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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小說家)는 이렇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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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6.14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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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家[소설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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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세기의 迷信[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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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인간 타입을 쓰라는 ××의 부탁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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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인간 타입! 내일의 인간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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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중대한 오늘에 앉아서 장차 올 내일의 인간 타입 즉 명일형(明日型)의 새로운 인간을 말해보란 뜻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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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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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런 걸 보면 적잖이 딱한 사람임을 알겠다. 의식적으로 철을 모르려 드는 게. 그러나 시인의 역시 시인다운 재롱스런 본능일는지도 모르지. 혹은 또 남을 되알지게 한바탕 땀을 내주고서 껄꺼얼 저 혼자 유쾌해하고 싶은 아주 그 군 독특한 사랑스런 악벽(惡癖)일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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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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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이란 건 혼히들 아름답고 어질고 참되고 한 그런 인간 내지 생활을 항상 명일에다가 이상(理想)하는 심히 서글프달까 맹랑하달까, 그래서 마치 단하(壇下)의 숱한 신도들을 내려다보며 사후(死後)의 천당의 분양을 시원시원 언질(言質) 두고 있는 설교단의 목사님과도 비슷한 기술을 (진실로 기술을!) 지녀야 하겠그롬 팔자가 마련이 되기는 된 모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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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일변 생각하면 미상불 그도 자못 근리(近理)한 말은 말인 것이, 가령 오늘은 어디로 갔던 간에 내일날에 막상 그 아름답고 어질고 참되고 한 그런 인간 내지 생활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횡재(橫財)해지지 말랄 법은 없는 것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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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그렇다고 해서 유독 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어질고 참되고 한, 통틀어 ‘미(美)’ 그것이라야지만 반드시 문학적인 ‘미’나 그 추구의 대상이더냐 하면 노상 그런 것은 아니다. 미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진가 보지만 현실적인 추(醜)는 문학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미와 더불어 버젓하게 하나의 가치를 즉 예술적인 미의 자격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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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괴벽일는지는 몰라도 어지빨리 현실적인 미에서보다 오히려 그 현실적인 추에 대하여 나는 더 많이 문학적인 미를 식욕(食慾)하는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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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졸라류의 자연주의를 선생해서 문학을 배운 병폐이거나 또는 현실적인 미에의 니힐이거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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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래서 내일의 인간 타입이란 이 글제를 가지고서도 여느 아름다운 타입의 인간보다는 반대로 아름답지 않은 즉 추한 타입의 인간을, 그러하되 인간성을 말살치 않은 인간을 명일에다가 적발(摘發)하는 데에(이상하는 게 아니라 적발하는 데에) 나는 흥미가 절로 기욺을 어찌할 수 없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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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뻐언해서 작히 뒤통수로 손이 올라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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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가리켜 ‘사실의 시대’ 라고들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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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막연스런 말이라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명칭쯤 약간 적절하지 못한 거야 그리 상관이 아니고 정작은 그 뜻인데, 오늘을 그렇듯 ‘사실의 시대’라고 부르는 배후에는 이 오늘이라는 시대를 갖다가 깡그리 역사적으로든지 사회적으로든지 전혀 행위의 시대임을 의미하는 의미가 어엿이 좌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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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민망한 착각이 아닐 수가 없고 20세기 제40년대의 ‘미신’은 진실로 그 오늘을, 시대가 무원칙 무질서하게 행위하는 줄로 착각하는 데서 출발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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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불초한 제자들이 판수의 집을 찾아가서 태양의 흑점을 무꾸리하며 이렇듯 밤과 어둠을 기화삼아 온갖 불합리를 감식(甘食)하고 미신(迷信)하고 하는 게 오늘의(오늘 밤의) 인간 타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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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릴레오의 待望[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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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고 한다. 