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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 여러분을 위하여 시작하려는 천일 야화는 참으로 세계에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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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신기하기로도 제일 유명하고 복잡하고 길다랗기로도 유명하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점으로 제일 유명한 것이 ‘천일 야화’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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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활동 사진에서 구경하신 ‘바그다드의 도적’도 이 속에 나오는 이야기요, 유명한 ‘알리바바와 도둑’의 이야기도 이 속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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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 신기하여도 이것처럼 신기한 이야기가 없고 길다 길다 하여도 이것처럼 길다란 이야기가 없어서 이 천일 야화가 맨 처음 어찌해서 생긴 이야기만 하려도 이 《어린이》책의 절반은 더 걸릴 것입니다. 밤마다 계속해 하기를 일천 밤하고 또 하루를 두고 한 이야기이니 그 얼마나 길다란 것을 짐작할 것이고 또 일천 하루이면 거의 삼 년이나 되는 세월이니 삼 년을 계속해 들어도 염증 싫증이 나지 않고 도리어 마음이 이에 파묻혔으니 그 얼마나 재미있음을 짐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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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섭게 길다란 이야기를 한 달에 한 번씩 나는 《어린이》에 조금씩 내자면 여러분과 내가 머리가 하얗게 늙도록 계속하게 될 것이니 도저히 안 될 일이라 그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 또 여러분이 알기 쉬운 이야기만 골라 빼어서 내 정성으로 될 수 있는 데까지 쉽게 이야기해 드리기로 하고, 이번에는 그 시초된 이야기를 간단히 말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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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시작되던 시초의 이야기라 해야 어느 때, 어느 해에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실상은 그것이 분명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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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괴담! 천 하룻밤 이야기! 하면 이 세상 어느 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곳이 없고, 어느 누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마는 맨 처음 누가 시작한 것인지 누가 지었는지 꾸몄는지 도무지 근본을 아는 이가 지금껏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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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르는 것만큼 모두 자기 짐작대로 어림치고 이렇게도 말하고 저렇게도 말하기 때문에 어느 말이 정말인지 분간 못할 말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제일 그럴 듯하게 세상 사람이 믿음직하게 전해 오는 말을 들으면 그 시초가 대강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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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라비아에 아주 마음이 인자하고 덕이 많은 임금 한 분이 있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되는 왕비는 인물이 잘나기로 이 세상 제일이라고 이름난 그림같이 어여쁜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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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착한 왕은 그 왕비를 끔찍이 믿고 사랑하고 위하였는데 하루는 우연한 기회에 그 믿고 사랑하는 왕비가 자기의 눈을 속여 대궐 뒷마당에서 나쁜 심부름꾼 사내를 데리고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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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기가 착한 마음으로 진정으로 그 왕비를 믿어왔던 만큼 이 날까지 속아 온 것이 분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여 스스로 세상 인심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탄식하고 또 자기의 , 덕이 부족함을 탄식하다가 마음을 결단하고 그 밤에 넌지시 아무도 모르게 대궐과 나라를 버리고 멀리 멀리 정처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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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느 바닷가로 다니다가 거기서 어느 이상한 여자와 괴상한 마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어여쁜 여자도 그 무서운 마귀를 속이고 다른 나쁜 짓을 예사로 하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놀랐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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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계집이란 계집은 모두 남자를 속이는 것이다. 계집처럼 악하고 계집처럼 죄 많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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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그 길로 다시 대궐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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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는 곧 그 왕비와 토인 남자를 죽이고 또 대궐 안에 있는 어여쁜 여자들과 나쁜 토인들을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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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자기 밑에 있는 재상을 시켜 날마다 한 사람씩 어여쁜 처녀를 데려 오라는 새로운 법을 내리고 날마다 한 사람씩 새로운 처녀를 불러들여서는 반드시 그 이튿날 아침에 죽여 버리고 죽여 버리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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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사람씩 처녀가 대궐로 들어가고, 들어만 가면 이튿날 아침에 죽으므로 백성들이 큰일 났다고 소동하면서 처녀 있는 집에서는 모두 넌지시 다른 곳으로 도망을 하였습니다. 그래 나중에는 모두들 도망을 하고 없으므로 저녁마다 새로운 처녀를 불러들일 감이 없는데 왕은 자꾸 데려오라고만 하였으므로 중간에서 재상이 큰일 나게 되어 그만 머리를 싸고 누워 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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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재상에게는 어여쁜 두 딸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 큰딸이 아버지의 앓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어 무섭고 놀라운 내용을 듣더니 아버지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안고 대궐로 들어갔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그 이튿날 아침에 죽은 송장이 되어 나올 줄 알았더니 저녁때가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고 또 그 이튿날 또 그 이튿날 얼마를 지나도 죽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처녀가 들어간 날부터 날마다 처녀를 잡아들여가는 일도 딱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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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의 딸은 배운 것이 많고 들은 것이 많아 지식도 많고 의견이 많은 처녀였습니다 그래 들어가던 . 그 날 밤부터 왕의 앞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 재미있고 길던지 왕이 밤마다 턱을 고이고 앉아서 듣기를 한 해, 두 해, 세 해 꼭 일천 밤하고도 또 하룻밤을 계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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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왕의 노여운 마음이 풀리고 다시 마음이 착하여져서 그 처녀를 왕비로 삼고, 전처럼 인자한 임금이 되어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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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처녀가 임금의 앞에서 일천 하룻밤 두고 계속한 이야기……. 얼마나 죽을지 모를 수없는 처녀의 목숨을 살리고 그 무섭던 왕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여 놓은 유명한 이야기가 이 아라비아의 기담 천일 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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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4권 2호, 1926년 2월호,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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