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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문제 (人間問題) ◈
◇ (81회 ~ 100회) ◇
해설   목차 (총 : 6권)     이전 5권 다음
1934년 8월 ~ 12월
강경애(姜敬愛)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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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1

 
2
신철이는 우미관 앞에서 오 전짜리 우동 두 그릇을 사먹고 나서야 기운이 났다. 그리고 봉투쌀과 빵 몇 개를 사가지고 그의 집까지 왔을 때, 일포와 기호는 타월로 머리를 동이고 누워 있다가 신철이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빵을 저마다 빼앗아 들고 맛있게 뚝뚝 무질러 먹었다.
 
3
"이거 웬일이야? 오늘은 빵 사오고 쌀 사오고 횡재수가 났지 아마?"
 
4
기호는 빵 한 개를 다 먹고 나서야 이런 말을 하며, 신철이가 무엇이든지 배부르게 먹고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저놈의 포켓에 돈이 좀 들어 있는 모양인가 하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일포는,
 
5
"나 오 전 한 닢만 주게. 막걸레 한잔 먹겠네. 이게야 어디 살겠나."
 
6
눈가가 뻘개서 아편쟁이의 손같이 핏기 없는 손을 내밀었다.
 
7
"이 사람아! 나무도 없는데 술만 처넣겠다? 어서 돈 내게. 나무 사다가 밥 해먹세."
 
8
두 놈이 손을 저마다 내밀었다. 신철이는 술값으로 십 전, 나뭇값으로 삼십 전을 주고 나서 양복을 활짝 벗어던졌다. 그리고 중절모를 방바닥에 들어 메치었다.
 
9
일포와 기호는 기가 나서 밖으로 나간다. 그는 땀에 젖은 내의를 벗어 밖에 내다 널며 다시는 그런 비겁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였다. 자기가 아버지 앞을 떠날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모든 것을 각오해 온 바가 아니냐. 그런데 지금 와서 약간의 고통이 된다고 다시 옛날을 회상하는 그러한 비겁한 자식! 그는 입 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꾸짖으며 인천의 월미도를 얼핏 생각하였다.
 
10
인천만 가면 그는 모든 이 비겁성을 홱 풀어 던지고 아주 노동자의 씩씩한 참동무가 되리라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리고 오늘 밤차로 내려갈까? 철수! 외리 삼번지, 그는 이렇게 되풀이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기호는 장작을 사가지고 약간의 반찬감도 산 모양이다.
 
11
"여보게, 우리는 자네 기다리누라 아주 죽을 뻔했네…… 나 거 일폰가, 그 자식 보기 싫어서, 그저 발가락 새만 하루 종일 쑤시고 앉았데그리."
 
12
기호는 웃어 가며 발가락 우벼 내는 모양을 흉내낸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이 동무들이 그나마 자기가 인천으로 가면 어쩔 셈인가? 하였다. 그리고 차라리 저러고 있을 바에는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아내가 하는 농사일이나마 뒷배를 보아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 고생을 하면서도 그래도 이 서울 구석에 붙어 있으려는 그들의 심리가 생각수록 우습고도 맹랑하였다.
 
13
그들의 유일의 희망은 어떤 자본가를 붙잡아 가지고 무슨 잡지나 신문사나 경영해 볼까 하는 그런 심산이었다. 어쨌든 민중의 지도자가 되는 동시에 그들의 이름을 작으나마 전선적으로 휘날리는 데는 반드시 중앙에 앉아 가지고 그런 잡지나 신문사를 경영하는 데서만이 가능한 것으로 인정하는 모양이다. 저렇게 배고플 때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도 배만 부르고 나면 어느 신문이 어떻고 어느 잡지가 어떻고 시비를 가려 가며 비평을 하곤 하였다. 한참 떠들 때에 보면 모두가 일류 논객이었다.
 
14
신철이는 이러한 봉건적 영웅심리에서 나온 야욕과 가면을 몇 겹씩 쓰고 회색적 행동을 하고 앉은, 그야말로 고리타분하고 얄미운 소부르주아지의 근성을 철저히 버려야 할 것을 그는 일포나 기호를 바라볼 때마다 절실히 느끼곤 하였다. 그러나 자신도 역시 그들의 근성을 어딘가 모르게 끼고 다니는 것을 오늘 일을 미루어 생각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15
이튿날 아침, 신철이는 그들에게 어디 잠깐 다녀온다고 말하고 나왔다. 그가 종로까지 나와서 상점 시계를 보니 거의 차 떠날 시간이 되었으므로 전차를 탈까 혹은 버스를 탈까? 하였다. 어제만 해도 오 전짜리가 큰돈 같더니 막상 돈푼이나 지갑 속에 있으니 정거장까지 걸어가기가 싫었다. 에라! 전차나 오래간만에 타보자 하고 달아가는 전차를 따라가서 올라섰다. 전차는 윙 하고 달아난다. 벌써 화신상회 앞을 지나 황금정으로 달아난다. 황금정에서는 용산으로 가는 듯한 월급쟁이들이 가득 들이몰리었다. 신철이는 좁은 자리에 끼여 불편함을 느꼈다. 보다도 월급쟁이들의 시선과 마주칠 때마다 저 가운데는……? 하고 가슴이 선뜩해지곤 하여 머리를 돌려 버렸다.
 
 

2. 82

 
17
그때 조선은행 앞 저리로부터 오는 인력거 한 채가 보인다. 인력거에 앉은 색시는 웬일인지 인력거를 처음 탄 듯하게 몸가짐이 어색하게 보여 그는 자세히 바라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아!" 소리를 지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틈을 뻐개려고 애를 쓰나 뻐개는 수가 없었다.
 
18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난 신철이는 철수 동무가 갖다 준 잠방이 적삼을 입고 각반을 치고 지카다비(작업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19
아직도 인천 시가는 뿌연 분위기 속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전등불만이 여기저기서 껌벅이고 있다. 신철이는 어젯밤 동무가 세세히 말해 준 대로 다시 한번 되풀이하며 거리로 나왔다. 인천의 이 새벽만은 노동자의 인천 같다! 각반을 치고 목에 타월을 건 노동자들이 제각기 일터를 찾아가느라 분주하였다. 그리고 타월을 귀밑까지 눌러 쓴 부인들은 벤또를 들고 전등불 아래로 희미하게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또 나타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부인들은 정미소에 다니는 부인들이라고 하였다.
 
20
신철이는 우선 조반을 먹기 위하여 길가에 늘어앉은 국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흡사히 서울에선 선술집 모양이다. 벌써 노동자들은 밥에다 김이 펄펄 나는 국을 부어 가지고 먹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부어 놓은 탁배기를 선 채로 들이마시고 있다. 일변 저편에서는 끓는 국을 사발에 떠서 날라 준다. 노동자들은 문에 불이 나게 드나든다.
 
21
신철이는 나무판자에 걸어앉았다. 어떤 노동자는 날라 주는 것이 성이 차지 않아서 자작 그릇을 가지고 국솥 앞에까지 가서 국을 받아 왔다. 신철이는 국을 훌훌 마시며 곁눈으로 보니 그의 곁에 앉은 노동자 하나는 그와 같이 들어와서 앉았는데 벌써 밥을 거의 다 먹어 간다. 그의 밥술을 보니 끔찍하였다. 원 저렇게 먹고야 소화가 될 수 있나? 신철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술을 놓고 나서 부어 놓은 막걸리를 쭉 들이마신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두어 번 입가를 씻더니 신철이를 흘금 바라보며 벌떡 일어나 나간다. 신철이는 그 밥을 못다 먹고 그만 일어나 나왔다. 막걸리 뒷맛이 씁쓸하였다. 그는 천석정을 향하고 걸었다. 천석정에는 대동방적공장을 새로 건축하므로 하루에 노동자를 사오백 명을 부린다고 하였다.
 
22
차츰 밝아 오는 인천의 시가를 걸으면서, 그리고 저 영종섬 뒤로 부옇게 보이는 하늘에 닿는 듯한 수평선을 바라볼 때, 용기가 부쩍 나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전날 전차 속에서 바라본 뜻하지 않은 인력거 위에 어색하게 앉은 선비의 그 모양이 다시금 떠오른다. 따라서 그가 미친 듯이 전차에서 뛰어내려 인력거의 행방을 찾아 한 결이나 헤매던, 무책임하고도 미련이 많은, 그렇게도 의지가 연약한 자신을 얼굴이 뜨겁도록 깨달았다. 다음 순간 나는 이젠 노동자다! 입으로만 떠드는 그러한 인텔리는 아니다. 더구나 여자 꽁무니를 따라 헤맬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있는 용기를 다하여 부인하여 보았다.
 
23
그가 천석정까지 오니 벌써 수백 명의 노동자는 시루시반텡을 입은 일인 감독을 둘러싸고 제제히 일표를 타느라고 법석하였다. 신철이도 그 틈에 섞여 한참이나 돌아가다가 겨우 일표를 얻었다. 일표라는 조그만 나무쪽을 들여다보니 60번이라는 번호가 씌어 있었다.
 
24
"어서 빠리빠리 하라."
 
25
감독의 고함치는 소리를 따라 일표를 얻은 노동자들은 흥이 나서 감독의 지정하는 대로 일을 붙잡았다. 그나마 일표를 얻지 못한 노동자들은 실망을 하고 그들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빠트리고 돌아선다.
 
26
"이리 와서 이것들 저리로 가져가."
 
27
여러 사람이 밀려가는 틈에 섞여 신철이도 따라갔다. 시멘트 포대를 시멘트 가루 개는 곳으로 나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황지 포대에 넣은 시멘트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펄펄 뛰어 달아난다. 신철이 차례가 오므로 그는 메어 주는 시멘트 포대를 어깨에 메었다. 그 순간 그는 어깨에서 우쩍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가슴을 내리눌러 숨을 통할 수가 없었다. 그가 노동자들이 메는 것을 바라볼 때에는 이렇게까지 무겁지 않으리라 하였는데, 그리고 시멘트 포대가 밀가루 포대보다 조금 클까말까 하므로 가볍거니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메고 보니 이것이 돌가루가 되어서 이렇게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철이는 메기는 겨우 멨으나 발길을 잘 떼놓는 수가 없었다.
 
28
"이 자식아! 빨리 가거라!"
 
29
십장의 호통소리에 신철이는 앞으로 나갔다. 숨이 가빠 오고 가슴이 죄어 오고 어깨 위가 부서지는 것 같다. 신철이는 죽을 힘을 다하여 시멘트 포대에 볼을 꽉 붙이고 비틀걸음으로 오십 간 가량이나 와서 쾅 하고 내려놨다.
 
 

3. 83

 
31
신철이는 시멘트 포대와 함께 넘어졌다가 일어났다. 곁에서 삽을 가지고 물을 쳐가며 시멘트 가루를 벅벅 벅벅 벌뻘 갈기듯이 개는 노동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하기가 조금도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눈 깜박할 새에 시멘트 가루를 개곤 하였다. 신철이는 그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돌아설 때, 다시는 그 시멘트 포대를 멜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일표는 탔으니 하루만 참자, 설마한들 죽겠냐,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천근이나 만근이나 한 다리를 옮겨 놨다.
 
32
이번에는 벽돌을 나르라고 하였다. 노동자들은 철사를 두 겹으로 길게 굽혀 가지고 그 새에다 벽돌을 두 겹으로, 한 겹에 열셋, 잘 지는 노동자는 열다섯, 열여섯까지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철사 끝에는 마대를 베어서 달아 가지고 한 번 동인 후에 낑 하고 졌다. 물론 등에는 섬피를 대고 벽돌을 지는 것이다. 신철이는 지는 데 혼이 나서 이 벽돌은 손으로 나르리라 하고, 열 장을 포개 들고 날랐다. 몇 번 나르고 나니 손이 마치 가시로 찌르는 듯이 따가우므로 들여다보니, 열 손가락에 피가 배어 빨개졌다. 그리고 다시 벽돌을 옮기려고 쌓아 놓을 때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치며 온몸에 벽돌이 안 가 닿는 곳이 없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벽돌에 돌가시가 무섭게 돋아 있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33
"여부슈, 손으로 나르면 손이 아파서 못 합니다. 당신 일 처음 해보는구리."
 
34
신철이는 얼핏 바라보니 아까 국밥집에서 한자리에 앉아 먹던 그 노동자였다. 외눈만이 쌍까풀진 그의 눈에 약간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이리로 와서 신철의 등에 섬피를 대어 주었다.
 
