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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春園硏究 (춘원연구) ◈
◇ 15. 「흙」 ◇
해설   목차 (총 : 15권)     이전 15권 ▶마지막
1938.1~4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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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園硏究 (춘원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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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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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무정」에서 「단종애사」까지 그동안에 작품으로 나타난 것을 대강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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雄健[웅건]한 文學[문학]의 産出[산출] 機運[기운] 「재생」을 쓰는 전후에 춘원의 생명을 위협하던 병도 나아서 차차 건강을 회복하여 가서 이전에 입는 양복은 모두 품이 좁아질 형편이었다. 이러한 육신상의 건강은 필연적으로 좀더 웅건한 문학을 산출케 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것도 과한 망발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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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문사의 봉급 생활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으매 붓의 자유로운 활동은 불가능케 하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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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3부작인 이 「군상」은 과거의 그의 소설의 엄정한 의미로서의 일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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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종애사」보다도 더한 ‘실록의 번역’일 뿐이었다. 「충무공일기」를 번역한 한낱 전기일 뿐이었다. 더우기 그때 동아일보사에서 충무공의 사당을 修築[수축]하고자 전 조선에 외칠 때에 한 개 인기 정책으로 「이순신」이라는 소설을 제조하기를 명하였는지라 그 주문에 의지하여 제조한 공작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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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동안에 전 세계를 표랑하던 赤潮[적조]는 조선에도 들어와서 맹렬한 세력을 이루었다. 춘원의 지도자요 마음의 스승인 사람이 이 사상을 절대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더니만치 춘원도 이 사상에는 반대의 입장에 섰다. 그러나 영합성과 뇌동성이 풍부한 그로서 전혀 이 권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사조의 원체인 勞農[노농] 대중이라는 데다가 민족주의를 가미하고 조선 농민 계발운동이라는 데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가 창작적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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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情[무정]」과 「再生[재생]」과 「흙」의 類型[유형] 「무정」에서 「흙」에 이르기까지에 춘원이 만든 장편 현대소설이 세 편이다. 「무정」·「재생」·「흙」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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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편이 플랜에 있어서 어찌 그다지도 유사점이 많은지 이 세 소설의 남주인공은 모두가 연령과 직업과 교양과 환경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비장벽, 지사벽, 부동성, 영웅감, 공상벽, 자기학대벽 등 성격상으로는 동일인인 것과 같이 세 작품의 여주인공(주인공의 애인 혹은 안해)도 한결같이 허영벽, 무성격성, 浮弱性[부약성], 無貞性[무정성], 미모, 우이독경식의 무지 등등이 너무도 같고 女[여] 配役[배역]으로는 반드시 활발하고 슬기롭고 말 잘하는 중성 男女性[남녀성]의 선배 노처녀가 나오고 미국 박사(「무정」에는 없다)가 나오고 敵役[적역]인 색마가 나오고 웅변가인 철학 노파가 나오고 이리하여 비슷비슷한 길을 밟다가 비슷비슷한 결말을 맺는다. 「흙」후의 작품인 「그 여자의 一生[일생]」이며 「사랑」도 역시 같아서 영웅벽을 가진 남주인공과 무성격형인 여주인공과 추근추근한 호색한과 능변인 중성녀의 합작인 신파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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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한참 내려가다가 어떤 농촌 청년이 자기 어머니가 호박잎을 담배 대신으로 쓰는 것을 보기 어려워 짚세기를 삼아다가 팔아서 長壽煙[장수연]을 사다 드렸다는 대목이 있다. 장수연은 도회에서 먹는 담배요, 농촌에는 囍煙[희연]이라는 좀더 값싼 것이 있다. 농촌에서 희연을 먹으면 그야말로 상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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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자는 희연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장수연을 등장시켰다. 농촌 청년의 효심이 갸륵하여 장수연을 산 것이 아니다. 조선 농촌이라는데 대해서 이만치 인식이 적은 작자가 이 작에서 주인공 許崇[허숭]으로 하여금 농촌 계발에 활동하게 한 데 이 작품은 출발부터 미흡한 점이 있다. 도회인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상상으로 생각하는 조선 농촌의 고민과 현실과의 새에는 상당한 어긋남이 있지 않을까. 도회인이 ‘이러하리라’고 동정하는 방면에는 의외에도 농촌인이 痛癢[통양]을 느끼지 않는 자가 많은 동시에 도회인이 평범히 보는 일 가운데 도리어 큰 고통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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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흔히 인생 생활에서 보는 바로 예를 들 필요도 없지만 이런 착각 때문에 일껏 쓴 호의가 생색 없어지는 일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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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村[농촌] 生活[생활]과 그 思想[사상] 현명한 이 작자는 이 점을 고려하여 주인공 허숭을 농촌 태생의 청년으로 삼았다. 