따라서 외투를 입고 단장을 짚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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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은 그 외투의 엉덩이가 허옇게 닳은 것을 매우 마음 썼다. 그러나 자존심이 몹시 센 남궁은 그 자기의 외투의 초라함을 한 번도 하소연한 일이 없었다. 나는 여유있는 집안에 태어나서 여유있게 자란 만치, 옷같은 것도 감이 보이면 짓고 짓고 하여 옷이 남이 달라면 서슴지 않고 주고 하여 유지영 같은 사람은 내 옷을 꽤 여러 벌 얻어 입었지만, 남궁은 달라는 일도 일체 없었고 나도 또한 남궁에게는 차마 달라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아 마음으로는 한 벌 주고 싶으면서도 주지 못했던 것이다.) 호텔에서 나와서는 그때 남미창동 살던 유지영을 불러내어 가지고 이 일행 은 식도원으로 간다. 그때의 식도원은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제7호실은 늘 비 워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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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원에서는 새벽 서너 시까지 질탕치듯 놀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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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허장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글과는 아주 절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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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광익서관 주인 고경상의 아버지의 환갑 전날이었다. 우리(김찬영, 남궁벽, 유지영, 나)는 또 식도원에서 놀았다. 그런데 노는 도중 건너편 방 손님과 기생 때문에 시비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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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좌우편 다 괄시할 수 없는 손님들이라, 더 커지지 않도록 알선하느라고 삥삥 도는 동안 남궁은 이 시비통에 끼어들기를 피하여 음식만 연해 먹고 있었다. 이튿날 고경상 아버지의 환갑 잔치에 《창조》, 《폐허》의 재경 동인이 모두 축하하는데, 으례 올 남궁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알아 보았더니 어제 먹은 음식이 체하여 몹시 앓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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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어떤 동반자와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이 있었으므로 앓는 남궁 을 찾지 못하고 연석에서 몰래 빠져나와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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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2, 3일 지내서 목적했던 안동까지 이르니 안동 내 정숙인 원보관에는 전보 한 장과 편지 한 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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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지영에게서 온 전보와 편지였다. 전보는 남궁이 죽었다는 것을 알린 것이요, 편지는 남궁이 그 밤 먹은 음식에 체하여 종내 죽었다는 사인의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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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성품인 채 죽은 남궁이니, 남궁이 살았다면 조선문학에 어떤 업적을 남겼을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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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특이한 성격과 날카롭던 관찰안과 미성품인 채로 새벽 明星 (명성)같이 산뜻하던 詩風(시풍)은 그에게 壽(수)만 더 있었더면 어떤 문학 업적이 있었을 것을 넉넉히 단언할 수 있다.
【원문】南宮壁(남궁벽)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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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194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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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