35
"이렇게 대구서 벽돌을 지시우. 그러면 손으로 나르는 것보담 낫지유. 자 지시우."
 
36
신철이는 지다가 다리가 휘청하며 푹 꺼꾸러졌다.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경련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일어났다. 그는 아픈 손을 입에 물고 어린애같이 울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흐트러진 벽돌을 다시 쌓아 놓고 그가 지워 주는 대로 졌다.
 
37
"저 이거 보슈. 이거 이렇게 지면 힘듭니다. 이것을 이 섬피에 꾹 달라붙게 지며 몸을 이렇게 허시유."
 
38
외눈까풀이는 허리를 구부려 보인다.
 
39
그때 뒤에서,
 
40
"이놈의 자식들, 빨리 날라라!"
 
41
"흥! 저놈 또 야단이군."
 
42
외눈까풀이는 입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기도 벽돌을 지고 신철이와 가지런히 걸었다.
 
43
"당신도 미두에 손해봤구려."
 
44
미두에 손해본 사람들이 가분작이 객리에서 어쩔 수는 없고, 또는 가산을 탕진하여 놓고 먹을 것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노동시장으로 나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여직 해보지 않던 일을 하려니, 물론 노동자들과 같이 일이 손에 익지 못하고 서툴러서 애쓰는 것을 많이 보았던 것이다.
 
45
신철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숨이 차서 대답도 못 하였다. 그리고 자꾸 꺼꾸러지려고만 하였다. 외눈까풀이는 뒤에서 벽돌을 받들어 주었다. 신철이는 그만 이 짐을 벗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었다.
 
46
점심 먹는 시간 사십 분 동안을 내놓고 아침 여섯시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일을 마친 신철이는 전신에 맥이라고는 다 끊어진 듯하였다. 신철이는 외눈까풀이의 뒤를 따라 이번에는 돈표를 타러 갔다. 바라크식으로 지은 임시 사무소 앞에는 노동자들이 들이몰리어 저마다 돈표를 타려고 덤볐다. 사무실에서는 몇 번호, 몇 번호 하고 번호를 불렀다.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신철이는 돈표라는 종잇조각을 타가지고 이번에는 돈과 바꾸는 사무실로 달아갔다.
 
47
거기에서 비로소 돈 사십육 전을 쥔 신철이는, 하루의 품값이 오십 전임을 알았다. 그리고 사 전은 돈 바꿔 주는 중간 착취배가 또 하나 나타나서 오십 전에 사 전을 벗겨 먹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한숨을 후유 내쉬고 돌아보니, 인천 시가는 또다시 전등불로 장식되었다. 외상값을 받으러 온 국밥 장수들이며, 남편을 찾아서 이 저녁거리를 사려는 노동자의 아내들까지 몰리어 뒤끓었다.
 
48
신철이는 외눈까풀이를 잃어버리고 한참이나 찾다가 그만 나와 버렸다. 그는 수없이 깜박이는 저 전등을 바라보며 잉여노동의 착취! 하고 생각하였다. 그가 책상에서 {자본론}을 통하여 읽던 잉여노동의 착취보다, 오늘의 직접 당하는 잉여노동의 착취가 얼마나 무섭고 또 근중이 있는가를 깨달았다.
 
 

4. 84

 
50
집까지 온 신철이는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노동시장으로부터 돌아온 철수가 들어왔다.
 
51
"동무, 몹시 힘들지유?"
 
52
신철이는 머리를 들며,
 
53
"동무 왔소? 난 어려워서 일어나지 못하우."
 
54
"예 좋습니다. 저 코피가 흐릅니다!"
 
55
"내가요?"
 
56
신철이는 그제야 자기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철수는 냉수와 걸레를 가지고 들어왔다. 신철이는 일어나려니 전신이 무거워서 깜작하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치 벽돌 질 때와 같이 힘이 쥐어지고 전신에서 경련이 무섭게 일었다. 그는 철수가 손질해 주는 대로 맡겨 버리고 말았다.
 
57
"동무, 노동 못 하겠수."
 
58
신철이는 이렇게 전신이 녹아 오는 듯하면서도 철수의 이 말에는 자기를 모욕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눈을 꾹 감고 으흠 하고 신음을 하였다.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무겁게 벽돌 지던 광경이 그치지 않고 보인다. 그리고 긴장이 되고 어깨가 무거워지며 금방 자신이 벽돌을 지고 걸어가는 듯하였다.
 
59
"뭐 좀 자셔 봤수?"
 
60
"예, 국밥을……."
 
61
"좌우간 동무는 노동은 그만두고 그저……."
 
62
중도에 말을 그치며 신철이를 바라보았다. 신철이는 눈을 뜨고 철수를 올려보다가 벽으로 시선을 옮긴다. 철수는 일어났다.
 
63
"난 아직 저녁을 못 먹었는데 가서 먹구 오리다."
 
64
"예, 뭐 오실 것 없지요. 곤하신데 지무셔야지요."
 
65
철수는 부두에 나가서 하루 종일 노동했을 것만은 틀림없는데 별로 곤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신철이는 누워서 철수를 보내고 벽을 향하여 돌아누웠다. 아! 소리를 지르도록 전신의 뼈가 저마다 노는 듯하였다.
 
66
잉여노동의 착취! 그는 벽을 바라보며 입 속으로 되풀이하였다. 그의 입 속에서 돌아가는 잉여노동이란 그것은, 그 얼마나 무게가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섞여 있는 까닭에, 아니 그들의 피와 땀의 결정물인 까닭에 그렇게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절실히 느꼈다.
 
67
이렇게 무게가 있고 깊이가 있는 잉여노동을, 말하기 좋아하는 자칭 논객들과 자칭 민중의 지도자들은, 아무 무게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세거리로 한 술어로밖에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68
그는 두 번 부르기가 어려운 무게가 있음을 알았다. 동시에 수없는 벽돌이 잉여노동의 착취란 문구를 싸고, 그의 가슴을 압박하여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며 내가 무슨 환영을 보는 셈인가…… 하였다.
 
69
그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옛날을 회상해 보았다. 따라서 인력거에 앉아 서울의 번잡한 도시를 향하여 달려오던 선비를 눈앞에 그려 보았다. 그가 뭘 하러 서울에 오는가? 혹은 남편을 얻어 오는가? 남편을 얻어 오면 그래 마중 나간 사람들이 있겠지? 혹 어떤 몹쓸 놈에게 유인이나 받지 않았는지? 덕호가 선비를 공부시키기는 만무할 터인데…… 필경 옥점이가 중매를 해서 서울로 시집온 것이겠지? 옥점이! 옥점이, 옥점이! 신철이는 웬일인지 옥점의 그 손! 그 눈이 생각되었다. 여직 선비를 어느 구석엔가 잊지 못하고 생각해 온 것을 미루어, 더구나 전날 아침 길거리에서 선비가 지나친 것을 봤으니 당연하게 선비를 그리워하여야 할 터인데, 그저 몽롱하게 온갖 의문만 선비를 싸고돌 뿐이지 호기심은 언제 어디서 새어 빠졌는지 몰랐다. 그리고 도리어 옥점의 그 활발하게 뵈던 그 눈! 그 손! 그 얼굴이 금방 눈앞에 보이듯 하였다.
 
70
옥점이, 그는 시집을 갔을까? 그렇게 나를 못 잊어하더니…… 내가 너무 과했어! 그의 눈에는 요령부득의 눈물이 괴었다.
 
71
그리고 옥점이가 초콜릿을 벗겨 가지고 자기를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라고 하며 빨개지던 그 얼굴이 지금 와서는 귀엽게 나타나 보인다. 만일 지금 이 자리에 있으면…… 할 때 그는 눈을 크게 뜨며,
 
72
"에이 비굴한 놈!"
 
73
하고 자신을 향하여 소리쳤다.
 
74
그때 멀리 들리는 택시의 경적소리가 뿡빵 하고 들려 왔다. 그리고 안방 시계가 열한시를 땅! 땅! 쳤다. 그는 잠을 들려고 눈을 꾹 감아버렸다. 벽돌, 벽돌이 보인다.
 
 

5. 85

 
76
며칠 후에 신철이는 철수를 만나 또다시 노동시장에 나가 보겠노라고 하였다. 철수는 빙긋이 웃었다.
 
77
"동무 이번에 나가면 곱질러 십여 일이나 앓으리다. 그만두시오."
 
78
애써 노동을 해보겠다는 신철의 생각만은 좋으나, 그러나 노동에 세련되지 못한 그의 육체가 난처해 보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철수를 따라 웃으면서도 맘속으로는 불쾌하였다. 그리고 철수와 자신을 비교해 본다면 우선 신체의 장대함이라든지 어느 모로 보나 철수에게서 떨어질 것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오직 자신이 노동에 단련되지 못한 까닭이니 어느 정도의 고개만 넘으면 별로 힘들 것이 아니리라고 생각하였다. 오냐! 철수가 하는 일을, 아니 인간이 하는 노동을 나라고 못 할 까닭이 있느냐? 하자! 죽도록 해보자! 요즘 동무들이 노동을 하여 벌어다 주는 밥을 앉아 먹고 있기는 무엇보다도 더 고통이었던 것이다. 철수는 신철의 기색을 살폈다.
 
79
"그럼 하루만 또 고생해 보시우, 허허…… 내일 아침 나와 부두로 나가 봅시다. 그런데 임금이 낮아서 그렇지 실은 벽돌 나르는 것이 제일 헐하리다."
 
80
신철이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었다. 그리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81
"아니, 벽돌은 싫어."
 
82
벽돌 말만 들어도 전신이 오싹해지며 손끝이 따가워짐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리 벽돌 나르는 것보다 힘든 노동이라 하여도 지금 같아서는 힘든 그 일을 하지, 벽돌은 나르지 못할 것 같았다. 보다도 벽돌은 두 번 바라보기도 싫었다.
 
83
그 밤이 오래도록 부두노동의 몇 가지 종류를 철수에게서 자세히 들은 신철이는 그 이튿날 새벽에 철수를 따라 부두로 나오게 되었다. 그들이 세관 앞을 지나 섰을 때, 벌써 몇십 명의 노동자가 백통테 안경을 둘러싸고 십장님! 십장님! 하고 덤볐다. 철수는 둘러선 사람을 뻐개며 들어섰다.
 
84
"십장님! 저 하나 주시우."
 
85
백통테 안경은 안경 너머로 철수를 보더니 손에 들었던 붉은 끈을 봐라 하듯이 내쳐 준다. 철수는 얼른 받아 가지고 돌아보았다.
 
86
"이 끈이 일표입니다. 이걸 손목에다 꼭 동이시오."
 
87
철수가 동여 주는 붉은 끈을 들여다보는 신철이는 벌써 속이 두근두근함을 느꼈다.
 
88
"난 정거장으로 짐 메러 가니…… 하루 또 고생하시우."
 
89
철수는 말 마치기가 무섭게 뛰어간다. 신철이는 어제 철수에게 붉은 끈들이 하는 노동을 자세히 들었으나 철수가 저렇게 자기 앞을 떠나가는 것을 보니 도무지 두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목에 붉은 끈 동인 사람들만 주의해 보고 그들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 섰다.
 
90
조선의 심장지대인 인천의 이 축항은 전 조선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그 규모가 크고 또 볼 만한 것이었다. 축항에는 몇천 톤이나 되어 보이는 큰 기선이 뱃전을 부두에 가로 대고 열을 지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검은 연기는 뭉실뭉실 굵은 연돌 위로 피어 올라온다. 월미도 저편에 컴컴하게 솟은 섬에는 등대가 허옇게 바라보이고 그 뒤로 수평선이 멀리 그어 있었다.
 
91
노동자들이 무리를 지어 쓸어 나온다. 잠깐 동안에 수천 명이나 되어 보이는 노동자들이 축항을 둘러싸고 벌떼같이 와와 하며 떠들었다. 그들은 지게꾼이 절반이나 넘고 그 외에 손구루마를 끄는 사람, 창고로 쌀가마니를 메고 뛰어가는 사람, 몇 명씩 짝을 지어 목도로 짐을 나르는 사람, 늙은이, 젊은이, 어린애 할 것 없이 한 뭉치가 되어 서로 비비며 돌아가고 있다.
 
92
백통테 안경은 기선 갑판 위에 올라섰다.
 
93
"이 자식들아! 여기 어서 다리를 놓아!"
 
