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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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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귀는 김명원의 시 월하정인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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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천문학자 이태형은 초승달 모양의 달이 위를 향하여 볼록할 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그림이 월식을 그린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신윤복의 활동 시기, ‘삼경’이라는 글귀와 달의 고도, 당시 날씨 기록 등을 근거로 이것이 1793년 8월 21일 일어난 부분월식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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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정인〉은 깊은 밤에 두 남녀가 밀애(密愛)를 즐기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그의 다른 그림에 비하면 훨씬 점잖은 축에 속한다. 벽체가 허물어진 집, 침침하고 요염한 초생달, 나무와 담장 위를 감싸고도는 밤안개 등이 야반 삼경의 스산하면서도 은밀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두 연인의 만남의 장소를 후미진 담모퉁이로 설정한 것도 은밀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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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주인공은 행색으로 보아 한량과 기생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량은 두 발의 방향이나 초롱을 든 손의 움직임으로 보아 어디론가 기생을 유혹해 가려고 재촉하는 듯한데, 기생은 자신의 마음을 선뜻 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표정만 짓고 있다. 그러나 기생의 참외 씨 같은 두 신발의 방향은 이미 한량을 향해 있고, 장옷을 가다듬는 작은 손에는 교태가 흐른다. 이 얄미운 여인의 속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월침침야삼경 양인심사양인지(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는 화제(畵題)가 말해 주고 있듯이, 오직 두 남녀만이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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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정인>은 동구 밖의 후미진 곳에서 여인이 외간 남정네와 밀어를 속삭이는, 어쩌면 부도덕하기까지 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유창하고 아름다운 필선과 고상하고 담박한 색채를 구사한 신윤복의 붓질로 인해서 그림은 결코 잡스럽거나 난잡하게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유려하고 아담한 필선과 색채로 묘사해 낸 여인의 모습은 한국 여인의 골격과 표정을 그대로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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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는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속된 것으로 비쳐 질 수도 있다. 더구나 유교적 전통의 껍질을 쓰고 있었던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한량과 기생간의 사랑은 감히 드러내 놓고 미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신윤복이 〈월하정인〉과 같은 내용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그가 기생이나 한량들과 어울리면서 사랑과 풍류, 생활의 멋과 해학,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감정의 진실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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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혜원 신윤복]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연애와 기방'|작성자 허접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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