밤이라는 것을 나는 재미스럽게만 본다. 밤으로서의(낮이 아닌 밤으로서의) 존재 이유와 더불어 밤 독자한 가치에 성격을 갖추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밤이요 어둡다고 해서 크게는 천체 운행으로부터 작게는 한개의 먼지가 날리는 데까지, 자연에도 인사(人事)에도 역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일체 그 행위가 나타나지 아니함이 없는 저 불균형에 대한 균형에의 의욕이 원칙이, 밤이라서 밤이요 어둡대서 절대로 정지하거나 역행이 될 이치는 만무한 것이다. 만일 그렇기로 들면 밤의 청계천은 북악산 꼭대기로 흘러 올라갈 것이고, 밤에 쏜 탄환은 정전방(正前方)을 향해 포물선을 그으며 나가는 게 아니라 오불고불 양장(羊腸)으로 비틀거리다가는 되돌아와서 사수의 가슴패기를 꿰뚫고 말 것이다. 말만 들어도 모골(毛骨)이 송연(竦然)할 소리지 우주 있는 이래로 반(半)번도 그 궤를 벗은 적이 또는 벗을 턱이 없는 불균형에 대한 균형에의 의욕의 대원칙이 하루 아침(이 아니라 하룻밤에) 불시로 소멸 혹은 역행이 되다니. 그래서 총을 쏘면 제가 맞아죽고 태원(泰遠)은 북악산(北岳山)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속 · 속 · 천변풍경(續續川邊風景)’ 을 관찰해야 하고, 실로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가 아닌 이상 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성한 사람이 금시 실성을 할 노릇이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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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그러나 아뭏든지 어둔 시절 옛날부터 백토야행(百兎夜行)이라고 이르던 시절이요, 사물(邪物)과 잡술(雜術)을 친하기 좋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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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인간은 그리하여 과학적임과 아름다움과 이성을 죄다 암흑에게 근저당을 하고서 즐겨 불합리한 것에 어리석은 것에 무례 무책임한 것에 탐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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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종로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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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추한 것이 어둠과 인공광선 즉 밤이라는 조건으로 하여 숨겨지고 악하게 미화되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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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인간은 밤을 절대의 존재이거니 무원칙·무질서한 시절이거니 미신하고서 방일(放逸)을 맘대로 저지른다. 계집의 아양청에 센티를 하고 포켓을 있는 대로 털어 마시고 싸우고 떠들고 기만하고 부로커하고, 하되 그것이 정상이요 내일과 광명이 없이 절대이거니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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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방금 지나간 첫새벽의 종로를 본 적은 없는가? 부윳이 새는 새시대는 서막 ─ 내일의 광명한 심판 앞에 어둡던 지난 밤의 잔해와 그의 추악한 환멸을 본 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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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무질서 · 무책임한 생활의 흔적으로 허연 휴지조각만 어지러이 널려있는 길바닥…… 제법 화려한 성싶던 네온의 백골같이 엉성하고 어설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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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 밑에서 누더기 속에 함부로 잠들어 누웠는 거지의 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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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에서 납작한 쪽대문을 삐그덕 얼룩진 분자죽에 눈곱을 쥐어뜯으면서 어떤 신사씨를 배웅하고 섰는 어떤 궐녀씨. 그 치마폭엔 얼마나 많은 꼬노리아 기타의 세균이 묻었을꼬? 경성부의 위생계 인부들은 참말 부지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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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과 인공광선에 숨어 모든 미신하느라고 어리석고 센티하고 비루(卑陋)하고 게으르고 뻔뻔스럽고 그리하여 온갖 추의 정체가 궐(厥) 스스로는 예상조차 못했던 새 날 새 광선 즉 명일의 앞에 폭로가 되는 첫새벽의 종로 치마폭에 꼬노리아 등의 균을 묻혀 가지고 눈곱을 뜯으며 누구씨를 배웅하는 궐녀와 너저분하니 종이가 널려 있는 길바닥과 네온의 백골 같은 꼴새와 빌딩 밑에 잠들었던 거지와 이렇듯 추한 환멸에서 나는 그렇듯 추할 한 타입의 내일의 인간을 감히 상상하고 홀로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짓지 않을 수가 없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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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요행 나는 정통 갈릴레오가 새벽에 오히려 망원경에 들붙어 앉아서 별을 보기를 자신 잃지 않는 광경을 한편으로 상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결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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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1940. 6. 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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