94
호통소리를 따라 붉은 끈들은 달려가서 시멘트 콘크리트로 된 부두와 기선 새에 나무를 건너지르고 그 위에 넓은 나무판자를 척척 올려놔서 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중기(起重機) 옆에 붉은 끈이 하나가 서서 손잡이를 놀리니 기중기가 왈랑왈랑 소리를 지르며 쇠줄이 기선 밑의 화물창고를 향하여 내려간다. 갑판 위에는 감독이라는 일인이 서서 들어가는 쇠줄을 들여다보며 손짓을 하다가 뚝 멈추니 기중기 운전수도 역시 그 군호를 따라 손잡이를 눌러 멈추었다. 한참 후에 감독이 손을 젖혀 가지고 손짓을 하니 운전수가 또다시 손잡이를 제끼었다. 기중기는 다시 왈랑왈랑 소리를 지르고, 올라오는 쇠줄에는 집채 같은 짐짝이 달려 있었다. 이편 부두에 빠듯이 둘러선 노동자는 짐짝을 쳐다보며 한층더 아우성을 쳤다.
 
 

6. 86

 
96
기중기에 달린 몇백 관이나 되는 짐은 마침내 와르르 하고 부두에 쏟아졌다. 서로 밀거니 하며 섰던 노동자들은 일시에 달려들어 저마다 짐을 붙들고 붉은 끈들에게로 대어들었다. 붉은 끈들은 분주히 돌아가며 짐짝을 쇠갈고리로 대어서 지게 위에 실어 주었다. 신철이는 철수가 준 갈고리를 사용하려니 쓸 줄을 몰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갈고리를 꽁무니에 차고 붉은 끈과 마주서서 쉴새없이 손으로 짐짝을 올려놓곤 하였다.
 
97
짐은 뒤를 이어 와르르 하고 부두에 쏟아졌다. 신철이는 차츰 숨이 차오고 팔이 떨어져 오는 듯하였다. 짐은 큰 상자며 철판이며 대두박이며…… 이런 종류였다.
 
98
"이놈들아, 빨리 짐을 메어 줘라!"
 
99
백통테 안경은 눈알을 구루마 바퀴 굴리듯 하며 호통을 하였다. 신철이는 언제 손끝이 상하였는지 피가 출출 흐른다. 그는 흐르는 피를 어쩌는 수가 없어서 그의 잠방이에 북 씻고 나서 연달아 오는 노동자들에게 짐을 메어 준다.
 
100
"여보! 갈쿠리를 써야지, 손 아파 못 하우!"
 
101
마주선 붉은 끈은 웃으며 소리쳤다. 신철이는 꽁무니에 찼던 갈고리를 빼어 가지고 짐을 끼워 들다가 잘못하여 짐꾼의 얼굴을 냅다 쳤다. 짐꾼은 얼른 머리를 돌렸다.
 
102
"이 자식아! 미쳤니? 남의 얼굴은 왜 후려…… 하마트면 눈이 꿰질 뻔혔다. 이 자식! 정신 채려!"
 
103
눈을 부릅뜨고 대든다. 신철이는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돌리어 저 퍼런 물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 신철이는 저 퍼런 물에라도 뛰어들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들의 무뚝뚝한 말과 행동은 마치 그의 상한 손에 사정없이 맞찔리는 철판과 상자 귀에 박힌 못과 무엇이 다르랴!
 
104
"여보! 어서 들어유."
 
105
신철이는 풀풀 떨리는 팔로 큰 상자를 들려니 자꾸 내려만 오고 올라가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는 상자에 푹 거꾸러졌다.
 
106
"이그…… 왜 이래 바뿐데. 넘어질랴거든 저리 가!"
 
107
마주선 붉은 끈은 차라리 신철이가 물러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신철이가 도리어 맞들어 주기는 고사하고 그의 짐이 되었던 것이다. 신철이는 겨우 정신을 차려 일어났다. 차라리 넘어질 바에는 아주 어디가 콱 상하였으면 그것을 핑계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아무 데도 상한 곳은 없는 듯하였다.
 
108
짐에서 떨어지는 먼지며 바람결에 불려오는 먼지가 수천 명의 노동자의 몸부림치는 바람에 가라앉지를 못하고 공중에 뿌옇게 떠돌았다. 그리고 사람을 달달 볶아 죽이고야 말려는 듯한 지독한 볕은 신철의 피부를 벗기는 듯하였다. 그는 숨이 콱콱 막히며 입 안에 침기라는 것은 조금도 없이 먼지만 들이쌓이는 듯하였다. 물, 물, 물이 먹고 싶다! 그러나 잠시라도 몸을 빼어낼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그의 주위를 싸고도는 수없는 사람들 중 어린애까지도 자기와 같이 무능하고 연약한 육체를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109
멀리 재목공장에서는 기계로 재목 가르는 소리가 짜아짜아 하고 유달리 새어 들려 온다. 그리고 마주 건너다보이는 부두에는 산더미 같은 석탄이 여기저기 쌓인 것을 보아 그편에 댄 기선에서는 석탄을 푸는 모양이다.
 
110
"이애 이놈들아, 저게 가서 실컨 싸우라!"
 
111
신철이와 마주선 붉은 끈이 이렇게 소리치며 바라보므로 신철이도 흘금 돌아보았다. 저마다 짐을 잡아당기다가 마침내 서로 주먹으로 쥐어박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짐짝은 버리고 두 놈이 데뭉데뭉 굴렀다. 그 틈에 그 짐짝은 딴놈이 메고 달아난다. 그때 싸우던 놈들은 부시시 일어나서 짐짝을 다우쳐 가서는 또 쌈이 벌어진다. 그러고는 세 덩이, 네 덩이가 되어 싸우는 것이다.
 
112
그 중에 한 사람이 외눈까풀임을 알자 신철이는 달려가서 말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맘뿐이지 그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가 큰일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싸우면 싸웠지, 누가 눈 한번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저희들끼리 실컨 싸우다가 진하면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이다.
 
113
전깃불이 와서도 한참이나 되어 신철이는 임금을 타려고 붉은 끈들과 함께 백통테 안경을 따라 섰다. 그때 뒤에서 휘파람소리가 나므로 돌아보니, 외눈까풀이가 지게를 지고 맥빠진 걸음새로 천천히 이리로 온다. 그도 무던히 피로한 모양이다.
 
 

7. 87

 
115
"이동무!"
 
116
외눈까풀이가 신철의 앞을 지나칠 때 이렇게 불렀다. 외눈까풀이는 우뚝 서서 누가 불렀는지 몰라 두리번두리번하였다.
 
117
"내가 찾었수."
 
118
외눈까풀이는 그제야 신철이를 흘금 쳐다보더니,
 
119
"여기 또 왔구레."
 
120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신철이는 그가 낮에 싸우던 생각을 하며,
 
121
"오늘 돈 얼마나 벌었소?"
 
122
"돈이 다 뭐유, 쌈만 했수."
 
123
"왜 쌈은 했수?"
 
124
"괜히 싸우지우."
 
125
외눈까풀이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126
"우리집에 놀러 오시우."
 
127
"집이 어데유?"
 
128
"사정으로 올라가노라면 천주교회당이 있지요."
 
129
"천주…… 뭐유? 생각 안 난다. 천주 담엔 뭐라고 했는지요?"
 
130
신철이는 손으로 십자가를 그어 보였다.
 
131
"이렇게 된 것이 지붕 위에 삐죽하니 솟아 있는 집이오."
 
132
"네, 성당 말이구리. 알았슈."
 
133
"그 집을 지나 공동변소가 있지유."
 
134
"네, 네."
 
135
"그 우에는 장작 패어 파는 집이 있습니다. 바루 그 우에 조그만 초가집이 있지우."
 
136
"네, 알았수."
 
137
"그 집 뒷방이 바루 나 있는 방이오."
 
138
"네, 네, 그렇쉬까! 가지유."
 
139
"꼭 오시우."
 
140
"예."
 
141
외눈까풀이는 인사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간다. 신철이는 그의 뒤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러한 놈이 의식이 제대로만 들었으면 훌륭한데…… 하였다.
 
142
백통테 안경은 어떤 여관으로 쑥 들어갔다. 뒤따르던 붉은 끈들은 멈칫 서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신철이를 돌아보며 킥킥 웃었다. 신철이는 그들이 낮에 자기가 노동하던 것을 흉내내며 웃는 것임을 알았을 때 불쾌하고도 무어라고 형용 못 할 쓸쓸함을 느끼며 으흠 하고 나오는 줄 모르게 신음을 하였다. 그리고 땅에 펄썩 주저앉아 붉은 끈들이 서 있는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못 견디게 전신이 무거웠던 것이다.
 
143
저편으로 보이는 시멘트로 바른 벽에는 '깅 바아(キンパ―)'라고 쓴 금자가 전등불에 빛났다. 그는 웬일인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자기의 초라한 모양을 굽어보았다. 순간에 그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듯한 고적함을 깨달았다. 자기는 노동자의 동무가 되려고 필사의 힘을 다하여 노동시장에 나왔거늘 그들은 저렇게 자신을 비웃고 조그만 동정을 기울이지 않는다.
 
144
아니다! 내 뒤에는 수많은 동지가 있지 않으냐! 그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자기를 싸고도는 환경만은 이렇게 쓸쓸하고 고적만 하였다. 그때 저리로부터는 모던 걸, 모던 보이가 어깨를 나란히하여, 마치 댄스하는 듯이 발걸음을 맞춰 이리로 온다. 그는 벌떡 일어나 벽에 몸을 기대었다.
 
145
남녀는 오루지날의 향내를 후끈 던지고 지나친다. 그는 얼핏 옥점이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옥점이와 자기가 바닷가에서 낙조를 바라볼 때 펄펄 일어나는 불길을 향하여 선 것처럼 그 불과 그 옷이 빛나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는 얼결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못 견디게 옥점이가 그리워졌다. 혹시 월미도에나 놀러 오지 않았나? 아직도 나를 생각해서 그 조그만 가슴이 아프지나 않나? 내가 왜 그리했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146
반면에 무슨 더러운 생각이냐 하고 무엇이 뒷덜미를 툭 치는 듯하였다.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는 여전히 쓸쓸하게 벽을 기대고 선 것을 발견하였다. 동시에 잠깐 잊었던 아픔이 그의 전신을 못 견디게 습격하였다. 그는 또다시 주저앉았다. 저들이 아니면 잠깐이라도 여기에 눕고 싶었다. 그는 벽을 기대고 으흠 하고 신음을 하며 오늘 신문에나 무슨 특별한 소식이 실렸는가? 하였다.
 
147
그가 재학 당시만 하여도 신문을 대할 때마다 목전에 정세가 흔들릴 것 같고, 무슨 일이 곧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더니 막상 이렇게 뛰어나오고 보니 일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별한 이상이 없었다. 이 현상대로 몇십 년을 지날지, 혹은 몇백 년을 지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의 가슴 한편에서 떠나지 않았다.
 
148
백통테 안경이 나왔다.
 
 

8. 88

 
150
여기저기 벌려 있던 붉은 끈들은 백통테 안경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그리고 손목에 동였던 붉은 끈과 점심값 오 전을 제한 구십오 전과 바꾸었다.
 
151
신철이는 구십오 전을 타가지고 일어섰다. 헤어지는 그들은 신철이를 흘금흘금 돌아보며 킥킥 웃었다. 신철이는 그나마 하루 종일 같이 일을 했으니 작별의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으나, 그들이 이렇게 픽픽 웃는 데는 그만 입이 꽉 붙고 말았다. 그는 어정어정 발길을 옮겨 놨다. 그리고 웬일인지 노동자와 자기 사이에는 언제부터인가 짐작할 수 없는 그때부터 어떤 보이지 않는 간격이 꽉 가로막혀 서 있음을 그는 절실히 느꼈다. 동시에 자신은 좌우편을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러한 입장에 서 있는 듯하여 그는 불쾌하였다.
 
152
마침 어떤 노동자가 지게에 한 되나 들어 보이는 쌀자루와 소나무 한 단을 올려놓고 그 위에 약간의 찬거리까지 곁들여 가지고 그의 앞을 총총히 걸어간다. 그도 역시 부두에서 돌아오는 모양이다. 오늘 일을 미루어 보건대 하루 종일 그 먼지판에서 쌈을 해가며 짐을 져야 겨우 오륙십 전이나 벌까말까 하였다. 그나마 부두노동에 있어서는 신철이가 맡았던 붉은 끈이 제일 임금이 많은 듯하였다.
 
153
그는 길가 국밥집에서 국밥을 한 그릇 사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154
그 후부터 신철이는 노동시장에 나갈 생각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리고 철수가 벌어다 주는 것으로 그날그날을 겨우 살아갔다.
 
