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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한가(閒暇)하여 세상사(世上事)를 소제(掃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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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草堂)에 누워 세상 풍경(世上風景)을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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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외(窓外)에 달이 밝고 청풍(淸風)이 서래(徐來)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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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슬침(鶴膝枕) 돋우베고 겨우 한잠 들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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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蝴蝶)이 장주(莊周)되고 장주 호접 되어
7
통천하(通天下)를 두루 돌아 태고삼황(太古三皇) 뵈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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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맹안증(孔孟顔曾) 찾아뵈니 칠십제자(七十弟子) 모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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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姜太公)을 만나보니 응양지재(鷹揚之才)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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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李太白) 만나보고 강남풍월(江南風月) 어떻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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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천자(酒中天子) 사해문장(四海文章)아니런가.
15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분명하다.
16
창오산(蒼梧山) 구름 속에 순(舜)임금을 뵈러 가니
17
오현금(五絃琴) 비껴안고 남풍가(南風歌)를 부르신다.
19
어양태수(漁陽太守) 안록산(安綠山)이 양귀비(楊貴妃)를 앗으려고
20
당명황(唐明皇)을 쫓아내니 명황(明皇)이 할일 없어
21
마외역(馬嵬驛) 진흙 속에 양태진(楊太眞)을 버히도다.
22
명황(明皇)의 피눈물이 아미산(峨嵋山)에 뿌렸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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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項羽)의 어린 소견(所見) 아방궁(阿房宮)에 불지르니 종묘사직(宗廟社稷) 한심하다.
24
애닲을사 초패왕(楚覇王)은 우미인(虞美人)을 이별할제
25
눈물이 피가 되고 정장(亭長)의 말을 분(憤)히 여겨 오강(烏江)을 못 건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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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숙제(伯夷叔齊) 고사리를 캐어 먹고 주(周)나라를 근심한다.
28
고소성(姑蘇城)을 지나서 멱라수변(멱羅水邊) 다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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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서(伍子胥)와 굴삼려(屈三閭)는 위국충혼(爲國忠魂) 깊은 뜻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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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선경 (瑤池仙境)구경하러 백옥산(白玉山)을 올라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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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선녀(仙官仙女) 모였구나, 신선풍류(神仙風流) 좋을씨고.
33
층층루상(層層樓上) 올라가니 월궁항아(月宮姮娥) 반수(班首)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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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반진수(滿盤珍羞) 차려 놓고 상아저(象牙箸)로 맛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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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不老草)로 소채(蔬菜)하고 용두산적(龍頭散炙) 봉미탕(鳳尾湯)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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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통주(碧筒酒) 천일주(天日酒)에 불사약(不死藥)이 안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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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 직녀(牽牛織女) 찾아보니 하동하서(河東河西) 나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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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칠일 눈물짓고 오작(烏鵲)으로 다리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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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수(黃河水)에 목욕하고 산채점심(山菜點心) 한 연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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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경(八景)구경하러 소상강(瀟湘江) 찾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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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張翰)이 강동거(江東去)하니 청천일난(靑天日暖)에 수심(愁心)을 도도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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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제장(諸王諸將) 늘어앉아 풍류소리 질탕(跌蕩)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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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진렬(目자盡裂) 저 번쾌(樊쾌)의 치주체견(치酒체肩) 장(壯)할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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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烏江)에 우는 말은 항우(項羽)터던 오추마(烏추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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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箕山)에 섰는 소는 소부(巢父)의 소 분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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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망야(秋月望夜) 우는 닭은 맹상군(孟嘗君)의 닭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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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梨花亭)의 짖는 개는 마고(麻姑)할미 삽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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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촌(五柳村) 들어가니 도연명(陶淵明)의 정자(亭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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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呂布) 타던 일행천리 적토마(赤토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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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덕(曹孟德)이 앗아 타고 관운장(關雲長)께 드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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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용도(華容道) 좁은길에 조조(曹操)를 항복받고 늠름한 대장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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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익당(老壯益當) 황한승(黃漢升)은 칠십 당년 늙었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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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 밥과 열근 고기를 마상에서 받아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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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병 큰 싸움에 임의로 횡행(橫行)하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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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扁鵲)의 고명수단(高明手段) 만병(萬病)을 통치(通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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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연(孟浩然)의 저는 나귀 백낙천(白樂天)이 고쳐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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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주(蓮葉酒)를 실어 타고 도연명(陶淵明)을 찾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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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劉伶)이를 찾아가니 장취불성(長醉不醒)하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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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한(千愁萬恨) 다 버리고 장진주(將進酒)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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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산화류(春山花柳) 노는 명사(明士) 멱라궁(멱羅宮)의 영영(英英)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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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西施) 경대(瓊대) 다왔으니 일색(一色)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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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랑자(淑娘子)의 고운 얼굴 오늘이야 보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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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용궁(南海龍宮) 들어가니 여서문(余書文)의 상량문(上樑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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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리왕(廣利王)이 칭찬하니 글귀마다 문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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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홍일(扶桑紅일) 높았는데 서역국(西域國)을 들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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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阿彌陀佛) 석가여래(釋迦如來) 관음보살(觀音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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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보살(十二菩薩) 오백나한(五百羅漢) 송경(誦經)소리 유랑(유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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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대하(姑蘇臺下) 수잔잔(水潺潺)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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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어 내니 취흥(醉興)이 한가(閒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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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王勃)의 등왕각서(등王閣序) 처량할손 삼척미명(三尺微明) 네 글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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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산(三神山) 돌아들어 백운(白雲)으로 일산(日傘)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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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淸風)으로 부채삼아 좌우 산천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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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천지(湖中天地) 바라보니 석양천(夕陽天)이 거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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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를 둘러메고 조대(釣臺)로 내려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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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낙조(西山落照) 비꼈는데 은린옥천(銀鱗玉尺) 낚아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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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끝에 꿰어 들고 망혜완보로(芒鞋緩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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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漁父辭) 외우면서 행화촌(杏花村) 찾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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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醉)하여 돌아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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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한담백(淸閑澹白) 이내 몸이 세상공명(世上功名) 비할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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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갈포(九升葛布) 입었으니 금의(錦衣)를 부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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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맥반(山菜麥飯)으로 적구충장(適口充腸)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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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정녕 이러하구나, 아니 놀고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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