그러나 소학부터 전문 마치기까지 근 20년을 학생 생활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성장한 숭이 그때까지도 아득한 옛날의 농촌 생활의 호흡(그것은 농촌에 가정을 가지고 그 생활 감정 가운데 잠긴 뒤에야 알 수 있지 수개월의 시찰쯤으로는 무론 모를 것이다)을 그냥 이해하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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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허숭이라는 전문학교 생도가 여름방학에 고향인 농촌에 들어와서 야학을 가르치다가 상경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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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차에 떠나는 허숭이를 이 농촌의 소녀 ‘유순’이가 옥수수 네 이삭을 쪄 가지고 와서 전별을 한다. 그때 허숭은 유순이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쓸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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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름에 다시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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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작별을 한다. 이 단순한 한 장면은 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독자에게 커다란 의문을 주고 종내 해결을 안 주었다. 이 이성에게 손을 잡히고 머리를 쓸리면서도 부끄럼을 느낄 줄 모르는 소녀가 성이나 혹은 연애라는 것을 아는 여자로 볼까. 만약 아직 천진한 소녀라면 이때의 허숭의 약속인 ‘내년 여름’을 한없이 기다렸고 여름이 되어서는 매일 아침낮으로 정거장 쪽을 바라보고 기다렸고 허숭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였다 할 때에 절망의 충동을 받은 것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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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더러 허숭이 자신도 이 소설 전편을 통하여 마치 그때의 ‘내년 여름’이란 약속을 혼인 약속이나 한 것같이 중대시하고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할 때도 이것이 마음에 꺼리었고 후에 ‘유순’이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내가 유순이와 결혼해 주지(준다는 것은 시혜적 의미일까) 않기 때문에 이런 불행이 생겼다”고 책임감을 느낀 것은 전혀 까닭을 알 수 없다. 대체 신비 감정이니 이런 추궁은 않는 편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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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 장면을 지나서는 서울 허숭이가 기숙하고 있는 윤 참판 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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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요 귀족인 윤 참판에게는 장발한(무론 장가든) 아들과 시집 안 간 과년한 딸과 어린 아들이 있다. 그 중 不足症[부족증]으로 장남이 죽는 사건으로 第2景[제2경]이 열린다. 여기서 작자가 신부 며느리에 대하여 좀 상세하게 성격과 환경을 독자에게 보고한 것은 아마 장차 이 여인도 작중 중요 인물로 등장시켜 귀족가의 추태를 보이려던 복선인 모양인데 그 의도를 내버린 듯 종내 재등장을 보지를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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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金甲鎭[김갑진]이라는 城大[성대] 학생을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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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대체 시골 놈은 너무 무지하거든 내흉하고, 또 지방열이 강해서 서울 사람이라면 미워하고 배척한단 말이야. 안 그런가. ○○학교 교장이 시골 놈이니깐으로 교원들도 시골 놈이 많거든. ○○은행도 안 그런가. ○○신문사도 안 그런가. 그러니깐으로 시골 놈들이 고약한 게지 우리 서울 사람 탓이 아니란 말이야.(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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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어디 신문 잡지야 또 보기나 하겠는가. 요새는 그 쑥들이 언문을 많이 쓴단 말이야. 언문만으로 쓴 것은 도무지 희랍말을 보기나 마찬가지니 그걸 누가 본담.(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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貴族主義者[귀족주의자] 김갑진은 이런 주의를 가진 사람이다. 가난한 양반의 자식이요, 철저한 귀족주의자다. 이 김갑진이가 윤 참판 집에 출입을 하고 그 집 딸(색과 財[재]가 겸한)을 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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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숭은 「무정」의 이형식이와 한판에 찍어 낸 성격의 사람으로 장차 고등 문관시험을 치르고(허숭이와 같은 사람이 왜 高文試[고문시]을 치르려 했는 지는 작자는 일언의 설명도 없으니 독자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뒤에는 농촌에 내려가서 농민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다. 다분의 비장벽과 영웅감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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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도 무론 高文[고문]시험을 목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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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전제면 독자는 이 작자의 소설 조성 수법으로 미루어 장차 허는 고시에 급제하고, 김은 낙제하고 허는 윤참판의 사위가 되고, 김은 敵役[적역]으로 돌고 허는 돈보다도 안해보다도 ‘사업’에 몸을 바칠 동안 김은 계집에서 계집으로 뛰어다닐 사람이 될 줄은 미리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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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허의 주의를 좀더 검토하여 보자면, 「흙」제1편 제1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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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속으로 가자.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가자. 가서 가장 가난한 농민이 먹는 것을 먹고 가장 가난한 농민이 입는 것을 입고 그리고 가장 가난한 농민이 사는 집에서 살면서 가난한 농민의 심부름을 하여주자. 