155
어떤 날, 밤이 퍽으나 오랜 후였다.
 
156
"있수?"
 
157
굵은 음성과 함께 외눈까풀이가 성큼 들어왔다. 신철이는 밤송이 동무에게 편지 쓰던 것을 얼른 뒤로 밀어 놓고 손을 내밀었다.
 
158
"아 이거! 반갑소. 그 동안 난 동무를 기다리다 안 오기에 아마 나를 잊은 것으로 알았구려…… 자, 앉으시오."
 
159
신철이는 진심으로 반가워서 그의 꿋꿋한 손을 잡아 흔들었다. 외눈까풀이는 빙긋이 웃으며 신철이가 주저앉히는 대로 앉아서 방 안을 휘 돌아보았다.
 
160
"어데 앓았수?"
 
161
뚫어지도록 들여다본 신철이는 외눈까풀이가 기색이 전만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물었다.
 
162
"아니유."
 
163
외눈까풀이는 그의 머리를 내려쓸며 약간 머리를 숙였다. 그의 오래 깎지 않은 듯한 좋은 머리카락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그리고 그의 턱밑으로는 굵단 수염이 삐죽삐죽 나와 있었다. 신철이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오늘 노동시장에서 얼마나 피로해진 몸임을 직각하는 동시에 자신이 쇠철판을 들려고 애쓰던 생각이 들며 금방 팔이 쩔쩔해 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철이는 머리맡에 놓인 몇 권의 책을 척척 덧놓아서 밀어 놓았다.
 
164
"여기 좀 누. 동무 대단히 곤하지우?"
 
165
외눈까풀이는 신철이를 흘금 바라보더니 조금 물러앉았다.
 
166
"아니유……."
 
167
"누시오, 어서 누시오."
 
168
신철이는 바짝 다가앉았다. 땀내와 함께 고리타분한 냄새가 훅 끼친다. 그는 무의식간에 약간 눈살을 찌푸리다가 얼른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옷이 땀에 배어 어룽어룽하니 말라진 것을 보았다. 외눈까풀이는 신철이가 그의 곁으로 다가올수록 어려운 빛을 얼굴에 띠고 점점 더 물러앉는다. 그리고 머리만 벅적벅적 긁었다.
 
169
"왜, 올라가시우, 좀 누라니까…… 오늘도 일하러 가셨지요?"
 
170
"네."
 
171
"어데로 가셨소, 또 부두로……?"
 
172
"아니유. 왜 월미도 앞 개천 메우는 데 있지우. 거기로 갔댔슈."
 
173
"그것은 하루의 임금이 얼마입니까."
 
174
외눈까풀이는 머리를 들며 머뭇머뭇하였다. 신철이는 그가 임금이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였나? 하며 동시에 자신이 이후부터 노동자들이 쓰는 말부터 배워야 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175
"저…… 품값 말입니다."
 
176
"예, 예…… 그거 잘하면 칠팔십 전, 못하면 사오십 전 되지우."
 
177
"예…… 평안히 앉아서 우리 맘놓고 이야기합시다. 왜 그리 힘들게 앉아 계시우. 그런데 참 우리 사귄 지는 오래되 피차에 이름만은 모르지 않소…… 난 유신철이라 하오. 동무는?"
 
178
신철이는 외눈까풀이를 똑바로 보았다.
 
 

9. 89

 
180
"나유?…… 첫째유."
 
181
"첫째…… 그 이름 좋습니다. 고향은?"
 
182
첫째는 속으로 고향을 말할까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고향을 말하는 것이 재미없을 듯하여 눈을 내려떴다.
 
183
"나 고향 없어유."
 
184
"고향이 없어요……."
 
185
신철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향 없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을 찡하니 울려 주었다. 그리고 첫째와 같은 그런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말이 진심에서 나오는 말일지 몰랐다.
 
186
고향 말이 나니 첫째는 이서방과 어머니가 머리에 떠오른다. 지금쯤은 죽었는지? 혹은 살아서 자기가 돈 벌어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지? 할 때, 이때껏 무심하던 가슴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그가 집을 떠날 때는 돈을 벌어 가지고 이서방과 어머니를 데려오려고 생각했지만 그가 생각했던 바와 같이 돈을 벌 수도 없지만 그의 몸이 항상 분주한 가운데 이렁저렁 지나니 어머니와 이서방도 그의 머리에서 차츰 희미하게 사라졌던 것이다.
 
187
"좀 누시오. 일하기 힘들지유?"
 
188
신철이는 첫째의 손을 물끄러미 보며 자기의 손과 비교해 보았다. 그때 그는 부끄러운 생각과 함께 무쇠 같은 팔뚝을 가진 첫째가 얼마나 부러워 보였는지 몰랐다. 동시에 자기가 이때까지 배웠다는 것은 자기로 하여금 이렇게 연약한 몸과 맘을 가지게 한 것밖에 더 없는 것 같았다.
 
189
"동무는 일하기 힘들지 않소?"
 
190
"아침에는 괜찮유. 그래두 해질 때쯤 가서는 좀 어려워유."
 
191
"네, 그래요? 동무는 어려서부터 노동일 하셨소?"
 
192
"아니유. 김매다가 노동을 했수……."
 
193
신철이는 꾸밈없는 그의 말과 굵은 음성이 퍽으나 좋았다.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믿는 맘이 차츰 강해짐을 느꼈다.
 
194
"동무, 난 일하는 데는 도무지 모르니, 이후부터 종종 와서 나에게 일하는 것 가르쳐 주."
 
195
"일두 뭐 가르쳐 주나유. 그저 하면 되지유, 허허."
 
196
첫째는 가르쳐 달라는 말이 우스웠다. 더구나 전날 벽돌 나르면서 애쓰던 신철의 모양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그가 웃는 것을 보니 한층더 그에게 맘이 쏠리었다.
 
197
"그런데 거…… 부두에서 말이오, 짐짝이나 쌀가마니 나르는 것은 어떻게 품값을 회계하오."
 
198
"그거유, 무게에 따라 다르지우. 쌀 한 가마니에는 오 리 아니면 육 리 하고, 대두박은 사 리, 기타 짐짝은 오 리지유."
 
199
"그럼! 쌀 백 가마니를 날라야 오십 전 아니면 육십 전이구려!"
 
200
신철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쌀 백 가마니를 나를 생각을 해보았다. 따라서 부두에서 그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던 몇천 명의 노동자를 생각하였다. 동시에 그는 뜻하지 않았던 한숨이 푹 나왔다. 그리고 자기의 사명을 강하게 느꼈다.
 
201
"동무, 전날 돈 얼마나 벌었수? 그날 말이유."
 
202
"몰라유. 잊었지유."
 
203
"아 그 쌈하던 날 말이오. 왜 짐짝을 서루 뺏으랴고 쌈하지 않었수?"
 
204
"글쎄 몰라유."
 
205
"그런데 동무 이후부터 쌈하지 마시오. 쌈해야 서로 손해만 나지 않우. 쌈할 곳에 가서는 끝까지 싸워야겠지만 서로 동무들끼리 싸워서야 피차에 손해가 나지 않소……."
 
206
"그래두 그놈이 남이 맡아 논 짐을 제가 지고 가랴니께 싸우지우…… 그런데 왜 노동일을 하시우?"
 
207
"나요? 노동을 해야 벌어먹지유……."
 
208
"당신 같으신 어룬은 면서기나 순사도 꽤 허시겠지유."
 
209
아까 이 방에 들어설 때 신철이가 글을 쓰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벽에 걸린 그의 옷이라든지 등 아래로 놓인 약간의 책권을 보니 신철이가 노동일이나 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신철이는 웃음을 참으며,
 
210
"면서기나 순사가 좋아 보이시우?"
 
211
"그럼 좋지유."
 
212
"난 당신들이 하는 노동일이 부럽소."
 
213
첫째는 허허 웃었다. 그리고 순사와 면서기를 부르고 나니 고향서 보던 면서기와 순사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며 신철이를 대하여 무엇인지 모르게 묻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214
"저…… 순사는 말유……."
 
215
첫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끝을 잊었다. 신철이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216
"네, 순사가 뭘……?"
 
217
"저, 저…… 어떻게 해야 법에 안 걸리우? 법에 안 걸리게 좀 가르쳐 주……."
 
 

10. 90

 
219
밤늦게 돌아온 간난이는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선비를 보며 생긋 웃었다.
 
220
"빈대 물지 않니?"
 
221
"왜 안 물어, 물지…… 어데를 갔었니?"
 
222
"나, 저게…… 누가 좀 만나자고 해서."
 
223
간난이는 나들이옷을 훌훌 벗어 벽에 걸고 나서 선비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224
"이애, 지금 인천서는 말이야, 아조 큰 방적공장이 낙성되었는데 그곳에는 지금 내가 다니는 방적공장과 달리 여직공을 많이 쓴다누나…… 근 천여 명의 여직공을 쓴대……."
 
225
선비는 눈졸음이 홀랑 달아났다. 그리고 빛나는 눈에 이상한 광채를 띠었다.
 
226
"난 그런 곳에 못 들어갈까?"
 
227
"들어갈 수 있지…… 나두 그리로 갈 생각이다! 우리 둘이서 그리로 가자…… 응 선비야."
 
228
간난이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매만지며 빠져나오려는 핀을 다시 꽂는다. 멍하니 바라보는 선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간난이에게서 들었던 방적공장의 온갖 기계들이 얼씬얼씬 나타나 보이었다.
 
229
"내가 그런 것을 할지 몰라…… 그러다 잘못하면 내쫓나?"
 
230
간난이는 선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무섭고 부끄럽기만 하던 생각을 하였다.
 
231
"왜 네가 그런 것을 못 하겠니, 배우면 잘 할 터이지…… 너만 못한 애들도 많이 들어와서 배워나면 곧잘 하더라야. 걱정 마라."
 
232
선비는 한숨을 가볍게 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233
"그래서 선비야! 난 오늘 방적공장을 나오기로 했단다……."
 
234
"그럼 언제 가니?"
 
235
"곧 가지…… 그런데 볼일이 있어 아무래도 한 이틀은 지체될 듯하다."
 
236
간난이는 아까 태수가 전해 주던 밀령을 다시금 생각하며, 유신철이…… 인천부 사정 오번지 하고 외워 보았다.
 
237
"인천이라는 데는 이 서울 안에 있니?"
 
238
간난이는 얼른 선비를 보며 호호 웃었다.
 
239
"아니야, 여기서 한 백여 리 차 타고 가야 한다더라."
 
240
선비는 한층더 얼굴이 화끈 달며, 간난이는 언제 누구한테 배워서 말도 자기가 알아듣지 못할 유식한 말만 하고 또 모르는 곳이 없이 저렇게 잘 아는가……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언제나 저애처럼 되나…… 하였다.
 
241
그때 맞은편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하하 하고 흘러나왔다. 그들은 말을 그치고 흘금 문을 바라보았다.
 
242
"오늘은 굶지들은 않았나 봐…… 저렇게 웃음이 터질 때에는……."
 
243
선비는 일어나서 자리를 펴놓으면서,
 
244
"그 사람들은 뭘 하는 사람들이어?"
 
245
선비는 방문을 맘놓고 열어 놓을 수가 없이 거북한 것을 느낄 때마다 뭘 하는 사내들이 해 종일 어디도 가지 않고 저렇게 방구석에만 들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간난이가 공장에 간 후에는 무서워서 앞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246
"그 사람들, 그저 실업자지…… 뭐겠니."
 
247
실업이란 말은 또 무슨 말인가? 하며 선비는 묻고 싶은 것을 그만 눌러 버렸다.
 
248
"얼굴들이야 좀 잘생겼디…… 그래도 이 사회에서는 그들에게 직업을 안 주니…… 어떻게 하니……."
 
249
간난이는 등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정 오번지 유신철…… 이 번지와 이름을 잊을까 하여 그는 이렇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태수가 하던 말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선비는 간난이가 저렇게 늦게 돌아올 때마다 무엇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수상스러웠다. 그리고 자기가 시골 있을 때 밤마다 덕호에게 당하던 것을 생각하며 무의식간에 그는 진저리를 쳤다. 따라서 간난이 역시 그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는가? 하는 불안과 의문에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살폈다.
 
250
"선비야! 네가 서울 올라온 지가 오래두 내가 바빠서 너를 구경도 못 시켜 주었지. 내일 우리 남산공원에 가볼까?"
 
