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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春園硏究 (춘원연구) ◈
◇ 8. 「許生傳(허생전)」 ◇
해설   목차 (총 : 15권)     이전 8권 다음
1938.1~4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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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園硏究 (춘원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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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許生傳(허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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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燕巖[박연암]의 「熱河日記[열하일기]」 중의 ‘玉蓮夜話[옥련야화]’가운데 있는 허생의 이야기를 物語化[물어화]한 것이 이 「허생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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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춘원의 「허생전」은 연암의 그것과는 전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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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효종대왕 시의 墨積洞[묵적동]에 허생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는데, 그 허생이 卞[변] 進士[진사]라는 부자에게 돈 만 냥을 꾸어다가 안성서 과일 무역을 하여 큰 돈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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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제주서 말총 무역을 하여 큰 이를 남기고, 그 뒤 도둑의 무리를 인솔하고 어떤 무인도에 가서 거기를 개척하여 거기 소산을 長崎[장기]에 팔아서 삼 년간에 巨利[거리]를 본 뒤에 자기는 단신 도로 귀국(利[리] 오십만여는 바다에 던지고)하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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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효종대왕은 북벌의 큰 뜻을 품고 인재를 고르던 중, 허생의 인물됨을 듣고 정승 李浣[이완]을 보내서 허생을 부르려 하였는데, 허생은 이완의 인물됨이 마음에 안 들어 표연히 어디로 가 버렸다고 하는 대략의 줄기가 연암의 것과 공통되지,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춘원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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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뿐 아니라, 거기 담긴 사상이라든지 주장이라든지 암시라든지는 모두 박연암의 것과는 大相不同[대상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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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生傳[허생전]」도 創作[창작] 그것은 철두철미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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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에 있어서든 표현에 있어서든 진전의 기술에 있어서든 한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한 마디로써 끝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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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기술상으로 보아서 「무정」 시기보다도 이인직의 시기보다도 썩 더 뒷걸음쳐서 「흥부 놀부전」이며 「장화 홍련전」의 의발을 繼襲[계습]하였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지 그 고대소설과 상이되는 점은 「허생전」에는 춘원 자신의 인생관이 때때로 암시된다는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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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놈아. 도둑놈이 오면 벌벌 떨던 것이, 연약한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기운이 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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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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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이란 저 생긴 것보다 낫다고 해주어야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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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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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대지 말아라. 완력을 쓰는 것은 언제나 좋지 않은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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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허생을 시켜서 말하게 하는 바 이런 주의 등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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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겨우 그뿐(효종 시대의 북벌의 의미가, 명나라에 대한 보은이라는 말에 대하여)이란 말이요? 종이 상전의 원수를 갚는 것이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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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8도의 힘을 기울여서 북벌을 한다 하기로 그래도 좀 큰 뜻이나 있는가 하였더니 겨우 그것이란 말이오? 겨우 대명국 원수를 갚는 것뿐이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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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국수적 사상을 암시한 점 등이 고대소설에서 보지 못할 새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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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는 ‘여러 사람이 목침을 베고 누워서 한 사람은 읽고 다른 사람은 들을’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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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아무 진실성도 없고, 아무 박력도 없다. 