편지도 대신써 주고, 주재소, 면소에도 대신 당겨 주고, 그러면서 글도 가르쳐 주고, 소비조합도 만들어 주고 뒷간, 부엌 소제도 하여주고 이렇게 내 일생을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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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도의 것이다. 무론 장차 진실한 의미로서의 ‘농민의 벗’이 되면 좀더 심각하여지기도 할 것이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는 희생적으로’ ‘하여준다’는 시혜적 의식은 좀체 뽑기는커녕 자각하기도 힘들 것이니 책상머리는 언제까지든 책상머리인 까닭이다. 더우기 高文[고문]시험을 목적하는 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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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 소설은 일전하면서 신인물을 몇 사람 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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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韓民敎[한민교] 선생이다. 한 선생은 일찌기 길에서 설렁탕 배달부의 자행거가 충돌을 하고 서로 네게 책임이 있더니 내게 책임이 있더니 다투는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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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을 서로 책임이나 밀면 무얼 하느냐. 파출소로 가거나 너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해서 결말을 지어라. 쓸데없는 승강이는 왜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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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떼 버린 일이 증명하는 바같이 비상히 명석하고 사리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요, 지도자로서 남녀 청년이 많이 그의 문하에서 나고, 난 뒤에도 그냥 舊師[구사]를 사모하여 찾아 다니느니만치 존경할 만한 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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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선생이 30년간을 꾸준히 자제 교양에 힘썼는데 그 문하에 사상적으로 우수한 자가 생겨나지 못한 것은 한 선생의 감화력이 부족함인지 혹은 조선 청년이 남의 감화를 안 받도록 도저한 까닭인지는 작자의 설명이 없거니와 허숭도 김갑진도 모두 이 선생의 문을 두드리는 後生[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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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의 집 집합으로 제3장은 열린다. 이 집합에서 작자는 7,8인의 재자가인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이 재자가인을 다 장차 소설에 활약케하려던 처음 계획인지 혹은 작자가 소설의 진로를 확립치 못하여 미리 여러 재자가인을 소개하였다가 장차 필요에 응하여 재등장시킬 자는 재등장시키고 버릴 자는 버릴 예정이었는지는 짐작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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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서 작자가 장차 이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인 인물이 둘이 있다. 미국 신학 박사 李建永[이건영]과 발명가 윤명섭이다(윤명섭이는 작중에서 역시 쓸데없이 되어 재등장을 보지 못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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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도 작자의 처음 의도로서는 훌륭한 청년 신사로 활약케 하려던 모양이었다. 이 작자의 수법은 만약 장차 李[이] 박사로 하여금 ‘치근치근한’‘여자의 엉덩이만 따라 다니는 ’ ‘악의 없는 악인’ ‘전형적인 미국 박사’를 만들 예정이었으면, 초등장에서 벌써 그 편린 지시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소개에 더우기 知人[지인]의 明[명]이 있는 한민교 선생이 장차 큰 일꾼 될 청년으로 衆人[중인]에게 피로하게 만들 것은 처음 意圖[의도]가 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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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회에서 이 박사는 沈順禮[심순례]라는 처녀와 알게 된다. 정서분이라는 여학생도 참석하였다.(이 소설 제3편에서 작자는 어떤 착각으로인지 정서분은 심순례며 윤정선 ―윤 참판의 딸로 후일 허숭의 안해다― 의 선생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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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회의 부산물로 이 박사와 심순례는 사랑하는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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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허숭과 김갑진은 高文[고문]시험을 치르러 동경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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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는 급제하였다. 김은 낙제하였다. 이때에 기괴한 일이 독자의 앞에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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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에서 김선형의 아버지 김 장로가 이형식을 사위로 삼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예수교인인 김 장로는 스스로 개명하였거니 하는 사람이요, 신식(김 장로에게는 미국식이라는 편이 더 매력 있을 게다) 사상은 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하여 부러 이형식을 사위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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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양반 사상이 아주 철저한 윤 참판이 어떤 까닭으로 자기의 귀한 딸을 시골 상놈의 자식이요, 자기집 행랑방에 기식하는 허숭에게 주려는 마음을 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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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의 사건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項[항] 첫머리에도 지적하였거니와 이 혼인 문제를 제의받은 허숭이 단지 “내년 여름에 다시 오마”한 시골 소녀 유순이와의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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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제게는 유순이라는 여자가 있고, 일생을 농촌에서 농민 교육 운동을 하기로 작정했읍니다. 