251
"남산공원? 그게는 뭘 하는 데야."
 
252
"우리 동네 왜 원소 위에 잿등이라고 있지 않니? 그런 산이지…… 뭐야, 거게 우리들이 밤낮 올라가서 싱아를 캐먹었지…… 참 우리 어머님 보고 싶다!"
 
253
그때 선비의 머리에는 그의 눈등을 아프게 찌르던 첫째의 시커먼 손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간난이에게 너 첫째를 혹시 만나 본 일이 있니 하고 묻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선비는 간난이 모르게 가슴을 쥐며, 첫째가 이 서울에 있는지 몰라…… 선비는 머리를 숙였다.
 
 

11. 91

 
255
이튿날 그들은 창경원을 둘러서 남산까지 왔다.
 
256
"저기 조선신궁이라는 게다."
 
257
간난이가 들여다보이는 조선신궁을 가리켰다. 선비는 머리만 끄덕일 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제 올라온 돌층계가 무섭게 그의 앞에 아찔아찔하게 나타난다.
 
258
"이따 갈 때도 저리 가니?"
 
259
선비는 돌아서서 돌층계를 가리켰다.
 
260
"왜?"
 
261
"딴 길 없나?"
 
262
그제야 그가 선비의 눈치를 살피고 생긋 웃었다.
 
263
"에이 시굴뚜기년 같으니, 거기서 떨어져 죽을까 겁나니? 그럼 다른 길로 가자꾸나."
 
264
그들은 호호 웃으며 조선신궁 앞을 지나 솔밭으로 내려와서 가지런히 앉았다.
 
265
우수수 하는 바람결에 나뭇잎이 그들의 치맛가를 가볍게 스치고 천천히 떨어진다. 선비는 무심히 나뭇잎을 쥐었다.
 
266
"벌써 가을이야! 세월두 어지간히 빠르지."
 
267
간난이는 선비의 손에 쥐어진 나뭇잎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휙 머리를 돌려 간난이를 바라보다가 빙긋이 웃었다. 간난이가 자기의 생각한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268
그들은 저 앞을 바라보았다. 붉고도 흰 벽돌집은 저마다 높음을 자랑하느라 우뚝우뚝 솟았고 북악산 밑 백악관은 몇천만 년의 튼튼함을 보여 주는 듯이 앉아 있다. 그 뒤로 게딱지 같은 집들이 오글오글 쫓겨서 몰려들어 간다.
 
269
윙 달아오는 전차 소리, 택시 소리…… 그들이 시선을 옮기니, 옛날의 비밀을 혼자 말하는 듯한 남대문이 컴컴하게 솟아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수없이 얽혀 나간 거미줄 같은 전선이며 각 상점 간판이 어지럽게 빛나고 있다.
 
270
"저 집이 다 사람 사는 집일까?"
 
271
간난이는 옆에 선비가 있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272
"그럼 사람이 살지, 뭐가 살겠니…… 호호."
 
273
그가 처음 돌연히 선비를 만났을 때에도 선비의 미모에 놀랐지마는, 몇 달을 지난 오늘에 보니 그때는 오히려 파리해졌던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비록 반찬 없는 밥을 먹으나 서울 온 후로부터 그가 저렇게 살이 오르는 것을 보니 간난이는 기뻤다. 그리고 저애를 어서 가르쳐서 계급의식에 눈을 띄워 주어야겠는데…… 하였다.
 
274
"선비야, 너 덕호가 밉지?"
 
275
선비는 얼굴이 빨개진다. 자기가 덕호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았어도 간난이는 벌써 짐작한 듯하였다. 그러므로 선비는 고향 말만 간난의 입에서 떨어지면 불쾌하고도 겁이 나서 가슴이 울울하곤 하였다.
 
276
"내가 조용한 때 널 보고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아직까지 널 보고 조용히 말할 짬도 없었지마는…… 우선…… 너 덕호라는 놈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것부터 내게 말해라."
 
277
선비는 귀밑까지 빨개지며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손에 쥔 나뭇잎만 바삭바삭 소리가 나도록 손끝으로 누른다. 간난이는 선비를 바라보며 선비가 아직도 덕호를 못 잊어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것은 자기의 과거를 미루어서 그렇게 짐작되었던 것이다. 간난이가 태수를 만나 지도받기 전에는 그나마 덕호를 잊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꿈에도 덕호를 만나 영감님! 나는 월경을 건넜에요! 아마 애기가 있지요…… 하고 목이 메어 울다가는 깨곤 하였다. 그뿐이랴! 그가 상경하기 전에 덕호가 선비에게 사랑을 옮기는 것을 샘하여 밤중에 돌아다니다가 어떤 놈이 다그치는 바람에 질겁을 해서 달아나다 개똥이네 집으로 들어갔던 어리석은 자신을 다시금 그는 굽어보았다. 따라서 선비가 더 불쌍하게 보였다. 선비는 머리가 눌리는 듯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덕호의 그 얼굴이 무섭고도 느글느글하게 떠올라서 어서 간난이가 화제를 돌렸으면 좋을 것 같았다.
 
278
간난이 역시 덕호의 얼굴이 떠올라서 불쾌하였다. 그래서 그는 선비에게서 시선을 옮겨 저 앞을 바라보았다. 저 번화한 도시에도 얼마나 많은 덕호가 들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279
그때 요란스러운 소리에 그들은 머리를 돌렸다. 소나무 아래로 작은 게다 큰 게다가 뒤섞여서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다. 게다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푸른 솔밭 위로 화강석으로 깎아 세운 도리이(鳥居)가 반공중에 뚜렷하였다.
 
 

12. 92

 
281
이틀 후에 인천으로 내려온 간난이와 선비는 우선 간난이가 공장에서 사귄 어떤 동무 집에서 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무의 주선으로 대동방적공장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경찰서에서 신원보증까지 헐하게 맡게 되었다. 동시에 대동방적공장에서는 사숙을 허하지 않고 전 여공을 기숙사에 수용한다는 것이 한 철칙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내일은 세 동무가 일시에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생각을 하고 월미도로, 만국공원으로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녔다.
 
282
저녁을 맛있게 먹은 그들은 상을 물리고 앉아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간난이는 일어났다.
 
283
"인숙아, 나 잠깐 저기 다녀올게."
 
284
인숙이를 바라보고 선비를 보았다.
 
285
"어데를…… 응 너 아까 묻던 그 사람 찾아갈래?"
 
286
아까 만국공원에 갈 때 서울서 어떤 동무의 부탁으로 그의 오빠를 찾아봐야겠다고 말하여 사정을 돌아다니며 신철이가 있는 번지를 간난이는 알아 놓고도 찾지 못한 체하고 밤에 찾아본다고 하며 말았던 것이다.
 
287
"너 혼자 가서…… 번지도 똑똑히 모른다면서 찾겠니?"
 
288
"글쎄…… 뭘, 가서 좀 찾아보다가 오겠다야. 그애의 말값으로 찾아나 봤으면 되는 것 아니냐. 난 정신없어서 큰일났다니! 번지를…… 아이 몇 번지라던가……."
 
289
"아이구! 이 바보야, 번지도 모르면서 찾겠대…… 어디 찾아봐라."
 
290
"좌우간 내 나가서 오래 있으면 찾아간 줄로 알려무나. 그리고 곧 들어오면 말할 것 없고."
 
291
간난이는 빙긋이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사면을 휘휘 둘러본 후에 사정으로 향하였다.
 
292
사정 오번지까지 온 간난이는 좌우를 또다시 살펴본 후에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신철이가 어느 방에 있을까 하고 돌아보았으나 안방 이외는 방이 없는 듯하였다. 그래서 그는 잘못 찾아왔는가 하여 도로 나와서 주저하다가 다시 들어갔다.
 
293
"말 좀 물읍시다."
 
294
뒤미처 안방문이 열리며 부인이 내다본다. 간난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295
"저 여기 하숙하는 손님 방……."
 
296
말이 끝나기 전에 부인은 마루로 나왔다.
 
297
"이리로 들어가 물어 보시오."
 
298
부엌 뒷골목을 가리킨다. 간난이는 컴컴한 골목을 빠져서 조그만 문 앞에 섰다. 차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빴다. 안에는 누가 혼자 있는 모양이다. 문에 그림자가 얼씬하며 신문 뒤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299
"여보세요!"
 
300
간난이는 이렇게 찾아보았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301
"유신철 동무입니까?"
 
302
신철이는 누군가? 하여 방문을 열었다가, 어떤 젊은 여자가 이 밤에 문 앞에 서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데는 놀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철수한테서 통지받은 생각이 얼핏 들자,
 
303
"예! 그렇습니다. 들어오시지요……."
 
304
간난이는 방으로 들어가서야 신철이가 자기가 있던 앞방에서 자취를 해가며 고생하던 청년임을 알았다. 신철이 역시 간난이를 보자 곧 알았다.
 
305
"경성서 늘 뵈우시던 동무 아닙니까, 바루 우리 자취하던 앞방에 계셨지요?"
 
306
"네! 참 우습습니다. 호호……."
 
307
"허허, 곁에다 동무를 두고도 몰랐습니다그려. 언제 나려오셨습니까?"
 
308
신철이는 간난이가 이렇게 속히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경성 있을 때에는 한낱의 방적여공으로밖에 그의 눈에 비치지 않던 그가 오늘 이렇게 마주앉고 보니 새삼스럽게 용감하고도 씩씩해 보였다. 더구나 화장하지 않은 그의 얼굴이 전등불빛에 불그레하니 타오른다.
 
309
"어제 낮차로 왔습니다. 동무는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310
간난이는 말끄러미 신철의 눈치를 살피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무슨 말 나오기를 기다렸다.
 
311
"네, 뭐…… 고생이 무슨 고생이겠습니까. 여기 무슨 볼일이 계십니까, 혹은 아주 사시랴고 오셨습니까?"
 
312
신철이 역시 간난이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무러한 눈치도 간난이에게 보이지 않을 모양이다. 간난이는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다가,
 
313
"저는 여기 방적공장에 취직하러 왔습니다. 혹 먼저 아셨는지요?"
 
 

13. 93

 
315
그 밤을 자고 난 세 동무는 드디어 대동방적공장 안에 있는 기숙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새로 회벽을 한 한 간이나 되는 방에 역시 세 동무가 함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백여 간이나 넘는 듯한 기숙사를 둘러보고 공장 안을 살펴보았다. 서울 T문 밖에 있는 제사공장은 여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선 기숙사며 공장은 내놓고라도 그 안에 설비된 온갖 기계가 서울서는 보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대개 발전기라든가 제사기라든가 흡사한 것이 일부일부에 없지는 않으나 서울의 것보다는 아주 대규모적이었다.
 
316
고치를 삶는 가마도 서울서는 대개 세숫대야만하고 와꾸(자새)도 하나였는데, 여기 것은 가마가 장방형으로 길게 되었으며, 서울 가마의 십 배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와꾸도 한 사람 앞에 십여 개 내지 이십 개까지 쓰게 된다고 하였다. 선비는 처음이니 아무것도 모르나 간난이와 인숙이는 입을 쩍쩍 벌렸다.
 
317
한 결부터 간난이와 인숙이는 제 오백 번, 제 오백일 번이라는 번호를 타가지고 공장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선비만은 아주 처음이라고 해서 간난이가 맡은 오백 번호에 곁들여서 실 켜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318
저편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소음과 돌아가는 와꾸의 소음이 합치어서, 공장 안은 정신 차릴 수가 없이 소란하였다. 선비는 멍하니 서서, 간난이가 실 켜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간난이는 늘 해보던 것이 되어서 모든 것을 손익게 하였다.
 
319
우선 남직공이 갖다 주는 초벌 삶은 고치를 펄펄 끓는 가마 속에 들이붓고 조그만 비로 돌아가며 꾹꾹 누른다. 그러니 실끝이 모두 비에 묻어 나왔다. 처음에 나쁜 실끝은 비로 끌어내어 가마 좌우에 꽂힌 못에 걸어 놓고 나서 다시 비를 넣어 실끝을 끌어올리었다. 이번에는 약간 누런색을 띤 정한 실끝이었다. 간난이는 실끝을 왼손에 걸어 쥐고 나서 바른손으로 실끝을 하나씩 끌어 사기바늘에 붙였다. 그러니 실이 술술 풀려 올라간다.
 
320
서울 공장에서는 이 사기바늘이 한 개 아니면 혹 두 개까지는 있었으나 이렇게 수십 개씩 되지는 않았다. 간난이는 세 개의 사기바늘에 실을 붙였다. 우선 능해지기까지 세 개를 사용하다가 차차로 늘릴 모양이다.
 
