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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떠 있는 밤, 노란 초립 아래 추위를 막기 위한 풍차를 쓴 붉은 옷의 별감이 손짓하며 뭐라고 하고 있다. 갓 쓴 양반과 긴 담뱃대를 문 기생은 모두 누비로 된 저고리와 속바지를 입었고 손에는 바람이 들지 말라고 토시를 끼고 있다. 초승달이 기운 것을 보니 밤이 한참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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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은 궁중에서 필요할 때마다 전국에서 뽑아 올렸으나 숙식은 혼자 해결해야 했다. 이것을 해결해주는 일단의 무리들을 기부(妓夫)라고 하였다. 이 둘은 서로간의 이익을 나누는 관계를 지속하다가, 기부는 차츰 기생의 남편이라는 역할과 함께 그들을 관리하는 위치로까지 확대되어간 듯하다. 이들의 관계를 공생(共生)이라고 해야 할까? 기부의 역할은 중인계층의 무리들, 즉 시중의 한량이나 별감 같은 하급 군인계층과 양반가의 서자 등(흔한 말로 왈패, 왈짜)도 그 한 축을 이루지 않았을까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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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과 기생이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것을 별감(여기서는 기부로 보인다)이 배웅하는 것 같다. 바람 매운 이 겨울밤에 무슨 일로 길을 재촉하는 것인가? 오른쪽에 그려진 길 안내 맡은 작은 아이는 길 밝히는 등과 추위 막을 털모자를 들고 있다. 기생이 물고 있는 긴 담뱃대는 갈 길을 재촉하는 듯 아이를 가리키고 아이는 시선을 되돌려 가야할 길을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듯하다. 중요하지 않은 듯 작게 그려 넣은 아이의 시선은 그림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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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 작게 그려진 아이, 그림 전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 않아 작게 그려진 아이지만 항상 관조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혹시 혜원 자신을 투영시킨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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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혜원 신윤복]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연애와 기방'|작성자 허접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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