그러니까 따님과는 혼인할 수 없읍니다. 만일 따님과 혼인하면 첫째로 유순이라는 여자에게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중략) 저를 믿고 기다리는 유순이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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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숭의 인격의 명령이요, 양심의 명령이었다. 만일 이렇게 대답했으면 숭은 얼마나 갸륵할 것인가.(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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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운하여 허숭과 유순이의 새에 무슨 약속이나 있었던 듯이 만들어 독자를 의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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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가해사의 뒤를 이어 제삼 불가해사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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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의 지사벽과 영웅벽을 가지고 있는 허숭이가 만약 여상한 마음이라면 단연코 윤 참판의 혼인 제의를 사절하고 호미와 괭이를 들고 농촌으로 내려가서 비장한 심경으로 모기와 빈대에게 뜯기며 희생적 심경으로 유순의 남편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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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허는 잠시 유순이 때문에 주저한 뒤에는 혼연히 윤 참판의 사위되기를 승낙하였다. 말하자면 허숭이는 성격으로건 신념으로건 주의로건 아직 확립성을 못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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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이가 존경하는 한 선생께 뵙고 자기의 혼약 전말을 보고하매 한 선생은, “그러면 부인이 농촌 생활에 견디어 배기지 못할 것이니 서울서 변호사가 되라”권한다. 그러나 짐작컨대 尹正善[윤정선](윤 참판의 딸)과 결혼을 안했다손치더라도 허숭은 완전한 농민 지도자가 되지 못할 사람인 줄 현명한 한 선생은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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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개인주의로 이기주의로만 마시오. 허 군 한 몸의 이해와 고락을 표준하는 생각을 말고 조선 사람 전체를 위하여 일하겠다는 일만 하시오. 그 생각으로만 가시면 서울에 있거나 시골에 있거나 또 무슨 일을 하거나 허물이 없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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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은 이렇게 깨쳐 준다. 여기서 작자의 설명은 없지만 아마도 한 선생의 뜻은 조선 사람 전체의 利[이]라 하는 것은 조선 사람 개개인이 죄 행복되게 된다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지, 어느 계급이나 어느 집단을 지정하여 그의 경제적 無憂[무우]만을 뜻함이 아닐 것이다. 허숭이의 직한 성격과 용기를 아껴서 허숭이가 단지 자기의 출생지인 살여울 부락(약 50호 되는)만의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그의 전문 출신의 학력을 포함한 전인격 전생애를 바치겠다는 이기적(단일인보다는 약간 대규모지만) 심정을 버리라는 뜻도 섞이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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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뜻을 작자도 몰랐거니와 허숭이도 몰랐다. 허숭은 내일이 결혼식 날이라도 몇 군데 들릴 친구에게 들러서 들러리며 그 밖 혼인에 대한 준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약혼자(내일부터는 안해다)가 별안간 바가지를 긁는다. 연유를 알아보니 그 날 살여울 처녀 유순이한테서 허숭에게 ‘비록 잠시라도 당신(선생님이 아니고 당신이다―평자) 품에 안겨 본 당신께서 저를 잊어버리신다고 저마저 당신을 잊고 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없나이다’운운의(작자는 그 점을 부인할지 모르나) 다분의 시기가 섞인 편지가 온 것을 정선이 먼저 뜯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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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의 시기와 허숭의 ‘순이게 대한 의무감’이 불가해인 점은 위에도 여러번 적었다. 그런데 이 편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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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은 다 읽고 나서는 힘없이 방밖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날 밤이 새도록 잠을 못 이루고 고민하였다. 밤중으로 유순이게 달아 내려갈까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차라리 정선과 윤 참판에게 남아답게 혼인을 거절하고 유순이에게로 갈까― 그러나 내일이 혼인예식인데 내일 오후만 지나면 만사는 해결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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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보다 15,6년 전에 쓴 「무정」의 이형식이가 영채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장면과 자자구구까지도 너무도 같은 공상과 번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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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안에 타방에서는 미국 박사 이건영은 심순례와 구두 약혼을 해서 처녀의 감정만 농락해 놓고, 돈 많고 세력 있는 모 명문 영양과 다시 혼약하려 들어 차차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혼약에 일부 책임이 있는 한 선생이 노여워 새 규수의 본댁에 이건영의 과거 행장을 알려 드디어 兩兎[양토]를 쫓는 자 한 兎[토]도 못 얻었다.― 이리하여 「흙」제1편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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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제2편은 농촌의 모내는 데서 시작이 된다. 