321
공장 남쪽 벽은 전부가 유리로 되었으며, 천장까지도 유리를 달았다. 그리고 제사기도 두 줄씩 마주 놓고 그 가운데는 길을 내었으며, 그리로는 감독들이 왔다갔다하고 있다. 서울서는 감독이 다섯 사람이었는데 이곳은 감독이 삼십 명은 되는 모양이다.
 
322
오백 번호나 나왔건만 여기서도 아직도 수백 번호가 나가리만큼 아득해 보였다. 선비는 얼굴이 뻘개서 가마에서 뽑혀 나오는 실끝을 들여다보았다. 벌써 간난의 손은 끓는 물에 익어서 빨갛게 타오른다. 그리고 손끝은 물에 부풀어서 허옇게 되었다.
 
323
"간난아, 내 좀 하리!"
 
324
선비가 그의 귀에다 입을 대고 말하였다. 간난의 귀밑으로는 땀이 빗방울같이 흘러내린다. 간난이는 생긋 웃어 보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실을 골라 사기바늘에 붙인다.
 
325
"처음 와서도 아주 잘 해."
 
326
바라보니, 감독이란 자가 마주서서 들여다본다. 그리고 선비를 바라보며,
 
327
"어서 잘 배워야 해…… 그래서 빨리 일을 해야 돈을 벌지."
 
328
선비는 가만히 섰는 자신이 끝없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는데, 또 이런 말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감독은 선비의 숙인 볼을 곁눈질해 보며 그들의 앞을 떠나지 않았다.
 
329
그때 전깃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선비는 놀라 전등불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의 눈앞에 벌여 있는 온갖 기계며 여직공들을 볼 때, 자기는 어떤 딴 세계에 들어왔는가? 하리만큼 그의 주위가 변한 것을 느꼈다.
 
 

14. 94

 
331
"선비야, 너 좀 해봐."
 
332
간난이가 물러난다. 선비는 실끝을 쥐니 손이 떨리며 손발이 후들후들 떨려서 맘대로 손을 놀리는 수가 없었다.
 
333
"가마이! 실이 끊어졌구나!"
 
334
간난이가 발판을 꾹 눌렀다 놓으니 기계가 정지되었다. 간난이는 실끝을 사기바늘 속으로 넣어서 저편 끝과 꼭 부비치며,
 
335
"실이 끊어지면 이렇게 실끝을 맺는다. 봐라, 선비야! 그리고 정지시키랴면 이렇게 하면 돌던 기계가 멎는다."
 
336
그때 사이렌 소리가 우렁차게 일어난다. 선비는 눈이 둥그래서 둘러본다.
 
337
"선비야! 저 사이렌이 울면 우리는 나가고 야근할 동무들이 들어와서 다시 일을 계속한단다."
 
338
말도 채 마치지 못하여 야근할 여공들이 우르르 밀려들어 온다. 간난이는 얼른 기계를 정지시킨 후, 실 감긴 와꾸를 뽑아 들고 공장 밖을 나와 감정실 앞에 늘어선 여공들 뒤에 가 섰다.
 
339
"선비야, 넌 먼저 가거라."
 
340
선비는 공장문 밖에 나와 서 있었다. 공장 안에서는 여전히 기계 소리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발하고 있다. 간난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선비는 걸었다. 벌써 식당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나왔다.
 
341
"어서 가자! 저게 밥 먹으라는 종인가 부다, 아마……."
 
342
간난이도 기숙사생활을 하느니만큼 모든 것이 분명하지를 않았다. 그들이 식당까지 왔을 때는 몇백 명의 여공들이 가뜩 들어앉았다. 식당은 기숙사의 왼 하층으로 지하실이었다. 장방형으로 된 방 안에 밥김이 어리어 훈훈하였다. 그리고 기단 나무판자를 네 줄로 이편 끝에서부터 저편 끝까지 이어 놨으며 그 위에는 밥통이며 공기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들은 밥을 보자 식욕이 버쩍 당기어 술을 들고 한참이나 퍼먹다가 보니 쌀밥은 틀림없는 쌀밥인데 식은 밥 쪄놓은 것같이 밥에 풀기가 없고 석유내 같은 그런 내가 후끈후끈 끼쳤다. 간난이는 술을 들고 멍하니 선비와 인숙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도 역시 그랬다.
 
343
"이게 무슨 밥일까?"
 
344
저편 모퉁이에서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그나마 반찬이나 맛이 있으면 먹겠지만 반찬 역시 금방 저린 듯이 소금덩이가 와그르르한 새우젓인데 비린내가 나서 영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식욕이 일어 배에서는 꼬록꼬록 소리가 났다. 그러나 입에서는 당기지를 않아서 술을 들고 저마다 멍하니 바라보다가는 마침 몇 술 떠보는 체하다가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술을 내치고 식당을 나가는 여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먼저 이 공장에 들어와서 이 밥에 낯익힌 여공들은,
 
345
"너희들이 배고픈 맛을 못 봐서 그러누나! 여기 들어와서는 이 안남미 밥을 먹어야 한단다! 백날 굶어 보렴! 안남미가 없어질까? 흥!"
 
346
그들도 처음 며칠은 이 밥에 배탈을 얻어 십여 일이나 설사까지 하고도 할 수 없이 이 밥을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먹어나니 이젠 배를 앓거나 또는 처음 먹을 때처럼 석유내가 몹시는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이 배고픈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하였다. 시재 못 먹을 것이라도 배만 고프면 먹지 못할 것이 없으리라…… 하였다.
 
347
식당에서 올라온 지 한 시간이 되었을까말까 한데 기숙사 종이 댕그렁댕그렁 울렸다.
 
348
"이게 뭐 하란 종이우?"
 
349
간난이가 놀러 온 여공에게 물었다.
 
350
"아이 모루우? 이게 야학종이라우…… 어서들 준비하우."
 
351
"안 가면 안 되우?"
 
352
"그럼 안 되구말구. 별일 있수. 어찌나 배우는 게야 좋지 않우? 어서들 가요."
 
353
그는 종종걸음을 쳐 나간다. 간난이는 입모습에 어느덧 비웃음을 띠고 인숙이와 선비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배가 고파서 창문에 맥없이 기대어 저 밖을 내다보고 있다.
 
354
"간난아! 우리가 오늘 아침 집에서 너무 잘 먹어서 그 밥이 맛이 없나 봐."
 
355
"글쎄…… 그 쌀이 안남미라고 하지?"
 
356
"안남미?"
 
357
"그래……."
 
358
"응, 그러니 석유내 같은 내가 나누나! 야! 그게야 어디 먹을 것이더니?"
 
359
"흥, 그래두 먹으라고 삶아 놓는 데야 어쩌란 말이야! 자 여러 말 할 것 없이 야학에나 가보자! 무엇을 가르치나……."
 
360
선비는 배가 좀 고프나 야학이라는 말에 귀가 띄어서 부시시 일어났다. 그때 그는 덕호가 공부시켜 주겠다는 것을 미끼삼아 그의 정조를 유린하던 장면이 휙 떠오른다. 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진정하며 그들을 따라 강당으로 들어앉았다.
 
361
단상에는 낮에 간난이를 칭찬하던 감독이 대모테 안경을 시커멓게 쓰고 서서, 들어오는 여공들을 흘금흘금 바라보았다. 눈 가장자리가 퍼릇퍼릇한 감독에 있어서는 그 안경이 유일한 미안제가 되었다. 여공들이 다 모인 후에 감독은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은 신입 여공들이 많으니 공부는 그만두고 공장 내의 온갖 규칙에 대하여 말하겠다고 하였다. 그는 기침을 하고 휘 돌아본 후에 말을 꺼냈다.
 
 

15. 95

 
363
"이 공장은 다른 작은 공장과 달리 직공들의 장래와 편의를 생각해 주는 점이 많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눈앞에 보는 바와 같이 이 기숙사라든지, 또 야학이라든지 기타 여러분이 소비하기 위한 일용품까지 배급하는 설비라든지 다대한 경비를 들여 맨들어 놓지 않았소……."
 
364
감독은 장한 듯이 상반신을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며 장내를 한 번 돌아본다.
 
365
"여러분이 늘 쓰는 화장품이나 양말이나 기타 일용품을 시가에 나가 산다고 합시다. 값이 비쌀 뿐 아니라 속기도 쉽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 공장에서 원가대로 배급해 주는 시설이 있습니다. 이 시설은 전혀 여러분을 위함이니 공장측에서는 도리어 손해를 봅니다."
 
366
이때 긴장하였던 여공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367
"그리고 에…… 이 공장에는 여러분의 장래를 생각하여 저금제도를 맨들었소. 저금은 인생의 광명이오! 그러니 여러분들은 노동만 하면 공장에서 밥을 먹여 주고 일용품을 대주고 나머지는 저금을 시켜 주니 여러분의 맘에 따라 얼마든지 벌 수가 있지 않소? 여러분은 그저 저금통장만 가지고 있다가 삼 년 후 나갈 때 그것으로 결혼 비용에 쓸 수도 있지 않소? 허허……."
 
368
감독은 입 모습에 야비한 웃음을 띠었다. 여공들도 따라 웃는다.
 
369
"그러니 삼 년만 꾹 참고 일하면 그때는 이 공장을 나가 안락한 가정도 이루어 아들딸 낳고 잘살 수가 있소. 여러분이 여게 들어올 때 삼 년을 계약 맺고 들어왔으나 그 삼 년이 절대로 긴 세월이 아닙니다. 그때 가면 더 있겠다고 할 것이오. 이 공장은 이같이 우대를 하느니만큼 들어올 때 경찰서에서 일일이 보증까지 받아 가지고 들어온 것이 아니오? 그래서 여러분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뽑혀 들어온 것이니 큰 행복이 아닙니까. 어데 또 이렇게 좋은 곳을 본 일이 있소? 밖에서는 일할 데가 없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오?"
 
370
여공들은 자기들이 시골에서 조밥도 잘 못 먹고 김매던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도록 행복을 느꼈다. 감독의 안경은 불빛에 번쩍하였다. 그는 수염을 꼬고 나서,
 
371
"이 공장에서는 여공의 장래를 그르칠까 봐 풍기를 엄밀히 감독하는 까닭에 개인의 외출을 불허하느니만큼 여러분은 퍽 밖이 그리울 것이오. 그러나 매해 춘추로 좋은 음식을 맨들어 가지고 산보를 가오. 오는 봄에는 여러분에게 구두를 원가로 배급하야 신기고 월미도에 가서 원유회를 할 계획을 지금 사무실에서 하고 있는 중이오……."
 
372
여공들의 눈에는 희망과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이때 간난이는 벌떡 일어나서 감독의 말을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흥분을 가슴이 뜨겁도록 느끼었다.
 
373
"또 이 공장에서는 삼 주일에 한 일요일은 휴일로 정하고 그날은 앞의 운동장에서 운동과 유희를 시키우. 이것은 여러분의 건강을 위하여 하는 일이니, 참 이 공장의 특전이오. 마주막으로 이 공장을 내 공장으로 생각하고 소제를 깨끗이 하며 또 일의 능률을 내어서 임금 외에 상금도 많이 타도록 하오. 그러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도리어 벌금이 있을 터이니 특별히 주의하여야 하오."
 
374
그들은 일시에 일어나 감독에게 경례를 하고 강당에서 몰려나왔다.
 
375
또다시 종이 울렸다. 이 종은 자라는 종이라고 그들은 소변 대변을 보고 나서 방 안의 전깃불을 껐다.
 
376
간난이는 곤하던 차라 한잠 푹 자고 나서 벌떡 일어났다. 사방은 고요하다. 다만 공장에서 들려 오는 기계 소리만이 요란스레 들릴 뿐이다. 그는 창문 곁으로 와서 우두커니 밖을 내다보았다. 어젯밤 신철의 앞에 있을 때에는 기운이 버쩍버쩍 나더니 오늘 이렇게 혼자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물론 밖에서 동지들의 끊임없는 조력이 있을 것은 아나 시커먼 저 담 안에 갇힌 자신은 몹시도 고적해 보였다. 유리문 밖에 운동장을 거쳐 높이 솟은 저 담! 간난이는 아까 이 기숙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저 담이 몹시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 그 담 밑으로 어떤 구멍이라도 발견할까 함이었다. 그러나 벽돌로 까맣게 올려 쌓고 그 밑으로 몇 길이나 시멘트 콘크리트를 한 그 철벽 같은 담에서는 바늘구멍만한 것도 하나 얻어 볼 수가 없었다.
 