이러한 한 개 허황한 이야기일지라도 그 주인공인 허생의 성격을 하나 창조하여 근대적 묘사에 뿌리를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아갔으면, 재미있고, 문학적으로도 좀더 나은 것이 되겠거늘 춘원은 이 점에 너무도 겸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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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작자가 주인공의 외양에 얼마나 부주의하였는가 하는 점으로서는 이 주인공으로 하여금 몸집이 조그맣고 식은 코를 홀작홀작 들여마시는 사람으로 만든 것부터가 어울리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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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나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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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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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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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어조로’ -時文社(시문사)판 「허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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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 작자가 설명한 바의 주인공의 외양과는 조화되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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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代[연대]의 錯誤[착오] 작자가 이야기를 씀에 얼마나 부주의하였는지는, 175頁[혈]에 ‘일본이 흉년이 들어서 명나라에서 곡식을 사다가’ 운운이 있으니, 대체 이 이야기는 효종 때로서,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이룩된지도 수십 년 후인데 명나라가 웬 명나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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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임진왜란 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어떤 노인(구십 살이 가까운 노인)의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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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선친이 난리 때 일본으로 왔는데 자기는 일본서 나서 고국 구경은 하지도 못하였다’는 말이 있는데, 임진왜란은 선조대왕 이십 사오 년에 시작되고 선조 재위 사십일 년 광해군 재위 십사 년, 인조 재위 이십칠 년즉 임진 후 효종 전까지는 육십 년 미만이요 이 이야기(허생전)는 효종 초엽이나 중엽의 이야기니, (효종 재위 연수는 십 년이다) 임진 난리에 일본으로 간 사람이 낳은 자식이면 아무리 최대한도로 볼지라도 칠십 삼사 세이내다. 팔십 세 이상이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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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평범한 연수까지 상고하여 보지 않고 썼으니 다른 점도 얼마나 설치었는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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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가 이 작품을 대하기에 이만치 불충실하였으니만치 이야기의 줄기도 (한낱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너무도 부자연한 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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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이 말총 무역을 하러 제주도로 갔는데, 그 며칠 뒤부터는 벌써 제주는 지상 낙원으로 변하여 제주 목사는 송사 하나를 받아 보지 못하고 동헌에서 파리나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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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너무도 쓸쓸하여 목사는 관속들을 내보내서 까닭 없는 트집으로 성중 사람들을 노하게 하여보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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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속들이 혹은 음식을 먹고 일부러 값을 안 내고 일어서면 섬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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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나 보다. 후일 셈하시오’ 할 뿐 다투려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의 따귀라도 때리면 ‘그 양반 도깨비 들린가 보다’하고 피하고 말고, 귀에 담지 못할 욕이라도 하면, ‘타관에서 온 사람인가 보다’하고 대척치않고 아무런 행패를 할지라도 성중 사람은 송사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 이이야기에는 이런 말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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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치 감화력이 센 성인이 어찌 제 아내 하나를 御[어]치 못하였나? 물욕을 모르고 도통한 이 성현의 아내로서는 너무도 물욕 세고 속세적인 악처였다. 허생의 놀라운 감화력으로도 제 처까지는 감화를 못 시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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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누차 말한 바와 같이, 춘원에게 내재한 모순된 두가지의 감정- 범인류애주의와 국수적 주의는 이 「허생전」에도 나타나서 ‘새나라’장에서 그렇듯 인류애를 강조하던 작자가 말미에서 허생으로 하여금 강렬한 국수주의자로 만들어서 북벌책을 논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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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생전」에 있어서 작자는 허생을 너무도 만능한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에 온갖 곳에서 부자연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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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水夫[수부]보다도 더 항해에 밝은 허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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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언제 검술을 배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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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하는 우뢰 같은 소리가 나며 허생의 칼이 번쩍하며 곰보(惡人[악인])의 손에 잡았던 칼이 마당에 나가 쟁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곰보도 땅에 엎드려 허생의 손에 모가지를 눌리고 속절 없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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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허생은 언제 그렇게 이십세기 지리를 배웠던지 무인고도의 소재처까지다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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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허생전」은 연암의 ‘옥련야화’의 일절을 뼈로 삼고 그 위에, 「아라비안 나이트」와 「로빈슨 크루소」로 살을 만들고 인도주의와 민족주의로 피를 만드는 위에 고대소설형의 옷을 입힌 재미있는- 그러나 또한 부자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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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춘원으로서 ‘조선 민중이 이해할 수 있는 저급 물어 를 쓰려는 목적으로 이 「허생전」을 썼다 하면 그것은 너무나 ‘뒷걸음질’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허생전」보다 훨씬 나은 「무정」도 그만치 독자층에게 환영을 받은 것으로 보아서 우리나라 독자는 「무정」만한 정도면 넉넉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단은 아니겠다.
【원문】8. 「許生傳(허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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