이 소설의 목적이 농촌 소설이었던 것을 작자는 잊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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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모내는 사람 가운데 ‘유순’이가 있다. 허숭이에게 대한 유순이의 이해할 수 없는 妻感[처감](?)이 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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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허숭이가 곧 유순이의 하늘이요, 땅이요, 해요, 달이요, 생명이었던 것이다. 이 남자 저 남자 입 맛을 보고 살 맛을 보아 물었다 뱉었다 하는 도회 신식 여성과 달라, 허숭은 유일한 남편이요, 남자였던 것이다. 허숭이 이전에도 남자가 없고 허숭이 이후에도 남자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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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숭의 마음이 변하여 다른 여자에게 장가든 것을 본 유순은 하늘, 땅, 해, 달, 목숨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그가 조선의 딸의 맘을 그대로 지니지 아니하였다 하면 그가 도회식 이른바 신식 여자라 하면 울고 원망하고 미쳐 날뛰고 혹은 서로 달려올라가 허숭의 결혼식에 또는 가정에 한바탕 야료라도 하였을 것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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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는 무슨 암시를 미리 주었기에 독자에게 향하여 유순이와 허숭과가 보통 예사의 새가 아니라 믿으라고 강권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짧지 않은 소설의 종말까지 근기 좋게도 그냥 이 蓄音盤[축음반]을 들어 놓으니 작자의 근기는 장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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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일찌기 안 바의 유순이는 비록 허숭이가 일시적 양심 마비로써 유순과 육교를 하였다 할지라도 유순은 그것을 일종의 신식 체조쯤으로 여길만한 순진한 소녀였었다. 작자가 독자에게 보여 준 허숭과 유순의 과거의 관계라는 것은 단지, 경성으로 떠날 때에 손을 잡고 머리를 한 번 쓸어 주고 옥수수 네 자루를 얻어 가지고 “명년 방학 때 오마”하고 약속한― 아주 평범하고 막연한 일에 지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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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獨斷的[독단적] 戀愛[연애] 場面[장면] 이런 독단 연애 장면이 너무도 거듭되고 거듭되며 불가해하게 情化[정화]하니까 그 매번을 들추어 내자면 한정이 없겠으므로 이 논에서도 그런 장면은 이하 모두 무시하여 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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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젊은이, 사내, 아낙, 모두들 열심으로 모를 꽂고 있다. 이 현장에 이 땅의 지주 신 참사와 농업 기수 소위 황 주사라는 젊은이가 온다. 정조식으로 잘 되었나 안 되었나 감독이 심하던 시절이라 그것을 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춘원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죄 가령 순사이면 ‘소설식 전형 순사’요, 고리대금업자면 가장 ‘소설식 전형 고리대금자’요, 청년부호, 노부호, 여교원, 목사, 모두 전형적 인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황 주사는 가장 전형적 시골 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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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黃[황][리]가 유순이의 이쁘장스런 자태를 눈여겨보고 말이라도 붙일 양으로 유순이의 정조식이 잘 되지 못한 것을 트집으로 이리 오라고 호령 하고 호령이 즉시 시행이 안 된 데 역정이 나서 유순이의 따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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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한 ‘청년’이 나타났다. 딴 데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농촌 청년이었다.‘청년’은 유순이의 손을 잡은 황 리의 손을 ‘으스러져라’하고 싹 쥐어 비틀고 조리를 들어 꾸짖고 황 리가 여러번 때려서 코피까지 나도 반항치 않고 구둣발로 내려찧으려 할 때에 비로소 정당방위로 황의 뒷덜미를 눌러 버리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려 할 때에 다른 사람은 밀고 자기 혼자서 황 리와 승부를 다투려 하였다. 황 리는 당할 수 없음을 자각하고 도망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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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였으면 무론 농촌의 유위한 청년으로 이 작자가 장차 소설에서 유용하게 쓸 복선으로 등장케 하였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무론 여기를 쓸 때의 작자의 의도는 그러하였으리라. 그랬는데 이 청년(한갑이)은 그 다음에 그다지 신통한 인물로 등장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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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이러한 활극(관리를 두들겨 쫓은)이 생긴 이튿날 아침 유순이가 아침에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붙드는 사람이 있었다. 보매 뜻밖에도 허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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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이의 가슴이야말로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졌겠지만 모든 것을 꾹 참고 물동이도 내려뜨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허숭이는 남겨 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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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崇[허숭]이 밟은 人生[인생] 行路[행로] 그러면 허숭이는 그 새 어떤 인생 행로를 밟았나? 아니, 작자는 허숭이에게 어떤 인생 행로를 밟기를 엄명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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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숭은 그 안에 정선과 이혼(법적은 아니다)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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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近因[근인]과, 어떤 소송 사건(거대한 謝金[사금]이 들어올)을 허숭이 거절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遠因[원인]이요, 또한 겸하여 전체적인 원인은 결국 성격과 이상에 대한 불합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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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성과 애의 문제에 대하여 부부는 완전히 의견을 달리하였다. 