377
그는 가만히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 저편 끝에 달빛이 길게 떨어져 흡사히 사람이 섰는 듯하였다. 그가 멈칫 서서 좌우를 휘휘 돌아보았을 때 어디서 문소리가 나는 듯하여 벽에 붙어 섰다.
 
 

16. 96

 
379
간난이는 숨을 죽이고 문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여공 하나가 신발 소리를 죽이고 감독 숙직실 편으로 가는 듯하여 간난이는 뜻밖에 호기심이 당기어 그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섰다.
 
380
숙직실 앞에서 그는 발길을 멈추고 머뭇머뭇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간난이는 거 누굴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짐작하는 수가 없었다. 어쨌든 여공이 감독과 밀회하러 들어간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때 간난이는 어젯밤 신철이가 하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며 이대로 두면 이 공장 내에서 일하는 수많은 순진한 처녀들이 감독의 농락을 어느 때나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따라서 어리석은 저들의 눈을 어서 띄워 주어야 하겠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하루라도 속히 천여 명의 여공들이 한몸이 되어 우선 경제적 이익과 인격적 대우를 목표로 항쟁하도록 인도하여야 하겠다는 책임을 절실히 느꼈다. 옛날에 덕호에게 인격적 모욕을 감수하던 그 자신이 등허리에서 땀이 나도록 떠오른다. 그는 한참이나 서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숙직실 문 앞에까지 와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중대한 그의 사명이 없다면 당장에 이 문을 두드리고 이 공장 안이 벌컥 뒤집히도록 떠들어 이 사실을 여공들 앞에 폭로시키고 싶었다. 그때 유리문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나뭇잎 떨어지는 그림자가 얼씬얼씬 비친다. 그는 얼른 뒷문 편으로 몸을 피하였다.
 
381
공장에서 기계 소리는 요란스레 울려 나온다. 그는 이 순간에 비창한 결심이 그의 조그만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그는 단숨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담 밑으로 돌아가며 구멍을 찾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차디찬 벽돌만 그의 손에 만져질 뿐이고 조그만 구멍도 발견치 못하였다. 다만 담 밑에 수챗구멍으로 낸 구멍만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이 구멍은 겨우 손이나 들어갈는지 물론 사람은 나들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구멍은 누구의 눈에나 띄는 구멍이니 이리로 연락을 취하다가는 위험천만이다. 그러나 다시 돌려 생각하면 오히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구멍이 어떤 점으로 보아서는 그들로 하여금 무관심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우선 며칠 더 적당한 구멍을 찾아보다가 결정하리라 하고 들어오고 말았다. 강당의 시계가 세시를 땅땅 친다. 그가 자리에 누울 때 선비가 돌아누웠다.
 
382
"어데 갔었니?"
 
383
"응, 너 안 잤니?"
 
384
"아니 잤어…… 이제 깨보니 네가 없기에."
 
385
"변소에 갔댔지."
 
386
"응."
 
387
"그런데 선비야, 너 아까 감독이 한 말을 다 곧이들었니?"
 
388
그는 이 경우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389
"그건 왜 물어? 갑자기."
 
390
"아니 글쎄…… 감독의 한 말이 참말일까."
 
391
"난 몰라, 그런 것……."
 
392
"선비야! 그런 것을 몰라서는 안 된다. 저 봐라, 지금 야근까지 시키면서도 우리들에게 안남미 밥만 먹이고, 저금이니 저축이니 하는 그럴듯한 수작을 하야 우리들을 속여서 돈 한푼 우리 손에 쥐어 보지 못하게 하고 죽도록 우리들을 일만 시키자는 것이란다. 여공의 장래를 잘 지도하기 위하야 외출을 불허한다는 둥, 일용품을 공장에서 저가로 배급한다는 둥, 전혀 자기들의 이익을 표준으로 하고 세운 규칙이란다. 원유회를 한다느니, 야학을 한다느니, 또 몸을 튼튼케 하기 위하야 운동을 시킨다는 것도, 그 이상 무엇을 더 빼앗기 위하야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작이란다……."
 
393
선비는 간난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런 줄을 아는 바에는 첨부터 공장에 들어오지 말 것이지 왜 서울서 그만두고 이리로 오고서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런 불평을 토하는가? 하였다.
 
394
"선비야! 우리들을 부리는 감독들과 그들 뒤에 있는 인간들은 덕호보담도 몇천 배 몇만 배 더 무서운 인간이란다."
 
395
간난이는 여공이 들어가던 말까지 하려다가 이런 말은 좀더 기다려서 해주리라 하였다. 선비는 그렇지 않아도 수염을 올려 붙인 호랑이 감독이 자기게로만 눈꼬리를 돌리고 웃는 모양이 무섭고도 보기가 싫었는데 간난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눈매가 곧 눈앞에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그 감독이 덕호로 변하여지는 것을 그는 가슴이 울울하도록 느꼈다.
 
396
"선비야! 너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분명하지 않지? 좀 지나면 다 안다."
 
397
간난이는 선비의 허리를 껴안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감독의 방으로 들어가던 여공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17. 97

 
399
며칠 후에 간난이는 공장 뒷담 밑에 뚫린 수챗구멍으로 긴 나무쪽 끝에 새끼를 매어 밖으로 밀어 내놓았다.
 
400
그 후로는 여공들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리 밑에서나 방 한구석에서 이상한 종잇조각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 종이에는 전날 밤 야학에서 감독이 연설한 것을 한 조목 한 조목씩 띄어 쓰고는 그에 대한 해설이 알기 쉽게 써 있었다.
 
401
그들은 이 종잇조각을 발견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재미나게 읽어 보았다.
 
402
"이애, 이 종이를 누가 들여보내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써 있는 글이 꼭 맞는다야! 감독이 왜 그때 하루에 이십 전씩 상금을 준다고 하더니 어디 상금 주디? 말만 상금이야!"
 
403
기숙사 상층 사호실에서 여공들이 자리에 누우며 이런 말을 하였다.
 
404
"그래 혜영이는 그렇게 일을 잘해두 말이어, 상금 타보지 못했대…… 아이 참 어쩌면 그런 그짓말을 하는지 몰라!"
 
405
"그래두야, 아이 인물 고운 저 칠호실에 있는 신입생은 벌써 상금을 탔다더라……."
 
406
"상금을 탔대? 거 누구여."
 
407
웃기 잘하는 여공이 이렇게 물었다.
 
408
"이애는 누구 듣겠구나! 좀 가만히 말하렴."
 
409
웃기 잘하는 여공은 킥킥 웃으며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꾹 찔렀다.
 
410
"누가 듣기는 누가 듣니? 이 밤에."
 
411
"이애 봐라! 너 감독이 밤마다 순시 돈다. 너 그런 줄 모르니?"
 
412
"순시 돌면 어때!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가 밖에 나갈까. 좌우간 누구여…… 아, 요새 갓 들어온 예뿐이 말이구나."
 
413
기숙사에서는 선비를 예쁜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414
"이애 말 마라. 혜영이가 그러는데 말이야, 바루 혜영이 앞에 신입 여공이 있지 않니? 그런데 그 앞에서 감독이 떠나지를 않고 자꾸만 싱글싱글 웃더래! 아이 참 죽겠어! 그 꼴 보기 싫어! 왜 그때는 용녀를 그렇게 허지 않았니?…… 네……."
 
415
"흥! 용녀보다 신입 여공이 더 고우니 그렇지. 사실 곱기는 고와요! 내가 남자라도 반하겠더라. 그 눈이며 코를 봐라네."
 
416
"곱기는 뭣이 고와. 그 손이 왜 그러니. 난 손을 보니 무섭더라."
 
417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이렇게 말하였다.
 
418
"아따, 이 귀머거리! 뭘 좀 들었나 베…… 히히 후후…… 이 손, 이 손 히히."
 
419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귀에다 손을 대고 듣는 것을, 웃기 잘하는 여공이 손으로 더듬어 보고 이렇게 웃었다.
 
420
"이애 웃지 마라. 어따! 잘 웃는다, 얼씨구 쟤가 왜 저래?"
 
421
가운데에 누운 여공이 웃기 잘하는 여공의 입을 틀어막았다.
 
422
"그런데 이애 효순아, 이 종이가 어서 누가 이 방에 갖다 줄까? 다른 방에도 오는지 몰라…… 아무래도 그렇지 않으면, 이 기숙사 내에 있는 여공이 그렇게 허는 게야, 필시. 어쨌든 이 종이에 써 있는 것과 같이, 이 공장 내에 있는 여공들이 합심해서……."
 
423
여기까지 말한 가는귀 어두운 여공은 가슴이 벅차는 듯하여, 이불을 조금 벗으며 숨을 돌리었다.
 
424
"이애 말 마라. 나두 서울서 미루꾸 공장에 있을 때, 글쎄 감독놈이 하도 밉꼴스레 굴고, 품값도 잘 안 주어서, 우리들이 동맹파업인지를 일쿠려 안 했니. 그랬더니 그 중에 몇 계집애가 싹 돌아서서 글쎄 감독에게 고해 바쳤구나. 그래서 모두 쫓기어났단다. 그때 나는 다행히 쫓기어나지는 안했으나, 감독놈이 미워해서 견딜 수가 없어야, 그래 나오고 말았다. 뭘 그래 다 그런데……."
 
425
"그런 계집애들은 모두 죽여 버려! 흥! 그런 것들은 말이다, 감독놈과 연애하는 계집애들이어……."
 
426
"이거 봐라. 일은 죽도록 하구서는 손에 돈도 쥐어 보지 못하구 우리는 그래 이게 무슨 꼴이냐.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고이 자라 가지고 이 모양을 해! 난 오늘 이 손이 하마트면 와꾸에 끼여 잘라질 뻔하였다. 들어올 때는 누가 이런 줄 알았니?"
 
427
그는 손을 볼에 대며 진저리를 쳤다. 핑핑 돌아가는 와꾸를 금방 보는 듯하였다.
 
428
"이 종이 갖다 주는 사람을 만나 봤으면 좋겠어! 어디 우리 지켜 볼까?"
 
429
"그러다가 아지 못할 남자면 어떡허니?"
 
430
그들은 갑자기 부끄러움과 함께 무시무시한 생각이 그들의 젖가슴을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끼었다.
 
431
"아, 무서워!"
 
432
무의식간에 그들은 꼭 부둥켜안았다.
 
 

18. 98

 
434
인부들은 철사 주머니에 돌멩이를 쓸어 넣어서 해면에 동을 쌓으며 한편으로는 흙을 날라다가 감탕밭에 쏟았다. 첫째도 그들 틈에 섞여 흙을 날랐다. 그는 흙을 나르면서도 어젯밤 밤새도록 신철이와 자유노동자의 조직에 대하여 토의하던 것을 생각하였다.
 
435
그가 신철이를 만나 본 후로는 세상에 모를 것이 없는 듯하였다. 그가 반생을 살아오면서 막히고 얽혔던 수수께끼는 바라보이는 저 신작로같이 그렇게 뚫려 보였다. 그리고 그가 걸어갈 장차의 앞길까지도 저 길가같이 훤하게 내다보였다. 동시에 칼칼하던 그의 가슴은 햇빛에 빛나는 저 바다같이 그렇게 희망에 들떴다.
 
436
"여보게, 저거 보게나.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학생들이 통 떨어났는가?"
 
437
첫째는 얼른 돌아보았다.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행렬을 지어 이리로 왔다. 그때 첫째의 머리에는 어제 대동방적공장에서 나온 보고서를 신철이가 보고 그에게 이야기해 주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이 아닌가? 신궁에 참배인가를 하러 가느라 구두까지 새로들 지어 신었다지…… 하며 어정어정 걸었다.
 
438
"이놈들아, 어서 일들이나 해라. 뭘 보느냐."
 
439
벌떡벌떡 일어나던 인부들은 감독의 소리에 놀라 도로 허리를 굽히며,
 
440
"사람 죽인다! 저게 모두 계집이구먼."
 
441
"이애 이 자식아, 하나 데리고 도망가라, 하하……."
 
442
그들은 이렇게 농을 하며 흘금흘금 곁눈질을 하여 지나치는 행렬을 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으며 검정 구두까지 신었다. 첫째는 흙을 지고 낑낑하며 오다가 참말 여공들이나 아닌가? 하는 의문과 무어라고 형용 못 할 반가움에 흘금 바라보았다. 그때 첫째는 마주치는 시선과 함께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의식간에,
 
443
"선비?"
 
