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륵은 하늘을 향하여 둘째 화살을 튀겼다. 살은 놀라서 나는 독수리를 향하고 꼿꼿이 날아 올라 간다. 독수리는 살을 피하려고 날던 방향을 돌리려 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미륵의 쏜 살은 독수리를 따라 올라 가 바로 그 해끄무레한 가슴패기를 뚫었다.
2
살에 맞은 독수리는 두어 길이나 더 솟더니 살에 달랴 너훌너훌 땅으로 떨어져 내려 왔다. 보던 사람들은 「우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굴렀다.
6
미륵은 활을 어깨에 메고 땅에 놓인 전통(箭筩)을 등에 지었다. 그리고는 시커먼 사람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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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사람이 머뭇머뭇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밉게 생각하였으나 감히 무어라고 한 말을 하지 못하고 대드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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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 속에서 얼굴 희고 키가 작달막한 젊은 사람 하나가 뛰어 나서면서 시커먼 사람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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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조대로 그 환도를 이 아이에게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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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기운을 얻어 환도 주어라 하고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이 바람에 그 시커먼 사람은 하릴없이 환도를 미륵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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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은 환도를 받는 길로 칼날을 쭉 뽑았다. 그것은 서리 모양으로 햇빛에 뻔쩍하며 푸른 무지개가 뻗치었다. 미륵은 막대기 칼 둘러 보던 법대로 그 크고 무거운 칼을 한번 둘러 보았다. 사람들은 「에쿠에쿠」하고 물러섰다. 미륵은 아주 마마에 흡족하여 칼을 집에 도로 꽂아 한번 만져 보고 허리에 둘러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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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사람더러 환도를 주라고 호령하던 얼굴 희고 키 작은 젊은 사람은 미륵의 등을 만지면서 무수히 칭찬 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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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미륵의 성명과 사는 곳을 알고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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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은 성명이 없었다. 자기가 경문왕의 아들이라 하면 자기의 성은 김가다. 그러나 자기는 김가 성을 말할 수가 없는 줄을 안다. 또 그때에는 성 있는 삼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잇기 때문에 구태여 성을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미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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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대답을 하였다. 사람들은 이 대답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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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 흰 젊은 사라마이 이윽히 미륵의 얼굴을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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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활을 잘 쏘니 활이라고 이름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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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다른 사람들도 미륵의 귀가 큰 것을 보고 또 활이라는 이름이 좋은 줄로 생각하였다. 미륵도 속으로 활궁 자를 생각하였다. 이리하여 미륵은 후일에 궁예(弓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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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미륵이가 활을 메고 전통을 지고 환도를 찬 모양은 기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웃을 생각은 아니하고 칭찬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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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각처에서 인산 구경하러 올라 온 사람들이 가뜩 차서 이십만호, 백만 인구가 산다는 서울은 이때에는 온 나라 사람이 다 모여 든 것 같이 북쩍 북쩍하였다. 한 입 건너 두 입 건너 미륵의 말이 온 장안에 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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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이 아이만 보면「활이 활이」하고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 때문에 미륵이는 서울에 들어 오는 길로 서산촌(西山村) 백면 국선(白面 國仙)의 집에 숨어 있었다.
30
백면 국선은 곧 수리재에서 시커먼 사람더러 미륵에게 환도를 주라고 호령을 하던 사람이다 . 그는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동네 사람들이 백면 국선이라고 부르고서 김유신 대각산(金庾信大角干) 무덤 밑 조그마한 집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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