허숭은 유순이를 사랑하노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안해를 사랑하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만치 전혀 ‘사랑’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다. 혹은 작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흙」에 나타난 무성격자인 허숭이는 사랑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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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이는 사랑에 대해서는 조선의 새로운 딸 전부를 대표하는 바 ‘연애를 연애’하는 여인이다. 육체적으로 또한 성욕을 즐기어 간간 남편이 예법에 맞도록 의식적으로 돌보아 주는 성행위로는 육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불만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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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조 인간식인 허숭과 젊은 情熱女[정열녀]인 정선이의 부부 생활이 견디어 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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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여기서 독자가 의심하고 싶은 점은 건장한 남자인 허숭이가 안해에게 불만을 주기까지 절제를 하려면 적지 않게 자제를 하였을 터인데 거기 대한 고심이 조금도 작품면에 나타나 있지 않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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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이가 고향으로 돌아온 날 한갑이(황 리를 두들긴) 이하의 몇 사람이 잡혀 갔다. 고향이라 하나 제 집이 없는 숭은 한갑이네 집에 있기로 한다. 이한갑의 어머니라는 노파는 노서아문학 전성 시대에 노서아 소설에 흔히 나오는 노파형의 인물로 어떻게도 수다스럽고 이야기를 잘하는지 한 번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고금동서의 시시하고 지저분한 사건 하나도 빼지 않고 늘어 놓고야 만다. 그리고 이 형의 인물을 춘원은 즐겨서 작품 중에 내고 그 노파를 통하여 작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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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고향]에 돌아와서 숭이가 살여울(고향)에 돌아와서 얻은 지식의 하나는 ‘다섯 식구의 집안이면, 논 닷 마지기, 밭 이틀갈이, 한 아궁지를 당할 뫼, 제 집, 이것이면 거드럭거리구 산다.’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장차 이 살여울 동네 50호에만이라도 그것을 어떻게든 만들어 주어서 그들을 행복되게 하자고 굳게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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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농민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겠다던 허숭이가 지금껏 농가 일 호의 최소한도의 일 년 가계도 몰랐다는 것도 기괴하거니와 독자가(만약) 허숭이의 하려는 농촌 사업에 약간한 총망이라도 가졌다 하면, 그것은 결코 한 집 한 집에 대한 토지 몇 마지기 기증(최다한도 50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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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을 전수하며 高文[고문]시험을 치르는 사람이 농민 계발을 목적한다 하기에 벌써 의심쩍게 보았더니, 결국 조선 농민 전체가 아니라 자기 고향 50호를 좀더 아름다운 생활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은 그것은 어떨까 했더니 그 50호에조차 계발이라는 것은 문제도 삼지 않고 토지 몇 마지기를 만들어 주자고 공상을 하는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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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이 소설 종말에 이르기까지 독자가 해석할 수 없는 커다란 수수께끼가 또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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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이 소설의 종말까지 허숭은 혹은 자신을 위하여, 혹은 사업을 위하여, 혹은 타인을 위하여, 금전을 물 쓰듯 쓴다. 그런데 그 금전의 출처를 알 수가 없다. 허숭이 변호사 노릇을 한 기간은 극히 짧다. 그 위에 작자도 말한 바와 같이 모 大家[대가]의 사건에 승소를 하여 비로소 대가 측들의 신용도 생기려던 즈음이니까 그 이전은 아주 풋내기였을 것이며, 주의적으로 보아서 부 측보다 빈 측의 사건을 더 많이 보았을 그이매 변호사로 돈을 번 것은 그의 생활비도 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장인에게서 받았던 것은 반환하였다. 그러한 그가 웬 돈을 그렇듯 자유로이 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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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숭과 정선의 내외 싸움도 정선이가 자기네 집 행랑의 내외 싸움이라도 견학하였는지는 모르지만(아무리 싸움에는 점잖은 사람이 없다 치더라도) 점잖은 집 딸로서는 공상으로도 생각하지 못할 행사를 남편에게 하였다. 여기도 부자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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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허숭이 시골로 내려온 것부터가 부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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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벽과 자기 학대벽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허숭으로서는 안해에게 욕을 먹고 매를 맞을지라도(무론 일시적 분노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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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도 일종의 응석이겠지. 