444
하고 중얼거렸다. 상대 여자도 비상히 놀라는 빛을 띠고 멈칫 섰다가 거의 끌리어가는 듯이 차츰차츰 앞으로 나간다. 그 순간 첫째는 흙짐을 벗어던지고 따라가서 그가 참말 선비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발길은 무의식간에 몇 발걸음 나아갔다.
 
445
"이놈의 자식아, 어서 일해라!"
 
446
첫째는 말할 수 없는 섭섭함을 꾹 누르며 감독을 돌아볼 때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거운 발길을 옮겨 놓으며 선비? 선비가 여기를 올 수가 있나? 혹은 덕호가 공부를 시켜? 아니 덕호가 공부를 시켜 줄 수가 있나? 그래도 알 수 없어. 선비가 고우니까, 혹시는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시키는지 아나? 아니어 내가 잘못 본 게지, 선비가 여기를 뭘 하러 온담. 벌써 시집가서 살 터이지…… 하고 다시 한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저들이 방적 여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젯밤 신철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며 불쑥 일어난다. 그러면 선비가 방적공장에 다니는가?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범벅이 되어 일어난다. 그는 감탕밭까지 와서 흙을 쏟으며 다시 바라보니 벌써 그들의 행렬은 월미도 어귀에서 까뭇까뭇하게 사라져 간다. 선비? 여공들? 참말 저들이 여공들인가? 하여간 기다려 보자! 이 뒤로 여공들이 또 지나칠는지 모르니까…… 하였다. 첫째는 그들의 옷차림이 암만해도 여공들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447
빤히 건너다보이는 월미도 조랑의 붉은 지붕을 바라보는 첫째는, 여공들이냐? 선비냐? 이 두 문제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뒤로 그런 행렬이 또 오는가 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448
"아따, 이 사람아, 뭘 그리 생각하나? 이제 여직공들을 보니 맘이 싱숭생숭……."
 
449
"여직공! 자네 여직공인 줄 꼭 아는가?"
 
450
"에이! 미친놈아! 여직공이지 그게 뭣들이냐."
 
451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어?"
 
452
"아따, 이놈아? 꿈을 꾸나 베…… 인천에서 몹쓸기로 이름난, 수염이 빠딱한 호랭이 감독 지나가는 것도 못 봤구나……."
 
453
첫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또 월미도를 바라보았다. 여공들…… 과연 그가 선비인가 하였다. 그들을 여공들이라고 단정하고 나니, 역시 아까 본 선비같이 보이던 그 여자도 확실한 선비 같았다.
 
454
"이놈? 단단히…… 하하…… 그러니 이게 있어야지, 이놈아."
 
455
동무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굽히었다. 첫째는 흙짐을 지고 낑 하고 일어나며 멀리 대동방적공장의 연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온다.
 
 

19. 99

 
457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저 연돌! 그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뜩하였다. 그가 대동방적공장이 낙성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인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때 그는 그 공장 건축만은 아무러한 위험을 느끼지 않았으나 저 연돌을 쌓아 올라갈 때 벽돌 나르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앞이 아찔아찔하고 핑핑 도는 듯하였다.
 
458
벽돌 삼십 장씩 지고 휘청휘청하는 나무판자 다리로 올라갈 때 나무판자가 금방 부러지는 듯하여 굽어보면 몇십 장이나 되어 보이는 아득아득한 지하가 마치 깊은 호수를 들여다보는 듯이 핑핑 돌았다. 동시에 그의 다리가 풀풀 떨리며 머리털끝이 전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앞이 캄캄하여 한참씩이나 정신을 가다듬어 올라가노라면 그 연돌이 움실움실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만큼 위험을 느끼는 데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연돌의 높이가 높아 갈수록 명확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이 연돌이 금방 쓰러지는 듯하고 그가 연돌과 함께 저 지하에 떨어져 죽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459
그렇게 위험을 느끼면서도 그는 아침이면 번번이 그 나뭇길을 다시 올라가곤 하였다. 그때마다 에크! 내가 여기를 또 왔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곤 하였던 것이다.
 
460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가 지금 연돌 위에 올라선 듯하여 무의식간에 우뚝 섰다. 그리고 등에 진 흙짐이 흡사히 벽돌 같아 등허리에서 땀이 버쩍 났다. 따라서 손발이 가늘게 떨리므로 그는 사면을 휘 돌아보고 눈을 감아 겨우 정신을 진정하였다. 그는 그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연돌만은 그의 머리에서 빼낼 수가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발견하였다. 보다도 요즘 꿈속에 그 연돌을 보는 것이 아주 질색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연돌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이다. 저 연돌! 바라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저 연돌! 그때! 저 연돌에서 떨어져 죽은 동무도 몇몇이었던가? 하루의 임금에 몸뚱이와 내지 생명까지 그들에게 맡기어 버리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461
첫째는 또다시 여공들과 선비를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종일 선비를 머리에 그리며, 아까 본 것이 선비냐? 선비가 아니냐? 하고 다투며 일을 끝내고 그는 늦어서야 인천 시가로 돌아왔다. 그가 국밥집까지 왔을 때 그들의 동무들은 벌써 노동시장으로부터 돌아와서 국밥을 먹으며 혹은 막걸리를 들이마시며 농을 주고받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안을 얻는 곳이란 이 국밥집이며, 동시에 막걸리나마 얼근히 먹고 나서 농지거리나 하는 것이다.
 
462
첫째는 우선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나서, 펄펄 끓는 국밥을 단숨에 먹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돌아보았다. 그는 신철이를 알면서부터 웬일인지 이렇게 사람 많이 모인 곳에 오게 되면, 벌써 저들 중에 스파이가 섞여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이 들곤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리로 나오게 되면 양복이나 말쑥하니 입은 사람을 보면 또한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쨌든 신철이와 자기와 함께 노동시장에서 노동하는 동무 약간을 제하고는 모두가 그의 눈에 그러하게 비쳐졌던 것이다.
 
463
한참이나 둘러본 그는 비로소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뜨뜻한 이 방에서 한잠 자고 그의 숙박소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방 안은 쩔쩔 끓었다. 그리고 술내가 가는 연기처럼 떠돌았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목침을 얻어 베고 누우니, 아까 낮에 본 여공들의 긴 행렬이 떠오르며, 선비가 나타난다. 그가 참말 선비인가? 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밖으로부터 그의 동무가 무어라고 떠들며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464
"아따! 이놈 보게, 벌써 자네. 이애 이놈아!"
 
465
첫째의 궁둥이를 발길로 차는 바람에 첫째는 눈을 번쩍 떴다.
 
466
"이놈아! 좀 가만히 있어라! 나 좀 자자."
 
467
동무는 술이 취하여 비칠비칠하며 첫째를 흘겨보았다.
 
468
"이놈, 요새 한턱도 안 내구, 오늘 돈 얼마 벌었냐? 술 한잔 사내라. 이놈 돈 내, 돈."
 
469
머리를 기울기울하더니 펄썩 주저앉았다. 그의 옷갈피서는 가는 모래가 부슬부슬 떨어진다.
 
470
"허허…… 이 자식아! 공장 계집애들! 아 그게 다 계집이어…… 이애, 사람 죽인다. 허허…….
 
471
오동동 추야에
472
달이 동동 밝은데
473
임의 동동 생각이
474
저리 둥둥 나누나.
 
475
가을 하니 달이 밝거던 에이 이놈아 임이 없단 말이어! 허허…… 이애 너 장가 가보았니?"
 
 

20. 100

 
477
첫째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기에 불그레한 그의 눈에 이성을 생각하는 빛이 뚜렷이 보였다. 그는 얼핏 선비를 눈앞에 그리며 이상스러운 감정에 가슴이 뒤설레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나고 말았다. 동무는 일어나는 첫째를 바라보았다.
 
478
"이 자식, 왜 대답이 없니?"
 
479
첫째는 대답 대신에 픽 웃어 보이고는 부엌으로 나왔다. 국밥집 부인은 부엌에서 분주히 돌아가다가 첫째가 나오는 것을 보고,
 
480
"아재, 오늘 돈 좀 줘야겠수."
 
481
첫째는 멈칫 서서,
 
482
"얼마유? 모두."
 
483
"오십 전이지."
 
484
납작한 얼굴을 쳐들고 첫째의 눈치를 살살 본다. 저편 밥상에는 아직도 노동자들이 죽 둘러앉아 훅훅 하고 국밥을 먹고 있다.
 
485
"옜수, 우선 삼십 전만 받우."
 
486
"내일 또 오겠수?"
 
487
"봐야 알지유. 좌우간 나머지는 곧 드리겠수."
 
488
"예……."
 
489
국밥집 부인은 이십 전을 마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뻔히 보였다. 첫째는 방 안에서 동무가 나오는 것을 보며,
 
490
"이놈아 취했다, 거게 누워 자라!"
 
491
"이놈 술 한잔 안 사주겠니?"
 
492
"훗날 사줄라. 오늘은 돈 없다."
 
493
"이 자식 보게, 돈이 없다?"
 
494
달라붙는 동무를 물리치고 첫째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 저들도 계급의식에 눈이 뜰까? 하였다. 첫째 역시 신철이를 만나기 전에는 돈만 생기면 술만 먹었다. 술 먹지 않고는 맥맥하고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남들은 그나마 어려운 살림이나, 계집 있고 어린것들이 있어 일하고 돌아오면 '아빠, 아빠' '여보, 돈 내우, 쌀 사오게' 이런 말에나마 위안을 얻지만 그는 답답하게 벽만 바라보고 앉을 뿐이다. 그러니 화가 나서 술집으로 달아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신철이를 만나 본 그는 술을 끊고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는 전같이 실없는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무엇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래서 동무들은,
 
495
"이 자식이 웬일이야? 술도 안 먹고, 어데 계집을 얻어 두었나 베."
 
496
이렇게 놀리곤 하였다. 그는 어정어정 걸으며 사면을 휘휘 돌아보았다. 그리고 스파이 같은 것이 그의 뒤를 따르지 않나? 하는 불안에 골목골목을 주의하며 주인집까지 왔다.
 
497
전등불도 켜지 않은 채 그의 방은 쓸쓸하게 그를 맞아 주었다. 그는 웬일인지 갑갑함을 느끼며 신철이한테라도 가볼까 하였으나 그가 지금 집에 없을 것을 짐작하며 벽을 기대었다. 그는 언제나 전등불을 켜지 않은 채 자고 만다. 그가 어려서부터 캄캄한 방에서 자란 까닭에 이렇게 캄캄한 가운데 앉은 것이 퍽으나 좋았다. 만일 어쩌다 불을 켜면 도리어 답답하고 눈등이 거북해서 못 견디었던 것이다.
 
498
선비! 그가 참말 선비인가? 그러면 내가 날마다 전해 주는 그 종이도 보겠지. 그가 글을 아는가? 아마 모르기 쉽지! 참, 공장에는 야학이 있다지. 그러면 국문이나는 배웠을는지 모르겠구먼……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자기 역시 국문이라도 배워야만 될 것 같았다. 어디서 배울 곳이 있어야지! 신철이보고 가르쳐 달랄까? 그는 빙긋이 웃었다. 삼십에 가까워 오는 그가 이제야 국문을 배우겠다고 신철의 앞에서 가갸거겨 할 생각을 하니 우스웠던 것이다. 보다도 필요와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499
그는 한잠을 푹 자고 부시시 일어났다. 그는 기운이 버쩍 남을 느꼈다. 그가 방문을 소리 없이 열고 나서니 옆집에서는 시계가 새로 두시를 친다. 그는 언제나 저 시계가 두시를 칠 때 이 문밖을 나서는 것이다.
 
500
번화하던 이 거리도 어느덧 고요하고 전등불만이 이따금 껌벅이고 있다. 그는 한참이나 서서 주위를 살피며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감격을 느꼈다. 그때 멀리 들리는 기선의 기적 소리가 우웅하고 인천 시가를 은근히 울려 주었다. 그는 슬금슬금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신철의 하숙까지 왔을 때 신철이는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이제야 돌아온 눈치다. 그의 긴 눈에는 피곤한 빛이 뚜렷이 보였다. 신철이는 눈을 부비치고 첫째를 바라보았다. 첫째의 시커먼 얼굴에는 긴장한 빛과 아울러 어떤 위엄이 씩씩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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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애(姜敬愛) [저자]
 
  1934년 [발표]
 
  사실주의(寫實主義) [분류]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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