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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文學)을 나처럼 하여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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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2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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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문학]을 나처럼 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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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0년기라는 제를 받았지만 10년이 훨씬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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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조선문단(朝鮮文壇)』지에 명색이 처녀작을 발표한 걸로 문령(文齡)을 잡는 시초를 삼겠는데 참고거리와 기록해 둔 것이 없으니 정확한 것은 모르겠어도 14, 5년은 실히 되는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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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년…… 세상에 무론 무슨 노릇이고 10년 독공(獨工)을 하면 입신(入神)을 한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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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백년을 해도 다 숙달을 못하는 인들 없는 바 아니지만 14, 5년 문학에 종사를 하노라고 하고서도 오늘날 요 푼수밖에는 이루지를 못했으니 이 천하 의젓잖은 문충(文蟲)아! 하고 남이 욕을 해도 섭섭해할 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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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절만 해도 문단이 매우 인심댁(宅)이어서, 시방 생각하면 중학생의 여섯점쯤 맞은 작문 쇰직한 것을 왈 소설이라고 발표시켜 주고, 이어서 그 비슷한 것을 써다 바치는 대로 몇번 계속해 실려 주고, 하고 나니까 나도 어언간 소설가가 되어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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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론은 하루 아침 자고 깨어보니까 천하에 이름난 시인이 되었더라고? 과연 나도 자다가 깨보니까 소설가가 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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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시방이나 가난하기는 일반이라, 고 푸달진 문명(文名)과 선배며 은사의 알선으로 동아일보에 취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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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얼마 동안 학예부 일을 볼 때는 그래도 아직 애송이 서생이더니, 사회부외근기자가 되면서부터는 24,5세가 되도록 통히 모르던 술과 기집의 세계가, 시방 사변 전의 상해와 같이 임의로왔다. 더우기 요새처럼 신문기자가 회사원이 아니요, 괜히 좀 어깨가 으쓱한 무엇이 있을 시절, 해서 직함이 신문기자씨이겠다, 하루 일 뚝딱 마치고는 좋은 친구 얼려 술 먹고 놀고, 참말 호강을 하는 것 같아 즐거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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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그런 건 다 해도 고만 안해도 고만, 영 심심한 때나 되는 대로 소설장 쓰는 시늉을 하면 종시 소설가는 소설가니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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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지나간 병자년까지 근 10년을 혹은 방탕하여, 혹은 직업에 정말 쪼들려, 또 혹은 이른바 생각하는 바 있어, 문학을 의붓자식같이 등한히 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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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다만 개벽사(開闢社)에 있을 동안이 그래도 정신을 약간 차려 소설도 더러 많이 쓰곤 했던 동안이라지만, 역시 반은 여기(餘技)삼아서 한 노릇이었었다. 하다가 병자년 정월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사를 나오게 됨으로써 직업이라는 것과 아주 손을 끊고서 비로소 눈을 뒤집어쓰고 문학과 단판씨름을 하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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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때는 이미 조선문학과 동배들이 저만치 10년이나 앞을 서서 큰소리를 치며 가고 있을 무렵, 일껏 게으름을 부리던 위인이 늦부지런이 나서, 허위단심 쫓아가느라고 달음박질을 하자니, 또 젊은 기운은 거의 다 빠졌겠다, 도무지 숨이 가빠 못하는 판이다. 천도(天道) 무심치 않은 법일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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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투신한 동기는, 모르겠다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거저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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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배울 때를 가지지 못하고서 습작기에 바로 작가 노릇을 했고, 한데 그 알량한 작가 노릇이나마 어찌나 데데하게 했던지, 이렇다 할 사숙인(私淑人) 하나 가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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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섭(想涉)을 좋아했고 동인(東仁)을 좋아했고 내지 사람네 것으로는 고산저우(高山樗牛)의 글과 하목(夏目)상을 좀 읽었고, 다만 한가지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은, 뚜르게네프의 작을 많이 읽은 중 『엽인일기(獵人日記)』 같은 것은 아마 사오독 착실히 한 듯싶다. (그 가운데서 골라서 읽은 것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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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 중에 후진한테 참고될 것은 하나도 없다. 또 없어야 당연한 일이다. 혹시 작품 이외의 것으로 참고거리를 들라면, 일왈 문학을 나처럼 해서는 못쓴다고. 이왈, 요새는 문학이 문학이 아니라 자살용의 양잿물이더라고.
【원문】문학(文學)을 나처럼 하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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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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