나만 참으면 내일 아침은 또 화평이 이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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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꾹 참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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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스토리를 이렇게 진행시키려니까, 작자는 허 변호사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혼, 하향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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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무정」에 나타났던 이형식의 還生體[환생체]인 이 許[허] 학사는 공상, 몽상, 번민, 감격 등등을 거듭하던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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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을 바쳐 살여울(달여울인지) 동포를 도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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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크게 결심하고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다. 시급한 일이 네 가지, 첫째는 의사를 불러올 것, 둘째는 먹을 것을 줄 것, 세째는 파리 모기 빈대를 없이하도록 할 것, 네째는 황 리 두들긴 죄로 잡혀 간 사람을 나오게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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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은 읍으로 들어갔다. 경찰서로 가서 서장을 만났다. 여기 충분히 숭의 전인격과 지력이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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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아동에서 사립 전문학교생으로 변호사로― 이러한 인생 행로를 밟은 사람이면 넉넉히 조선 시골의 경찰서장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짐작을 할 것이며 관리 대 농민의 지위가 축산 技手[기수] 대 가축의 지위와 대차가 없다는 점쯤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허 학사는 서장을 찾아가서 理論[이론]을 베풀고 증거를 주장하여 무죄를 부르짖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종내 서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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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론은 후일 법정에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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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조롱을 받고 물러 나온다. 그 다음은 公醫[공의]의 병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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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교롭게도 황 리(황은 이 공의에게 2주간 치료를 받아야 전쾌되리라는 진단서를 내어 한갑이를 고소하고 지금 입원중이다)와 어떤 매음녀가 지껄여 대는 이야기가 마침 그 사건에 관한 것이다. 즉 2주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술만 먹고 노느냐는 등, 희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숭은 후일 법정에서 이것을 증거삼으리라 마음으로 작정한다. 그리고 왕진비 매 십 리에 5원 거마비 환자 부담이라는 엄청난 요금을 깎지 않고 의사를 데리고 살여울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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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은 강가에 집을 하나 짓는다. 노는 사람들은 삯을 하루에 일 원씩 주어서 짓기로 하였다. 그 어떤날 저녁 숭은 몰래 유순이를 찾아간다. 거기서 유순이에게 대해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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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서 이리로 온 것은 동넷사람을 위해서 왔다면 왔달 수도 있읍니다. 그렇지마는 순씨가 없으면 나는 여기 오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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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표면 이유는 농민을 위하여서이고, 이면 진심은 유순이에게 있다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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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순전히 불량 소년이 소녀를 유인하는 말이다. 농민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겠노라는 壯圖[장도]를 품은 사람이면야 실수하여서라도 이런 말을 어찌 입밖에 내랴.
105
허숭의 新屋[신옥]도 낙성하고 한갑이의 어머니가 함께 옮아서 식사 심부름을 하고 살여울 동리에 많던 장질부사 환자들도 허숭의 정성의 간호로 적어지고, 그러는 동안에 새로운 불행(행일지)이 생겨난다. 유순이의 홀아버지가 장질부사로 죽는다. 그 뒤 따라 유순이의 고모가 목 매고 죽는다. 이리하여 혈혈단신이 된 유순은 허숭이의 집에 와서 한갑 모와 동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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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禍不單行[화불단행]이라 허숭이 변호사의 자격으로 황 리 상해범 공판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병석에 넘어지고 만다. 그 새 많은 장질부사 환자를 취급할 동안에 숭도 감염이 된 것이다. 유순이는 지성으로 간호하다 하다 못해 종내 숭의 아내 정선이(작자에게 말하라면 유순의 연적이다)에게 편지를 하였다. 한데 그 편지가 어찌도 그렇게 명문인지 조선의 제일류의 문사로도 진정을 문자로 표현함에 그만치 쓸 사람이 쉽지 않을 것을 일개 농촌 처녀(소학 졸업이나 하였는지)가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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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 아내 정선은 남편과 싸우다 갈라지기는 하였지만 어떤 때는 그립고 어떤 때는 밉고 이렇게 지나다가 유순이의 편지를 보고 허겁지겁 의사 하나와 간호부 하나를 데리고 남편의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108
그 기차에서 이 작자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인 ‘우연한 대면’의 장이 나온다.
109
李建永[이건영] 博士[박사]의 登場[등장] 이건영 박사가 최모라는 여자와 기차를 탄 것이었다. 그런데 개성서 또 한 패거리의 우연한 동승객이 생긴다. 미스 홀이라는 洋女[양녀]가 심순례와 함께 기차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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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이 박사는 심 양의 감정을 짓밟아 주었다. 그 때문에 심은 일생을 낫지 못할 상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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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홀은 그 사정을 잘 알았지만 이 박사라는 인물은 오늘 처음 본다. 미스 홀은 사랑하는 제자의 감정을 상처 내고 지금 또한 웬 처녀와 여행하는 이 박사를 못마땅하게 보아서 최모 양에게도 들으라고 조선말로 이 박사를 면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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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차 奇遇[기우](이것은 전혀 작자의 성벽에서 나온 것이지 이 장면은 송두리째 뽑아 버려도 작품에 일호의 영향이 없다)를 지나서 정선이는 남편의 고향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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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聖[고성]의 歎息[탄식] 고성도 여인 御[어]키 힘듦을 탄식하였지만 허숭과 같이 지도자적 의식을 가졌다고 자신하는 사람으로도 안해는 어찌 그렇게 감화를 못 시켰던지 정선이는(남편이 과거에 가정과 안해를 버리고까지 달려 온) 농촌 사업은 존재조차 모르고 어서 남편의 병이 다 나으면 함께 상경할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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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인제는 병도 좀 나아서 둘이서 산보쯤은 할 수 있게 된 때) 역시 부부는 서울로 가자거니 여기 있자거니 이야기가 났다. 그때 남편이 안해에게 대해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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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대관절 이 공기와 일광이 서울 것과 같은 줄 아오? 당신같이 몸이 약한 사람은 이런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 살아야 하오. (약) 여기 있읍시다. 우리 여기 삽시다. 여기서 농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삽시다. 그리고 우리 힘껏 이 동네 하나를 편안한 새 동네로 만들어 봅시다. 이 동넷사람들이 서울서 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인생 가치로는 더 높소. 또 조선은 10분지 8이 농민이란 말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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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정도의 것이다 이만 정도의 말로 능히 서울에 대한 동경을 꺾을 수 있겠으며, 농촌에 흥미를 일으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즉 숭 자신이 농촌 흥미를 모른다. 이리하여 상경할 것인가, 이곳에 주저앉을 것인가 태도를 결정치 못한 채로 제2편은 끝난다.
117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약 3분지 1 가량이 되는데 이 소설의 목적이요, 겸하여 허숭의 사업인 농민 향상 운동은 싹도 트지 않는다. 뿐더러 ‘시골뜨기가 되어서 농촌으로만 내려가려는 지아비’와 ‘양반 꼽재기가 되어서 서울만 살려는 지어미’와의 개인적 갈등에 끊쳤지 ‘시골을 대표하는 인물’과 ‘서울을 대표하는 인물’조차 나타나 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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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골이라는 데 대하여 지극히 빈약한 인식과 지식밖에는 가지지 못한 사람이 장차 살여울 동리를 구조하려고 하니 매우 위험스러운 노릇이다.
119
허숭이가 일껏 구조 행위라고 내심 득의만만하여 하는 노릇이 도리어 반대로 동네를 해칠 일이 안되리라고 어찌 보증하랴.
120
이하 변호사 허숭의 다니는 길을 뒤밟으며 검사하여 보자. 그런데 춘원의 소설을 토론함에 있어서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은 ‘춘원은 대체 자기의 쓰는 소설에 대하여 얼마만치의 관심을 갖고 있는가’의심되는 점이다. 비근한 예지만 이 「흙」에 있어서도 허숭의 고향이 ‘실여울’이 되었다. ‘달여울’이 되었다 하며, ‘오십 호 이백오십 명’이 되었다 ‘백 호 오백명’이 되었다 하여 당초 대중을 잡을 수가 없다.
 
121
〈三千里(삼천리)〉, 1934. 12~1935. 10, 1939.1~6
122
〈三千里文學(삼천리문학)〉, 1938. 1~4
【원문】15.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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